AI News : 2011 년 2 월
인공지능 다음은 ‘인공감성’ 컴퓨터 : 동아일보, 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2011/02/23 : 컴퓨터 (Computer) 의 인간에 대한 도전은 가능할 것인가. 오래된 질문이다.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 IBM이 만든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이 16일 TV 퀴즈쇼에 출연해 퀴즈왕 2명을 누르고 승리했다. 냉장고 5개 크기의 왓슨은 퀴즈 문제를 일상 언어 문장으로 받아들인다. 왓슨은 자신의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고도의 지능적인 문제를 분석해 답을 찾아낸다. 컴퓨터가 인간의 계산능력을 능가하는 일이 있었지만 이처럼 지능적인 일에서 이기기는 처음이다. 인간의 두뇌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계산능력이다. 숫자로 된 것을 계산하는 일로 여기에서는 컴퓨터가 인간을 앞선 지 오래다. 두 번째는 이성적 판단이다. 이런 인간의 지능 (Intelligence) 을 모방하려는 연구 분야가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이다. 40여 년 전 시작된 인공지능 연구는 컴퓨터가 사람처럼 말을 알아듣고 읽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노력해왔다. 오늘날 컴퓨터는 사람의 말을 일부 알아듣고 자동으로 응답하며 카메라에 잡힌 물체를 인식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슈퍼컴퓨터 왓슨은 인간의 지능을 능가했다. 세 번째는 감성적 판단이다. 사람은 아름다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쁜 것을 보면 얼굴이 어두워진다. 욕을 들으면 화를 내고 칭찬을 들으면 얼굴이 밝아진다. 이런 감성적 판단에서는 컴퓨터가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져 있다. 어떤 사람은 컴퓨터가 희로애락의 마음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컴퓨터는 감정 (Emotion) 을 가질 수 없을까. 필자는 21세기 전반기에 감성적인 판단을 하는 컴퓨터가 출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성 컴퓨터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그동안 인간이 이 분야의 연구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 (Brain) 속에는 30억 개 이상의 뇌세포가 있다. 두뇌가 어떤 판단을 할 때 여러 개의 뇌세포가 상호작용해 결정을 내린다. 주목할 것은 이런 결정을 하는 뇌세포의 상호작용이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판단에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공신경망 (Neural Network) 이나 퍼지이론 (Fuzzy) 같은 기존 인공지능 연구 기법이 ‘인공감성’ 연구에도 적용될 것이다. 즉 인공감성 연구가 인공지능 연구와 유사한 양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인공지능 연구도 초기에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식이 축적돼 오늘날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인공감성 연구는 뇌세포의 활동을 좀 더 모방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백지상태의 뇌세포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학습 (Learning) 을 통해 이성과 감성을 가지는 뇌세포 간 상호작용이 만들어진다. 인공감성을 연구하면 궁극적으로 인간의 감성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연구에서 얻은 경험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앞으로 컴퓨터 연구는 인공감성 분야로 확대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초기 인공감성 컴퓨터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그랬던 것처럼 하등동물 수준의 감성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발전을 거듭하면서 감성 컴퓨터가 내장된 로봇이 주인의 기분을 파악해 서비스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주인의 마음속에 들어가고 싶은, 사랑하는 컴퓨터가 나오고 인간에 반기를 드는 로봇 (Robot) 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것이 없다. 인간은 항상 새로운 상황에서 지혜를 찾아낸다. 감성 컴퓨터가 인간을 배반하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연구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야생동물인 소나 말을 길들여 가축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IT 전도사는 왜 인터넷을 배반했나 : 조선일보, 전병근기자, 2011/02/19 :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니콜라스 카 지음|최지향 옮김|청림출판|364쪽|1만5000원 ... IT업계 선도자 니콜라스 카 "온라인은 단편적 정보만 모아 인간의 창조적 사고를 방해" ... 첨단 뇌과학까지 논거로 들며 인터넷의 유해성 낱낱이 고발 ... "그는 자기가 늘 미행당한다고 생각해 집으로 갈 때면 늘 내게 먼저 가라고 하고 뒤처졌다. 그러고는 매번 전화가 왔다. 길을 잃었으니 데리러 와달라는 것이었다." 위키리크스의 2인자였던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는 최근 책에서 '사이버 전사' 줄리언 어산지 (Julian Assange) 의 이런 일화를 소개했다. 세계 전산망을 종횡무진하는 '천재 해커'가 정작 육로에서는 지독한 '길치'였다. 올 초 유럽의 한 자동차보험회사 통계에도 비슷한 내용이 잡혔다.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보다 길을 더 잘 잃는다. 이유는 GPS(위성항법장치)에 의존하다 보니 방향감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도구를 만들지만 그다음 도구들은 우리를 만든다"는 말로 문명 이기(利器)의 패러독스를 요약한 이는 1967년 예수회 사제인 존 컬킨이었다. IT업계 구루인 니콜라스 카(Carr·51)의 최신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원제 The Shallows)'은 이 오랜 딜레마를 인터넷 시대 버전으로 되살렸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부제에 담겨 있다. '인터넷이 우리 뇌를 얕게 만들고 있다.' 그저 인터넷의 폐해에 대한 경고 정도라면 새삼스러울 게 없다. 컴퓨터 (Computer) 에 빠진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도 그 정도는 안다. 저자는 이런 현대인의 병증을 다양한 고전의 통찰과 현대 최첨단 뇌과학 (Neuroscience) 까지 동원해 심층진단하고 문명 비판론의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린다. 출발점은 미디어 이론의 선구자 마샬 맥루한의 통찰이다. "모든 새로운 미디어는 인간을 변화시킨다." 저자는 현대사회의 뉴미디어이자 '모든 것'이 되어버린 인터넷이 인간의 가장 고유한 능력까지 앗아갈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그것은 오래 집중하고 깊이 사색 (Thinking) 하는 능력이다. 인터넷은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텍스트와 이미지, 동영상을 끝없이 메뚜기처럼 옮겨다니게 한다. 이런 산만하기 짝이 없는 인터넷 환경은 뇌의 신경회로까지 바꿔놓는다. 여기서 동원되는 키워드는 '스키마 (Schema·계획이나 이론의 윤곽)'. 흩어진 정보 조각을 지식의 패턴으로 조직해 사고에 깊이와 풍부함을 제공하는 사고 틀을 말한다. 인간의 지적(知的) 기량은 대부분 오래 걸려 획득된 스키마에서 나온다. 이런 스키마 형성을 위한 뇌 (Brain) 능력을 컴퓨터가 감퇴시킨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카는 지난 5세기 독서를 통해 길러진 인류의 선형적·문학적 사고를 중시한다. "예리하고 유연한 이 사고방식은 르네상스를 낳은 상상력이었고, 계몽주의를 낳은 이성적 사고였으며, 산업혁명을 이끈 창조적 사고였다. 모더니즘을 낳은 전복적 사고이기도 했다." 반면 인터넷 웹서핑은 숱한 소스로부터 단편적 정보를 신속 산만하게 수집하는 습관을 낳았을 뿐, 창조적 사색을 방해한다. 그 결과 "예전에 나는 말의 심해저를 헤엄치는 스쿠버다이버였다면 지금은 수면 위를 스쳐 질주하는 제트스키어로 전락했다"고 저자는 탄식한다. 인터넷 폐해론은 구글 비판론에서 절정에 이른다. 저자는 "구글의 온라인 세상에는 깊이 있는 읽기를 위한 사색에 잠긴 침묵이나 명상의 애매모호한 우회성 (Uncertainty) 이 들어설 여지는 거의 없다. 모호함은 통찰력을 위한 출발점이 아니라 고쳐져야 할 버그"라고 꼬집는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예언적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마지막 장면의 비유는 압권이다. 인공지능 컴퓨터인 '할 (HAL)'이 반란 끝에 결국 회로가 끊기면서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 이렇게 읊조린다. "느낄 수 있어요. 느낄 수 있어요. 두려워요." 저자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컴퓨터에 의존하게 되면서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바로 우리의 지능 (Intelligence) "이라고 탄식한다. 저자는 독서야말로 최고의 지적 활동이란 점을 입증해 보이려는 듯 논거를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최신 과학의 성과에서 길어온다. 소크라테스부터 마르틴 하이데거에 이르는 철학자의 통찰을 인용할 때는 책이 지성사 같다. 고대 문자부터 지도, 인쇄술, 시계의 발명이 인류에 끼친 영향을 말할 땐 생활문명사다. 프리드리히 니체나 T S 엘리엇이 타자기를 쓰면서 겪은 문체 변화의 체험 같은 일화를 소개할 때는 글쓰기의 역사에 접근한다. 지난해 영미권에서 먼저 출간됐을 때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주제를 진지하고 섬세하게 다뤘다'는 평이 주조를 이뤘다. 다만 인용된 뇌과학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반론이 있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작가인 조나 레러는 뉴욕타임스 서평에서 웹서핑이나 컴퓨터 게임이 인간의 지력을 증진하기도 한다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역시 카가 인터넷의 유용성을 부인하는 반(反)기계론자(Luddite)는 아니며 균형잡힌 접근을 했다고 평했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역설적이다. 원제는 '얕음'이지만 내용물은 더없이 묵직하다. 더 한 대목은 이것이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휴대폰, 트위터, 페이스북, 이메일이 안 되는 콜로라도 산밑으로 이사 간다. 몇 달간 금단 현상에 시달린 끝에 '사람다운 모습'을 되찾고 책을 마쳤다. 하지만 책을 끝낼 무렵 그는 다시 인터넷 생활로 돌아갔다. "이 기기들 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니콜라스 카 는 누구? ... 그가 주목받는 것은 일찍이 IT 분야에서 인정받아온 세계적 컨설턴트이면서 스스로 IT 물신주의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뽑은 글로벌 CEO 132인 중 한명이자 2007년 ‘e위크’가 선정한 ‘IT업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들었다. 그는 늘 업계의 최전선에서 논의를 선도해왔다. 2003년 IT업계가 호황에 들떠 있을 때 ‘그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졌다’는 글을 발표해, 업계 CEO들과 논쟁이 붙었다. 2008년 ‘구글은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나?’라는 제목의 글이 발표됐을 때도 화제였다. 위키피디아를 비판하면서 ‘위키크라트’(위키피디아 관료)란 신조어를 유행시켰다. 명쾌하면서도 심도 있는 글과 빼어난 언변으로 유력지를 장식하고 초청연사로도 인기 높다. 다트머스대와 하버드대 대학원을 나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세계경제포럼 클라우드 컴퓨팅 프로젝트 운영위원이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자문 편집위원이다.
컴퓨터, 퀴즈대결서 인간에 '완승' : 조선일보, 2011/02/17 : ... 체스 (Chess) 에 이어 퀴즈 대결에서도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다. ... 16일 끝난 퀴즈쇼 ’제퍼디(Jeopardy!)’ 최종전에서 IBM이 제작한 슈퍼컴퓨터 ’왓슨(Watson)’ 은 7만7천147달러의 상금을 얻어 경쟁자인 켄 제닝스(2만4천달러)와 브래드 루터(2만1천600달러)를 압도했다. 제닝스는 ’제퍼디’에서 74연승이라는 최다연승 기록을 갖고 있고, 루터는 325만달러의 누적 상금 기록을 보유한 퀴즈의 ’달인’들. 하지만 애매모호한 단서들 속에서 답을 찾아내는 연산 능력이 극대화된 컴퓨터 (Computer) 앞에서는 역부족을 느껴야 했다. 제닝스는 마지막 문제의 정답 기록란에 ’새로운 컴퓨터 퀴즈왕을 환영합니다’ 라고 쓰며 ’왓슨’의 승리를 축하했다. 인간과의 대결에 나선 ’왓슨’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지만 “최소 4천년전에 사용됐던 베다어는 인도의 이 고전어의 초기 방언이었다” 는 힌트에 바로 “산스크리트어”라고 답해 풍부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뽐냈다. 그런가 하면 “서툰 목수가 탓하는 것은?” 이라는 문제도 비록 단서가 애매모호했지만 “연장” 이라고 척척 답하는 등 한층 발적전 면모도 보였다. ’왓슨’의 이번 승리는 선조 격인 ’딥 블루 (Deep Blue)’ 가 1997년 인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 씨를 이긴 이후 재현된 ’인간에 대한 기계의 승리’ 사례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이 발달하면 언젠가는 기계가 인간을 애완용으로 부리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컴퓨터와 인간의 두뇌 (Brain) 에는 여전히 ’여러 광년(光年)’의 격차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람이 어떻게 음악을 만들고 사랑이나 슬픔 같은 감정을 느끼는지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지적 활동을 컴퓨터로 구현하기는커녕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 프라딥 코슬라 카네기멜론대 공학부 학장은 “’왓슨’이 ’왓슨’을 만들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 문제의 답을 내는 한가지 방법” 이라며 “우리의 창조 능력이야말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발견하고 창출할 수 있게 하는 요인” 이라고 말했다. IBM에서 ’왓슨’ 개발에 참여한 데이비드 페루치 수석연구원도 “인간의 두뇌는 뇌세포와 뇌세포 사이에, 뇌세포와 체세포 사이에 고도로 형성된 상호 연계 (Connectionism) 가 특징이며 언어와 사회, 인간을 둘러싼 모든 주변 환경과 공진화(共進化)한다” 며 “기계 지능이 인간 지능 (Intelligence) 을 말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왓슨’ 역시 퀴즈쇼에서 수차례 허점을 노출했다. “미국의 도시 중 제2차 세계대전 전쟁영웅의 이름을 딴 최대의 공항과 2차대전 격전지의 이름을 딴 제2의 공항을 가진 곳은” 이라는 질문에 제닝스와 루터는 금방 ’시카고’라는 정답을 냈는데 ’왓슨’은 ’토론토’라는 엉뚱한 답을 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왓슨’의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신장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렌셀러 폴리테크닉대의 컴퓨터 및 인지과학 (Cognitive Science) 전문가 제임스 헨들러(James Hendler) 교수는 “인간이 잘 하는 부분과 ’왓슨’의 유리한 점을 결합하면 어느 쪽이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풀어낼 기반을 갖게 될 것” 이라고 기대했다. 대화 형식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검색 프로그램이나 최신 의학 정보나 가능한 치료법을 의사에게 자동으로 제공하는 기능 등이 대표적인 협업 사례일 것이라고 이들은 예상했다. 2006년부터 ’왓슨’을 개발하는데 얼마를 들였는지에 대해 IBM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3천만달러 혹은 그 이상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이 인간의 지혜를 넘어설까 : 동아일보, 김상훈기자, 2011/02/16 :“데이지, 데이지. 뭘 어찌 해야 할지 대답을 들려줘. 나는 반쯤 미쳐버렸어. 당신을 사랑하니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1968년에 만든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공지능 컴퓨터 할 (HAL) 은 주인공 데이브에게 애원합니다. 데이브가 할의 모듈(부품)을 하나씩 뽑으며 시스템을 중단시켜 나가자 “그만둬요, 데이브”라며 점점 자신이 처음 만들어지던 초기 상태로 퇴행해 일종의 ‘어린 시절 부르던 노래’를 부르게 된 거죠. 이 노래의 제목은 ‘데이지 벨’입니다. 1961년 미국 IBM이 만든 컴퓨터 ‘IBM 7094’가 음성과 반주를 합성해 실제로 불렀던 노래였죠. 이는 ‘컴퓨터 (Computer) 가 부른 최초의 노래’로 기록돼 있습니다. 할의 기원이 IBM에 있다는 은유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HAL이라는 이름 각 글자의 바로 다음에 오는 알파벳을 모으면 ‘IBM’이 됩니다. 1960년대의 IBM은 그렇게 ‘두려운 신기술’을 가진 첨단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IBM의 신화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같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면서 IBM은 양복을 입은 샐러리맨들이 운영하는 ‘늙은 기업’처럼 여겨지게 된 거죠. 그 뒤 IBM은 기업용 컴퓨터 시장에 조용히 머물러 일반인의 시선에서 사라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IBM은 엉뚱한 곳에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됩니다. 그들이 할을 현실 세계로 불러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학습하고 생각하고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컴퓨터가 IBM에 의해 다시 탄생합니다. 단지 이름만 ‘왓슨(Watson)’으로 바뀌었을 뿐 할과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저는 지난해 미국 뉴욕 주 IBM 왓슨연구소에서 이 기계를 직접 취재했습니다. 당시 연구원 가운데 누구도 왓슨을 얘기할 때 사물을 뜻하는 ‘그것(it)’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왓슨은 사람처럼 이름으로 불리거나 아니면 ‘그(he)’라고 불렸습니다. 약간 섬뜩했지만 이상하게 여긴 건 저뿐이었죠. 당시 IBM은 왓슨을 ‘제퍼디’라는 유명 TV 퀴즈쇼에 출연시키기 위해 연습경기를 벌이던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왓슨은 드디어 14일(현지 시간) 제퍼디 쇼에 출연하게 됩니다. 상대는 제퍼디 쇼에서 74회 우승한 역대 최다 우승자 켄 제닝스, 그리고 ‘왕중왕’전에서 제닝스를 꺾은 역대 최다 상금 수상자 브래드 러터였습니다. 첫 대결에서 왓슨은 러터와 함께 5000달러를 벌어 공동 1위가 됐고 제닝스는 2000달러밖에 못 벌었습니다. 이 대결은 사흘 동안 이어집니다. 그저 흥밋거리로 치부하기에는 왓슨의 의미가 큽니다.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 기존의 컴퓨터는 인터넷의 지식을 이용했습니다. 교과서를 펼쳐 놓고 ‘오픈북’ 시험을 쳤던 셈이죠. 반면 왓슨은 독립된 개체입니다.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지 않은 채 새로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를 학습 (Learning) 하면서 지식을 키웁니다. 기계가 매년 빠른 속도로 소형화되면서 동시에 성능이 높아진다는 걸 감안하면 왓슨은 몇 년 뒤 우리 옆에 다가와 스스로 생각하고 말을 거는 존재가 될지도 모릅니다. 미래는 결코 먼 곳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래칼럼]인지과학의 미래 : 전자신문, 차원용 아스팩 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 2011/02/09 : 저출산 고령화는 앞으로 20년 후에 정치·사회·경제·교육·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심각한 문제를 던져줄 것이다. 2002년 미국과학재단이 발표한 NBCI에서는 2030년엔 신입사원을 채용할 수 없어 결국 고령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올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은 이후 나노-바이오-정보기술에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기술을 융합해 연구하기 시작한다. 곧 이어 유럽(EC)도 2004년에 미국 NBIC에 인문사회과학을 포함시키는 정책을 발표한다. 일본도 인지과학기술을 포함하는 신산업창조전략을 2004년에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늦었지만 2008년에 국가융합기술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해 인지과학뿐 아니라 뇌신경과학 등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소를 설치하는 등 분주하다. 왜 인지신경과학인가? 일터로 돌아오는 고령자들은 눈이 어둡고 귀가 잘 안 들리며 팔과 다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솔루션이 바로 생각으로 로봇이나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염동(Telekinesis) 기술 즉 칩(Chip)을 두뇌에 이식하거나 이식하지 않고 뇌파를 감지해 기계를 작동시키는 두뇌-기계 상호작용(Brain Machine Interface) 기술이다. 가장 빠른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듀크대학은 2003년에 원숭이의 운동 중추기관에 칩을 이식하고 원숭이가 생각하는 대로 950㎞ 거리의 로봇 팔을 움직이게 하는데 성공했다. 뇌의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무선으로 원격 조정한 것이다. 2005년에 브라운대학은 목 부상으로 팔다리를 쓸 수 없는 사람의 두뇌에 칩을 이식해 생각하는 대로 컴퓨터의 화면을 작동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지금은 의자에 앉아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로써 신경마비 남자의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뇌출혈로 쓰러져 전신 마비에 말을 못하는 여성의 두뇌에 칩을 이식해 신문을 검색하며 컴퓨터에 글을 쓰고 손자를 돌보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로써 중풍환자가 팔다리 없이 정상인처럼 생활하기 시작한 것이다. 구글은 무인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는데 2010년에 최첨단 센서와 인공지능을 갖춘 컴퓨터가 마치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앞차와의 거리, 신호등, 규정 속도, 좌회전 우회전 등을 자유자재로 하며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엔젤레스를 잇는 101번 도로에서 1000마일을 달리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로써 팔다리가 없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일터로 출퇴근하는 시대를 연 것이다. 2030년, 2040년에 고령자들이 일터로 복귀한다. 그러나 고령자들은 인지신경과학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어 생산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고령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인간수행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솔루션 기술은 차세대 미래 시장으로 떠 오를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미국이 현재 의료용·수술용·약제조용 로봇 시장을 석권하고 있듯이 이 미래시장을 석권할 것임도 자명하다. 우리나라도 기회는 있다. 즉 뇌파를 감지하는 동양적 신비의 비이식 기술에 집중과 선택을 한다면 미래 시장의 파이를 가져 올 수 있다.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 세상, 생각하는 대로 표현되는 세상, 생각이 에너지인 세상, 뇌와 컴퓨터간의 다운 및 업로드가 가능한 세상, 그런 사이버 불멸의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