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F. Nash

 

(미국 수학자, 경제학자, 컴퓨터과학자, 1928 ~2015)

존 내시는 1928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블루필드에서 태어났다. 카네기 멜론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1950년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게임이론에 대한 논문인 <비협조적 게임 Noncooperative Games> (1950) 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교수로 있으며 <Equilibrium Points in n- Person Games>(1950) 등 다수의 저술이 있다.

비협조적 게임이론에서 평형 분석에 대해 선구적 업적을 이루었다. 그는 구속적 계약이 있는 협조적 게임과 구속적 계약이 없는 비협조적 게임을 구분했고 후에 '내시평형 (Nash Equilibrium)'이라고 불린 비협조적 게임의 평형개념을 개발했다. 1994 년 John C. Harsanyi and Reinhard Selten 와 공동으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했다.

게임이론 (Game Theory) 이란 체스나 포커 등과 같은 게임에서 유래한다. 이러한 게임에서 선수들은 상대선수가 어떤 수를 쓸 것인가에 대해 미리 예측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게임을 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전략적인 상호활동이 경제상황의 많은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늘날 게임이론은 경제 문제들을 분석하는 주도적인 도구가 되었고, 특히 게임 이론의 한 분야로서 구속적인 협력을 배제하는 비협조적 게임이론은 경제연구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이 이론은 평형의 개념을 기본적인 원칙으로 해서 전략적인 상호활동의 결과를 예측한다

term :

John Nash      내시평형 (Nash Equilibrium)    죄수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a)    게임 이론 (Game Theory)     경제학 (Economics)     

site :

Homepage of John F. Nash : Department of Mathematics    Princeton University

John Nash

Wikipedia : John Forbes Nash, Jr

paper :

video :

뷰티풀 마인드 (Beautiful Mind, 2001)  : Naver 영화

존 내쉬가 들려주는 의사결정이론 이야기 1/3 : 자음과 모음, 2013/11/03

 

존 내쉬가 들려주는 의사결정이론 이야기 2/3 : 자음과 모음, 2013/11/03

 

존 내쉬가 들려주는 의사결정이론 이야기 3/3 : 자음과 모음, 2013/11/03

 

협조적인 내시평형 : 김경택 : “상대방이 생각하는 걸 나도 생각한다고 그가 생각하리라는 걸 내가 생각한다면…” 결과는 항상 서로의 행동에 의존적이 된다. 이것은 천재 수학자 존 내시(John Nash)가 21세에 쓴 27쪽짜리 박사학위 논문의 일부이다. 내시가 프린스턴 대학으로 진학할 때 그의 추천서에는 단 한 줄의 문장밖에는 없었다고 한다. 그는 천재입니다(He is a genius). 그러나 그 천재가 명성을 날리기 시작할 무렵 원인불명의 편집증적 정신분열증이 몰아닥친다. 이때 그의 나이 서른이었다. MIT 대학 교수직을 사임한 정신분열증의 내시는 남루한 옷차림으로 프린스턴 대학 구내를 배회하면서 남들은 알 수 없는 낙서를 칠판에 쓰고, 심각한 망상에 사로잡혀 비극적인 광인의 생활을 했다. 30여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내시는 정신의 암에서 약간 회복되었고, 그는 게임이론을 창시한 업적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생애에 단 3편의 논문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수학과 경제학, 정치학, 생물학 등에 내시평형 (Nash Equilibrium) 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경쟁자 대응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면,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평형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 평형이 바로 내시평형인 것이다. 내시평형은 상대방이 현재 전략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 나 자신도 현재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내시평형에 의한 게임이론은 전략적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게임의 상황에서 개인의 전략 또는 행동이 초래하게 될 결과 중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어떠한 전략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전략에는 좋은 전략이 있는 반면 잘못된 전략이 있다. 어떤 선수나 팀이 잘못된 전략을 계속 사용할 경우에는 게임에 지게 된다. 단순한 예로 어느 감귤 농가가 소득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출하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은 매우 잘못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주위의 다른 농가들이 덩달아 출하량을 두 배로 늘리거나 혹은 기존의 소비자들이 감귤을 두 배로 소비하는 대신 다른 대체과일로 소비를 바꿔 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감귤농가의 전략으로는 기대했던 목표를 결코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금년산 감귤가격이 폐원, 간벌, 적과, 휴식년제, 산지폐기 등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정부가 감귤 3만t을 수매하기로 하였다. 감귤가격 하락의 원인은 카바이드에 의한 강제착색, 혼합과, 과잉출하, 부패과, 원산지 허위표시 등으로 인해 제주감귤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유통과정에서 비협조적인 행위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혹자는 경기 침체에 따라 소비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그것은 필자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 고품질의 감귤만 출하시킨다면 현명한 소비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대 이상으로 가격을 지불할 것이며, 또한 소비력도 갖고 있다.
그러면 감귤산업을 살리기 위한 전략은 없겠는가? 내시는 협조적인 내시평형을 그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함께 살기’ 전략이다. 만약 생산농가들이 서로 비협조적이면 많은 손실을 보게 된다. 반면에 서로 협조한다면 더 많은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앞으로 남은 출하기간 중에 협조적인 내시평형을 실현하여 감귤농가들이 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뷰티플 마인드 : 송영준 : 이 영화는 비운의 천재 수학자 존 F. 내쉬(John Forbes Nash)의 일생을 그린 영화다. 젊은 시절 천재 수학자로 이름을 날리던 내쉬는 서른 살 무렵 '정신의 암'이라고 불리는 정신분열증에 걸려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고 만다. 그 뒤 '프린스턴의 유령'으로 불리며 폐인과 같은 삶을 보내다가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 덕분에 여러 가지 망상으로부터 차츰 벗어나기 시작하여 1994년에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재기한다. 그가 21살 때 발표했던 '내쉬의 평형이론(Nash's Equilibrium Theory)' 때문이다. 본인의 강인한 의지,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이 한데 아우러진 감동적인 스토리와 미스테리 스릴러처럼 구성한 충격적인 반전이 인상적인 영화다.

내가 이 영화에 특별한 흥미를 느낀 것은 물론 이 영화가 수학자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훨씬 더 유치한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내가 내쉬의 부인(앨리샤)으로 나오는 제니퍼 코넬리의 미적분학 선생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때 제니퍼 코넬리는 예일대학교 1학년이었고 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었다. 다음에 자기가 유명해지더라도 나를 꼭 기억해 주겠다고 한 말을 그대로 믿을 만큼 바보는 아니지만 그래도 열 여덟 살 무렵 그렇게 예쁘던 그녀가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내쉬를 연기한 러셀 크로우 때문에 이 영화를 본다고 했다.)

영화는 1947년 가을 프린스턴 대학교를 무대로 시작한다. 프린스턴은 수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수학의 메카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그건 프린스턴 수학과와 함께 인근에 있는 고등연구소(Institute for Advanced Study)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존 폰 노이만, 허만 바일 같은 위대한 수학자들이 프린스턴대 수학과를 거쳐 고등연구소에 자리를 잡았으며,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쿠르트 괴델 역시 고등연구소의 교수였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여 20세기 수학계의 마지막 스타가 되었던 앤드류 와일즈도 바로 프린스턴 대학교 수학과에 있다.

이렇게 천재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인간들이 모여 있는 프린스턴 수학과 대학원에 웨스트 버지니아 출신의 촌놈이 하나 들어온다. 그가 바로 존 내쉬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경쟁심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지나친 내쉬는 그와 함께 카네기 특별장학생으로 입학한 마틴 핸슨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핸슨의 논문은 계산 실수 투성이이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하나도 없다고 혹평한다. 한마디로 인간이 덜 된 '싸이코'이다.

내쉬와는 달리 훨씬 더 도회적이고 세련된 풍모를 지닌 핸슨은 내쉬의 천재성을 인정하지만 바둑 시합에서는 내쉬에게 결정타를 날린다. 내쉬는 자기의 전략은 완벽했는데 핸슨이 이긴 것은 엉터리라며 바둑판을 뒤집어엎고 도망간다. (이것으로 핸슨은 내쉬가 극복해야 하는 '숙명의 라이벌'이 되었다.) 이렇게 스스로 '왕따'가 된 내쉬에게도 친구가 있다. 찰스 허만이라는 룸메이트다. 그들은 술 한 병을 나눠 마시며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된다. (그런데 이게 나중에 알고 보면......)

어느 날 아무 결과도 없는 내쉬에게 좋은 추천서를 써줄 수는 없다는 교수를 따라 교수 식당까지 쫓아 들어간 내쉬는 끝없이 절망한다.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원로 교수에게 다른 동료 교수들이 만년필을 선사함으로써 존경과 예의를 표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언제나 남의 연구 성과는 철저하게 무시하며 큰소리를 뻥뻥 쳐대는 내쉬도 이것 하나는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자신의 연구 성과는 '제로'라는 것을. 그러나 그런 만큼 자기도 뭔가 굉장한 업적을 이루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유치한 공명심만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어느 날 바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내쉬를 보며 친구들이 내기를 건다. 저기 저 금발 여인을 누가 차지할까? 누구부터 시작할까? 설마 그때 따귀 맞은 놈이 가장 유리한 건 아니겠지? 그때 내쉬의 머리에 섬광같은 아이디어가 지나간다.

"만일 우리 모두가 저 금발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한다면 저 여자는 x폼을 잡으며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 "

빙고!! 흥분한 내쉬는 "아담 스미스가 틀렸다!"고 외치며 그 길로 자기 방으로 올라가 그 유명한 '내쉬의 평형이론'을 증명한다. 나도 잘 모르지만 간단하게 설명해 보겠다. 몇 사람이 게임을 하는데 서로가 상대방의 전략을 모두 안다고 하자. 그럼 사람들은 그때 자기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할 것이다. 이걸 계속하다 보면 결국에는 어떤 평형점(equilibrium point)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결과가 항상 모두에게 최선인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 덕분에 모두에게 최선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아담 스미스의 이론에 허점이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두 명의 살인 용의자가 잡혀서 따로따로 심문을 받는다고 하자. 용의자 A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만일 용의자 B가 자백한다면 나는 자백할 수밖에 없다. 괜히 잡아떼다가는 쓸데없이 두들겨 맞고 가중처벌을 받을 것이다. 만일 B가 끝까지 잡아뗀다 해도 나는 자백하는 게 낫다. 그러면 뻔뻔스러운 B에 비해 정직한 나는 정상이 참작되어 매우 관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B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데 있다. 이렇게 따로따로 잔머리를 굴리다보면 결국에는 둘 다 잡혀 들어가고 만다는 것이다.

내쉬는 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꿈에도 그리던(!) 윌러 연구소에 취직을 하는 동시에 MIT 교수 자리도 얻는다. 드디어 라이벌 핸슨에게 한 방을 날린 것이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이때까지도 제니퍼 코넬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5년 뒤 내쉬는 워싱턴에 있는 펜타곤에 날아가 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던 소련의 암호를 훌륭하게 풀어낸다. 그때 처음으로 '빅 브라더' 윌리엄 파쳐의 모습을 본다. 온갖 폼을 잡으며 MIT로 돌아온 내쉬는 "포츈지"의 표지에 자기 혼자 사진이 실려야 하는데 다른 네 명의 사진이 같이 실렸다고 불평한다. "놈들이 내게서 필즈 메달도 빼앗아가더니......"

제니퍼 코넬리가 등장하는 것은 바로 그 다음이다. 내쉬가 가르치는 다변수 해석학 강의를 듣는 앨리샤가 바로 그녀다. 그럴 즈음 '빅 브라더'가 내쉬를 찾아와 비밀 업무를 맡긴다. 신문과 잡지의 기사에 숨어 있는 암호를 해독하여 국방부가 지정한 비밀 우체통에 넣어달라는 것이다. 이때부터 내쉬는 심한 정신적 중압감에 시달린다. 비밀업무 때문에 끊임없이 감시를 당하는 한편 '임무가 임무인 만큼' 생명의 위협에 직면하는 것이다. 다행히 프린스턴 시절의 룸메이트 찰스 허만이 그의 어린 조카 마시와 함께 나타나 그의 마음에 위로가 된다.

그런 와중에도 앨리샤와의 사랑은 '두 싸이코의 만남'처럼 무르익는다. 프로포즈하는 순간에도 증명이 필요하다고 머뭇거리는 내쉬를 앨리샤는 한 마디로 KO시킨다.

"우주가 무한하다는 것은 어떻게 믿지? 사랑도 마찬가지야."

앨리샤와 결혼한 내쉬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필사적으로 비밀을 유지한다. '빅 브라더'에게 이 일을 그만두게 해달라고 애원도 해보지만 그는 "네가 나를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도 널 위해 일을 하지 않겠다."고 위협하며 돌아간다. 상황이 이렇게 무시무시하다보니 나도 다른 관객들도 이제나저제나 그가 미칠 때만을 기다리는 꼴이 됐다.

파국이 온 것은 하바드 대학에서 열린 미국 수학회 학술회의에서였다. 그때 내쉬는 '리만의 가설'에 대해 초청 강연을 하게 되어 있었다. '리만의 가설'이란 리만 제타 함수의 값을 0으로 만드는 복소수들의 실수 부분이 모두 1/2 라는 것이다. 이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필적하는 수학사적으로 매우 유명한 문제이다. 따라서 그걸 풀겠다고 하는 사람은 천재거나 아니면 미친놈이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게 수학자들 사이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강연 도중 내쉬는 '빅 브라더'의 검은 모자를 본다. 그때 우리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다. 손자 병법에도 나와 있다. 36계 줄행랑. 내쉬는 강의 도중에 옆문으로 빠져 나와 마구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나리오에 있는 대로 결국에는 붙잡힌다. 나는 "드디어 내쉬가 미치는구나."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순간 '빅 브라더'가 정신과 의사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내쉬가 비밀 업무를 수행하다가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미 미쳐버린 채 환각 상태에서 자기가 뭔가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마저 (그리고 관객들마저) 완전히 속여버린 것이다. '빅 브라더'도 룸메이트도 그 조카도 모두 다 환각이었다. 그가 국방부가 지정한 비밀우체통에 집어넣었던 암호해독서류들은 뜯지도 않은 채로 앨리샤가 찾아 가지고 나타난다. 아아, 김새라. '극적인 반전'이라고 하지만 이건 정말 황당무계한 반전이었다.

이때부터 내쉬는 정신병원에 갇혀 치료를 받는다. 침대에 꽁꽁 묶인 채 약물 치료의 후유증으로 온 몸을 뒤트는 내쉬를 앨리샤는 차마 끝까지 지켜보질 못한다. 그의, 그리고 그녀의 고통이 보는 사람에게까지 그대로 전해진다.

1년 뒤 내쉬는 프린스턴으로 돌아온다. 그곳에 있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사의 조언 때문이었다. 거기서 내쉬는 때가 되면 앨리샤가 보약처럼 챙겨주는 알약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텨 간다. 이미 '천재' 내쉬의 면모는 간 곳이 없고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벌레 같은 인생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에게 내쉬는 자기의 연구를 보여 준다.

"내가 '리만의 가설'을 보기 좋게 증명하면 사람들이 졸도하겠지? 그럼 나를 다시 복직시켜 줄 거야. 그런데 약 때문에 집중이 잘 안돼."

그가 리만의 가설에 대한 연구랍시고 내놓은 결과는 아무 의미 없는 낙서일 뿐이었다. 친구는 "너무 서두르지마. 수학 연구 말고 다른 일도 있잖아?" 하며 내쉬를 위로한다. 그때 눈물이 비칠 듯 말 듯 하며 "그게 뭔데?"하고 되묻는 러셀 크로우의 멍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겨울 연가' 따위는 저리 가라 할만큼 가슴 아픈 모습이었다.

어느 날 밤 앨리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절망한 내쉬는 (약물 치료 때문에) 잃어버린 천재성과 자기 인생의 의미를 되찾으려고 발버둥친다. 앨리샤가 챙겨주는 알약들은 몰래몰래 내쉬의 책상 서랍에 쌓여 간다. 그때 '빅 브라더'가 다시 찾아온다. 내쉬는 잠시 저항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쉬며 '빅 브라더'가 자기 집 근처 숲 속에 마련해 준 비밀 연구소에서 다시 암호 해독에 몰두한다. 이때쯤이면 관객들도 한 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는다. "거봐라, 약을 빼돌리더니 결국 그렇게 되잖아."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던 어느 날 앨리샤는 어디선가 크게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를 따라 갔다가 내쉬의 '비밀 연구소'를 발견하고 소스라치듯 놀라고 만다. 그곳은 찢어진 잡지와 신문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환각과 망상의 절정에 다다른 내쉬에게 '빅 브라더'는 가족들을 해치우라고 재촉한다. 앨리샤는 아이를 들쳐 안고 도망가려고 한다. 그때 내쉬가 빗물을 흠뻑 뒤집어 쓴 채 차를 가로막는다. 아이고, 저게 미치더니 이젠 애까지 해치려나보다 하는데 내쉬가 소리친다.

"마시는 나이를 먹지 않아!"

스스로도 그 모든 것들이 망상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긴급 출동한 의사는 당연히 입원 치료를 강권한다. 정신분열증 같은 퇴행성 질환은 계속 증상이 악화될 뿐이므로 약물 치료를 중단하는 순간 커다란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쉬는 바로 그 점이 문제라며 단호하게 입원을 거부한다. 의사가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내쉬가 앨리샤에게 말한다.

"의사가 한 가지는 옳아. 당신은 여기 있으면 안 돼. 나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당신을 해칠 수도 있어."

곧 이어 차가 출발하는 소리가 들리고 내쉬는 결국 혼자 남게 된다. 이렇게 생각해야 제대로 된 관객이다. 그러나 이건 영화 아닌가. 앨리샤는 결국 "가시는 듯 도셔 오시게" 되어 있다. 이건 '청산별곡'부터 면면히 이어오는 모든 사랑 이야기의 공식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잠깐 관객들을 숨죽이게 한 후 앨리샤가 나타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이어진다.

앨리샤: (내쉬의 얼굴을 만지며) 이게...... (이번에는 자기의 뺨에 내쉬의 손을 갖다대며) 이게...... (그리고는 내쉬의 손을 자기 가슴에 대고 꼭 잡으며) 이게 진짜에요...... 당신이 풀어야할 문제의 해답은 (내쉬의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 (내쉬의 가슴을 만지며) 여기에 있을지도 몰라요. (진지하고 뜨거운 눈빛으로) 나는 뭔가 기적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어야 해요 (I need to believe something extraordinary is possible).

앨리샤와 함께 있게 된 내쉬는 용기를 내어 프린스턴 수학과를 찾아간다. 그곳에는 숙명의 라이벌 핸슨이 학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핸슨은 친구의 진한 우정으로 이미 돌아버린 내쉬가 프린스턴 수학과를 들락거릴 수 있게 해 준다. 이렇게 해서 내쉬는 '프린스턴의 유령'이 되었다. 그 기간이 지금까지 무려 40년이 넘는다.

1978년부터 내쉬는 조금씩,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가 표현한대로 모든 환각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어떻게 그것들과 같이 살아가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 1994년 3월 토마스 킹이라는 사람이 찾아 와 그가 노벨 경제학상 후보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알려 준다. 그는 사실 내쉬가 제 정신인지 아닌지를 점검하러 온 사람이었다. 내쉬는 "나는 아직도 미쳐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그 '시험'을 통과한다. (세상에 술 취한 놈이 자기가 취했다고 하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그때 프린스턴 교수 식당에 있던 동료 교수들이 하나 둘 씩 다가 와 그에게 만년필을 선사한다. 그의 필생의 업적에 대한 존경과 예의의 표시로서.

영화는 노벨상 시상식장에서 내쉬가 앨리샤를 향해 "당신이 내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아무리 분장이지만 할머니가 다 된 제니퍼 코넬리의 모습은 눈물겨웠다.) 자, 그러면 도대체 누구의 마음이 아름답다는 걸까? 아마 '앨리샤의 마음'이라고 해야 정답일 것이다. 그런데 이미 폐인이 된 내쉬를 흔쾌히 받아주고 여러 가지 도움을 준 핸슨의 마음도 참 아름다운 것 같다. 그러나 (비록 환각이긴 하지만) 슬피 울며 떠나가는 마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내쉬의 어린애 같은 마음도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 마음(A Beautiful Mind)'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