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
( Event-Related Potential )
내과 의사들은 뱃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내기 위하여 청진기를 이용한다. 우리도 우리 머리에 청진기를 대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뇌란 빈 공간 없이 곽 차있는 부분이니 우리 귀로 들을 수 있는 움직임에서 오는 '소리' 가 들릴 리 없다. 그럼 어떻게 할까? 뇌속에는 소리 대신 '전기' 가 있다. 그것도 아주 작은 전기활동이 세포사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전기 소리' 를 들을 수는 없을까? 있다. 큰 소리, 작은 소리, 높은 소리, 낮은 소리... 들의 전기 합창을 들을 수 있다. 청진기 대신 작은 전기감지기를 머리에 대고 있으면 된다. 그것도 머리에 딱 붙여야지 들을 수 있게 된다. 이 전기 감지기를 통해 들리는 뇌의 전기 합창을 뇌파 (Brain Wave) 라고 한다.
뇌속의 세포들이 동시에 목소리를 내면, 즉 각자 와글 와글 떠들면서 나는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해 보라. 소리 대신 우리는 그 전기 감지기에서 잡히는 것을 시각적으로 파형으로 그리면 된다. 전축에 쓰는 것 같은 앰프에다 연결하면 정말 소리로 만들어 들을 수도 있다. 그런데 뇌의 어디서 이 '전기소리' 가 나오는 것일까를 제대로 추측할려면 전기감지기에 해당하는 전극 (electrode) 을 머리 여기 저기 꼽는 것이 필요하다. 아니 아주 빽빽하게 꼽을수록 더 좋다. 물론 위치 추적을 위해서 복잡한 수학식을 적용한다. 단 이를 뇌파를 소리로 듣지 않는 것은 너무 여러 군데 마이크를 대고 있으면 어차피 그 소리를 듣는게 별로 의미가 없으므로, 세포들의 와글 와글 전기 합창을 대신 눈으로 보는 것은 유용하다. 즉 전극의 수가 많으면 그 만큼 그 전기파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를 추축하는 것이 더 정확해 진다.
현재는 200 여개가 넘는 전극으로 이루어진 수영모자 같은 것을 쓰고 연구하기도 한다. 전기신호가 머리카락을 지나 잘 잡히도록, 즉 이 전극이 두피에 딱 붙어 전기 신호를 잘 듣도록 하기 위해 머리에 바르는 젤처럼 생긴 것을 전기 접합부 마다 잘 발라 두면 참 훌륭한 합창을 들을 수 있다. 머리 뒤가 먼저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가, 아니면 머리 앞쪽에서 먼저 합창이 시작하는지. 그 복잡한 전기파들을 보고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연구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 합창의 의미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뇌로 하여금 무엇인가 일을 하게 하면서 측정한다. 예를 들어 정확한 시점에 반복해서 특정 자극을 제시하면서 뇌파를 잰다면 그 자극을 처리하기 위해서 뇌의 어느 부위에서 언제쯤 가장 큰 전기 신호가 나오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을 보고 사건 유발 전위 (event-evoked potential, ERP) 이라고 한다. 전위란 진폭의 크기를 전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PET 이나 fMRI 와 달리 ERP 는 환자나 피험자를 눕혀 놓고 측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서 헤드폰으로 소리를 듣거나 눈앞의 컴퓨터 화면에 나오는 단어나 그림을 보는 순간에 일어나는 뇌파의 변화를 측정하게 되면 여러 가지 두뇌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게 된다 ...... (ERP/MEG - 두뇌 속의 전기 합창을 듣는다 : 강은주, 서울대 의과대학 핵의학과 Cognitive NeuroImaging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