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활동의 비밀 탐구하기

 

2003 한국심리학회 심포지움 :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 : 강은주, 서울대 의과대학 핵의학과 Cognitive NeuroImaging lab, Page 189~217

 

1. 두뇌가 손상된 환자가 제시하는 귀한 단서들

2. 실험실에서 동물과 함께

3. 두뇌, 그 활동의 비밀을 이해하기 위해

     A. ERP/MEG - 두뇌 속의 전기 합창을 듣는다.

     B. 두뇌의 활동을 영상 지도화 한다.

          i. 혈류에 꼬리표를 붙인다 (water PET, H215O PET)

          ii. 두뇌는 당분 공급, 소비자 현황을 파악한다 (FDG-PET)

          iii. 산소의 과잉공급을 추적하라 (fMRI).

          iv. 화학물질의 지도를 형성하라 (receptor PET).

          v. 연결망을 찾아라. (connectivity 분석)

4. 아는 것이 힘이다.

     A. 두뇌를 이해하는 것이 인간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B. 두뇌가 아픈 사람, 도와 줄 수 있는가?

 

인간의 두뇌란 비밀 상자와 같은 것이다. 그 비밀 상자속에서 일어나는 신비를 풀기위해서 우리는 다시 우리의 지능, 즉 과학적으로 도구를 사용하고, 논리적으로 그 결과를 풀어나가는 힘을 활용한다. 역시 우리의 두뇌의 가장 강력한 힘에 의존하는 것이다. 두뇌를 탐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두뇌의 질병이나 손상을 입은 환자를 통해서, 실험실 동물을 관찰함으로써 이 비밀을 추측하는 방법에서부터 인간 두뇌의 생리적 상태를 사진 찍듯이 알아내는 방법까지가 있다. 두뇌가 기능/활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는 동이원소를 이용하여 혈류의 분포나 신경전달 물질의 분포를 관찰하거나, 자기장을 이용하여 두뇌의 산소 공급 분포를 보거나, 두뇌의 에너지 공급 분포를 지도로 파악하여 어디서 두뇌가 언제 가장 바쁘게 일하는 가를 사진으로 X-RAY 찍듯이 촬영하여 두뇌 지도위에 표시하는 방법 등이 있다. 또는 두피에서부터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전기 대화를 엿듣기도 하고, 두피근처의 자기장이 변하는 것을 측정해서 뇌 속에서 일어나는 전기 신호의 출처를 파악하기도 한다. 이런 두뇌 활성화 지도나 뇌파 측정을 잘 해석하면 우리는 두뇌의 어느 부위가 무엇을 경험할 때 가장 바쁘게 활동하는지, 다른 두뇌 부위와 어떤 연결을 가지고 어떻게 정보를 교환을 하는지 그 기능을 염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약한 자기장 충격을 머리에 가해서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전기 활동을 일시적으로 교란 시키면 우리의 의식, 지각, 주의 등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확인해 볼 수가 있다.

이렇게 다양한 연구 기법의 발전으로 인간 두뇌의 정보가 축적될 때, 두뇌 활동 양식에 대한 신비가 서서히 풀려가게 된다. 이제는 이런 과학적 발견에 힘입어 보편적인 인간의 특성을 좀더 깊게 이해하며, 질병이나, 나이, 개인 차이에 따라 정상적 두뇌 활동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확인하고, 병든 두뇌, 병든 마음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치유할 수 있겠는가 알아내려고 노력하며,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의 두뇌를 어떻게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활동하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두뇌는 오래 전부터도 인간에게는 신비하고 궁금한 신체 기관이었다. 어느 나라나 옛날 갑옷을 보면 거기에는 언제나 투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알고 실천에 옮겼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부터 두뇌의 어떤 부위가 우리 정신 기능의 어느 측면과 관련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이제야 조금씩 그 수수께끼를 풀어가고 있다. 사실 두뇌의 신비를 이해하는 것도 바로 두뇌의 능력이다. 인류 역사의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제야 우리 목위에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 이 신비한 조직을 알아가기 시작할 능력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하루 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바로 머리 속의 두뇌를 알아낼 수 있는 온갖 과학적 도구가 개발된 다음에야 빠른 속도로 그 역할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장에서는 20 세기에 이르러 이제야 가능해진 두뇌 탐구의 도구들과 그 도구들을 사용하는 논리들을 알아 보도록 하겠다.

1. 두뇌가 손상된 환자가 제시하는 귀한 단서들

물론 이 세련된 도구들이 20 세기 말에 하나 둘 마련되기 전에도 우리는 인간의 두뇌의 어떤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서도 엄청난 양을 알고 있었다. 딴딴한 뼈 속에 들어 있는 이 순두부 같은 조직 (뇌) 에 유감스럽게도 상처가 난 불행한 환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전쟁으로 그럴 수도 있고, 불의의 사고일 수도 있고, 두뇌 안의 혈관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이런 환자들을 주의깊은 과학적 사고력을 가지고 옆에서 지켜보고 치료하던 임상의사, 의과학자들에 의해 인간의 지식이 크게 진보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지성, 감성, 의식과 관련된 부분을 이해하는 데는 바로 두뇌 손상환자의 손상 부위와 그 환자의 행동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자 그들의 공로가 크다. 그리고 인간의 지성, 감성, 의식을 과학적 연구 대상으로 삼고, 행동을 통해 이를 제대로 기술, 측정, 평가하게 되기까지는 150 여년 전에 탄생한 심리학의 발전이 또한 큰 몫을 하였다.

21 세기가 된다 해도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두뇌 손상인지도 모른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탈 때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때도 헬맷으로 가장 확실하게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 머리이다. 지금도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언어병리학과의 의료진과 신경심리학자들은 두뇌가 손상된 환자를 도와주고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간의 개인 특성이 다양한 만큼, 두뇌 손상의 특성도 다양하고, 손상 부위도 개인 마다 다르고, 개인 두뇌의 미묘한 차이가 있고 그래서 손상된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잘 평가, 관찰하여야만 우리는 비로소 아주 귀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다. 즉, 한명 한명의 두뇌 손상 환자는 한명 한명이 인간 두뇌의 신비를 풀어갈 과학 세계에 그 환자만의 단서를 제공하게 된다. 더욱 이 단서가 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환자들이 두뇌 손상이라는 막대한 불행을 통해서 우리에게 그 단서를 넘겨 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두뇌의 어느 부위가 손상되면 말하기 능력이, 또는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 장애를 보이기 시작하는 지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부로카 실어증 (Broca's Aphasia) 이니 베르니케 실어증 (Wernicke's Aphasia) 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런 환자들을 관찰하게 된 의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이 의사들의 이름을 각각 따서 중세 이름이 되었다. Luria 라는 유명한 러시아의 임상의사는 이런 점에도 아주 훌륭한 의과학자다. 그는 여러 가지 귀한 환자 사례를 통해 두뇌의 현상에 대해 훌륭한 보고를 남겼다. 예를 들어 그의 다수의 저서중의 하나를 보면 1 차 세계 대전에서 머리를 다친 환자의 사례를 만날 수 있는데, 이 불행한 상이군인 환자의 경우는 눈이 제대로 보여도 볼 수 없는, 본 것을 모리 속에 하나로 묶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을 우리에게 알려주게 된다. 즉 본다는 것은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으로 그것을 통합할 수 있을 때 비로서 본 것을 알게 되는데 머리를 다치면 그 당연한 능력이 사라질 수 있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들어보지도 못한 당혹스러운 경험과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음을 알려 주게 되었다. 이 환자가 엄청난 정신력으로 써 내려간 글을 보면 (사실 이 환자는 글을 쓰려고 마음먹으면 글씨를 생각해 낼 수도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랜 노력 끝에 글을 쓰려고 마음먹지 않고 그냥 쓰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상황에 대한 생생한 글, 심지어는 그의 눈엔 세상이 어떻게 파편으로 보이는지에 대한 스케치도 남긴 바 있다. 눈물겨운 책이다.) 이 상이군인은 자기의 여동생이나 어머니가 장작을 패는 것을 도와주고 싶어도, 자기가 장작을 패면 어찌 된 일인지 아무리 힘이 있어도 장작과 도끼가 따로 놀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열차에서 내려 자기 동네 어귀에서 집까지 찾아가기는 또 얼마나 어려웠는지 상상해 보라. 눈에는 보이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는 느낌. 더 어려운 것은 이 어려움이 이 본인에게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는데 있다. 가족에게 설명해서 이해시킬 수도 없고, 이와 같은 많은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본다는 것이 한 단계가 아니라 시각피질이 보고 나서 두뇌의 여러 부위가 해석하고 그 정보를 통합하는 몇 차례의 단계를 거쳐야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래야만 일관되고 의미있는 시각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알게 되기까지 이런 환자 연주만 있었던 게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개인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하긴 하지만 그래도 공통되는 현상이 보고 되면서 과학자들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밖에 미국의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 박사의 다수의 저서를 통해서 환자에 대한 다양하고 생생하고 문학적인 진술을 만날 수 있다).

해마와 그 주변 조직이 우리가 매일 매일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 지는 1950 년대 들어와서 연구자들 사이에서 H.M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한 사나이의 불행한 의료사고로 알기 시작했다. 이 환자는  원래 수술로서만 치료되는 심한 간질 증세 (심할 경우는 발작이 심해서 목숨이 위험하기 때문에 절제 수술을 받게 된다.) 를 치료하려는 목적으로 캐나다의 우수한 신경외과 의사 팀의 집도로 좌우 측두엽에 있는 병든 두뇌 조직, 즉 간질 발작의 진원지를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거기 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그 수술 후에 이 환자가 좀 이상하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좀 이상한 게 아니라 많이 이상하다. 여전히 붙임성 있고 유창하게 말할 수도 있고, 어디 나무랄 데 없는 이 청년이 수술 후에 자신을 맡게 된 담당 의사나 간호원을 볼 때 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처럼 정중히 인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루에도 몇 번씩. 나중에 보니 수술 이후의 시점으로는 새로운 경험을 하나도 장기 기억으로 남길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수술 후에 만난 새로운 사람은 늘 낯설고 새로운 사람이고 새로운 이야기는 평생 새로운 이야기가 되었다. 예를 들어 새로 이사 간 집은 절대 기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아주 가까운 친척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에 매번 처음 접한 것처럼 운다는 것이다. 온 세계의 과학자들이 이 현상에 경악하였다. 도대체 수술 중에 어디가 잘려져 나갔기에 그런 일이! 불행중 다행인 것은 의사들은 H.M. 의 어디를 수술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 해마라는 측두엽 밑의 구조물인데 -- 다음부터는 환자의 상태가 아무리 위독하다 해도 두뇌의 좌우 양쪽 모두에서 해마와 그 주변 조직을 절단하는 수술을 행하지 않게 되었다.

아마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해마' 라는 구조물에 대해서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50 년 전에는 이 이상하게 생긴 조직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이제는 두뇌에서 정말 유명한 곳이 되었다. '해마가 기억과 무척 중요한 상관이 있다' 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인데 H.M. 이란 불행한 환자가 50 여 년 전에 우리에게 준 귀한 단서이다. 그 이후 수많은 연구가 오늘날 진행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의료 기기를 통해, 두뇌의 어느 부위가 손상되었는지를 정확히 알아낸다 해도,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이 한명 한명 환자가 제공하는 두뇌의 신비의 단서를 잘 해독할 수 있게 훈련된 의사, 과학자, 심리학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 단서를 잘 해독해야만 두뇌 손상환자가 제공하는 귀한 단서를 인류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두뇌 이해의 열쇠로 승화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2. 실험실에서 동물과 함께

불행한 두뇌 손상환자를 마냥 기다려야 우리가 두뇌의 신비를 푸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불행한 두뇌 손상환자를 도와주려면 과학자들이 먼저 두뇌를 알아내야 한다. 어쩌겠는가. 차선책은 실험동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실험실에서 태어나고 실험실에서 먹고 자라고 그리고 실험에 사용되는 쥐, 고양이, 개, 원숭이 같은 실험동물들 덕에 우리는 어마 어마한 양의 두뇌에 대한 지식을 알게 되었다. 포유류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바다 달팽이, 바퀴벌레, 뱀장어... 신경계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지구상의 동물은 다 연구되고 조사된다. 이런 동물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실험실에서 정교하고 잘 통제된 실험을 통해 정확한 위치에 의도적으로 뇌 손상을 만들거나, 또는 작은 장치를 이식하여 뇌 속에서 일어나는 전기 활동을 측정하거나, 특별한 약물을 두뇌에 주입하거나 등등해서 얻는 지식은 두뇌 손상 환자가 주는 단서와는 비교될 수 없는 정교한 정보이다. 수십 마리의 동물들에게 반복실험해서 그것이 한 개인의 두뇌가 특이해서 생긴 현상이 아니라 모든 두뇌에게 보편적인 진리라는 것도 밝힐 수 있다. 나이차이, 지능차이, 성장배경의 차이, 인종 차이, 인생 경험의 차이, 교육 수준의 차이, 사회 경제적 차이... 뭐 그런 것은 다 잊어도 된다. 실험실에서 대대로 똑같이 자란 동물이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의 많은 신경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이 실험동물들과 밤낮을 지새우며 두뇌의 신비를 밝히려고 연구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신경세포들이 어떤 형태의 전기 신호로 서로 연락을 하는지, 두뇌 속에 돌아다니는 신경전달이라는 화학물질과 호르몬이 어떻게 서로 작용해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왜 두뇌 세포는 때가 되면 스스로 죽기 시작하는지, 세포와 세포간에는 어떤 일이 있고, 세포 안의 유전자는 새로운 경험을 어떻게 저장하고 표현하는지, 이 모든 신비를 밝히려고 애를 쓰고 있다.

혹자는 동물을 연구해서 어떻게 인간을 도울 수 있는가 의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이는 진화의 법칙을 모르는 소리이다. 진화는 단순한 데서 복잡한 데로 간다. 즉 복잡한 것, 나중에 나온 것들은 단순한 것, 처음에 나온 것 위에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방식을 취한다. 즉 우리 머리 속의 현상 중의 많은 현상은 쥐나 고양이도 가지고 있는 장치로 인한 것이다. 우리 두뇌는 8 byte 짜리 기제를 펜티움 급에서도 버리지 않고 다 이용하는 원리를 그대로 쓰고 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이후 version 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하등 동물을 이용해서 얼마든지 연구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H.M 사건이 전 세계의 과학자를 경악시켰을 때 (본 저자는 대학교 1 학년 때 심리학 개론에서 이것을 배웠는데 그때 등골이 오싹했던 경험을 지금도 기억한다. 와! 기억이 그렇게 중요한 거란 말이지? 두뇌의 어느 곳이 그렇게 중요하단 말이지? 하고 말이다.) 동물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들, 생물 심리학자들은 당장 쥐에게 달려들었다. 이미 쥐를 어떻게 학습시키는지, 어떻게 학습한 기억을 검사하는지 다 알고 있던 과학자들이 쥐의 해마를 어떻게 했겠는가. H.M 에세 했다는 수술을 그대로 실행하고 새로운 것을 훈련시켜 본 것이다. 정말 전혀 새로운 것을 못 배우는지. 이것이 동물 실험의 백미이다. 의학계에 제 2 의 H.M 이 다시 보고 되기를 기다려야만 해마가 기억에 중요하다는 과학적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H.M 흰쥐를 만들면 된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해마만 손상시키고 다른 데는 전혀 손상시키지도 않고, 거기에다 동물 H.M 들은 그 이전부터 간질을 앓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건강한 두뇌에 해마만 손상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떤 일이 있었는가? 문제가 단순하지 않았다. 해마가 손상된 실험실 쥐들은 어떤 공부는 멀쩡하게 잘하고 어떤 것은 못하는 것이었다.

과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해 졌다. 이 잘하는 기억과 못하는 기억의 차이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무엇이 해마를 필요로 하고 왜 어떤 기억은 해마 없이도 잘 형성되는가? 그리고 의심이 들었다. 왜 H.M 은 그렇게 새로운 것을 못 배웠을까, 정말 아무것도 못 배운 것일까? 아니면 배운 것도 있었는데 인간을 검사하던 보통 방법으로 발견하지 못한 것일까? 쥐는 언어로 검사하지 않으니까 그럭저럭 잘 하는데, H.M 은 말로 검사하니까 기억의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은 아닐까? 사람의 해마와 동물의 해마는 그 역할이 다른가?

결국 과학자들은 동물 연구와 환자 연구를 오락가락 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기억이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해마와 그 동지들을 필요로 하는 기억이 있고, 해마 동네를 거치지 않고도 생기는 기억이 있다는 것을. 그 뿐이 아니라 아무것도 새로운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줄 알았던 H.M 조차도 잘 보니까 기억의 흔적이 있는 것이다. 물론 본인은 의식을 못하지만, 즉 여러번 본 단어는 왠지 좀 더 친숙하게 느껴져서 좀 더 좋아하는 단어라고 말한다든지... 자꾸 자꾸 훈련하면 동작이 정확해 지기는 정상인과 마찬가지라든지 등등. 즉 의식되지 않지만 기억으로 우리에게 남아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억 (선언적 기억) 이 있음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사람의 건강한 두뇌 조직을 통해서는 행할 수 없는 실험들이 실험동물 덕택에 아주 정교하고 정확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새로운 약물이 개발되고 그 효과를 안심하고 사람에게서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다 실험실 동물을 이용한 연구 덕이다. 유전자라든지 더 미시적인 과학적 지식이 발달될수록 동물 연구를 통하여 더 소중한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

3. 두뇌, 그 활동의 비밀을 이해하기 위해

A. ERP/MEG - 두뇌 속의 전기 합창을 듣는다.

내과 의사들은 뱃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내기 위하여 청진기를 이용한다. 우리도 우리 머리에 청진기를 대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뇌란 빈 공간 없이 곽 차있는 부분이니 우리 귀로 들을 수 있는 움직임에서 오는 '소리' 가 들릴 리 없다. 그럼 어떻게 할까? 뇌속에는 소리 대신 '전기' 가 있다. 그것도 아주 작은 전기활동이 세포사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전기 소리' 를 들을 수는 없을까? 있다. 큰 소리, 작은 소리, 높은 소리, 낮은 소리... 들의 전기 합창을 들을 수 있다. 청진기 대신 작은 전기감지기를 머리에 대고 있으면 된다. 그것도 머리에 딱 붙여야지 들을 수 있게 된다. 이 전기 감지기를 통해 들리는 뇌의 전기 합창을 뇌파 (Brain Wave) 라고 한다.

뇌속의 세포들이 동시에 목소리를 내면, 즉 각자 와글 와글 떠들면서 나는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해 보라. 소리 대신 우리는 그 전기 감지기에서 잡히는 것을 시각적으로 파형으로 그리면 된다. 전축에 쓰는 것 같은 앰프에다 연결하면 정말 소리로 만들어 들을 수도 있다. 그런데 뇌의 어디서 이 '전기소리' 가 나오는 것일까를 제대로 추측할려면 전기감지기에 해당하는 전극 (electrode) 을 머리 여기 저기 꼽는 것이 필요하다. 아니 아주 빽빽하게 꼽을수록 더 좋다. 물론 위치 추적을 위해서 복잡한 수학식을 적용한다. 단 이를 뇌파를 소리로 듣지 않는 것은 너무 여러 군데 마이크를 대고 있으면 어차피 그 소리를 듣는게 별로 의미가 없으므로, 세포들의 와글 와글 전기 합창을 대신 눈으로 보는 것은 유용하다. 즉 전극의 수가 많으면 그 만큼 그 전기파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를 추축하는 것이 더 정확해 진다.

현재는 200 여개가 넘는 전극으로 이루어진 수영모자 같은 것을 쓰고 연구하기도 한다. 전기신호가 머리카락을 지나 잘 잡히도록, 즉 이 전극이 두피에 딱 붙어 전기 신호를 잘 듣도록 하기 위해 머리에 바르는 젤처럼 생긴 것을 전기 접합부 마다 잘 발라 두면 참 훌륭한 합창을 들을 수 있다. 머리 뒤가 먼저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가, 아니면 머리 앞쪽에서 먼저 합창이 시작하는지. 그 복잡한 전기파들을 보고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연구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 합창의 의미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뇌로 하여금 무엇인가 일을 하게 하면서 측정한다. 예를 들어 정확한 시점에 반복해서 특정 자극을 제시하면서 뇌파를 잰다면 그 자극을 처리하기 위해서 뇌의 어느 부위에서 언제쯤 가장 큰 전기 신호가 나오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을 보고 사건 유발 전위 (event-evoked potential, ERP) 이라고 한다. 전위란 진폭의 크기를 전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측정방법은 몇 msec 의 차이로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문장의 단어를 하나하나 읽는 도중에 문법에 틀린 단어가 갑자기 튀어 나온다면 과연 그 단어를 보게 되자마자 몇 msec 쯤 어디쯤에 있는 두개골에서 이 틀린 문법에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있다. 문법에는 만지만 문장의 내용 상 말이 안되는 단어가 나타난다면? 이것도 대략 몇 msec 후에 나타나는 지를 찾아낼 수 있다. 물론 문법 틀린 것을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두뇌 부위와는 다른 곳에서 단어의 의미가 말이 안 되는 때마다 반응이 나오는 것을 찾아 낼 수 있다. 뒤에 이야기할 PET 이나 fMRI 와 달리 ERP 는 환자나 피험자를 눕혀 놓고 측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서 헤드폰으로 소리를 듣거나 눈앞의 컴퓨터 화면에 나오는 단어나 그림을 보는 순간에 일어나는 뇌파의 변화를 측정하게 되면 여러 가지 두뇌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게 된다.

요즘 새로 나온 또 다른 방법은 MEG 라는 방법이 있다. MEG 란 Magnetic Encephalography 란 단어의 약자인데 이것은 앞에서 말한 ERP 와 유사한 방식으로 뇌의 활동을 측정한다. 그런데 수영 모자를 쓸 필요가 없다. 헬맷을 쓰면 된다. 아주 비싼 헬멧인데, 사실 헬멧같이 생긴 기계 안에 머리를 넣고 앉아 있는 것이다. 이 헬멧은 두뇌의 전기 합창을 엿듣는 것이 아니라 전기 합창이 유발시키는 자기장의 변화를 헬멧으로 감지하는 것이다. 그 헬멧같이 생긴 기계 안에는 무척 복잡한 튜브가 역시 수십 개 숨겨져 있어서 각각의 튜브는 바로 밑에서 일어나는 자기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탐지한다. 복잡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 튜브들의 신호를 다 종합하면 결국 두뇌에서 무슨 일이 있구나를 예측하게 된다. 자기장의 변화는 두뇌 전기의 변화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MEG 도 수 msec 단위로 두뇌 활동의 변화를 읽어낸다. ERP 보다 훨씬 더 비싼 고가 장비인 이 기계는 그 전기 활동의 진원지가 어디인지를 좀더 확실하게 잡아내는 장점이 있다. 두뇌 심부에서 일어나는 활동에는 좀 그 민감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피질에서 일어나는 신호에 대해서 위치를 찾아내는 효과가 좋다. 예를 들어, 소리를 들으면 정확하게 청각피질의 어디 쯤에서 전기적 변화가 되었기에 헬멧 속에서 자기장의 변화가 민감하게 탐지되었는지를 찾아낼 수 있고, 그러면 역으로 계산해서 정말로 발원지가 청각피질이라는 것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ERP 나 MEG 는 어린아이들에게서도 사용할 수 있고, 앉아서 측정할 수 있으며 (훨씬 자연스러운 자세이지 않은가, 누워서 정신활동을 연구하는 것보다), 무엇보다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의 변화를 몇 msec 단위로 잡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보다 더 느린 활동만을 탐지할 수 있는 기계로는 찾아내지 못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정신활동이나, 자극이 두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수백 msec 사이에 일어나는 빠른 두뇌 활동의 변화들을 연구하기에 유리한 기계이다. 이런 방법들은 어디서 그 전기적 합창이 시작되는지 그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늘 문제이기는, 한데 MEG 는 이 단점도 나름대로 극복하면서 발전하고 있고, ERP 는 전극수를 늘려서 이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B. 두뇌의 활동을 영상 지도화 한다.

우리는 영상으로 현상을 관찰하는 것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 사진으로 얼굴을 찍어보라.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다는 것을 아는데 백마디 말이 필요가 없다. 두 미간 사이가 몇 mm 이고 눈은 몇도 각도로 쳐졌는지 입과 코 사이는 얼마라고, 점은 코에서 얼마 떨어진 곳에 있다고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얼굴이 웃는 모습을 찍어보라. 그러면 가만히 있는 얼굴과 웃는 얼굴의 차이를 또 얼마나 잘 느낄 수 있는가. 우리 뇌도 마찬가지다. 자기의 뇌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으면 사진을 찍으면 된다. 우리의 보통 광학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특별한 기계로 (주로 병원에 있고 한번 찍는데 비싸다. 아무나 찍어주지도 않지만) 누워서 찍는 다는 것이 다르지만, 상상해 보라. 여러분의 머리 속에 있는 것이 어떻게 주름 잡혔는지, 어디 쯤 좀 못생기게 찌그러져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런 주름까지 잘 찍어주는 기계가 있는데 이것이 자기 공명 영상, 즉 MRI (magnetic resonance image) 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주 운이 좋은 시대를 살고 있다. 내 머릿속에 있어서 절대 죽기 전에는 꺼내 놓고 볼 수 없는 (죽은 다음에 나는 볼 수도 없지만) 우리의 내장을 편안하게 앉아서 찍어서 우리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뇌 뿐만이 아니다. 영상의료 기기 발전의 힘이다.

두뇌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이렇게 MRI 로 찍으면 더 할 수 없이 좋다. 일종의 X-Ray 원리로 찍어서 2 차원 영상을 재구성하면 내 두뇌의 단층 사진을 볼 수 있는 CT (computerized tomography) 라는 방법도 마찬가지로 두뇌의 생긴 모습을 보는 방법이다. 그런데 두뇌가 두개골 속에서 어떻게 활동하는 지를 찍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즉 두뇌의 어느 쪽 머리를 여러분이 열심히 쓰고 있는지, 여러분이 무서울 때는 뇌의 어느 부분이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인지, 기억나지 않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쓸 때는 또 어디를 열심히 쓰고 있는지, 또는 써야할 곳을 못 쓰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과학자들도 이런 것이 무척 궁금하다. 두뇌의 '생김' 처럼 두뇌의 '활동' 도 찍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여기서 공상과학과 진짜 과학의 차이가 있다. 공상과학에서는 뇌를 기계에 연결하면 그 사람이 기억 속에 있는 것, 생각하는 것, 꿈도 화면으로 그대로 들여다보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진짜 과학에선 그런 일은 별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과학적으로 생각하건데 두뇌가 활동의 결과로 우리 의식에 떠오른 '사고의 내용' 은 결코 화면으로 재생할 수 있는 단순한 영상으로 재생될 수 있는 방식으로 두뇌에 표현되지 않는다. 그런데 진짜 과학의 세계에선 그 사고의 내용을 생각하는 동안 우리의 뇌가 어느 자리를 열심히 쓰고 있는 지는 읽어 낼 수 있다. 뇌의 A 라는 자리와 B 라는 자리를 열심히 쓰는 중에는 여러 분이 통닭을 생각하는지 햄버거를 상상하는지 구별할 수는 없다. 음식을 생각하는지 애인을 생각하는지는 구별할 수 있을까? 글쎄, 나중에 좀 더 이 분야가 발전하면 그것은 가능할 것이지만 (음식 생각 중에 활성화되는 뇌 부위와 이성 애인에 대한 생각 중에 다르게 흥분되는 제 3 의 영역이 두뇌에서 다르다면 말이다). 즉, 두뇌 활동의 내용에 따라 그 내용이 두뇌에 어떤 활동 형태, 즉 지문 (finger print) 처럼 독특한 것을 남길 것인가 하는 질문에 그 대답이 달려있다. 그 내용마다 다른 지문, 즉 특정 형태의 활동 형태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의 두뇌는 그 제한된 용적의 두뇌 안에서 처리할 내용이 너무 많다.

그럼 실제적으로 과학자들은 무엇을 재는가? 기능을 이해하기 위하여. 과학자는 두뇌 활동이 어디서 일어나는가를 추적하는 방법을 생가해냈다. 활동이 있고 없다는 1 차원 적인 정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두뇌의 어디에서 활동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두뇌 활성화 '지도' 라는 표현이 나온 것이다. 즉 음식을 볼 때 활성화 되는 영역의 '지도' 와 애인을 생각할 때 활성화 되는 '지도' 가 다를 것인가의 문제이다. 좀 더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표현을 쓰자면 내가 글을 읽을 때의 두뇌 '지도' 와 내가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의 두뇌 '지도' 가 다를 까. 대답은 분명히 'Yes' 이다. 내가 글을 읽을 때는 시각 정보 처리를 주로 담당하는 동네와 언어를 담당하는 동네가 분주해 지는데 내가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는 소리를 그것도 복잡한 소리를 처리하는 동네가 분주해 질 것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지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무슨 지도가? 분주한 동네 만을 전체 국토에서 표시해 놓은 지도가 말이다. 전체 국도 지도야 달라질 것이 없다. 즉 두뇌의 구조, 해부학적 특성은 달라질 것이 없어도 두뇌가 바쁘게 활동하는 곳을 표기한 지도는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 바쁜 동네를 표시해 놓은 지도를 우리는 두뇌의 기능 지도 (functonal mapping) 이라고 한다. '바쁜' 즉 활동이 왕성한 영역을 확인함으로서 두뇌가 기능하는 것을 영상화한다는 말이다.

그럼 이제부터 이 두뇌라는 국토 위에서 분주한 동네를 어떻게 알아차려야 분주한 동네에 대한 지도가 나오겠는가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그 정보도 다르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자 하는 정보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어떤 종류의 바쁨을 탐지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두뇌의 어떤 부분이 바쁘면 (뭐 하느라고 바쁜지는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단서를 알아야 두뇌의 바쁜 활동을 '찰칵' 찍을 수 있다. 두뇌의 세포, 특히 신경세포가 바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가를 이용하는 것이 과학자들의 방법이다.

i. 혈류에 꼬리표를 붙인다 (water PET, H215O PET)

두뇌의 세포가 정보 처리를 하느라고 바빠지면 산소와 양분 소비가 순간적으로 급증한다. 이를 충족시키느라고 특정 두뇌 영역에 모세혈관의 혈류가 증가하는 일이 일어난다. 두뇌의 바쁜 동네를 알아낼 수 있는 한 방법이 뇌의 어디로 피가 쏠리는 가를 보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피가 몰려드는 것을 찾아 낼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 몸에 뇌를 많이 써야 할 시간 직전에 특별한 물 (식염수) 을 정맥주사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정맥을 통하여 심장으로 들어간 뇌는 다시 온몸으로 퍼진다. 그런데 뇌는 언제나 혈액의 공급을 몸의 어디 보다도 많이 받기 때문에 이 특수 물이 혈관을 타고 뇌로 들어가는 것은 수초 내의 일이다. 이 특수 물은 무엇인가. 물은 우리가 학교 때 수소 두 분자와 산소 한 분자 (H2O) 로 만들어 진 것이며, 이때 산소의 원자가 라는 것은 16 이라고 배운 것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아주 고도의 기술로 16O 아닌 15O 인 산소로 이루어진 물을 만들면 이는 물과 성격이 똑 같은데 딱 하나만 다른 물이 된다. 일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형태라는 점이 다르다. 즉 16O 이 아닌 15O 으로 물을 만들어 몸속에 넣어주면 물과 똑 같이 피에 섞여 뇌로 가는데, 뇌로 간 15O 은 금방 에너지를 내면서 소멸한다. (이 과정은 좀 복잡한데, 방사선동위 원소 15O 이라는 불안정한 형태가 주변 뇌조직에 풍부한 전자랑 출동할 때 에너지가 나온다. 그리고 자기는 안정된 형태가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때 혈류타고 뇌로 들어간 15O 이 머리에 골고루 퍼지는 것이 아니라 당장 피를 많이 쓰는 곳, 즉 바쁜 동네에 몰리는 경향, 그래서 거기서 에너지를 내 준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바쁜 동네에 몰리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단서' 를 잡는 것이다. 피가 어디에 많이 몰렸는지 '꼬리가 길어서' 잡힌 것이 아니라 15O 원자가 에너지를 남기고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가 포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촬영을 하는 기계는 원통형처럼 생겼고, 그 원통형 안에는 순간적으로 나오는 눈에 안보이는 에너지를 탐지하는 탐지기가 감추어져 있다. 에너지가 나온 방향을 추적하면 어디서 나온지를 추측할 수 있게 된다. 즉 어디에 혈류가 몰려 있었던 지를 추측하는 방법이다.

혈류가 몰리고 그때 몰린 에너지의 위치로 혈류의 꼬리를 잡는 데는 그래도 한 1 분은 찍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기억 과제를 하는 동안에 이런 식으로 찍고 단순 통제 과제를 하는 동안의 혈류 분포를 알아내서 그 차이를 통계적으로 잘 비교해 보면 기억이 필요한 순간에 어디에 피가 더 몰려 있는지를 알아내게 된다. 어차피 쉬지 않고 분주한 뇌를 그래도 덜 바쁠 때 (단순한 과제 할 때) 와 아주 바쁠 때 (기억을 새로 만들 때) 를 각각 찍은 뇌 사진을 잘 비교하면 바쁠 때 어디를 더 썼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때 바쁜 이유가 뭐 이었는가는 연구자가 알고 있으면 된다. 기억을 하느라고? 언어를 듣느라고? 그림을 보느라고? 정서를 느끼느라고? 어디에 혈류가 왜 더 몰렸는가를 잘 연구해 보면 그 혈류가 몰린 자기가 바로 기억에, 언어에, 시각정보 처리에, 정서에 중요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방법이다.

물론 무엇을 제대로 알아 내려면 같은 실험을 반복해야 한다. 같은 조건에서 반복해서 찍고, 또 여러 사람한테서 찍고 그런 결과를 모아서 통계 처리를 해 봐야 과학자들은 결론을 내린다. 뇌의 어디를 어떨 때 많이 쓰는 것 같다. '무슨 무슨 과제를 시켜 보았더니 정상인이라면, (또는 환자들은) 뇌의 어느 어느 부분이 활성화 (바쁘단 이야기) 되는 것 같다' 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꼬리 표를 붙이는 방법 중에서는 그래도 꽤 일찍 약 20 여 년 전부터 나온 방법이다. 그 이후 정말 많은 연구가 이렇게 이루어 졌다. 시각 기능이 어디 있는지 확인했고, 손을 움직일 때 정말로 운동피질로 피가 몰리는 것을 확인했다. 손상 입으면 실어증 걸린다고 알려진 영역에 말을 하는 동안 피가 몰리는 것도 확인하고. 정말 바쁜 20 여 년이었다. 한 100 년 전부터 환자를 통해서 알던 것을, 동물을 통해서 알던 것을 정상인에게서 다 확인해 보느라고 바쁜 세월이었다.

이렇게 이 방법은 두뇌의 기능을 확인하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우선 주사를 맞아야 한다든지, 아주 아주 소량이긴 하지만 그래도 방사선 동위원소를 써야 한다는 것 때문에 어린아이나 임신부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연구방법이지만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두뇌 활동을 '두뇌 국소 혈류 증가' 라는 단순한 생리적으로 지표로 환원 시켜 정신활동을 약 2 분 정도 유지하는 중에 왕성하게 쓰이는 부분을 잘 잡아낼 수 있다. 특별히 신호가 강하거나 약한 곳 없고, 두뇌 골고루 피가 가는 곳이면 다 알아낼 수 있다. 이것을 찍는 기계는 에너지를 탐지하는 기계이기 때문에 별로 시끄러운 소음을 낼 이유도 없고, 기계 주변으로 금속성이 있는 것을 가져가도 큰일 나는 문제도 없다. 앞뒤가 뚫린 원통형 기계 속에 침대가 들어가 있는데 이 원통형 기계의 깊이가 별로 깊지 않아서 그 속에 누워 있을 때 답답함을 느낄 필요도 없다. (여기 열거한 문제는 나중에 설명할 MRI, fMRI 를 찍는 기계의 까다로운 단점이다). 특히 빨리 빨리 변하는 정신활동이 아닌 그래도 1-2 분 지속되는 정신 또는 정서 상태를 유지하면서 찍는 데는 바로 이 혈류에 꼬리표를 붙이는 방법이 좋다. 약간의 단점이라면 뇌의 해부학 사진을 이 기계가 동시에 찍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다른 데서 (MRI 기계같은) 서 그 사진을 찍어 활동, 즉 기능을 찍은 사진과 구조를 찍은 사진을 합성해야 한다는 것 (별로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고 혈류 분포를 에너지 분포로 찍어낸 사진이라 좀 공간 해상도가 나쁘다는 단점이 있다.

ii. 두뇌는 당분 공급, 소비자 현황을 파악한다 (FDG-PET)

위에 소개한 국소 혈류의 증가를 방사선 동이원소를 꼬리표를 붙여 확인하는 방법은 그 방사선 동이원소 (15O) 가 대단히 빨리 사라지는 것이라, 두뇌의 보다 장기적인 상태를 알기는 힘들고, 어떤 단순한 상태와 인지 기능을 쓰는 더 복잡한 상태의 차이를 알아내는 데 주로 쓰인다. 그러기 때문에 여러번 찍어야 하고 꼭 두 개 이상의 상태, 조건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두뇌 상태는 언제 찍어도 별 차이 없이 변하지 않는 그런 지표도 차이가 있다. 당신과 내 두뇌의 차이. 생긴 모양의 차이가 아니라 늘 많이 쓰는 자리와 늘 적게 쓰는 자리가 다를 수가 있지 않겠는가. 당신과 나의 차이가 다 건강한 정상 성인이라서 별로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당신이 80 세의 건강한 노인이라면 가만히 있는 동안 두뇌의 상태를 찍으면 20 대 건강한 젊은이의 뇌와 같을 리가 없다. 5 살 먹은 건강한 어린이의 뇌는 또 얼마나 다를까. 즉 나이 때문이라도 우리의 두뇌는 어릴 때 왕성한 부위와 평생 별 차이가 없는 부위와 나이 들면 왠지 덜 활동하는 부위가 있다. 거기에 80 세에 치매가 걸린 노인 환자라면 어떨까. 기억하는 동안 찍고 단순 과제하는 동안 안 찍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동안 찍어도 두뇌의 어느 부위가 왠지 활동을 안하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는 이런 차이를 역시 기능 영상으로 찍을 수 있다. 이 때는 빨리 빨리 변화하는 혈류의 변화를 찍는 것이 아니다. 두뇌는 활동을 할 때 혈류 속에 혈당이 공급되는 데 그 분포를 찍는다. 세포가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자리는 혈당을 많이 쓰고 뇌 조직에 문제가 생긴 부분은 너무 많이 쓰거나 거의 안 쓰거나 하는 일이 생긴다. 이렇게 혈당에 꼬리표를 붙이는 수는 없을까? 있다. 물에 꼬리표를 붙여서 정맥에 주사하면 두뇌 혈류의 분포를 볼 수 있는 것처럼 혈당에 꼬리표를 붙여서 정맥주사하면 두뇌의 에너지 소비 형태를 지도화 할 수 있다. 즉 두뇌 각 동네의 소비자 현황이 파악되는 것이다. 어느 동네에 혈당의 소비가 몰려 있고, 어느 동네의 소비가 평소에 분명히 많던 동네인데 요즘 소비가 급격히 떨어져 있다든지...
그 동네 (두뇌의 특정 영역) 가 평소에 무엇을 하던 곳인지를 잘 알고 있다면 어느 동네 소비자가 소비를 안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의미가 달라진다. 우리는 각 동네의 의미를 좀 알고 있다. 뇌의 어느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말이다. 어느 노인을 찍었는데 두정엽이라고 부르는 시공간 감각과 관련이 있는 부분에 수상하게 혈당소비가 떨어져 있다면 나름대로 의심되는 증세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억에 관여하는 측두엽에 그런 혈당저하가 나타났다면?

이렇게 혈당에 꼬리표 (방사선 동이원소) 를 붙이는 것은 혈당의 유사물질인 FDG 라는 물질을 쓴다고 해서 FDG-PET 이라고 한다. 18F 이라는 방사선 동이원소는 조금 전에 설명한 15O 분자와 달리 흡수 되는데 빨리 사라지는 물질이 아니다. FDG 주사맞고 한 30 분 정도 기다리는 동안 뇌에 축적된 것을 약 30 분 내지 1 시간 (최신 기계는 훨씬 빨리 찍기도 하지만) 잡고 서서히 찍을 수 있다. 즉 두뇌의 순간 순간의 변화라기 보다는 두뇌의 한 30 분 동안 (별다른 과제를 수행하지 않고 촬영을 기다리는 동안) 두뇌에 혈당소비 현황을 찍는 셈이다. 이 방법은 몸의 암세포를 찾아내는 방법과 똑같을 것이다. 암세포가 유독 혈당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몸속의 장은 암 덩어리를 찾아내는 데도 유용한 방법인데, 머리는 워낙 혈당을 많이 쓰기 때문에 뇌 회백질 전체에서 신호가 나온다. 단 정상인의 신호랑 환자의 특정 부위의 신호 정도에 차이가 있는지,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특정 지적 기능에 따라 정상인 중에서도 차이가 있는지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

어떤 농아 환자는 인공와우관을 이식하고 나서 말을 할 정도로 말 소리를 잘 듣게 되는 데, 어떤 농아 환자는 수술이 성공해도 말을 그냥 '소리' 로만 들을 뿐 '말소리' 로 못 듣는 것일까? 혹시 수술 전부터 두 환자의 두뇌가 근본적으로 좀 다른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런 생긴 모습의 차이가 없어도 뇌가 쓰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랐던 것은 아닐까? 등등의 질문을 의사와 과학자가 함께 던지는 것이다.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두뇌가 빨리 빨리 변하는 것을 찍는 것이 아니라 거의 '상태' 에 해당하는 것을 찍어야 할 것이다. FDG-PET 이 바로 이런 점을 잘 나타내는 영상이다. 이 이외에도 SPECT 라고 혈류 상태를 보는 방식이 있으나 본 장에서는 설명을 생략하겠다. 이런 기능 영상을 잘 이용하면 우리는 의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하고, 심리학적으로도 중요한 인간의 지적인 능력, 감각 능력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지식을 얻게 된다.

iii. 산소의 과잉공급을 추적하라 (fMRI).

방사선 동이원소 이야기를 좀 떠나서 다른 방식의 추적 전략을 살펴보자. 두뇌의 해부학적 특성을 잘 찍어낸다고 소개한 바 있는 MRI 는 우리 몸속에 있는 수소 분자의 특성을 잘 이용해서 찍는 것이다. 수소 분자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두뇌의 백질과 회백질에는 이 수소분자의 밀도가 전혀 다르다. 그래서 수소 분자로부터 나오는 신호의 밀도 차이가 곧 두뇌의 조직을 그대로 잘 재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두뇌의 '모습' '생김' 즉 구조에 대한 정보이지 기능에 대한 정보는 아니다 (물론 기능을 유추할 수 있다. 어떤 지적 기능이 높거나 낮은 사람은 두뇌의 특정부위의 크기가 크거나 작지는 않은지... 등을 연구하여).

이렇게 구조를 찍는데 쓰이는 MRI 를 잘 이용하면 이번엔 같은 기계로 같은 그 자리에서 이어서 '활동' 즉 '기능' 을 찍을 수 있다. 한 사람을 한 기계에서 구조영상과 기능영상을 찍어낸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장점이다. 어려움 없이 두 영상을 합치면 그 기능이 어느 구조위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공학적 알고리즘이 잘 발달하여 어떻게 찍어도 큰 어려움이 없어졌지만 한 15 년 전쯤에는 정말 중요한 장점이었다). MRI 로 기능 (function) 을 찍는 영상이라고 해서 function 의 'f' 가 붙어서 우리가 'fMRI' 라고 부르는 이 기능 영상방법은 우리 두뇌의 묘한 부조화를 이용한 것이다. 위에서 두뇌의 한 동네가 바빠지면 그 쪽으로 혈류가 일시적으로 증가한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때 혈류만 증가하는게 아니라, 혈당도 증가하고, 그리고 산소공급이 증가한다. 뇌 세포에 산소가 혈류를 통해서 공급되려면 잘 알려진 사실과 같이 헤모글로빈이라는 것이 작용하게 된다. 즉 바쁜 동네를 지나는 핏줄 속에 산소와 결합된 헤모글로빈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정말 필요 (수요) 한 것보다도 더 많이 공급되는 현상이 있는데 물론 오래 가지는 않고 다시 수요 공급의 균형이 금방 돌아온다. 그래서 그 뇌 조직이 계속 분주하다 해서 과잉공급 시기가 계속되는 것도 아님을 주의하자. 이때 산소와 결합된 헤모글로빈은 또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철분 이온과 결합되어 있는 것이고 산소를 넘겨주고 이산화탄소를 받은 헤모글로빈과 철분이온과의 결합상태가 달라서 자기장에 영향을 주는 속성도 다르다. 철이 자기장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여기서 또 중요하지만 지당한 사실. 즉 MRI 는 자기장의 속성을 고도의 방법으로 잘 이용해서 찍는 기법이다. 산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이 이산화탄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과의 농도 차이가 생기면, MRI 가 찍을 수 있는 신호의 강도 차이가 생긴다. 활동이 왕성한 뇌조직 주변을 지나는 모세 혈관에 결국 일시적으로 산소 (+헤모글로빈) 가 과잉 공급되는 순간을 포착하면 두뇌의 어느 동네가 지금 분주한가 하는 귀한 정보를 '지도화' 하게 되는 것이다.

방사선 동이원소를 만들어야 하는 어렵고 비싼 기술도 필요없고, 실험에 참여하거나 검사에 참여하는 사람이 정맥주사를 손등에 맞고 있을 필요도 없이 여전히 두뇌 '활동 사진' 을 찍는 것이 1990 년대 후반부터 실질적으로 가능해 지게 되었다. 말 그대로 활동사진이다. 두뇌를 몇분에 걸쳐 한 장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H215O PET 이나  FDG-PET 처럼) 매 1-3 초 마다 뇌 전체를 한 프레임씩 계속 찍으니 이게 활동사진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 활동 사진을 잘 분석해 보면 우리의 혈류속 산소공급 수준, 전문적인 용어로 BOLD (Blood Oxygen Level Dependent) 신호라는 것은 한자리에서 뇌가 왕성한 활동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해서 4-8 초 정도 증가하다가 12-16 초 정도 지나면 다시 평형으로 돌아오면서 신호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한 30 초 씩 바뀌는 주기 이상은 절대 같은 자리에서 신호를 잡으려도 잡을 수 없어진다. 그래서 학자들은 30 초 정도 기억과제, 이어서 30 초 정도 통제 과제, 다시 30 초 기억과제... 이런 식으로 과제를 계속 이어서 반복해야 가장 효율적인 BOLD 신호의 상승하락 곡선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 분석 방법이 달라져서 30 분씩이나 같은 과제를 할 필요가 없는 event fMRI 라는 방식도 있지만 그 이야기는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겠다.
BOLD 신호를 이용하여 MRI 기계를 이용해서 8-10 분 정도 신호의 오르락 내리락을 연속으로 추적해서 계속 찍어낼 수 있는 fMRI 는 두뇌의 산소 과잉공급의 꼬리를 잡아 두뇌 활동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많은 data point 를 얻기 때문에 분석에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좋은 신호, 좋은 통계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간 해상도도 아주 뛰어나다 (1 mm 내외). 시간 해상도도 기술의 발전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어서 500 msec 의 차이를 가지고 변화하는 사건을 탐지해서 지도상에 활성화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을 정도이다. 인지심리학을 하는 학자들이 좋아할 것은 당연한 연구법이다.

fMRI 를 좀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면서 fMRI 를 이용한 두뇌와 인지과정의 기제를 연구하려는 실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나라도 요 몇 년동안 연구 수와 연구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기계가 비싸고 대부분의 기계가 의료용으로 병원에서 환자 진료용으로 쓰이고 있어 자유롭게 연구하는데 쓰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선진국처럼 연구용 MRI 가 연구소나 대학 캠퍼스에 설치된다면 아직도 해결해야 할 두뇌의 수수께끼가 다음 세대 과학자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기계가 연구자의 꿈을 실현한 기계는 아니다. 실제로 이 기계는 공기주머니 근처 (코 위, 귀 위) 의 신호가 잘 안나오고, 기계가 자기장 펄스를 때리느라고 끊임없는 큰 소음을 내고 (귀마개를 꼭하고 기계에 누워야 한다), 들어가 누워있는 자리는 좁고 긴 원통형이어서 좀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더 중요한 것은 쇠, 금속 물질이 이 기계 근처에 가면 신호가 망가질 뿐 아니라 이 쇠붙이가 기계속으로 무서운 속력으로 빨려가면서 안전사고를 낼 위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를 금속으로 교정하고 있는 사람은 피험자가 될 수 없다 (신호가 망가진다). 몸속에 금속 성분의 부속품을 이식하고 있는 사람은 물론 기계 근처에 가서는 안된다. 특히 심장박동기를 이식하고 있는 사람은 절대 근처에 가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또 장점도 많다. 우선 몇 번이고 다시 찍어도 전혀 안전에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새로운 외국어 (아랍어) 를 배우는 학기 초에 찍고, 학기 중간에 찍고, 학기 말에 찍었다고 해보라. 아랍어를 보고 읽는데 뇌가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 가를 시리즈로 찍어서 분석했다면 얼마나 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는가 상상해 보라. 발달기의 어린이들도 찍을 수 있다. 물론 5 살 미만의 아이들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기계에서 약간만 움직여도 그것은 곳 엄청난 잡음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움직이지 말라는 지시를 따를 수 있는 아이들도 학령 전, 학령 후, 반복해서 찍어도 된다. 약물 복용 전후로 찍을 수도 있고 치료 전후로도 찍을 수 있다. 연구자의 상상력에 맡기기로 하자. 이런 장치와 방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그냥 놀랄 준비만 하면 된다.

iv. 화학물질의 지도를 형성하라 (receptor PET).

우리 머릿속의 분주한 동네, 즉 신경세포, 뉴우런이 활동을 증가한 국소 부위의 혈류증가, 혈당증가, 산소공급의 증가 만으로 우리가 뇌에 대한 수수께끼를 다 푼 것이 아니다. ERP 나 MEG 로 전기 신호의 변화를 측정해서 뇌지도 영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우리가 뇌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뉴우런은 전기와 화학 신호 모두를 이용하는 것이다. 바쁠 때 이 모든 것이 다 쓰이겠지만 위에 소개한 기능 영상 방법들은 주로 뉴우런이 활동전위를 낼 때, 특정 흥분성신경전달 물질을 사용하는데 주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런 소비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추측된다. 그렇다면 그 종류도 많고, 두뇌 속에서 분포도 달리하는 이 화학신호체계를 빼놓고는 절대 기능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두뇌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없어서 안 될 뿐 아니라 어떤 기능을 이해하는데는 이 신경 전달 물질, 화학신호의 유무, 증감, 평형의 부조화 이런 것이 필수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쾌락을 느끼는 부위는 정말 특정 자극을 볼 때 어느 부위에 혈류나 혈당, 산소공급이 증가하는 것만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울증, 정신 분열증 환자의 뇌와 정상인의 뇌, 약물 중독자 (아편, 환각제, 담배, 알콜 중독등) 의 뇌와 건강한 사람의 뇌에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수요와 공급 지도는 어떻게 될까? 주의장애 아동 (ADD, attention deficit disorder) 증후를 보이는 어린이가 약물치료나 행동치료 이후 증세가 호전되었다면 그 아동의 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어디서, 어떤 신경전달물질이 변화를 일으켰을까? 도대체 그 약물은 어느 두뇌의 어떤 신경전달물질 체계에 변화를 일으킨 것일까? 배고플 때 음식사진을 보는 것이랑 잘 먹고 난 다음에 음식 사진을 볼 때 우리의 동기의 변화는 단지 순간적인 두뇌 활동의 변화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이 화학신호 전달 체계를 지도화 하는 방법이다. 어떻게? 이 문제는 다시 꼬리표 다는 기술에 의존하게 된다. 방사선동이원소를 슬쩍 붙인, 신경전달 물질하고 아주 유사물질 (그러나 몸에는 해가 없고, 뇌에 잘 들어가 주고, 나중에 몸에서 완전히 사라져 주는) 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그리고 이 약품을 주사하고 PET 기계로 동이원소 꼬리표가 보내는 신호를 탐지하여 사진을 찍어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럼 이 유사물질들은 우리의 원래 신경전달 물질 대신에 그 신경전달 물질이 나오면 들러붙게 될 위치에 대신 분기도 하고, 정상적인 신경전달 물질 만들 때 원료로 쓰여서 함께 저장 분비되기도 하고.. 하여튼 제가 갈 위치에 가서 꼬리표로부터 에너지를 내보내면 그것은 고정 간첩이 보내는 귀한 군수물자 정보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여기 내가 붙을 자리 (수용기, receptor) 가 얼마나 많은지. 이미 병적으로 자리가 없어지지는 않았는지. 또는 자체 내에서 신경전달 물질이 나와서 대신 들어갈 자리는 없진 않은지. 문제는 이 꼬리표 붙이는 작업의 성패에 달려있다. 즉 이 안전한 화학약물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첨단 생화학자와 약학자가 팔을 걷고 나서서 효율적이면서도 안전하면서도 꼭 필요한 곳에만 가서 뿌려지는 그래서 혼선을 빚지 않는 추적자를 신경전달물질과 관련해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마술 같은 물질을 만들어 주면 또 다른 과학자들, 의사, 심리학자를 비롯한 신경과학자들이 정서, 질병, 중독, 동기, 보상 등과 관련해서 어떨 때 어떤 신경전달 물질이 어디서 나와서 어떤 시간 경과를 보이며 작용을 하는 가를 정교하게 연구를 해야 한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의 우수 연구소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분야이다.

이 분야의 과학자가 할 일이 많지만 이 수수께끼가 풀린다면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약물 중독의 문제, 정신병 중에서 이런 신경전달 물질 체계의 문제가 의심되는 병들, 우리의 운동, 정서, 인지, 동기, 감정등과 관련되는 문제들의 두뇌 신비를 풀면 어떻게 약물로 고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이 저만치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연구와 유사하게 RNA 나 특정 유전자 변화 등을 영상화 하려는 연구도 활발하게 시작되고 있다.

v. 연결망을 찾아라. (connectivity 분석)

우리가 적진을 염탐한다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리 지도를 잘 만들어도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어디서 어디로 정보가 이동하는 지를 알아야 한다. 어느 동네가 바쁜지 지도가 완성된다 하더라도 어느 동네와 어느 동네는 늘 함께 바빠지는지 -- 만일 그렇다면 공동 입력을 받고 있거나, 같은 목적을 위해서 일하고 있거나, 아니면 둘이 서로 밀접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수도 있다 -- 어떨 때는 각자 행동을 하다 어떨 때는 함께 하는지, 그 함께 하는 정도는 언제나 방향이 같은가 아니면 하나가 바쁘면 하나는 한가해지는 식의 반대 성향으로 작용하는가? 마을과 마을 사이에 실제로 도로가 놓아져 있나? 아닌데도 동시 활동적인가? 이 모든 것이 뇌를 연구하는 사람한테는 중요한 정보이다. 즉 network 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가 함께 일하는가, 언제 함께 일하는가, 한 구성요소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기능 지도라면 그 위에 점만 찍힌 지도가 아니라 점들 사이의 관계가 보이는 지도여야 하는 것이다. 두뇌 연구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연구하는가. 이것은 지금까지 설명한 것과 조금 다른 연구방법이다. 물론 hardware 적인 연결을 알아 차리는 것도 중요한 구조 연구의 하나이고 이것이 알려지면 기능에 대한 이해가 더 좋아진다. 두뇌에 감추어진 수많은 속길 샛길을 다 이해하는 것, 실제로 교통량이 어디서 어디로 가기 위해 길이 뚫려 있는지 알기 위해 축색벽을 따라 추적하는 방법이 발달되고 있다. 그것과 별개로 또 다른 네트워크 확인 연구가 있다. 아까 소개한 것처럼 누구와 누구의 활동이 늘 함께 하는가를 확인하는 방법 (interregional correlation method). 또는 관찰한 영상에서 얻은 활동 값들의 복잡한 수학적 역학 관계를 파악하는 통계 방법 (PCA, ICA) 이 사용되기도 한다.

사실 기능 영상을 찍고 보면 한가지 기능을 하는데 관여하는 자리가 거의 대부분의 경우 다수나타난다. 그렇다면 이 다수의 영역들이 시간 순서를 가지고 신호를 주고받는지, 그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되는 중요한 네트워크의 구성요소인지, 아니면 잠시 한눈을 팔아도 대세에 지장이 없는 들러리인지. 어떻게 아는가? 우리는 바쁘다고 소문난 지도상에서 정말 중요한지를 알아보는 방법으로 한 마을을 교란 시키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조직원의 한 구성원으로 하여금 잠깐 정신을 못차리게 하면서도 그 조직의 과제 수행이 무사히 달성되는 가를 보는 방법도 있다. 어떻게 교란을 시키는가? 그것도 안전하게 일시적으로 ... 특정 순간만? 여기에 다시 자기장-전기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장의 초기에 두뇌안의 전기 활동이 두뇌밖에서 자기장의 변화라는 대응되는 형태로 바뀌어 탐지되는 방법 (MEG) 에 대해 소개하였다. 이번에는 밖에서 한 위치에 만 강한 자기장을 가해주면 두개골 바로 밑의 부분의 신경 전기 활동이 교란 되는 것을 소개하겠다. 즉, 일시적으로 그 동네의 기능을 교란 시키는 방법이다. 물론 교란만 시키는 것은 아니다. 약한 강도로 살짝만 가해주면 흥분을 시킬 수 있다. 이것을 두 개경부 자기 자극 방법 (TMS,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이란 것이다. 반복 자극하는 것은 repeaded 의 'r' 을 써서 rTMS 라고 한다. 이 방법은 8 자 모양의 전기 코일 뭉치에 전기를 약간 흘리면 그 8 자의 한가운데 특별히 자기장의 힘이 모아지고 이것을 두개골 어디에 가져다 대면 그 자리 밑에 있는 조직의 전기 활동이 변화하는 원리이다. 이 8 자 코일을 여러분 운동피질의 손 영역 위로 가져다 놓고 (이 자리를 찾으려면 물론 전문지식이 필요하지만), 약간의 아주 약한 전류를 흘린다고 가정해 보자. 아무 일도 안 일어 날 것이다. 아주 조금만 올려보자. 만일 정확한 위치에서 적절한 양 (여전히 대단히 적은 양의 전기) 를 코일에 흘리면 그래서 거기서 유도된 자기장이 두개골 넘어 그 아래 있는 피질의 전기 활동을 딱 알맞게 자극하면 그 '탁' 하는 한번의 전기 흘림에 여러분의 엄지 손가락이 꿈틀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엄지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까지 신호를 보내는 축색의 뿌리는 물론 척추에 있다. 그런데 이 척추에 있는 신경까지 신호를 출발하는 두뇌 신경은 바로 그 자극 지점 밑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만일 시각피질 (머리뒤) 에다 대고 조금 더 강한 자극을 전달한다면 반짝이는 불빛을 볼 수도 있다. 태어날 때부터 시각 장애인이 점자를 읽는 동안 기능 영상을 찍었더니 놀랍게도 시각 영역을 점자 읽는데 동원하고 있다는 것을 관찰한 연구팀이 있었다. 어차피 시각영역으로 들어오는 시각자극이 없다면 그 곳의 뇌조직이 평생 놀고 먹는 것이 아니라 점자처럼 촉각으로 들어오는 감각 처리에 동원되어서 쓰일 수 있다는 말이다. 두뇌의 한 자리의 기능이 태어날 때 꼭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 어느 정도 자기 임무를 바꾸어 다른 정보를 처리할 만큼의 융통성이 있다는 말이고 두뇌의 기능이 이렇게 가변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두뇌의 융통성 있는 가변성을 전문용어로 '가소성 (plasticity)' 라고 하는데 아주 흥미있는 주제이다. 그렇다면 다시 시각장애인의 시각 피질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 시각피질이 정말 점자 분석에 없으면 안되는 정도로 이미 관여하고 있나 아니면 그냥 친구가니까 강남 간다고 함께 활성화가 된 것인가? 알아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점자를 읽은 동안 시각 피질을 그 rTMS 로 살짝 자극을 해보는 것이다. 갑자기 점자 읽기를 더듬거리는가? rTMS 를 다른 데다 살짝 해보았을 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 연구자들은 rTMS 로 시각장애인의 시각피질을 교란하면 정말로 점자읽기가 불편해 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냥 막연한 점의 감각만으로 느껴지더라는, 그 의미를 순간 찾을 수 없더라는 보고이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에서 꼭 필요한 영역의 하나인 것이 확인된 것이다.

4. 아는 것이 힘이다.

우리는 위에서 어떤 두뇌 연구 방법이 있는가를 검토하여 보았다. 참으로 다양한 방법과 그 뒤에 논리들이 있다. 무엇을 탐구하고자 하는 가 목적에 따라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연구해야 하며, 동시에 여러 연구방법을 통해서도 결국 공통된 지식에 도달해야 우리는 뇌의 기능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다.

A. 두뇌를 이해하는 것이 인간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 (mind) 을 이해하는 분야에 기여하여 왔다. 이때 한 150 여 년 전부터 심리학자들은 마음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행동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닳았다. 그 결과 오늘날 마음의 신비가 행동을 연구함으로서 벗겨지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심리학 (psychology) 을 행동과학 (behavioral science) 이라고 부른다. 인문과학과 자연과학, 사회과학이 인간의 행동을 놓고 만나서 지난 100 여년간 화려한 학문의 꽃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black box 안에 있는 것으로 치부하던 마음과 행동을 연결하는 brain 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도구를 손에 넣는 시대로 접어 들었다. 마음이 움직여서 행동이 관찰될 때 또는 그 역관계 일때, 뇌도 관찰하면 거기에 커다란 세계가 귀중한 정보를 안고 보여지고 있다. 더 이상 black box 가 아니라 화려한 box 가 되어서 많은 분야의 연구자들의 구애를 받고 있다. 고가의 장비가 구입되고, 훌륭한 통계학자, 공학자, 화학자, 의학자, 약학자, 신경과학자가 이 분야로 와서 기여하고 있다. 오랫동안 인간 이해에 큰 공헌을 했던 심리학에서 이 도구를 적극적으로 쓸 때 심리학은 두뇌를 들여다 보는 것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것으로 이 분야를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두뇌-마음-행동의 삼자 관계를 연구해야 할 세기로 접어 든 것이고 행동으로 알 수 없었던 복잡한 마음의 신비가 이제는 두뇌 연구를 통해 풀어져야 할 것이고 적극적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그동안 심리학 분야에서 객관적으로 행동을 특정하기가 어려워서 소외되어 왔던 연구 분야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정서와 인지의 상호작용이 그런 분야 중의 하나이다. 의식의 문제가 다시 대두 되고 있다. 더 많은 인간 이해가 이루어 질 것이며 마음과 몸 (brain) 이 어떻게 두 개가 아니라 하나인지를 알아서 우리 인간이 진정으로 이해되어야 할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

B. 두뇌가 아픈 사람, 도와 줄 수 있는가?

자연 현상으로서 인간 (인식, 마음, 사고 작용을 가지고 두뇌의 활동으로 매게되며 행동으로 표현되는) 을 이해한다고 우리 심리학자의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다. 이 자연 현상인 인간의 두뇌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인간은 고통 받게 된다. 더 우울하게 느낄 수도, 사고의 부조화를 경험할 수도, 새로운 지식 형성이 불가능 해지거나 언어활동을 구사할 수 없어지거나, 행동을 억제 하지 못하거나... 너무도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불행의 근원적인 이유 못지 않게 당장 눈앞의 이유를 함께 찾을 수 있다. 두뇌의 기능이 변한 것이다. 그것이 이유냐 원인이냐는 다음 문제다. 이 두뇌 기능을 정상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다. 그 이전에 그 이유를 두뇌에서 제대로 찾기만 해도 이 사람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이것을 탐구하기 시작해야 한다. 현상을 이해함이 수반 되어야 진정한 도울 방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시작의 가능성을 본다. receptor PET study 에서 약물 치료의 가능성을 보고 있으며, 인지과정을 연구한 많은 기능행동 연구에서 교육과정에 개입할 수 있을 가능성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 겉으로 똑같아 보이는 우리들의 뇌가 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데 익숙해 져서 눈에 안 보이는 개인차를 야기하고 그리고 이것이 감각 재생 수술이 언어 능력의 회복으로 연결되느냐의 여부를 결정하는 지도 모른다. 아는 것이 시작이다. 이 시작이 힘이 될 것이다. 아직도 많은 노력과 연구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C. 지성, 감성, 이성이 시작되는 곳, 나의 두뇌. 어떻게 할까?

두뇌가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은 치매 걸릴 까봐 걱정하는 중년을 보면 알 수 있다. 누구나 이것이 두뇌에서 비롯되는 노인성 질환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고, 아직 누가 안전하고 누가 위험한지 확실히 모르고 불안을 느끼고 있다. 우리의 지성, 감성, 이성이 시작되는 두뇌의 건강이 나라는 존재의 온전함에 대한 우리의 주관적 감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목 아래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목 위의 건강도 이제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이것은 태어나서부터 늘 챙겨야 했을 것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 '건강돌봄' 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교육과정에 우리를 맡겨왔으며, 가족과 친지, 이웃과의 중요함을 실천하고 살았다. 정신적으로 정보를 주어가면 우리 뇌를 자극했으며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하였다. 취미 생활도 하고 운동도 했을 것이다. 새로운 운동자세나 춤동작을 배우느라 운동관련 복잡한 회로를 바쁘게 하였을 것이다.

혹시 무엇을 잘 못하지는 않았는가?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았는지, 너무 적은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았는지, 술을 과다하게 마시고, 담배를 피지는 않았는지, 정식 교육과정이 끝난 뒤로 우리 뇌에 정신적 영양분을 골고루 주기를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지, 정크 음식으로 우리 몸을 학대하듯이 정크 정보로 병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아름다움에 즐거워할 두뇌의 역할에 너무 사소한 자극만 주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때일 것이다.

그렇게 돌보고 있는 동안 과학자들은 또 많은 것을 알려주게 될 것이다. 우리와 우리 가족 친지의 뇌를 돌보는 방법을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이것이 다시 마음을 돌보는 방법임을 알게 될 것이다.

 

추천 서적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살림터)

실전응용을 중심으로 한 기능 자기공명영상 실험. 유승식 (도서출판 의학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