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News : 2010 년 12 월

 

컴퓨터도 '창조'할 수 있다… '규칙'만 있다면 : 조선일보, 2010/12/18, 박돈규 기자 : "창조의 순간", 마거릿 보든 (Margaret Boden) 지음|고빛샘 외 옮김|21세기북스|560쪽|2만5000원 ....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벌거벗은 채 거리로 뛰쳐나와 '유레카(알았다)!'를 외쳤다. 목욕을 하다가 순금인지 아닌지 모르는 왕관의 부피를 재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었다. 프랑스 수학자·과학자 앙리 푸앵카레는 새로운 함수 집합을 발견하고 고민하다가 지리 조사를 위해 탄 버스에서 그 함수의 특성에 관한 힌트를 얻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이렇게 종종 다른 생각을 하거나 멍하니 있을 때 떠오른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문학적 영감이 몰려왔을 때 마들렌을 먹고 있었다. 그것이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됐다.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폰 케쿨레는 "난롯가에서 졸다가 꿈을 꾸었는데 뱀 한 마리가 자기 꼬리를 물고 조롱하듯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나는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고 술회했다. 그는 꿈에서 암시를 받아 벤젠의 분자 구조를 발견했다. 하지만 창의성 (Creativity)은 '직관 (Intuition)(直觀)'이나 '통찰 (Insight)(洞察)'만으로 부족하다. 창의성의 발현 방식이 궁금했던 심리학자 아서 쾨슬러 (Arthur Koestler) 는 '이연(二連·bisociation of matrices) 현상'이라는 용어로 그것을 설명하려 했다. "직관은 물속에 잠겨 시작과 끝만 보이는 사슬과 같다. 한쪽 끝에서 시작해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따라 물속에 들어가면 어느새 반대쪽으로 나오게 된다…." 그러나 쾨슬러의 설명도 세밀하고 깊이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영국의 저명한 심리학자가 쓴 이 책은 쾨슬러의 의문에서 출발한다. 직관 아래 놓인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확인하고 그것을 어떻게 단련할 수 있는지 밝히는 게 목표다. 저자는 '계산주의 심리학'의 개념을 가지고 인간의 창의성에 접근한다. 계산주의 (Computationalism) 심리학은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컴퓨터)을 통해 인간의 인지 (Cognition)(認知)처리 과정이나 정신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창조는 천재의 특권이 아니며 기존의 재료들을 낯선 방식으로 조합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계산주의 심리학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놀라운 무엇'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정의한다. 컴퓨터와 창의성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얼핏 엉뚱해 보이지만, 위대한 성취를 이룬 과학자들이나 예술가들이 생각했던 방식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모차르트는 176개의 마디를 미리 작곡해두었다가 그중 16마디를 임의로 연결해 미뉴에트를 만드는 '주사위 작곡'을 했다. 이는 주어진 과제를 탐색하고 나서 모든 해결책을 검토하고 그 규칙을 적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과 흡사하다. 1980년대 초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더글러스 레나트 (Douglas Lenat) 가 개발한 인공지능 시스템 유리스코(EURISKO)는 창의성 경연대회에 참가해 인간들을 제치고 우승한 적이 있다. 100페이지쯤 되는 전쟁 게임의 규칙을 익힌 유리스코는 무적(無敵)을 자랑했다. 이듬해 대회에서는 유리스코가 불리하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꿨지만 이 인공지능 시스템은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다음 대회엔 출전을 금지당했다. 영국 화가 해럴드 코헨 (Harold Cohen) 은 아론(Aaron)이라는 드로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처음엔 추상적인 형태를 그리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점차 발전된 버전이 나오면서 3차원의 사람까지 그려냈다. 아론은 종이 위에 시작점을 고르고 다음에 무엇을 할지 구체화하는 '만약 그렇다면(if-then)' 규칙을 시행하며 풍경을 그리고 채색도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창조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그림들도 나왔다. 컴퓨터 (Computer)는 이제 시를 쓰고 작곡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단계에 도달했다. 이 책은 컴퓨터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인간의 창조 방식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문학·음악·미술·물리학 등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창조의 본질과 메커니즘을 파헤친다. 건조한 문체와 전문용어가 많아 독서를 방해하지만 견디면 재미있는 지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