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억 : 파지와 인출

 

인지 심리학과 그 응용 : John R. Anderson 저서, 이영애 옮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0  (원서 :  Cognitive Psychology and Its Implication (4th ed), 1995), Page  206~242

 

1. 파지 함수

2. 간섭 효과

     (1) 부채 효과

     (2) 실험 이전의 기억으로 인한 간섭

     (3) 간섭과 쇠잔

     (4) 간섭과 용장도

3. 인출과 추론

     (1) 그럴듯한 인출

     (2) 정교화와 추론적 재구성의 상호 작용

     (3) 도식의 사용

     (4) 학습시 추론 대 검사시 추론 : 요약

4. 연합 구조와 인출

     (1) 체제화와 회상

     (2) 장소법

     (3) 약호화 맥락의 효과

     (4) 맥락에서 다른 재료의 효과

5. 암묵 기억과 명료 기억

     (1) 기억 손상 환자들이 아끼고 있는 암묵 기억

     (2) 정상 피험자들의 암묵 기억과 명료 기억

     (3) 절차 기억

6. 일러두기와 읽을 거리

 

앞장은 기억을 정보의 약호화 과정에서 논의하였다. 그러나, 기억에 관한 사람들의 주된 불만은 초기 학습의 어려움에 있지 않고 이미 학습한 내용의 망각에 있다. 일단 기억한 내용이 나중에 회상되지 않는 데에는 두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하나는 기억 흔적의 상실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 내용의 인출 실패이다. 두 가능성을 구분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한 맥락에서는 잊은 듯하지만 다른 맥락에서는 가용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두 가능성 중 가장 흥미 있는 것은 기억 내용이 결코 상실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 망각된 기억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인출될 수 없을 뿐이다. 펜필드 (Penfield, 1959) 가 보고 한 결과는 이 생각과 일치한다. 신경 수술 과정에서 펜필드는 환자들의 뇌 부위에 약한 전기 자극을 가하고 그들에게 경험 내용을 물었다 (환자들은 수술중에 의식이 있었고 전기자극에는 통증이 없었다) 이 방법으로 펜필드는 뇌의 여러 부위의 기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측두엽을 자극하면 정상적으로 보고 할 수 없었던 기억들, 예를 들면, 어릴 때 경험한 사건들을 활성화시킨 듯하였다. 불행히도, 환자가 보고 한 것의 정확성은 판단할 수 없었는데, 보고된 사실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펜필드의 실험이 시사적이기는 하지만 기억 연구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다.

넬슨 (Nelson, 1971) 의 좀더 나은 실험도 역시 '망각된' 기억 내용이 그대로 존재함을 보여 준다. 그는 피험자들에게 20개의 숫자 – 명사 쌍을 하나의 오반응도 내지 않을 때까지 학습시켰다. 2 주 후 재검사에서 피험자들은 75 퍼센트를 회상하였다. 이 연구의 관심은 회상이 안된 25 퍼센트에 있었다. 피험자들은 20 개의 쌍을 다시 짝짓기 학습하였다. 그들이 실수한 쌍들은 그대로 두거나 바꾸었다. 바뀐 경우, 옛 자극은 새 반응과 연합되었다. 만일 피험자들이 43-개를 학습했지만 43 에 대한 반응어를 회상하지 못한 경우, 그들은 43 - 개 (불변) 또는 43 - 집 (변경)을 학습하였다. 새 목록을 한번 학습한 후 피험자들은 검사를 받았다. 만일 피험자들이 망각된 쌍에 대한 기억을 모두 상실했다면, 불변 쌍과 변경 쌍간에 차이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피험자들은 전에 실수한 항목들 중 불변 항목은 78 퍼센트, 그리고 변경 항목은 43 퍼센트를 정확히 회상하였다. 불변 항목들에 대한 이득은 처음에는 회상할 수 없었지만 짝지어진 쌍에 대하여 피험자들이 무엇인가를 갖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 정보가 재학습시에 절약 (saving) 으로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넬슨 (Nelson, 1978) 은 파지량을 재인 검사로 다시 알아보았다. 학습 후 4 주가 지난 후, 피험자들은 31 퍼센트를 재인하지 못했다. 앞의 실험과 같이 넬슨은 피험자들에게 목록을 다시 학습할 기회를 주었다. 자극 중 반은 그 반응어가 변경되었고 다른 반은 그대로였다. 한 번 재 학습한 후, 피험자들은 불변 항목은 34 퍼센트를, 그러나 변경 항목은 19 퍼센트를 재인하였다. 첫 재인 검사는 피험자들이 기억에 무엇인가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데 매우 예민했음에 틀림없다. 그란 피험자들이 이와 같이 예민한 검사에서 실패한다고 해도, 항목들에 대한 어떤 기록이 아직 기억에 있다는 증거는 변경 쌍보다는 불변 쌍들에 대한 재 학습을 더 잘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넬슨의 연구는 만일 충분히 예민한 측정 방법만 있다면, 망각된 기억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 줄 수 있음을 뜻한다.

이 실험들이 모든 것이 기억됨을 증명하지 않는다. 이들은 적당히 예민한 측정 방법만 있으면 망각된 듯한 기억의 잔재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이 장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해서 기억을 인출할 수 없게 되는지를 우선 논의하겠다. 그 다음, 이러한 기억 인출을 성공시키는 몇몇 요인들에 대해 논의하겠다.
 

    피험자들이 기억 내용을 망각한 듯하지만, 예민한 검사를 사용하면 이런 기억의 증거를 찾을 수 있다.

1. 파지 함수

앞 장의 그림 1 (이 책 179 쪽) 은 무의미 철자 목록에 대한 에빙하우스의 파지 함수이다. 파지 함수에 관해 상당히 많은 연구가 있었다. 위켈그렌 (W.A. Wickelgren) 이 이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하였다. 어떤 재인 검사에서, 그는 피험자들에게 일련의 단어들을 학습하게 한 후, 1 분에서 14 일 간의 지연 간격으로 단어 재인율을 살펴보았다. 그림 1 이 지연기간의 함수로 나타난 수행을 보여 준다. 위켈그렌이 사용한 수행 척도 d' 은 재인 확률에서 유래한 개념으로서 기억 강도의 척도이다.

여기서 재인은 지연이 늘어나면서 체계적으로 저하됨을 알 수 있다. 이 변화는 부적으로 가속화된다. 즉, 변화율은 지연 기간이 길어지면서 점차 작아진다. 그림 1b 에서 필지는 수행 척도와 지연을 대수로 바꾸어 자료를 재구성하였다. 놀랍게도, 이 함수는 선형을 이룬다

대수로 표시된 수행은 역시 대수로 표시된 지연 기간 T 와 서형 함수 관계이다. 이것을 등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       

         log (d') = A – b log T

이 등식은 다음과 같이 변형 될 수 있다:

          d' = CT b

여기서 C = 10 이다. 즉, 이 수행 척도는 지연 기간의 멱함수이다. 흥미롭게도, 그림 1 도 에빙하우스의 파지 함수로서 멱함수이다. 망각 연구에 관한 최근 개관에서, 윅스티드와 에브센 (Wixted & Ebbsen. 1991) 은 파지 함수는 일반적으로 멱함수라고 결론 내렸다. 이것을 망각의 멱법칙 (power law of forgetting) 이라고 부른다. 앞 장에서 학습의 멱법칙 – 연습 곡선이 멱함수로 기술되었음을 상기하라. 두 함수 모두가 부적 가속화를 보이지만, 둘 간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연습 함수는 연습과 함께 향상이 감소됨을 보여 주는 반면 파지 함수는 지연과 함께 손실이 감소됨을 보여준다.

파지 함수의 부적 가속은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 간의 차이와 관련된 문제들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기억 수행이 처음 몇 초 간에는 급격히 떨어지고 그 후 비교적 안정된다고 기술한 단기 기억에 대한 주장을 상기하라 (예: 그림 3). 모든 파지함수가 이런 특징을 가진다는 사실은 단기 기억 기능에 어떤 유별난 특징이 없음을 뜻한다. 앞서, 에빙하우스의 함수는 이 패턴을 여러 날에 걸쳐서 보여 준다. 어떤 기억은 수초 간에 걸쳐서 또 어떤 기억은 수일 간에 걸쳐서 급히 쇠잔하는 이유는 기억 흔적의 약호화 강도와 관계가 있다. 앤더슨과 스쿨러 (Anderson & Schooler, 1991) 는 모든 파지 함수 (단기 기억을 포함하여) 가 멱함수 임을 보여준다. 연습의 정도는 눈에 보이는 명백한 쇠잔 지점을 단순히 연기시킨다.

바릭(Bahrick, 1984) 은 매우 인상적인 파지 함수의 예를 보고하였다. 그는 피험자들이 고등 학교와 대학교 과정을 끝낸 직후부터 50 년에 걸친 어느 시점에서 스페인어 – 영어 단어에 대한 파지를 알아보았다. 그림 2 는 학교 교육 과정을 끝낸 시간의 대수 함수로 15 개 항목에 대한 점수 분포이다. 하나. 둘 또는 다섯 과목을 택한 학생별로 분포가 나타나 있다.

그림 2 훈련 수준이 어휘 재인 파지에 미치는 효과. (Bahrick, 1984)

그림 3 반스 (Barnes, 1979) 의 자료. log 지연 함수로서 장기적 상승 작용의 전위 백분율.

자료는 상당한 연습효과로 조합된 지식이 서서히 쇠잔함을 보여 준다. 이 자료에서 파지 함수는 3 년과 25 년 사이에 거의 평평하고 (멱함수가 예언 하듯이), 25 년부터 49 년에 걸쳐 약간 심한 경사를 보여 준다. (멱함수가 예언한 것보다 망각이 더 빠르다), 바릭 (개인적인 언급) 은 이 최종 경사가 노쇠에 따른 생리적 쇠퇴와 관련된다고 본다.

이와 같은 쇠잔 함수를 신경 과정으로 설명하는 증거가 있다. 앞 장에서 장기적 상승작용은 전기 자극 주기의 함수로서 신경 반응성이 증가한 것이며, 장기적 상승 작용이 학습의 멱함수를 반영함을 보았다. 그림 7. 3 은 반스 (Barnes, 1979) 의 자료인데, 장기적 상승 작용이 시간 지연과 함께 감소함을 보여 준다. 그녀는 파지 간격을 2 분에서 1 주까지 변화시켰다. 그림 3 은 log - log 척도로서 원 척도의 함수가 멱함수임을 함축하면서 대체로 선형 함수를 나타낸다. 이처럼, 신경에서 망각의 시간 경로는 행동에서 망각의 시간 경로를 그대로 반영한다. 앞 장에서 소개된 강도 개념을 쓰면, 기억 흔적의 강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쇠잔한다는 것이 그 가정이다. 장기적 상승 작용에 관한 자료는 강도 쇠잔의 소재가 연접 강도의 변화에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행동 수준에서 정의된 강도의 개념과 신경 수준에서 정의된 강도의 개념 간에 직접적 관계가 있을 수 있다.

기억 흔적의 강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쇠잔한다는 생각은 망각에 관한 일반적 설명의 하나로서, 망각의 쇠잔 이론 (decay theory) 이라 불린다. 다음에는 이 이론과 주요 경쟁관계에 있는 간섭 이론 (interference theory) 을 개관하겠다.
 

    기억 흔적의 강도는 파지 간격의 멱함수로 쇠잔한다.

2. 간섭 효과

지금까지의 논의는 기억 내용의 손실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요인이 시간 경과라고 추론하게 한다. 그러나, 파지는 또 다른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알려졌는데 – 이것이 간섭 재료를 연구하면서 밝혀졌다. 간섭에 관한 원래 연구는 주로 짝진 연합의 학습에서 유래했다. 그 주된 관심은 하나의 짝진 연합 목록의 학습이 다른 목록의 학습에 미치는 영향에 있었다, 간섭 연구는 보통 두 피험자 집단을 포함한다. (표 1). A - D 실험 집단은 두 짝진 목록을 학습하는데, 첫째 목록은 A - B, 그리고 둘째 목록은 A - D로 명명된다. 이 목록들은 같은 자극어 (A) 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피험자들은 A - B 목록에서 고양이 - 43 그리고 집 - 61 과 같은 쌍을, A - D 목록에서는 고양이 - 82 그리고 컵 - 37 과 같은 쌍을 학습한다. C - D 통제 집간은 A - B 목록을 먼저 학습하고 나중에 전혀 다른 C - D 목록을 학습한다. 예를 들면, C - D 목록에서 피험자들은 뼈 - 82 그리고 컵 – 37 과 같은 쌍을 학습한다. 두 집단 각각은 둘째 목록을 학습한 수 첫째 목록으로 다시 검사 받는데, 두 집단 모두 A - B 목록으로 검사 받는다. 이 파지 검사가 때로는 24 시간 또는 일 주일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지연된 후 실시된다. 일반적으로, A - D 집단은 둘째 목록의 학습 속도와 원래 A - B 목록의 파지 모두에서 C - D 집단만큼 잘 하지 못한다. 파지라는 입장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A - D 목록의 학습이 A - B 목록을 간섭하고 망각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이 연구는 같은 자극에 대하여 여러 개의 연합을 유지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새 항목을 학습하기와 옛 항목을 유지하기 모두가 어려워진다. 이 사실은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의 다소 우울한 면을 보여 준다. 한 개념의 새 정보가 추가되면, 학습하기가 점차 어려워짐을 뜻한다.

표 1 일반 간섭 패러다임에서 사용되는 실험 집단과 통제 집단

A - D 실험

C - D 통제

학습

학습

검사

A - B

A - D

A - B

학습

학습

검사

A - B

C - D

A - B

즉 친구에 관해 새 사실을 알 때마다, 그 친구에 관한 옛 사실을 잊어버릴 위험에 처한다. 다행히, 그와 같은 간섭을 완화해 주는 추가 요인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을 논의하기 전에, 간섭 효과의 기초를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간섭 효과의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는 매우 다른 실험 과제가 있음이 알려졌다.
 

    한 자극에 추가 연합을 학습하는 것이 옛 연합을 망각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1) 부채 효과

간섭 효과는 한 기억 구조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확산되는 활성화의 양으로 이해될 수 있다. 여기서 기본 생각은 피험자들에게 고양이와 같은 자극이 제시될 때, 활성화는 그 자극으로부터 그와 연합된 모든 것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소스로부터 확산될 수 있는 활성화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더 많은 것들이 그 소스와 연합될수록 다른 기억 구조로 확산될 수 있는 활성화가 줄어든다. 이런 생각을 보여 주는 실험 (Anderson, 1974a) 에서 필자는 피험자들에게 어떤 사람이 어떤 장소에 있다라는 형태의 26 개 사실들을 기억하게 하였다. 어떤 사람은 단지 한 장소와 그리고 어떤 장소는 단지 한 사람과 짝지워졌다. 또 어떤 사람들은 두 장소와, 또 어떤 장소들은 두 사람과 짝지워졌다. 예를 들면, 피험자들이 다음과 같은 문장을 학습한다고 하자 :

각 진술문 다음의 두 숫자는 주어와 장소가 연합된 사실의 수이다. 예를 들면, 문장 3 은 2 - 1로 표시되어 있는데 이것은 이 문장의 주어가 두 문장 (문장 3 과 4) 에, 장소는 한 문장 (문장 3) 에 나타남을 뜻한다. 피험자들은 이 재료를 충분히 학습하여, 반응 시간을 측정하기 전, 특정인 (예 : 의사) 과 연합된 모든 장소를 그리고 특정 장소 (예 : 공원) 와 연합된 모든 사람들을 회상할 수 있었다. 앞서 개관한 간섭 실험과는 달리, 모든 재료가 암기되었으며 이 연구의 관심사는 인출 속도였다. 재료를 암기한 후, 피험자들은 재인 단계로 들어가서 문장을 제시 받고 그 문장이 학습 세트에 있었는지의 유무를 빨리 답해야 했다. 새 문장들은 학습 세트에 있었던 사람과 장소를 다시 짝지어 만든 틀린 문장이었다. 앞서 제시된 문장들을 포함한 문장 유형에 따른 반응 시간은 표 2 에 나와 있으며, 이 자료는 사람– 장소가 연합된 횟수의 함수로 분류되어 있다. 표에서 재인 시간은 사람 - 장소 연합 횟수의 함수로 증가한다.  

표 2 사람과 장소에 관해 학습한 사실 수의 함수로서 문장의 평균 재인 시간

특정 장소를
사용한 문장 수

특정인에 관한 문장 수

한 문장

두 문장

한 문장

두 문장

1.11 초

1.17 초

1.17 초

1.22 초

출처: Anderson, 1974a.

이러한 간섭 효과는 5 장에서 기술된 것처럼, 명제 망조직에 적용된 활성화 확산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될 수 있다. 그림 4 는 1 부터 4 까지의 문장들을 망조직 표상으로 보여 준다. 이 표상에 활성화 개념을 적용하여, 반응 시간의 증가를 잘 설명할 수 있다. 변호사가 공원에 있다라는 검사 항목 (probe) 을 피험자가 어떻게 재인하는지 보자. 활성화 확산에 따르면, 이 명제의 재인은 다음과 같이 뚜렷이 구분된 단계를 거친다 :

3. 여러 통로를 따라 퍼지는 활성화는 명제 마디에서 모인다. 이 활성화는 합산되어 그 명제 마디의 전반적 활성화 수준을 산출한다.

4. 명제는 그 활성화 수준과 반비례하는 시간의 양으로 재인된다.

예를 들면, 그림 4 와 같은 구조에서, 피험자들이 변호사와 공원을 포함하는 사실을 재인하는 것이 의사와 은행을 포함하는 사실을 재인하는 것보다 느려져야 한다. 그 이유는 첫 세트의 개념들로부터 여러 통로들이 갈라져 나가기 때문이다. 즉 변호사와 공원의 경우 각 개념에서 나온 두 통로는 이미 학습한 다른 두 명제를 가리키고 있는 반면, 의사와 은행의 경우 각 개념은 단지 한 개의 통로로 나간다. 부채 효과 (fan effect) 는 한 개념과 연합된 사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이처럼 반응 시간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명칭을 붙인 이유는 반응 시간의 증가가 그 개념의 망조직 표상으로부터 펼쳐진 사실들의 부채꼴이 커진 데 기인하기 때문이다.
 

    한 개념이 많은 사실들과 연합될수록, 이 사실들 중 어느 하나를 인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2) 실험 이전의 기억으로 인한 간섭

실험실 밖에서 학습한 재료에도 간섭 효과가 생기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루이스와 앤더슨 (Lewis & Anderson, 1976) 은 부채 효과가 실험 이전에 피험자가 알고 있었던 재료에서도 얻어질 수 있는지 검토했다. 피험자들은, 예를 들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인도 출신 이다 와 같이 공적 인물에 관해 가상적 사실들을 학습하였다. 피험자들은 각 인물에 대하여 0 에서 4 개의 사실을 학습하였다. 이 '사실들' 을 학습한 후, 그들은 재인 검사를 받았다. 이 단계에서 그들은 다음과 같은 세 유형의 문장을 보았다. (1) 실험 상황에서 학습한문장, (2) 공적 인물에 관한 실제의 사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황제였다), 그리고 (3) 실험적 가상 세계와 실제 세계 모두에서 틀린 문장들이었다. 피험자들은 처음 두 유형의 사실은 옳고, 마지막 유형은 틀리다고 반응해야 했다.

그림 5 는 어떤 인물에 관해 학습한 가상적 사실의 수 또는 부채의 함수로 세 가지 사실 유형을 판단할 때 걸린 시간이다. 반응 시간이 모든 유형의 사실에 대한 부채와 함께 증가 하였다. 또한 피험자들은 실험 내의 사실보다는 실제의 사실에 더 빨리 반응했다. 실제의 사실이 보인 이러한 이득은 가상적 사실보다 기억에 훨씬 더 강하게 약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림 5 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같은 사람에 관해 가상적 사실을 많이 학습할수록, 피험자는 그 사람에 관해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 예를 들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황제였다 라는 사실을 재인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이다. 이처럼, 간섭은 실험 이전의 재료에도 일어날 수 있다. 이 주제를 더 자세히 알려면, 피터슨과 포츠 (Peterson & Potts, 1982) 를 보라.

 

 

    실험실 밖에서 학습한 재료는 실험실 내에서 학습한 재료에 의해 간섭을 받을 수 있다.

(3) 간섭과 쇠잔

지금까지 망각을 일으키는 두 기제를 검토하였다. 하나는 흔적 강도의 쇠잔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기억으로부터의 간섭이다. 심리학에서는 그 동안 쇠잔으로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간섭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추측해 왔다. 즉, 기억이 쇠잔하는 듯 보이는 이유는 파지 간격에 걸쳐서 피험자들이 학습한 추가 기억이 기존 기억을 간섭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추측 때문에 사람들이 수면중 또는 깨어 있을 때, 어느 경우에 기억이 더 좋은지를 비교하는 연구를 하게 하였다. 이런 연구는 수면중에는 학습된 기억이 덜 간섭 받을 것이라는 추리에 바탕을 둔다. 엑스탠드 (Ekstand, 1972) 는 수면시 망각이 적어진다는 결과와 일치하는 많은 연구들을 개관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결정적인 변수는 수면이 아니라 하루 중 언제 재료를 학습했는가 이다. 호키 등 (Hockey, Davies, & Gray, 1972)은 피험자들이 밤에 깨어 있고 낮에 수면을 취해도 밤에 학습한 재료를 더 잘 기억했음을 발견했다. 초저녁이 최고의 각성 시기이고 (적어도 보통 대학생들에게는) 높은 각성 상태에서 학습한 경우 재료의 파지가 가장 잘 된다.

심리학에서는 그림 1 과 그림 2 와 같은 파지 함수가 간섭이 전혀 없는 쇠잔을 반영하는지 또는 확인되지 않은 소스에 의한 간섭을 반영하는지 오랫동안 논란이 있었다. 쇠잔 이론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 이론이 망각을 일으키는 심리 요인을 밝히지 않고 망각이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발생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장기적 상승 작용 자료 (그림 3) 에서 보았듯이 생리적인 설명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있는 자료에 비추어, 최선의 결론은 간섭과 쇠잔 효과 모두가 망각에 기여한다고 보는 것이다.
 

    망각은 흔적 강도의 쇠잔과 다른 기억으로부터 간섭에 의해 일어난다.

(4) 간섭과 용장도

간섭 효과를 얻는 상황에 중요한 제약이 가해진다. 간섭은 본질적으로 서로 관계가 없는 여러 내용을 학습할 때에만 발생한다. 간섭은 기억 내용들이 풍부하면 (redundant) 발생하지 않는다. 브래드쇼와 앤더슨 (Bradshaw & Anderson. 1982) 은 풍부한 정보 대 부적절한 정보의 대조적 효과를 보여 준다. 이 연구자들은 유명한 인물들에 관해 별로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피험자들에게 학습시켰다. 한 조건에서 피험자들은 다음과 같은 단일 사실을 학습하였다.

부적절한 조건에서 피험자들은 개인에 관한 표적 사실에 두 가지 무관한 사실을 추가하여 학습하였다.

에 추가하여

• 로크는 오랫 동안 요통으로 고생했다.

셋째, 적절한 조건에서 피험자들은 표적 사실과 인과적으로 관련된 두 개의 추가 사실을 학습했다.

표 3 조건 및 시간 간격의 함수로서 회상 백분율

 

즉시 회상

한 주일 후 회상

    단일 사실

    부적절한 사실

    적절한 사실

92

80

94

62

45

73

피험자들은 표적 사실을 학습한 직후 그리고 한 주일이 지난 후 회상 검사를 받았다. 그들은 뉴턴, 모차르트, 그리고 로크와 같은 이름을 제시 받고 그들이 학습한 내용을 회상해야 했다. 결과는 표 3 에 나와 있다. 부적절한 조건을 단일 조건과 비교해 볼 때, 한 항목에 대하여 학습한 사실이 더 많으면 기억이 더 나빠지는 표준 간섭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적절한 조건과 단일 조건을 비교하면 결론이 매우 달라진다. 특히, 한 주일 지연 후, 회상은 피험자들이 표적 사실과 인과적으로 관련된 추가 사실들을 학습해야 할 때 더 좋다.

학습할 재료에 용장도가 있으면 간섭 효과가 제거되는지 또는 그 반대 효과가 나타나는지 알기 위해 논의의 초점을 인출 과정과 특히 인출시 추론의 역할로 옮길 필요가 없다.
 

    풍부한 정보가 있는 재료의 학습은 표적 기억을 간섭하지 않으며 표적 기억을 촉진시키기까지 한다.

3. 인출과 추론

피험자들이 때로는 어떤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와 관련된 사실들을 인출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표적 사실을 추론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앞서 모차르트의 예에서, 그가 뮌헨에서 파리로 긴 여행을 떠난 것을 기억하지 못해도, 다른 두 사실을 기억할 수 있으면 표적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각하지는 못하지만 회상시에 그들이 실제로 학습한 내용을 회상하기보다는 추론한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

브렌스퍼드 등 (Bransford, Barclay, & Franks, 1972) 은 추론이 어떻게 부정확한 회상을 초래하는지 입증해 주는 또 다른 실험을 보고하였다. 그들은 피험자들에게 다음 문장 중 하나를 학습하게 하였다.

문장 1 을 학습한 피험자들에게 다음 문장의 학습 여부를 물었다.

소수의 피험자들만이 이 문장을 학습했다고 생각했다. 문장 2 를 학습한 피험자들은 다음 문장으로 검사되었다 :

문장 3 을 학습했다고 생각하는 다른 피험자 집단보다 더 많은 피험자들이 문장 4 를 읽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문장 4 에는 문장 2 의 뜻이 함축되어 있지만, 문장 3 에는 문장 1 의 뜻이 함축되어 있지 않다. 이와 같이, 피험자들은 학습한 재료가 함축된 문장을 실제로 학습했다고 생각했다.

설린과 둘링 (Sulin & Dooling, 1974) 연구는 추론이 피험자들의 덩이글 기억을 왜곡시킬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들은 피험자들에게 다음 구절을 읽게 하였다.

                                                 캐럴 해리스가 전문적 도움을 필요로 함

두 번째 피험자 집단은 위의 구절에서 캐럴 해리스를 헬렌 켈러 (Helen Keller) 로 바꾼 채 같은 구절을 읽었다. 구절을 읽고 일 주일 후, 피험자들을 제시된 문장들이 그들이 읽은 구절에서 나왔는지 판단해야 하는 재인 검사를 받았다, 결정적 문장 중의 하나는 그 소녀는 듣지도 못했고, 말도 못했으며, 그리고 앞도 볼 수 없었다였다. 캐럴 해리스 구절을 읽은 피험자들의 5 퍼센트만이 이 문장을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헬렌 켈러로 읽은 피험자들 중 정확히 50 퍼센트기 이 문장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연구자들이 예상했던 것이다. 두 번째 피험자 집단은 그 이야기를 헬렌 켈러에 대하여 그들이 알고 있었던 사실들로 정교화하였다. 따라서, 검사 때 이 문장이 학습한 재료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는 것이 합리적이기 하나 이 경우 그들의 추론은 틀린 것이다.

그녀는 듣지도 못했고 , 말도 못했으며, 그리고 앞도 볼 수 없었다 와 같은 추론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학습시인지 또는 검사시인지 알아보는 것은 흥미롭다. 이것은 다루기가 약간 어려운 문제로서, 피험자 자신들도 이 문제에 관해 믿을 만한 직관을 가지고 있지 않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두 기법들은 검사시에 추론을 한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하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추론이 증가하는지 알아 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한 구절에 대한 피험자들의 기억이 떨어지므로, 그들은 더 많은 재구성을 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추론 오류를 낸다. 둘링과 크리스티안센 (Dooling & Christiaansen, 1977), 그리고 스피로 (Spiro, 1977) 는 검사가 지연됨에 따라 추론에 의한 침투 (inferential intrusion) 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둘링과 크리스티안센은 추론이 검사시 이루어짐을 보이고자 캐럴 해리스 구절을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였다. 그들은 피험자들에게 그 구절을 학습시키고 일 주일 후, 검사 바로 전에, 캐럴 해리스가 사실은 헬렌 켈러라고 말해 주었다. 이 상황에서 피험자들은 그녀는 듣지도 못했고, 말도 못했으며, 그리고 앞도 보지 못했다 와 같은 문장을 학습했다고 생각하면서 많은 추론 오류를 냈다. 그들은 검사시까지 캐럴 해리스가 헬렌 캘러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검사시 그런 추론을 했음에 틀림 없다. 따라서, 피험자들은 검사시 재구성적 추론 (reconstructive inference) 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재료를 기억하려 할 때, 사람들은 그들이 학습했을 법한 내용을 인출하기 위하여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내용을 사용한다.

(1) 그럴듯한 인출

앞의 분석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사실들을 회상하거나 재인할 때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들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이러한 회상은 실수로 간주되지 않고 지적 추론으로 간주된다. 레더 (Reder, 1982) 는 실생활에서의 많은 회상이 정확한 회상 (exactrecall) 이라기 보다는 그럴듯한 추론 (plausible inference) 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영화 「별들의 전쟁」에서 다스 베이더 (Darth Vader) 가 악한이었는지를 판단할 때, 다스 베이더가 악한 이었다는 라는 명제가 영화에서 직접 표현되었을 법한데도 불구하고, 그 구체적 명제를 기억에서 찾지 못한다. 사람들은 다스 베이더의 행동에 대한 기억을 통해서 그가 악한이었다고 추론한다.

레더는 피험자들이 정확한 인출 또는 그럴듯한 인출을 요구 받았느냐에 따라 다른 행동을 보임을 입증하였다. 그녀는 피험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구절을 학습하게 하였다 :

큰 햄버거 연쇄점의 상속자가 곤경에 처했다. 그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랑스런 젊은 여자와 결혼했다. 이제 그는 아내가 노린 것이 결국 돈이었음을 알고 걱정하였다.그는 아내가 자기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음을 눈치챘다. 아마도 그가 맥주와 감자튀김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감자튀김을 더 이상 먹지 않을 수 없었다. 맛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공짜였기 때문이다.

그 다음 레더는 피험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판단하게 하였다:

첫째 문장은 학습한 것이었고 , 둘째 문장은 학습하지는 않았지만 그럴 듯한 것이었고, 그리고 셋째 문장은 학습하지도 않았고 그럴 듯하지도 않았다. 정확 조건의 피험자들은 정확한 재인 판단을 해야 했는데, 그들은 첫 문장은 수용하고 다른 두 문장은 거부해야 했다. 그럴 듯한 조건의 피험자들은 이야기를 듣고 각 문장이 그럴 듯한지를 판단해야 했는데, 그들은 처음 두 문장은 수용하고 마지막 문장은 거부해야 했다. 레더는 피험자들에게 이야기를 학습시킨 직후, 20 분 후, 또는 2 일 후에 검사를 했다.

레더는 정확한 조건과 그럴 듯한 조건에서 피험자들이 보인 판단 시간에 관심을 가졌다. 그림 6 은 지연 시간의 함수로 나타난 레더의 실험 결과이다. 예상대로, 피험자들이 정확 조건에서는 시간이 지연됨에 따라 느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럴 듯한 조건에서 그들의 반응은 점차 빨라졌다. 피험자들은 정확 조건보다 그럴 듯한 조건에서 시작은 느렸지만, 2 일 후 그 반대 결과를 보였다. 레더는 정확 조건에서 피험자들의 반응이 점차 느려지는 이유는 정확한 기억 흔적이 점차 희미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럴 듯한 조건에서의 판단은 어떤 특정한 기억 흔적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정확한 인출처럼 망각으로 손상되지 않는다. 피험자들이 검사가 지연될수록 그럴 듯한 조건에서 빨라지는 이유는 비효과적인 정확한 인출보다는 더 빠른 그럴 듯한 인출을 쓰기 때문이다.

레더와 로스 (Reder & Ross, 1983) 는 다른 실험에서 정확한 판단과 그럴 듯한 판단을 비교하였다. 그들은 피험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학습하도록 하였다 :

연구자들은 앨런과 같은 특정인에 관해 피험자들이 학습해야 할 문장 수를 조작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장을 재인하는 데 걸린 시간을 주시했다 :

정확 조건의 피험자들은 문장이 그들이 학습한 것인지 판단해야 했다. 예를 들면, 앞의 재료에서 피험자들은 문장 1 은 수용하고 문장 2 와 3 은 거부할 것이다. 그럴 듯한 조건의 피험자들은 학습한 문장을 바탕으로 앨런이 관련된 활동이 그럴 듯한지 판단해야 했다. 따라서, 피험자들은 문장 1 과 2 는 수용하고 3 은 거부할 것이다.

정확 조건의 피험자들은 앨런에 관해 많은 사실을 학습할수록 그 판단 시간이 길어졌다. 이 결과는 근본적으로 앞 장에서 논의된 부채 효과의 반복이다. 그러나. 그럴 듯한 조건에서, 피험자들은 앨런에 관해 많은 사실을 학습할수록 판단이 빨라졌다. 앨런에 관해 많은 사실을 알고 있을수록, 특정 사실의 그럴 듯함을 판단하는 방법이 더 많아졌다. 따라서, 그럴 듯한 판단 (plausibility judgment) 은 특정 사실의 인출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은 자주 정확한 사실을 인출하려 하기보다는 그럴 듯한 어떤 것을 참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2) 정교화와 추론적 재구성의 상호 작용

앞 장에서 사람들이 재료를 정교화하면 기억이 어떻게 향상되는지를 논의했으며, 의미 정교화가 특히 이득이 있음을 보았다. 의미 정교화는 추론 내용을 풍부하게 하여 추론 과정을 촉진시킨다. 따라서, 정교화 과정은 학습한 내용에 대한 기억 향상과 함께 회상될 추론의 증가를 가져온다. 오웬스 등 (Owens, Bower, & Black, 1979) 의 실험은 이 예언을 확증해 준다. 피험자들은 주인공 여대생의 하루를 적은 이야기를 학습했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의사를 찾아가고, 강의를 듣고, 식료품을 사러 가고,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내용이다. 다음은 그 이야기의 한 구절이다 :

두 집단의 피험자들이 이 이야기를 학습했다. 집단 간의 차이는 단지 주제 집단이 다음의 추가 정보를 처음에 읽었다는 것이다:

이 추가 구절을 읽은 대학생들은 낸시가 교수와 사귀면서 임신이 된 것을 걱정하는 미혼대학생이라고 생각했다. 첫 구절을 읽지 않은 중립 조건의 피험자들은 낸시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의심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주제 조건의 피험자들이 중립 조건의 피험자들 보다 이야기의 주제와 관련된 정교화를 더 많이 하리라고 예상되었다.

피험자들은 이야기를 학습하고 24 시간 후 그것을 회상해야 했다. 주제 조건의 피험자들은 실제로 학습하지 않았던 여러 내용을 추론했다. 예를 들면, 많은 피험자들이 의사가 낸시에게 임신이라고 말했다고 보고 하였다. 정교화를 기반으로 피험자들이 그 이야기를 재구성한다면 이와 같이 원래와 다른 내용이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었다. 표 4 이는 이 연구의 결과이다. 중립 조건보다 주제 조건에서 더 많은 추론이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중요한 결과는 주제 조건의 피험자들이 실제로 학습한 명제들을 더 많이 기억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주제 조건의 피험자들은 추가 정교화를 통하여 이야기의 더 많은 부분을 회상할 수 있었다.

표 4 회상된 명제 수

 

주제 조건

중립 조건

학습된 명제

추론된 명제

29.2

15.2

20.2

3.7

출처 : Owens et al., 1979.

피험자들이 이야기에 있지 않았던 일들을 '틀리게 회상했기' 때문에, 그들이 정교화를 통해 실제로 이득을 얻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개입된 추론을 틀린 회상이라고 규정 짓는 것은 잘못이다. 피험자들이 주제 정보를 받으면 추론을 하게 되고, 또 이 추론을 회상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비실험적 상황은, 시험에서 정보를 회상하기처럼, 추론 내용을 실제로 읽은 재료처럼 쉽게 회상하도록 만든다.

광고자들은 사람들이 들은 바를 그럴듯한 추론으로 윤색하려는 경향을 자주 이용한다. 구강청정제인 리스터린 (Listerine) 광고의 일부를 보자 :

해리스 (Harris, 1977) 는 이 광고문을 약 이름난 '가고일 (Gargoil)' 로 바꾸어 그대로 사용하였다. 이 광고를 들은 피험자 15명은 모두가 "가고일 안티셉틱으로 양치질을 하면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 고 고 응답했는데, 실제로 이런 주장이 광고문에 없었는데도 그러했다. 미국 연방 상공위원회는 광고자들이 틀린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데, 그렇다면 리스터린 광고가 틀린 주장을 하는 것인가? 획기적 사건이라고 할 만한 판례에서, 법원은 리스터린을 제조한 워너 램버트 회사가 그 광고에 틀린 주장을 함축하고 있다고 불리한 판정을 내렸다.
 

    피험자들이 학습시 재료를 정교화하면, 그들은 학습한 내용을 더 많이 회상할 뿐만 아니라 학습하지 않은 내용까지 추론하는 경향이 있다.

(3) 도식의 사용

5 장에서 이야기의 해석을 유도하는 도식의 역할을 논의하였다. 개관하면, 도식은 식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신념처럼, 체제화된 사실들로 구성된다. 피험자들은 어떤 관찰되지 않은 그리고 언급되지 않은 요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추론하는 데 도식을 쓴다. 예를 들어, "프래드는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그는 적포도주를 곁들여 식사했다. 그는 후한 팁을 주었다" 를 들은 피험자는 프레드가 스테이크를 먹었다고 추론하는 경향이 있다. 도식은 학습시 재료를 정교화 하는 주요 기제이고, 또한 검사시 기억을 재구성하는 주요 기제이다. 기억에서 도식의 역할을 분명히 보여 주는 증거는 바틀릿 (Bartlett, 1932, p. 65) 이 제 1 차 세계 대전 전에 영국의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나왔다. 그는 「유령들의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사용한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여러 연구에서 사용되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기 있는 연구 항목이다. 이 이야기 전체가 다음에 나와 있다.

유령들의 전쟁

이것은 아마 약간 기이한 이야기라고 생각될 것이다. 확실히, 이 이야기는 에드워드(Edward) 시대의 영국 상류층 세계를 매우 잘 알고 있었던 바틀릿의 피험자들에게도 기이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유래한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합리적인 내용이었다. 이 이야기는 1 세기 전 캐나다 서해안 인디언들의 구전 문학 전통의 일부였다. 이 이야기는 세상사에 대한 그들의 도식이 매우 잘 들어맞았다. 기 이야기는 우리의 문화 도식이나 바틀릿 피험자들의 도식과는 잘 맞지 않는다.

바틀릿은 피험자들이 그들의 문화 도식과 매우 상반되는 이야기를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그는 피험자들에게 그 이야기를 학습하도록 한 후, 그 즉시부터 몇 년 후까지 다양한 지연 기간을 두고 그 이야기를 회상하게 하였다. 피험자들이 받은 과제의 성격을 대충 알기 위하여, 이 책을 치우고 앞 이야기에서 기억 나는 내용을 써보도록 하라.

바틀릿의 피험자들은 이야기를 전적으로 왜곡해서 기억했으며, 이 왜곡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 심해졌다. 다음은 그 이야기를 듣고 20시간 후 회상된 대표적 내용이다 (Bartlett, 1932, p. 66) :

유령들의 전쟁

피험자들은 원래 이야기에서 상당 부분을 빠뜨렸고 , 여러 사실들을 바꾸었으며, 새 정보를 들여왔다. 기억에서 이러한 부정확성 자체가 특별히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이 부정확성이 체계적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피험자들은 그 이야기를 자기들의 문화적 고정 관념에 맞추어 왜곡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원래 이야기에서 "무엇인가 검은 것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가 어떤 이야기에는 "그이 입에 거품을 물었다" 또는 "그는 토했다" 로 바뀌었다. 위의 회상에서, "바다표범 사냥" 이 "고기잡이" 로 바뀌었고 "카누" 가 "배" 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해석하기 힘든 부분, 예를 들어, 통나무 뒤에 숨기 그리고 인디언의 부상과 전쟁간의 끝남 간의 연결은 빠져있다. 더욱이, 이 피험자는 유령의 역할을 완전히 바꾸었다. 따라서, 피험자들은 자기들의 도식과 부합되지 않는 이야기를 읽을 때, 이야기를 왜곡해서 도식해 맞추려는 강한 경향을 보인다.
 

    사람들은 학습한 재료의 추론적 회상을 돕기 위하여 도식을 사용한다.

(4) 학습시 추론 대 검사시 추론 : 요약

이 절은 추론이 덩이글 재료의 기억에 미치는 효과에 중점을 두었다. 추론은 학습시 그리고 검사시 모두 일어난다. 이 절에서 개관한 연구의 대부분이 추론은 학습시 보다는 검사시에 이루어진다는 제안과 일치한다. 앞 장은 정교화 처리라는 제목으로 학습시 추론과정의 효과를 보여 주었다. 매쿤과 래트클리프 (McKoon & Ratcliff, 1992b) 는 학습시 추론은 덩이글 처리의 목표가 특수할 때만 발생하고 그런 목표가 없으면 덩이글을 읽을 때 추론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마 PQ4R 과 같은 덩이글 학습 방략은 통상적으로는 일어나지 않는 추론 과정을 강제적으로 일어나게 해서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보인다. 덩이글을 읽을 때 어떤 내용의 추론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제 12 장에서 자세히 논하겠다.

4. 연합 구조와 인출

앞장에서 본 활성화 확산 이론은 기억은 그 기억과 긴밀하게 연합된 기억에 자극 단서 (prompt) 를 제공함으로써 향상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러분이 옛 친구의 이름을 기억해 내려고 할 때 이 방법을 시도해 보았을 것이다. 여러분은 다른 친구들의 이름으로 또는 그 친구와 함께 했던 일에 관한 기억으로 여러분의 기억을 스스로 자극하고 있음을 깨달은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그 이름이 떠오르는 수가 종종 있다. 털빙과 펄스톤 (Tulving & Pearlstone, 1966) 은 이 현상을 실험을 밝혔다. 그들은 피험자들에게 개, 고양이, 말, 그리고 소와 같은 단어들의 범주가 포함된 48 개의 단어들로 구성된 목록들을 학습시켰다. 학습 후, 피험자들은 그 목록에 있었던 모든 단어들을 회상해야 했다. 그들은 범주 구성원에 대한 기억 단서로 포유 동물과 같은 자극 단서를 받으면 그에 해당하는 단어 목록들을 더 잘 기억해 내었다.

(1) 체제화와 회상

기 목록을 회상할 때 목록에 있은 개별 항목들에게 단서를 주는 방식을 제공하여 피험자들의 기억을 향상시키려는 여러 조작들이 있었다. 그러한 책략들은 피험자들이 항목들을 기억에서 체계적으로 탐색하도록 재료를 체제화하는 기법들을 포함한다. 바워 등 (Bower, Clark, Lesgold, & Winzenz, 1969) 의 실험은 이러한 체제화의 이용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피험자들에게 그림 7 에 있는 네 위계의 단어들을 모두 학습하도록 하였다, 두 학습 조건이 비교되었다. 체제화 조건에서, 네 위계는 그림에서 보듯이 나무 구조형태로 제시되었다.

그림 7 바워 등의 자유 회상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제시된 위계도. (Bower et al., 1969)

표 5 체제화의 함수로서 네 시행에 걸쳐 회상된 평균 단어 수

조건

시         행

1

2

3

4

체제화

무   선

73.0

20.6

106.1

38.9

112.0

52.8

112.0

70.1

출처 : Bower et al., 1969.

무선 조건의 피험자들 역시 네 위계도를 보았지만, 위계도 각각이 네 범주의 단어들로 무선적으로 채워져 있었다. 따라서 동물, 의류, 수송 기관 및 광물별로 각각의 위계도를 보는 대신, 피험자들은 한 개의 위계도가 범주당 몇몇 항목들을 포함하고 있는 네 위계도를 보았다. 피험자들에게 각각의 위계도를 학습하는 데 1 분씩 주고, 네개의 위계도를 학습하게 한 후, 모든 단어를 순서에 관계 없이 회상하게 하였다. 이러한 학습-검사 절차가 네 번 반복되었다. 네 번에 걸쳐 두 집단이 보여 준 수행이 표 5 에 회상된 단어 수로 나와 있다. 최대로 회상이 가능한 단어 수는 112 개였다. 체제화 집단이 상당한 이득을 보였다. 이 집단이 단어를 회상한 순서를 분석하면 피험자들이 위계도의 위계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체제화하여 단어들을 회상했음이 밝혀졌다 — 예를 들면, 그림 7 에서, 그들은 먼저 광물을 회상한 다음 금속을 회상했다. 체제화 집단의 이득은 체계적인 탐색 방법으로 요소들에 대한 기억에 단서를 준 데 있다. 예를 들면, 광물은 금속을 회상하기 위한 단서로, 금속은 합금을 회상하기 위한 단서로, 합금은 놋쇠를 회상하기 위한 단서로 작용한다.

바워 등의 결과가 학습 습관에 주는 함의는 중요하고 또 분명하다. 학과목 내용은 흔히 앞의 단어 목록처럼 위계 내에서 체제화될 수 있다. 표 6 은 이 장에서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위계적으로 체제화한 것이다. (실제로 이 내용을 배울 때, 학생들이 스스로 체제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더 좋은데, 그렇게 하면 내용을 더 깊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읽기 쉽도록 위계 수준을 톱니 모양으로 나타냈다. 내용을 이런 식으로 체제화함으로써, 학습자는 내용에 구조를 부여하여 이 구조가 논술식 답을 쓰는 검사와 같은 과제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의 인출을 촉진시킬 수 있다.
 

    정보는 위계적으로 체제화되어 있을 때 그 인출이 촉진된다.

(2) 장소법

고전적 기억술인 장소법 (method of loci) 은 인출을 목적으로 좋은 체제화를 장려하는 것에 그 효과가 있다. 이 기법은 노트 또는 텔레프롬프터가 없이 연설을 했던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키케로 (Cicero) 는 「수사학」에서 그리스 시인 시모니데스 (Simonides) 를 이 방법의 창시자로 본다. 시모니데스는 어떤 연회에서 서정시 한 편을 발표했다. 그 발표 후, 그는 자기 시에서 칭송된 카스토르 (castor) 와 폴럭스 (Pollux) 신들에 의해 연회장 밖으로 부름을 받았다. 그가 없는 동안, 지붕이 내려앉아 연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그 시체들이 너무 엉망이 되어 친척들은 도저히 그들을 가려 낼 수 없었다. 그러나 시모니데스는 그들이 연회장에 앉아 있었던 장소에 따라 각각의 시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회상의 이러한 묘기는 시모니데스로 하여금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대상들을 서열화된 장소에 배치하는 것이 유용함을 확신시켰다. 이 이야기가 다소 환상적으로 들리고, 장소법의 원래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이 방법을 사람들이 연설할 때 강조하려는 요지처럼 서열화된 일련의 항목들을 기억하려 할 때 유용한 기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 : Christen & Bjork, 1976 ; Ross & Lawrence, 1968).

표 6 이 지점까지 이 장의 체제화

파                  지

파지 함수

 

 

 

간섭 효과

파지의 멱법칙

바릭의 연구

장기적 상승 작용

 

짝진 연합 과제

부채 효과

       앤더슨 (Anderson, 1974a) 실험

       망조직 해석

실험 이전 기억

쇠잔과의 관계

용장도 효과

인                  출

간섭의 역할

 

 

 

 

 

 

 

 

연합 구조의 역할

브랜스퍼드, 바클리 및 프랭크스 (거북이 세 마리)

둘링의 헬렌 켈러 구절 연구

그럴 듯한 인출 (레더)

정교화 처리와의 상호 작용

       오웬스, 바워 및 블랙

       해리스의 가고일 실험

도식의 사용

       바틀릿의 '유령들의 전쟁'

 

체제화 효과

       위계

       바워, 클라크, 레스골드 및 윈젠츠 (Bower, Clark, Lesgold & Winzenz)

근본적으로, 장소법을 쓰려는 사람은 어떤 낯익은 지역을 관통하는 고정된 통로를 상상해야 하는데, 이 때 이 통로를 따라 어떤 고정된 장소들이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캠퍼스의 서점으로부터 도서관까지 그러한 통로가 있다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물체들을 기억하려면, 고정된 장소와 물체를 연합하고 머리 속에서 그 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예를 들어, 여섯 가지 식품 − 우유, 핫도그, 개먹이, 토마토, 바나나 및 식빵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우유를 서점과 연합하기 위하여, 서점 앞에 우유로 뒤범벅이 된 책을 상상할 수 있다. 핫도그를 레코드 가게 (통로에서 서점 다음 장소임) 와 연합하기 위하여, 핫도그 한 뭉치가 레코드 위에서 돌아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피자 가게가 레코드 가게 다음이므로, 피자를 개먹이와 연합하기 위하여, 피자 위에 개먹이가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그 다음 교차로가 나온다. 이 길을 토마토와 연합하기 위하여, 뒤집힌 야채 트럭과 여기저기 널려진 토마토를 상상하면 된다. 그리고 본부 건물로 간다. 총장이 바나나로 만든 훌라형의 스커트를 입고 나오는 것을 상상한다. 마지막으로, 도서관에 도착해서 큰 식빵을 도서관 입구로 통하는 차양으로 상상하여 도서관과 식빵을 짝짓는다. 이 목록을 재구성하려면, 각 장소에 대한 연합을 재생시키면서, 이 통로를 머리 속에서 걷기만 하면 된다. 이 기법은 긴 목록에도 효과가 있는데, 단지 더 많은 장소가 필요할 뿐이다. 같은 장소가 다른 목록을 학습하는 데 여러 번 쓰일 수 있다는 증거가 상당히 많다 (예 : Christen & Bjork, 1976).

장소법의 효능은 두 중요한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첫째, 장소법이 아니면 그 구설이 산만했을 목록에 체제화를 부과한다. 회상시 심적 통로를 따라 가기만 하면 우리가 연합을 형성한 장소들을 통과하게 되므로 정확한 회상이 보장된다. 둘째 원리는 장소와 목록들 간의 심상 연결이 시각 심상을 이용해서 재료를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장소법은 서열화된 장소들을 기억 인출의 단서로 쓰도록 작용한다.

(3) 약호화 맥락의 효과

기억과 연합되는 단서들 중 기억이 형성되는 맥락에서 온 단서들이 있다. 검사 때 이런 맥락 단서들이 재생된다면, 피험자들이 표적 기억을 재활성화하는 방식이 늘어난다. 맥락이 기억에 큰 영향을 줄 수 잇다는 증거가 많다. 이 절에서는 맥락이 기억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 방식을 개관한다. 맥락 효과는 맥락이 사건을 기록하는 기억 흔적으로 약호화되는 내용에 영향을 주므로 흔히 약호화 효과 (encoding effect) 라고 한다.

스미스 등(Smith, Glenberg, & Bjork, 1978) 은 물리적 맥락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실험을 하였다. 피험자들은 짝진 연합 목록 둘을 서로 다른 날에, 다른 물리적 상황에서 학습했다. 첫날 피험자들은 미시간 대학교 캠퍼스 부근에 있는 건물의 창이 없는 방에서 목록을 학습했다. 실험자는 말끔한 차림으로, 상의와 넥타이를 착용하였으며, 짝짓기 목록은 슬라이드로 제시되었다. 둘째 날, 피험자들은 캠퍼스의 창이 있는 조그만 방에서 목록을 학습했다. 실험자는 플란넬 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단정치 못한 복장이었다 (같은 실험자 였지만, 피험자들은 그를 알아채지 못했다). 짝짓기 목록은 비디오테이프로 제시되었다. 하루가 지난 후, 피험자들의 반은 같은 상황에서, 나머지 반은 다른 상황에서 회상 검사를 받았다. 피험자들은 같은 상황에서 검사를 받았을 때에는 목록의 59 퍼센트를, 그러나 다른 상황에서 검사를 받았을 때에는 목록의 46 퍼센트만을 회상할 수 있었다. 이처럼 검사 맥락이 학습 맥락과 같으면 회상이 더 좋다.

고든과 배들리(Godden & Baddeley, 1975) 는 맥락을 매우 극적으로 변화시켜서 연구를 하였다. 그들은 잠수부들에게 40 개의 무관한 단어들을 해변에서 또는 20피트 수중에서 학습시켰다. 잠수부들은 목록을 같은 또는 다른 환경에서 회상하였다. 그림 8 은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 준다.

이 피험자들은 그들이 학습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회상했을 때 확실히 우수한 기억을 보였다. 따라서, 맥락 요소들이 기억과 연합되며, 피험자들이 맥락 요소를 다시 제공 받으면 기억이 향상된다.

맥락 효과의 정도가 실험마다 다름이 증명되었다. 퍼넌데즈와 글렌버그 (Fernandez & Glenberg, 1985) 는 맥락 의존성을 찾지 못했음을 보고하고, 소플레이 등 (Saufley, Otaka, & Bavaresco. 1985) 은 교실에서 그러한 효과를 찾지 못했음을 보고했다. 아이히 (Eich, 1985) 는 그러한 맥락 효과의 양은 피험자가 맥락을 기억과 통합시키는 정도에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실험에서 그는 두 피험자 집단에게 목록들을 읽어 주었다. 한 조건에서는 피험자들에게 명사를 지시하는 대상물들을 단독으로 상상하도록 하였고, 다른 조건에서는 피험자들에게 지시 대상물들을 맥락과 함께 상상하도록 하였다. 아이히는 피험자들에게 지시 대상문을 맥락과 함께 상상하라고 지시하였을 때 큰 맥락 변화의 효과를 발견하였다.

바워 등 (Bower, Monteiro, & Gilligan, 1978) 의 연구는 정서적 맥락도 물리적 맥락처럼 효과가 있음을 보여 준다. 그들은 피험자들에게 두 개의 목록을 학습하도록 하였다. 한 목록은 최면으로 유쾌한 상태를 유도하여 피험자들이 그들의 생애에서 경험한 즐거운 일화를 회고하도록 하고, 다른 목록은 최면으로 불쾌한 상태를 유도하여 그들이 경험한 충격적인 사건을 회고하도록 하였다. 회상 검사는 나중에 (또다시 최면으로 유도된) 유쾌한 또는 불쾌한 상태에서 실시되었다. 검사 받을 때의 정서적 맥락이 학습 당시의 정서적 맥락과 일치했을 때 기억이 더 좋았다. (주석 : 별도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통속적인 보고이기는 하지만, 최면에 관한 가장 최선의 증거는 비록 최면이 검사 당시의 맥락 요인들을 재창조하는 데 사용되는 한 기억에 도움이 되지만, 최면 그 자체가 기억을 향상시키는 것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면이 아닌 수단에 의해서도 학습 맥락의 상당한 부분이 재현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억해야 할 사건의 주변 정황에 관한 자유 연상을 하게 하는 방법이다 (예: Geiselman, Fisher, Mackinnon, & Holland, 1985).)

이러한 기분 의존 효과를 항상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바워와 메이어 (Bower & Mayer, 1985) 바워 등 (Bower et al.,1978) 의 결과를 반복하지 못하였다. 아이히와 메트칼페 (Eich & Metcalfe, 1987) 는 그러한 기분 의존 효과는 피험자들이 학습시 그들의 기억을 기분 정보와 통합시켰을 경우에만 얻어짐을 발견했다. 그러므로, 물리적 맥락 효과처럼, 기분 의존 효과도 특수한 학습 상황에서만 발생한다.

확고하게 관찰되는 현상은 기분 일관성(mood congruence) 효과이다. 이것은 행복한 기억은 행복한 상태에서 그리고 슬픈 기억은 슬픈 상태에서 기억하기 쉬움을 뜻한다. 이것은 학습 중 피험자의 정서 상태라기보다는 기억 내용의 효과이다. 예를 들면, 티즈데일과 러셀 (Teasdale & Russell, 1983) 은 피험자들이 긍정적, 부정적 및 중성적 단어들의 목록을 정상 상태에서 학습하도록 하였다. 그 후 그들은 긍정적 및 부정적 검사 상태를 유도하였다. 결과는 그림 9 에 나와 있으며, 피험자들은 검사시 그들의 기분과 일치하는 단어들을 더 많이 회상하였다. 기분 요소가 검사시 활성화되면, 활성화는 그 기분 요소를 공유하는 기억까지 확산된다. 이 요소들은 티즈데일과 러셀의 실험에서처럼 기분과 일치하는 기억을 포함하며, 학습 과정의 일부로 통합된 기분 요소 (아이히와 메트칼페의 실험에서처럼) 를 가진 기억을 포함한다.

이와 관련된 한 현상이 상태 의존 학습(state-dependent learning) 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학습했을 당시와 같은 정서적 및 물리적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으면 정보를 회상하기가 더 쉽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심하게 음주한 사람들은 술에서 깨어나면 술에 취했을 당시 술을 어디에 숨겼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며, 그들이 취해 있으면 깨어 있을 당시 돈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흔히 말한다. 실상, 술과 관련된 기억의 상태 의존성을 밝힌 실험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술이 정보 획득을 보통 저해한다는 점이다 (Parker, Birnbaum, & Noble, 1976). 마리화나 역시 비슷한 상태 의존 효과를 보여준다. 어떤 실험 (Eich, Weingartner, Stillman & Gillin, 1975) 에서, 피험자들은 마리화나 담배 또는 보통 담배를 피운 후 자유 회상 목록을 학습했다. 피험자들은 4 시간 후 검사를 받았는데, 또다시 마리화나 담배나 보통 담배를 피운 후였다. 이 연구의 결과가 표 7 에 나와 있다. 이 표가 보여 준 것은 향정신성 약물이 기억에 미치는 전형적인 효과이다. 첫째, 상태 의존 효과는 검사 상태가 학습 상태와 일치할 때 높은 회상을 보여 준다. 둘째,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학습한 내용을 잘 회상한다.

표 7 학습시와 검사시의 약물 상태 효과 간의 상호 작용

학습

검              사

보통 담배

마리화나

평균

보통 담배

마리화나

25 %

12 %

20 %

23 %

23 %

18 %

출처 : Eich, Weingartner, Stillman, & Gillin, 1975.

 

    사람들은 학습시와 검사시의 내적 상태와 외적 맥락이 일치하면 더 좋은 기억을 보인다.

(4) 맥락에서 다른 재료의 효과

학습할 재료의 기억은 그 재료를 포함하고 있는 다른 학습 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톰슨 (Thompson, 1972) 의 재인 기억 실험을 보자. 그는 피험자들에게 하늘 파란과 같은 단어 쌍을 학습시켰다. 피험자들은 각 쌍의 두 번째 항목 — 이 경우 파란만 기억하면 되고, 처음 단어는 맥락을 나타낸다는 말을 들었다. 나중에, 그들은 파란 또는 하늘 파란으로 검사를 받았다. 두 경우 모두에서, 피험자들은 파란을 보았는지 질문을 받았다. 단일 조건에서 그들은 파란을 시행의 76 퍼센트 재인했으나, 짝진 조건의 재인율은 85 퍼센트였다. 그들은 파란만을 검사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단어가 있는 맥락에서 그 단어를 더 잘 학습했음을 알 수 있다.

일련의 실험들(예 : Tulving & Thompson, 1973 ; Watkins & Tulving, 1975) 은 단어 기억이 검사 맥락과 원래의 학습 맥락과의 일치성에 의해 좌우됨을 잘 보여 준다. 워트킨스와 털빙은 피험자들에게 기차 검은과 같은 단어쌍을 학습시키고 둘째 단어만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여기서도 각 쌍의 첫 단어는 맥락으로 쓰였다). 이 학습 단계를 거친 후, 피험자들에게 흰과 같은 단어를 주고 연상되는 네 개의 단어를 말하게 했다. 예를 들어, 피험자들은 눈, 검은, 털 및 순수와 같은 단어들을 연상하였다. 연상 과제용 자극들은 외워야 하는 단어를 고확률로 유발시키는 것들로 뽑았다. 예를 들면, 흰은 검은을 고확률로 유발시킨다. 전체적으로 기억해야 할 단어가 네 연상어 중 어느 하나로 생성된 예가 사례의 66 퍼센트였다. 연상어를 모두 말한 후, 피험자들은 네 개의 연상어 중 어느 것이 그들이 학습한 단어인지를 지적하라는 말을 들었다. 네 단어 중 그 어느 것도 학습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더라도 반드시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기억해야 할 단어가 생성된 경우, 피험자들은 그 중 54 퍼센트를 정확히 택했다. 피험자들은 하나를 반드시 택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선택된 답들 중에는 운 좋게 추측된 것들도 있었으므로 재인율은 실제로 더 낮을 수 있음을 뜻한다. 이런 자유 연상을 끝낸 후, 피험자들에게 원래의 맥락 단어를 제시하고 회상해야 할 단어를 회상시켰다. 그들은 단어의 61 퍼센트를 회상했는데 — 이것은 추측에 기인하는 정답을 교정하지 않았을 때의 재인율 보다 더 높았다. 더욱이, 워트킨스와 털빙은 회상된 단어의 42 퍼센트가 피험자들이 앞서 자유 연상에서 재인하지 못한 단어들임을 발견하였다.

재인이 일반적으로 회상보다 더 좋다. 따라서, 피험자들이 어떤 단어를 재인하지 못하면, 그것을 회상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여겨졌다. 보통, 답을 회상해야 하는 검사보다 선다형 검사에서 더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 방금 기술한 실험들은 이러한 표준 예상과는 매우 상반되는 결과를 제공하였다. 그 결과들은 검사 맥락과 학습 맥락의 유사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 흰이라는 단어로 그 연상어가 검사되었던 맥락은 원래 검은이 학습되었던 맥락과 매우 다르다. 대조적으로, 단서가 제공된 회상 검사 (cued-recall test) 맥락에서, 피험자들에게 단어를 학습했던 원래의 맥락이 회상에서 비중이 크다면, 회상이 재인보다 더 나을 수 있다. 털빙은 이 결과를 약호화 명세성 원리 (encoding-specificity principle) 로 설명한다. 어떤 항목의 회상 확률은 검사시 약호화와 학습시 약호화 간의 유사성에 의존한다.
 

    사람들은 단어들이 학습된 맥락에서 같은 단어들을 검사 받으면 좋은 기억을 보인다.

5. 암묵 기억과 명료 기억

이제까지 이 장은 피험자들이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억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기억에서 가장 흥미 있는 분야는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기억에 관한 연구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기술할 수는 없는 일들을 자각하게 된다. 한 예로 타자기의 낱자판에 관한 기억을 들 수 있다. 숙련된 많은 타자수들이 스스로 타자 치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고서는 자판의 배열을 잘 회상하지 못한다. 확실히, 그들의 손가락은 키의 위치를 알지만, 타자수들은 이 지식에 의식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이러한 증거는 암묵 기억에 접근할 때 필요한 인출 조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만일 타자수들에게 키의 위치를 묻는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될 것이다. 타자 능력을 검사한다면, 그들은 완벽한 기억을 보일 것이다. 이 절에서는 암묵 기억과 명료 기억을 대조해 보겠다. 이런 대조를 해리 (dissociation) 라고 한다. 즉, 암묵 기억과 명료 기억이 다르게 행동함을 보여 줄 것이다. 앞의 자판 예에서, 명료 기억은 아무런 지식도 보여 주지 못하지만, 암묵 기억은 완벽한 지식을 보여 준다. 명료 기억 (explicit memory) 은 의식적으로 회상할 수 있는 일들에 관한 기억이다. 암묵 기억 (implicit memory) 은 어떤 과제에서의 수행의 향상을 통해 지식이 있음을 보여 주는 기억이다.

(1) 기억 손상 환자들이 아끼고 있는 암묵 기억

정상인의 경우에는 암묵 지식과 명료 지식 간의 완전한 해리가 드물지만, 기억 손상으로 고통을 겪는 환자들에게는 흔하다. 기억 손상 (amnesia) 은 신경 손상으로 인한 기억 결함이다. 이런 환자들 중에는 코르사코프 증후군 (Korsakoff syndrome)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포함된다. 이 증상은 만성 알코올 중독 때문에, 영양 실조와 뇌 손상이 초래된 것이다. 이 환자들은 코르사코프 증후군의 발병 후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없게 된다. 환자들은 전두엽과 해마의 신경 구조에 상당한 손상을 받아 고통을 당한다. 이전의 두 장에서 기술하였듯이, 이 두 영역은 기억에 특히 중요하다. 환자에 관한 다음과 같은 기술을 보자 :

기억 손상 환자들은 의식적으로 회상할 수 없는 여러 경험들을 암묵적으로 기억한다. 예를  들면, 그라프 등 (Graf, Squire, & Mandler, 1984) 은 기억 손상 피험자들과 정상 피험자들 간의 단어 기억을 비교하였다. 피험자들은 단어 목록을 학습한 후, 회상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그림 10 에 나와 있다. 기억 손상 피험자들은 정상 피험자들보다 훨씬 못했다. 그 다음 피험자들에게 단어 완성 과제를 주었다. 그들에게 학습한 단어의 첫 세 낱자를 주고 나머지 낱자들을 보충하여 영어 단어를 만들도록 하였다. 예를 들면, 피험자들은 ban      을 완성해야 했다. 학습한 단어를 우연히 추측할 확률이 10퍼센트 미만이었지만, 두 집단의 피험자들은, 그림에서 보듯이, 학습한 단어의 50 퍼센트 이상을 맞추었다. 더욱이, 단어 완성 과제에서는 기억손상 피험자와 정상 피험자들 간에 차이가 없었다, 기억 손상 피험자들은 단어들을 기억하고 있었음에 틀림 없다. 그러나, 그들은 자유 회상과제에서 이 기억 내용에 의식적으로 접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단어 완성 과제에서 암묵 기억을 나타냈다. 기억 손상 피험자들 중에 H. M. 이라는 환자가 있다. 이 남자는 간질병 치료 때문에 측두엽의 상당한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가장 심각한 기억 손상 환자들 중의 하나였으며 새 사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40 년 이상을 살았다. 그는 해마와 그 주변의 구조를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으며, 이것이 그의 심각한 기억 결함의 이유로 생각된다 (Squire, 1992). 그러나 그가 암묵 기억을 가지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예를 들면, 그는 비록 전날에 배운 다양한 지각 운동 과제에 대한 명료 기억은 없었으나, 그 과제에서 날마다 향상을 보였다 (Milner, 1962).
 

    해마가 손상된 기억 손상 환자들은 보통 의식적으로 어떤 사건을 기억할 수 없지만 암묵적으로 그 사건의 어떤 면을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2) 정상 피험자들의 암묵 기억과 명료 기억

최근의 많은 연구들 (Schacter, 1987 ; Richardson-Klavehn & Bjork, 1988) 이 정상 피험자들에게서의 암묵 기억과 명료 기억 간의 해리를 주목했다. 이 집단에서는 암묵적 기억의 존재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는 기억 손상 환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심각한 해리 증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어떤 변수들이 암묵 기억 검사에 미치는 효과와는 다른 효과를 명료 기억 검사에 미치고 있음이 입증되었다. 예를 들면, 자코비 (Jacoby, 1983) 는 피험자들에게 여자와 같은 단어를 있는 그대로 학습하게 하거나 (비맥락 조건), 남자 – 여자처럼 반대말로 학습하게 하거나 (맥락 조건) 도는 반대말로서 그 단어를 생성하게 하였다. 나중 조건에서 피험자들은 남자를 보고 여자를 말해야 한다.

자코비는 명료 기억과 암묵 기억을 타진하기 위하여 두 방법으로 피험자들을 검사하였다. 명료 기억 검사는 피험자들에게 그들이 학습한 단어 목록과 학습하지 않은 단어 목록을 주고 재인하도록 하였다. 암묵 기억 검사는 단어들을 짧게 (40 msec) 제시하고 그 단어를 파악하도록 하였다. 그림 11 은 학습 조건의 함수로 이 두 검사의 결과를 보여 준다.

명료 기억 검사의 수행은, 그림에서 보듯이, 많은 의미와 생성 과정을 포함하는 조건에서 가장 좋았으며, 이는 정교화 과정에 관해 앞서 개관한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대조적으로, 암묵적 지각 파악 검사의 수행은 의미와 생성을 포함하는 조건에서 더 나빠졌다. 세 조건 모두에서 피험자들은 전혀 학습하지 않은 단어들 (60 퍼센트) 보다 더 좋은 지각 파악률을 보였다. 지각 재인의 이러한 향상은 점화 (priming) 라고 한다. 자코비는 비맥락 조건이 가장 큰 점화를 보이는 이유는 단어를 파악하려고 지각 약호화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생성 조건에서, 피험자들은 읽을 단어조차 없었다 (주석 : 모든 연구가 비맥락 조건에서 암묵 기억이 더 빈약함을 밝힌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연구는 학습 조건과 기억 검사 유형 간에 상호작용이 있음을 밝힌다. Masson & MacLeod (1992) 의 논의를 더 참조하라.).

다른 실험에서, 자코비와 위더스푼 (Jacoby & Witherspoon, 1982) 은 피험자들이 재인하지 못하는 단어들보다 재인하는 단어들에 대하여 더 많은 점화를 보이는지를 물었다. 한 실험 단계에서, 피험자들은 그 단어의 학습 여부를 명료하게 재인해야 했으며, 다른 단계에서 피험자들은 짧게 제시된 단어를 확인해야 했다. 그들은 재인된 단어 지각에서의 성공과 재인되지 않은 단어 지각에서의 성공 간에 차이가 없음을 발견하였다. 이처럼, 정상 피험자들은 짧게 제시된 단어를 본 것은 회상하지 못하더라도 그 단어를 지각하는 능력은 향상된다.
 

    정교화 과정은 명료 기억은 촉진시키지만 암묵 기억은 촉진 시키지 못한다.

(3) 절차 기억

암묵 기억은 의식적인 자각이 없는 기억으로 정의된다. 이 정의에 의하면, 다소 상이한 것들이 암묵 기억으로 간주될 수 있다. 암묵 기억은 때로는 단어 철자 또는 단어 재인에 적절한 지각 정보를 포함한다. 이 기억들은 자코비의 실험에서 보았던 점화 효과를 초래한다. 다른 경우, 암묵 기억은 과제 수행 방법에 관한 지식을 포함한다. 이런 암묵 기억의 고전적 예는 자전거 타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잘 타지만 그들이 배운 바를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 기억 손상 피험자들은 절차 정보뿐만 아니라 점화 효과의 토대가 되는 어떤 정보를 기억에 남겨 두었음을 보여 준다.

베리와 브로드벤트(Berry & Broadbent, 1984) 의 실험은 자전거 타기보다 더 인지적 성격을 띤 절차 학습 과제를 사용하였다. 그들은 피험자들에게 가상적인 설탕 공장의 생산량을 노동력의 크기를 조절하여 제어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션하도록 되어있음). 피험자들은 설탕 공장의 그 달 생산량이 수천 톤 (예 : 6,000톤) 에 달함을 보고 다음 달의 노동력을 수백 명 (예 : 700) 단위로 선택해야 했다. 그들은 그 후 다음 달의 설탕 생산량 (예: 8,000톤) 을 보고 그 다음 달의 노동력을 정해야 했다. 표 8 은 가상적 설탕 공장에 관한 일련의 상호 작용을 보여 준다. 피험자의 목표는 설탕 생산량을 8,000 톤에서 10,000 톤 범위로 유지하는 것이다.

표 8 설탕 생산을 위한 일련의 입력과 출력

투입 노동력 (W)
단위 : 명

설탕 생산량 (S)
단위 : 톤

700

900

800

1,000

900

1,000

1,000

6,000

8,000

10,000

7,000

12,000

6,000

13,000

8,000

표 8 에서 설탕 생산량과 노동력을 관련시키는 규칙이 무엇인지 추론할 수 있다. 그 규칙이 뚜렷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수천 톤 단위의 설탕 생산량 (S) 은 수백 명 단위의 노동력 (W) 과 바로 전 달의 천 톤 단위의 설탕 생산량 (S1) 과 관계됨을 S = 2 ⅹ W - S1 로 나타낼 수 있다. (그 외에 1,000 톤의 설탕이 무선적으로 추가되기도 한다.) 옥스퍼드 대학생들에게 공장을 제어하는데 60 회 시행을 주었다. 60 회 시행을 넘어서자, 그들은 비로소 설탕 공장의 생산량을 비교적 잘 제어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규칙이 무엇인지 진술할 수 없었으며  '어떤 직관력' 또는 '맞다 는 느낌' 에 따라 반응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피험자들은 해당하는 명료 지식이 없어도 그런 공장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암묵 지식으로 알고 있었다. 기억 손상 피험자들도 이런 정보를 학습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Phelps, 1989).

심리학에서 흔한 구분 (예 : Anderson, 1976 ; Cohen & Squire, 1980 ; Schacter, 1987) 은 서술 지식과 절차 지식 간의 구분이다. 서술 지식 (declarative knowledge) 은 보고 할 수 있고 의식적으로 자각할 수 있는 명료 지식이다. 절차 지식 (procedural knowledge) 은 일을 하는 방법에 관한 지식이며, 암묵적이다 (앞서 주목하였듯이, 점화 실험에서 밝혀진 것과 같은 암묵 기억의 다른 유형도 있다). 이 장과 6 장에서 언급된 연구들은 주로 서술 기억에 관한 것이다. 다음 두 장에서는 주로 절차 기억에 초점을 둘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현재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설명은 못해도 과제를 해내는 효과적인 절차를 개발할 수 있다.

6. 일러두기와 읽을 거리

이 장의 주제는 다른 몇몇 출처에서 더 자세히 논의된다. 알바와 해셔 (Alba & Hasher, 1983) 는 기억 연구에서 도식 사용의 증거를 논하였다. 존슨과 레이 (Johnson & Raye, 1981) 는 사람들이 실제로 듣고 본 내용을 추론과 어떻게 구분하는지 논의한다. 털빙의 약호화와 기억에 관한 입장은 워트킨스와 털빙 (Watkins & Tulving, 1975), 플렉서와 털빙 (Flexser & Tulving, 1978) 의 논문과 털빙의 책 (Tulving, 1983) 이 잘 보여 준다. 털빙의 퇴임 기념으로 로디거와 크레이크 (Roediger & Craik, 1989) 가 편집한 책은 인간 기억의 최근 견해를 제공한다. 샤흐터 (Schacter, 1987) 는 암묵 기억 연구를 개관한다. 로디거 (Roediger, 1990) 는 이 문헌과 그 현상에 관한 그의 이론을 개관한다. 스콰이어 (L. R. Squire) 의 1987년 책은 기억의 신경 기초를 잘 보여 주며, 스콰이어의 논문 (Squire, 1992) 은 기억에서 해마 및 기억 관련 구조들의 기능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