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대뇌생리학

 

지능이란 무엇인가 : 안도 하루히코 지음, 손영수 옮김, 전파과학사, 1988, Page 50~60

 

1. 대뇌와 신경세포

2. 대뇌피질과 기능의 중추

3. 시냅스와 신경 전달물질

4. 지능의 생리학적 기초

5. 점의 정보와 전체상

6. 유사점과 차이점

 

1. 대뇌와 신경세포

지능은 여러 가지 일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를 인식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정신의 활동이다. 이같은 인식과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체험과 눈 앞의 사물이 어떻게 결부되는가를 알지 않으면 안된다. 즉 지능이 작용할 때는 기억과 그것에 바탕하는 판단의 양쪽이 필요하다. 그 기억과 판단을 관장하고 있는 곳이 대뇌이다.

대뇌는 주먹을 쥐고 그 양쪽을 합쳐 놓은 것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으며, 크기는 성인에서는 전후 16 cm, 너비 14 cm, 높이 12 cm 정도가 표준이다. 대뇌의 표면에는 수많은 홈이 있고, 홈과 홈 사이를 산등성이 같은 부푸른 것이 뻗어 있다. 마치 호두껍질을 까서 호두알이 드러날 때 볼 수 있는 형상과 흡사하며, 전체가 두부나 푸딩처럼 뭉실뭉실한 느낌을 준다. 이와 같이 주름모양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대뇌의 표면적은 체적에 비해서 매우 크고, 어른의 대뇌 표면은 한 변이 70 cm 의 정사각형과 거의 같은 면적이다.

이 대뇌의 표면으로부터 불과 1 ~ 3 mm 의 두께를 가진 층을 대뇌피질이라고 부르고, 여기에는 신경세포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그 아래에는 신경세포에서 나온 신경섬유가 전선 다발처럼 되어서 뻗어 있다. 그런데 인간이나 동물이 지능을 작용할 수 있는 것은 이 신경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지능뿐 아니라 앞에서 말한 본능이나 반사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도, 또 보거나, 듣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하는 것도 모두 신경세포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신경세포의 수는, 인간에게는 한 사람에게 150 억 개가 있다고 한다. 

그림 9  대뇌의 기능 중추

2. 대뇌피질과 기능의 중추

이렇게 방대한 수의 신경세포가 늘어서 있는 대뇌피질은 그림 9 에 보였듯이, 그 부위에 따라서 그 각각이 대뇌의 기능 중추로 되어 있다.

이를테면 시각의 중추는 후두엽에 있고, 촉각의 중추는 두정엽에 있는 식으로 마치 지도와 흡사하다. 대뇌 표면에 있는 장소에 따라서 각각이 기능의 중추 부위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상당히 오래 전의 일로서, 전쟁터에서 머리를 다친 병사의 기능 결락과 뇌의 손상 부위와의 관계를 진료한 경험에서 얻어졌다.

그림 9 를 보아서 알 수 있듯이, 대뇌에는 기억 중추니 판단 중추니 하는 중추가 없다. 기억이나 판단과 같은 고도의 기능은 위에서 말한 중추라고 하는 특정 부위에 국부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대뇌피질 전체에 분포하는 연합령이라고 하는 장소로 전달되어 기억되고 있거나, 그것에 바탕하여 판단이 이루어진다. 연합령이나 기억, 판단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3. 시냅스와 신경 전달물질

신경세포는 그림 10 에 보인 것과 같이 한 개의 세포체로부터 한 가닥의 축색 (신경섬유를 말한다. 보통 신경이라고 부르는 것) 과 수천 가닥의 수상돌기가 나와 있다. 수상돌기는 주위의 신경세포로부터 정보신호를 받아 자신의 신경세포로 전달한다. 한편 축색을 통해서 신경세포는 다른 신경세포로 정보를 보낸다.

정보는 전기신호로 되어서 신경섬유를 전해 간다. 따라서 신경섬유는 전선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이 신경섬유의 한 가닥, 한 가닥은 매우 미세하고 수가 방대하다. 그래서 하나의 뇌에 포함되어 있는 전체 신경섬유를 한 줄로 풀어서 직선모양으로 이어 나가면 50 만 km 의 길이가 되고, 이것은 지구를 열두 바퀴나 도는 거리에 해당한다.

신경섬유라고 하는 전선의 코드는 어떤 일정한 질서를 좇아서 뇌 속에 종횡 무진으로 둘러처져 있다. 이 신경섬유나 수상돌기를 통해서 뇌 속을 신경신호가 전달되어 간다. 이렇게 해서 대뇌 속에는 신호가 전달되는 일정한 회로모양의 경로가 차츰 형성되어 간다. 이 회로를 신경회로라고 부른다. 이것은 마치 본점과 각 지점을 연결하는 전화 회선과도 같은 것이다.

신경섬유의 말단이 다른 신경세포체 또는 수상돌기와 접하는 부분은 시냅스 (synapse : 신경 접합부) 라는 장치로 되어 있다. 시냅스는 한 사람의 인간의 뇌에는 500 조 개가 있다고 한다. 시냅스는 신경신호를 전달하거나, 차단하거나 하는 스위치와 같은 장치로서, 신호는 시냅스를 통해서 일정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시냅스는 이와 같이 전기신호가 오면 스위치가 들어가고 그 후 곧 끊어지지만, 시냅스 자체는 전류를 직접 전할 수는 없는 장치이다. 즉 신경섬유를 통해서 어떤 신호가 오면 그 때까지 열려 있던 신경섬유의 종말단과 인접한 신경세포 사이의 틈새가 닫혀져서 (즉 스위치가 들어가서) 신호가 전해지고, 신호가 전달되고 나면 스위치가 끊어져서 다시 틈새가 벌어진다.

이 틈새에서 일어나는 것은 일종의 화학변화로서, 전류가 시냅스를 거쳐서 다음 신경세포로 직접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그림 11 을 살펴보자.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시냅스의 말단은 버섯의 갓모양으로 부풀어 있고, 이 부푸른 속에는 시냅스 소포라고 하는 작은 주머니가 많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냅스 소포 속에는 어떤 종류의 화학물질이 저장되어 있어, 전기신호가 이 부푸른 곳에 도달하면, 이 주머니가 벌어져서 속에 있는 화학물질이 틈색로 방출된다. 이 화학물질이 시냅스가 접하고 있는 다른 신경세포와 결합하면, 그 세포체에 새로이 전기가 발생하고, 이 전류가 다시 앞쪽 방향으로 전달되어 간다. 이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흘러온 전기신호를, 신경섬유로부터 인접하는 신경세포로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작용을 하는 화학물질을 신경 전달 물질이라고 한다.

 

그림 11 시냅스 주변을 확대시켜 본 모식도

신경 전달 물질로서 현재 알려져 있는 것으로는 아세틸콜린,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이 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신경섬유를 통해서 시냅스로 전기신호가 왔을 경우, 시냅스로부터 신경 전달 물질을 분비함으로써 신호가 시냅스를 통과해서 다음 신경세포로 건네지는데, 신호가 통과하면 즉시 스위치가 끊겨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경 전달 물질은 자신이 할 역할을 마치고 나면 곧 파괴되어 접합부의 틈새로부터 없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는 다음 신호가 왔을 때를 대비해서 소포 속에 신속히 신경 전달 물질을 보급해 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시냅스는 이와 같은 화학처리 작업을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시냅스는 뇌 속에서 신경세포가 수상돌기나 축색이라고 하는 전선을 통해서 신경회로를 형성해 나가는데 있어 접합 지점의 연결기로서 매우 중요한 장치이다. 

4. 지능의 생리학적 기초

신경회로 속의 신경세포와 또 하나의 신경세포의 접속점인 시냅스에 어떤 종류의 변화가 일어남으로써 사물이 기억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아침에 빵을 먹었다』고 하는 단기 기억은 신호가 신경회로를 전달해 갈 때 시냅스에서 방출되는 전달물질의 양이 변화해서, 그것에 의해 신호가 통과하기 쉬워지거나, 통과하기 힘들게 되거나 함으로써 정보가 일시적으로 뇌에 저장되게 된다. 한편 『젊었을 때 서울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 무렵의 백화점 여직원은 ... 』이라든가, 『우리 반 담임선생님은 A 선생님이셨다』는 등의 장기 기억은 시냅스의 형태 변화가 일어나는, 즉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되거나, 그 때까지에 이미 형성되어 있던 시냅스의 형태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정보가 축적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능이 작용한다는 것은, 이를테면 본다, 듣는다고 하는 자극을 대뇌의 각 중추 (이 경우는 후두엽과 두정엽) 에서 지각하여 그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데, 이 인식이라고 하는 판단 행위는 대뇌피질의 넓은 영역이 관계하고 있다. 그 넓은 영역이 연합령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연합령은 정확하게 말하면 운동령, 체성감각령, 시각령, 청각령의 네 개의 뇌영역을 제외한 대뇌의 새로운 피질을 말하는데, 대뇌 표면의 장소로 말하면 그림 12에서 보듯이, 전두엽의 앞 부위인 전두전령 (전두전령 또는 전두연합령), 운동연합령, 두정연합령, 시각전령 (후두연합령), 측두연합령의 다섯 개이며 각각이 독자적인 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림 12 연합령

그런데 어떤 자극을 받고나서 그것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신경세포는 측두연합령에 있다고 한다. 이 측두연합령으로 들어간 정보는 전두연합령으로 보내지고, 특히 전두전령이라고 부르는 영역에서 처리되어 행동과 결부된다. 이같이 판단에는 측두연합령으로부터 전두전령까지의 신경회로 (신경의 배선회로) 가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지능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신경회로의 활동, 그 중에서도 시냅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인데, 여러분은 지능의 대뇌생리학적 뒷받침이 조금은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 정도의 설명으로는 좀처럼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좀더 이해하기 쉽게, 처음에는 점의 정보와 전체상과의 관계, 다음에는 컴퓨터의 구조와 대뇌의 구조를 비교함으로써 이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5. 점의 정보와 전체상

신경신호가 시냅스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전류의 세기는 항상 일정하다. 즉 전기가 발생했느냐, 없어졌느냐로써 신호가 전달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전류신호는 1 이나 0 의 둘만의 단순한 것에 지나지 않다. 이러한 단순한 신호가 신경회로를 통과해 가는 것 뿐인데도 어째서 인간과 같은 복잡한 기억과 고도의 판단이 가능할까? 확실히 이같은 메커니즘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얻는 실감으로부터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신문에 실리는 사진을 잘 살펴보자. 선명한 사진도 아주 크게 확대하면 검은점과 흰점의 집합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의 상의 미묘한 농담도, 검은점과 흰점의 비율의 차이로서 간단히 만들어진다. 즉 복잡한 상도 분해하면 점의 1 (검은점) 이나 0 (흰점) 이 되는 것이다. 다만 점의 수만, 수십만이 필요하게 될 뿐이다.

인간의 시냅스도 하나의 뇌에는 500 조 개나 있으므로, 1 과 0 의 조합에 따라서 여러 가지 기억이 거의 무수히 축적될 것이다. 판단도 연합령에서 이들 기억을 처리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단순한 흰점과 검은 점도 어느 양 이상이 집합하게 되면, 본래의 점으로부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한 전체상을 부각하게 된다. 컬러 TV 에서 상이 움직이는 것도 원리적으로는 신문사진과 다를바가 없다.

양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만큼 충분한 크기에 다다르면 질의 변화를 가져다 준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만일 기억물질이라고 일컫는 것이 있어서 외계의 사물과 1 : 1 로 대응하는 물질이 뇌 속에 저장된다고 한다면 (이쪽이 우리에게는 실감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기억을 순간적으로 끌어낼 만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또 사물과 사물을 관련지어 이루어지는 판단은, 뇌 속의 정지된 물질 사이에서 가능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신경 배선이 대뇌 속에 둘러 처져 있고, 거기를 신호전류가 달려간다. 일정한 신경경로가 시냅스의 변화로 전달되기 쉬워진다. 이 메커니즘에 의해서 기억이나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하는 설명은 위의 고찰로부터도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된다.  

6. 유사점과 차이점

컴퓨터의 신호도 1 이나 0 의 두 가지 상태뿐이다. 컴퓨터에서 하는 기억과 계산은 1 과 0 을 조합해서 실시된다. 이 기계의 기능은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철칙을 지닌 절차에 좇아서 하고, 이것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어 진행된다. 각각의 기억은 기억장치의 일정한 보관상자에 보존되어 있다.

한편 뇌는 기억을 대뇌 전체로 분산시켜 저장하고 있으며 컴퓨터처럼 국부적으로 존재시켜 저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증거로 뇌의 일부가 손상을 입어도 기억의 어느 부분만이 상실되는 따위의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뇌는 이와 같이 기억을 국부적으로 존재시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디어니 하는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는 독창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컴퓨터에는 창조적인 능력이나 직감력이 없다. 즉 창조력이라든가 직감은 논리의 비약이나 생략에 의해서 가능해지는 것으로서, 이것은 뇌 속에서 일정한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분산되어, 여러 겹으로 저장하고 있는 정보 (기억) 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생긴다. 컴퓨터는 괴력을 가졌기는 하지만 우직한 거인으로서 인간의 대뇌가 내리는 명령을 받지 않으면 활동을 할 수 없는 하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