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란 어떤 것인가?

 

지능이란 무엇인가 : 안도 하루히코 지음, 손영수 옮김, 전파과학사, 1988, Page 14~19

 

1. 판단하고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

2. 반사와 본능의 차이

3. 동물의 진화와 지능

4. 지능이 없으면 살아가지 못한다.

5. 지능과 그 밖의 정신기능

 

1. 판단하고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

지능이란 엄밀하게 말하면, 개인이 어떤 사태나 상황에 두어졌을 때 발휘되는 정신기능의 통합된 것이라고 정의된다. 즉 지능은 그 사람이 잘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판단력이며, 사물의 본질을 꿰둟어 보는 힘이다.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여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이이든, 학생이든, 사회인이든 또는 한 집안의 주부이든, 나아가서는 한 나라의 국무총리이든 간에 자기가 두어진 상황을 의식하고, 그 속에서의 자신의 입장을 잘 알고, 생각하고, 그것에 의해서 지금 어떻게 활동하면 좋은가를 올바로 판단할 것이 요구된다. 이 경우에 동원되는 정신기능이 지능이다. 따라서 지능에는 직감이라든가 순간적으로 마음에 떠오르는 판단력에서부터, 순간적으로는 알 수가 없어도 오랜 숙고 끝에 겨우 어떠한 판단에 도달하는 마음의 작용까지가 모두 포함된다.

이것에 대해 마음의 작용과정이나, 동물 본래의 반사적 행동 등은 지능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한 예로서 야생 원숭이가 먹이를 찾아먹는 행동을 살펴보기로 하자. 

2. 반사와 본능의 차이

우선 원숭이가 공복감을 느끼는 것은 동물 본래의 생리적 감각이기 때문에 지능이 아니다. 그러나 그 공복감에 의해서 먹이를 찾으려고 할 때, 어디에 먹이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그쪽 방향으로 이동해 가려는 것은 원숭이 나름의 판단이 작용하기 때문에 지능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동할 때 어느 길을 가면 안전하고 효과적인가 하는 선택은 지능에 의한 것이지만, 달려가거나 걸어가거나 하는 근육운동 자체는 기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능 활동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어쨌든 이렇게 하여 어떤 물체를 목격하고, 그것이 먹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원숭이의 지능에 의한 것이다. 즉 원숭이는 그 물체를 직감적으로건 자세한 관찰을 통해서건 관찰한 위에서 그것이 역시 먹이구나 하는 것을 간파한다. 그런 다음에 그것을 먹기 시작하는데, 원래 먹는다고 하는 행위는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이므로, 원숭이는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먹기 시작하더라도 외적으로부터 불의의 습격을 당하지 않게 끊임없이 주위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러한 조심은 지능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원숭이가 먹이를 먹을 때, 먹이를 씹는 것은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동시에 침이 입 속으로 나오는 것도 반사에 의한 것이므로 지능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다. 충분히 씹고난 뒤에 위로 삼켜들이는 것도 소화관의 반사 운동이기 때문에 역시 지능이 아니다.  

3. 동물의 진화와 지능

이와 같이 원숭이에서 관찰되는 지능적인 행동과 반사적, 본능적인 행동의 상관관계는 수준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인간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는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인간에서는 원숭이와 비교하여 지능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일상생활이 지능과 반사, 본능에 의해서 영위되고 있다는 것은 원숭이도 인간도 공통이 아닐까.

동물에서도 원숭이보다 훨씬 진화의 정도가 낮아지면 그 행동은 지능에 의한 것이 점점 줄어들고, 본능이나 반사에 지배되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동물의 진화에 수반하는 지능과 본능, 반사의 관계를 그림 1 에 보여 두었다.

 

그림 1  진화에 수반하는 동물의 생활에서의 지능적 행동과 본능적 행동의 비율

단적인 예이지만, 아메바의 행동은 완전히 주위의 상황에 대한 반사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으로서, 아메바가 다소라도 지능을 작용하여 행동하는 일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아메바는 지능따위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으며 자손도 잘 번식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나 원숭이보다는 진화가 뒤지지만, 아메바보다는 훨씬 더 진화한 동물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연어는 알에서 까면 강을 내려가 바다로 나가 태평양을 수만 km 나 회유한 뒤에, 어김없이 훗카이도나 앨라스카의 자기가 내어났던 하천으로 되돌아 온다고 한다. 또 철새는 제철이 되면 일본에서 수천 km 나 떨어져 있는 적도 바로 밑의 섬이나 시베리아로 날아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동물의 종은 살아갈 수가 없고 자손도 남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인간처럼 해도를 가졌거나, 컴파스를 사용하거나, 또는 달력에 의지하거나, 기상이나 천체를 관측하거나 하는 등의 지능적인 수단을 강구하여 이같은 장대한 행동을 일으키고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이 동물들은 자신의 생존과 자손의 유지를 위해서 본능 또는 반사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습성의 능력에 의해서 놀라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물론 우리 인간에게는 없는 동물의 이 같은 불가사의하고 뛰어난 행동을 『본능』이라고 하는 블랙 박스 속에 안장해 둔 채로 지나쳐 버린다는 것은 결코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겠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경이는 지능의 결과가 아닌 것만은 확실할 것이다. 이 현상이 가르쳐 주는 것은, 지능 따위는 지니고 있지 않더라도 인간이 멀리 미치지도 못할 훌륭한 재주를 태연히 연출하고, 그 결과로 이 동물들은 지구 위에서 번영해 갈 수 있다고 하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지능 따위로 일컬어지는 잔재주 같은 것이 없어도 조금도 곤란할 것이 없는 반사적, 본능적인 능력에 의해서 동물은 일상생활을 영위해 갈 수가 있는 것이다. 

4. 지능이 없으면 살아가지 못한다.

한편, 우리 인간은 이 같은 동물처럼 생존 목적에 딱 들어맞는 경이적인 습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렇기는커녕 이른 바 항온동물이면서도, 인간은 개나 원숭이처럼 보온에 필요한 체모도 거의 없고, 또 박쥐와 같이 도면을 하여 추위와 굶주림을 극복하는 특기도 없다. 그러므로 지구 위에서 생존해 가기 위해서는 동물의 일종으로서는 매우 믿음직하지 못한 존재라고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신은 이 불안하고 믿음직하지 못한 인간에게 지능이라는 무기를 점지해 주신 것이 아닐까.

이같은 사정을 이해한다면, 인간에게 지능이 있다는 것은 그다지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우는 양복을 입고 회사에 출근해야 할 필요가 없으며, 쥐는 학교에 가야할 의무도 없다. 인간에게 지능이 필요한 것은 생물계 전체로 본다면 웬지 불쌍하고 갸륵한 현상이라고나 밖에는 더 할 말이 없다. 인간은 자신이 지니는 생물로서의 핸디캡을 지능으로 무장함으로써 가까스로 지구 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 사정을 잘 분별하고 자중하여 겸허하게 생활하고 있으면 될 것을, 분위기에 휩쓸려 지나친 과잉 적응을 하는 결과로, 다른 동물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동족상잔을 벌이고, 개인에게나 사회에도 거의 가치가 없는 수험경쟁에 시달리며, 포식을 하면서도 경제전쟁에 골몰한다는 것은 정말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5. 지능과 그 밖의 정신기능

인간의 정신기능에는 지, 정, 의라고 하듯이 지능 외에도 감정과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지능과 의지는 각각 따로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삼자가 미묘하게 상관하여 활동하고 그 결과로서 행동이 일어난다. 그래서 지능이란 무엇이냐고 하는 문제가 될라치면, 지능이란 본능과는 다른 것일뿐더러 성격 (감정과 의지) 과도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이와 같은 심리학상의 논의를 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우리의 일상생활 가운데서 실제로 지능이 어떤 의미와 문제를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 전에, 이러한 지능은 어떻게 하여 그 높낮음이 결정되느냐, 즉 유전에 의하는 것이냐, 환경적인 조건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냐고 하는 문제와 지능을 측정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 우선 간단히 언급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