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iel  Hillis

 

컴퓨터를 만든 15 인의 과학자 : Dennis Shasha. Cathy Lazere 공저, 박영숙 옮김, 세종연구원, 1998 (원서 : Out of Their Minds : 1995)

 

 

생물학적 연결

미개의 오지에서

실리콘의 진보 : 인공 생명의 창조

 

명백하게 뇌의 구성 원리는 병행성입니다.
뇌는 거대한 병렬 관계를 사용하지요. 정보는 함께 작용하는 수많은 아주 단순한 병렬 단위들 사이의 연결 관계에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 조직 체계에 보다 가까운 컴퓨터를 제작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뇌가 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일들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 W. 대니얼 힐리스

 

어떤 두 가지 과학 문화가 컴퓨터 과학과 생물학보다 더 상반된 관계를 가지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컴퓨터 과학은 수학, 물리학, 공학 등으로부터 자라나는데, 이들은 모두 단순한 기본 원리들로 환원할 때 가장 훌륭한 설계와 가장 통찰력 있는 식견을 얻을 수 있는 분야들이다. 반면에, 현대의 생물학은 자연을 관찰하고 때로는 조작하는 것으로부터 발전해 나가는데, 여기서는 그 복잡성이 끊임없이 경이를 제공하며 환원의 노력은 대체로 실패하게 되고 만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매일 매일의 연구에서 실리콘의 망상 조직들과 공기 조절 장치가 된 상자가 안의 금속에 명령을 발행하는 한편, 생물학자들은 페트리 접시의 살아 있는 세포들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편차가 오류라고 생각하는데, 생물학자들은 편차가 경이로움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W. 대니얼 (대니) 힐리스는 서로 상대편 분야의 진보를 주장하기 위해 각각으로부터 유사성을 이끌어 내면서, 양 분야를 모두 실천하고 있다. 그는 수천 개의 프로세서가 있는 인간의 두뇌를 본뜬 컴퓨터들을 상상하였고, 이어 그것을 제작하였다. 게다가 그 때 다른 사람들은 그 노력이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그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설계는 지진 탐사에서 의학적 진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에 응용되는 16,000 개가 넘는 프로세서들을 요구한다. 힐리스는 자신의 연결형 기계 (Connection Machine) 컴퓨터에 생물학 이론에 대한 자유를 주었으며, 가장 대담한 생물학자들에게만 고려 대상이 되었던 진화론적인 메커니즘을 제창하였다.

 

미개의 오지에서

힐리스는 1956 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빌은 공군에서 유행병을 연구하는 역학자 (epidemiologist) 로 복무하였기 때문에, 가족들은 간염 발생 경로를 따라 자주 이사를 다녀야 했다.

  난 도처를 다니며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르완다, 브루나이, 자이르, 케냐 등 중앙 아프리카 지역의 여러 나라를 옮겨 다녔지요. 우리는 대체로 정글 한복판에 외따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집에서만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의 어머니 아가이 (Argye) 가 가르치는 일을 대부분 맡아 했으며, 그녀는 특히 수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힐리스의 아버지는 그에게 생물하겡 대한 흥미를 불어 넣었다.

  연구실의 장비를 폐기 처분할 때면 난 으레 유리 용기들을 가져다 내 실험실에서 사용하곤 했습니다. 최고의 생물학 실험은 개구리 심장의 조직을 배양하고 시험관에서 자라는 동안에도 심장이 계속 뛰도록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것들이 단지 동질화된 세포들의 덩어리일 뿐인데도 어떻게든 결합되어 이처럼 통합된 행동을 했다는 것이 내겐 아주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난 지금 내가 일찍부터 생물학에 노출되어 그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땐 나의 타고난 성향이 공학 쪽에 치우쳐 있다고 말하곤 했지요. 그래서 어린 시절엔 항상 무언가를 만들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힐리스는 조립품 세트와 블록들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곧 엔진과 로봇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거대한 법원 청사를 짓는 한 작은 증기삽이 그 중심 이미지를 이루고 있는 『마이크 멀리건의 증기삽 Mike Mulligan's Steamshvel』이라는 제목의 책이 그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난 그들이 어떻게 하여 그 증기삽을 법원 건물 바닥의 히터로 개조하였는지를 보여 주는 이 그림을 항상 지니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어떤 경로에 의해서였었는지 나는 컴퓨터에 관해서도 알고 있었지요. 난 『How and Why Wonderbook of Robots』이라는 책을 가지고 있었고, 그 가운데 어느 정도는 컴퓨터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책에는 많은 그림이 실려 있었는데, 지금 이해하기론 주로 원격 조작기들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난 머리 속에 작은 사람이 들어 있는 장난감 로봇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틀림없이 그 작은 사람은 로봇을 조종했을 것입니다. 내가 머리 속에 작은 사람이 들어 있다는 발상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던 일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불 대수 101

  각각 참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는 세 명제를 생각해 보자.

    명제 R : "비가 내리고 있다."

    명제 T : "오늘은 화요일이다."

    명제 U : "난 우산을 가지고 있다."

  자, 이제는 누군가가 당신에게 명제 R, T, U 를 결합시킨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제시했다고 가정하자.

  비가 오고 있지 않거나 내가 우산을 갖고 있지 않으며, 그리고 내가 우산을 갖고 있고 화요일이거나 또는 비가 내리고 있고 화요일이 아니거나 또는 내가 우산을 갖고 있지 않고 비가 내리고 있다.

  만일, 오늘이 화요일이고 비가 내리고 있으며, 내게 우산이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 문장의 참인지 거짓인지 여부를 곧 판단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생각을 요할 것이다. 불의 방식은 참을 1 로, 거짓을 0 으로 지정하는 것으로 출발하였다. 그런 다음 그는 논리 접속사 and, or, not 에 상응하는 연산을 발견하였다. 곱셈은 일반적 의미를 지니도록 허용하지만 1 과 0 으로 제한하였다 ; 이는 and 에 상응할 것이다. 덧셈 역시 1+1=1 을 제외하고는 일반적 의미를 갖도록 하였다 ; 이는 or 에 해당될 것이다. 뺄셈 부호는 1 과 0 사이에 뒤집기를 하여 -1 = 0 이고 -0 = 1 이다 ; 이는 not 에 상응할 것이다.

  이들 정의를 사용하면 위의 문장을 훨씬 더 간결한 공식 (-R + -U) × ((U × T) + (R × -T) + (-U × R)) 으로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오늘이 화요일이고, 비가 내리며, 내게 우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T = 1, R = 1, U = 0 이 된다. 이 값들을 사용하면 (-R + -U) 는 (0 + 1) = 1 과 같다. (U × T) + (R × -T) + (-U × R) 은 (0 × 1) + (1 × 0) + (1 × 1) = 1 과 마찬가지이다. 결국 전체 문장은 1 × 1 = 1 과 일치하며, 따라서 참이다.

9 살 나던 해에 힐리스는 레코드 플레이어와 두 장의 디스크를 가지고 그의 최초의 '컴퓨터' 를 만들었다. 디스크 한 장에는 사소한 질문들이, 다른 한 장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 있는 답들이 실려 있었다. 레코드 플레이어가 돌아가면 커플러가 두 장의 디스크를 잡고 질문과 답을 나란히 연결시키는 형태였다.

1960 년대 가족들과 함께 캘커타에 거주하는 동안 힐리스는 처음으로 디지털 컴퓨터의 기초를 이루는 이론에 통달하게 되었다.

  인도에 살았던 시기엔 주변에서 기술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영문으로 된 기술 서적조차 손에 놓기가 몹시 어려웠지요. 영국 영사가 도서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도서관에는 조지 불 (George Boole) 이 쓴 『사고의 법칙에 대한 연구 An Investigation of the Laws of Thought』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불은 그 책에서 지금 우리가 불 대수라고 부르는 것의 기초를 세웠습니다. 난 그 제목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지요.

  그 책은 내겐 지나치게 수준이 높은 것이었지만, 난 거기서 논리 곱 (and), 논리합 (or), 부정 (not) 의 기본 발상을 얻게 되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1854 년 처음 발행된 그 책은 이제 막 싹이 트기 시작한 컴퓨터 과학자가 읽기에 알맞은 것이었다. 불은 논리 명제를 일종의 산술로 변환시키는 대수를 묘사하였다 (박스 불 대수 101 참조).

컴퓨터의 기본적인 회로들은 논리곱, 논리합, 부정의 연산들을 수행하기 때문에, 불 대수야말로 기계의 주요한 내부 장기를 구성하는 가산기 (adder), 이동기 (shifter), 해독기 (decoder) 등을 설계하는 데 아주 적합한 지적 도구이다. 정확히 말해 우리가 그 부품들을 확보할 수 있다면 말이다.

  난 주변에 이런저런 것들을 갖춘 컴퓨터를 제작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주변 장치라고는 섬광등 기술만이 유일한 것이었지요. 따라서, 와이어와 전구, 섬광등 전지 등은 얻을 수 있지만, 스위치는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난 철망문과 못을 사용해 나 나름의 고유한 스위치를 만들었습니다. 못을 하나의 철망문에 고정시키거나 아니면 그것을 다른 하나의 철망문에 고정시킴으로써 스위치를 급조할 수 있었습니다. 그 못 둘레에는 와이어를 감싸 두릅니다. 그렇게 하여 난 그것들을 가지고 이럭저럭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 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철망문으로 만든 3 목 놀기 (tic-tac toe) 게임 장치였지요.

온 가족이 인도를 떠나 메릴랜드 주 타우슨으로 가게 되면서 대니는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그의 어머니는 생물통계학 박사 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생물 시간의 기본적인 실험실 실습에 만족하지 못한 힐리스는 체육관 근처에서 발견한 어떤 박테리아를 배양시켜 그것들이 유독성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학교 당국에서는 십대의 한 아이가 발견해 낸 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아무도 감염되지는 않았다.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힐리스는 다른 곳에서 과학과 공학의 도전을 찾게 되었다. 존 홉킨스의 화학과는 컴퓨터에 대한 매뉴얼을 분실하여 힐리스에게 컴퓨터를 질량 분석계에 연결시켜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는 그것이 실험 결과를 계산하고 평균을 구하도록 프로그래밍하였다. 철망문과 못에 비하면 그것은 쉬운 일로 보였다.

힐리스는 1974 년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 내겠다는 결심을 하고 M.I.T. 에 들어갔다. 그래서 그는 신경생리학을 전공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 계획은 오래가지 못했다.

  M.I.T. 에 도착한 첫날 밤 난 우연히 제리 레트빈 (Jerry Lettvin) 을 만났습니다. 그는 "개구리의 눈이 개구리의 뇌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라는 제목의 논문을 쓴 사람이었지요. 난 그 발상에 몹시 흥분을 느꼈습니다. 그는 내게 무엇을 공부할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난 신경생리학을 공부할 것이라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그는 "자네에게 그 분야의 훌륭한 논문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대보라고 하겠네" 라고 했습니다.

  레트빈은 만일 내가 정말로 지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뉴런을 관찰하는 것으로써 그것을 알아 내는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납득시켰습니다. 그리고 레트빈은 내게 (마빈) 민스키를 찾아가도록 설득하였지요.

  물론, 나는 AI 연구소에 관해 들어 본 적이 있었고 민스키에 대해서도 들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민스키는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인물로 보였기 때문에, 난 그저 무작정 찾아가 그 연구소 안을 서성거렸습니다.

민스키와 존 매커시는 1958 년 M.I.T. 의 인공 지능 연구소를 세웠으며, 그 연구소는 아직까지 세계에서 가장 앞서 AI 연구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힐리스는 민스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 연구소가 재정 지원 기관들과의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당시 그 연구소는 교육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 국립 과학 재단의 프로젝트에서 일부 자금을 지원받고 있었기 때문에, 힐리스는 앞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무엇이 남아 있는지 알아 내기 위해 그 기획안을 읽어 보았다.

  그 기획안에 따르면 그들이 탐구하고 싶어 하지만 그 때까지도 알아 내지 못하고 있었던 문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읽거나 쓸 줄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한 컴퓨터 단말기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난 잠시 멍하니 앉아 그것을 실현할 방법을 그려 보고는 드디어 연구소 안으로 들어갔고, 아니다 다를까 그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난 로고 (LOGO) 그룹에 소속되어 AI 연구소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지요.

  라디아 펄만 (Radia Perlman) 과 나는 아이콘들을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는 단말기를 개발하였습니다. 그것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시대 이전의 일이었기 때문에 당시로선 굉장한 것이었습니다.

로고는 거의 시모어 페이퍼트 (Seymour Papert) 의 작품이었다. 페이퍼트는 컴퓨터를 교육용 도구로 사용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로고는 단순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만들어졌다. 어린이들이 직접 만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일찍이 앨런 케이의 다이너북 설계에 영감을 주었다.) 힐리스는 여전히 민스키를 만나지 못했지만, 민스키가 지하실에서 컴퓨터를 제작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 내었다.

그래서 힐리스는 지하실로 찾아가 계획서들을 읽어 보고 민스키의 컴퓨터에 어떤 변경을 실행하였다. 민스키는 그의 도움을 기꺼워하며 그를 학생으로 받아들였고, 힐리스에게 자기 집 지하실의 방을 내주기까지 하였다. 날마다 차를 타고 오가면서 두 사람은 풍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민스키의 큰 공로는 두뇌가 사실상 서로 상호 작용하고 충돌하고, 또 타협하는 다각적인 목표들을 가진 복잡한 것이라고 보는 발상입니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마빈이 행한 것이 프로이드가 이룬 것보다 한층 더 나아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이드는 아마도 우리의 내면에서 두세 가지 일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마빈은 우리 내부에서 천 가지의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 의식에 대한 새로운 상을 제시하였습니다.

상호 작용을 하는 수천 가지의 분산된 행위체들이 표면적으로 일체화된 의식을 만들어 낸다는 발상은 처음엔 믿기 어려운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창발 (emergence)' 이라는 진화의 원리를 따르고 있다.

유전학적 돌연변이는 유기체 내에서 간혹 신체적 특성을 변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적 변화는 거의 언제나 치명적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다양화된 종들은 돌연변이와 자연 도태를 거치면서 진화하여 대단히 아름답고 적응력을 가지게 되었다.

창발 상태의 원리는 상호 작용하는 기관들이 도태의 과정과 생존을 위한 메커니즘을 거치면서 적응을 해 간다는 것이다.

창발의 개념은 힐리스의 마음을 끌었다. 그는 두뇌 속에서 그와 유사한 어떤 것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시험해 볼 컴퓨터를 설계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연결형 기계에 대한 발상은 단순하였다. 본래 자체의 메모리를 가진 컴퓨터 한 대당 수천 개의 작은 프로세서들 (원래 설계는 백만 개를 요구함) 을 취해 그들을 상호 연결시키고, 그들이 상호 작용을 하도록 프로그래밍한 다음, 두뇌와 유사한 지능이 나타나는지를 지켜 보는 것이다.

  연결형 기계는 다음의 상반된 주장을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즉, 그것은 두뇌가 가장 빠른 컴퓨터들보다 계산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는 것입니다. 두뇌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교환 (switch) 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밀리초 단위인 반면, 컴퓨터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교환에 걸리는 시간은 나노초 단위입니다.

  따라서, 명백하게 뇌의 구성 원리는 병행성입니다. 그것은 거대한 병렬 관계이지요. 정보는 함께 작용하는 수많은 아주 단순한 병렬 단위들 사이의 연결 관계에 들어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그 조직 체계에 보다 더 일치하는 컴퓨터를 제작한다면, 그 컴퓨터는 두뇌가 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일들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연결형 기계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 요인은 그처럼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단순하든 그렇지 않든, 거대한 병행성은 논쟁을 불러 일으킬 만한 문제이다. 컴퓨터의 설계자인 진 암달 (브룩스의 IBM 동료였으나, 나중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경쟁사를 세움) 은 거대한 단일 프로세서는 많은 경우 병행성에 대한 내재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데 주목하였다.

비슷한 예를 하나 드는 것이 그의 주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회사가 시간당 10,000 개의 작은 기계 장치들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만큼 많은 수의 기술자들을 고용하려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기술자들 각각은 한 번에 한 대의 기계 장치에 대한 작업을 할 것이며, 한 대의 기계 장치를 제작하는 데에는 한 시간이 소요된다. 각각의 기계 장치를 제작하기에 앞서 기술자는 필요한 부품들을 얻기 위해 창고의 사무원을 찾아간다. 그 사무원이 한 명의 기술자에게 부품을 제공하는 데 드는 시간은 겨우 36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 회사는 한 시간에 10 명의 기술자가 10 대의 기계 장치를 생산하는 것을 보았다. 50 명의 기술자는 시간당 50 대의 기계 장치를 생산한다. 그래서 회사는 10,000 명의 기술자를 고용하지만, 결국은 그들이 시간당 아주 적은 양인 100 대의 기계 장치밖에 생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아주 무리하게 일을 하고 있는 그 사무원이 한 시간, 즉 3600 초 내에 부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자의 수가 오로지 100 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암달의 법칙에는 다음과 같은 관찰이 담겨 있다. 즉, 만일 어떤 병렬 작업이 하나의 순차적 부분 (이 예에서는 사무원에게서 부품을 얻는 부분) 을 가지는데 그 부분이 시간의 분할 f (이 예에서는 1/100) 를 요구하는 일이라면, 거대한 병렬 관계조차도 결코 1/f (이 예에서는 100) 배보다 큰 비율로 생산 (또는 계산) 속도를 증가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암달의 법칙은 1980 년대 전반, 즉 힐리스의 동시대 사람들에게 거대한 병렬성은 효용이 없을 것이란 확신을 갖게 했다. 하지만 힐리스의 두뇌에 대한 이해는 그를 낙천적으로 만들었다.

  암달의 법칙처럼 거대한 병렬 관계를 가진 컴퓨터들이 아마도 유효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입증하려는 온갖 형태의 증명이 행해졌습니다. 내가 그 증명들에서 잘못된 점으로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생각되지만, 난 두뇌가 실제로 유효하게 작동하며, 바로 그런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것이 일반적인 컴퓨터 제작에 있어서는 좋은 방법이든 아니든 상관 없이, 영상 인식, 메모리 검색, 추론 등과 같이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종류의 일들, 즉 두뇌가 행하는 모든 일들을 수행하는 컴퓨터를 제작하는 데에는 훌륭한 방법이었습니다. 그것은 실제로 연결형 기계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철학이었습니다.

1983 년 자신의 기계 설계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들로 힘을 얻은 27 살의 힐리스는 (민스키의 충고와 격려로) 메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서 생각하는 기계 (Thinking Machines) 를 설립하였다. 재정 지원은 공공 부문과 사적 부문 양측 모두에서 이루어졌다. CBS 사장 윌리엄 페일리 (Willian S. Paley) 가 가장 큰 투자자였고, DARPA 측에서도 첫 번째 기계를 구입하는 데 동의하였다.

두 회사의문을 열기 몇 달 전, 힐리스는 노벨상 수상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먼과 함께 자신의 아이디어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파인먼은 그 프로젝트를 '도우피 (dopey :   주. 정신이 혼란한 상태라는 뜻)' 라고 단언하긴 했지만, 즉석에서 다가올 여름에 그 회사의 일을 하기로 동의하였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정말로 해야 할 일' 을 요구하면서, 첫 번째 기계의 상호 연결 네트워크에 대한 분석을 도와 네트워크 내에서 각각의 교환이 필요로하게 될 단기 메모리의 양을 결정하였다. 파인먼은 생각하는 기계에 대해 실질적인 기여를 했을 뿐만 아니라, 힐리스가 필요로했던 많은 도의적인 지원을 제공하였다.

  난 어찌되었든 과학이 공학보다 우월하다는 학술 편향적 태도를 가지고 성장하였습니다. 파인먼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며, 진정한 가치는 어떤 것들을 제작하고 창조하는 일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파인먼은 맨해턴 프로젝트 시절 로스 알라모스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하여 공동 노력을 조직하는 방법도 제시하였다. 그의 중심적인 제안은 회사에서 소프트웨어나 패키징 등과 같이 기계 제작에서 중요한 측면의 전문가들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각각의 전문가들은 그룹의 리더가 될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Bill Gates) 가 바로 이와 유사한 철학을 따르고 있다. 그는 관리자들이 프로그래머들보다 더 많은 기술적 지식을 갖도록 주장한다. 이는 대부분의 하잍크 업체에서 아주 드문 경우이다.]

파인먼이 내건 또 하나의 혁신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연결형 기계에 대한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고무시키는 것이었다. 그 결과로 일찍부터 생각하는 기계와 신경망의 개척자인 캘테크의 존 호프필드 (John Hopfield) 사이에 공동 연구가 이루어졌다.

1982 년 호프필드가 정의한 바와 같이 신경망은 '뉴런' 들의 결집체이며, 각각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트된다. 각각의 뉴런에 대한 프로그램은 다른 뉴런들 혹은 어떤 외부 자극으로부터 입력을 받아들인다. 이어서 그 프로그램은 계산을 실행하고 그 결과를 다른 뉴런들로 전송한다. 이것이 대략 두뇌에서 뉴런들이 작용하는 방식이다.

호프필드는 적절한 반응들이 알려져 있는 일련의 자극을 가지고 신경망을 '훈련' 시키는 방법을 보여 주었다. 신경망은 각각의 자극을 받아들여 그에 대한 반응을 산출한다. 반응이 적절하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지만,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호프필드 네트워크는 하나 이상의 뉴런에 그 계산을 적용하여 보다 정확한 반응을 얻게 만든다.

호프필드는 그 네트워크가 영상에서 패턴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을 보여 주었다. 그 이후로 주식 시장 분석이나 외환 거래에서의 여러 가지 응용 프로그램을 포함한 많은 응용 프로그램들이 새롭게 선보였다. 신경망은 헐리우드에도 알려져 있다. 『스타 트렉 Star Trek』의 등장 인물 데이터 (Data) 가 바로 그 하나를 체현하고 있다.

호프필드 접근 방식은 곧바로 연결형 기계의 설계자들에게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시뮬레이트된 각각의 뉴런은 단일한 프로세스로 대응되며 뉴런들 사이의 신호는 컴퓨터 내의 네트워크를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은 그 기계의 이상적인 응용이다.

잠시도 쉴 줄 모르는 파인먼은 곧이어 양자 색역학 (quantum chromodynamics) 계산의 모델링으로 주의를 돌렸다. 그것은 쿼크 (quark) 와 글루온 (gluon) 이라는 입자들을 중성자 (proton) 와 전자 (electron) 에 연결시키는 양자 물리학의 하위 분야이다. 이 이론을 사용하여 계산을 수행하는 것은 거대한 매트릭스 (숫자들의 표) 를 포함하는 거대한 작업이다. 파인먼은 명백하게 그 목적을 위해 제작된 캘테크 기계보다 오히려 연결형 기계가 이 작업을 훨씬 더 빨리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1985 년 마침내 최초의 연결형 기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부터 프로그래머와 과학자들은 데이터 베이스 검색, 지구물리학의 모델링, 단백질 접지, 기후 모델링 등과 심지어 보험 양식 읽기에서의 문제들에까지 그것을 사용해 왔다.

예를 들어, 석유업계에서는 음파 반사 분석에 연결형 기계를 사용한다. 표면의 폭발은 석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영역의 표면에서 음파 충격을 일으킨다. 지하의 반향음은 수억의 숫자들을 생성한다. 연결형 기계는 이 숫자들을 취하여 정밀한 지질층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 기업들은 지질학적 특징이 가망성을 보이는 경우에만 굴착 작업을 실행한다.

  이제 더 이상 그것은 함께 작동하는 많은 수의 저속 프로세서들로 수행할 수 없는 문제를 고안해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러한 문제들을 고안해 내는 것이 놀랄만큼 어렵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그리고 난 그것이 보다 넓은 맥락에서 연결형 기계를 적용하는 가운데 발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병행성에 대한 가능서이 최소한 자료의 양에 비례하여 커지지 않는 곳에서 많은 자료를 가진 문제를 찾아 내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병렬 기계에서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유일한 문제들은 고정된 적은 양의 자료만을 가지는 문제들뿐입니다.

  예를 들어, 태양계에 있는 9 개 행성의 움직임을 시뮬레이트한다면, 그것을 18 개의 숫자들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단 9 개의 행성만으로, 혹은 심지어 100 개의 행성을 이용한다 해도 전체의 수많은 병행 관계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 내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하지만 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 연구해 볼 만한 문제라는 의미).

두뇌의 타고난 병행성에서 영감을 얻은 힐리스는 컴퓨터 기술을 끊임없이 변화시켰다. 1990 년까지 다양한 상용화 단계에 있는 약 20 개의 거대한 병렬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테라 기계의 수석 설계사인 버튼 스미스를 포함해 이들 작업에 관여한 여러 과학자들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연결형 기계의 발전을 지켜 보았다.

힐리스는 생각하는 기계에서 얻은 사업상의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결론에 도달하였다. 첫째, 백만 개의 저속 프로세서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고속 프로세서를 가지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을 연결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연결형 기계의 5 번째 모델 CM5 는 최대 16,000 대 가량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포함하였지만, 각각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들이 초당 약 1 억 2 천만 개의 연산을 처리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초당 2 조에 달하는 연산수를 약간 더 상회한다.

둘째, 기존 시장을 토대로 주문량이 많은 마이크로 프로세서들을 사용하는 것이 특화된 마이크로 프로세서들을 만들려고 하는 것 (버튼 스미스가 사용해 온 방식처럼) 보다 낫다는 것이다. 힐리스는 업계 표준의 스파크 (Sparc) 칩을 선택했지만, 연결형 기계는 다른 프로세서들이 등장함에 따라 발전할 수가 있다.

셋째, 네트워크는 여전히 결정적으로 중요하며, 그 이유는 많은 명령들이 아득히 먼 메모리 칩에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이러한 통찰은 버튼 스미스로 하여금 로컬 메모리를 피하고 각각의 프로세서가 동시에 수백 가지 작업을 수행하도록 만들 게 하였다. 반면에, 힐리스가 가장 최근에 내놓은 연결형 기계의 네트워크는 M.I.T. 교수 찰스 리저슨 (Charles Leiserson) 이 고안해 낸 '굵은 트리 (fat tree)' 라는 것을 사용한다. 리저슨의 발명이 얼마나 빈틈없는 것이었는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예가 있다.

일반적인 의사 소통 트리는 관례적으로 엄격한 보고 체계를 갖춘 회사의 위계 구조와 비슷하다. 한 집단의 구성원들 간에 이루어지는 의사 소통은 (이상적으로는) 쉽고 빠르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한 부서와 다른 부서 사이의 의사 소통은 보다 많은 문제의 소지를 가진다. 거기서는 공동의 우두머리를 통해 관리 체계의 사슬을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부서간 의사 소통이 많을 경우, 고위급 관리자들 각자가 보다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부서간 의사 소통은 지루할 정도로 느려질 것이다.

굵은 트리는 각각의 관리 수준에서 각 팀의 상관들이 동등한 자격과 자율성을 갖도록 하면서 보다 높은 수준에는 보다 큰 팀을 두는 방식을 비유할 수 있다. 이것은 고전적인 설계 방식에 내재된 의사 소통의 병목 현상을 줄여 준다. 관리 팀의 구성원 가운데 누구라도 그 바로 위의 직급 혹은 바로 아래 직급의 수준으로 메시지의 경로를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1 참조). 최근의 연결형 기계는 굵은 트리를 사용하고 있다.

그림 1  상하 관계를 가지는 기업 보고 체계 트리의 두 가지 모형

위쪽의 표준적인 트리 모형에서는 A 부서에서 B 부서로 향하는 모든 지시가 반드시 최고위직에 있는 한 사람에게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최하위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 아래쪽의 확대 트리 모형의 경우 A 부서에서 B 부서로 갈 수 있는 몇 가지 경로가 존재한다.

 

실리콘의 진보 : 인공 생명의 창조

생물학은 힐리스의 성공적인 컴퓨터 설계 철학에 영감을 주었다. 그의 최근 연구는 컴퓨터 과학이 그 은혜를 갚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물론, 생물학자들은 워드 프로세싱이나 데이터 저장, 통계 분석, 패턴 인식 등의 작업에 이미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주관심사는 바이러스나 세포, 그리고 보다 높은 수준의 조직들에 대한 실험을 수행하고, 그 실험들로부터 모델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물리학자들과 일부 화학자들은 거의 정반대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 그들은 흔히 추상적 모델에서 출발한 다음 그것을 시험해 볼 실험을 제안한다. 뿐만 아니라, 물리학자들은 완벽하게 실험을 통해 입증되지 않은 경우에도 세련된 추상적 이론들을 믿으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 (Steven Weinberg) 는 『최종적인 이론의 꿈 Dreams of a Final Theory』이라는 저서에서, 아이스타인이 일반적인 상대성 이론을 시험한 첫 번째 실험 결과는 단지 그 이론의 예측에 근접한 것일 뿐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물리학계의 반응은 실험 기구에 무언가 잘못이 있었을 것이라는 식이었다. (결과적으로 물리학계가 옳았던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그 이론에 대한 그들의 믿음은 관찰에 입각해 깊이 생각한 것이 아니라 미학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힐리스에 따르면, 생물학자들은 결코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단순한 수학 이론들이 대체로 잘못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생물학적 시스템은 다중적인 인과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어떤 경계를 정하기가 어려운, 기본적으로 혼란스러운 특성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생물체의 시스템은 진정으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은 물리학의 단순한 환원주의가 가지는 세련됨이라기 보다는 복잡성과 풍부함의 미학이지요.

생물학자들의 운명이 그렇게 회의적이라면, 왜 그들은 신념을 비약시켜 보다 하위 동물에서 고등 동물로 유추해 가는 것일까? 진화론을 가장 훌륭하게 정당화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생물체가 화석의 기록에 의해 검증되는 공동의 조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수학 혹은 계산의 모형은 물리적인 증거 없이 만들어진 생물 형태의 모형들이다. 누구도 어떤 모형의 숨겨진 가정들이 예측된 현상의 분석을 왜곡시킬 것인지를 알 수는 없다.

1980 년대에 힐리스가 두뇌의 조직 구성이 어려운 컴퓨터 과학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처럼, 오늘날 그는 강력한 컴퓨터들이 뒷받침하는 단순한 수학적 모형들이 새로운 생물학적 통찰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의 생물학 지식을 증진시킨 수학적 모형의 예로, 그는 1930 년대 벨 연구소와 M.I.T. 에서 형식화된 고전적인 피드백의 사이버네틱 개념을 인용한다. 피드백은 어떤 출력의 오류를 입력에 적용시킨다는 개념이다. 샤워기에서 뜨거운 물을 느끼고 나면 그 피드백은 수도꼭지를 돌려 좀 더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 나오게 만들도록 한다.

  두뇌는 조직적인 확대 장치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확대 장치 회로에서의 피드백 원리를 아는 것은 특정한 생물학적 시스템이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생물학에 내면화되어, 이제는 유기체들의 작용방식에 대한 이해를 구성하는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피드백이 사이버네틱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힐리스는 컴퓨터에 기초를 둔 진화의 연구에서 전통적인 생물학자들에 비해 두 가지 상대적인 장점을 가진다. 첫째, 자연적인 화석의 기록이 갖는 불완전성은 자연의 진화에 대한 세부적인 연구를 어렵게 만든다. 둘째, 가장 많이 난교를 행하는 초파리를 실험 대상으로 삼더라도 실험상으로는 몇백 세대 이상의 진보를 구현하기가 어렵다. 이에 반해, 힐리스는 그의 연결형 기계에서 10 만 세대의 개체군을 시뮬레이트하고 완전한 '화석' 의 기록을 얻을 수 있다.

그가 사용한 기본적인 기법은 각각 단순한 프로그램을 담고 있는 일련의 시뮬레이트된 유기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 다음엔, 예를 들면 그 프로그램이 숫자들을 가장 작은 것부터 가장 큰 것 순으로 빠르게 정렬 (혹은 '소팅')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와 같은 어떤 적합성의 기준을 선택한다. 그는 '적합한 (fitter)' 프로그램들에 어느 정도 돌연변이의 가능성이 있다 할지라도, 다음 세대에서 재생산에 대한 보다 높은 가능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상을 주려고 하였다.

힐리스의 초기 모형 가운데 하나는 일부 적합성 기준을 적용할 때 유성 생식 (두 '부모' 의 프로그램들을 혼합하는 것) 이 무성 생식 보다 뛰어난 수행 능력을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또 다른 사례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정렬되지 않은 순서의 번호로 기생 생물들을 도입하여 그것들을 충분히 빨리 정렬하는데 실패하는 프로그램들은 없애 버렸다.

기생 생물들 역시 진화하였다. 교묘한 번호의 순서를 고안해 낸 그들의 능력이 바로 그들의 적합성을 결정하였다. 놀라운 결과는 살아남은 소팅 프로그램들이 보다 빠른 소팅 해법들을 향해 더욱 빠르게 발전하였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소팅 경쟁에서 여전히 인간들이 약간의 우위를 가지고 있다. 힐리스의 가장 발전된 소팅 네트워크들은 인간 연구학자 밀턴 그린 (Milton Green) 이 구성한 최고의 네트워크에 비해 2 퍼센트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이미 옥스퍼드의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 (William Hamilton) 은 기생 생물들이 진화를 도울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힐리스의 모형은 그 가설을 입증하는 것처럼 보였다. 냉소적인 생물학자라면 실상 힐리스가 추가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다만 인위적으로 입증하는 실험을 설계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힐리스의 여분의 모형은 그 가설들을 흑백으로, 다시 말해 프로그램 코드로 진술하는 장점을 가진다. 힐리스의 코드는 세 가지 필수 조건이 지켜질 때 가속화된 진보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 세 가지는 기생 생물, 돌연변이 능력, 그리고 목표 (이 경우에는 빠른 소팅) 에 긴밀하게 연결된 적합성의 기준 등을 말한다. 그래도 여전히 한 가지 문제가 남는다. 즉, 이 필수 조건들이 실제 세계에서 과연 유효한가하는 것이다. 힐리스는 자신에겐 답이 없다고 고백한다.

  난 진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한다는 나의 생각이 옳은 것이라는 확신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진화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고안해 내면서 동시에 그것을 푸는 것입니다.

힐리스는 '인공 생명', 즉 컴퓨터가 생성하는 유기체들의 재생산과 진보에 대한 연구를 제창하였을 뿐이다. 그를 비롯해 그와 의견을 같이하는 동료들, 특히 산타페 연구소의 동료들은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냉정한 반응을 발견하였다. 『자연 Nature』지의 편집인 존 매독스 (John Maddox) 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수 년간 단지 자신들의 유기체를 성장시키는 데에만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이 단 몇 시간 내에 컴퓨터상에서 무언가를 해 내는 사람에게 큰 존경심을 가질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 생물학자들은 심지어 인공생명을 아무 관련도 없는 것으로 규정하기까지 한다. 힐리스는 정중하게 이를 반박한다.

  난 언젠가 (노벨상 수상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볼티모어 (David Baltimore) 에게 왜 이러한 것들이 생명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생명체는 진화해야 하고, 재생산해야 하고, 신진대사를 해야 하며, 탄소로 이루어져 있어야 합니다." 결국 그의 정의를 따른다면, 컴퓨터상에서 수행되는 어떠한 것도 생명체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지금 내겐 그것이 재생산하고 진화한다는 사실이 탄소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보다 훨씬 더 흥미를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한 번도 그 두 가지를 구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무언가 재생산하고 진화는 하면서도 탄소 분자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난 결국 이 새로운 물건에 '생명 (life)'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될 것인지 여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무엇이든 그것은 흥미로우며, 탄소로 이루어진 것들과 어떤 속성을 공유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차이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탄소로 이루어진 것들에 관해 아무것도 증명해 주지는 않지만,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힐리스의 연결형 기계에 대한 연구는 그의 생물학에 대한 사랑과 컴퓨터 과학을 결합시킨다. 연구실을 벗어나면 그는 아마추어 지질학자로 오래된 광산의 탐사를 즐긴다. 그는 심지어 뉴 멕시코에서 소유권을 주장한 일도 있었다. 이제는 생각하는 기계가 재정적 이유로 하드웨어 업계를 떠나 버렸기 때문에 그는 그 곳으로 옮겨 갈 수가 있다. 그는 또 장난감들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대학 시절엔 밀턴 브래들리 (Millton Bradley) 아래서 아주 전문적으로 일을 했으며, 그가 만든 작품들이 그의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민스키와 파인먼은 내가 사고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들은 아주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기꺼이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태도입니다. 우리가 공유한 많은 현실을 의심할 바 없는 한 다발의 공유된 가설이며, 두사람 모두 그 가설들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실력을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스키와 파인먼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이 하는 일을 아주 재미있어 했습니다. 난 바로 그 점이 중요하며, 나 역시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기발한 생각은 그레이트 피라미드만한 크기의 거인 시게이다. 그 시계는 일 년에 한 번 똑딱 소리를 내고, 백 년마다 한 번씩 종이 울리며, 천년 만에 뻐꾸기가 나온다.

  그것은 지금부터 몇 차례 뻐꾸기 소리가 울리고 나면 과연 세계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를 궁금하게 여기도록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