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막대기와 할머니 세포

 

인간지능의 수수께끼 : James Trefil 지음, 마도경 옮김, 현대미디어 (323-4483), 1999 (원서 : Are We Unique ? : A Scientist Explores the Complexity of the Human Brain, John Wiley & Sons, 1997), Page 139~167

 

- 두뇌는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가? - 

어떤 사고와 그 결과     

두뇌 탐험      

활동하는 두뇌 관찰하기     

보는 것이 곧 생각이다     

신경학 프로그램

 

 

어떤 사고와 그 결과

1848 년 여름의 그날은 피니어스 게이지에게 있어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그는 서부의 버먼트주 캐번디시의 근처에 위치한 철도부설 현장에서 발파반의 반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인부들은 발파작업을 할 때 길고 끝이 뾰족한 쇠막대기와 쇄석용 해머로 바위에 구멍을 뚫은 다음, 그곳에 검은색 폭약을 집어넣었다. 피니어스 게이지는 폭약에 점화하기 전 긴 쇠막대기로 화약을 굳게 다지는 일을 맞고 있었다.
그는 쇠막대기의 뭉툭한 부분이 아래로 향하도록 거꾸로 잡은 다음 구멍 속에 들어 있는 검은 화약을 다졌다. 그 일은 하루에도 열 번 이상 하는 일상적인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날의 작업은 좀 이상했다. 쇠막대기를 내리칠 때마다 바위에서 불꽃이 튀겼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다. 아무튼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위 속에서 폭약이 폭발했고 그 바람에 뾰족한 쇠막대기가 바위 밖으로 튕겨나왔다. 쇠막대기는 그의 얼굴 왼쪽을 강타하면서 턱밑을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두개골 한복판을 관통하면서 밖으로 빠져 나왔다.
게이지는 90 cm 짜리 쇠막대기가 머리를 관통했는데도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실제로 그는 잠시 동안 정신을 잃었을 뿐 곧 정신을 차렸고 동료들이 그를 데리고 마을의 의사에게 달려가는 동안 그들과 얘기까지 나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얼마 후 건강을 회복하고 멀쩡하게 돌아다녔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의 행동에서 이상한 변화를 감지했다.

그는 사고를 당하기 전만 해도 착실하고 믿음직한 사람이었다. 사실 그가 반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믿음직한 성품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고를 당한 이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변했다. 그는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고 쌍소리를 했으며 (전에는 두 가지 모두 그와는 인연이 없었던 것들이었다.) 성질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결국 직장에서 쫓겨나 이곳저곳 떠돌아다녔으며 가끔 서커스 무대의 여흥시간에 출연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쇠막대기와 함께 나란히 전시되곤 했다.)

그는 1861 년 샌 프런시스코에서 죽었다. 당시는 남북전쟁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그의 병세를 점검했던 동부의 의사들도, 그가 죽었다는 것을 몰랐으며 부검이 실시됐다는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남북전쟁이 끝나자 맨 처음 그를 치료했던 존 할로우 박사는 게이지의 가족과 만났다. 그리고 가족의 허락을 받고 그의 시체를 발굴하여 두개골을 하버드 의대의 워런 박물관에 안치했다.

1992 년, 신경 생리학자인 해너 대커셔와 그녀의 동료들은 게이지의 두개골에 난 구멍들을 신중하게 검사했다. 그들은 첨단 컴퓨터 영상기법을 동원하여 쇠막대기가 통과하여 두뇌에 손상을 입힌 부위에 대해 상당히 신빙성 있는 추론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의 추정에 의하면 쇠막대기는 전두엽의 전방 하단부에 위치한 중복 전전두엽을 관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부위가 손상된 다른 환자들 (예를 들어, 뇌종양이나 뇌졸중으로 인해) 을 연구한 결과, 그들도 기록에 나타난 피니어스 게이지의 행동과 동일한 행동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장기계획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으며 따라서 제멋대로 행동했다.

피니어스 게이지의 이야기는 불행한 사건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과학자들이 뇌의 기능을 연구에 사용할 만한 한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사고든 질병 때문이든 두뇌의 특정부위에 손상을 입었다고 치자. (보통 부검하기 전에는 손상된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면 그때부터 그 사람의 정신적인 기능에 대해 관찰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은 치료과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런 임상 사례로부터 조금씩 수집한 정보가 상당히 쌓이면 우리는 임상 사례로부터 조금씩 수집한 정보가 상당히 쌓이면 우리는 이것을 근거로 뇌의 종합적인 기능에 관한 훌륭한 이론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정보를 얻는 또 하나의 방법은 동물실험이다. 우리는 잠시 후 이 방법에 대해 폭넓게 소개할 것이다. 실험대상인 동물이 호모 사피엔스에 가까운 친척일수록 실험 데이터를 해석할 때 좀더 확실하게 추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각의 기본원리에 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대부분은 고양이와 원숭이 실험을 통해 나온 것이다. 피니어스 게이지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지만 뇌기능의 손상이라는 문제는 놀랄 만큼 특이하다. 그는 뇌기능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지만 시각, 언어, 신경조절 능력, 즉 행동에는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았다. 이런 특이성을 웅변하는 두 번째 놀라운 사례는 1953 년 몬트리올에서 발생했다.

H.M. 이라고만 알려진 한 젊은 공장 노동자가 지병인 간질병을 완화시키기 위해 뇌수술을 받았다. 그는 측두엽 제거수술을 받았고 실제로 발작 횟수도 줄어들었지만 대신 그는 기억력을 현저하게 상실하고 말았다. 그는 수술직전까지 겪었던 일에 대해서는 하나도 남김없이 기억했지만 그 이후의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를 수년 동안 치료했던 의사들은 진료때마다 다시 자기소개를 해야 했을 정도였다.

이런 불행한 이야기들로부터 한 가지 중요한 진실을 발견해낼 수 있다. 그것은, 두뇌가 호환성 있는 다목적 부품들로 조립된 거대한 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두뇌는 여러 개의 작은 촌락이 모인 집단과 같다. 여기서 촌락들은 각각 고유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이웃 촌락들과 긴밀히 연락하고 또 전체의 부속으로서도 작용한다. 실제로 두뇌를 하나의 독립된 기관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여러 기관이 복잡하게 모여 있는 집단적 조직체로 보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소화기 계통에 위장, 간, 창자 등이 들어 있듯이 두뇌에도 다양한 부위들이 여러 개 몰려 있으며 이것들은 서로 조화롭게 작용해야 한다.

두뇌의 이런 속성을 잘 나타내는 또 하나의 비유는 두뇌를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간주하는 것이다. 각 악기는 고유한 소리를 내지만 궁극적인 결과는 음의 조화로 나타난다.

두뇌 탐험

두뇌가 기능을 발휘하는 방식을 세밀하게 밝혀내는 작업은, 과학이 현재 당면해 있는 커다란 숙제 중의 하나이다. 나는 인간의 두개골 내부의 세계를 밝히는 탐구가 루이스와 클라크 (19 세기 초에 미국의 영토로 새롭게 편입된 루이지애너 지방을 탐험하여 그곳의 지형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남긴 탐험가들 - 옮긴이) 이, 유럽인들이 북미대륙을 탐험한 방식과 대단히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루이스와 클라크" 식의 탐험 - 이들의 탐험목적은 새로운 영토를 답사하는 것이었다 - 같은 활동을 하고 그 뒤를 따라 국가적인 지리탐사 팀이 엄청나게 정밀한 지도로 무장한 채 답사하는 식이다.

피니어스 게이지처럼 뇌손상을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루이스와 클라크" 식의 두뇌탐험에 좋은 바탕이 되었다. 이런 탐구의 목적은 (지금도 그렇지만) 두뇌 속의 각 부위들이 각각 어떤 정신기능에 관련돼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이런 탐구는, 시작은 좋았지만 그리고 곧 알게 되겠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이 탐구가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두뇌에 대한 지리적인 답사는 시작되었다. 이런 일은 두뇌를 커다란 부위별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뉴런이라는 단위적인 차원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의 하나이다. 잠시 후 우리는 시각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이 접근법에 대해 설명하고 그 동안 이 방법으로 거둔 성과를 간략하게 설명할 것이다.

이제 일종의 광궤철도에 비유할 수 있는 "루이스와 클라크" 식의 두뇌지도를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비유를 들겠다.

오른손의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오른쪽 귀의 앞뒷면을 잡은 다음, 두개골을 가로질러 손가락이 왼쪽 귀의 같은 지점에 닿을 때까지 손을 움직여보라. 이 동작을 취했을 때 당신은 대뇌피질에서 대단히 중요한 두 부위를 지나간 셈이다. 하나는 전두엽 뒤쪽에 위치한 제 1 운동피질이고 또 하나는 두정엽의 앞쪽 끝에 위치한 제 1 체지각 피질이다. 이름들이 암시하듯이 이 두가닥의 대뇌피질은 여러 신체기관의 운동을 조절하고 그곳에 전해지는 감각을 수신한다.

* 제 1 운동피질은 신체의 움직임을 통제한다.

제 1 체지각 피질은 신체의 여러 부위에 전달되는 감각을 수신한다.

우측 대뇌반구 쪽에 있는 운동피질은 신체의 왼쪽부분의 운동을 통제하며 좌반구 쪽의 운동피질은 그 반대이다. 두뇌 정중앙의 양반구 사이에 있는 틈새 아래쪽에서 반구의 위로 올라간 다음, 귀에 이르는 둥근 부위에는 다양한 신체영역을 통제하는 (또는 그곳의 신호를 수신하는) 뉴런들이 차지하고 있다. 왼쪽 엄지발가락에 어떤 느낌이 왔을 때 그것을 감지하는 것은 양반구 틈새의 오른쪽에 있는 체지각 피질 속의 뉴런들이다. 당신이 발가락을 움직이려 할 때 그에 대한 명령을 내리는 것은 대충 앞의 것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제 1 운동피질 속의 뉴런들이다.
이번에는 반구를 빙 돌아가보자. 그러면 대략 12 시 방향에서 다리와 몸통을 통제하는 뉴런들을 찾을 수 있다. 또 1 시 방향의 뉴런들, 팔 2 시 방향의 뉴런들, 손 3 시 방향의 뉴런들은 입과 턱의 운동과 관련돼 있다.
제 1 운동피질 전면에 위치한 전두엽은 주로 신경신호를 처리하며 우리가 흔히 고위사고라고 일컫는 정신기능들도 여기서 처리하는 것 같다. 이곳은 인간의 두뇌에서 다른 동물들에 비해 현저히 발달된 부위이다. 인간의 이마가 유난히 튀어나온 것도 이것 때문이다.
이 부위와, 우리가 "지능" 이라는 말 속에 뭉뚱그려 설명하는 인간의 특징들과의 관계는 "지식인 (highbrow : high 는 "높은" 을, brow 는 해부학적으로 눈썹이 위치한 눈두덩이를 뜻한다. - 옮긴이) 라는 관용어에 잘 표현돼 있다. 우리는 앞의 그림처럼 제 1 운동피질을 상세하게 묘사한 그림을 통해 전두엽을 비롯한 여러 엽의 다양한 기능을 알 수 있다.

나는 여기서 잠시 두뇌 속의 또 다른 두 부위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것은 뒤에 나올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말하는 능력은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왼쪽 대뇌반구, 그 중에서도 반구측면에 위치해 있는 두 부위와 관련돼 있다. 이 중 하나는 "브로카 영역 (이것은 입술, 혀, 턱, 성대를 통제하는 운동피질 부위에서 머리 앞쪽을 향해 위치해 있다.)" 이고 또 하나는 "베르니케 영역 (이것은 청각에 관련된 운동피질 부위의 옆에서 머리 뒤쪽을 향해 위치해 있다.)" 이라고 부른다.
브로카 영역은 말하는 행위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위가 손상된 사람은, 남이 하는 말은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있지만 자신은 말을 느리게 하거나 적어도 더듬거리게 된다. 한편, 베르니케 영역은 언어의 이해와 관련돼 있는 듯하며 이 부위가 손상되면 말은 거침없이 쏟아낼지라도 흔히 두서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남의 말이나 글을 이해하는 데도 지장을 받는다.

우리는, 언어연구가 두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매우 유별난 문제를 안기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제까지 살펴보았다시피 인간만큼 언어능력이 발달한 동물은 없다. 따라서 아무리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았자 인간두뇌의 언어기능에 관한 비밀을 풀어줄 만한 의미 있는 결과는 나올 수가 없다.
인간의 뇌에 언어기능을 통제하는 부위가 있다는 사실은 우리 두뇌가 일종의 "촌락들의 집합체" 라는 개념, 또는 전문용어를 쓰자면 우리 두뇌가 "분할 처리법" 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사람이 어떤 말을 하려고 할 때는 우선 전두엽에서 생각을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 뒤쪽의 브로카 영역으로 신호를 보내면 그것은 그곳에서 다시 제 1 운동피질로 전달되어 입술, 혀, 성대 등이 움직이는 것이다.

활동하는 두뇌 관찰하기

1980 년대 중반 이후, 과학자들은 두뇌탐구에 매우 중요한 두 가지 도구를 확보했다. 두 가지 모두 과학자들이 아무런 불편없이 두뇌의 기능을 관찰하는 데 엄청난 이점을 안겨주었다. 두 가지 모두 처음에는 신경병의 진단도구로 개발되었으나 세상에 나온 직후부터 두뇌의 본질과 작동방식을 규명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 도구의 탄생순서를 보면 하나는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술 (PET) 또 하나는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술 (fMRI) 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뉴런들도 다른 세포들처럼 혈액을 통해 운반된 분자들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두 기술 모두 뉴런의 이런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세포가 근육수축 작용을 하든, 뉴런이 신경신호를 발사하든 운동 중에 있는 세포들에게는 휴지기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의 몸은 그런 세포에 혈액과 영양소의 공급을 늘림으로써 이런 욕구를 충족시킨다. 우리가 운동할 때 심장의 박동수가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디빌더들은 컨테스트에 참가할 때 이런 원리를 잘 이용한다. 즉, 그들은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역기 따위를 들어 근육을 "부풀린다." 그러면 근육이 충혈되면서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뉴런은 뇌 속에서 신경신호를 발사할 때 활발하게 움직인다. 따라서 활동하고 있는 부위로 더 많은 혈액이 공급된다. 이때 증가하는 혈액량은 근육을 부풀릴 때와 비교하면 아주 적지만 그래도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고 그 양도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다.

PET 와 fMRI 의 세부적인 작동원리는 다르다. 하지만 둘 다 활동 중에 있는 뇌부위에 혈액 공급량이 늘어난다는 원리에 착안하여 그 증가량을 측정하는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PET 촬영에는 산소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O-15 를 사용한다. 이 산소분자는 특별한 핵시설에서 준비해야 하는데 일단 이것이 준비되면 모든 방사성 물질이 갖고 있는 핵심적인 특성을 지니게 된다. 이것은 잠시 후 원자핵이 분리되더라도 다른 몯근 산소분자와 똑같은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O-15 는 다른 분자 - 예컨대 물이나 글루코스 따위 - 에 달라붙거나 혼합된 다음 혈액 속으로 주입된다. 수십 분이 지나면 O-15 가 분리되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파편들을 뿌리는데 여기에는 양전자라는 소립자가 포함돼 있다. (양전자와 전자가 사라지면 그 에너지는 X 레이 사진상에 지극히 역동적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신체의 외부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이같은 쌍소멸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컴퓨터로 취합하면 두뇌 속의 O-15 원자들 (그리고 이것이 들어가 있는 분자들) 의 위치에 관한 3 차원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데이터를 이용해 컴퓨터로 합성사진을 만드는 기법을 tomography, 즉 단층 X 선 촬영술이라고 하며 PET 의 T 는 이것을 의미한다.)
양전자는 반물질의 대표적인 존재이다. 이것은 보통 전자와 같은 질량을 갖고 있지만 양전하를 띠고 있다. 양전자가 산소에 의해 방출된 직후처럼 전자와 부딪치면 두 물질은 "쌍소멸 (소립자와 그 반입자가 결합하여 서로를 파괴하면서 다른 소립자 또는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 - 옮긴이)" 이라는 과정을 겪는다.

PET 스캔의 장점은 두뇌가 활동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80 년대에 이 기술이 처음 실용화되었을 때 활동 중인 두뇌의 여러 부위가 선명하게 드러난 컬러 단면도들이 각종 과학관련 간행물에 홍수처럼 넘쳐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단어 한 개를 생각하는 데, 한마디 말을 생각하는 데, 그리고 실제로 말을 하는 데 아주 많은 두뇌부위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두뇌를 탐구하는 데 핵심적인 장애가 제거된 것 같았다.
PET 스캔은 두뇌기능에 대한 정보 이외에 다른 기술에 의해서는 얻기 힘든 각종 데이터도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방사성 원소들을 여러 신경전달 물질 속에 융합시킴으로써 두뇌 속에 있는 수용체의 분포도를 그리고자 한다면 이것 역시 PET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PET 기술을 이용하여 신경자극의 여행경로를 추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기술에도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 방사성 물질을 생성하고 처리하는 능력 - 평범한 심리학 연구소에서는 갖출 수 없는 능력이다. - 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없다는 점도 그 중 하나이다. 두 번째 약점은 영상이 떠오를 때까지 시간 - 약 1 분 정도 - 이 꽤 걸린다는 점이다. 이것은 뇌 속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신속하게 포착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법은 현재 엄청나게 많은 용도로 쓰이고 있다. 나는 뇌의 작동모습을 촬영한 PET 스캔을 처음 보았을 때 기분 좋게 놀랐지만 fMRI 기계에서 나온 데이터를 처음 수중에 넣었을 때는 거의 까무러칠 정도였다.

자기공명 영상술은 원자핵 중에서도 수소의 원자핵과프로턴 (양자) 이라는 소립자의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양자는 지구처럼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고 있으며 북극과 남극에 각각 자기장을 갖고 있다. 양자는 외부에 자기장을 걸면 자축이 완만한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을 세차운동이라고 하는데 당신도 평범한 어린아이의 머리 꼭대기를 관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축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돌면 꼭대기도 역시 움직인다. 따라서 축 자체는 완만한 원을 그리게 된다.
양자가 자기장 안에서 세차운동을 하는 속도는 자기장의 힘에 따라 달라진다. 만일 양자 주변에 래디오 주파수가 가득 차면 양자의 세차운동과 동일한 주파수가 흡수되었다가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방출될 것이다. 이때 래디오 주파수의 힘을 모니터링하면 양자의 세차운동은 물론, 양자를 둘러싸고 있는 자장을 지극히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평범한 MRI 영상술은 이런 측정기법을 이용하여 신체의 여러 부위에 들어 있는 양자의 수를 추정하고 종류가 다른 조직 (tissue) 들을 가려낸다. 이것은 이런 식으로 놀라울 만큼 뚜렷한 인체 내부의 영상을 만들어낸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형식의 MRI 를 기능적인 MRI 와 구별하기 위해 "구조적인 MRI (structural MRI)" 또는 sMRI 라고 부른다. 한편 fMRI 는 양자의 세차운동을 극단적으로 정밀 측정한 다음 그 측정치를 이용해 양자가 위치한 자기장 속의 미세한 변화를 측정한다. 혈액이 약간 자기를 띠면 혈류의 미세한 변화가 모세혈관 근처의 자장에 미세한 변화를 일으킨다. 이런 미세한 변화를 fMRI 기계가 포착하는 것이다.

1994 년, fMRI 기법을 이용한 연구가 미국의 언론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예일 대학교의 과학자들은 언어를 사용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여러 남녀의 뇌를 연구했다. 그들은, 남자와 여자가 같은 말을 하더라도 각 두뇌가 언어를 만드는 방법은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남자의 말은 보편적으로 왼쪽 대뇌반구 속에 있는 뉴런들이 활동한 결과인 반면, 여자의 말은 두뇌의 양쪽 부위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물론 그 당시에도 재치 있는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가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결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제로는 그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fMRI 스캔에 의해 두뇌의 작동방식에 관한 놀라운 사실들이 많이 드러났고 이것은 보편적인 민간의 속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예를 들어, 어떤 얼굴을 기억하라는 임무를 받은 사람들을 이 기계로 촬영한 결과, 피실험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기억이 기호로 바뀌는 두뇌부위에 쏠리는 혈류의 양이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결과는,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전화번호 같은 것들을 기억하기가 어려운 이유를 둘러싼 해묵은 과학적 논쟁을 한꺼번에 해결해준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그 동안 두 가지 견해가 팽팽히 맞서 왔었다. 하나는 기억 자체가 젊었을 때만큼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는 주장이고, 또 하나는 기억은 형성되지만 검색능력이 나이와 더불어 약화된다는 주장이다. fMRI 기술로 얻은 데이터는 앞의 견해를 지지하는 것 같다.

fMRI 기법의 주요한계는 PET 와는 달리 혈류와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 기술이 제공하는 지극히 정밀한 정보들이 두뇌속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갈라진 혈액순환 조직과 관련되어 있음을 뜻한다. 두뇌 속의 모세혈관은 아주 촘촘하게 배열돼 있어서 만일 A 라는 뉴런에 더 많은 혈액이 필요하면 1 mm2 반경 안에 있는 모든 뉴런들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도 늘어난다. 때문에 이 기법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해결책에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현재 PET 스캔과 fMRI 는 주로 임상의료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정신질환은 대체로 뇌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독특한 양식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강박성 신경증 환자들은 뇌하피질 속의 세부위와 뇌하피질 바로 아랫부분에서 이상이 발견된다. 이런 기계들은 실제로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는 대단히 유용 하지만 기초학문에 종사하는 학자들에게는 그렇지도 않다. 그들은 이 기계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앞으로 이런 기계들의 도움으로 두뇌에 대한 극단적으로 정밀한 지도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피츠버그 대학의 월터 슈나이더 박사는 앞으로 10 년 내에 성취하게 될 위대한 과학적 업적 - 인간 유전자의 정체를 규명하는 게놈 프로젝트만큼 대단히 흥미로운 지적모험 - 의 하나는 대뇌피질의 기능을 1 mm2 단위로 규명하는 정밀지도를 작성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 (참고로 이 문장의 끝에 찍은 마침표만한 점을 가로와 세로로 3 개씩 배열했을 때의 넓이가 1 mm2 에 해당한다.)

보는 것이 곧 생각이다

그러나 뇌하피질 지도를 1 단위로 작성했다고 해서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뉴런의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규명하고자 하는 우리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우리는 개별적인 뉴런들이 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실험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현재의 기술로도 각각의 축삭돌기 속에 정밀탐사 장치를 삽입하여 뉴런이 특정한 정신기능을 수행할 때 보여주는 "점화율" 을 기록할 수 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런 종류의 실험은 오직 인간 이외의 동물만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의 두뇌는 다른 영장목 동물들과 대단히 유사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실험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로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다.

예일 대학의 퍼트리셔 골드먼 - 래킥이 실시한 실험은 이런 종류의 실험 중 선구자격에 속한다. 그녀가 이끄는 연구 팀은, 원숭이가 단기기억에 몰두할 때 나타나는 전두엽 대뇌피질 속의 뉴런활동을 관찰했다. 실험의 내용은, 원숭이로 하여금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불이 켜진 지점을 빨리 기억하게 한 다음, 잠시 후 다시 눈을 그쪽으로 돌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실험에서는 분명히 각각의 뉴런 집합체들이 저마다 다른 정신활동과 연계돼 있다는 결과가 나와야 마땅했다. 연구 팀은, 원숭이가 불이 켜졌던 지점을 기억할 때는 뉴런들의 활동이 시작됐지만 지점을 바라보는 순간에는 중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또한 원숭이가 고개를 돌려 불이 켜졌던 지점을 바라볼 때는 전두엽의 뉴런들이 했던 신호발사 활동이 뇌의 다른 부위로 옮겨가면서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도 관찰할 수 있었다. 이것은 뇌기능을 뉴런의 차원에서 규명한 전형적인 사례이다.

우리가 뉴런의 차원에서 뇌의 시스템을 가장 잘 규명할 수 있는 방법은, 불빛이 머리 속에 영상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밝히는 것이다. 곧 알게 되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대단히 제한돼 있다. 이 과정, 즉 빛을 신경자극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의 첫 단계는 망막세포에 의해 간상체 (Rod) 와 원추체 (Cone) 가 수행하는 것이다. (이 세포들의 이름은 현미경을 통해 나타난 모양에서 따왔다.) 이 세포 속에서 복잡한 화학작용이 일어나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의 광자 에너지가 활동전압으로 바뀐다.
그런데 망막은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단순히 처리하는 필름같은 것이 아니다. 많은 간상체와 원추체에서 나온 데이터는 망막에 있는 또 다른 세포, 즉 신경절 세포로 전달된다. 신경절 세포 중에는 깜깜한 "배경" 에 있는 밝은 점에 반응하여 활동을 시작하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밝은 배경에 검은 점이 있어야만 활동을 시작한다. 따라서 망막을 떠나는 신호에 담긴 정보는 이미 처리된 상태이다.
나는, 말이 나온 김에 신경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망막을 눈의 일부분이 아니라 두뇌의 일부로 분류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 이유는 태아의 발달과정을 관찰함으로써 짐작할 수 있다.
망막은 두뇌 및 기타의 중추 신경계로 발달하는 세포와 동일한 세포에서 발달한다. 망막이 최초로 시각정보가 처리되는 곳이라는 사실은, 이것이 뇌의 일부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뜻한다. 망막 속에는 실질적으로 세 종류의 신경절 세포가 있으며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의 종류에 따라 그에 반응하는 신경절 세포의 종류도 달라진다. 어떤 세포는 색깔에 반응하고 또 어떤 종류는 미세한 밀도의 차이에 반응한다. 이것은 망막 속에서도 외부정보를 처리하는 데 여러 방식이 동시에 사용되고 있음을 뜻한다.

엄밀히 말해서 신경절 세포들이 두뇌 속으로 들어갈 때 그 축삭들은 외측 슬상체, 또는 LGN 라고 불리는 시상 속의 뉴런 덩어리와 연결된다. 신경생리학자들이 잘 쓰는 말로 신경절 세포들은 LGN 위로 "투사"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신경절 세포들은 Super Colliculus 라는 뇌간의 꼭대기 부분에 있는 뉴런 덩어리 위에 투사된다. 우리는 잠시 후에 이 두 가지 투사작용의 다른 점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Super C 에 투사되는 뉴런들은 시야에 개략적이고 결이 거친 영상을 만드는 듯하다. 여기에는 예컨대 색깔에 반응하는 신경절 세포 따위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런 신경신호들의 목적은 시계의 말단부분에 동작에 대한 초기암시를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SC 부위의 뉴런들이 신경신호를 발사하면 자동적인 반응이 시작되고 이것은 운동의 영역을 시계의 한복판에 옮겨놓는다. 당신도 이런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방에서 선 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도중에 어떤 예기치 않은 일 - 예컨대 다른 사람이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든지 커튼이 바람에 펄럭인다든지 - 이 발생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당신과 당신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은 그 즉시 고개를 돌려 운동이 일어난 방향을 쳐다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이런 사건들은 바로 두뇌의 이런 영역에 있는 뉴런 때문에 생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경절 세포들은 LGN 에 투사된다. 이것은 작은 혹처럼 생겼으며 시상의 윗부분에 좌우에 하나씩 놓여 있다. 각각의 LGN 은 모두 양 눈으로부터 시각신호를 받는다. 그래서 왼쪽의 대뇌반구는 오른쪽 시야에서 들어온 시각신호를 처리하고 오른쪽 대뇌반구는 왼쪽 시야에서 들어온 시각신호를 처리한다.
망막 속에서 서로 인접해 있는 신경절 세포들은 인접한 LGN 세포 위로 투사된다. 따라서 LGN 뉴런들에는 시야의 개략적인 지도가 그려진다. LGN 의 주요기능은 망막으로 들어온 시각신호를 수신하여 후두엽 뒤편에 위치한 시각피질이라는 부위로 새로운 신호를 보내는 일종의 중간 정거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듯하다.

손을 뒤통수에 대보라. 손에 느껴지는 뚝 튀어나온 부분은 두뇌 속의 시각피질을 덮고 있는 두개골이다. 이 부위의 피질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케이크처럼 생겼다. 층마다 모양이 다른 뉴런들이 가득 차 있지만 모든 층은 서로 축삭돌기와 시냅스로 연결돼 있다. 생리학자들은 그 층을 모두 여섯 개로 분류하는데 맨 바깥층을 1 번으로 하여 맨 안쪽의 6 번층까지 번호를 매긴다. 각각의 층들은 시각정보를 분석하는 데 제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듯하다.
LGN 에서 나온 축삭들은 주로 시각피질의 4 번층 속으로 흘러 들어가 있다. 우리는 이것을 "입력" 층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각정보가 처리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잠시 후 다시 설명할 것이다.
일단 처리가 끝난 시각신호들은 시각피질에서 나와 뇌의 다른 부위로 전달된다. 시각정보가 전달될 목적지에 따라 그들이 떠나는 층들도 달라진다. 예컨대 피질 속의 다른 부위로 가는 시각정보들은 주로 2 번과 3 번층에서 나오며, 뇌 속에서 피질이 아닌 부위로 갈 시각정보들은 주로 5 번층에서 나온다. 게다가 6 번층에 있는 뉴런 중의 일부는 시각정보를 시상으로 되돌려 보낸다. (이렇게 정보를 되돌려보내는 목적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망막에서 신경신호들로 분할된 영상이 다시 결합되기 시작하는 곳은 바로 시각피질 속의 층들이다. 보편적인 원칙은 시야 속에 어떤 특징이 존재할 때만 해당 뉴런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그 특징은 신경절 세포에서 전달되며 점과 빛의 형태를 띤다. 예를 들어, 가로로 된 윤곽이 나타날 때에만 점화하는 뉴런들이 있고, 수직 모서리에만 반응하는 뉴런들이 있으며, 특정한 각도로 기울어진 형태에 반응하는 뉴런들도 있다. 이런 뉴런들은 모두 많은 신경절 세포들로부터 데이터를 흡수하지만 그것에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는 특징이 있을 때만 신경신호를 발사한다.
이런 처리과정은 망막의 정보처리 방식처럼 모두 동시에 일어난다. 즉, 어떤 뉴런들이 시야의 어떤 부분에 있는 가로 형태에 반응할 때 다른 뉴런들도 동시에 다른 부분에 있는 가로 형태에 반응할 때 다른 뉴런들도 동시에 다른 부분에 있는 수직 모서리에 반응하여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컴퓨터 공학자들이 잘 쓰는 전문용어를 빌자면 "병렬처리" 라고 한다.

시각피질 속의 뉴런들은 두정엽과 측두엽의 피질 위에 시각정보를 투사한다. 두뇌피질 뒤쪽의 많은 부분은 시각정보 처리에 배당돼 있다. 우리는 영상을 재결합하는 과정이 진행될 때 시야에 보다 복잡한 형태 - 예컨대, 별 모양이라든가 한가운데에 줄이 쳐진 원 모양 따위 - 가 나타날 때만 활동을 개시하는 뉴런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뉴런의 임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여기가 끝이다. 우리는, 두뇌가 어떻게 이런 예비적인 기초정보를 통일성 있는 영상으로 조립할 수 있는지를 모른다. 인지 심리학자들은 흔히 이런 작업을, 움직이는 영상을 뇌 속에서 다양한 실로 연결하거나 "묶는" 방법을 규명하는 시도라고 말한다. 이 "연결문제" 는 두뇌연구에 있어 지금도 풀지 못하고 있는 수수께끼 중의 하나이다.
물론, 이런 연결작업을 설명하는 이론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한때 두뇌가 일종의 피라미드 형 위계질서를 갖추고 있다는 순진한 주장을 폈었다. 이 이론은, 차원이 다른 여러 뉴런의 집합체들이 두뇌 속에 들어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즉, 가장자리에 위치한 뉴런들이 특정한 신경절 세포들로부터 입력자료를 얻을 때만 신경신호를 발사하는 것과 똑같이 이들로부터 입력자료를 얻을 때만 신경신호를 발사하는 제 2 의 뉴런들도 있고, 이 제 2 의 뉴런들로부터 시각정보를 얻을 때만 작동을 시작하는 상위세포들이 또 있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뉴런들이 뒤집힌 폭포처럼 활동하면서 정점에 달하는 순간 소수의 뉴런들이 활동하기 시작하고, 이 신호들이 사물을 볼 수 있도록 흥분을 촉발시킨다는 견해이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이런 이론은 이른바 "할머니 세포" - 당신의 뇌속에는 당신이 할머니를 볼 때 작동을 시작하는 세포가 딱 하나 들어 있다 - 라는 개념 속에 잘 모셔져 있다.
이 견해는 많은 이유들로 인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우리 뇌 속에 그 많은 시야들을 다 포용할 만큼 많은 세포가 있지 않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할머니를 위한 세포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빨간 옷을 입은 할머니, 파란 옷을 입은 할머니, 웃는 할머니, 찡그린 할머니, 3m 떨어져 있는 할머니, 1.5 m 떨어져 있는 할머니,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할머니 등 수많은 세포가 있어야만 그 모든 경우를 다 포함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어떤 상상 속의 이미지 - 예를 들어, 축구선수의 유니폼에 있는 코뿔소 그림 따위 - 같이 뇌하피질 속에 그것을 위한 별도의 세포를 저장해놓는 일이 얼토당토하지 않은 것들도 있을 수 있다.

최근에 과학자들은 신경절 세포에서부터 시각피질을 거쳐 그 다음 과정에 이어지는 신경행로를 추적한 결과, "신경폭포" 의 최종산물은 특정한 하나의 세포가 아니라 많은 뉴런들의 동시 다발적인 신화발사 활동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시각정보 처리의 최종결과는 단 하나의 세포가 점화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뉴런들이 특정한 양식으로 점화한다는 견해이다.

당신은 신경신호들이 대뇌피질 속을 욕조 안의 물처럼 이리저리 출렁이는 모습을 상상함으로써 이처럼 일치된 신호발사 활동을 마음속에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설에 의하면 각각의 시각적인 영상은 개별적 형태의 "출렁임" 에 따라 생성되며 각각의 뉴런은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만드는 데 참여할지도 모른다.

이 이론은 할머니 세포의 가설이 갖고 있는 숱한 어려움을 면할 수 있다. 게다가 과학자들은 두뇌 속에서 이런 종류의 진동작용이 일어난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뉴런의 집합체들은 기본적으로 초당 40 회의 신경신호를 일제히 발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떤 과학자들은 오랫 동안 풀리지 않고 있는 "연결작업" 의 열쇠는 바로 이런 식의 조화로운 현상일지 모른다는 가설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이 이론이 연결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 있든 없든 지금 과학자들이 두뇌기능의 수수께끼를 푸는 길목에 들어서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신경학 프로그램

우리는 현재까지 이룩한 연구성과만 가지고도 앞으로 전개될 두뇌규명 작업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뇌하피질을 mm 단위로 세분화하는 지도는 반드시 작성될 것이다. 사실, 이일이 끝내는 데 10 년 이상이 걸린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어떤 정신적인 활동 - 파란색을 보든, 할머니를 생각하든, 긴 나눗셈을 하든 - 일지라도 그 일이 진행되는 동안 뇌의 어느 부분에 불이 들어와 있음을 정확하게 짚을 수 있을 것이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1 mm2 당 10 만 개의 뉴런이 있다. 이것은 지도를 제작하는 데 있어 세부적인 단계 - 하나하나의 뉴런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작업 - 에 들어가면 작업이 훨씬 더 끔찍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정보량을 감안한다면 뉴런 단위로 정신활동을 규명하는 지도를 제작하는 작업은 아마도 한 세대 이상이 걸려야 끝날지 모른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정보 처리과정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특정한 정신활동이 진행될 때 뇌 속에 있는 각각의 뉴런이 어떤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규명하는 작업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나는 두뇌의 활동을 뉴런 단위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신경학 프로그램" 이라 부르고자 한다.
신경학 프로그램을 완성하려면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두뇌의 극단적인 복잡성과 상호 연결성은 그 중 한 예일 뿐이다. 예를 들어, 나는 재정적인 제약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실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두뇌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제한하는 중요요인이 아닌가 싶다.

나는 고에너지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신경학 프로그램처럼 이 분야에 대한 야심적인 꿈을 갖고 있다. 내게는 단 한 번의 의회투표로 이른바 "초전도 초충돌기 프로젝트" 가 부결되면서 고대 그리스 시대에까지 뿌리를 두고 있던 연구노력이 실질적으로 무산된 일이 있었다. 나는 이런 경험 때문에 수십년이 걸려야 완성할 수 있는 신경학 프로그램에 대해 충분한 재정이 지원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우리의 목적상 이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완수여부는, 이것이 완수될 수 있다는 사실보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겠다. 나는 다음 PART 에서 신경학 프로그램을 하나의 기정사실로 언급할 것이며, 실제로 어떤 정신활동이 수행 중에 있을 때 어떤 뉴런들이 신경신호를 발사하고 있는지를 묘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말이 오류로 판명된다 하더라도 (그럴 가능성도 있다.) 나의 결론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