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프랙탈이다

 

프랙탈과 카오스의 세계 : 김용운.김용국 저서, 도서출판 우성(308-0163), 1998, Page 109~123

 

번개      강줄기      나무      고사리      산, 구름      인간의 몸은 프랙탈      컴퓨터 그래픽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계에는 복잡하고 불규칙한 모양이나 현상들이 가득하다. 구름이나 번개, 유리 파편, 겨울철 유리창에 서리는 성에, 비바람에 시달려서 꼬부라진 소나무, 바다 속의 아름다운 산호 등등, 이렇게 다양한 모양들 안에서 어떤 공통성을 찾아낼 수 없을까? 이들은 모두가 우연히 또는 순간적으로 이루어졌는가 하면,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있다. 이제까지의 기하학은 이러한 것들에서 어떠한 법칙성이나 공통점을 찾아내지 못했으며, 아예 연구의 대상으로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들을 하나의 통일적인 관점에서 설명해 낸 수학자가 있다. 그렇다면 그는 천재 중의 천재이다 (천재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 천재가 바로 앞에서 소개한 만델브로인 것이다.

그의 천재성은 프랙탈의 개념을 활용해서 자연을 해석했다는 점이다. 알고 보면 만델브로가 사용한 방법이란, 자연의 아름다움을 수치로서 표시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 위대한 발견이란 으레 그런 법이다.

자연계를 구성하는 현실의 물질은 어떤 일정한 크기의 원자나 분자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 한편, 수학에서 다루어지는 무한의 미세구조는 한없이 계속되는 상상의 산물이다. 수학과 현실의 이같은 불합치 때문에 자연을 프랙탈로 볼 수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자나 분자의 크기 역시 상상의 세계에서만 가능하리만큼 충분히 작으며, 얼마든지 프랙탈 구조로 근사적으로 흉내낼 수 있다. 사실 그대로를 프랙탈 도형으로 간주해도 좋을 정도이다.

번개

예부터 신비와 공포의 대상이었던 번개는 번쩍이면서 공중을 가르며 땅으로 떨어진다. 1752 년 5 월 미국에서 비오는 어느 날 프랭클린 (B. Franklin, 1706~1790) 은 비 속으로 연을 날려 번개가 전기의 현상임을 증명하였다. 그 후로 번개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 독일의 B. 발터는 회전하는 카메라로 번개를 촬영하였는데, 번개는 한 번에 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길을 반복해서 계단을 이루듯이 방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중에서의 번개의 전파는 습도, 기압, 온도, 이온화의 경향 등, 여러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서 그 경로가 결정되기 때문에 일직선이 아니고 구불구불 진행하며 가지치기를 한다. 그 모습은 불규칙하지만 전체와 가지가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다. 즉, 자기닮음이며 프랙탈 구조인 것이다. 더구나 방전이 일어나면 그 주위는 1만 °C 이상의 열을 받으며, 이 때문에 공기가 급팽창해서 충격파가 발생하고, 이 충격파가 우르르 쾅쾅 하는 천둥소리로 들린다.

과학이 발달한 이즘에도 번개와 천둥은 신비한 현상이며, 그 신비성은 프랙탈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같다.

강줄기

강은 프랙탈이다. 큰 강줄기나 그 지류는 서로 비슷한 분기 상태를 하고 있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모양도 같다. 한강의 일부 지류를 큰 강줄기와 비교하면, 금방 닮음의 관계(통계적으로)임을 알 수 있다.

강마다 그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유역의 강줄기는 거의 같은 프랙탈 차원을 갖는다. 어디라고 정확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한강 유역과 같다', 또는 '나일강 유역의 풍경'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직관적으로 프랙탈 차원이 표시하는 그 유역 특유의 형태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면, 아무리 축적을 바꾸어도 그 모습이 닮았다. 즉 부분이 전체와 '같은' 자기닮음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간단히 말하면, 일정 지형이「 통계적으로 자기닮음」임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한강은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난다. 또 북한강, 남한강은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 수록 수많은 지류를 만난다. 이들 지류에는 더 작은 지류가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지리학에서는 하천의 지류와 본류의 관계에 관한 법칙을 세우려는 시도가 있다. 미국의 R. E. 호턴 (Horton) 이 주장하고, A.N. 스트렐러가 확립한 수류차수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수원에서 시작하여 지류를 갖지 않는 수류를 1 차 수류라 하고, 1 차 수류 두 개가 합해지면 2 차, 2 차 수류 두 개가 합해지면 3 차, 그리고 4 차 ... 라는 식으로 구분한다. 1 차와 2 차 수류가 합해지면 그대로 2 차 수류이다. 이렇게 유로에 차수를 붙이면, 각 차수의 수로의 수는 고차일수록 적어진다. 최고차 수류는 항상 하나이며, 그 다음 차수의 수류는 적어도 2 개 이상, 그 다음은 4 개 이상, 그 다음 차수는 8 개 이상 ... 등등, 차수가 낮아지면 수류의 수효가 증가해 간다. 이 증가의 양상은 거의 등비급수로 되어 있다. 여기서 Y축을 수류의 수, X축을 차수로 잡으면, 대수 (log) 그래프가 만들어진다. 이 그래프는 1 차에서 4 차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호턴의 수류법칙' 이라고 한다.

분기의 치수가 1 차씩 줄어들 때마다 지류의 수는 일정한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 이 사실은 곧 분기하면서 사방으로 뻗어가는 지류들이 형성한 흐름의 구조 어느 부분도 전체와 닮아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림 45 는 지도상의 하천의 합류 구조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45

해안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도의 축도에 따라 지도상에 나타나는 지류의 규모는 달라진다. 즉, 분기구조와 지류의 개수는 지도의 축도마다 다르다. 하지만 대체로(통계적) 등비급수로 되어 있다.

당연한 것이지만, 수로와 지형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산맥의 분기구조, 즉 프랙탈 (자기닮음) 구조에 따라 강의 프랙탈 구조가 결정된다.

넓은 산자락에는 여러 형태의 사면이 있고, 사면에는 여러 작은 요철이 있다. 그곳에 비가 내린다. 빗물은 좌우로 갈라지면서 사면을 따라 흘러내린다.

이와 같은 과정은 산의 사면의 모든 점에 내린 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다. 이때 수없이 많은 분기점이 생긴다. 이 하나 하나가 작은 강이다. 그 구조는 선거 때의 여론 전파의 구조, 또는 먼지가 모아지는 비평형개방계 구조와도 같다.

카지노에는 그림 46 처럼 생긴 게임판이 있다. 구슬을 맨 위에서 떨어뜨리면, 구슬은 좌측으로 내려가면서 두 번째 단의 바늘에 걸린다. 두 바늘 사이의 거리가 일정하다면 좌측 또는 우측으로 가는데, 좌우에 맞을 확률은 같다. 다음 단에서 좌우 어느 하나의 핀에 맞을 확률도 역시 같다. 이와 같이 해서 마지막 바늘까지 내려간다.

 

그림 46

뉴튼 역학 (결정론) 에 의하면, 초기조건, 즉 맨 위에서 구슬을 떨어뜨리기 시작한 조건에 따라 모든 일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렇지 않다. 오로지 확률론적인 것만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초기 조건에 관련되면서 전단계의 현상이 다음 단계에 영향을 준다.」즉, 카오스적인 것이다. 하천의 흐름이나 게임판도 전단계의 상황이 다음 단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같은 구조이다.

이 밖에 하천에 관한 수학적 모델로는 하크 (Hack) 가 연구한 유역 면적과 하천의 길이와의 관계가 있다. 이 관계는 지질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거의 비례관계를 이룬다.

버트런드 럿셀은 「돌멩이 2 개와 염소 2 마리에서 아무런 공통점도 발견하지 못하다가 여기서 '2' 라는 공통점을 깨달았을 때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만델브로는 강줄기와 카지노 게임에서 공통적인 수치를 추상해 내어서 인류 역사를 또 한번 바꾸어 놓은 것이다.

나무

대부분의 나무의 구조는 프랙탈적이다. 큰 가지가 나뉘어지면서 여러 작은 가지가 생기고, 그 작은 가지도 갈라지면서 또 작은 가지가 생긴다. 이것도 구조적으로는 강처럼 프랙탈적이며, 강과는 반대로 굵은 줄기 쪽에서 가는 가지 쪽으로 형성되어 가는 점이 다를 뿐이다. 나무는 저마다 나름의 프랙탈 차원을 가진다. 그 차원 값은 대략 1.3 과 1.8 사이에 있다.

나무의 모양은 직선 (1 차원) 과 평면 (2 차원) 의 사이에 있으므로 그 차원도 1 과 2 사이에 있는 것이다. 그림 47 은 분기를 갖는 1.5 차원의 규칙적인 프랙탈인데, 실제 나무와 같은 이미지이다.

나무는 물과 영양분의 운반을 전체에 고루 미치게 해야 하기 때문에 프랙탈 구조를 하고 있다. 거기에다 이들 나무가 모여 사는 숲도 프랙탈 구조를 하고 있다. 자연은 프랙탈에서 시작하여 그 구조를 계속 반복하는 것같다.

그림 47  1.5 차원의 프랙탈 구조

숲의 모델

고사리

그림 48 은 축소를 계속 반복하면서 고사리 잎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 알고리즘은 앞에서 이야기한 시에르핀스키 개스킷을 만드는 방법과 본질적으로 같다. 자연의 모습을 이렇게 수학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 아니 하찮은 식물인 고사리가 수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고 할까?

 

그림 48  고사리 잎의 모델

이것은 모든 자연현상이 스케일 (크기, 규모) 을 일정한 비율로 줄이거나 늘려 나가는 단순한 규칙을 되풀이한 결과로 생각된다.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고, 늙어서 죽는 과정의 되풀이도 모두 같은 이치이다. 이 자연의 원리에 대해서는 나중에 카오스 편 (제Ⅲ장) 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다음 사실에 대해서만은 미리 밝혀 두겠다. 즉, 카오스는 다만 간단한 규칙을 무한히 반복할 뿐만 아니라, 반복 주기가 일정한 비율로 빨라진 결과 급격히 혼돈상태로 변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요컨대, 자연의 복잡하고 불규칙한 현상도 알고 보면 단순한 법칙에 의해 지배받고 있는 것이다. 자연을 창조한 신은 아마도 프랙탈 기하학자였는지 모른다.

산, 구름

지형의 기복도 프랙탈적이다. 어느 산이든지 그 일부를 확대하면 금방 수많은 굴곡이 나타난다. 산의 아무리 작은 부분도 '봉우리' 와 '골짜기' 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산의 프랙탈 차원은 2 차원과 3 차원의 중간에 있으며, 대략 2.3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실제의 산의 표면적은 원뿔이나 각뿔보다는 훨씬 넓은 표면적을 갖는다.

 

어떤 대상이든 재나름의 우연성이 있다. 누구의 눈에나 금강산이 지리산과 달라 보이는 것은 저마다 산의 경사도와 습곡의 빈도에 특정한 차원과 우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전자계산기에 입력하여 산의 모양도 그릴 수 있다.

구름의 모양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통계적인 프랙탈 구조를 갖는다. 물이 담긴 그릇에 잉크를 떨어뜨리면 이것 역시 구름과 같은 모습을 자아낸다. 구름과 물 속에서 번지는 잉크의 상태를 비교해 보면, 그들의 크기는 엄청나게 다르다. 하지만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프랙탈 차원 때문이며, 실제로 물리학적으로는 거의 같은 역학구조를 지닌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뭉게구름도 마찬가지로 프랙탈의 입장에서 볼 수 있으며, 실제로 그 차원은 대략 1,35 정도가 된다. 물론, 이것은 구름을 평면적으로 보았을 때의 경우이지만.

구름에 대한 프랙탈 차원의 본격적인 연구로는 헨첼 (Hentschel) 과 프로카시아 (Procaccia) 의 연구 (1984년) 가 있다. 그들의 상대난류확산 이론에 의하면, 구름의 프랙탈 차원 D는 1.37~1.41 의 범위에 있다. 그들이 제기한 중심적인 문제는 '구름이 시간적으로 전체의 모습을 바꾸어 가면서도 보편적인 프랙탈 구조를 유지하는가' 였다. 구름은 분명히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가 일정하지 않다. 이것은 구름의 크기나 모양이 초기조건에 의존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두 사람은 구름의 간단한 수학적 모델을 제시하였는데, 그들은 대기를 난류의 vector장(벡터장), 그리고 온도 · 기압 · 습도 · 물방울의 지름 등을 변수로 잡았다.

이어서 로베조이 (Lovejoy) 와 세르체 (Schertzer) 는 대기를 수직 · 수평 방향으로 구별해서 생각해야 하며, 이 관점에서는 구름은 정확히는 자기닮음의 구조가 아니라 '준자기닮음' (주석 : 전문용어를 쓰면 '자기 아핀 (affine)' 이다) 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구름의 프랙탈 구조는 단순항 프랙탈이 아닌, 멀티프랙탈 구조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러한 수학적 모델의 개발로 구름의 프랙탈적인 모습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림 49 는 구름을 찍은 사진이 아니라 컴퓨터로 만들어낸 인공의 구름이다. 그러나, 진짜 구름과 너무나 흡사하지 않은가!

 

그림 49

인간의 몸은 프랙탈

▶▷  뇌의 표면

뇌에는 커다란 주름이 파여 있으며, 이 주름을 경계로 하여 그 영역이 구분되기도 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시 더 작은 주름이 계속되어 간다. 이 주름들을 평평하게 펴보면 신문지 한 장만한 넓이가 된다. 즉, 뇌에 주름이 져있는 것은 좁은 공간 안에 되도록 넓은 표면을 확보해서 거기에 많은 뇌세포를 배치하기 위해서이다. 짐작하겠지만, 이 뇌의 주름의 패턴은 프랙탈 구조를 하고 있다. 그 차원은 2.73 에서 2.79 정도의 값을 갖는다. 인간의 뇌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값이 나올 수도 있다. 아무튼 이 값은 거의 3 차원에 가깝다.

따라서 그 넓이는 신문지의 넓이보다 더욱 넓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인간의 지능이 한없이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므로 머리를 많이 쓰는 것은 뇌의 프랙탈 차원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의 뇌는 이 순간에도 주름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피부의 표면에 생기는 주름은 노화현상이지만, 뇌의 주름은 지적인 향상을 뜻하는 것이기에 기분이 좋다. 치매에 걸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정보로 계속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라고 하니 더욱 그렇다.

▶▷  폐

그림 50 은 폐의 모델이다. 폐의 기능은 가슴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되도록 산소를 많이 흡수할 수 있어야 하므로 폐의 표면이 되도록 많이 공기와 접하도록 하기 위해 기관지가 사방으로 뻗는다. 그 결과 프랙탈 구조를 만든다. 같은 이유로 폐 안에 분포되어 있는 모세혈관과 동맥, 정맥도 역시 프랙탈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림 50  폐의 모델

인간의 폐는 원래 물고기가 물 속에서 몸의 비중을 조절하기 위해 공기를 넣어두는 밋밋한 부레라는 자루가 진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림 51은 폐가 점차 복잡한 모습으로 진화해 온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이 진화의 궁극은 바로 프랙탈이다. 프랙탈 구조는 가장 효율이 높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프랙탈 구조는 어느 한 부분이 상처를 받아 파괴되어도 전체적인 기능을 바로 상실하지 않는다. 만약, 인간의 폐가 프랙탈 구조가 아니라 양서류와 같이 밋밋한 구조를 지닌다면, 어느 한 군데에 결핵균이 침입해 구멍을 낸다면 당장 호흡 곤란이 일어나 질식하고 말 것이다.

 

그림 51  폐의 진화도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신체구조는 개방계 (에너지나 물질을 외부로부터 받아들이고, 또 외부로 내보내는 조직) 이기 때문에 외부와 끊임없이 물질이나 에너지를 주고 받는다. 이 물질대사가 이루어지는 곳은 대부분 프랙탈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프랙탈 구조가 가장 효율이 좋은 조직이기 때문이다. 계가 하등이냐 고등이냐를 구별하는 데도 프랙탈 구조의 복잡성 여부로 판단할 수 있다. 더구나 염색체까지도 프랙탈 구조를 이용하고 있다.

이제 생물학자나 의사들까지도 프랙탈 기하학 등, 수학을 접촉해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

요즘에는 컴퓨터로 만드는 인공적인 자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컴퓨터 그래픽에서 쓰이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 방법은 난수를 이용해서 무작위 (random) 로 만든 프랙탈 곡면에 그림자나 색깔 등의 효과를 살리는 데 이용된다. 컴퓨터로 그린 산의 프랙탈 차원은 실제의 산의 프랙탈 차원과 같다.이러한 사실은 지역마다 지질이나 암석의 분포가 거의 비슷하므로, 어느 일정한 지역의 각 부분은 프랙탈 구조가 통계적으로 일정함을 말해 준다.

화가는 그림을 그릴 때 여기가 산, 저기가 골짜기라는 식으로 구도를 잡는다.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의 경우, 주어진 프랙탈 차원을 갖는 곡면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따라 크고 작은 여러 요철이 난수표를 이용해 자동적으로 만들어진다. 이와 같이 만든 구도는 요철이 큰 것은 산으로, 그리고 작은 것은 평야로 나타나 보인다. 난수표가 달라지면 컴퓨터는 다른 그림을 만들어낸다. 한국적인 산이 유럽적인 산으로, 또는 미국적인 지형으로 난수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프랙탈 구조의 장점은 간단한 방법으로 복잡한 구조를 만드는 데에 있다. 실제 자연의 경치는 복잡하지만, 그것은 프랙탈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특징 (차원) 을 찾아 이 정보 (차원) 만을 되풀이 조작함으로써 복잡한 구조를 재현할 수가 있다.

외딴 섬에 표류한 사람이 과연 이 섬에 인간이 살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부분적이라도 좋으니 무엇인가 직선으로 된 물건이 있는가를 찾아내면 된다. 인간이 만든 것에는 작업 능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찰이 가장 적은 직선적인 부분이 흔하지만, 원래 자연의 상태는 그렇지가 않다. 같은 나무의 가지만 해도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한 나뭇가지만 보고도 무슨 나무인지 알 수가 있다. 직선은 각 부분이 전체와 완전히 같은 것이므로 자기상사 (자기닮음) 이다. 코흐곡선도 복잡하기는 해도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법칙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같은 점이 자연과는 다르다.

자연에는 자기닮음과 우연성이 공존하고 있다. 자연에는 정확히 동일한 것은 없으나, 이들은 통계적으로 같은 유형을 지닌다. 그러므로 완전히 직선이 아니더라도 통계적으로 직선에 접근되어 있다고 본다. 하나의 복잡한 구조가 주어졌을 때, 그 일부분을 확대하고 전체와 비교해 보아서 이들 사이에 비슷한 구조가 보이면, 이들을 통계적으로 자기닮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은 통계적으로 자기닮음이지만, 인공적인 것은 완전한 자기닮음이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만 보고 그것이 무엇인가를 쉽게 판단하는 것은 통계적인 파악만으로도 본체와 같음을 인식하는 직관력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닮음의 개념을 통계적으로 확장하면 (순수한 수학이론이 아니라) 프랙탈 이론의 응용범위는 자연계 전체로까지 넓어진다.

이제까지 보아온 나뭇가지, 산맥, 강줄기, 번개불, 깨진 유리판 등, 자연적인 상태는 통계적인 프랙탈이다. 이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전체 구조를 1/a 로 분할했을 때, 각 부분은 전체와 통계적으로 자기닮음이고, 그 개수가 b 개일 때, 전체 구조의 프랙탈 차원은 이다.」

이렇게 해서 특정한 해안선, 나뭇가지, 산맥 등에 프랙탈 차원을 정할 수 있다.

인간의 척도로만 주변의 여러 현상을 관찰할 때는 모든 것이 정확히 구별되고 분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구로부터 10n, 10-n 미터 (n은 1 다음에 붙은 0 의 개수) 떨어져서 관찰해 보면, 하나 하나가 전혀 의미를 달리하게 된다. 가령 10n 의 n 에 100을 넣어 10100 = 10......0(0이 백개 붙는다) 미터 높이에서 지구를 보면 완전히 프랙탈적인 광경만 보인다. 10-100 = 0.0......01 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인간의 상식적인 척도에서 벗어나 거시적 · 미시적 입장에서 자연을 관찰하면 모두가 프랙탈 구조를 지닌다.

1930 년대의 일이다. 에딩턴 (Sir A. S. Eddington, 1882~1944) 과 디랙 (P. A. M. Dirac, 1902~1984) 의 두 과학자는 얼핏 보기에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보이는 원자물리학과 우주론에서 계산되는 극미한 수와 거대한 수들 사이에 예상하지 못했던 기묘한 일치를 밝혀내고,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바가 있다.

자연은 계층 구조를 갖고 있다. 오늘날의 과학은 원자 세계로부터 은하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계층의 구조를 밝혀내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각층에 있어서의 구조는 다른 계층의 구조와 고도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우주는 대우주와 닮아 있으며, 전우주의 구조와도 일치한다. 몸 전체의 구조가 손발과 대응한다는 수지침의 원리는 이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이러한 자연 구조의 본질 때문에 지금까지 인간이 애써 외면하거나 신비의 영역으로 간주하여 멀리해 왔던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보다 깊이 관찰하려면 불가불 프랙탈을 문제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