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연구의 방법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인간의 인식과정은 그 성격상 복잡하고 모순된 변증법적인 것으로 우리 사고의 다양한 운동 형태 속에서 실현된다. 이러한 우리 인식의 특질을 밝힌 유물론적 변증법은 현실에 대한 접근방식에 있어 일반적인 방법론상의 원칙을 정식화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현상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는(무엇보다도 먼저 과학적 연구과정을 위해서는) 인식활동의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과학은 일상적 지식(일상 생활의 처리에서는 그것으로 충분하다)으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과학의 방법과 우리가 생활상의 문제를 해결할 때 이용하고 있는 인식의 방법 간에 넘을 수 없는 단절은 없다.
과학 속에서는, 각자가 생활에서 가장 단순한 형태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 발전된 형태로 가능하고 있다. 모든 인식과정은 분석과 종합, 추상과 구체화 등과 같은 (그 이상으로 분해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요소적인 절차의 총체로 볼 수가 있다.
과학 연구의 방법은 요소적인 절차의 다소 복잡한 체계이다. 이러한 방법들은 연구 대상을 예비적으로 사고 속에서 가공(加工)하고 초보적인 경험적 지식을 입수하며 이렇게 입수한 지식을 한층 발전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연구방법 중에서 가장 단순한 것은 이상화(理想化)이다. 우리를 둘러싼 대상은 수많은 질(質)을 갖고 있으며 한번에 그것을 완전하게 인식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종종 인식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실재의 객체는 다양한 법칙이 단순한 형태로 적용된 것과 같은 이상화된 객체로 치환(置換)된다. 이상기체(理想氣體), 완전강체(完全剛體), 완전흑체(完全黑體) 등 물리학 분야에서의 이러한 종류의 이상화된 객체의 예는 잘 알려져 있다.
이상기체는 실재 기체와 달리 원칙적으로 한 점으로 압축될 수 있다. 이러한 기체의 분자는 부피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상 기체는 기체의 부피와 압력의 의존관계를 밝힌 보일-머리오트(Boyle-Mariotte)의 법칙이 엄밀히 적용된다. 완전흑체는 입사(入射)하는 빛을 모두 흡수하고, 완전강체는 외력(外力)의 작용이 정지되면 자신의 모양을 완전히 되찾는다. 실재의 물체는 이러한 성질을 갖고 있지 않다.
직선, 정사각형, 공 등 기하학이 다루는 대상은 모두 이상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화는 요소적인 연구 절차, 즉 추상과 종합의 어떤 조합이라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이상화의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객체의 몇 가지 성질을 사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재의 대상에 갖추어져 있지 않은 성질을 첨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화가 과학적 가치를 갖는 것은 이상화된 객체가 실재 객체와 어느 정도 유사할 경우에 한정된다. 이런 경우에는 이상화된 객체에 관해 확인된 법칙성이 실재의 객체에 작용하도록 할 수 있다. 이리하여 우리는 상대적으로 확실한 실재의 상(像)을 갖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와 같이 유사한 상(像)은 실천적인 목적을 위해서는 충분한다. 예컨대 책상은 정밀한 직사각형이 아닌 데도 우리는 책상의 면적을 내기 위해 직사각형의 면적을 내는 공식을 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학의 응용은 외계의 대상이나 현상에 대하여 수학적 처리가 가능할 어떤 종류의 이상화된 객체―수학적 객체를 대조시키는 것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예컨대 실재의 세계에는 '적분'과 같은 것은 독자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수학자는 이 개념을 이용하게 독특하게 이상화된 하나의 객체를 만들어 낸다. 현대에 있어서 수학적 방법의 적용 범위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수학적 방법은 이론물리학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생물학, 사회학, 언어학처럼 전통적으로 비수학적이라고 생각되고 있던 제 과학에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이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수학적 방법의 활용으로 이러한 과학은 차츰 정밀하게 되어 간다.
이제 수학은 대상이나 현상의 양적 측면이 문제로 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어느 정도까지 주위 세계의 질적 특성을 해명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수학이 현상의 연구에 유일하게 가능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수학이 연구하는 제 관계들이 순수한 양적 관계의 한계 밖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은 역시 객관적 세계의 존재하는 제 관계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수학은 관계하려는 객체의 분성과는 상관없이 관계의 일정한 형태를 연구한다. 수학에서는 어떠한 대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에 상관없이 2+2=4이다.
관계의 여러 가지 형(型)을, 관계하려는 객체의 구체적 성질에 상관없이 연구하는 것은 여타 과학에서도 행해지고 있다. 예컨대 삽입된 말의 앞뒤에 쉼표를 찍는다는 문법상의 규칙은 그 말이 무엇에 관한 말인가―시(詩)인가, 원자물리학인가, 시장가격인가, 우주비행인가―를 사상하고 있다.
이 예가 형식화의 방법에 대한 예증이다. 이 방법의 본질은, 내용과 관계없이 형식을 특별한 연구대상으로 끄집어냈다는 데에 있다. 여기서는 두가지 연구방법―대조와 추상―의 조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대상을 서로 대조하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도출한다. 그런 다음 이들의 관계를 독립된 대상으로서 고찰한다. 이러한 관계들의 총체가 형식을 형성한다. 이러한 종(種)의 총체는 구조라고도 불리워진다. 그래서 형식화의 방법은 종종 구조적 방법으로 불리워진다.
구조적 방법의 장점은 관계의 구성요소(즉, 이러한 관계하에 서로 결합되어 있는 대상)에 대한 연구보다도 관계에 대한 연구가 훨씬 용이한 경우가 많다는 점, 관계의 형태가 관계의 구성요소의 형태보다 훨씬 변화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 있다. 동(銅)으로 만든 공의 부피가 흙으로 만든 공의 부피와는 전혀 다른 공식으로 계산된다면 기하학의 연구가 어떠한 곤란에 처하게 되리라는 것을 한번 상상해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여러 가지 내용의 특수성이 무시되므로 구조적 방법의 적용범위는 제한당하고 있다.
구조의 일정한 형태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의 골격을 발견하는 것, 즉 그 내용을 밝힐 것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달리 말하면 상호연관의 관계에 있은 객체들을 연구해야만 하는 것이다. 예컨대 비행기를 이루고 있는 여러 가지 부품은 비행기에서 비로소 제 관계의 체제를 형성한다. 그래서 이러한 부품의 성질을 사상하고 비행기의 구조를 연구할 수는 없다.
객체의 다양한 총체가 하나의 체계(계)를 이루고 있는 그러한 관계는 언제나 발견될 수 있다. 객체를 체계로서 연구하는 방법이 보편적 성격을 갖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상화가 물리학적 객체에 대한 연구에 수학을 적용할 수 있게끔 한 것처럼 체계적인 접근은 임의의 체계에 관해 확인된 법칙성을 여러 가지 구체적 객체에 적용할 수 있는 전망을 열었다. 예컨대 체계의 복잡도(複雜度), 신뢰도, 효율성 등을 결정한다고 하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객체를 체계로서 고찰하는 것은 여러 과학에서 행해지고 있다. 오늘날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체계에 관한 많은 과학―기호체계에 관한 기호론(記號論), 제어계(制御系)에 관한 사이버네틱스, 상반된 체계에 관한 게임이론 등―이 성립해 있다.
우리는 사물을 이상화된 객체, 구조, 체계로서의 연구하는 방법에 대해 검토해 왔지만 이러한 연구가 객체에 관한 구체적 지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지식을 입수하기 위해서는 경험적·이론적 연구가 필요하다. 이 절에서는 인식이 경험적 차원에서 사용되는 방법을 검토하기로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지식을 획득하는 기본 형식은 바로 관찰과 실험이다.
관찰은 연구대상에 대한 감성적 지각이다. 주위 세계의 객체를 감상하고, 지각하고, 표상(表象)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 인간의 생리학적 본성과 연결되어 있으나 인간의 실천적 활동의 결과로 발전될 수도 있다. 예컨대 직물공장의 염색기술자는 평범한 사람의 수십배나 되는 다양한 색(色)의 뉴앙스를 식별한다.
과학은 기기(機器)를 사용하여 감각기관의 인식능력을 증강시킬 수 있게 된다. 현미경은 대상의 아주 미세한 부분을 보는 눈의 능력을 어떠한 훈련에 의해서도 도달할 수 없는 범위까지 증대시키고 있다. 인간은 수천년 동안 허공을 보아 왔지만 태양의 흑점도, 목성의 위성도, 토성의 테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허공을 바라보면서부터 바로 이러한 모든 것에 인간의 인식이 도달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거기는 감각기관의 능력을 증강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소위 보조적인 수용기관(受容器官)을 제공한다. 예컨대 우리는 전장(電場)이나 자장(磁場)을 감각할 수 없으나 기기를 사용하면 이것이 가능하다. 일찍이 실중주의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철학자 꽁트는 "우리는 결코 항성의 화학적 구성을 알 수 없다. 항성에 도달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눈으로 보지 못하는 달표면의 지형을 알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분광기(分光器)의 덕택으로 화학원소 헬륨을 지구상에서 발견하기 이전에 태양에서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달의 표면에도 인간의 손이 미치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무지개를 본 일이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대기의 상태, 태양광선의 궤적(軌跡), 시각 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번 같은 것을 관찰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인가?
변증법적 유물론은 대립물―불변성과 가변성―의 통일이라는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가변적인 것 중에서 정상적(定常的)인 것을 골라내는 구체적 방법은 논리학에서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가장 단순한 방법이 소위 단일상사법(單一相似法)이며, 그것은 실질적으로 관찰 일반의 방법이다. 그 본질은 연구대상이 되는 현상이 관찰되는 상황의 다양성을 최대한으로 요구한다는 점에 있다.
관찰이 과학적인 의의를 갖는 것은 통상적으로 관찰을 몇 차례이건 반복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언뜻 보면 관찰은 유사한 상황 속에서 반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된다면 관찰 결과가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정말로 어떤 객체에 관계된 것인가가 명확히 되지 않는다. 필요한 객체를 밝혀내는 것은 상황 속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구성요소를 다양하게 변화시켜 봄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진다.
관찰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선택된 사실군(事實群)이 연구되고 있는 객체를 충분하고도 완전하게 특징짓는 경우 이것을 대표적 선택이라 부른다.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실의 총체를 유형별로 나누거나(유형적 선택) 난수표를 이용하기도 한다.
실험은 단순한 관찰과는 달리 연구되고 있는 과정의 진행에 대한 능동적인 개입(예컨대 연구되고 있는 현상을 '순수한 형태'로 재현하든가 또는 인위적인 조건 속에 놓든가 등)을 전제로 한다. 이로 인해 자연적 조건 하에서 밝힐 수 없었던 현상의 성질이 명확히 되었다. 현대의 실험계획화의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실험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점감할 수 있다. 실험은 객체에 물질적으로 작용하는 절차이지만 그 목적은 인간의 필요 충족이 아니라 과학 연구에 있다. 객체 모델을 가정하고 그에 관한 연구를 행하는 소위 사고실험(思考實驗)도 가능하다. 과학 연구의 각 분야에서 실험한 연구 대상의 본성에 따라 각기 특수성을 갖는다. 최근에는 사회현상에 대한 실험적 연구(사회적 실험)가 차츰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다.
실험이나 관찰 모두 질적인 성격과 양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우리는 실험의 결과 연구 대상이 어떠한 특성을 갖는가를 알 수 있다. 예컨대 물에 돌을 던지면 돌은 나무조각과는 달리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러한 결과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물의 양적 성질을 밝혀내야만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 경우에는 측정이라는 절차가 필요하게 된다. 측정은 통상 연구 대상을 정밀하게 확인된 성질을 갖는 다른 대상과 대바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대상을 표준이라고 한다. 표준의 가장 단순한 예는 길이의 표준인 미터이다.
측정은 우리가 사물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주관성을 배제하기 위해 사용한다. 예컨대 시간이 화살처럼 빨리 지나간다는 사람도 있고, 매우 느리게 지나간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시계로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쉽게 진리를 밝혀 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을까? 원리적으로 측정불가능한 사물도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대 과학의 발전의 성과는 최근까지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고 있었던 것을 측정할 수 있게 하는 가능성을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예컨대 정보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그로 인해 과학의 새로운 분야인 정보이론이 성립됐다. 신뢰도, 복잡도(複雜度) 등에 관한 측정법도 개발 중에 있다.
현대 과학에서는 기존의 지식을 발전시키는 방법이 각별한 의의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방법의 하나 하나가 궁극적으로는 경험적 차원에서 입수된 정보를 재구성하는 특정 형태를 나타낸다. 이와 같은 재구성에 의해 새로운 지식이 획득되는가 또는 기존의 지식이 '개선'되어 지식은 우리에게 귀중한 새로운 특성―논증의 가능성, 보다 단순함, 보다 큰 효율 등―을 획득하게 해 준다.
이 경우 정보의 재구성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행해져야만 한다. 이러한 규칙으로 유용한 것이 추론(推論)의 규칙이다. 이것은 재구성된 결과의 진리성이 기초적인 정보의 진리성에 의존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모든 추론은 기초적인 정보를 어떻게 재구성하는가에 따라 여러 가지 그룹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
전체 속에서 어떤 형태로 언급되고 있는 대상의 틀 바깥에서 결론이 나오는 추론을 연역적 추론 또는 연역법(라틴어의 deductio '도출'에서 나온 말)이라 부른다. 연역은 전제 속에서 어렴풋이 예상되어 있는 정보를 분명한 형태로 입수하기 위해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연역적 추론의 가장 단순한 형식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삼단논법으로 불려왔던 추론이다.
연역법을 기초로 하여 과학에서는 공리적 방법, 가설적 연역법, 수학적 가설법 등과 같은 논리적 분석 방법이 개발되었다.
공리적 방법의 본질은 그 일반성과 명증성(明證性)에 있고 인식에 있어서 본질적인 성질을 갖추고 있는 일부 과학의 명제를 공리(증명을 요하지 않는 명제)로서 선택한다는 데 있다. 과학의 여타 명제들은 이러한 공리로부터 논리의 규칙에 따라 도출되는 것이다. 처음에 공리적 방법의 적용범위는 주로 수학의 영역에 한정되어 있었으나 현재 그 방법은 물리학, 생물학과 같은 일련의 다른 과학이나 언어학에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가설적 연역법은 논리적 본질로 보면 공리적 방법에 가깝지만 여기서는 논리적 명제(공리0가 아니라 경험적 데이터의 총체, 즉 경험적 지식이 출발점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리적 방법과는 다르다. 이러한 데이터를 설명하기 위해 가설이 세워지고, 다음에 이러한 가설로부터 연역을 하여 나온 결론으로 지식이 이끌어지게 된다. 이 지식은 이렇게 해서 순수하게 경험적인 성격을 잃는다.
가설에서 경험적 지식(경험적 데이터)과 모순되는 결론이 얻어지는 경우에는 가설이 올바르지 못했든가 또는 경험적 지식 그 자체가 부정확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소(燃素)의 가설은 그것이 경험적 데이터와 모순되었기 때문에 뒤집어졌다. 뉴우턴 역학의 원리로 보면 지구는 둥글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므로 뉴우턴 자신이 자신의 원리로 보면 지구는 둥글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므로 뉴우턴 자신이 자신의 원리에 의심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고전 역학의 원리가 정확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새롭고 보다 정밀한 측정은 지구의 모양이 회전하는 타원형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혀내어 뉴우턴 역학으로부터 연역된 결론을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적 지식이 전혀 흔들리지 않으면 그것과 모순되는 가설은 뒤집어지거나 또는 변경되어야만 한다. 가설이 경험적 지식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 특히 가설을 기초로 하여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 예언되고 뒤에 사실이 확인되는 것은 가설의 진리성을 말하는 논거이다. 하지만 가설로부터 연역된 결론과 경험적 데이터의 부합(符合)이 반드시 이 결론의 진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동시에 일부 잘못된 가설이 경험적 데이터에 부합할 수도 있다. 예컨대 퉁구스 운석(隕石)의 낙하는 우주선 비행설을 포함한 여러 가설에 기초하여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가설은 비록 그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 판명되더라도 과학적 사고에 강력한 자극이 된다. 엥겔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가설은 자연과학이 사고하는 한, 자연과학의 발전형식이다.
우리는 연역을 통해 전제 속에 이미 막연한 형태로 포함되어 있던 지식을 획득한다. 그러나 이 지식은 새롭고, 실천활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특질을 연역적 추론과정에서 획득한다. 그것은 의식되는 것이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공리 가운데 모든 정리가 잠재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공리를 알고 있는 인간이 바로 정리(定理)를 알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아르키메데스의 법칙은 고대 그리스에서 이미 발견되었지만 수세기 동안이나 조선 기술자들은 진수(進水) 떄 배가 어느 만큼 물에 잠기는가를 산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순수하게 연역적인 방법으로, 기존의 사실이나 일반적 명제로부터 본격적인 발견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프랑스의 과학자 루베리에(Leverrier)가 해왕성(海王星)을 발견한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형태의 추론이 귀납적 추론 또는 귀납법(라틴어의 inductio '도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것은 어떤 객체의 집합(集合)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입수된 정보를 새로운 객체에 적용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귀납법을 문자 그대로 하나하나에 이용하고 있다. 예컨대 체온계로 환자의 체온을 잴 때 환자는 통상 열이 있다는 지식에 기초하여 아직 검사하지 않았을 때에도 열이 있다고 추정한다.
과학에서 귀납의 문제는 역력적 추론의 전제가 되는 지식을 어디서 갖고 오는가 라고 문제와 관련해서 생겨난다. 유물론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언제나 우리 인식의 감성적 원천과 연결시켜 왔다. 경험적 지식을 획득하는 데 사용되는 관찰과 실험의 방법에 관해서는 이미 고찰했으나 이러한 지식은 일반화를 필요로 한다. 많은 논리학자의 노력은―특히 경험과학의 급속한 발전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하면서―개별적 관찰의 데이터에서 일반적 성격의 명제로 넘어가기 위해 이용되는 논리적 방법에 대한 탐구에 집중되었다.
한 예를 들어보자. 천문학자는 이미 오랜 옛날부터 태양 표면의 흑점이 출현하는 빈도의 주기적 변화를 반영하는 그래프를 작성하고 있었다. 극광(極光)의 출현 빈도를 나타내는 수치와 이 표를 대조하자 묘하게 일치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최근 들어서 한층 경이할 만한 사실이 밝혀졌다. 심근경색증(心勤梗塞症)으로 인한 사망의 증가와 같이 언뜻 태양의 활동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현상의 빈도수가 태양 흑점의 출현 빈도의 변화에 대응해서 해마다 변화한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여기서 공변법(共變法)에 의해 이러한 현상과 태양 표면의 과정 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결론이 쉽게 도출된다.
가장 단순한 귀납적 추론의 형식은 열거에 의한 귀납이다. 이 경우에는 어떤 부류의 일부 대상에 대한 고찰에 기초하여 이 부류의 다른 여러 현상에 관한 결론이 나오게 된다. 열거에 의한 귀납으로 얻어진 명제는 전제로 기술된 제 사실의 외부에서 이끌어진 것이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느 정도의 신뢰도(개연성)을 갖고 있고, 이 신뢰도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현대 논리학에서는 확률론(確率論)에 기초하여 귀납적 추론의 신뢰도를 확인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 창출되었다. 소위 확률논리학(確率論理學)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은 현대 귀납이론의 기초가 되고 있다.
또한 확률론의 명제는 귀납법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경험적 데이터 분석법, 즉 통계적 방법의 기초이기도 하다. 귀납적 추론의 전제에서는 개별적 사실이 문제가 되고 그 결론은 전체를 총괄하는 판단이 되고 있는 데 반해, 통계적 방법은 수많은 개별적 관찰 중에서 양적·수적 상호관계의 규정에 기초하고 있다.
현재 통계적 방법은 물리학, 생물학, 언어학 등 매우 다양한 제 과학에서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이 방법은 사회생할의 제 현상을 연구하는 경우에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레닌은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데 통계적 방법을 폭넓게 이용했다. 통계적 연구의 결과를 보다 엄밀하게 하기 위해 충족되지 않으면 안되는 조건들을 규정하는 수학이론(수리통계학)이 존재한다.
일찍이 엥겔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귀납과 연역막이 추론의 모든 형태은 아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유추(類推)에 의한 추론이다. 떄로는 해당하는 여러 대상에 몇 가지 징표(徵表)가 공통적으로 있다는 것에 근거하여 어떤 징표가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넘어가는 추론만이 유추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같은 추론 형식의 예로, 지구에 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해서 일부 혹성에 생물이 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현대 과학에서 이런 형태의 추론의 적용범위는 비교적 좁다.
현대 위의 것보다 휠씬 빈번하게 유추라고 해석되고 있는 것은 비교되는 체계들에 다양한 관계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근거한 추론이다. 예컨대 보아(Bohr)와 러더포드(Ruterford)의 유명한 혹성계적 원자모형(태양계의 구조에서 유추한 것을 근거로 원자구조를 나타는 것)의 구축에 사용된 추론이 그것이다. 넓은 의미에서의 유추는 하나의 객체―모델에 대한 연구에서 얻어진 정보를 프로타입(Protype)―원형 또는 원체(原體)―으로 불리워지는 다른 객체로 옮기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추론을 가능케 하는 기초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모델과 프로타입의 제 요소에 공통된 성질 또는 명백한 대응관계가 존재하는 것 등이 그 기초가 될 수 있다. 유추에 의한 추론은 인식과정에서 모델을 이용하는 논리적 기초이기 때문에 유추와 모델화를 두 가지 다른 방법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는 유추―모델화라고 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말해야 하는 것이다.
모델과 프로타입의 물리적 본성은 상당히 다양하다. 우선 첫째로 그것은 두 가지 상이한 물질적 객체일 수 있다. 기술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모델이 그것이다. 애스원 하이댐이 어떻게 가능하는가, 충분한 신뢰성과 안정성을 갖고 있는가의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이 댐의 아주 작은 모델이 만들어지고 모델화된 시설의 가장 중요한 측면의 모든 것이 거기에 반영된다. 모델의 연구로 얻어진 결과는 프로타입으로 옮겨진다. 그래서 모델을 매우 폭넓게 이용하는 공학(工學)에서의 실천은 이때 얻어진 추론이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수력발전소 모델의 외관(外觀)은 프로타입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러나 모델과 프로타입 간에는 아무런 외관상의 유사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철도교(鐵道橋)의 모델로서 이용되는 것은 공간적으로 프로타입에 비슷한 구조물이 아니라 저항, 인덕턴스(inductance), 용량으로 이루어진 전기회로이다.
프로타입이 형식적이고 이론적인 도식으로 이루어진 물질적 객체일 경우에도 모델화될 수 있다. 예컨대 연역적 사고의 도식은 컴퓨터에서 재현할 수가 있다. 이 경우 컴퓨터의 기능은 사고의 모델이다. 이러한 모델 작업의 결과로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 인간 가소의 실재적 과정에 대용할 수 있다. 모델이 어떤 종류의 추상적 도식의 형태를 취하고, 반대로 프로타입이 다양한 표식의 전부를 갖춘 실재적 현상으로서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처럼 모델은 언어학 등의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프로타입은 언어의 구체적 형식이고 모델은 이러한 사실을 일반화한 여러 가지 형식적 구조이다. 수리경제학적 모델도 이러한 모델의 한 예가 될 수 있다. 수학적 도식은 연구되는 경제현상의 모든 측면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점에서 가장 본질적인 측면만을 반영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비교되는 객체의 쌍방―모델과 프로타입―이 원래 이론적 구성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논리학과 대수학, 물리학 이론과 수학 이론 사이에서 유추를 찾아내는 경우가 그러하다.
유추에 의한 추론이 확실한 것으로 되고, 이리하여 또 여러 가지 현상의 연구에 해당 모델을 이용하는 것이 정당화되기 위한 조건들을 밝히는 것은 절대적인 실천적 의의를 갖고 있다.
몇몇 중요한 경우에 있어서는 유추에 의한 추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건들이 자세하게 밝혀지고 있다. 예컨대 모델과 프로타입이 수학의 방정식으로 기술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전문 분과―상사이론(相似理論)―가 개발되어 물리학적 제 현상들의 유사성을 찾아내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충분히 규정되고 있다. 유추에 의한 추론 이외에 일부 규칙도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있어서 유추에 의한 추론이 정당하게 되는 조건들을 규정하는 문제는 앞으로의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어떠한 종류의 인간 활동도 개개의 요소로 분해할 수 있다. 인식도 또한 개개의 요소로 분해된다. 과학적 인식의 가장 단순한 요소(절차)는 대조, 분석과 종합, 추상과 구체화와 같은 지적 조작이며, 보다 복잡한 종류의 인식활동―우리가 이상에서 고찰한 과학적 인식의 여러 가지 방법―은 이러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적 인식의 절차가 요소적인 성격을 갖고 인간이 그것을 인식활동의 실천 속에서 체화하는 데 반하여, 과학적 인식의 방법은 어쨌든 과학 발전의 현단계에서 실천적으로만이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습득되어야 한다. 몇가지 규칙은 잘못된 결과를 배제하는 데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리하여 과학적 인식 방법의 효과가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예컨대 연역의 가장 단순한 규칙은 이미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를―아리스토텔레스와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들에 의해 확립되었다. 연역적 판단의 보다 복잡한 규칙은 기호논리학에 의해 밝혀졌다. 앞에서 언급한 유추=모델화의 방법도 그 자신의 규칙을 갖고 있고, 현대의 논리학이 성공리에 그것을 마무리지어 왔다.
형이상학은 과학적 인식의 개개의 절차와 방법을 절대화하고 그것을 유일하게 정당한 것으로 하여 다른 모든 것에 대립시킨다. 예컨대 일부 형이상학자―일찌기 엥겔스는 그들을 귀납만능론자라 불렀다―는 귀납(歸納)의 역할을 과장하고 다른 사람들―연역만능론자―은 연역적인 고찰 절차만을 정당한 것으로 인식했다. 일부 사람들은 분석의 역할을 과장하고 다른 사람들은 종합의 역할을 과장하기도 했다.
관념론 철학자는 인식과정을 실천으로부터 떼어내고 반영으로서의 본성을 무시한다. 그러나 반영원리(反映原理)에 의해서만 사고와 존재 간의 조응관계―현대 과학은 특히 이 조응관계를 납득이 가도록 입증하고 있다―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물론적 변증법은 사고의 본성과 대립물의 통일 및 투쟁의 법칙을 유물론적으로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여, 과학적 인식의 여러 가지 절차나 방법을 인간의 의식 속에 나타나는 현실의 반영과정과 연결하고, 또한 그러한 절차와 방법들을 서로 연결한다. 분석과 종합, 추상과 구체화, 연역과 귀납 등은 대립물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립물이면서도 불가분한 변증법적 통일 속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