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활용의 철학

─ 파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

 

인공지능의 철학 : 이초식, 고려대 출판부, 1993, Page 269~305

 

1. 인공지능의 활용과 과학철학

2. 과학적 지식의 표현 문제

3. 문제해결의 구조

4. 파이의 보기시행

  4-1. Input

  4-2. Output

5. 파이의 범위와 한계

6. 파이 철학의 비판

 

 

1. 인공지능의 활용과 과학철학

철학할 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철학자들이 현재로서는 드물다. 그러나, 아마도 미래의 철학에서는 그러한 접근방식들이 증대될 것이며 특정한 분야의 철학에서는 인공지능의 활용 없이 철학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는지도 모른다. 앞장들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미 과학철학 분야는 인공지능 구성의 철학에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인공지능의 도움을 크게 받을 수도 있음이 암시된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인공지능 활용의 철학은 '전산적 과학철학' (computational philosophy of science) 이라는 이름으로 타가드 (P. Thagard) 가 추진하고 있다. (주석 : Thagard (1988) 를 중심으로 하여 인공지능 활용의 철학을 논하고자 한다.) 그의 PI 프로그램은 전산적 과학철학의 구체적 사례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 분야의 연구는 앞으로의 문제로 남겨 놓고 여기서는 주로 PI를 중심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타가드의 전산적 과학철학이란 최근 발전된 전산학적 구조와 심리학적 구조에 의거하여 과학적 지식의 구조와 성장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과학이론의 본질, 과학적 설명의 일반적 특성, 문제해결의 본성, 이론 발견 및 평가의 방법,이론적 개념들의 유의미성, 과학적 탐구과정에서 이론과 실험의 역할, 과학할 때에 기술적 연구 (descriptive studies) 와 규범판단 (normative judgments)의 관계 등, 고학철학의 기본 과제들에 대해 전산적 구성 틀 안에서 새로이 종합한 해답을 시도한 것이다. 따라서 이론들은 전산체계 안에 있는 복합적인 데이터 구조로 간주된다. (주석 : 과학철학에 관한 개괄적 논의는 곽강제 (1981), 최종덕 · 정병훈 (1985), 신인철 · 신중섭 (1985), 신중섭 (1987), 전영삼 (1992), 우정규(1992) 참조.)

여기서 이론이란 규칙들, 개념들, 문제해결들을 고도로 조직화한 패키지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과학적 설명과 문제해결이라는 것들도 이론을 구성하는 규칙들, 개념들, 문제해결들에 의해 중계된 전산과정에 불과하다. 이론들의 발견과 평가도 설명과 문제해결의 맥락에서 발진되는 종속절차 (sub-processes) 일 뿐이다. 이론개념들이 유의미해지는 것도 발견절차들에 의해 발생했기 때문이며 그 개념들이 다른 개념들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론화와 실험은 과학적 탐구에서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 보조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과학이 실제로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관한 기술적 연구는 과학이 어떻게 하여야 하느냐는 규범적 과제를 규정하는 데 본질적 기여를 한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철학과 인공지능은 공통 과제들을 수행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전산적 과학철학은 규범적 영역을 고유의 과제로 삼는 점이 인공지능과 다르다.

전산적 과학철학이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구체적 표현은 'PI' 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에서 잘 나타난다. 이것은 원래 귀납의 절차 (processes of induction) 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으며 '파이' (pie) 로 읽는다. 이것은 타가드가 인지심리학자 홀리오크 (Keith Holyoak) 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며 프로그램 언어 LISP 로 실행하도록 되어 있다. 파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문제해결과 귀납추리의 일반모델을 구성하는 것이다. 물론 파이가 설명이나 정당화 등에 관한 철학적 난문제들을 모두 해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파이는 전산적 틀 안에서 과학적 발견과 정당화의 지식표현이 어떻게 가능하고 그 상호관계는 어떠하며 그들의 통합된 일반적 해명은 어떻게 가능한지를 밝히려고 한다. 그러므로 파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가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그것은 인식론과 과학철학에서 매우 긴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될 것이다.

파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타가드는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는 우선 심리학이 인공지능으로부터 얻은 것과 흡사한 효과를 기대한다. 즉, 컴퓨터 모의를 이용하여 사상들을 검사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취할 뿐 아니라, 지식표현과 과학적 절차들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보고 (寶庫) 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희망하기 때문이다. 특히 타가드는 인식론이 전산화를 필요로 하는 까닭을 밝히려고 한다. '구조는 절차와 분리될 수 없다' 는 것을 파이 프로그램이 입증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앞장들에서 논한 바와 같이 종래의 과학철학이 지식의 구조와 지식의 성장을 별도로 논해 왔으나 이 둘을 서로 나누어진 것으로 파악해서는 안된다. 그러한 점은 인공지능을 통해 입증될 수 있다. 과학철학도로서 우리가 파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점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타가드는 또한 파이에서 '과학적 지식은 관찰, 법칙, 이론의 세 요소로 되어 있다' 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는다. 그리하여 과학지식을 표현할 때에나 구성할 때에도 이 세 가지 정보를 구별하여 형식화하고자 한다. 그는 특히 과학지식에서 이 세 요소는 다음과 같이 계층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보았다. (주석 : Thagard (1988), p. 14.)

  그림 Ⅵ-1-1

과학지식에서 관찰, 법칙, 이론의 역할이 철학적 배경에 따라 강조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험주의 철학들은 과학이론이나 법칙들이 관찰로부터 성립되며 결국 관찰에 의해 검사된다는 점에 큰 비중을 둔다. 그러나 타가드는 과학에서 관찰을 오히려 보조적인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자신을 경험주의와 구별하고자 한다. 물론, 과학법칙들이 관찰들로부터 일반화된다는 측면에서는 경험주의와 일치하나, 그는 법칙이 관찰들을 조직화하는 측면을 강조한다. 그러나 법칙들이 관찰을 이용하여 발견되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관찰들을 예측하는 데 기여하며, 관찰들은 문제해결과 과학적 설명에 도움이 되고 이론에 의해 설명됨을 그는 인정한다. 그에 의하면 과학에서 이론은 단순히 관찰로부터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법칙들을 얼마나 잘 설명해 줄 수 잇는지에 따라 평가된다. 그러므로 이론과 법칙은 그 발생과 설명의 역할이 다르다고 하겠다. 이론은 관찰을 넘어 전자나 유전자와 같은 존재를 상정하며 법칙처럼 관찰에 직접 의존하지 않는다.

2. 과학적 지식의 표현 문제

과학의 과정을 전산학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관찰과 법칙과 이론들을 컴퓨터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형식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형식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과학지식을 술어논리나 집합론으로 형식화할 수 있으나, 그 지식을 전산적으로 쓸모있는 형식으로 표현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이론은 경험들을 넘어서 특정한 아이디어와 관련해 법칙들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보다 풍부한 종류의 표현이 요망된다. 예컨대, 빛의 입자이론과 파동이론은 각기 입자 또는 파동의 개념을 중심으로 빛의 여러 법칙을 설명하려고 하기 때문에 다양한 표현을 필요로 한다. 이제 파이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사용한 지식표현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파이는 관찰하거나 추리한 구체적 결과들을 '메시지' 라는 것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메시지란 술어논리의 문장과 흡사하며 산출체계 (production system) 로 표현한다면 사실들에 해당한다. 하나의 메시지는 다음의 실례에서 알 수 있듯이, 술어, 논항 (argument), 진리값, 신로도 (confidence), 메시지명의 정보를 담은 하나의 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주석 : 앞의 책, pp. 16~17.)

예 1]

(red (Mars) true 1)

예 2]

(has-life (Mars) projected - to - be - false . 7 hypothesis - 26

예 3]

 

 

 

 

 

 

Name :

Date - type :

Concepts - attached - to :

Condition :

Action :

Strength :

···

Rule - 22

rule

copper

IF x is copper

Then x conducts electricity

7

···

예 4]

 

 

 

 

 

 

 

 

 

 

 

 

 

 

 

 

 

Name :

Data - type :

Activation :

Superordinates :

Subordinates :

Instances :

Activated - by :

 

Rules :

Rule 0 :

Rule-1 :

Rule-2 :

 

Rule-3 :

 

Rule-4 :

Rule-5 :

Rule-6 :

sound

concept

0

physical phenomenon, sensation

voice, music, whistle, animal sounds

 

 

 

 

IF x is heard, then x is a sound.

IF x is a sound, then x is transmitted by air.

IF x is a sound, and x is obstructed, then x

echoes.

IF x is a sound, and y is a person and x is near

y, then y hears x.

IF x is a sound, then x spreads spherically.

IF x is a sound, then x is a sensation.

IF x is a sound, then x is a physical phenomenon.

예 5]

 

 

 

 

 

 

 

 

 

 

 

 

 

 

 

 

 

Name :

Date - type :

Concepts - attached - to :

conditions :

 

 

Action:

Slot :

Status :

Strength :

Activation :

 

Old - matches :

Current - match :

Satisfies - goal? :

Projection - status :

Current - value :

Action - instances :

Rule-3

rule

sound

(sound ($x) true)

(person ($y) true)

(near ($x $y) true)

(hears ($y $x) true)

person - effect

default

7

0

 

nil

nil

nil

nil

0

nil

 예 1 은 '화성은 붉다' 와 같은 우리의 관찰을 표기하는 한 가지 예이다. 이것은 술어논리의 표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진리값을 표시한 것만이 다르다. 참과 거짓의 이치 (二値) 논리어와는 달리, 파이는 진리값을 1 과 0 사이의 수치로 대치하였다.

예 2 에서 이런 점이 뚜렷이 드러난다. 이것은 관찰된 것이 아니라 구안 (構案) 된 가설의 표기방식이다. 즉, '화성에 생명이 존재한다' 는 것이 거짓으로 될 확률이 70%라는 가설을 말한다. 여기서 만약 신뢰도로 간주된 그 확률이 쟁점으로 된다면, 확률의 의미분석의 장에서 논한 바를 다시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하여간 여기서는 연역논리인 술어논리를 귀납논리를 다루는 데 활용하려는 표기법이라고 하겠다.

예 3은 법칙을 표기한 것인데 여기서 법칙은 일종의 규칙으로 간주되었다. 이 법칙은 조건문 '만약 x가 구리이면 x는 전도체 (電導體) 다' 의 형식을 취하므로 술어논리의 전칭한량 (全稱限量, universal quantifier) 형식으로 표현되던 것이다. 그러나 파이에서는 전칭한량 대신 성공률 (strength) 을 첨부했으며 산출체계의 표기법으로 전건 (前件, antecedent) 을 조건부로 하고 후건 (後件, consequent)을 행동부로 규정하였다.

우리가 특히 주목할 것은, 파이의 법칙 표현에 관련된 '개념' (concept) 이 지적된 점이다. 어떤 법칙이든 특정한 개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전제된 것이다. 개념을 기본으로 하는 사고방식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논리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개념이고, 그 개념들의 결합으로 판단 (judgment) 이 성립되고 판단들의 결합으로 추리 (inference) 가 성립된다고 보아, 개념론, 판단론, 추리론의 순서로 체계화한 것이 전통논리의 구조였다. 그러나 프레게와 러셀로 연결되는 현대 기호논리에서는 개념 대신에 명제 (proposition) 를 기본단위로 삼았으며 '개념', '판단', '추리' 등의 용어부터가 심리적인 것을 포함한다고 해서 배격하고 명사 (term), 명제, 추론 (argument) 등의 표현으로 대치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파이에서 개념을 별도로 지적하는 것은 심리주의를 배격해온 현대 논리주의를 다시금 거부하고 심리적 과정을 고려해야 된다는 심리주의를 일부 채용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개념적 사고의 부활은 예 4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개념은 문장의 구성요소 중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층적 체계 속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하여 전통논리학에서는 유개념 (類槪念) 과 종개념 (種槪念) 을 구분해 왔다. 즉, 소리라는 개념의 유개념은 물리적 현상이며 감각되는 것이고, 그것의 종개념으로는 목소리, 음악소리, 휘파람소리, 동물의 소리 등을 꼽는다. 그러나 파이의 개념은 전통논리의 개념과 달리 소리의 파동이론 발견을 컴퓨터로 모의하려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쓰인 소리 개념의 표기법이라고 한다. 이처럼 과학이론의 기술은 개념과 연관되는데, 타가드는 그의 개념이 민스키의 프레임과 흡사하다고 한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프레임들은 슬롯 (slot) 과 값 (value) 을 이용하여 그 상하의 계층관계와 전형적 대상이나 성질 등으로 표현되었다. 가령, '사과' 라는 프레임에서 상위 계층을 '과일'로 보는 것은 유개념을 지적하 것과 같다. 전통 개념론에서는 개념을 정확히 정의하는 일이 중요했으나, ㅍ레임은 전형적인 것으로 슬롯의 값을 채워 버린다. 가령, 사과라는 프레임에서 색깔의 슬롯은 '붉다' 로 해둔다. 물론, 파란 사과가 있을 수 있으나 붉은 사과를 전형으로 하고 새로운 정보가 수집되면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비단조 추리를 별도로 다루었던 것도 바로 전형을 기반으로 하는 상식추리가 많이 쓰임에도 불구하고 전통논리에서는 형식화하여 다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념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할 때 그 개념이 성립하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을 요구하게 되고 그에 의거한 정의를 전통논리학에서는 시도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하나의 개념에 속하는 모든 것들이 공유하는 본질적 속성을 찾을 수 없고 단지 가족유사성 (family resemblance) 만을 지닌다고 한 비트겐슈타인의 후기사상의 영향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사람들이 실제로 생각할 때에도 원형 (prototypes) 이나 도식 (schemas) 에 의해 사고 한다는 인지심리학자들의 주장이 파이의 개념적 사고에는 반영되어 있으므로, 심리주의를 수용하는 방향에서 파이 프로그램이 작성되었다고 하겠다. ( 주석 : 이정모 · 조혜자 (1988), pp. 407~408.) 물론, 인공지능언어 LISP 로 표현된 프레임은 비교적 정확한 성질을 지니고 있으나 심리적 도식들은 관찰된 인지현상의 다양성을 설명하기 위해 가정된 이론심리학적 실재이므로 정확하지 못하고 막연하다.

하여간 파이 프로그램의 지식표현은 전체적으로 보아 프레임 적인 개념과 조건문 형식의 산출규칙 (production rules) 을 겸한다. 예 5에서 조건들과 행동은 산출규칙의 표현이며 나머지는 프레임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지식표현들을 결합한 좋은 사례라고 하겠다. 예 5에서 성공률까지는 프로그래머가 결정하지만 그 아래 부분들은 처음에는 빈 상태이고 프로그램이 지행되면서 채워진다.

3. 문제해결의 구조

파이 프로그램의 중심활동은 문제해결이다. 여기서 문제해결이란 초기조건들과 목표상태들의 집합이 주어졌을 경우, 규칙들을 가동(可動) 하여 초기조건들로부터 목표상태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바꾸어 생각할 수 있다. 타가드는 소리가 전파되고 반사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문제의 파이 프로그램 표현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주석 : Thagard (1988), p. 19.)

예 4]

 

 

 

 

 

Name :

Date - type :

Start :

Goals :

Problem - type :

Activation :

explain - sound

problem

(sound ($x) true)

(reflect ($x) true) (propagate ($x) true)

explanation

1

여기서 문제해결은, 문제 자체를 찾아 헤매는 단계를 넘어서, 문제가 문제로서 정립된 이후의 문제해결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제안했던 비판적 구성주의의 시각에서 마련된 철학함의 모형에 견주어 본다면, 이미 난제의 수준에서 문제선정단계를 마치고 난 다음 단계들의 일부를 파이 프로그램에 귀속시킨 것이라고 하겠다. (주석 : 이초식 (1990), pp. 409~410.)

이러한 문제해결에서는 관련 대상들에 관한 지식을 데이터 베이스에 많이 갖고 잇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행을 위한 절차적 지식이 더욱 필요하다. 일련의 규칙들을 가동하는 절차적 지식이 없다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 이 문제에서는 소리의 어떤 한 가지 사례가 반사되고 전파된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절차가 필요하다. 만약 이 시스템이 소리의 파동이론을 보유하고 있다면, 소리는 파동이며 파동은 전파되고 반사된다는 것이 곧바로 연역논리의 추리절차에 의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규칙들을 가동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많은 경우 논리 외적인 문제들이다. 가령, 기억하는 것으로서 적절한 규칙들은 무엇이며, 어떤 규칙이 최고의 성공률을 가지는지, 어떤 규칙이 현재 상황에 가장 적절한지를 결정하는 것들은 논리 외적 문제이다.

파이 프로그램은, 어떤 사람이 문제를 해결할 때 특정한 시간에 기억되는 정보만 활용하는 점에 착안하여 모델을 구성한다. 주어진 시간에 특정한 과학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개념들의 총체가 활성화될 수 있고 그러한 규칙들의 총체만이 가동될 수 있다는 가정을 한다. 파이는 활동적인 개념들의 모든 규칙들과 활동적인 개념들의 모든 메시지를 대조한다. 규칙들의 조건들이 메시지와 부합되면 그 규칙들은 가동할 후보가 된다. 병렬처리 (parallel processing) 를 모의한다면 많은 규칙들을 한 번에 가동할 수도 있다. 하나의 규칙이 가동되었을 때 그 규칙에서 사용된 개념들이 활성화되기도 한다. 가령, '만약 x 가 새이면 x 는 두 다리를 가졌다' 는 규칙이 '제비는 새이다' 라는 메시지와 부합되면 '제비는 두 다리를 가졌다' 는 새로운 메시지를 산출한 것이고 따라서 '다리' 라는 개념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다음에는 다리에 관한 새로운 메시지들의 집합과 그 규칙들의 집합이 활성화될 것이다. 활성화는 목표로부터 잠정적으로 쓰일 수 있는 개념들과 규칙들에게로 보급될 수도 있다.

파이의 활성화는 자동적으로 개념계층을 아래위로 오르내리며 보급되고 목표에 도달될 때까지 규칙가동 가정과 개념들의 활성화는 그림 Ⅳ-3-1 에서처럼 계속된다. (주석 : Thagard (1988), p. 21.)

그림 Ⅵ-3-1 파이의 문제해결도

4. 파이의 보기시행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고학적 발견과 설명을 실제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이기 위해, 파이가 소리의 파동이론을 형성해서 소리의 전파와 반사를 설명하는 예제를 택하였다. 이 문제는 우선 소리의 파동이론이 알려지기 이전에 우리의 선조들이 어떻게 그 파동이론을 발견하게 되었는지를 재연해보는 프로그램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소리와 파도의 연상을 통해 소리의 파도이론을 확립했을지 모른다.

파이는 소리개념과 파동개념이 동시에 활성화 됨직한 여러 방법들을 각종 사례를 통해 모의하였다. 보기의 시행에서는 소리로부터 음악을, 음악으로부터 기악을 연상한다. 이것은 소리의 종개념으로, 그 종개념의 종개념으로 내려오며 활성화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파이는 소리의 유개념인 감각이나 물리적 현상에로 올라가며 활성화할 수도 있다. 이제 파이의 보기는 기약에서 다시 악기를 연상하고 악기로부터 현악기, 진동, 상하운동을 차례로 연상해 가며 최종적으로 파동을 활성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소리로부터 음악과 기악까지는 종개념에로의 활성화 보급에 의한 것이지만, 기악으로부터 악기에 이르는 과정은 '기악은 악기에 의해 연주된다' 는 규칙이 가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악기로부터 현악기로의 연상은 종개념 활성화인 데 반해, 그 이후는 '현악기는 진동한다' 와 '진동하는 것은 상하운동을 한다' 는 두 개의 규칙이 가동했기 때문이며 상하운동에서 파동에로의 활성화 보급 역시 종개념 활성화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전체과정은 그림 Ⅳ-4-1 로 제시될 수 있다.

그림 Ⅵ-4-1 소리로부터 파동에로의 활성화 보급도

4-1. Input

파이의 프로그램은 Franz LISP 로 작성되어 UNIX 로 Pyramid 90x 컴퓨터로 시행된 것이며 Common LISP 로 번역되어 Sun 3/75 workstation에서 시행되기도 하였다. (주석 : 앞의 책, pp. 209~224.) 프로그래머가 지정한 개념들, 규칙들, 그리고 문제기술들이 우선 보기시행에서 입력되고 파이의 프로그램 실행과정이 증적 (證跡, trace) 하는 형식으로 출력되어 있다.

입력시 프로그래머가 제공하는 개념들은 Sound, Propagate, Reflect, Motion, Music, Instrumental-music, Instrument, Stringed-instrument, Move-up-down, Wave, Motion-back · Bounce 이며 이 개념들의 계층관계가 각기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Stringed - instrument :

     superordinate : instrument

     subordinate : lyre

     instance : (stringed - instrument (obje - b) true)

그리고 위의 개념에 추가된 다음의 개념들은 별도로 구조가 기술되지 않았다. ─ sensation, physical-phenomenon, voice, music, whistle, bang, entertainment, singing, device, jump, is-heard, goes-through-air, near, hears, echoes, is-obstructed, spread-spherically, spread-plane, thing, plays, instrument, pass-through, lyre-music, flute-music, lyre, change, person, shape, ball, pleasant, delicate.

보기시행에 입력된 규칙은 27 개이며 동일한 개념에 관해 여러 가지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규칙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 규칙들은 다음 개념들에 관한 것이다. 즉 sound, propagate, reflect, instrumental-music, stringed-instrument, move-up-down, wave, bounce, is-heard, ball, music, instrument, vibrate. 여기서 sound 개념에 관한 두 가지 규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형식이다.

R - 0 - sound

 

 

 

 

attached - concepts :

slot :

conditions :

actions :

(sound)

superordinate

((sound ($x) true))

((sensation ($x) true))

R - 10 - sound

 

 

 

 

attached - concepts :

slot :

conditions :

actions :

(sound)

teansmission

((sound ($x) true))

((goes - through - air ($x) true))

우와 같은 입력을 한 다음에는 아래와 같이 문제가 기술된다.

Problem Made :

Sound - reflect :

 

 

 

 

 

type :

start :

goals :

 

 

explanation

((sound ($x) true))

((propagate ($x) true explanandum0))

((reflect ($x) true explanandum1))

((pass - through ($x) true explanandum2))

4-2. Output

파이에 위와 같은 입력을 하고 나면 어떤 처리를 거쳐 무엇이 출력될 것인가? 보기시행에는 그 과정을 알아볼 수 있도록 출력되어 있다. 시간단계 5 (time-step 5) 에는 소리가 공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구안되고 이런 공의 이론 (입자이론, a ball, particle theory) 이 시간단계 8 까지 최선으로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시간단계 9 에서는 파동의 개념이 활성화됨으로써 소리의 파동이론을 산출한다. 그리고 입력의 문제표현에서 제기된 세 가지 목표가 모두 설명되면 문제는 해결된다. 이런 모의에서 메시지의 신뢰도나 개념의 활성도와 같이 중요하지 않은 역할을 하는 나머지 정보들은 삭제된다. 파이의 출력에서 처음부터 몇 가지 구체적인 출력을 살펴보도록 하자.

Franz Lisp, Opus 38. 91

Tue Dec 2 10 : 56 : 28 EST 1986

[load / u1 / pault / pi / franz.1]

[fasl / u1 / pault / pi / misc.0]

[load / u1 / pault / pi / begin.1]

[load / u1 / pault / pi / prob.1]

·

·

·

PI initialized

*********************************************************************************************************************************************

Running PI with input data / wts. 1.

Problem : How to explain properties of sound ?


SOLVING PROBLEM ; sound - reflect

STARTING FROM ; ((sound ($x) true))

GOALS ; ((propagate ($x) true explanandum0)

(reflect ($x) true explanandum1)

(pass - through ($x) true explanandum2))


PROBLEM : sound - reflect TIME-STEP ; 1

ACTIVE MESSAGES ; ((sound ($x) true))

ACTIVE CONCEPTS ; (propagate reflect pass - through sound)

ACTIVE RULES ; nil

Triggering inductions···

Problem not yet solved

FIRING RULES ; nil


PROBLEM ; sound - reflect TIME-STEP ; 2

ACTIVE MESSAGES ; ((sound ($x) true))

ACTIVE CONCEPTS ; (propagate reflect pass - through sound)

ACTIVE RULES ; (r-13-sound  r-12-sound  r-11-sound

                                 r-10-sound  r-1-sound  r-0-sound

                                 r-3-reflect  r-2-propagate)

 

Triggering inductions···

Problem not yet solved

FIRING RULES ; (r-13-sound  r-10-sound  r-1-sound  r-0-sound)

Activating concept (spread - spherically) by firing rule r-13-sound

Activating concept (goes - through - air) by firing rule r-10-sound

Activating concept (physical - phenomenon) by firing rule r-1-sound

Activating concept (sensation) by firing rule r-0-sound

Activating concept (motion) by hierarchical spread from propagate

Activating concept (motion - back) by hierarchical spread from reflect

Activating concept (bang whistle music voice) by hierarchical spread from sound


시간단계 2 에서 보여주듯이, 문제기술에 이어 활성화된 메시지, 개념, 규칙들을 제시하고 가동된 규칙들과 어떤 개념이 무엇에 의해 활성화되었는지를 시간단계 3 과 4 에서도 계속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간단계 5 에서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귀납추리 발진 (發進) 으로 새로운 규칙이 형성된다.



PROBLEM ; sound - reflect          TIME-STEP ; 5

ACTIVE MESSAGES ; (bounce (obj - c) true)

 

 

 

 

 

(instrumental - music (obj - a) true)

(music (obj - a) true (motion - back (obj - c) true)

(sound ($x) true) (spread - spherically ($x) true)

(goes - through - air ($x) true)

(sensation (%y) true) (ball (obj - c) true)

ACTIVE CONCEPTS ; (flute-music  lyre-music  bounce

 

 

 

 

 

 

instrumental - music bang

whistle music voice motion - back motion propagate

reflect

pass - through sound spread - spherically

goes - through - air

physical - phenomenon sensation plays instrument ball)

ACTIVE RULES ; (r-21-ball  r-22-ball  r-23-instrument

 

 

 

 

 

r-13-sound  r-12-sound

r-11-sound  r-10-sound  r-1-sound  r-0-sound

r-3-reflect

r-2-propagate  r-22-music  r-24-instrumental-music

r-4-instrumental-music  r-27-bounce  r-8-bounce)

Triggering inductions···

  Simple abduction of (ball ($x) proj - true hypothesis0)

 

from (propagate ($x) true explanandum0) and r-20-ball

  Supplementary abduction of (ball ($x) proj - true hypothesis0)

 

form (reflect ($x) true explanandum1) and r-21-ball

  The best explanation is : hypothesis0

 

 

 

 

 

     (ball ($x) proj - true hypothesis0)

hypothesis0 explains : (explanandum1 explanandum0)

Competing hypotheses : (hypothesis0)

Co - hypotheses : nil

Total evidence : (explanandum1 explanandum0)

  Rule made : r-28-ball

 

 

 

(sound) → (ball)

Abductive generalization formed from

(ball ($x) proj - true 0.3 hypothesis0)

Problem not yet solved

FIRING RULES ; (r-23-instrument  r-22-music  r-20-ball  

            r-21-ball)

Activating concept (delicate) by firing rule r-23-instrument

Activating concept (pleasant) by firing rule r-22-music

Activating concept (stringed - instrument) by hierarchical spread

               from instrument



이 시간단계에서 규칙을 발견하는 과정에 상정논법 (abduction) 이 활용되고 최선의 설명 (the best explanation) 의 형식으로 가설을 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위의 단순 상정논법에서 (ball ($x) proj - true hypothesis0) 은 '$x 는 전파된다' 는 것과 공의 성질에 관해 기술된 다음의 규칙 20으로 되어 잇다.

   R - 20 - ball

   attached - concepts : (ball)

   slot : motion

   condition : ((ball ($x) true))

   actions : ((propagate ($x) true))

이 단순 상정논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형식이 된다.

1) $x 가 전파된다. [피설명항 0]

2) $x 가 공이면 $x 는 전파된다. [규칙 20]

3) 그러므로 $x 는 공인 것으로 구안된다. [가설 0]

이렇게 상정된 가설 0은 시간단계 6과 7 그리고 8에서도 최선의 가설로서 여러 가지 추리의 근거가 되어 있다. 그러나 시간단계 9에 이르면 사정이 다음과 같이 달라진다.


 

PROBLEM ; sound - reflect          TIME-STEP ; 9

ACTIVE MESSAGES ; ((stringed - instrument (obj - b) true)

 

 

 

 

 

 

 

 

 

 

 

 

 

 

 

(ball ($x) proj - true hypothesis0) (ball (obj - c) true)

(bounce (obj - c) true) ( instrumental - music (obj - a) true)

(music (obj - a) true) (motion - back (obj - c) true)

(sound ($x) true) (spread - spherically ($x) true)

(goes - through - air ($x) true)

(physical - phenomenon ($x) true) (sensation ($x) true)

(play (%y obj - a) true) (instrument (obj - b) true)

(instrument (%y) true) ( delicate (obj - b) true)

(delicate (%y) true) (pleasant (obj - a) true)

(vibrate (obj - b) true) (move - up - down (obj - b) true)

(movement (obj - b) true)

(motion - back ($x) proj - true (hypothesis0))

(motion ($x) ptoj - true (hypothesis0))

(propagate ($x) proj - true (hypothesis0))

(reflect ($x) proj - true (hypothesis0))

ACTIVE CONCEPTS ; (jump wave lyre stringed - instrument ball

 

 

 

 

 

 

 

flute - music

lyre - music bounce instrumental - music bang whistle

music voice motion - back motion propagate reflect

pass - through sound spread - spherically

goes - through - air

physical - phenomenon sensation plays instrument delicate

pleasant vibrate move - up - down movement

ACTIVE RULES ; (r-6-move-up-down  r-26-vibrate

 

 

 

 

 

 

 

 

 

 

 

r-23-instrument  r-13-sound

r-12-sound  r-11-sound  r-10-sound  r-1-sound

r-0-sound

r-3-reflect  r-2-propagate  r-22-music

r-24-instrumental-music  r-4-instrumental-music

r-27-bounce  r-8-bounce  r-28-ball  r-21-ball

r-20-ball

r-25-stringed-instrument  r-5-stringed-instrument

r-19-wave  r-18-wave  r-17-wave  r-16-wave

r-15-wave

r-14-wave  r-7 wave)

Triggering inductions···

  Simple abduction of (wave ($x) proj - true hypothesis1)

 

from (propagate ($x) true explanandum0) and r-16-wave

  Supplementary abduction of (wave ($x) proj - true hypothesis1)

 

form (reflect ($x) true explanandum1) and r-18-wave

  The best explanation is : hypothesis0

 

 

 

 

 

     (ball ($x) proj - true hypothesis0)

hypothesis0 explains : (explanandum1 explanandum0)

Competing hypotheses : (hypothesis0)

Co - hypotheses : nil

Total evidence : (explanandum1 explanandum0)

Tied hypotheses : (hypothesis0 phypothesis1)

 Supplementary abduction of (wave ($x) proj - true hypothesis1)

  from (pass - through ($x) true nil explanandum2) and

           r-19-wave

The best explanation is : hypothesis1

               (wave ($x) proj - true hypothesis1

hypohesis1 explains : (explanandum2 explanandum1 explanandum0)

Competing hypotheses : (hypothesis1 hypothesis0)

Co - hypotheses : nil

Total evidence : (explanandum2 explanandum1 explanandum0)

Rule made : r-29-wave

 

 

(sound) → (wave)

Abductive generalization formed from (wave ($x) proj - true hypothesis1)

Problem not yet solved

FIRING RULES ; (r-19-wave  r-16-wave  r-18-wave  r-14-wave  r-7-wave  r-15-wave)  

Activating concept (spread - plane) by firing rule r-14-wave

Activating concept (swell) by firing rule r-15-wave

Activating concept (hand - wave water - wave) by hierarchical spread from wave



여기서는 $x 가 전파된다는 피설명항 0 과 규칙 16 의 파동성질을 논거로 하여 $x 는 파동이라고 구안하는 가설 1을 상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단순 상정논법 외에 보조 상정논법으로서는, $x 가 반사한다는 피설명항 1 과 규칙 18 에서 젯된 파동의 성질을 논거로 하여 $x 가 파동이라고 구안한 가설 1을 다시 상정한 것이 있다. 이렇게 되면, $x 가 공이라는 가설 0 은 $x 가 전파한다는 피설명항 0 과, $x 가 반사한다는 피설명항 1을 설명하는 설명항이 되고, '$x 는 파동이다' 라는 가설 1 도 그러한 설명항이 되어, 가설 0 과 가설 1 은 서로 경쟁하는 가설이 된다. 그런데 가설 1 은 전파하고 (피설명항 0) 반사한다 (피설명항 1) 를 가설 0 과 함께 설명할 뿐 아니라, 가설 0 으로 설명 못하는 관통한다. (피설명항 2) 는 것을 설명하기 때문에, 소리는 파동이라는 새로운 규칙 29 를 설정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시간단계 10 에서 다음과 같이 개념결합이 이루어짐으로써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하겠다.

PROBLEM ; sound - reflect          TIME-STEP ; 10

ACTIVE MESSAGES ; ((wave ($x) proj - true hypothesis1)

 

 

 

 

 

 

 

 

 

 

 

 

 

 

 

(stringed - instrument (obj - b) true

(ball ($x) proj - true hypothesis0)

(instrumental - music (obj - c) true)

(music (obj - a) true) (motion - back (obj - c) true)

(sound ($x) true) (spread - spherically ($x) true)

(goes - through - air ($x) true)

(physical - phenomenon ($x) true)

(sensation ($x) true) (plays (%y obj - a) true)

(instrument (obj - b) true) (instrument (%y) true)

(delicate (obj - b) true) (delicate (%y) true)

(pleasant (obj - a) true) (vibrate(obj - b) true)

(move - up - down (obj - b) true) (movement (obj - b) true)

(motion - back ($x) proj - true (hypothesis0))

(motion ($x) ptoj - true (hypothesis0))

(propagate ($x) proj - true (hypothesis0))

(propagate ($x) proj - true (hypothesis1))

(reflect ($x) proj - true (hypothesis0))

(reflect ($x) proj - true (hypothesis1))

(pass - through ($x) proj - true (hypothesis1))

(movement ($x) proj - true (hypothesis1))

(spread - plane ($x) proj - true (hypothesis1))

(swell ($x) proj - true (hypothesis1))

ACTIVE CONCEPTS ; (hand - wave water-wave wave jump lyre stringed - instrument

 

 

 

 

 

 

ball flute-music  lyre-music bounce instrumental-music propagate

reflect pass-through sound spread-spherically

goes-through-air physical-phenomenon sensation

plays

instrument delicate pleasant vibrate move-up-down movement spread-plane

swell)

ACTIVE RULES ; (r-6-move-up-down  r-26-vibrate

 

 

 

 

 

 

 

 

 

 

 

r-23-instrument  r-13-sound

r-12-sound  r-11-sound  r-10-sound  r-1-sound

r-0-sound

r-3-reflect  r-2-propagate  r-22-music

r-24-instrumental-music  r-4-instrumental-music

r-27-bounce

r-8-bounce  r-28-ball  r-21-ball  r-20-ball

r-25-stringed-instrument  r-5-stringed-instrument

r-29-wave  r-19-wave  r-18-wave  r-17-wave

r-16-wave

r-15-wave  r-4 wave  r-7-wave)

Triggering inductions···

  Conceptual combination producing : wave-sound

 

Concept made : wave-sound

Rule made : r-30-wave-sound

(wave-sound) → (wave)

Rule made : r-31-wave-sound

(wave-sound) → (sound)

Rule made : r-32-wave-sound

(wave-sound) → (spread-spherically)

Rule made : r-33-wave-sound

(wave-sound) → (movement)

  Problem sound - reflect solved

  Tue Dec 2 10 : 59 : 42 EST 1986

5. 파이의 범위와 한계

파이는 과학자들의 인지과정을 모델화한 것이다. 그것은 과학자들이 실제로 인지활동을 하여 온 것을 연구하는 과학사나 과학자의 심리학을 필요로 하지만, 그런 연구 자체만이 파이의 과제는 아니다. 그것은 과학자들의 현실적 활동을 단순히 기술한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가능적인 문제해결 활동과 설명과정을 모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통해 과학자들이 지켜야 할 어떤 규범을 모색하는 철학적 활동의 일부로 간주된다. 특히 타가드는 파이를 사용하여 연구해온 문제해결과 학습의 복합적 절차들을 고려하지 않고는 과학의 이론들이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주석 : 앞의 책, 3장.) 다시 말하면, 과학이론이 무엇인지는 그것만 따로 떼서 이해할 수 없고, 과학자의 문제해결 과정을 전산학적으로 모의함으로써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앞에서 논한 전산학적 분석은 전산학의 전문기술의 논의와 인지심리학적 관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지식의 철학적 이해의 본질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런 연구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철학의 좋은 본보기라고 하겠다.

물론, 파이의 모의실행은 규칙들이나 개념이 불과 6-개도 못되는 지극히 작은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다.우리가 살펴보았듯이 파이에 의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이나 설명의 영역도 매우 한정되어 있다. 우리가 과학자들의 보다 넓은 영역에서 활동을 모의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영역지식을 형식화하여 보다 많은 개념과 규칙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뿐 아니라 때로는 사전에 문제해결을 위한 아무런 개념이나 규칙을 선발하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의에까지 이르러야만 인간의 인지활동을 제대로 모델화했다고 할지 모른다. 실상은 타가드 자신도 파이의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우선 파이의 문제해결에는 시간공간과 인과관계에 관한 지식이 채용되고 잇지 않다. 파이가 채용한 어떤 기계적 절차에는 심리적 검사를 거쳐야 할 것도 있다. 예컨대, 규칙 가동과 유개념과 종개념의 상하개념 관계에 의해 활성화 보급을 하는 방식이 심리학적으로는 어떠한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파이의 일반화 기제 (generalization mechanism) 는 단순한 정상적 법칙 (qualitative laws) 만을 추리할 뿐이고, BACON 프로그램 (Langley et al., 1987) 이 수행한 계량적 수학법칙 형성의 발견 법들을 갖지는 못한다.그리고 Meta-DENDRAL 프로그램 (Buchanan and Mitchell, 1978) 에서처럼 영역지식을 이용하여 규칙들을 탐색하도록 안내하는 능력도 파이에는 없다. 그 밖에도 파이의 유추적 문제 해결법,가설을 발견하고 검사하는 방법 등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는, 과학지식에 관한 탐구문제들을 컴퓨터의 구조 안에서 풀어 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를 통해 과학철학에의 전산학적 접근을 새로이 시작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타가드의 인공지능 활용의 철학은 과학철학에서 역사적 접근을 시도한 쿤의 신 (新) 프래그머티즘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기호론 (semiotics) 을 근거로 하여 현대 과학철학의 주류를 구문론적 (syntactic) 논리실증주의, 의미론적 (Semantic) 집합이론적 사상, 그리고 어용론적 (語用論的) 인 쿤의 패러다임론으로 분류하고 쿤의 과학사적 접근이 상대적으로 우위임을 논한다. 따라서 파이 프로그램의 철학적 배경과 그 철학함의 특성은, 쿤의 패러다임론을 계승하였다고 하는 타가드의 프래그머티즘과 연관하여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에 의하면, 논리실증주자들은 하나의 이론을 문장들의 공리적 집합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에 대한 비판을 전개한다. 엄격한 공리화는 과학에서 드문 일이며 그렇게 희귀하게 실현되는 것을 이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우선 의문이다. 더욱이 공리체계들은 문제해결과 설명과제들을 수행하는 데는 거북한 도구이기 때문에, 충분한 공리화의 유용성도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과학지식을 전산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모종의 형식화가 필요함을 타가드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논리적 엄밀성 이라기 보다도 절차적 문제들을 지향한 것이라고 한다. 구문론의 강조는 풍토병과 같아서 이론을 공리체계라고 하며, 개념적 발전의 이해에 결정적인 의미론적 고찰을 무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석 : 앞의 책, p. 35.)

그리고 의미론적 과학철학으로는 스니드 (J. D. Sneed) 와 스테그뮐러 등의 집합론적 사상을 꼽는다. 이들에 의하면, 과학이론은 가능한 모델들의 집합 Mp 로부터 모델들의 집합 M을 선택하는 데 기여하는 구조이다. (주석 : 이초식 (1979), pp.. 93~98 참조.) 이론의 핵심을 이루는 K 는 M 이 Mp 의 부분집합으로 되는 한상의 구조인 <M, Mp> 로 표시한다. 여기에서는 이론의 구조 속에 그 이론에서 의도하는 응용들의 모델집합 I를 포함한다. 그리하여 상세한 규정을 생략하면 하나의 이론은 <K, I>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접근법은 형식적 구문론보다도 비형식적 집합론을 사용하기 때문에, 과학이론들을 엄격히 재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술어의 집합론적 특성이 유연하면 할수록 형식적 구문론의 공리화보다도 쉽게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집합론의 사용은 이론이 규정되는 언어에 따른 상대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싫증주의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한다. 파이가 과학지식을 형식화할 때 사용한 언어에 특별한 의미를 부가하지 않으므로 타가드의 전산적 접근도 집합론적 접근과 유사하다고 한다. 그는 특히 집합론적 형식화가 구문론적 연구보다 이론 발전의 역동성을 풍부히 다룰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스니드와 스테그뮐러의 작업을 높이 평가한다.

집합론적 사상에 대한 타가드의 바판은 주로 실제적 타당성에 치중한다. 위에서 기술된 모델이론적 구조들과 과학자들이 채용한 인식적 구조들의 관걔는 무엇이냐는 물음을 제시한다. 그에 의하면 집합론적 고찰도 싫증주의자들처럼 고도로 이상화된 이론기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상화는 고립된 철학적 문제들을 다루는 일에 유용할지 모르나 과학자들이 사용한 이론들을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과학들의 개념적 연관성은 집합론적 형식화에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실상 집합론적 개념화는 의미론으로서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맥락의 어용론적 문제들과 인식론적 조직화들로부터 추상화하는 것은, 설명과 추리들을 만족스럽게 다루지 못하게 하는 방해물로 간주된다.

타가드는 그가 선호한 쿤의 패러다임도 그 개념 자체로서는 너무나 모호하여 설명과 정당화 등에 관한 과학철학적 과제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쿤의 사상을 전산모델로 모의하면 그런 철학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 패러다임은 이론이나 세계관을 지적하는 등 무척 다의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타가드는 쿤이 패러다임의 근본적 의미를 구체적 문제해결들의 '전형예제' (exemplar) 라고 본 점을 강조한다. 파이와 같은 전산모델은 과학적 실제의 전형과 세계관의 측면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를 해결하고 저장하는 파이의 기제 (機制) 는 쿤이 지적한 유추적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한다. 전형예제들은 적절한 개념들을 저장한 성공적인 문제해결들이며 이들을 많이 사용하면 문제도식으로서 추상화되어 자장된다고 본다.

이론들의 전산모델이 철학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관찰된 현상들을 설명하는 과학활동에서 잘 나타난다고 타가드는 주장한다. 그는 헴펠의 구문론적 설명이론에서처럼, 설명이 설명하는 어떤 것을 갖고 설명하는 구조를 가진 것이 아니라고 하며, 설명을 일종의 이해과정으로 파악한다. 그에 의하면 설명은 문장들의 집합의 영원한 속성이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하고 있는 어떤 것을 말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타가드가 취해온 파이 프로그램의 철학적 배경을 검토함으로써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철학의 본보기 하나를 살펴보았다. 필자는, 과학지식의 구조와 성장 및 기술의 철학적 탐구에서 타가드의 전산모델은 여러 시사점을 주는 효시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이는 물론 많은 제약 속에 있으나 그 전산모델은 철학적 사고실험의 산실로서 앞으로 널리 개선 · 개발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타가드의 신 프래그머티즘을 무조건 추종해야 된다는 뜻은 아니다. 타가드의 철학과 달리하면서도 우리는 전산모델을 사용하여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타가드가 비판 대상으로 삼는 논리실증주의적인 구문론적 과학론이나 집합론적 과학론에서도 전산모델은 어용론적 과학론 못지 않게 필요하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는 역설적으로 타가드가 구문을 비판에 사용한 표현이 그대로 그 자신에 대한 비판에 적용된다고 본다. 즉, 그가 지닌 프래그머티즘의 문제 의식과 그 해결 패러다임은 그의 비판 전체에 너무나 강하게 침투되어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일종의 프래그머티즘적 풍토병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지적은 철학함의 차원을 다차원적으로 전개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게 한다. 타가드 비판의 철학적 쟁점들을 몇 가지 지적해 보자.

6. 파이 철학의 비판

철학적 논쟁들을 접하게 될 때, 특정한 문제를 철학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논거와 특정한 동일 문제에 대해 어떤 철학적 해결이 적절하다는 논거가 혼동되는 것을 자주 발견한다. 타가드의 논의에서도 우리는 그같은 혼동을 경험하게 된다. 가령, 구문론적 과학론으로 지목된 논리실증주의를 비판할 때도, 그들이 철학적 과제로 삼은 바는 무엇이며, 그것은 철학의 문제로서 적합하지 않다든가, 철학적 과제로서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논의가 한편에서 제기될 수 잇다. 그러나 그 문제 자체는 중요하나 그 해결방법이 잘못되었다는 논거는 마땅히 별도로 논의되어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논리실증주의에서는 과학과 사이비과학을 구분하지 않은 데서 야기되는 혼동이 철학적 난제임을 의식하고 이런 문제의식이 철학적 탐구의 기반이 되었다고 하겠다. 그리하여 그들은 과학 일반에 공통되는 기준들을 탐구하였다. 그런 탐구의 과정에서 과학이론의 일반적 구조나 과학적 설명의 기본들을 제시하고 비판받아 다시 수정하며 진행해 왔다. 그런데 논리실증주의에 대한 비판들은 과학과 사이비과학을 구분하는 기준이 과학의 실제에서 찾을 수 없다는데 치중했을 뿐 그 문제 자체의 중요성은 외면하기 일쑤였다.

참 종교와 사이비 종교의 구분이 어렵지만 현실생활에서 그 구분이 없을 때 각종 유혹과 횡포로 사회가 혼란에 빠지므로 어떤 합의가능한 구획규범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과학과 사이비과학의 구분기준이 필요한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그 구분이 모호하다거나 어렵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어떤 적극적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어떤 특정한 법의 애매성이나 모호성을 비판하는 근거와 애당초 그런 종류의 법 자체의 필요성을 거부하는 근거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가령, 살인의 개념이 애매모호하여 살인죄의 적용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과 살인의 개념을 거부하고 살인죄의 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근거를 혼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같은 논조로 타가드의 비판을 다시 논박하고자 한다.

그는 설명의 일반적 구조를 거부하고 설명을 이해과정으로 파악하여 인간활동의 일종으로 보고 그러한 시각에서 논리실증주의의 설명들이 자신의 이해들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이런 비판을 수용한다면 논리실증주의의 시각에서 쿤이나 타가드의 해결이 설명의 일반적 기준 확립에 적중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함께 수용하는 것이 공평할 것이다.

타가드는 과학적 설명이 사이비과학적 설명과 구별되어야 할 상황 자체를 외면한 채, 실제적 타당성을 이유로 설명을 인간활동의 이해로 간주해도 좋은 상황만을 전제로 한다. 물론 타가드가 전제로 하는 상황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우리가 실제적 타당성을 문제삼는다면, 인간생활의 실제가 그처럼 획일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특히 논리실증주의가 전제로 하는 실제적 상황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솔직히 시인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철학이 특정 대상세계를 분담하여 연구하는 개별과학들과 달리 과학 일반에 해당하는 포괄적인 것을 연구한다는 전통적 철학관을 지닌다면, 과학철학은 현실의 개별과학들에서 추상화하는 작업을 중지할 수 없을 것이다.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포괄적일 수 없이 때문이다. 과학철학의 과제도 과학이 과학으로서 성립하고 과학 아닌 것과 구별되기 위한 일반적 특성을 연구하는 '일반 과학철학' 과, 특수한 개별 과학들이 다른 과학들과 구별되는 특정한 관계들을 음미하는 '특수과학철학' 으로 구분하였다. 물론, 모든 과학에는 공통 요소가 없다는 것을 근거로 전자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철학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과학철학의 과제 자체는, 개별 과학들의 한계를 넘어 가능한 넓은 범위에서 공통점을 추구하는 포괄적인 것으로 유연성있게 설정될 수도 있다.

실상 우리가 가장 포괄적인 철학을 하려면 가장 이상적인 추상화와 형식화를 아니 할 수 없으며 그러한 일반 과학철학이 중요관심사일 때는 형식적 일반구문론에 몰두하게 마련이다. 초기 논리실증주의 자들이 바로 그러한 실례이다. 그런 사정은 전산화 모델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타가다도 인정하듯이 형식화하지 않고는 전산화 모델을 구성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가 철학할 때 전산화를 필요로 한다면 형식화는 불가피할 것이며 형식화 자체를 탐구하는 철학은 일반 과학철학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칸트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이 선험성이나 선천성을 강조한 것도 그래야만 철학이 특정과학으로 해소되지 않고 과학 자체의 일반구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과학철학의 집합론적 접근법은 논리실증주의의 정적 과학관을 배격하는 면에서 신 프래그머티즘의 과학관과 일치한다. 싫증주의자들은 과학을 어명들의 집합으로 간주하고 과학이론은 진리를 추구한다고 보지만, 집합론적 접근법에서는 과학이론의 언명들의 단순한 집합이 나리 일종의 구조를 지녔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구조주의' 라고도 부른다. 스니드 - 스테그뮐러의 구조주의에 의하면, 과학이론 속에는 서로 다른 세 가지의 개념들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앞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이론을 순수 개념적 · 구조적 의미로 보는 것이고 (T = <K, I>), 둘째는 이론으로 하여금 경험적 주장을 하도록 하는 명제적 의미이며 (I ∈ A (K)), 셋째는 어떤 사람이 어느 한 이론을 채택한다는 행동론적 의미이다. 이 마지막의 의미로 하나의 이론을 채택한다는 것은 다시금 의미론적 의미와 어용론적 의미로 구분된다.

어느 한 사람이나 집단 p 가 역사적 시간 t 에 어떤 이론 T 를 의미론적 의미로 채택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즉, 그 이론의 핵심의 확장 E 와 그 응용의 집합 I가 존재하고 p 가 시간 t 에 다음 세 가지를 알고 있다는 조건이 주어졌을 경우이다. 1) I 는 E 의 응용의 원소이고, 2) 그 E 가 가장 강하게 알려진 이론핵의 확장이며 I 는 바로 그것의 응용에 속하고, 3) I 는 E 의 응용 안에서 최대치집합 (maximal set) 이다.

실용적 의미로 하나의 이론을 채택한다는 개념은 쿤의 정상과학의 개념을 해명할 때 쓰인다. 쿤은 '이론' 이라는 개념을 피하고 그 대신 패러다임을 논한다. 그러나 스테그뮐러는 그러한 패러다임을 이론의 의도된 응용들의 집합 I 에 해당시킨다. 즉, 패러다임은 이론 전체가 아니라 이론의 특정한 하나의 구성요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I를 규정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그 이론의 응용 모두를 열거하는 외연적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I 에 속하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의 특성을 정의하는 방법이며, 마지막은 I 에 속하는 전형적 사례들 (paradigmatic examples) 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스테그뮐러에 의하면 쿤이 강조한 것은 이 마지막 방법이다. 이렇게 본다면 의미론적 의미로 이론 T 를 사람 p 가 시간 t 에 채택하였을 때, p 는 t 에 어용론적 의미로도 T 를 채택한 것이라고 하겠다.

스테그뮐러의 이론동학 (理論動學, theory-dynamics) 은 이미 암시되었듯이 과학이론을 하나의 도구로 간주하는 특색을 지닌다. 도구는 언명과는 달리 진리치를 갖지 않는다. 즉, '그 이론은 참이다' '그 이론은 거짓이다' 는 방식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도구로서의 이론은 논박될 수 없고 오직 다른 이론으로 대치 (代置) 될 뿐이다. 이 점은 쿤의 사상과 흡사하다. 그러나 이론이 논박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과학자들은 항상 불합리하게 행동하기 마련이다' 는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 (주석 : "합리적으로 논박될 수 없는 것은 과학이론이 될 수 없다" 고 보아온 포퍼 찰학에 의하면 과학이론들의 대치를 주장하는 도구주의 과학관은 불합리하게 평가될 수 있다.) 이론의 논박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론을 채택한 사람의 해동에 대해서는 합리적 논의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쿤이 "정상과학에서 검사되는 것은 이론이 아니라 사람이다" 라고 한 것은, 이론을 실재에 관한 경험적 주장을 하기 위한 도구라고 보는 생각과 일치한다. 종국적인 논박의 책임은 결코 이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의 사용자에 있다는 말이다. 이론이라는 도구의 도움으로 성공하는 자 또는 실패하는 자는 결국 사용자이다.

스티그뮐러와 쿤의 의견 차는 과학의 진보 문제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쿤은 과학의 진보가 누적적 (累積的) 이 아니라고 한다. 패러다임들은 서로 비교불가능하며 낡은 것을 새것으로 대치해가기 때문에, 과학사의 변천은 혁명적 변화였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쿤은 과학의 전개 과정이 환원에 의한 점진적 지식누적이 아니라 대치를 거듭하는 불연속적 혁명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스테그뮐러에 의하면 새 이론이 옛 이론에 의해 설명된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그것을 넘어서 옛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추가현상들까지도 성명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런 이론의 변화를 '누적적 진보' 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약 두 개의 패러다임이 충돌해서 갈등하고 있을 때 어떤 패러다임의 소유자가 상대방과 싸워 승리하기만 하면 그 사람이 결국 진보적 과학자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정치혁명과 과학혁명의 본질적 차이는 없어진다. 쿤의 사상이 이러한 인상을 풍기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 그를 공격하는 것은 납득할 만한 점이 있다고 스테그뮐러는 판단한다. 그는 쿤의 진보개념이 목적론적으로 오염되었다고 한다. 특정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과학자 사회에 전파시키는 목적이 성취되기만 하면 과학은 진보했다는 식의 논조이기 때문이다. 스테그뮐러가 목적론적 형이상학을 배척하고 무정부적 상대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객관적 과학의 정립을 시도한 것은 오히려 논리실증주의의 이상과 일치한다.

스태그뮐러는 쿤의 탈이론 (theory dislodgment) 의 개념으로는 과학의 혁명적 진보를 타당성 있게 제시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과학이 혁명적으로 진보했다고 우리가 말하려면 낡은 이론이 새 이론에 환원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런 환원이 불가능한데도 기존이론을 제거하였다면, 혁명이라고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진보했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즉, K 가 K' 로 변했다면 혁명적이긴 하나 그것이 곧 진보 · 발전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K' 의 설명력이 K 의 그것을 포괄하고 넘어서야만 진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른 한편, 이론동학에서는 이론어와 관찰어의 구분을 맥락의존적 (context dependent) 이라고 본다. 하나의 술어가 어느 한 이론에서는 이론어 이지만 다른 이론에서는 관찰어가 될수 있다. 예를 들어, 'utility' 는 회계이론에서는 이론적이지만 형태이론에서는 관찰적이다. 스테그뮐러는 특히 이론어와 비이론어를 구분하고 있다. 싫증주의 철학에서는 이론어는 관찰할 수 없는 것이었고, 관찰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리고 부분적으로 해석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론동학에서는 이론어를 특정한 이론 T 에 의거해서만 측정되는 것으로 풀이한다. 그리고 비 이론어라는 것도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 T 에 의존하지 않고도 측정된다는 의미로 쓰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가리켜 '질량' (mass) 과 '힘' (force) 은 T-이론적인 데 반해 '공간' (space) 은 T-비 이론적이다. 이와 같은 이론성의 기준은 싫증주의 철학에서처럼 언어적 규약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며 인식론적으로 관찰어의 개념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이론 T₁에 대해 이론적인 술어가 이론
T₂와의 관계에서는 비이론적일 수도 있다.

타가드의 비판에서처럼 집합론적 접근은 고도로 이상화된 이론기술이며, 과학자들이 담당한 전문분야에서 사용하는 특수개념들의 연관성을 다루기 어려운 것은 논리실증주의에서와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미 앞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우리가 일반 과학철학을 지향한다면 그러한 이상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리고 타가드가 채택한 쿤의 전형 예제가 구체적인 문제해결들로부터 나왔으므로 과학자들의 실제를 잘 다룬다고 하지만, 그것이 전형으로서 타당할 수 있는 범위를 결정하는 새로운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그 범위를 넓혀가면 갈수록 특수영역의 특정개념들을 삭제하고 이상화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구체적 사례에로 특수화를 거듭하다 보면 다른 것의 전형이라고 할 수 없는 특수한 개별자에 머물 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바로 이 전형성의 적용범위와 수준이 과학철학의 범위와 수준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므로, 결국 쿤의 전형예제는 집합론적 접근에서 말하는 이른 바 이론핵심의 의도된 응용들의 집합 I 에 귀속될 것이다.

그런데 집합론적 접근이나 쿤의 프래그머티즘적 접근이 공동으로 안고 잇는 철학적 난제는 상식에 어긋나는 진리관이다. 이들은 과학의 목표로서의 진리를 부정하기 때문에, 이에 따르려면 '과학도들은 진리를 탐구한다' 는 상식을 버려야 한다. 실생활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도구로서 과학이 필요함을 인정하지만, 인식의 조건에서 진리가 빠져 버리고 과학이 실용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만 흐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애지학 (愛智學) 으로서의 철학 본래의 모습이 변질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이해관계를 떠나 순수하게 앎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론' 이 발생한다는 생각은 모두 낡은 시대의 유물로만 취급해야 할 것인가? 실제적 현실을 떠나 한층 더 높은 위치에서 현실을 바라보아야 시각을 넓힐 수 있다는 철학적 교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내용의 구속성을 떠나 형식화하지 않고 과연 넓은 시야에 접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문제들이 우리들에게 여전히 개방되어 있다. 순수과학에만 치중하여 응용과학 또는 기술의 문제를 소흘히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기술과학의 실용성에만 몰두하여 그러한 사고방식을 유일한 철학으로 숭상하는 것도 우리 시대에서 더욱 큰 문제라고 하겠다. 이런 문제들은 전산모델의 철학에도 깊이 침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