헴펠의 행위설명이론
과학적 설명과 비단조 논리 : 정영기 지음, 엘맨, 1996, Page 28~53
4. 최대 상세화 (maximal specificity) 의 문제
인간은 역사이래 오늘날까지 자기 주변의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말할 수 없이 복잡하고 당혹스럽고 위험이 되는 사건들에 관해 설명해 보려고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왔다. 인간은 일어난 현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앎을 해명하기도 하며 왜 그러한 현상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밝혀보려 하기도 한다. 자연현상이나 경험적 사실을 계속 관찰하다 보면 우리는 어떤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현상을 설명한다는 것은 이런 규칙성을 지적함으로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과학적 설명은 왜에 대한 물음 (why-question) 에 대답하는 것이며 원인에 관한 지식이다 (주석 : 새먼에 의하면 우리는 다음의 세 경우에 과학적 설명을 시도한다. 첫째, 우리가 설명하고자 하는 현상을 산출하는 감추어진 인과적 또는 다른 메카니즘에 대한 지식을 얻을 경우이다. 둘째,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매우 잘 조직되어서 이전보다 훨씬 적은 수의 가정 하에서 파악될 경우이다. 셋째, 왜에 대한 물음 (why-question) 에 대답하는 많은 기술적 지식을 제공하여서 특정한 종류의 지적인 곤경으로부터 우리를 구출해 줄 경우이다.).
20 세기 과학적 설명에
관한 제반 논의는 헴펠의 견해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헴펠은 과학적
설명이란 어떤 현상을 법칙 아래 포섭하는 형식이며, 설명항으로부터 피설명항을
논리적으로 이끌어내는 형식이라고 말한다. 헴펠에 의하면 과학적 설명은 초기조건이
실현됨에 의해 어떤 현상이 법칙과 조화되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은 온도계를 갑자기 뜨거운 물 속에 넣었더니 처음에는 수은 기둥의
온도가 하강하더니 곧 신속하게 상승했다" 라는 현상을 설명해 보자. 우선 "온도계는
수은이 약간 들어있는 유리관으로 되었다" (
), "그 온도계를 뜨거운 물 속에 넣었다" (
) 와 같은 개별적 사실을 지적함과 동시에 "수은과 유리관의 열팽창에 관한
진술" (
), "유리의 열전도성에 관한 진술" (
) 과 같은 경험적 일반 법칙도 제시되어야 한다.
과학적 설명은 어떤 현상이 인과법칙에 따른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도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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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연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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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설명될 현상 피설명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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헴펠에 의하면 어떤 설명이 과학적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4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주석 : ①②③ 은 논리적 조건이고 ④ 는 경험적 조건이다.).
① 피설명항은 설명항의 논리적 결과이어야 한다.
② 설명항은 일반법칙을 포함해야 하며 이 일반법칙은 피설명항은 도출해내기 위해 실제로 요구되어야 한다.
③ 설명항은 경험적 내용을 가져야 한다. 설명항은 원리적으로 관찰이나 실험에 의해 검사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④ 설명항을 이루는 명제들은 참이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과학적 설명의 특징은 피설명항을 일반법칙 아래 포섭시키는 것이다. 헴펠의 이러한 설명모델은 포괄법칙형 (covering-law model) 설명이라고 불려진다 (주석 : Covering-law model 은 드레이에 의해 명명되었다. 드레이는 Laws and Explanation in History (Oxford, 1957) 1 장에서 헴펠의 설명 모형을 <설명되어야 할 바를 일반법칙 하에 포섭하는 것> 으로 특징짓고 있다.). 포괄법칙형 설명에 나오는 법칙이 보편명제 형식이냐 확률명제 형식이냐에 따라 설명은 연역적-법칙적 설명 (deductive-nomological explanation) 과 통계적 설명 (statistical explanation) 으로 나뉜다.
1968 년 이후부터 과학적 설명의 논의는 I-S 형 설명 (inductive-statistical explanation) 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과학적 설명에서 핵심적인 문제인 인과 개념과 I-S 형 설명에서 문제되는 확률 개념을 연결하여 확률적 인과 또는 인과적 적절성이라는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 그 경우 빈도설과 성향설에 따라 확률의 문제는 여러 가지로 논의가 진행된다.
헴펠도 "과학적
설명의 여러 측면들" 에서 I-S 형 설명을 주로 논의하고 있다. 헴펠의 설명모델을
포괄법칙 모델이라고 명명할 때 그 법칙은 보편법칙 (또는 확률법칙) 을 말하고 있다.
레일턴 (P.Railton) 은 헴펠의 I-S 형 설명을 수정하여 확률적 설명의 연역적-법칙적
모델 (a deductive-nomological model of probabilistic explanation 또는 D-N-P
model) 을 발전시켰다 (주석 :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과학적 설명의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저술을 내놓은 사람은 새먼이며 독창적인 논의를 제시한 사람은 헴펠이다.
그런데 최근에 과학적 설명의 문제에 있어서 주목받고 있는 사람은 레일턴이다. 새먼은
개인적으로 레일턴의 논문이 설명에 관한 가장 탁월한 논문이라고 칭찬한다. 또한
이 논문은 과학적 설명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통찰을 가장 많이 주는 논문이라고
극찬한다.). 그는 극히 작은 확률을 가진 사건, 즉
핵의 α 붕괴의 예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헴펠의 포괄법칙모델을 D-N 형 설명으로만
간주하여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헴펠의 과학적 설명은 인과적 설명이다. 설명이란 사건과 사건을 연결시키는 작업이므로 그 연결이 진정한 인과적 연결이냐 아니면 사이비 연결이냐의 구별이 중요하다. 또한 그 연결은 법칙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진정한 법칙과 사이비 법칙 (우연적 일반화) 의 구별도 중요하다 (주석 : 헴펠은 굿맨의 주장에 따라 법칙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성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① 법칙은 보편적인 형식을 갖는다. ② 법칙의 범위는 무제한적이다. ③ 법칙은 특정한 대상에 대한 지시를 포함하지 않는다. ④ 법칙은 순수성질술어만을 포함한다.). 결국 과학적 설명은 원인을 밝히는 일이고 원인과 결과는 법칙에 의해 표현되므로 법칙은 인과적 설명에서 핵심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헴펠은 포괄법칙 모형이 자연과학에서의 설명뿐만 아니라 역사적 설명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헴펠은 인간행위와 자연 사건이 동일하게 인과적으로 설명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인간 행위도 포괄법칙 모형에 의해 설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헴펠은 인간 행위를 포괄법칙에 의해 설명할 때 합리성 개념에 의지한다. 즉 행위자가 처한 상황에서 그 행위자가 합리적 행위자라면 어떤 방식으로 행위할 것이라는 주장인데, 합리성에 의해 행위자가 수행하는 행위를 일반화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이 때 문제가 되는 것을 설명의 양식과 예측의 양식이 같다는 헴펠의 주장이다. 헴펠에 의하면 과학적 설명은 동시에 예측으로도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한 불완전하다. 인간의 행위를 설명할 수 있다면 인간의 행위를 예측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된다. 이것은 매우 비판적인 대목인데, 이에 대해 헴펠은 확률법칙 (probabilistic law) 을 제시한다. 어떤 상황에 처한 행위자가 합리적 행위자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저런 행위를 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행위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특히 헴펠은 합리성을 의사결정의 문제로 해석하기 때문에 행위설명은 확률의 문제가 된다.
헴펠은 인간행위를 설명할 때 합리성 개념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는 합리적 행위를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한다. 한 행위가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경험적 가설과 비판적 평가를 하는 것이다. 경험적 가설을 세움으로서 그 행위가 어떤 이유 때문에 행해졌으며 그 행위가 그 이유에 의해 동기되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비판적 평가는, 행위자의 신념에 비추어 판단할 때, 그의 목적 성취를 위해 그 수단이 합리적이냐 적절하냐 여부를 말해준다.
어떤 사람의 행위가 합리적인가 아닌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합리성의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주어진 행위가 합리적이냐 여부는 그 행위가 성취하고자 의도하는 목적과 의사결정의 시기에 사용가능한 경험적 정보에 의존한다. 넓게 말하면, 주어진 정보에 기초하여 한 행위가 그 목적을 성취하는 최선의 전망을 제공한다면 그 행위를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헴펠의 합리성은 분명히 상대적 개념이다.
우리가 주어진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합리적 행위과정을 선택한다면 행위가 취해지는 상황 같은 문제에 관해 사용가능한 모든 정보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 문제들이란 이 상황에서 주어진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과 다양한 수단에 의해 결과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부작용들이다.
의사결정의 시기에 사용가능한 모든 경험적 정보는 일련의 문장에 의해 표현되는데, 헴펠은 그것을 행위의 정보토대 (information basis) 라고 부른다. 행위의 합리성을 평가하기 위해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어떤 경험적 사실이 행위의 성공과 실패와 실제로 관련되느냐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실과 관련하여 어떤 정보가 행위결정자에게 사용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한 행위가 불완전하거나 잘못된 경험적 가정에 기초해 있더라도 우리는 그 행위를 합리적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한 행위는 특정한 상태를 야기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헴펠은 그것을 목적상태 (end state) 라고 부른다. 어떤 경우 정보토대에 따라 사용가능하고 목적상태를 성취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행위과정들은 도덕적 규범이나 법적 규범 같은 일반적인 규제원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배제될 수 있다. 따라서 심사숙고한 행위는 그러한 침해 없이 목적상태의 성취를 목표 삼을 것이다.
헴펠의 경우, 행위의 합리성은 주어진 정보에 비추어 판단해 볼 때 상술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적절성으로 이해될 것이다. 그러한 적절성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정보토대가 일반법칙을 포함하며 그 일반법칙에 의해 한 행위과정이 전체목적을 성취한다면, 그러한 행위 모두는 주어진 문맥에서 합리적인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그 정보토대가 사용가능한 행위과정을 수단으로써 선택하지 않더라도 정보토대는 다양하고 사용가능한 행위 각각에 수적인 성공률을 할당할 수 있다. 이 경우 그러한 행위의 성공률이 다른 사용가능한 대안의 성공률보다 클 때 그러한 행위 모두는 합리적인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 결정의 많은 문제 때문에 사용가능한 정보와 목적과 합리성의 기준이 이렇게 간단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없다. 행위의 목적이 상술한 목적상태를 얻는데 있지 않다면 이 해석은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우선 특정한 목적상태를 얻으려면 사용가능한 정보는 종종 그 목적을 명시적으로 또는 확률적으로 얻는 여러 가지 대안적인 방법이 있음을 지적할 것이다. 그리고 이 대안들은 부작용과 잔존효과 등 같은 다양한 우연적인 결과들을 수반하게 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이것들 중 어떤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며 다른 것들은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의 이론적인 모델에서 전체목적은, 바라던 목적상태를 기술함으로서가 아니고 사용가능한 행위과정으로부터 결과하는 다양한 전체 목적의 상대적인 적절성을 상술함으로서 그것에 따라 지적되어야 한다.
주어진 정보토대가
다양한 결과의 확률을 상술한다면 그것은 위험 하의 의사결정 (decision-making under
risk) 의 경우이다. 이 경우 합리성의 한 기준은 기대효용 최대화의 기준 (criterion
of maximizing expected utility) 이다. 주어진 정보에 기초하여 숙고된 행위의 기대효용
최대화는 그 행위의 가능한 결과 각각에 대해 그 확률과 기대효용을 곱하고 그 합을
더하여 결정된다. 한 행위는, 그 행위의 기대효용이 다른 대안적인 기대효용에 의해
초과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최대일 경우 합리적이라고 한다 (주석 : 특정한 날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하여 우산을 갖고 가거나 놓고 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 날 날씨가
맑거나 비가 오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취할 수 있는 대안은 우산을 갖고 가는 행위
(
) 와 우산을 놓고 가는 행위 (
) 이다. 그러면 가능한 상황은 네 가지 경우이다. 날씨가 맑고 우산을 갖고 가는
상황 (기대효용 +1) 과 비가 오고 우산을 갖고 가는 상황 (기대효용 +1) 과 날씨가
맑고 우산을 놓고 가는 상황 (기대효용 +2) 과 비가 오고 우산을 놓고 가는 상황
(기대효용 0) 이다. 날씨가 맑을 확률은 60 % 이다. 그러면 우산을 갖고 가는 행위가
합리적인가 갖고 가지 않는 행위가 합리적인가.
= 0.6 (+1) + 0.4 (+1) = 1.0
= 0.6 (+2) + 0.4 (0) = 1.2 이 상황에서 합리적 행위는 우산을 놓고 가는 행위
(
) 이다.).
결정상황의 또 다른 형태는 불확실성 하에서의 의사결정 (decision-making under uncertainty) 의 경우이다. 여기에서 문제의 형식화는 사용가능한 행위과정을 상술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각각의 행위과정은 효용치를 가진 가능한 결과이며 확률을 가진 결과는 아니다. 최근의 의사결정이론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합리적 선택을 하는 매우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아마 그것들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최소극대화의 규칙 (Maximin rule) 일 것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극소 효용을 최대화하라고 가르친다. 즉, 가장 최악의 결과가 적어도 다른 대안의 가장 최악의 결과만큼 좋은 행위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이 규칙은 우리의 행위로부터 최악의 가능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행위하라는 비관주의적 격률을 생각하며 극단의 조심정책 (a policy of extreme caution) 을 분명하게 표현한다.
방금 고려한 규칙을 제외하고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의 합리적 선택의 다른 몇 가지 규칙이 있다. 그 규칙들이 나타내는 합리성의 기준은 모두 어떤 가망성인데 이 가망성들은 상호 충돌한다. 동일한 결정상황에서 그 규칙들은 다양한 선택을 최선의 것으로 선택한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모델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부딪치는 심각하고 복잡한 결정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데 우리에게 크게 도움되지 못한다. 우리는 종종 사용가능한 행위과정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갖지 못하며 그 확률과 효용성은 차치하고 가능한 결과를 상술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가 사용가능한 문맥에서 그 모델은 다소 복잡한 문제, 예를 들어 산업에서 품질관리와 전략적 계획의 단계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헴펠은 말한다. 그러나 그 실제적인 기대가 무엇이든 이 모델은 합리적 행위 개념을 분석적으로 명확하게 하는데 기여한다고 헴펠은 생각한다. 특히 이 모델은 합리적 행위 개념의 복잡하고 다중적이며 상대적인 특성을 명확하게 해준다.
목적을 가진 인간 행위는 종종 동기부여적 이유에 의해 설명된다. 이러한 이유를 충분하게 상술하려면 행위자의 목적과 수단과 결론 같은 문제들에 대한 믿음을 지적해야 될 것이다. 동기적인 설명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이 정보를 가지고 있고 목적을 원할 경우, 그 사람이 그 목적에 이르게 되는 수단을 취하게 된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왜 A 는 x 를 행하느냐?'
라는 물음에 대해 헴펠은 다음과 같은 설명 모형을 제시한다 (주석 : 반면에 드레이는
'왜 A 는 x 를 행하였는가?' 라는 물음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 모형을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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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식 R) 행위자 A 는 C 형태의 상황에 있었다. A 는 합리적 행위자이었다. C 형태의 상황에서 어떤 합리적 행위자이든 x 를 행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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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A 는 x 를 행하였다. |
왜 A 가 x 를 행하였는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근거하고 있는 합리적 요소를 언급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행위의 규범적 원리가 아니라, 문제의 상황에서 A 가 합리적 행위자이었거나 또는 합리적으로 행위할 성품을 지녔다거나하는 취지의 기술적 진술을 언급해야 한다. 그리고 C 형태의 상황에 처하면 합리적 행위자는 언제나 (혹은 높은 확률로) x 를 행한다는 것도 그 취지에 포함해야 한다. 이와 같은 설명 모형에 의하면 A 가 x 를 행하였다는 것은 연역적 혹은 법칙적 설명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행위자의 합리적인 요소에 대한 언급이 그의 행위를 설명해주는 한, 그 설명은 포괄법칙형 설명이 된다.
위의 도식 R 에서 나오는 합리적 행위자 개념은 물론 객관적인 적용기준에 의해 지배되는 기술-심리학적 개념으로 간주된다. 그 개념이 갖고 있는 어떤 규범적이거나 평가적인 함축은 논증의 설명적 힘에 본질적이지 않다. 구체적인 경험적 기준에 의해 기술-심리학적 의미에서 합리성을 헴펠은 광의의 성향적 특성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이 합리적 행위자라고 말하는 것은 함축적으로 그에게 어떤 복합적인 성향을 귀속시키는 것이다 (주석 :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위를 목적, 신념, 성격적 특성 같은 것에 의해 설명하려는 방법은 성향적 설명 (dispositional explanation) 에 속한다. 성향적 설명은 행위자나 대상의 어떤 성향적 속성에 독특한 방식으로 호소한다. 왜냐하면 동기부여적인 요인을 행위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그에게 다소 복잡한 성향적 특성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향적 설명의 예를 들어보자. 돌멩이가 날아와서 창문이 깨졌을 때 그 유리의 파손은 돌멩이가 유리를 맞혔다는 사실을 들어 인과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다른 의미에서의 설명을 추구한다. 돌멩이가 날아와서 부딪쳤을 때 유리가 깨진 이유는 유리가 깨지기 쉽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이 경우 설명은 결과에 대한 원인으로서 유리 파손에 맞서는 독립사건을 상술함으로서가 아니라 성향적 속성인 깨지기 쉽다는 속성을 유리에 귀속시킴으로서 이루어진다. 물론 유리가 돌멩이에 부딪쳤다는 보고는 돌멩이가 유리에 날카롭게 부딪쳤다는 부가적인 보고와 결합될 때에만 유리파손을 설명할 수 있다.). 행위자의 이유와 합리성을 언급함으로써 주어진 행위를 설명하는 것은 그 행위가 일반적인 경향에 따른다거나 일반적인 경향의 한 예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우선 합리적 행위자의 심리학적 개념이 함축하는 성향은 구체적인 외부의 자극에 대해 외적인 행위로서 반응하는 성향이 결코 아니다. 어떤 사람을 합리적 행위자라고 말할 때 우리는 그 자신이 어떤 종류의 상황에 있음을 발견할 경우 그가 일정한 방식으로 행위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합리적 행위자가 일정한 방식으로 행위하면서 반응하는 신념과 목적에 대한 견해는 명확한 외적인 자극이 아니고 오히려 행위자의 광의의 성향적 특색이다. 어떤 사람에게 특정한 신념이나 목적에 대한 견해를 귀속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 그가 그의 신념이나 목적에 대한 견해를 지시하거나 징후를 보이는 방식으로 행위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신념귀속이나 목적귀속이 어떤 성향적 언명을 "의미한다" 고 말할 때 문제의 그 의미는 대개 특성상 확률적인 것으로 생각되어야 한다.
한 사람이 어떤 목적이나 신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할 때 우리는 함축적으로 그 사람에게 어떤 종류의 성향을 귀속시키는가? 우선 목적이나 목적에 대한 견해가 있다. 헨리가 물을 마시고 싶어한다는 언명은 무엇보다도 -- 그가 자기에게 제공된 물이 마시기에 적절한 물이라고 믿는다면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우선적인 이유를 갖지 않는다면) -- 그 물을 마시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에서 목적의 귀속은 적절한 신념의 귀속과 연관을 가질 경우에만 특정한 행위에 대한 함축을 갖는다.
그리고 행위자의 목적에 대한 가설은 행위자의 신념에 대한 가설과 연관을 가질 경우에만 구체적인 행위의 발생을 함축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엄격하게 말하여 행위자의 행위를 조사하는 것은 그의 신념과 그의 목적에 대한 가정을 테스트하는 데에는 도움될 수 없다. 그러나 적절하게 짝을 지어 가정을 테스트하는 데에는 도움될 수 있다. 신념귀속과 목적귀속은 인식론적으로 상호의존되어 있다.
신념귀속과 목적귀속의 인식적 상호의존성은 동기부여적 이유에 의한 설명이 행위자가 문제의 시간에 합리적 행위자이었다는 설명적 가정을 요구하느냐 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이 문제가 어떻게 야기되는냐 하는 것은 신념귀속과 목적귀속의 기준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우리가 한 행위자의 신념을 알고 있으며 그가 목적 G 를 얻으려고 하였다는 가설을 테스트하고자 한다고 해보자. 이 가설은 어떤 종류의 행위를 함축하는가? 이 경우에 사용된 기준은 대충 다음과 같은 것이다. 즉, A 가 실제로 G 를 얻고자 원한다면 그는 그의 신념에 비추어 그에게 가장 좋은 성공의 기회를 주는 행위과정을 따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목적귀속의 테스트와 정당화는 A 가 자신의 목적과 신념과 관련하여 합리적인 행위를 선택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하는 것 같다.
헴펠은 신념귀속과 목적귀속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그냥두고 대신에 합리성의 가정을 포기하는 다양한 상황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자신의 행위를 결정하면서 사람은 분명하게 알거나 적어도 참이라고 믿고 있으며 적절하게 고려하면 다른 행위과정을 요구하는 관련된 정보사항을 간과할 수 있다. 둘째로, 행위자는 자신이 분명히 얻고자 시도하고 있는 전체목적에서 어떤 항목을 간과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자신의 목적과 신념에 의해 판단하여 합리적이지 않은 행위를 결정할 수 있다. 셋째로, 행위자가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관련된 모든 정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체목적의 모든 측면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자신이 정한 목적을 향해 선택한 수단을 철저하게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계산의 논리적 실수 때문에 그 결과는 합리적 선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경우에 여기에서 언급한 방식 중 한 가지 방식에서 행위자가 실제로 합리성을 결여했다는 강한 증거가 있음은 매우 분명하다. 사실상 행위자의 결정이 시간의 압력이나 감정적 긴장이나 피곤이나 다른 방해하는 영향에서 이루어졌다면 합리성으로부터의 이탈은 매우 가능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종합하면 인간행위의 합리성은 인간 행위자에게서 목적과 신념의 귀속을 지배하는 규약에 의해 보편적으로 보증되지 않는다. 행위자에게 어떤 목적과 신념을 귀속시키지만 그의 목적과 신념에 의해 판단하여 그의 행위가 합리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매우 좋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합리적 행위 개념의 설명적 사용에 대한 헴펠의 주장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동기부여적 이유에 의한 설명은 특성상 넓은 의미에서 성향적이다. (2) 그러므로 동기 부여적 이유에 의한 설명은 피설명항을 포괄법칙에 포섭하는 설명의 일반적인 개념을 따른다. (법칙은 엄격하게 보편적인 형식이거나 통계적 형식이다. 따라서 그 포섭은 성격상 연역적이거나 귀납적-확률적이다). (3) 동기부여적 신념과 목적에 대한 견해에 의한 설명에서 행위자가 합리적 행위자이었다는 가정은 신념과 목적에 대한 견해의 귀속을 지배하는 암묵적 규약에 의해 항상 참이 되지는 않는다.
헴펠의 행위설명 모델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헴펠은 합리성에 근거하여 인간의 행위를 설명한다. 행위자에게 합리성을 부여하는 것은 설명의 초기조건이다. 그리하여 그 합리성에 의해 인간의 행위를 설명할 수 있고 설명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며 설명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헴펠은 행위의 합리성을 성향적 성질 (dispositional property) 로 간주한다. 어떤 사람이 합리적으로 행위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에게 어떤 복합적인 성향을 귀속시키는 것이다. 행위의 합리성은 주어진 정보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적절성 (suitability) 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헴펠은 행위설명 모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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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식 R) 행위자 A 는 C 형태의 상황에 있었다. A 는 합리적 행위자이었다. C 형태의 상황에서 어떤 합리적 행위자이든 x 를 행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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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A 는 x 를 행하였다. |
위에서 첫째 명제와 둘째 명제는 초기조건이고 셋째 명제는 일반법칙이다. 그리고 결론은 설명되어야 할 행위이다. 행위자의 이유와 합리성을 언급함으로써 주어진 행위를 설명하는 것은 그 행위가 일반적인 경향에 따른다거나 일반적인 경향의 한 예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위 모델에서 일반적인 규칙성은 합리적 행위자가 항상 행하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주장이고, 합리적 행위자가 C 형태의 상황에서 행하는 것에 대한 일반화이다.
헴펠의 설명모델에서 중요한 것은 합리성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합리적 행위자는 합리성의 규범을 수락하는 능력과 규범을 따르는 생활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는 능력을 가진 행위자이다. 헴펠의 모델에서 행위자가 주어진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적절한 수단을 취하는 성향이 있을 경우 그 행위는 합리적이라고 간주된다. 헴펠의 의미에서 합리적인 성향이 있다는 것은 행위자의 능력과 신념과 전체적인 목적 외에 방해요인이 없을 경우 어떤 합리적 행위자이든 그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행위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모델에서 A 가 합리적 행위자라는 전제의 의미는 A 가 합리성의 규범을 수락하고 따르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설명항이 행위자 A 가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포함해야 하는 이유를 헴펠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 때문이다. A 가 C 형태의 상황에 있었고 그 상황에서 합리적 행위는 x 이었다는 정보는 A 가 x 를 행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신념의 이유를 제공하지만 A 가 실제로 x 를 행하였다는 신념의 근거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후자의 신념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A 는 합리적 행위자이며, 그 상황에서 합리적인 것은 무엇이든 행하는 성향이 있다' 는 설명적 전제를 필요로 한다.
헴펠은 합리성을 전체목적을 성취하기에 적절한 수단을 선택하는 문제로 간주한다. 이것은 합리적 행위자가 기대효용을 최대화하는 행위를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합리성에 대한 의사결정이론적 접근이다 (주석 : M. H. 새먼에 의하면 합리성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현대의 많은 철학자들은 의사결정이론적으로 합리성에 접근한다.). 합리성에 대한 의사결정이론적 접근은, 행위자가 다양한 행위결과와 독립적으로 행위하며 확률적인 지식만을 갖고 있다는 가정 하에서 적용된다. 그런 상황에서 행위자가 기대효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행위할 경우 그 행위자는 합리적으로 행위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합리성의 기준으로서 기대효용 최대화 (maximizing expected utility) 를 받아들일 경우, 행위자가 C 형태의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행위하는 성향이 있어서 그 행위자가 x 를 행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C 형태의 상황에서 행위 x 는 기대효용을 최대화한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합리성의 의사결정이론적 접근은 행위자가 행위의 결과를 계산하도록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계산이 진행된 경우 합리적이려면 그 행위자는 계산의 결과에 동의해야 한다.
헴펠은 합리성을 기대효용 최대화에 의해 정의한다. 한 행위의 기대치는 행위의 가능한 결과 각각에 대해 그 확률과 기대치를 곱하고 그 합을 더하여 결정한다. 예를 들어, 외과 의사 박씨는 수술과 불간섭의 두 선택지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환자는 최종 결정을 박씨에게 부탁하였다고 하자. 박씨가 생각하기에 수술은 환자가 낫는 60 % 의 확률을 갖고 있으며, 박씨는 그것에 100 의 값을 준다. 또한 수술은 환자가 죽는 40 % 의 확률을 갖고 있으며, 박씨는 그것에 -75 의 값을 준다. 한편 박씨가 생각하기에 불간섭은 환자가 낫는 50 % 의 확률을 갖고 있으며, 환자가 죽는 20 % 의 확률을 갖고 있으며, 오랜 후에 부분적으로 환자가 낫는 30 % 의 확률을 갖고 있으며 박씨는 그것에 30 의 값을 준다. 결과적으로 수술은 (.60 × 100) + (.40 × -75) = 30 의 기대치를 가지며, 불간섭은 (.50 × 100) + (.20 × -75) + (.30 × 30) = 44 의 기대치를 갖는다. 따라서 합리적 행위는 불간섭이다.
합리적 행위는 주어진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선택하는 행위이다. 그런 의미에서 헴펠이 주장하는 합리성은 도구적 합리성 (instrumental rationality) 이다 (주석 : 오디 (R.Audi) 는 합리적 행위의 가장 영향력있는 견해가 도구주의 (instrumentalism) 라고 말한다.). 도구주의자들은 행위의 목적의 성격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들의 입장에서 합리적 행위의 중요성은 행위자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그 행위의 성공 여부이다. 어떤 행위가 합리적인가하는 문제는, 그 행위가 행위자의 목적을 실현하는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보일 때에는 발생하지 않는다. 오디 (R.Audi) 에 의하면 합리적 행위의 문제는 그 행위가 행위자의 목적 실현에 기여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헴펠은 기존의 도구주의자의 견해에 한 가지 요건을 부가한다. 그 요건은 합리적 행위는 적절한 신념과 바램에 의해 설명되어야 한다는 요건이다. 헴펠에 의하면 한 행위의 합리성 여부는 그 행위가 성취하고자 하는 목적과 의사결정의 시기에 사용가능한 적절한 경험적 정보에 의존한다. 다시 말하면 주어진 정보에 기초하여 한 행위가 그 목적을 성취하는 최선의 전망을 제공한다면 그 행위를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헴펠에게서 행위의 합리성은, 주어진 정보에 비추어 구체적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적절성으로써 상대적인 의미에서 이해된다.
둘째, 헴펠의 설명모델에서 합리성 개념만큼 중요한 것이 법칙 개념이다. 헴펠은 인간의 행위에 대한 인과적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석 : 폰리히트는 인간행위 설명이론을 인과적 관점과 의도적 관점으로 분류한다. G. H. von Wright (1971), Explanation and Understanding, Cornell University Press, 95 면. 헴펠, 골드만 데이빗슨은 인과론적 행위설명을 주장하는데 그들에 의하면 인간행위를 발생시키는 목적과 욕망과 동기는 자연과학적 사건을 발생시키는 원인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앤스콤, 드레이, 윈치, 폰리히트는 비인과적 (의도적) 행위설명을 주장하는데 그들에 의하면 인간행위의 이유는 의도성과 지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자연과학적 사건을 발생시키는 원인과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그 법칙이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진술하지는 않았다. 헴펠은 상황과 행위를 연결시키는 행동주의적 자극-반응 법칙을 언젠가는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 때 행위의 규칙성을 진술하는 언명은 행위 설명을 구성하는 포괄법칙이다. 헴펠에 의하면 인간의 행위는, 적어도 하나의 법칙언명을 포함하는 설명적 사실로부터 도출될 수 있음을 보여줄 때 설명된다.
헴펠이 행위 설명에서 합리적인 성향을 행위자에게 부여하는 것도 그 목적은 규칙성에 대한 파악 즉, 법칙의 발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지적한 것 처럼, 행위자의 이유와 합리성을 언급함으로써 주어진 행위를 설명하는 것은 그 행위가 일반적인 경향에 따른다거나 일반적인 경향의 한 예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행위 설명에서 헴펠은 먼저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을 주목한다. 그 다음 행위자가 합리적 행위자임을 가정한다. 그리고 상황과 합리성을 연결시키면 그 상황에서 합리적 행위자라면 어떻게 행위할 것이라고 추리할 수 있다. 즉, 합리적 행위자를 가정함으로서 어느 상황에서든 일반화가능한 행위가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법칙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상황에서든 적절한 행위 내지는 행위의 적절성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이 낯선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일련의 사건을 목격하였다고 가정하자. 행인이 인도를 따라 걷고 있다. 갑자기 행인이 방향을 바꿔 길을 가로질러 건너기 시작한다. 동시에 차는 행인을 향해 길 아래로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 차의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다. 차가 미끄러지며 길 옆으로 벗어나서 전주와 부딪친다. 행인은 머뭇거리며 건너가서는 차 안의 운전자 쪽을 바라본다. 그는 길모퉁이의 전화 박스로 뛰어가서 9 와 1 번을 돌린다.
행인은 왜 공중전화 박스로 뛰어갔는가? 그 행위설명에 헴펠의 설명모델을 적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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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은 교통사고가 발생해서 사상자가 생긴 상황에 있었다. 행인은 합리적 행위자이었다. 교통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어떤 합리적 행위자든 교통사고의 사상자를 구조하고 싶을 것이며, 구조하기 위해서는 구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고 믿고, 구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알리는 길은 공중전화를 거는 일이므로, 공중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 박스로 뛰어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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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행인은 공중전화 박스로 뛰어갔다. |
이 설명에서 일반법칙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L : 합리적 행위자는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사상자가 생긴 상황에서 사상자를 구조하려는 바램을 가질 것이다. 여기에서 교통사고가 난 상황에서 사상자를 보고 구조하려는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고, 행인이 사상자를 구조하기 위해 공중전화 박스로 뛰어가는 것은 그런 일반적인 경향의 한 예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일반화가능한 행위양식이 있으며 이런 행위양식을 근거로 해서 구체적인 행위가 이루어진다. 일반화가능한 행위양식은 바로 일반화가능한 행위양식을 지적하는 작업이다.
헴펠은 인간의 행위를 설명하는 방식과 물리적 사건을 설명하는 방식이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인간 행위의 설명이나 물리적 사건의 설명은 법칙 하에 포섭되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논리적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경우 설명되는 행위는 결론이고 초기조건과 법칙에 의해 인간의 행위를 설명하는 포괄법칙형 설명 (covering-law explanation) 이다.
헴펠의 과학적 설명에서 귀납적-통계적 설명이 문제될 때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최대 상세화의 조건 (the requirement of maximal specificity : RMS) 이다. 헴펠은 I-S 형 설명 (inductive-statistical explanation : I-S explanation) 을 처음 시도하였을 때 적절성 (relevance) 에 관한 문제가 발생함을 알았다. 헴펠 자신도 I-S 설명의 문제점을 알고 그것을 I-S 설명의 애매성 (the ambiguity of I-S explanation) 이라 명명하였다 (주석 : 헴펠은 이것을 귀납적 모순 (inductive inconsistency) 이라고도 표현한다.).
결론을 강하게 지지하는
귀납논증은 원래의 전제와 일관되는 새 전제를 부가함으로써 결론을 강하게 침해하는
논증으로 변형된다. 그러므로 전제가 서로 조화되는 두 귀납논증에서 한 논증의 전제는
결론을 강하게 지지하는 반면 다른 논증의 전제는 결론을 강하게 침해한다. 이것은
상호 모순적인 두 개의 피설명항을 강하게 귀납적으로 지지하는 상호 정합적인 설명항을
가진 두 개의 설명을 말한다. 예를 들어 유럽 사람들은 백조에 대한 많은 관찰에
기초하여 '모든 백조는 희다' 라는 결론에 대한 강한 귀납적 증거를 가지고 있었으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견된 검은 백조를 보고하는 한 전제가 부가됨으로서 그 결론은
강하게 침해된다 (주석 :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스탠포드 시 (N) 가 11 월에 따뜻하고
맑은 날씨 (W) 일 개연성이 0.95 일 경우, 11 월 27 일 (n) 에 따뜻하고 맑은 날씨가
될 개연성 (Wn) 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한편 스탠포드 시에서 춥고 비가 온 다음 날 (S) 에 따뜻하고 맑을 개연성이
0.2 인데, 전날인 11 월 26 일이 춥고 비가 왔을 경우 11 월 27 일에 따뜻하지도
맑지도 않은 날씨가 될 개연성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전술한 진술들에서 각각의 전제들은 물론 참이지만, 11 월 27 일에 스탠포드
시가 따뜻하고 맑을 것인가 비가 올 것인가를 알 수 없게 된다.). 헴펠은 두 설명
중 적어도 하나를 제거하는 근거를 구한다. 그는 전체증거의 요구 개념을 도입하여
최대상세화의 조건을 정식화한다.
카르납은 이러한 귀납논증의 특색을 알아서 전체증거의 요구 (the requirement of total evidence) 에 의해 그것을 해결하였다. 이 원리에 의하면 귀납논증은 다음과 같을 경우에만 결론을 강하게 지지한다.
① 귀납논증은 참인 전제를 갖는다.
② 귀납논증은 옳은 귀납적 형식을 갖는다.
③ 지지도를 변화시키는 어떤 부가적 증거도 그 때에 사용하지 않는다.
t 라는 시간에 경험에 의해 주장되거나 받아들여진 모든 진술들의 집합을 K 라고 할 경우, 이 집합은 t 라는 시간 내에 있었던 모든 과학적 정보나 과학적 지식을 나타낸다. 그러나 계속적인 탐구의 결과에 의해 새로운 진술들이 그 집합에 허용되기 때문에 K 에 포함되는 구성요소는 시간의 과정에 따라 변한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생겨나는 인식적 애매성을 설명이나 예측에서 감소시키려면 가능한 한 모든 관련정보에 근거하여 추론할 것이 요청된다. 부분적인 증거에 기초한 결론이 전체적인 증거에 기초한 결론과 동일한 확증이나 확률을 갖는 경우에만 전체 증거 중 일부분만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 그러나 지지도를 변화시키는 부가적 증거를 안다는 것은 우리의 지식체계가 유지되려면 결론은 전제 속에 포함되야 한다. 그러나 결론이 전제 속에 포함된다면 그 논증은 귀납적이지 않다. 전체증거의 요구의 부적절함을 비판한 헴펠은 최대 상세화의 요건 (the requirement of maximal specificity : RMS) 을 제시한다.
최대상세화는 t 라는
지식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는 K 라는 전체집합에서 그 집합을 구성하고 있는 관련집합
중 가장 협의의 한정적인 관련 집합이다. 만일 p (G, F) 라는 표현에서
은 F 보다,
은
보다,
은
보다 협의의 관련 집합이라면, p (G,
) 은 그런 상황에서 p (G, F) 보다 한정되고 상세화되었다.
RMS 는 I-S 설명을 할 때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고 어떤 요소를 고려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규정한다. RMS 가 제기하는 문제는 특정한 사실의 I-S 설명에 대해 최대로 상세한 (maximally specific) 조회집합을 가진 통계적 법칙을 선택하는 문제이다. 우리의 지식이 조회집합 (reference class) F 에 대한 적절한 분할방식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면 조회집합 F 는 성질집합 G 에 대해 최대로 상세하다 (maximally specific). RMS 에 따르면 설명항의 모든 전제와 관련된 지식체계는 피설명항의 문제된 성질의 통계적 확률을 상세화하는 언명을 포함해야 한다. 헴펠의 주장에 의하면 진정한 I-S 설명은 RMS 를 만족시켜야 하고 RMS 는 특정한 지식상황을 상세하게 언급하므로 특정한 사건에 대한 통계적 설명 개념은 수락된 언명집합에 의해 표현된 주어진 지식상황에 대해 본질적으로 상대적이다. 그러므로 과학적 설명의 조건은 2.1 에서 제시된 논리적 조건 ①②③ 과 경험적 조건 ④ 이외에 적절성의 조건으로서 ⑤ RMS 가 추가되야 한다.
헴펠이 인간의 행위를 설명할 때 제시하는 법칙 문장은 최대 상세화의 조건에 의해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적 법칙 문장이나 조건언 문장은 경험적 일반화이므로 대부분 "다른 사정이 동일하다면" (ceteris paribus) 이라는 절을 포함한다. ceteris paribus 절은 상세화되지 않은 적절한 조건들을 메꾸고 있다. ceteris paribus 절이 감추고 있는 부분은 적절한 조건들을 최대로 상세하게 제시할 때 드러난다.
예를 들어 보자. "창수는 왜 병원에 갔느냐?" 라는 물음에 대해 우리는 "창수는 심장병의 치료를 원했으며 병원에 가서 치료해야 심장병이 낫는다고 믿는다" 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이 행위설명의 도식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L] 어떤 사람 x 가 있어서 만일 x 가 d 를 원하며 그 상황에서 d 를 얻기 위한 수단이 a 라고 믿는다면 x 는 a 를 행한다.
여기에서 [L] 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정이 동일하다면" (ceteris paribus) 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다 (주석 : "다른 사정이 동일하다면" (ceteris paribus) 은 비단조 추리에서 "반대되는 정보가 없을 때" (in the absence of information to the contrary) 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그러나 [L] 에 대한 예외를 쉽게 구성할 수 있다. 가령 x 는 d 를 원하지만 d 를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d' 를 원할 수 있다. 만일 d 와 d' 를 확보하기 위해 요구된 행위가 모순된다면 x 는 a 를 행하지 않고 d' 를 얻는 수단이라고 믿지만 가장 좋거나 가장 효과적이거나 가장 값싼 수단이라고는 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x 는 a 를 행하지 않는다. 사정은 더 악화될 수 있다. x 는 a 가 d 를 얻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믿지만 x 는 a 를 행하는 방법을 알지 못할 수 있으며 알더라도 a 를 행하지 못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망라하는 절을 부가하여 [L] 을 다음과 같이 개선할 수 있다.
어떤 행위자 x 가 만일
① x 는 d 를 원하며
② x 는 그 상황에서 a 를 행하는 것이 d 를 야기하는 수단이라고 믿으며
③ d 를 야기하는 방법이라고 x 가 믿으며 그 상황에서 x 가 더 선호하는 행위가 없으며
④ x 는 d 를 무시하는 다른 바람이 없으며
⑤ x 는 a 를 행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⑥ x 는 a 를 행할 수 있는
경우에
⑦ x 는 a 를 행한다.
물론 [L] 에 부가된 네 개의 절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더 이상의 절을 첨가할 수 있다. 과학의 경험적 일반화 대부분은 "다른 사정이 동일하다면" (ceteris paribus) 이라는 조건을 함축적으로 포함한다. 그러나 그러한 절이 첨가되면 경험적 일반화가 애매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그러한 절의 범위가 축소되야 한다. 그러한 절의 범위를 축소하기 위해 최대상세화 개념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