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컴퓨터와 뇌

- 기계에게 지능을! 인간에게 자유를! -

 

과학사상29호(1999년-여름) : 이수영 (한국과학기술원 뇌과학 연구센터 소장), 범양사 출판부, Page 138~153

 

1. 서론

2. 신경회로망 컴퓨터

  1) 신경회로망과 인공지능

  2) 생물학적 신경회로망

  3)인공 신경회로망

3. 신경회로망의 응용

  1) 패턴인식 및 인공시각

  2) 음성인식 및 인공청각

  3) 판단 및 추론

  4) 적응제어

4. 뇌과학 연구개발사업

  1) 기술발전의 추세

  2) 기술수요의 예측

5. 미래를 위하여

 

1. 서론

인간을 닮은 기계를 만들고자 하는 희망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꿈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자기가 만든 조각에 영혼을 불어넣어 주기를 신에게 간곡히 기원하여 이를 달성한 피그말리온 (Pygmalion) 이라는 조각가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생명 창조의 욕구는, 이제 단순한 본능의 범위를 넘어 필요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복지증진에 기여했다.특히 1733 년 영국의 케이 (John Kay) 가 방적기를 발명함으로써 시작된 '산업혁명' 은 인류의 생활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물리적 능력을 뛰어넘는 기계로 힘든 일을 보다 빨리 수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가능했으나. 20 세기 후반의 '컴퓨터혁명' 은 인간의 고속 정밀계산 및 저장능력의 극복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1980 년대 초 컴퓨터 사용을 위한 프로그램 작성의 어려움이 '제 1 차 소프트웨어 위기' 를 맞게 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제 5 세대' 연구사업을 수행했다. 1990 년대 초에 이르러, 진짜 중요한 것을 프로그램 작성이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작성되어야 하는 내용, 즉 알고리듬 (algorithm) 이고, 많은 실세계 문제에서는 알고리듬 자체가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제 2차 소프트웨어 위기' 에 봉착하게 되었다. 즉 기존의 컴퓨터가 고속 정밀계산이나 대용량 자료의 저장에는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 넘는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음성인식 및 합성, 문자 및 영상인식, 복잡한 시스템의 적응제어, 여러 변수의 최적화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인간의 능력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알고리듬 자체가 알려져 있지 않게 때문인데, 인간은 적응학습을 이용하여 이러한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잇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3의 혁명' 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신하는 기계에 의한 인간의 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음성인식, 영상인식, 추론, 적응제어 등 인간만이 해온 일의 일부를 기계에게 맡기고 인간은 보다 창조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21세기 초에는 '인간기능 시스템' 이 인공 시각, 청각 및 촉각장치 등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여 판단 · 추론을 하고, 걷고, 말하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인공 비서, 교환원, 가정교사, 운전사, 가정부, 간병인 등 인간기능 시스템의 지원을 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인류! 이것이 공학도가 보는 21 세기의 미래상이다.

따라서 인간의 두뇌작용을 모방하여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신경회로망 (neural network)' 또는  '뇌정보처리 (brain information processing)' 연구가 절실히 요구되어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미국은 상하 양원의 의결을 거쳐 부시 대통령이 1990 년대를 '뇌의 10 년 (decade of brain)' 으로 선언했고, 일본은 과기청 주도로 1997 년부터 20 년간 대규모 뇌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잇다.

이들 연구의 목표는, 인간 고유의 기능 중 비교적 단순한 기능을 기계에 부여하고 인간은 보다 창조적이고 고부가가치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하자는데 있다. 이 기계와 인간의 인터페이스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인터페이스와 유사한 자연어로서 기계 사용을 위한 별도의 노력이나 훈련이 불필요할 것이다. 예로 인공 시스템이 비서, 전화교환 · 안내원, 운전사, 가정부, 간호사, 가정교사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21세기 초에는 가능할 것이다. 이를 '컴퓨터' 또는 지능형 기계 '라 부르든, '인간기능 시스템' 이라 부르든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고임금 노령화로 접어드는 현대사회의 필요불가결한 구성요소의 하나가 될 것이다.

2장과 3장에서는 신경회로망 컴퓨터의 특징 및 주요 응용 예를 살펴보고, 4 장에서 한국정부의 중점 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되는 뇌과학 연구개발사업을 소개하기로 한다. 마지막 5장에서 미래를 위한 제안을 통해 결론을 맺기로 한다.

2. 신경회로망 컴퓨터

1) 신경회로망과 인공지능

컴퓨터 또는 기계에 지능을 부여하는 방법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즉 인간의 생물학적 두뇌작용을 모방함으로써 적응학습을 통하여 스스로 지능을 축적해가는 신경회로망 기법과 지능을 법칙으로 표현하여 논리구조를 프로그램하는 전문가 시스템, 즉 학문적 용어의 인공지능 기법이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예로 들면 전문가 시스템 기법이 문법이라는 법칙에 의해 배우게 되는 것인데 비해, 신경회로망 기법은 반복해서 문장을 듣고 보게 함으로써 언어를 배우게 한다. 한 예로 네트토크 (NET talk) 라는 신경회로망은 어린이가 말을 배우는 것과 유사한 과정 (응얼응얼하는 발음에서부터 점차 명확한 발음으로 학습) 을 거쳐 책을 읽도록 학습되엇다. 신경회로망이 비교적 단순한 학습법칙을 정의함으로써 주위환경으로부터 스스로 지식을 축적하는 것에 비해, 인공지능은 구현하고자 하는 지능에 따라 프로그램 개발자가 구체적인 법칙을 추출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실세계에서 요구되는 모든 법칙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명확한 법칙이 있는 비교적 단순한 응용분야 외에는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파리 등 원시적인 동물들도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및 미각 등 5 각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 판단한 후, 날개를 움직이는 매우 지능적 행동을 취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학문적 의미의 인공지능과 신경회로망은 1940 년대부터 서로 경쟁적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로젠블랫 (Rosenblatt) 은 1958 년과 1962 년의 논문에서 신경세포와 유사한 단순 계산기능을 갖는 요소로 구성된 입력층과 출력층을 갖는 인식자 (perceptron) 라는 신경회로망 모델을 제시하고, 입력과 출력 사이의 연결 세기를 학습시킬 수 있음을 보였다. 퍼셉트론은 패턴의 특징을 모르더라도 비교적 단순한 입력 패턴들을 분류할 수 있어 매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약 10 년간은 신경회로망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러나 1969 년 민스키 (Minsky) 와 패퍼트 (Papert) 가 쓴 『인식자들 (perceptrons)』이라는 책에서 그들은 인식자 모델이 선형분리 기능밖에 없어 많은 실세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는 신경회로망 연구를 급격히 냉각시켜, 이후 10 여년을 법칙추출과 프로그램에 의한 인공지능이 지능 구현의 주류를 이루게 했다. 전문가 시스템으로 대별되는 인공지능이 법칙추출의 어려움으로 인해 매우 제한적인 분야에서만 성공을 거두었음에 반해, 1980 년대 중반부터 신경회로망은 다시 활발히 연구되기 시작하여 1990 년대에는 지능 구현의 주도적 위치를 확보했다.

신경회로망의 부활은 다층구조 인식자 (multi-layer perceptron) 모델을 위한 오차역전파 (error backpropagation) 학습법칙의 개발에 크게 기인한다. 사실 민스키와 패퍼트 조차도 다층구조로 확장된 퍼셉트론의 가능성은 인지했으나 이를 학습시킬 수 있는 적절한 학습법칙을 개발하진 못했다. 또한 컴퓨터 계산능력의 향상은 제안되는 학습법칙의 복잡한 문제에 대해 시뮬레이션 (simulation) 을 해볼 수 있는 길을 열었고, 다층구조 인식자 모델이 임의의 패턴인식과 함수 근사화가 가능함이 알려짐으로써, 신경회로망 연구를 보다 촉진시켰다. 현재 신경회로망은 음성인식, 문자인식, 적응제어, 주가예측, 위험도예측 등 많은 실세계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핵심기술로 사용되고 있으며, 미래에 보다 많은 응용이 기대되고 있다.

2) 생물학적 신경회로망

인공 신경회로망이 모방하고자 하는 생물학적 신경회로망의 특징은 무엇인가? 인간의 두뇌에는 180 억개 정도의 신경세포 (neuron) 가 있고, 각 신경 세포는 1000 에서 1 만개 정도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약 100 조개의 연결고리 즉, 시냅스 (synapse) 를 형성한다고 알려져 있다. 각 시냅스가 초당 100 번의 계산을 하여, 초당 1 경 번의 곱셈을 수행한다. 이는 세계 최고속 슈퍼컴퓨터의 약100 만배의 계산능력에 해당한다.

그림 1  생물학적 신경세포.

그림 1 은 신경세초의 일반적인 그림으로서 체세포 (soma), 수상돌기 (dendrite) 및 축색돌기 (axon) 의 세가지로 구성된다. 체세포에는 이온의 농도로 신경전위가 형성되고, 이 신경전위는 도파관 (transmission line) 의 기능을 하는 축색돌기를 따라 전파된다. 축색돌기의 끝에서는 신경전달물질 (neurotransmitter) 이 분비되어 시냅스를 거쳐 연결된 다른 신경세포의 수상돌기로 전달되다. 이때 시냅스의 연결세기 (synaptic weight)에 따라 신호전달의 정도가 바뀐다.

그러면 신경회로망의 특징은 무엇인가? 신경회로망의 대표적 특징으로는 대단위 병렬성, 분산처리, 비선형성, 그리고 학습을 들 수 있다. 즉 신경회로망의 각 처리요소 (processing element) 인 뉴런은 다른 여러 뉴런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합하여 비선형 특성을 가하는 단순한 처리만을 하지만, 매우 많은 수의 처리요소가 병렬로 분산처리됨으로써 복잡한 일을 실시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시스템의 정보가 처리요소 사이의 시냅스에 분산되어 있어 시스템 일부의 오동작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전체의 특성이 크게 영향 받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의 신경회로망 응용에서 시냅스는 주위 여건 및 시스템 사양에 따라 적응학습을 시키게 되는데, 시스템 내부의 명확한 해석이 없이도, 비교적 단순한 학습법칙에 의해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생물학적 신경회로망의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비교적 단순하고 느린 소자의 대규모 병렬에 의해 복잡한 기능을 빨리 수행한다.

② 신경 시스템의 기능과 기억은 주로 분산된 시냅스의 연결세기에 의해 결정된다.

③ 학습에 의해 시냅스 연결 세기가 변화하여 스스로 법칙을 찾으며, 학습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도 우수한 일반화 성능을 보여준다.

④ 일부 뉴런이나 시냅스의 오동작에도 불구하고 전체 시스템의 특성이 크게 변하지 않는 강인성 (robustness) 이 잇다.

3)인공 신경회로망

뇌는 현존하는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뇌의 정보처리 메커니즘을 이해하고자 노력했으나 미미한 부분만 확인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신경회로망에 대한 제한된 지식을 가지고도 공학자들은 강력한 정보처리 모델을 이끌어 실세계 응용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신경회로망 연구는 ① 생물학적 두뇌작용의 수학적 모델, ② 생물학적 두뇌작용을 모방한 신기능의 구현, ③ 생물학적 모델에 적합한 신호처리 하드웨어 구현이라는 세가지 분야로 구분될 수 있다.

신경회로망의 모델은 구조와 학습법칙으로 대별된다. 신경회로망 구조는 뉴런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에 귀환이 없는 순방형구조와 귀환이 있는 회귀 (recurrent 로구조로 나누어지는데, 이중 순방향구조의 보다 단순화된 형태인 다층구조 (multi-layer) 가 많이 사용된다. 학습법칙은 지도학습 (supervised learning), 자율학습 (unsupervised learning) 및 보강학습 (reinforcement learning) 으로 나누어진다. 지도학습은 학습에 사용되는 입출력 쌍이 알려져 잇는 경우에 사용되는 반면, 자율학습은 입력만이 알려져 있고 출력값을 모르는 경우에 사용된다.

한 예로 음성인식 문제에서는 음성신호가 입력되고 인식된 결과 단어가 출력되는데, 부모나 선생에 의해 학습에 사용되는음성신호마다 단어가 알려져 있는 경우에는 지도학습이 가능하다. 그러나 스스로 라디오를 듣는 등 음성신호만이 제공되는 경우에도 음성신호의 차이를 파악하여 여러 종류로 나누는 자율학습이 가능하다. 보강학습은 비교적 최근에 활발히 연구되는 학습 모델로서 각 입력에 대한 출력값이 정확하지 않고, "잘했다, 못했다" 등으로만 알려져 있는 경우에 사용된다.

신경회로망을 이용하는 새로운 기능에의 응용은, 인간은 잘하나 기계가 잘 못하는 모든 기능에 도입된다. 대표적인 예가 음성인식 및 합성, 문자이식 및 인공시각 시스템, 판단 및 추론 시스템, 자율행동 시스템 등이다. 현재 음성인식 및 문자인식 분야에서 신경회로망 기법은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으며, 주가나 환율, 신용도 예측 등의 경제분야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성능은 아직 보다 많은 향상을 요하고, 이 향상은 생물학적 뇌정보처리 모델의 이해증진에서 비롯될 것이다.

신경회로망은 또한 단순한 소자의 대단위 병렬성을 특징으로 하므로, 기존의 컴퓨터 구조로는 실시간 구현에 한계가 있어 효율적인 전용 하드웨어 구현이 요구된다. 특히 보통 20개에서 2000개 사이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되는 기본구조를 대규모로 반복해서 설계하게 되므로 최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이 있으나 복잡한 기능의 회로설계 기술이 취약한 한국의 산업에 매우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다.

3. 신경회로망의 응용

1) 패턴인식 및 인공시각

시각은 인간이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부분으로서 정지영상 또는 비디오로부터 특정한 패턴을 추출하여 인식하고, 필요한 경우 패턴 추적까지 수행하게 된다. 기존의 패턴인식 시스템은 패턴의 크기, 방향, 위치, 조명 등에 민감하여 실세계 응용이 제한되고 있으나 인간은 이를 매우 잘 하므로, 뇌정보처리 메커니즘을 이용한 신경회로망의 주요 연구분야가 된다. 특히 비디오의 경우 초당 8 메가바이트 이상의 정보가 들어오고, 다양한 신호처리가 실시간으로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시스템이 요구된다.

그림 2  패턴인식 시스템의 구성도.

그림 2는 일반적인 패턴인식 시스템을 보인 것이다. 전처리부는 배경 영상으로부터 패턴의 영역을 분리하고, 인식에 필요한 정보는 유지하면서도 정보량을 줄이는 특징추출이 이루어진다. 후처리부는 인식될 결과에 관심 문제에 대해 선택적 주의집중을 하고, 비디오에서 패턴 추적을 하는 등 필요한 후속처리를 하게 된다. 기존 패턴인식 시스템의 경우 이들이 각각 별도로 관련 분야의 지식을 이용하여 구성하게 되므로 실세계 응용에서 제한된 성능을 보이게 된다. 인간의 경우 망막에서 수신된 영상이 초기시각계에서부터 국부특징이 추출되어 뇌에서 점차적으로 인식기로 결합되게 된다. 즉 전처리부, 인식기부, 후처리부가 모두 신경회로망으로 구성되게 된다. 또한 시스템 변수만이 아니라 시스템 구조까지도 학습에 의해 적응되게 된다.

특히 입력 패턴의 위치, 크기, 회전에 대한 불변 특성과 잡음에 대한 둔감성이 요구되며, 인간 초기시각계의 국부 특징추출 기능을 모델화하는 시각모델이 중요하다. 또한 학습에 사용되지 않은 패턴에 대해서는 일반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신경회로망 모델 개발과 학습법칙이 연구된다. 실시간 인식에 필요한 방대한 계산량에 대처하기 위해 전용 하드웨어 칩의 구현도 연구된다. 인쇄체 문자인식은 이미 널리 상용화되었으며, 필기체 인식도 개인단말기 (PDA) 등 특수기기에서 시도되고 있다. 복잡한 상황하에서 작은 목표물을 인식하고 추적하는 연구는 아직 실험실 수준에 머물고 있다.

2) 음성인식 및 인공청각

인간의 청각은 시각에 이은 제2의 정보원으로 초당 20 킬로바이트 이상의 정보량을 가지고 있다. 음성은 기계와 인간 인터페이스의 제일 자연스런 방식으로 음성인식으로 음성인식은 키보드나 마우스에 의한 정보입력의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음성인식 시스템도 일반적으로 그림 2 와 같은 구조를 갖는다. 전처리부에서는 귓속 달팽이관에서의 특징추출을 모델화한 청각모델을 통해 잡음에 둔감한 특징추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음성은 사람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많은 변화를 갖는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일반화 특성이 특히 강조된다. 후처리부에서는 문법과 사용영역 등의 지식이 도입된다. 조용한 환경에서의 고립단어 음성인식은 상용화 수준까지 갔으며, 제한된 문제영역에서의 연속 음성인식은 상용화를 위한 준비실험 단계에 있으나, 실세계 잡음 또는 무제한 연속 음성인식은 아직 실험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뇌 정보처리 메커니즘에 기반한 청각모델을 통한 특징추출, 일반화 성능이 뛰어난 신경회로망 모델, 선택적 주의집중 모델, 다중채널을 이용한 잡음 제거기술 등이 음성인식에 대한 실용화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3) 판단 및 추론

시청각 시스템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는 뇌에서 최종 신호처리 되는데, 주로 판단과 추론 기능으로 볼 수 있다. 판단 또는 인식은 현재 많이 사용되는 다층구조 인식자나  RBF (radial basis function) 등의 인공 신경회로망 모델이 잘 하는 기능이다. 임의의 판단이나 인식기가 이러한 신경회로망 모델을 이용하여 구현될 수 있음이 알려져 있다. 추론은 학습된 정보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예측하는 기능으로 볼 수 있으며, 신경회로망의 일반화 기능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까지의 기능은 주로 학습된 자료의 판단과 보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인지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사람의 사고, 감정, 창의성 등의 메커니즘이 밝혀지면 인간과 유사한 기능을 구현하는 인공두뇌의 핵심기능이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 적응제어

판단과 추론을 거친 뇌는 팔다리와 입을 움직이는 제어기능을 수행한다. 제어대상인 신체는 성장에 따라 시스템 특성이 바뀌므로, 시스템에 대한 특성을 모르면서도 학습에 의해 제어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신경회로망 제어시스템은 신경회로망의 시스템 모사 (identification) 기능을 직 · 간접으로 포함하게 된다.

제어대상인 시스템의 특성은 일반적으로 미적분방정식으로 주어지므로, 사용되는 신경회로망 모델도 회기 (recurrent)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다. 회기구조 신경회로망에도 최대경사법에 의한 학습이 가능하나, 일반적으로 학습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방향 (feed-forward) 구조로 근사화하여 학습시키기도 한다.

신경회로망 제어시스템은 일부 공정제어에 실용화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공정의 제어는 신뢰도 문제가 가로막고 있으며, 비교적 단순한 산업용 로봇의 제어에는 기존의 제어이론이 사용되고 있다. 인간의 신체와 같은 복잡한 로봇의 제어 등에서는 신경회로망이 매우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4. 뇌과학 연구개발사업

한국정부는 뇌과학 연구개발사업을 중점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지원하고 있다. 이 연구는, '분자세포 수준 및 시스템 수준의 뇌과학연구' 를 통하여 실세계 응용기술의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응용하여 '인간의 감각기관 (인공시각 · 인공청각), 학습 · 추론 및 행동 등 인간의 지능을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지능형 시스템과 핵심 소자' 를 개발함을  연구목표로 하고 있다. 뇌정보처리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뇌과학자의 지능형 기계의 구현을 위한 뇌공학 (신경회로망) 연구자가 상호 유기적인 결합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시청각 시스템 등 공동의 연구목표를 위하여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가 동심체로 연구하는 학제적 · 목표지향적 과제와 분자수준의 신경과학, 시스템 수준의 신경과학, 인지과학, 신경회로망 모델, 응용, 구현 등 여섯 개의 학문 분야별 기반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참여 연구원의 학문배경은 의학, 생물학, 심리학, 철학, 수학, 물리학, 전자공학, 전산학, 등 다양하다.

이 중요한 과제의 연구목표는 기술발전 추세의 상향적 (botton-up) 예측과 미래사회의 수용에 대한 하향적 (top-down) 예측에 의해 설정되었다. 이러한 목표설정의 방법과 주요 연구내용을 소개하기로 한다.

1) 기술발전의 추세

상향적 접근방법에서는 기술상의 발전경향을 추론하여 미래의 기술을 예측한다. 과학의 진보는 우연한 새로운 발견이나 소수 연구자의 천재성에 의해서 크게 영향받았으며, 과학적 발견에 대한 장기간의 예측에 대한 신뢰성은 언제나 의문시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고성능 측정기기의 발전은 뇌의 구조와 정보처리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으며,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해상도를 증가시킴으로써 정확한 수학적 모델링에 필요한 충분한 신경신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시적 신경세포 모델과 거시적 행동모델 사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까지 이해된다면, 통일된 뇌정보처리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3  무어의 법칙.

기술상의 발전에 대한 예상은 좀더 믿을 만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특별히 반도체산업에서는 '무어의 법칙' 이라 불리는 이론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1965 년에 무어 (Gordon Moore) 는 새로운 반도체 칩 (chip) 이 18 ~ 24개월 사이에 나타나며, 성능이 이전의 것보다 약 두 배 증가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러한 경향은 그림 3 에서 볼 수 있으며 매우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 펜티엄 투 (Pentium Ⅱ) 프로세서와 64메가디램 각각은 약 750 만 개와 6400 만개의 트렌지스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50 배의 증가비율이 다음 10 년 동안 기대된다. 10 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로 가지고 있는 하나의 칩은 인간의 뇌기능 중 작은 부분을 담당할 수 있다. 좀더 강력한 시스템은 여러 개의 칩을 연결하여 만들 수 있다. 정통적인 폰 노이만 (von Neumann) 전산구조에서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의 통신 병목현상이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므로 분산된 계산과 저장구조가 요구된다. 따라서 뇌정보처리 메커니즘에 기반한 신경회로망 칩 기술이 컴퓨터와 반도체산업의 주요한 흐름을 형성할 것이다.

또 다른 흥미 있는 법칙은 '마크론 (Machrone) 의 법칙' 이라 불리는 것으로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계는 항상 5000 달러에 판매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가격은 더 내려간다. 사람들은 항상 좀더 강력한 시스템을 요구하고, 공학자는 항상 비슷한 또는 조금 싼 가격으로 보다 강력한 시스템을 만든다. 따라서 현재의 막대한 비용이 반드시 미래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림 4  반도체 소자의 설계와 제조기술 복잡도.

한국 전자산업의 특성을 생각해보자. 한국 전자산업은 가전산업에서 출발했고 최근엔 반도체 메모리 (DRAM)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획득했다. 그림 4 에서 보여주듯이 신경회로망 칩은 메모리와 비슷한 특성이 있어 대단위 생산기술을 필요로 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회로설계 기술을 덜 요구한다. 따라서 신경회로망 칩은 오늘날 한국의 핵심 전자산업인 반도체사업에 적합할 수 있다.

2) 기술수요의 예측

미래사회에서 기술수요에 대한 예측은 항상 기술발전의 주요한 힘으로써 작용하며 우리는 이것을 하향적 접근이라 부를 것이다. 실제로 미래의 인간사회를 예상하기 위해 크고 상상력이 풍부한 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역사책을 읽고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산업혁명은 인류의 복지에 기계를 사용한 첫 번째 단계로 간주된다. 증기엔진과 같은 강력한 에너지 변환장치의 도움으로 산업혁명은 인간 육체의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소비재 상품의 대량생산을 통해 인류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두 번째 단계는 컴퓨터 혁명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정확한 수의 계산과 대량의 정보저장이 가능한 전자기술에 기초를 둔다. 요즈음 우리는 대량생산 기계와 컴퓨터가 없는 세상을 하루도 상상할 수 없다.

미래의 인류사회는 어떠할까? 사람들은 항상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를 원하고 좀더 나은 삶을 위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마크론의 법칙이 간단한 예일 수 있다. 컴퓨터 혁명이 좀더 나은 삶을 제공한다 할지라도, 이것 또한 문제를 만든다. 컴퓨터는 아직 인간과 친밀하게 일할 수 있을 만큼 지적이지 못하다.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배워야 한다. 많은 경우에 이것은 지루한 프로그래밍 언어나 미리 약속된 사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현재 컴퓨터는 그들이 프로그램한 것만을 수행하며, 일반화와 자기-학습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프로그래머는 특별한 적용을 위해서 모든 가능한 사항을 미리 생각해봐야만 하며, 각각의 경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단지 몇몇 사람만이 이러한 프로그래밍 능력과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를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사람과 같은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강력하게 요구된다. 사람들은 컴퓨터를 그들의 친구처럼 또는 동료로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며, 컴퓨터는 사람과 같은 추론과 자기-학습능력을 가질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의 법칙으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그림 5  인간 기능의 네 가지 모듈.

그림 5 에서 뇌에서의 정보처리 능력을 네 개의 모듈로 나타냈다. 인간은 다섯 개의 감각기관을 통해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며, 이 신호에 근거를 두고 신호처리를 하며, 운동신호를 제공한다. 다섯 가지 감각기관 중 시각과 청각은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며, 복잡한 정보처리 과정이 이루어진다. 모든 감각기관의 정보는 추론 모듈에 통합되며 학습, 기억, 그리고 의사결정 기능을 제공한다. 마지막 모듈인 행동 모듈은 운동제어에 필요한 신호를 생성한다. 생물학적 뇌에 많은 피드백 경로가 있지만 중요한 순방향 신호 경로를 여기에서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초기 시각 시스템의 역할이 비교적 잘 이해되어 있지만 우리는 아직 알고 있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훨씬 적다. 추론 모듈에 대한 지식은 가장 많이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뇌 메커니즘으로부터의 작은 단서만으로도 우리는 좀더 많은 지능형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공학적 모듈의 빈 부분을 채울 필요가 있는 기능에 집중적으로 신경과학을 연구한다면 좀더 빠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변하지 않는 특징의 추출, 선택적 주의집중, 감각통합, 정보의 분산표현, 일반화, 학습, 그리고 협동 행동과 같은 분야는 단지 몇 가지 예일 뿐이다. 전용 하드웨어적 구현도 필요하다. 따라서 각각의 모듈에 대해 신경과학, 인지과학, 수학, 물리학, 전자 · 전기공학을 포함하는 많은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의 노력을 통합하는 '시스템적 접근방식' 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네 개의 모듈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될 필요가 있다.

5. 미래를 위하여

뇌정보처리 연구는 인류의 복지를 위하여 과학기술인의 마지막 남은 도전영역이다. "Brain ! The final frontier !"

뇌과학 및 신경회로망의 목적은 가능한 한 생산적이고 즐거운 미래의 인류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과 같이 다섯 개의 감각기관을 가지고 자기학습 및 추론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능형 기계가 인류에게 제공될 것이다. 그러한 기계들은 당신의 친구이자 동료가 될 것이며 인류의 생산성을 크게 증가시켜 산업혁명과 컴퓨터 혁명에 이은 '제3의 혁명' 을 가져올 것이다. 삶에서 노동시간과 생활 자체에 대한 노력을 줄여 인류는 '좀더 사람답게 사는 일' 에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며 창조적 일에 매진할 것이다. 과학, 공학, 그리고 예술이 그러한 일들의 예일 수 있다. 좀더 빠른 진보가 과학과 공학에 있을 것이며 이것은 다시 인류에게 번영을 제공할 것이다.

신경회로망 연구의 최종목표는 인간의 두뇌기능을 수행하는 '인공 두뇌' 를 개발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인공두뇌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나. 인간 수준에 휠씬 못 미치는 기능도 제한된 활동영역에서는 인간을 크게 도울 수 있다. 물론 인간 수준에 가까울수록 효과는 더욱 크다. 인공두뇌는 시청각에 해당하는 인공시각 패턴인식과 음성인식 기능과 추론, 제어 기능이 핵심을 이룬다. 즉 인공두뇌는 신경회로망 연구를 종합한 종착점이 된다. 음성합성 기능도 포함되나 이미 잘 개발된 기술이므로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지는 않다. 인공두뇌의 개발을 위해서는 각 응용 부분의 융합과 동시에 효율적인 하드웨어 구현이 요구된다.

 "기계에게 지능을 ! 인간에게 자유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