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뇌연구의 추진 방향

 

과학사상24호(1998년-봄) : 이수영 (한국과학기술원 · 뇌과학연구센터 소장), 범양사 출판부, Page 220~235

 

1. 들어가는 말

2. 뇌연구의 목표

    1) 인간기능 시스템의 구현

    2) 뇌질환의 극복

3. 외국의 연구 동향

4. 한국의 추진 방향

    1) 인간기능 시스템을 위한 뇌과학 연구

    2) 뇌질환 극복을 위한 뇌의약학 연구

    3) 성공을 위한 전략

5. 맺는 말

 

1. 들어가는 말

지난 1997 년은 한국 뇌연구의 주요한 계기가 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연초부터 국회에서 '뇌연구 촉진법' 의 제정이 추진되었고, 정부에서는 '뇌연구 육성을 위한 사전조사 기획 연구' 를 바탕으로 9 월 30 일 '뇌연구 개발 사업 기본 계획-Braintech 21' 을 발표하였다 (참고문헌 1, 2). 이에 따라 전국의 69 명 박사급 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과학기술원에 뇌과학 연구센터가 구성되었고, 국립의료원에는 뇌의약학 연구센터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세계 선두기술만이 산업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는 현실에서, 뇌연구는 국가 산업경쟁력 향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목표 지향적 연구이다. 뇌연구에서 추구하는 기술은 21세기 사회산업의 핵심 부분을 이룰 것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으나, 외국에서도 아직 태동기에 있으며 국내 여건이 유리한 측면에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따른다면 단시일내 세계 선두그룹에 진입할 수 있다. 자연현상을 탐구하는 과학과 인류의 복지를 위하는 공학 및 의학이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된 학제적 연구로 다양한 신산업 창출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 뇌연구의 목표를 정립하고, 세계 선두그룹 진입을 위한 한국의 추진 방향을 검토하기로 한다.

2. 뇌연구의 목표

뇌연구는 뇌기능의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기능 brain-like functions을 갖는 지능 시스템의 구현과 뇌질환의 극복을 목표로 한다. 인간기능 시스템은 지금까지 인간이 해 오던 비서, 교환원, 가정부, 운전사, 가정교사 등 많은 업무에서 인간을 대신하게 되어, 인간을 보다 창의적이고 고부가가치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미래 고임금 고령화 사회의 핵심 기반기술이다. 또한, 치매 등 뇌질환은 '가정을 망치는 병' 으로 잘 알려지고 있는데, 예방과 치료를 통한 이의 효율적인 극복은 국민복지의 향상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루 24 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인간기능 시스템의 시중을 받고 동료로 하여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며, 정신질환으로부터 자유롭게 사는 인류! 이것이 21 세기 인류사회의 미래상이자 뇌연구가 지향하는 목표이다. (참고문헌 1, 2)

1) 인간기능 시스템의 구현

인간 스스로를 닮은 기계를 만들고자 하는 희망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꿈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자기가 만든 조각에 영혼을 불어 넣어 주기를 신에게 간곡히 기원하여 이를 달성한 피그말리온 (pygmalion) 이라는 조각가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의 단군 신화는 이를 '사람의 지능을 원한 곰' 의 이야기로 간접 표현한 것이 아닐까?

이러한 인간기능 시스템 창조의 욕구는, 이제 단순한 본능의 범위를 넘어 필요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산업혁명은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계에 의한 것으로, 보다 빠르게 보다 많은 제품을 생산하여 인류사회를 발전 시켰따. 그 다음, 인간의 계산 및 기억 능력을 극복하기 위하여 컴퓨터 혁명이 있었다. 오늘날 인류사회에서 정확한 계산을 순식간에 하고 한 번 기억된 방대한 자료를 잊지 않는 컴퓨터가 없다면, 모든 금융거래, 전화통신, 교통, 과학기술 연구가 마비되는 등 컴퓨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컴퓨터는 지능이 낮아 사람이 지시하는 일만 수행하며, 이러한 명령은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명령어, 즉 FOTRAN, C등 ' 컴퓨터언어' 를 통해서만 가능하였다. 컴퓨터에 일을 시키기 위해서는 사용자인 인간이 먼저 컴퓨터 수준의 저지능 언어를 배우고 프로그램을 작성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1980 년대 초 이러한 컴퓨터 사용의 어려움이 '제 1 차 소프트웨어 위기' 를 맞게 하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제 5 세대 컴퓨터' 연구사업을 수행하였다.

10 년 동안 계속된 연구의 결과로 LISP등 지능형 컴퓨터 언어가 등장하여 컴퓨터 프로그램 작성 및 사용이 매우 쉬워졌으나,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 었다. 1990 년대 초에 이르러, 진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작성이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작성되어야 하는 내용 즉 알고리즘이고, 많은 실세계 문제에서는 알고리즘 자체가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제 2 차 소프트웨어 위기' 에 봉착하게 되었다. 즉, 기존의 컴퓨터가 고속 정밀 계산이나 대용량 자료의 저장에는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 넘는 큰 성공을 거두고 있으나. 음성 인식 및 합성, 문자 및영상 인식, 복잡한 시스템의 적응 제어, 여러 변수의 최적화 및 기획 등 일상 생활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인간 능력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위해서는,하고자 하는 일을 수식과 기호로 표현하는 '수학적 모델' 또는 알고리즘이 필요하나, 이것 자체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조차 없다. 인간은 수하적 모델이 없어도, 부모, 동료, 주위 환경 등으로부터 스스로 배우는 적용 학습을 통하여 이러한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두뇌작용을 모방하여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연구가 절실히 요구되어 시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데, 이러한 연구를 '신경회로망 (Neural Network)', '뇌공학 (Brain Engineering)', '뇌정보 처리 (Brain Information Processing)' 라 한다.

이들 연구의 목표는, 인간 교우의 기능 중 비교적 단순한 기능을 기계에 부여하여, 인간은 보다 창조적이고 고부가가치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하자는데 있다. 이 인간기능 기계와 인간의 인터페이스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인터페이스와 유사한 자연어로, 기계 사용을 위한 별도의 노력이나 훈련이 불필요할 것이다. 예로, 인공 시스템이 비서, 전화교환 · 안내원, 운전사, 가정부, 간호사, 가정교사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21 세기 초에는 가능할 것이다. 영화 '별들의 전쟁 (Star wars)' 에 나오는 R2D2와 C3PO 로봇과 '터미네이터 (Terminator)' 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이를 '컴퓨터', '지능형 로봇' 또는 '지능형 기계' 라 부르던, '인간기능 시스템' 이라 부르던,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고임금 노령화로 접어드는 현대사회의 필요 불가결한 구성 요소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인간기능 시스템의 핵심은 생물학적 두뇌작용을 모방하는 신경회로망이다. 인간은 주위환경과 상호작용하여 성장하는데, 판단이나 행동을 명확한 법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언어를 예로 들더라도, 문법만으로 언어가 되지는 않으며, 많이 듣고 말함으로서 언어를 배우게 된다. 인간의 두뇌는 예를 보여 주면 그 속의 법칙을 스스로 찾아내는 학습기능을 갖고 있다. 또한, 실세계 응용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수히 많으며, 이 각각의 경우에 대해 법칙을 마련할 수도 없다. 따라서, 알고 있는 경우로부터 미지의 경우를 유추하는 일반화 기능, 즉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총기' 가 필요하며, 이것은 생물학적 두뇌작용의 기본 특성의 하나이다.

지능의 구현을 위해서는 방대한 기억 소자와 고속 계산이 요구된다. 인간의 두뇌는 약 200억 개의 신경세포 (neuron) 가 5,000 개 정도씩 상호연결되어 약 100 조 개의 신경 연결고리인 시냅스 (synapse) 가 있으며, 초당 100번 정도의 곱셈을 병렬로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수퍼 컴퓨터의 약 100 만배, 초고속 병렬 컴퓨터의약 1 만 배의 계산 능력에 해당하여, 기존 컴퓨터의 저장 및 계산 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신경회로망의 대단위 병렬성을 살리는 새로운 구조의 하드웨어가 연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신경회로망 연구가 생물학 적 뇌정보 처리의 이해에 기반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생물학적 뇌정보 처리에 대한 연구는 신경세포 단위의 미시적 신호처리를 연구하는 신경생물학과, 대규모 신경세포의 총체적 인지, 학습, 기억 기능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으로 구성된다. 물론 두뇌작용의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측면이 서로 다른 쪽으로 접근하여 통합되는 것이 필요하나, 현재의 발달 추세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까지는 뇌정보 처리 메커니즘의 5 % 정도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믿어지나, 이 자그마한 이해도 실세계 인간기능 시스템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핵심기술로 등장하고 있다.

2) 뇌질환의 극복

뇌질환 극복이라는 목표는 너무나 명료하여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이다. 대표적인 뇌질환의 하나인 치매를 앓는 친척이 집안에 있으면, 치매 환자를 위해 슬퍼함과 동시에, 그를 돌보는 가족을 위해 안쓰러움을 느낀다. 이것이 '가정 파괴병' 치매의 무서움이다. 정신질환 없이 모든 사람들이 천수를 누리며 건강히 살다가 죽는 사회가 바로 '; 뇌질환 극복'의 목표이다.

1990 년경 미국내 뇌질환자의 수는 약 5,000 만 명에 달하고, 이들을 위한 치료 및 재활 비용은 3,000 억 달러를 넘었다. 그러나 이 비용은 직접 비용으로, 환자 본인이 평소 생산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고려는 물론, 치료하는 친척의 인건비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은, 치매 환자의 인간적 존엄성이 위협받는 것이다.

뇌질환의 예방, 치료 및 재활을 위해서는 우선 병의 근원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경세포와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 반응, 특히 이온과 신호 전달 물질의 특성을 이해하여, 뇌신경 활동에서 정상인과 뇌질환 환자의 차이를 파악하고, 그 차이를 해소하는 방법이 주요 단서가 된다. 예를 들면, 치매 환자에게서는 특수한 신호 전달 물질이 결핍되는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므로, 뇌질환자만이 아니라 정상인의 뇌신경세포 기능의 이해는, 주로 소수의 신경세포를 대상으로 신경생물학, 전기생리학과 많은 신경세포의 총체적 특징을 다루는 인지과학에서 모두 다뤄진다. 따라서 넓은 의미의 신경과학 중 신경생물학, 신경생리학, 인지과학과 의학 및 약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3. 외국의 연구 동향

선진 각국은 뇌연구를 대규모 국가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1990 년대를 '뇌의 10 년 (Decade of Brain)' 으로 선언하였고, 일본은 1997 년부터 20 년간 대형 학제적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미국은 0989 년 7 월 25 일 상 · 하 양원의 합동의결을 거쳐, 부시 대통령이 1990 년부터 '뇌의 10 년' (Public Law 101_58) 을 선포하였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 연방조정위원회는 <인간 잠재력을 위한 뇌연구 10 년 (Maximizing Human Potential : Decade of the Brain)>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고, 국립보건원 ( NIH) 과 국립과학재단 (NSF) 주도로 활발한 연구가 지원되고 있다. 국립과학재단의 <뇌의 10년과 과학재단의 역할 (NSF in the Decade of the Brain)>이라는 보고서의 4 대 프로그램으로 지적되었듯이, 1990 년대 초기에는 신경과학, 행동의 생물학적 기초, 인지과학 (언어 및 사회적 행동 포함) , 인류학 프로그램 등 순수 기초 학문이 뇌연구의 주류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연구 방향은 연구기반 확충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였으나, 공학 및 의약학적 응용과 연결이 결핍되었다. 그러나, 1997 년에 이르러 과학재단에서 '학습 및 지능 시스템 (Learning and Intelligence System)' 이라는 학제적 응용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등 1990 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신경회로망 등 공학적 응용기술이 강조되는 추세다.

일본은 보다 야심적으로 추진하여, 1997 년부터 20 년간 '뇌의 이해', '뇌의 보호', '뇌의 창조' 에 대한 장기적 연구 계획을 수립하고, 이화학연구소 (RIKEN) 안에 '뇌과학 총합 연구센터 (Brain Science Institute)' 를 설립하여 주도하게 하고 있다. 1997 년의 예산이 약 200억 엔, 2002 년 이후에는 매년 1000 억 엔의 예산이 계획되고 있다. 이 뇌과학 총합 연구센터는 1997 년 예산이 73 억 엔으로 전체 뇌연구 예산이 36% 정도를 점유하는데, 뇌이해 연구부, 뇌보호 연구부, 뇌창조 연구부의 3 개 연구부와 기술개발 지원센터를 갖고 있다. 이들 연구부는 각각 4 개 정도의 연구팀을 갖출 예정인다, 뇌이해 연구부는 신경 기능, 신경 회로망 메커니즘, 고차인지기능, (대화) 통신기능 연구팀을, 뇌보호 연구부는 발생 및 분화, 신경질환 및 유전자, 노화제어, 회복제어 연구팀을, 그리고 뇌창조 연구부는 뇌기능 소자, 뇌기능 (시스템) 구조, 뇌기능 정보 시스템, 뇌기능 시스템의 응용 연구팀으로 구성된다. 즉, 일본의 뇌연구는 신경과학만이 아닌, 인지과학, 신경회로망 및 응용 부분이 전체의 반을 형성한다.

또 다른 주요 연구 프로그램으로, '제 5 세대 컴퓨터 (Fifth Generation Computer)' 후속으로 1992년부터 시작한   '신정보 처리기술 (Real World computing)' 과제를 들 수 있다. 이 과제는 뇌기능의 인지과학적 이해와 신경회로망 이론, 응용 및 구현, 대규모 병렬 컴퓨터로 구성되어 있다.

유럽에서도 각국의 연구 개발 사업은 물론 유럽공동체의 주요 연구 개발 사업에 신경화학과 신경회로망 응용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유럽 산업을 위한 신경회로망의 응용 (ANNIE)' 은 대표적 유럽공동체 (ESPRIT) 과제의 하나이다. 벨기에, 핀란드,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소국에서도 활발히 연구가 진행된다.

국명

연구소

소속기관

연구분야

비고

일본

뇌연구 총합 연구센터

(Brain Research Institute)

이화학연구소

(RIKEN)

이해, 응용,

치료

20년간

신정보 처리기술 중앙연구소

(RWC Research Center)

Real World Computing

Partnership

이해, 응용

1992년부터

10년간

인간정보처리 연구실

(Human Information Processing Research Lab.)

ART

이해, 응용

NTT, KDD,

NHK 등 지원

미국

CRLT (Collaborative Reseachs on Learning Technology)

미정

(1997년 중 3~5개 예정)

이해, 응용

과학재단

 (NSF) 지원

Institute of Brain and Neural Systems

Brown University

이해, 응용

 

Center for Neuromorphic

System Engineering

Caltech

이해, 응용

과학재단

(NSF) 지원ERC

Behavioral Neuroscience Laboratory / Brain & Cognitive Science Program

MIT

이해, 응용

 

Institute for Research in Cognitive Science

University of

Pennsylvania

이해, 응용

 

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

University  of

California, SanDiego

이해, 응용

(응용)

NIH등

Institute of Cognitive Science

Univ. of Colorado

at Boulder

이해, 응용

 

유럽

MANTRA : Interdisciplinary Center of Competences in Neuro-Mimetic Systems

EPFL (Ecole Polytech.

Federal de Lausanne)

이해, 응용

스위스

Adaptive Systems Research Group

GMD (National Research

Center for Information Tech)

이해, 응용

독일

Center for Neural Networks

King's College

London

이해, 응용

영국

MRCRE search Center in Brain and Behavior

Oxford University

이해, 응용

영국

Sansom Group

Oxford University

이해, 치료

영국

SANS (Studies of Artificial Neural Systems)

Royal Institute

of Technology

이해, 응용

스웨덴

IRIDIA

Univ. Libre de

Bruxelles

이해, 응용

벨기에

이스라엘

Interdisciplinary Center for Neural Computation

Hebrew

University

이해, 응용

 

Adams Super Center for Brain Studies

Tel Aviv

University

이해, 치료

(응용)

 

Nella and Leon Benoziyo Center for Neuroscience

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이해, 치료

 

표 1 에서와 같이 뇌연구를 위해 전세계 적으로는 많은 연구팀이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인간기능 시스템의 구현' 을 목표로 하는 공학적 응용과 '뇌질환의 극복' 을 목표로 하는 의약 개발이라는 2 개 목표 중 하나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를 동시에 추구하는 연구팀은 일본에 신설된 뇌과학 총합 연구센터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2 개 연구 목표가 모두 신경생물학, 인지과학 등 뇌기능의 이해를 기초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목표의 차이로 인하여 서로 상승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공학적 응용에서 요구되는 뇌기능의 이해는 주로 총체적 신경계의 신호 처리 메커니즘을 수학적으로 모델화하는 것임에 반해, 뇌질환 치료에서는 소규모 신경세포에서 각종 신경 전달 물질의 화학적 반응이 주로 연구된다.

4. 한국의 추진 방향

한국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연구 인력과 연구비 규모에 모두 부족하다. 따라서, 보다 목표 지향적인 연구 계획이 필요한다.

그림 1  한국 뇌연구 주요 분야 및 상호 연관성

그림 2  뇌연구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매트릭스 체제

그림 1 은 한국의 뇌연구 주요 연구 분야 및 상호 연관성을 보인 것으로, 뇌연구의 5 개 연구 목표 중 아직 연구 방향이 불투명하고 비교적 장기간을 요하는 생물학적 모방과 인공생명의 창조를 일단 제외하고, 뇌기능의 이해. 응용 및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 효율을 위한 목표 지향성을 위해 '인간기능 시스템' 구현을 위한 공학적 응용 및 '뇌질환의 극복' 을 위한 의학적 예방 및 치료의 2 대 연구 목표를 제시하고, 각각 관련되는 기초 이해 분야를 포함하게 하고 있다. 즉, 신경생물학과 인지과학으로 대별되는 뇌기능의 이해 분야가 보다 공학적 응용 및 의학적 치료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연구의 일관성은 물론 상호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는 연구 체제이다. 과학기술처의 'Braintech' 21 ' 기본 계획에서는, 그림 2 에서와 같이 뇌기능 이해의 관련 분야와 공학적 응용이' 뇌과학 연구' 라는 과제를 형성하고, 역시 뇌기능 이해의 관련 분야와 뇌질환 치료가 '뇌의약학 연구' 라는 과제를 형성한다. 혼돈을 줄 수 있는 과제명이나, 연구의 목표 및 내용은 명확하다.

1) 인간기능 시스템을 위한 뇌과학 연구

 '뇌과학 연구' 는 음성, 시각, 생각, 학습 등 인간의 고유 기능 중 일부를 지능형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함으로서, 인간은 보다 창조적인 고부가가치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함은 물론, 기계와 인간의 보다 효율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한 기계 사용의 용이함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로, 음성으로 대화하며 스스로 배우는 컴퓨터 비서, 전화교환 · 안내원, 컴퓨터 가정교사 및 보모, 컴퓨터 자동 운전 시스템 등이 궁극적인 대상이 된다.

이를 위해 뇌정보 처리 메커니즘의 이해. 모방 및 응용의 3개 방향을 설정하고, 다음과 같은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2) 뇌질환 극복을 위한 뇌의약학 연구

뇌의약학 연구는 뇌기능의 이해에 기초한 신경정신 질환의 예방 및 치료 기술 개발을 통해, 국민 건강의 향상과 복지 증진으로 국내 고령화 사회의 주요 문제점을 해결함은 물론, 의학 · 약학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경계의 기능 이해, 뇌질환 병인의 규명 및 뇌질환 치료의 3 가지 방향을 설정하고, 다음과 같은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3) 성공을 위한 전략

국내 뇌연구 기반은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다. 인력, 연구비, 구조기반 등 모든 면에서 열세이지만, 성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표 2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의 장점도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단시일내 세계선두그룹 진입이 가능하다. 다만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타당성 있는 연구기획과 연구자들의 헌신적 노력, 그리고 정부의 각별한 지원이 요구된다.

표 2. 뇌연구에서 한국의 강점 및 취약점

분야

강점

취약점

인간 기능의

구현

  • 세계 최상급 수준의 반도체 소자 제조공정 기술을 확보 (대규모 신경회로망 칩에 절대 유리)
  • 전자산업 등 다양한 응용을 위한 산업체 및 기술 보유
  • 연구의 세계적 태동기에 참여하여, 외국과의 격차가 적고, 세계적 인맥 형성됨
  • 최근 인지과학과 신경회로망을 외국에서 전공한 젊은 연구인력이 많이 귀국
  • 학제적 연구에 대한 경험 부족
  • 인지과학 등 기초과학과 응용을 위한 공학 연구자의 상호 이해 부재
  • 복잡한 시스템의 설계 기술이 취약 (DRAM은 잘하나, CPU는 못함)
  • 뇌정보 처리의 생물학적 이해 등 핵심 기반 기술이 취약

뇌질환

극복

  • 동물 및 인체시료를 확보하는데 이용하고, 임상시험 등에 대한 사회적 제약요소가 적으며, 지역적 진료의뢰체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질환자의 다수 관찰이 가능함.
  • 최근 핵심기술(단일이론채널 측정법, 뇌영상 측정법 등) 을 외국에서 익힌 전문연구인력이 일부 보강됨
  • 우리나라 뇌질환의 역학적 특성을 살려 연구하면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음
  • 일본과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상대적 우위성을 갖고 있기에 도약 가능성이 있음
  •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연구의 연계가 부적하여 상호교류발전에 장애요인임.
  • 연구인력의 절대적 부족과 임상의의 과도한 진료부담으로 연구를 위한 인력 확보가 어려움
  • 국내의 의료전달체계상 정보소통 및 수집체계가 미비하여 산발적 연구이외의 대규모 임상연구 시행이 어려움
  • 기반이 되는 핵심기초기술이 취약함
  • 단기적 연구비 지원, 연구인력의 후진성으로 협동연구체제 등 기초연구기반이 극히 취약함

옛사람은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천시, 지리 및 인화를 들었다. 천시란 '하늘이 정해 준 때' , 즉 시기의 적절성을 의미한다. 뇌연구는 학문의 발달 주기로 보아 아직 태동기에 있으나, 미국과 일본에서 최근에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여 조속히 성장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 태동기에서 성장기로 접어드는 시점이 바로 최적 시점이며, 그 때가 온 것이다. 성장기로 접어든 후는 이미 모든 핵심 기술이 특허화되어 큰 연구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리는 연구 분야의 적합성을 의미하는데, 표 2에서 나타난 우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한 예로, 그림 3 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이미 공정 기술에서는 세계적 선두에 올라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복잡한 회로의 설계 기술에서는 선진국에 크게 뒤져 수백만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한 중앙연산장치 (CPU) 부문에서는 미국 인텔 (Intel) 의 아성에 도전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뇌정보 처리 구현이 핵심이 되는 신경회로망 칩은 메모리보다는 조금 복잡하지만 중앙연산장치보다는 매우 단순한 수백 개 정도의 트랜지스터로 신경세포의 기본 단위를 구성하고, 이를 대단위로 반복 배열하는 구조로, 공정기술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설계 기술의 단점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즉, 지리의 이점도 갖고 있다.

마지막 요건인 인화는 다양한 연구 분야를 가진 연구자들이 일치 단결하여 공동의 목표를 위해 매진하는 것인데, 무척 어려운 조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의 연구자들이 평생 좁은 연구 분야만을 집중 연구하는데 비해, 한국의 연구자들은 폭넓은 연구를 많이 수행해 왔고, 뇌연구와 같은 학제적 연구에서는 이것이 장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다양한 학문 분야를 통찰하여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를 이해하려는 연구 자세가 필요하며, 연구 분야의 세분화가 심한 미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이 이런 연구자가 많이 있다. 즉, 뇌연구 분야는 천시, 지리 및 인화의 모든 조건을 갖추어, 성공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5. 맺는 말

뇌연구는 인류의 복지를 위하는 과학기술인의 마지막 남은 도전 영역이다. 'Brain ! The final frontier !' 세계적으로도 태동기에 있으며, 대규모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되는 단계로서, 국내외 격차가 비교적 적다. 분야에 따라서는, 적절한 지원만 유지된다면, 2000 년 초에 세계 선두팀이 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 뇌연구는 미래사회와 산업을 새롭게 구현하는 것으로,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큰, 산업혁명과 컴퓨터 혁명에 이은 제 3 의 혁명에 해당한다. 여기서 국내 과학기술이 세계 선두그룸이 된다는 것은 21 세기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다양한 학문이 융화되어야 하는 학제적 연구로서, 특별한 기획과 각별한 노력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인지과학은 인간기능 시스템을 위한 신경회로망 등 공학적 접근의 이론적 배경이 되고, 신경생물학은 뇌질환 극복을 위한 의학적 접근의 기초를 형성하는 등 상호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게 목표 지향적으로 팀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학과 의학적 접근은 상호 관련성이 희박하여 별도 진행이 유리하다.

뇌연구 개발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은 21 세기 초 한국의 산업경쟁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한 신산업의 창출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믿는다.

본 기고는 내용 중 '4. 한국의 뇌연구 추진 방향' 은 참고문헌 1 에 근거한 것으로, 필자를 위시하여 전국의 30 명 관련 교수들이 수개월간의 토의를 거쳐 도출한 것임을 밝힌다.

<참고문헌>

 1. 이수영 외, <뇌연구 육성을 위한 사전조사 기획 연구>, 과학기술처 지원 연구과제 보고서, 1997. 9.

 2. 과학기술처, <뇌연구 개발 사업 기본 계획 : Braintech '21>, 1977.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