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News : 2011 년 7 월

 

[KAIST 비전]뇌의 비밀을 파헤치는 4가지 방법 ... 뇌에 전극 꽂고, 칩 위에 신경세포 얹고 :  동아일보, 장하진,·김남욱 학생기자, 2011/07/27 :  인간의 모든 행동을 지배하고 있는 최고 중추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신비한 우리의 뇌 (Brain). ‘생물학의 마지막 프론티어’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복잡해서 과학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뇌의 활동을 설명했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접근방법을 종합하여 융합학문으로서의 뇌과학 이 각광받고 있다. 다양한 접근방법들이 모두 복잡하고 정교한 뇌의 한 측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종합해야 뇌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의 최전선에서 생명 최고의 신비를 파헤치느라 여념이 없는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를 찾았다. 바이오 및 뇌공학과 에서는 생물 의학을 기초로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나노 기술 등이 적용된 복합 학문을 수학하고 그에 기반한 연구들을 진행 중이다.

● 뇌의 기본 원리를 해부한다. 인지행동신경학 -정용 교수

뇌 기능이 복잡하다지만 작동에 필요한 기본 원리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용 교수의 인지행동신경학 연구실에서는 뇌의 네트워크를 구현하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사람의 뇌에서 얻을 수 있는 뇌파와 영상데이터는 물론, 실험 동물로부터 얻은 해부학적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엔지니어링보다는 과학적 원리를 탐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핵심 원리를 기반으로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접근 방법도 개발할 수 있지요.” 정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살아있는 동물의 뇌 신호를 분석하는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신경신호를 잡아내기 위해 쥐의 뇌에 한두 개에서 많게는 10개 이상의 전극을 꽂는다. 전극으로 직접 포착한 신호는 발생 타이밍과 지속시간을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지만 일부의 신경신호만을 탐지하기 때문에 공간적인 신호전달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이 바로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신호의 흐름을 영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이 영상은 비유적 의미의 영상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실제 뇌 세포의 모습이다. 즉 실험 대상인 쥐의 두개골을 절개하여 뇌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을 내는 것. 이 창문으로 신경세포의 성장과 움직임, 혈류의 흐름 등 현미경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다. “뇌를 공부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공부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 교수는 뇌 연구가 방법론이 굉장히 다양해서 마치 자아를 탐구하는 철학적인 연구와 비슷하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의 연구처럼 분자나 세포수준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고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세포간 네트워크를 탐구하기도 하며 전기신호의 공학적 특성, 인공지능 모델링, 심리학 등 과학과는 별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분야까지도 동원되고는 한다. 그래서 ‘인간은 무엇인가?’ 와 같은 철학 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이 과학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 생명 연구의 강력한 무기, 생체광기술학 - 정기훈 교수

‘Photon’이란 광자, 즉 빛의 입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Bio Photonics’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빛과 생물학을 연결한 연구분야다. 즉 레이저나 분광 같은, 연구방법론으로서 빛을 사용하는 분야는 광기술학(Photonics) 에 의생명과학 을 결합한 학문이 생체광기술학 이다. 정기훈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미소 시료로도 효과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광학 기술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수행중이다. 정 교수의 연구실의 연구과제는 간단히 말해서 내시경이다. 그러나 이 내시경은 특별하다. 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생명체의 감각기관을 모사하여 만들어 낸 고성능 내시경이다. 일반적으로 내시경에는 렌즈나 거울 같은 광학소자들이 많이 들어가는데 정밀연구에 사용하려면 이러한 광학소자들을 성능저하 없이 소형화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광학소자의 한계상 축소에 한계가 있다는 것. 실제로 광학현미경은 서로 근접해있는 두 점이나 선을 분별할 수 있는 분해능이 전자현미경에 비해 1000배 이상 떨어지기 때문에 미세한 구조를 관찰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정 교수는 광학현미경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반딧불의 겹눈을 공학적으로 모사하고 있다. 반딧불이의 겹눈은 여러 개의 작은 눈이 각각 다른 각도의 빛을 받아들여서 여러 방향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대상을 여러 각도로 동시에 볼 수 있어서 광학소자의 분해능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교수는 나노기술을 활용하여 광소자와 광센서를 개발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금속의 나노 입자 표면에는 금속 내 자유전자가 집단적으로 진동하는 유사 입자인 플라스몬이 국부적으로 존재한다. 이 입자들은 가시광선-근적외선 대역의 빛을 흡수하여 각각의 입자들이 선명한 색을 띤다. 금속 입자의 크기에 따라 플라스몬이 흡수하는 파장 영역이 달라져서 색깔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디스플레이 도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딧불이의 광 감각기관을 나노 바이오 기술로 모사해서 만드는 한편, 나노 금속 입자의 플라스모닉스에 초점을 두어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연구가 훗날 획기적인 이미징 도구를 탄생시킴으로써 생명공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체 광기술학이 바이오 공학의 핵심분야로 자리잡는 것이 정 교수의 희망이다.

● 휴보에게는 뇌를, 인간에게는 안전한 약을! 뉴런온어칩 -남윤기 교수

“뉴런온어칩? 칩 위에 신경세포를?” 남윤기 교수의 연구과제인 뉴런온어칩을 처음 접했을 때 대다수의 반응은 ‘의아함’일 것이다. 인공판막, 인공관절, 의족 등 생명체에 이상이 생겼을 때 보조역할로 기계를 사용하는 경우는 현실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기계에 생물의 신경세포를 이식하는 것은 ‘사이보그’와 같이 SF소설의 소재로 사용될 만한, 현실에서는 생소한 상황이다. 기계와 신경세포라는 이질적인 조합을 이해해보고자 남 교수에게 직접 연구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았다. 연구의 핵심 목적은 체외에서 신경세포를 연구하는 것이다. 뇌 는 생명체에서 중추역할을 하기 때문에 뇌에 직접적인 변인을 가해 연구를 하기에는 생명체에 큰 위험을 줄 뿐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비판의 여지가 있었다. 그래서 인간의 뇌에 대한 정보는 죽은 사람의 뇌나 뇌파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는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남 교수의 연구가 성공한다면 실험실 환경에서 대뇌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여 연구용 ‘인공 뇌’를 구현할 수 있다. 연구대상에 위험을 가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뇌를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현재 연구중인 뉴런온어칩은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크기 전극센서가 60개 있는 칩 위에 쥐의 신경세포를 놓고 인큐베이터로 체내와 같은 환경에서 21일에서 한 달여간 키운 것이다. 이 때 신경세포는 증식하고 성장하면서 실제 뇌에서와 유사하게 서로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렇게 만든 뉴런온어칩에 전극센서를 이용하여 신경세포가 외부조건에 반응하는 방법과 네트워크의 발전에 따라 신호전달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연구를 하는 연구실은 세계적으로 100여개가 존재하는데 이 연구실의 독특한 점은 신경세포 네트워크를 직접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신경세포는 회로 위에 발라주는 바이오 물질을 따라 자라는데, 이를 이용하여 설계도를 그리듯 바이오 물질을 칩 위에 발라서 원하는 회로를 얻을 수 있다. 남 교수는 고차원적인 신경세포 연결을 구현하여 뇌의 네트워크를 모사하는 것이 연구의 최종 목표라고 한다. 이런 연구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선 신약개발에서 뇌에 대한 약의 부작용을 검사할 수 있는 간편하고 값싼 테스트베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신약의 부작용 검사는 실험용 동물을 통한 임상실험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칩이 이를 대체한다면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안전하다. 신경세포 (Neuron) 의 네트워크를 고도로 발달시키면 뇌를 그대로 모방한 인공지능 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인공 뇌를 통해 인간과 더 가까워질 휴보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 자연으로부터 배운다, 시스템생물학과 바이오영감공학 -조광현 교수

20세기까지의 생물학은 환원론 (Reduction)이 지배했다. 생물을 작은 단위로 쪼개어 연구하면 생명의 모든 비밀을 알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분자도 모자라 원자 차원에서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지금, 생물은 단순한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조광현 교수는 시스템생물학과 바이오영감공학은 이러한 반성에서 출발한 학문이라고 한다. 시스템생물학은 한 가지 형태로 발현되는 생물학적 현상이 여러 인자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최근 조 교수가 관심을 두는 연구는 다양한 원인을 고려하여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하는 것. 현재 여러 병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정신분열증에 대한 뇌파를 연구하여 뇌신경 네트워크를 모델화하고 있다. 또한 신경정보학(Neuro-Informatics) 연구사업단에서는 도파민성 뇌질환을 모델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학적 모델을 확립하면 다양한 조건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기 때문에 특정 환자의 개인 검사자료를 모형에 대입하여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생명현상이 매우 복잡한 만큼 수학적 모델도 복잡하여 많은 연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스템생물학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발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바이오영감공학은 현재 생명체를 수많은 환경변화에서 살아남은, 진화적으로 최적화된 시스템이라고 보는 데서 출발한다. 정밀한 분석을 통해 생명체를 살펴보면 기존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의 공학적인 설계원리들이 존재하고 이것에 영감을 얻어서 공학시스템에 맞게끔 응용하는 학문이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체의 복구 시스템이다. 생명체는 햇볕에 의한 피부세포의 DNA파괴와 같은 외부손상을 자동적으로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로부터 영감을 얻어 스스로 고장을 복구하는 전자회로를 개발하여 현재 간단한 수준에서는 성공했다고 한다. 이 기술을 발전시키면 사람의 손이 닿기 힘든 우주나 극지 연구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 근원과 인류의 진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조 교수의 연구가 생명의 근원에 대한 이해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데 발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