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해석

 

학습심리학 : Winfred F. Hill 저, 이영애 역, 을유문화사, 1998 (원서 : Learning : A Survey of Psychological Interpretations, 5th ed, HarperCollins, 1990), page 316 ~ 337.

 

 기억에 대한 연결주의자의 접근

     망각의 원인인 간섭

     어떤 간섭이 더 중요한가?

인지적 기억 접근

     세 기억 저장소

     약호화 과정

     도식 기억

 

이 책의 지금까지 다룬 이론들 대부분이 기억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런 침묵이 이상해 보인다. 학습한 내용의 기억이 학습에서 중요하며, 그 내용을 잊을 경우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습 심리학자들은 기억과 망각 모두를 당연하게 생각하므로 (거스리나 에스테스처럼) 이들을 자세히 검토하기보다 일반적인 용어로 설명하고자 한다.

기억에 대한 연결주의자의 접근

학습 심리학자들은 기억이란 주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이를 전적으로 버려 두지는 않았다. 특히, 연결주의자들은 언어 학습과 기억에 상당한 관심을 가져왔다. 사람들이 모든 종류의 사상들, 예컨대, 사건, 얼굴, 장면, 기술, 느낌을 기억하기는 하지만 (잊기도 하지만), 단어를 포함한 언어 재료의 기억은 뛰어나며, 이는 학생이나 교사인 경우에 특히 그러하다. 더욱이, 단어와 세 철자 모두가 자극과 반응으로 쉽게 분석될 수 있는 간단한 단위이므로, 언어 재료의 기억에 중점을 둔 기억 연구를 최근까지도 연결주의자들이 주도한 것이 별로 놀랍지 않다 (또한 형태주의 학자들도 연구하였다). 헐과 그 동료들은, 예컨대, 계열 기억 과정을 정교하게 연역적으로 분석하였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가장 많이 가졌던 학자들은 앞에서 언급된 학자들 중에 있지 않고, 연결주의자에 편중되어 있지만 큰 이론의 구축에는 별 관심이 없는 다른 학자들 중에 있었다. 이들은 언어 학습과 기억의 구체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더 적은 - 때로는 축소형 이론이라고 불리는 - 이론을 만들었다. 이 접근은 고전적 기억 실험 (자신을 피험자로 사용하여) 을 통하여, 이 주제에 관한 실험 연구 (Ebbinghaus, 1964) 를 시작한 에빙하우스에 의해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이 전통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인 예가 노스웨스턴 대학의 언더우드 (Benton J. Underwood, 1915 출생) 이다.

망각의 원인인 간섭

언더우드는 확실히 연결주의자로 분류되며, 대부분의 그의 분석은 언어 반응과 그 반응들을 유발시키는 언어 자극들에 바탕을 둔다. 그의 여러 실험들은 이론 해석에는 별로 관심이 없이, 단순히 독립 변수와 종속 변수의 관계를 밝히는데 관심을 가진다. 이런 점에서 그는 스키너를 닮았다. 그러나 그가 이론을 설명할 때 그의 해ㅐ석이 비교적 형식적인데, 즉 헐식의 공준과 정리 형태로 형식화하지는 않지만, 실험으로 분명히 검증될 수 있을 정도로 해석들을 구체화시킨다. 그는 강화라는 말을 쓰지만 그 성질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별 관심이 없다. 그의 연구의 특징은 적절한 연구 방법을 강조하는 조심스러운 단계적 접근이다.

언더우드가 언어 학습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많은 관심 중의 하나는 망각의 이유이다. 어떤 것이 일단 기억되면, 그것은 왜 영구히 기억되지 못할까? 이에 관한 여러 설명 중 비교적 가장 영향력 있는 설명은 간섭이다. 즉 어떤 항목의 파지가 어떤 식으로인가 그와 비슷하게 학습한 다른 모든 항목들에 의해 간섭받는다. 앞서 단지 거스리만이 이런 해석을 한다고 언급했으나, 실제로 이 책에서 논의된 몇몇 학자들은 전적으로 그렇지는 않지만 망각이 근본적으로 이런 간섭 때문에 생긴다는 데 동의한다.

언더우드는 망각에서 간섭의 중요성에 동의하지만, 간섭의 두 근원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에 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나중에 학습한 어떤 것의 간섭 때문에 앞서 배운 어떤 것을 망각한다면, 이 효과는 역행 간섭 (retroactive interference) 이다. 두번째 학습한 내용이 어떤 의미에서 이보다 먼저 기억에 있었던 내용을 대체한다면, 처음 내용은 인출하기 어려워진다. 전통적으로, 역행 간섭이 간섭의 주된 형태로 간주되어 왔다 (또다시, 거스리의 망각에 대한 설명을 상기하자). 그러나 어떤 재료의 간섭은 이전에 학습했던 다른 재료에서 올 수도 있다. 이 효과는 순행 간섭 (proactive interference) 이다.

이 두 형태의 간섭이 <표 1> 에 나와 있다. 이 표에 있는 한 목록 (핵심 목록이라고 불림) 의 파지를 집단별로 다른 목록을 학습하는 상이한 경험과 비교하여 순행 간섭과 역행 간섭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 2 단계의 핵심 목록 학습과 검사 단계인 4 단계 간의 파지 간격이 세 집단 모두 똑같으므로, 검사에서 나타난 수행의 차이가 시간 지연에 따른 어떤 차이로 볼 수 없음을 주목하라.

<표 1>  역행 간섭과 순행 간섭

집단

1 단계

2 단계

3 단계

4 단계

A

무학습

핵심 목록 학습

다른 목록 학습

핵심 목록 검사

B

다른 목록 학습

핵심 목록 학습

무학습

핵심 목록 검사

C

무학습

핵심 목록 학습

무학습

핵심 목록 검사

4 단계에서 핵심 목록에 대한 파지 검사 점수의 비교
C - A = 역행 간섭의 양
C - B = 순행 간섭의 양
B - A = 순행 간섭보다 역행 간섭이 더 큰 정도 (만일 부적이면, 순행 간섭이 더 크다)

대충 보기에는, 순행 간섭이 역행 간섭에 비하여 망각에 대한 그럴듯한 원인이 되지 못하는 듯하다. 일단 새 재료가 학습되면, 옛 재료는 잊어버리거나, 적어도 배경으로 물러나는데, 새로운 재료의 파지에 어떻게 간섭을 줄까? 언더우드는 두번째 재료가 학습될 때 첫번째 재료에 발생하는 일은 소거에 비유될 만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거된 반응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흔히 자발적 회복이 일어난다. 처음 학습된 재료가 단지 일시적으로 소거된 채로 남아 있다가 자발적 회복을 통해 되살아나서 두번째 학습한 재료를 간섭한다고 생각하면 안될까? 이런 과정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시간의 경과가 순행 간섭의 효과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기억해야 할 재료를 회복시켜 역행 간섭의 효과를 줄인다. 언더우드 (1948) 는 이런 예상이 실제로 타당함을 발견하였다. 간섭 재료들의 양과 난이도를 일정하게 하면, 학습 후 다섯 시간의 파지 간격이 순행 간섭보다 역행 간섭을 크게 하지만, 2 일이 지나면 실제로 이들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어떤 간섭이 더 중요한가?

언더우드의 이 실험은 순행 간섭이 역행 간섭만큼 망각을 그럴듯하게 설명함을 입증한다. 그러나 이 실험은 역행 또는 순행 간섭 과정 각각이 일상의 망각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관해서 설명적 근거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이 두 과정의 상대적 중요성에 관한 언더우드의 생각은 다른 증거에서 나왔다. 그는 대학생들이 단어나 세 철자 목록을 암기한 후 하루가 지나서 그들이 기억하는 양은 그들이 이전에 얼마나 많은 목록을 암기했는지에 많이 좌우됨을 알았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잘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데, 원래 학습의 속도를 검토해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유경험자와 무경험자 모두에게 목록을 완전히 암기하게 한 후 이를 중단시켰을 때 무경험자들이 더 잘 기억하였다 (Underwood 1957). 이런 차이는 앞서 많은 목록들을 학습한 유경험자 집단이 마지막 목록의 파지와 함께 순행 간섭을 형성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별로 놀랄 일이 못 된다. 만일 순행 간섭을 일으키는 사전 목록들이 많다면, 그 효과는 대단히 클 수 있다. 한 실험 (Keppel, Postman, & Zavortink, 1968) 의 피험자들은 이틀 간격으로 여러 짝짓기 목록을 학습하고 다음 목록을 학습하기 바로 전에 학습한 목록들의 파지 검사를 받았다. 평균적으로 그들은 첫 목록 항목들의 70 퍼센트를, 그리고 서른여섯번째 목록 항목들은 그 5 퍼센트만을 기억하였다. 이 실험에서 목록의 난이도는 같았고 학습 후 똑같은 시간 간격이 지난 후에 검사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하였다. 분명히, 순행 간섭의 차이가 망각량에 놀라운 차이를 초래하였다.

이전에 학습했던 사상의 순행 간섭이 일상 망각의 주요 원인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데, 순행 간섭만을 변화시킨 실험들이 역행 간섭의 효과나 망각의 다른 원인들에 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며칠 또는 몇 주에 걸친 망각에 관심을 가진다면, 역행적으로 (여러 날 또는 주에 걸친 파지 간격 동안에 학습했던 것들) 보다는 순행적으로 (그런 학습 재료를 학습하기 이전에 여러 해에 걸친) 간섭할 수 있는 재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따라서 순행 간섭이 망각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힐 수 있다.

이러한 증거를 가진 주장은 망각의 이해에 주요한 기여를 하지만, 언더우드는 망각의 원인을 그 상태로 남겨두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새 자료를 수집하였으나, 그가 찾은 자료 모두가 그의 망각 이론과 잘 들어맞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언더우드의 망각 이론이 비교적 단순하고 자료와 밀접하므로, 헐이 추구하였던 자기 수정적 특징을 지닌 이론이었지만 항상 성공적이지는 못하였다. 간단한 학습 원리를 좀더 복잡한 학습 형태에 적용하고 자료와 맞지 않은 예언을 끊임없이 점검하면서, 언더우드는 망각의 해석뿐만 아니라, 세심한 소규모 이론의 구축을 인상적으로 보여 주었다.

인지적 기억 접근

이제까지 보아 온 기억 접근이 학습 이론의 주요 학파 중 그 어느 것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지 않지만, 연결주의적 성향이 다분히 많았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 학습되고, 그 반응들이 서로 경쟁하고 또 소거와 자발적 회복을 경험한다. 그러나 다른 접근이 점차 더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 접근은 반응에 초점을 두지 않고, 반응을 가능하게 만드는 정보에 초점을 둔다. 이 접근이 이 책의 다른 인지 이론과 상당히 다르지만, 연결주의자 접근보다는 여전히 인지적이다. 이 접근은 기억의 연구 방법과 기억이 설명되는 방식 모두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기억을 연결주의자 입장에서 보면, 기억되거나 망각되는 것은 반응이며, 그 이유는 유사한 자극에 대한 반응간의 경쟁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1960 년대와 1970 년대에 걸쳐 오랫동안 인기가 있었는데, 분석 단위는 정보 항목들로, 기억은 그 항목들의 저장과 인출로 간주하였다. 연결주의자 입장에서 보면, 기억에 관한 적당한 유추는 전화 교환대 또는 출구를 찾아야 하는 미로이다. 새 입장에서 보면, 적당한 유추는 정보가 저장된 도서관이다. 이런 정보 항목들이 인지 단위들이지만, 반응으로 측정될 수 있다. 만일 이 접근이 톨만의 인지도만큼 인지적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적어도 블레스의 S - S* 그리고 R - S* 기대의 범주에 속한다.

세 기억 저장소

이 접근 중 가장 잘 알려진 모형은 아트킨슨 (R.C. Atkinson, 1929 출생) 과 쉬프린 (R.M. Shiffrin, 1942 출생) 이 제안한 것인데, 이들 모두 그 당시 스탠포드 대학에 있었다 (Atkinson & Shiffrin 1968, 1971 ; Shiffrin & Atkinson, 1969). 이 모형은 기억을 세 개의 저장소, 즉 정보가 일정한 시간 동안 저장될 수 있는 장소로 간주하였다. 여기서 장소라는 개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정보가 감각 기관으로 받아들여져서 나중에 행동이 영향을 받게 된다면, 그 정보는 어떤 형태로인가 저장되었음에 틀림없다. 그 정보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어떻게 인출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실제보다 더 오래 저장되지 못하는지에 따라 세 개의 저장 형식을 가지는 듯하다. 이러한 차이가 서로 다른 세 장소에 저장소가 있음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도록 하지만, 반드시 그런 식으로 볼 필요는 없다. 세 저장소는 매개 변수들이고, 이들의 수용 여부는 이들을 기억 법칙을 예언하기 위한 기초로 사용할 것인지에 달렸고, 이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또는 이들이 도대체 어떤 구체적인 위치에 있는지를 알고 있는 것과는 무관하다.

세 저장소 중 첫번째에 해당하는 것이 감각 등록기이다.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정보는 어떤 의미에서 그 이름이 뜻하는 대로 감각 등록기에 처음 등록된다. 실제로 감각 등록기를 단수로 말하는 것이 잘못되었는데, 어떤 의미에서 감각의 수만큼 많은 감각 등록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는 시각에 의하든, 청각 또는 다른 어떤 방식에 의하든, 즉시 감각 등록기로 들어간다. 감각 정보는 거기서 1 초 미만 (시각의 경우) 또는 약간 더 오래 (청각과 다른 감각의 경우) 머물러 있다가 사라져 버린다. 더욱이, 감각 정보는 수용된 형태 그대로 저장되는데, 눈의 망막에서 생긴 상이나 내이의 소리를 복사한 것과 같다.

정보가 원래의 형태대로 이처럼 짧게 저장된다는 사실은 상·중·하 세줄로 배열된 12 개의 낱자를 이십 분의 1 초 동안 보여준 후, 단서로 상단, 중단, 또는 하단에 있는 낱자들을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입증될 수 있다. 사람들은 평균 네 낱자 중에 세 낱자를 맞추었는데, 이것은 제시물이 없어질 때까지 그들이 어떤 줄을 보고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지만, 거기 있는 낱자들을 '읽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그 배열의 어떤 상이 지속되었다고 가정할 수 있다 (Sperling, 1960). (만일 그들에게 12 개 낱자 모두를 읽어 보라고 요청했어도, 그들은 여전히 넷 또는 다섯 낱자를 맞추었을 텐데, 이것은 그 상이 매우 짧은 기간 지속됨을 시사한다). 이처럼 감각 등록기는 텔레비전 그림과 다소 비슷하여, 많은 정보를 단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갖고 있다.

감각 등록기가 정보를 매우 짧은 기간 갖고 있다는 사실은 학습 연구자에게 매우 흥미롭다. 두번째 저장소는 정보를 비교적 오래 저장하고 있지만, 반드시 원래의 형태로 저장하고 있지는 않다. 이것은 단기 기억 저장소로서 단기 기억 또는 작업 기억 (working memory) 으로 알려져 있다. 단기 기억 저장소의 정보 중 가장 흔한 예는 전화 번호를 찾아서 다이얼을 누르기까지 그 번호를 기억하기이다. 전화 번호는 영구적이라는 의미에서 오래 기억되지 않으며, 사실상, 그것은 수 초 후에 잊혀진다. 그러나 감각 등록기와 대조적으로, 전화 번호는 비교적 복잡하게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오랜 기간 저장된다. 다이얼 누르기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면, 암산을 하면서 개인이 저장하는 정보를 생각해 보자. 예컨대, 당신이 어떤 숫자를 다른 숫자와 곱하기까지는 충분히 그 숫자를 기억하고 있겠지만, 그 답을 얻자마자 그 숫자를 잊기 시작한다. 이 예는 단기 기억 저장소가 작업 기억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잘 보여 준다.

단기 기억 저장소나 작업 기억에는 단지 제한된 항목들만이 잠시 저장될 수 있다. 항목들이 늘어날 때마다 이미 저장된 어떤 항목들이 배제되어야 한다. 이것은 항목들이 단기 기억에서 계속 주의를 받는 한 거의 무한정 그곳에  저장될 수 있음을 뜻한다. 어떤 이유로 전화 번호를 찾은 다음에 그것을 써 놓지 않고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가는 동안에도 전화 번호를 여전히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전화기가 있는 데로 가기까지 다른 새 정보를 기억해야 하거나 계산을 해야 한다면 작업 기억을 다른 용도로 쓰게 되어 그 한정된 공간이 소모되어 걸려는 전화 번호를 잊어버리고 만다. 옛 재료와 새 재료간의 이러한 간섭은 역행 간섭과 상당히 비슷하지만, 그 해석은 다소 다르다. 간섭은 같은 자극에 대한 두 반응 중 어느 한 반응이 오랜 기간에 파지되어 생기는 것이 아니고, 두 반응 중 어느 하나가 작용 기억에 저장되어야 하는데 이 둘을 위해 충분한 처리 공간이 없을 때 생긴다.

 단기 기억 저장소의 용량은 대략 일곱 항목이다. 이 용량은 개인이 기억하고 있는 항목들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같은데, 그 항목들이 단위로 기능하는 데 충분히 낯익은 경우에 그러하다. 따라서 c-a-t 라는 문자열은 잘 아는 단어이므로 한 단위가 되고, 이러한 항목 일곱 개를 단 한 번에 작업 기억에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문자열이라도 t-c-a 처럼 무의미한 문자열로 바꾸면 작업 기억에 세 단위로 표상된다. 단기 기억 저장소의 용량이 항상 정확하게 일곱 단위는 아니지만, 다섯보다 적거나 아홉보다 많은 경우는 흔치 않다. 이러한 규칙성은 개인이나 항목의 종류와는 무관하게 일관성이 있어서 조지 밀러 (George Miller, 1956) 는 이것을 "마술적 숫자 일곱 더하기 또는 빼기 둘" 이라고 불렀다.

암송이 기억해야 할 항목을 작업 기억에 유지하는 데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항상 필요하지는 않다. 항목들이 암송되지 않는다고 해서 단기 저장소로부터 빠져 나가는 것이 아니고, 그들이 다른 항목들에 의해 대체되기 때문에 빠져 나간다. 짧은 문자열을 읽고 그것들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 보기 위하여 몇 초 후에 검사를 한다고 하자. 중간 몇 초 동안 산수 암산을 한다면, 그 문자들을 잊어버리게 되는데, 산수 암산이 작업 기억을 숫자들로 채우기를 요구함에 따라 문자들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한편, 그 몇 초 동안 희미한 신호를 탐지하려고 열심히 들으려 하면, 그 문자들을 훨씬 더 잘 기억하게 될 것이며, 심지어 그 항목들을 암송할 기회가 없었다고 해도 그러하다. 단기 저장소로부터 문자들을 밀어낼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 문자들은 잘 기억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 저장소는 상당히 다른 점이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앞의 두 절에서 보았던 내용과 매우 가깝다. 앞 절에서는 반응들이 어떻게 암기되며 무엇이 파지를 결정하는지를 물었는데, 이제는 기억해야 할 항목들이 장기 저장소로 어떻게 들어가며 나중에 그 저장소로부터 어떻게 인출되는지를 묻고자 한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장기 저장소는 무한한 용량을 가졌으며 그 안에서 아무것도 손실되지 않는다고 가정된다. 장기 저장소에 있었던 어떤 내용을 잊는 이유는 그것을 더 이상 찾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그 내용은 여전히 거기에 있으므로 올바른 검색 방략을 쓰면 찾을 수 있다.

장기 저장소는 언더우드가 분석한 바와 일치하지만, 그 분석의 성질이 약간 다르다. 장기 저장소를 도서관의 보관 체계로 생각할 수 있는데, 도서관에서는 필요할 때 쓰기 위해 거대한 정보가 장기간 저장되어 있다. 각 항목은 몇 개의 제목으로 보관되어 있으므로 어떤 제목으로든 요구할 때마다 인출될 수 있다. 제목은 주제별로 (예, 마그네틱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 시기에 따라 (예, 1987 ~ 1988 년 겨울에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 장소에 따라 (예, 필라델피아에 있는 주요 공공 건물의 위치), 또는 몇몇 다른 가능성들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항목은 이런 꼬리표를 여러 개 달고 있어서 장기 저장소로부터 비교적 자주 인출되지만, 다른 항목들은 그러한 딱지들을 적게 가지고 있으므로 드물게 인출된다. 그러므로 완전히 망각된 듯싶은 항목들도 정확한 검색 딱지에 맞으면 여전히 인출될 수 있다.

한 항목이 장기 저장소로부터 인출될 때, 그 정보는 단기 저장소로 가서, 다시 단기 저장소의 대체 명칭인 작업 기억 상태로 바뀐다. 다른 항목들과 마찬가지로, 그 항목은 거기에 잠시 머무른 후 다른 항목들로 인해 밀려 난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그 항목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고 장기 저장소로 되돌아가 거기 머문다. 아트킨슨과 쉬프린은 복사판을 유추로 들었다. 즉 장기 저장소에 어떤 항목이 저장되어 있을 경우, 필요할 때 그 복사판이 단기 저장소로 보내져서 새 항목처럼 쓰여진 다음 버려지지만, 원래의 항목은 장기 저장소에 그대로 남아 있다.

장기 저장소와 단기 저장소의 관계는 길게 연속된 단어나 항목들을 듣고 자유 회상 (free recall) 으로 알려진 파지 검사에서 이들은 어떤 순서로 기억해야 할 때 일어나는 현상들로 설명된다. 사람들은 보통 기억해야 할 목록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중간 부분보다 더 잘 기억한다. 앞부분을 잘 기억하는 것을 초두 효과 (primacy effect) 라고 부르고, 뒷부분을 잘 기억하는 것을 신근효과 (recency effect) 라고 부른다. 이런 효과가 왜 생길까? 실험을 다소 바꾸면 그 부분적인 답을 얻을 수 있다. 즉 목록을 제시한 후 항목들을 회상하기 전 수 초간 목록을 암송할 기회를 막기 위해 어떤 다른 과제에 몰두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신근 효과는 사라지지만, 초두 효과는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목록의 끝에 있는 항목들이 즉시 검사에서 더 잘 기억되는 이유는 그들이 단기 저장소에 있기 때문이다. 지연 검사의 경우, 항목들이 단기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므로, 목록의 마지막 부분이라 할지라도 중간부분보다 더 잘 기억되지 못한다.

그러나 초두 효과는 다른 요인에 의해서 생긴다. 목록의 첫 부분에 있는 많은 항목들이 장기 기억으로 분명히 들어가므로, 목록 제시 후 검사 기간까지 손실이 없다. 초두 효과는 처음 항목들이 더 주의를 받거나 목록의 나머지 항목들이 제시되는 동안 암송되기 때문에 생기는 듯하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초두 효과와 신근 효과는 서로 다른 이유로 발생한다. 초두 효과는 장기 저장소에 들어가는 항목 수의 차이를 나타내며, 신근 효과는 실제로 최신성 때문에, 목록의 끝에 있는 항목들이 단기 저장소에 머무르는 기간만큼 지속된다.

장기 저장소로부터 결코 아무것도 상실되지 않는다면, 장기 저장소에 더 오랫동안 저장된 항목들을 인출하기가 더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 그 까닭은 오래된 항목들은 그들과 혼동을 일으킬 항목들을 더 많이 가지고 있고, 틀린 항목들 중에서 맞는 항목들을 찾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은 순행 간섭과 역행 간섭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과정을 보는 시각이 여전히 다르다. 간섭은 소거나 자발적 회복을 보이는 상호 경쟁 반응의 문제가 아니고 뒤져야 할 항목들이 더 많아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도 혼란된 저장소 구조 때문이다. 기억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그 자체가 핵심 문제가 아니고, 기억에 부착된 명칭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검색 장치와의 합치 여부가 문제이다. 이 접근은 항목들이 학습된 후 그들에게 발생한 일은 별로 강조되지 않고 개인이 항목들을 찾는 방법을 더 강조한다. 그러므로 좋은 기억이란 항목들이 장기 기억에 저장될 때 명명되는 방식과 인출시 그들을 검색하는 방식의 관계에 의존한다.

그렇다면 기억해야 할 항목들이 어떻게 하여 장기 저장소에 들어오는가? 말할 것도 없이 암송에 의해서이다. 한 항목이 단기 기억에서 더 많이 암송될수록, 그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옮겨질 가능성은 더 커진다. 그러나, 암송되어 저장되는 것은 항목의 특수한 변형으로, 즉 그 항목이 어떤 방식으로 약호화 (encoded) 된 것이다. 약호화는 한 항목이 나중에 인출될 수 있는 형태로의 저장 여부를 결정하므로, 여러 심리학자들이 아트킨슨과 쉬프린 이론을 넘어서 이 문제를 연구해 왔다.

약호화 과정

약호화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여러 가능성이 있는데, 응용 기억 심리학은 주로 효과적 약호화 방안을 연구한다. 이론 수준에서 최근에 많은 주목을 받아 온 두 접근을 살펴보기로 하자.

한 접근은 크레이크와 로크하르트 (F.I.M. Craik & R.S. Lockhart, 1972) 가 제안하였다. 이 접근은 무엇이 얼마나 잘 기억되는가는 그것이 얼마나 깊이 있게 처리되었는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다음 예가 처리의 깊이 (depth of processing) 를 가장 잘 보여 준다. 사람들이 단어 목록을 받고 각 단어에 관해 1) 그 단어가 대문자로 씌어졌는지 소문자로 씌어졌는지, 2) 그 단어가 예컨대 right 와 각운이 지는지, 또는 3) 그 단어가 가정에서 흔히 발견될 수 있는 어떤 물건인지 중에서 어느 한 결정을 해야 한다. 단어들을 기억하라는 지시는 없었지만, 목록이 제시되면 사람들은 사실상 그것을 기억하도록 요구받은 셈이다. 기억은 1) 에서 가장 저조하였고, 2) 에서 다소 좋았고, 3) 에서 가장 좋았다. 크레이크와 로크하르트는 이러한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1) 번 질문은 단지 단어의 형태만을 다루고 다른 처리는 거의 요구하지 않았으며, 2) 번 질문은 그 발음들을 다루면서 그 이상을 요구했으며, 그리고 3) 번 질문은 가장 깊이 있는 처리인 의미를 다루도록 요구했다. 즉 처리가 깊을수록, 단어들의 기억은 더 좋았다.

확실히 이 세 질문들은 상이한 처리를 요구하는데, 그들이 다른 깊이의 처리를 요구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더 깊은 처리가 흔히 더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이것이 항목을 자동적으로 기억하도록 이득을 주는 처리라고 말하는 것은 주된 답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깊은 처리는 단어 기억의 가장 중요한 면을 포함한다. 인쇄된 문자는 단어의 피상적인 면이며, 그 단어의 내용과는 무관하다. 단어가 어떤 소리로 끝나는가는 그 단어의 다소 두드러진 특징이긴 하나 의미처럼 현저하게 두드러지고 근본 특징은 되지 못한다. 의미를 포함하는 처리가 가장 깊은 처리이며 기억되어야 할 단어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처리이다. 이 처리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큼 그 항목을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한다.

상이한 처리 깊이가 상이한 파지 기간을 가져온다고 강조함은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을 구분하는 모형의 대안이다. 항목들이 두 개의 저장소를 가지는 대신에, 어떤 항목들은 얕게 처리되면서 빨리 망각되며, 어떤 항목들은 더 깊게 처리되면서 더 오래 파지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아이디어들을 결합해서, 한 항목이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의 이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처리 깊이 아이디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어떤 경우이든, 처리 깊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떤 항목들은 오래 기억되고 어떤 항목들은 그렇지 못한가 이유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페이비오 (Allen Paivio 1971) 는 약호화에 관한 다른 접근을 제안하였다. 그는 정보가 언어와 심상의 두 형태로 저장된다고 본다. 정보의 언어 표상은 개개의 단어이든, 문자이든, 또는 관련된 여러 복잡한 진술이든, 모두 단어로 되어 있다. 심적표상은 심상으로 되어 있는데, 어떤 형태를 (예, 소리의 음조나 방금 갈아낸 커피향) 취하든, 근본적으로는 시각 상, 또는 심적 그림이다. 어떤 정보 항목들은 언어로, 어떤 다른 항목들은 심상으로, 또 어떤 것들은 두 형태 모두로 저장된다.

한 항목이 기억에서 표상되는 형태를 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항목은 가능한 어떠한 형태로이든 저장된다. 단어로 쉽게 표현될 수 있는 것은 기억에서 언어로 표상되고, 그림으로 부호화될 수 있는 것은 심상으로 표상된다. 그러므로, 많은 항목들은 두 방식으로 표상된다. 쉽게 말로 기술될 수 있는 그림, 그리고 쉽게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는 어떤 것을 지칭하는 단어와 진술들은 언어와 심상의 이중 표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어느 한 방식으로 표상하기가 더 쉬운 항목들은 언어 표상이나 심상 표상 중 어느 한 가지로 저장될 가능성이 크다. 말로 형용하기 힘든 복잡한 디자인의 그림은 기억에서 심상만으로 표상될 것이고, 진리와 같은 단어는 그림으로 나타내기 어렵기 때문에 언어만으로 표상될 것이다.페이비오는 사람들이 모든 종류의 사물에 단어를 붙이는 경험을 많이 하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극은 언어로 저장되지만, 다소 추상적인 소수의 자극은 심상으로 저장될 수 없다고 가정한다. 대부분의 항목들은 언어와 심상의 두 형태 또는 언어 형태만으로 저장된다.

페이비오 이론의 핵심 가정은 한 항목이 기억에서 한 방식으로만 표상될 때보다는 두 방식으로 표상될 때 그 항목을 인출하기가 더 쉽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한 항목이 두 형태로 저장되면 그 항목을 찾는 방법이 두 배만큼 많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집 그리고 개와 같이 쉽게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는 구체 단어들은 진리 그리고 영원과 같은 추상 단어에 비하여 더 잘 기억될 것이다. 이 예언은 확증되었다.

심리학자들이 변수를 분석할 때 간단히 유무보다는 정도의 문제를 다루는 경향이 있으므로, 페이비오는 한 항목이 한 가지 또는 두 가지로 쉽게 부호화될 수 있다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는 얼마나 쉽게 부호화되느냐를 계속 묻는다. 그는 사람들에게 여러 단어들을 주고 각각에 대하여 심상을 만들게 한 후 그렇게 했으면 곧 신호를 하도록 하였다. 그는 이 자료를 각 단어의 심상 점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하였는데, 심상이 빨리 만들어 질수록 그 점수가 더 높았다. 그의 이론이 맞다면, 높은 심상 점수의 단어가 낮은 심상 점수의 단어들보다 더 쉽게 기억될 것이다. 이 예언은 여러 기억 실험들에서 확증되었다.

단어 대신 그림을 주고 기억하라고 하면, 그림은 심지어 구체 단어들보다도 심상으로 표상되기가 더 쉽다. 동시에, 사람들이 물건들을 단어로 명명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림들 역시 보통 수준 이상으로 언어로 잘 표상됨에 틀림없다. 그림 기억은 이처럼 단어 기억보다 특별히 더 좋아야 한다. 이 예언 역시 여러 기억 실험에서 확증되었다.

페이비오의 이론은 사물을 기억하기 위한 어떤 기법 (그런 기법을 기억술 - mnemonic devices 이라고 함) 이 잘 작용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항목들을 짝짓기할 때 쓸모 있는 한 기억술은 두 항목을 상호 작용하는 심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모자가 기차와 어울리도록 기억하기 위해 기차가 모자를 기관차의 꼭대기에 앉히고 철로를 따라 달리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만일 그 심상이 우스꽝스러워 보이면, 더더욱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와 비슷한 기억술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애용된) 에 따르면, 여러 항목들을 기억해야 할 경우, 개인이 잘 알고 있는 건물을 상상하고 각각의 항목을 그 건물의 어떤 특정한 장소와 연결짓는 심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 다음, 심적으로 그 건물을 두루 '걸어다니면서', 거실 의자로부터 한 항목, 부엌 싱크대로부터 다른 한 항목 등등을 인출한다. 독자는 이 두 방법 모두가 구체적이며 심상가가 큰 항목들에 대하여 주로 쓸모 있는 것임을 알 것이다. 이런 항목들이 주어지면, 이 두 기억술 모두가 제한된 시간내에 개인이 기억할 수 있는 항목수를 증가시킨다 (Bower, 1972).

도식 기억

저장소와 약호화로 기억을 다룬 이런 다양한 접근이 1960 년대와 1970 년대의 기억 연구를 지배하였다. 최근에는 더 인지적인 접근이 우세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새 접근이 아니고, 형태 심리학자들과 초기 영국의 심리학자 바틀릿 (Frederic. C. Bartlett, 1932) 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또한 이 접근은 피아제의 연구와도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 접근은 기억을 파지되어야 할 반응도 아니고 저장되어야 할 항목도 아닌 이해의 패턴으로 취급한다. 새로운 학습 재료가 제시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그들의 기억과 신념 구조에 통합시킨다. 이 과정에서 원래의 재료를 기존의 구조에 더 잘 맞추기 위해 왜곡시키게 된다. 여기서 재료가 왜곡되는 것이 아니라 제시된 재료와 기존의 인지 구조 모두에 의존하는 새로운 구성물이 기억된다고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새로운 재료를 회상해야 할 때 이 새로운 구성물을 떠올리는 데, 이것은 원래의 재료이지만 원래의 형태와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피아제는 이 인지적 접근에서 도식 (schema) 이라는 개념을 비중 있게 다룬다. 여기서 사용되는 도식은 기본 패턴 또는 원형인데 그 위에 구체적 경험의 변화를 표상할 수 있다. 사람들이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일을 기억하려고 할 때, 도식을 먼저 상기하고 그 다음에 세부 사항들을 떠올린다. 만일 어떤 세부 사항들이 도식과 맞지 않으면, 사람들이 사건을 실제로 발생한 대로가 아니고 도식이 제시하는 방식으로 일어났어야 하는 것처럼 틀리게 기억하고 있을 수 있다. 따로 기억할 수 없는 세부 사항들도 도식과 일치하기만 하면, 기억과 도식에서 나온 추론의 혼합에 의해 정확히 생각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세부 사항들은 분리되어 기억되지 않고 기존 도식으로 통합될 수 있다. 도식과 일치하지 않는 항목이라도, 그것이 틀리게 기억되든 또는 낯선 (그리고 이 때문에 기억이 잘 되는) 변칙으로 정확하게 기억되든, 여전히 도식과 연결되어 있다.

기억에 대한 이런 형태주의적 여러 사회 현상을 쉽게 이해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이 입장은 사회 심리학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들은 기억뿐만 아니라 주변 세상에 대한 지각과 이해에 영향을 주는 몇몇 도식들에 주목했다. 예컨대, 사람들은 '지적인' 또는 '운동 선수 형의' 또는 '관대한' 이라는 구체적인 제목으로 묶게 하는 도식이 있다. 일단 어떤 사람이 이 특성 중 어느 하나를 보인다고 판단했으면, 이 결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사람으로부터 어떤 행동을 기대하고 다른 행동은 기대하지 않도록 하며, 어떤 행동들을 다른 것보다 더 잘 기억하도록 한다. 또 다른 예는 이야기의 이해이다. 사람들은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며, 어떤 사건이 또 어떤 사건을 선도하며, 등장 인물들이 정상적으로 동기화되기를 기대한다. 이야기 도식에 맞는 항목들은,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고 말하는, 즉 도식에 맞지 않는 항목들보다 더 잘 기억된다. 더욱이 이야기의 일부가 결코 아니지만 이야기와 조화되는 세부 항목들을 '기억해내서' 원래 제시된 이야기의 틈을 메꾸곤 한다 (예, Mandler, 1978 ; Spiro, 1976). 이 과정은 한편으로는 '진정한 기억' 과 다른 한편으로는 도식의 간섭의 구분을 줄여 준다. 세상은 세상에 질서를 주고 세상을 더 효과적으로 기억하게 하고 다루기 쉽게 만드는 도식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이런 도식도 때로는 부정확한 기억과 그릇된 결론을 초래할 수 있다.

그 동안 상당히 주목을 받아 온 도식 중의 하나가 스크립트 (script) 이다 (Schark & Abelson 1977). 이것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의 전형적 순서이다. 사람들은 야구 경기, 칵테일 파티, 또는 저녁 시간의 극장에서 보통 일어나는 일에 관해 도식을 가지고 있다. 이 도식 각각은 사건들의 순서가 의미가 통하도록 만드는 스크립트를 형성한다. 따라서 "타자가 스리 볼, 투 스트라이크 후 홈런을 쳤다" 라는 이야기를 읽는다면, 타자에게 적어도 여섯 번의 투구가 있었음을 안다. 만일 나중에 그 이야기를 가능한 한 완전히 회상하려고 할 때, "그 타자는 여섯번째 투구에서 홈런을 쳤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친숙한 상황의 스크립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정보로부터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정교하게 만든다. 그 상황에 익숙지 않은 (스크립트가 결여된) 사람들은 그 이야기의 아주 작은 변형이라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기억해 내지 못한다.

바로 마지막으로 지적된 내용의 예가 다음과 같은 단락을 읽고 기억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여기서 쓰여진 말들이 친숙하고 문체가 문법적이라 해도, 전반적으로 이 단락은 의미가 통하지 않는 듯하고, 기억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단락 내에서 특정 부분들이 분명하고 일관된 의미를 줄 수 있는 스크립트를 요구하는데, 독자는 어떤 스크립트를 적용해야 할 지를 알 수 없다. 만일 이 단락이 세탁에 관한 내용임을 미리 알았다면, 단락의 여러 부분에서 생략된 의미가 분명해졌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단락의 해석에 필요한 스크립트가 없을 때보다도 여러 부분의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쉬웠을 뿐만 아니라 그 단락을 더 쉽게 회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목표가 단락의 요점만을 기억하는 것이라면, 스크립트의 확보가 분명히 유리하다. 그 대신에, 목표가 내용을 문자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라면, 스크립트가 여전히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스크립트가 없으면, 도움을 받을 틀이 없기 때문에 요점을 기억하기가 어렵다. 스크립트가 있으면 어떤 내용이 단락에서 정말로 언급된 것인지 또는 단순히 추리한 것인지를 기억해내기 어렵다. 스크립트와 그것을 채울 몇몇 세부 내용이 제시되면 추론이 너무 분명해져서 이 추론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항목과 잘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 실험에서 밝혀졌다 (예, Bransford, Barclay, & Franks 1972).

고전적 형태 이론이 지각과 사고를 거의 같은 과정으로 취급하였듯이, 형태주의적 기억 접근이 기억과 추론을 같게 취급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거의 얼기설기 얽힌 것으로 취급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사람들이 정말 어떤 항목을 기억하는가 또는 그것이 거기에 있었다고 추론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가?" 를 묻는다. 그러나 스크립트로 내용을 분석하는 사람들은 이 둘이 서로 구분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어떤 사건에 관한 사람들의 인지는 여러 방식 중 어느 한 방식으로 형성될 수도 있지만, 일단 형성된 인지는 그것의 형성 방식과 무관하게 행동에 같은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 어떤 인지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은 초점 없는 말이다.

말을 마치며. 이 책이 다룬 여러 주제들 중에서, 기억은 인지 이론 구성에서 일고 있는 최근의 상승 추세를 가장 잘 보여 준 한 예일 것이다. 이 장의 2 절에서 주로 논의된 이 접근 (전체적으로 다루지는 못했지만) 은 첫 절부터 기억을 이 지배적 접근으로 대치하였다. 즉 기억을 반응의 촉진과 억제로 보는 입장보다 정보의 저장 및 인출 체계로 보는 입장이 더 인기를 끌었다. 기억의 '도서관' 모형 (도서관 목록에 그 항목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이 '전화 교환대' 모형 (들어오는 신호가 정확한 기제를 활성화할 수 있게끔 전선들이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가?) 을 상당하게 대체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톨만이 박수 갈채를 보냈을 만한 변화이다.

더욱이, 인지 이론 내에서조차, 도식 개념이 점차 많이 사용되고 있다. 기억은 도서관에 있는 항목들의 집합보다는 어떤 주제에 관한 총제적 입장으로 더 잘 취급된다. 정보는 이미 있는 도식으로 통합되고 어떤 경우에는 도식을 수정한다. 항목 정보는 그것이 속해 있는 전 패턴으로부터 분리되어 분석될 수 없는데, 이것은 분명히 기억에 관한 형태론적 견해이다. 따라서 기억 분야에서는, 다른 여러 분야에서처럼 인지 이론이 상당한 지위를 획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