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각

 

학습과 행동 : Paul Chance 저, 박소현.김문수 공역, 시그마프레스, 1998 (원서 : Learning and Behavior, 3rd ed), page 315 ~ 347.

 

배경

망각의 정의

망각의 측정

우리는 왜 망각하는가?

     ■ 학습의 정도

     ■ 사전 학습

     ■ 후속 학습

     ■ 맥락

망각과 생존

기억하기의 학습

     ■ 과학습하라

     ■ 기억술을 사용하라

     ■ 기억술 체계를 써 보라

     ■ 맥락 단서를 사용하라

     ■ 연습을 분산시켜라

     ■ 촉구자극을 사용하라

망각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한 마디

요약

복습 문제

읽을 거리

물음에 대한 답

 

 

배경

기억의 역사는 비유의 역사이다. 고대에는, 밀랍 서책에 찍힌 자국처럼 경험이 마음에 찍히고, 어떤 경험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서책을 들여다 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빈 석판에 경험이 글씨를 쓰고, 이 글씨가 지워지지 않는 한 이를 읽을 수가 있다고 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빈 석판 대신에 마음의 파일 캐비닛에 저장된 메모와 즉석사진이 등장했다. 그래서, 경험이 철해지고 필요할 때 적당한 파일을 찾음으로써 인출된다. 20 세기에는 기억이 다시 밀랍에 기록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이때의 밀랍은 Alexander Graham Bell 의 레코딩 실린더이다. 실린더 상에서 바늘을 제자리에 놓기만 하면 기억이 재생된다. 레코드 대신 자기 테이프가 등장하자 기억은 자기적인 것이 되었고, 지워지거나 그 위에 다시 녹음을 하지 않는 한 오래동안 지속되었다. 고속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기억에 대한 현재의 비유가 나타났다. 오늘날 경험이 바이트 단위로 측정되고 기억 은행에 저장된다고 말하는 것이 우연일까?

기억에 대한 비유는 변화했을지라도 기억의 개념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기억을 과거 경험에 대한 "내적 기록 혹은 표상" (많은 교과서들 중 하나가 표현하듯이) 으로 보고 있다. 플라톤도 기억에 대한 이런 생각을 아무 문제없이 알아볼 것이다. 이는 플라톤 자신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기억이 경험의 진정한 복사본이라고 믿는 심리학자들은 거의 없다. 이미 지난 시대에도 기억은 경험의 정밀한 복제품이 아니라 "흐릿한 복사판" 으로 지칭되었다. 우리가 무엇을 틀린다는 것 (파란 모자를 초록색으로 기억하고, 1836 년을 1863 년으로 기억하는 것 등등) 은 기억이 과거의 정밀한 복사본이라는 것에 대한 강력한 반증이 된다. 그러나 많은 심리학자들이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경험이 우리 안에 어떤 형태로 표상된다고 믿고 있다.

B. F. Skinner 의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공헌은 위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제공한 것일 것이다. Skinner 는 경험이 저장되어 나중에 필요할 때 인출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유기체가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변화시킨다 (주석 : 행동상의 변화는 물론 조직상의 어떤 생리적인 변화에 의해 매개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석판, 파일 캐비닛, 혹은 컴퓨터 칩과 비유를 든다고 이런 변화가 더 쉽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고 생각했다. 후프 (역주 : 서커스에서 쓰는 곡예용 둥근 테) 를 통과하여 뛰려는 경향이 전혀 없거나 아주 적었던 개가 특정한 경험의 결과로 인해 후프를 통과하여 뛰려는 경향이 많아진다. 이와 같은 경향이 다음 날도 계속된다는 것이 놀랍고 신비한 일이긴 하지만, 애초에 그 행동이 학습된다는 사실 자체가 더욱 놀랍고 신비한 일이다.

이와 같은 기능적인 접근방법은 행동하고 있는 유기체와, 유기체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 환경 내의 사상과 맺는 관계에 초점을 둔다. 이 접근방법에서는 유기체를 밀랍 서책이나 컴퓨터, 혹은 다른 장치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 기억은 비유를 필요로 하지만, 살아있는 유기체는 비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에서 예로든 개의 재주에 대한 내적 기록을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우리는 후프를 통과하여 뛰는 것을 학습한 개가 왜 어느 날 갑자기 그것을 할 수가 없게 되는지, 왜 잘 하던 것을 이전보다 잘 못하게 되는지를 알아볼 것이다. 즉, 우리는 한번 학습된 행동이 왜 때로는 망각되는지 알아볼 것이다. 우리의 관심이 망각에 있으므로 먼저 그 정의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망각의 정의

학습은 유전적 진화의 놀라운 발명품이지만, 완벽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우리가 학습이라고 부르는 행동의 변화는 흔히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상실된다. 우리가 망각이라는 말을 할 때에는 이와 같은 상실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망각 (forgetting) 은 시간이 지남에 따른 학습된 행동의 퇴화라고 정의될 수 있다.

당신이 어린 시절에 자라났던 마을에 몇 년이 지난 후에 돌아간다고 해 보자. 마을이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지만, 많은 표지들이 생소한 것을 보고 당신은 놀란다. 마을 도서관을 방문하고는 사물의 배치가 당신의 기억하는 것과는 다른 것을 발견한다. 참고문헌 서가는 저기 있지 않았나? 이 책상들은 창문 바로 아래 있지 않았었나? 그렇지만 옮겨진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이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도서관에 있는 동안 당신은 옛날에 읽었던 책을 다시 집어들지만, 그 책 속의 주인공과 줄거리가 전혀 처음 본 책처럼 낯설기만 하다. 도서관에서 나오자, 몇 년 전의 동네 친구를 우연히 만난다. 그 친구가 한때는 "단짝" 이었는데, 이젠 그녀의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이런 상상 속의 귀향은 The Twilight Zone (역주 : "전설의 고향" 이나 "X 파일" 같은 류의 미국 TV 시리즈) 에 나오는 이야기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있음직한 일이다. 당신의 행동상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 이런 공백기는 바로 망각의 일상적인 예일 뿐이다.

망각에 관하여 살펴볼 때 명심할 것은 우리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행동의 퇴화이지 경험의 심적 혹은 신경학적 기록의 퇴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한 사람이 무언가를 망각했는지를 물어볼 때에는 그 사람이 과거에 배운 어떤 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자전거 타는 것을 잊었어요?" 라는 말은 "자전거 탈 수 있어요?" 라는 말을 다르게 한 것이다. "대수학이 기억나요?" 라는 말은 "아직도 대수학 문제를 풀 수 있어요?" 를 묻는 다른 방법이다. "치과 예약을 잊었나요?" 라는 말은 "치과에 있어요?" 를 의미한다.

위의 예들은 망각이 어떤 행동이 일어날 확률의 감소를 의미한다는 것을 암시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먹이를 얻기 위해 레버를 누르는 것을 학습한 쥐가, 변별 훈련 결과를 빨간 불이 켜있으면 레버를 누르지 않는 것을 학습할 수가 있다. 우리가 이 쥐를 훈련 상자에서 꺼내어 한 달 뒤에 다시 훈련 상자에 넣었을 때에는, 쥐가 불이 켜져 있을 때나 꺼져 있을 때나 레버를 누를 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쥐는 이전에 학습한 변별을 망각한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망각이 반응의 출현을 의미한다.

물론, 망각은 완전하지 않을 때가 많다. 유기체가 훈련이 끝날 때쯤과 꼭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는 못하지만 학습의 증거가 약간 남아있을 수 있다. 당신이 대수학 과목을 들었을 당시에 풀 수 있었던 것처럼 대수학 문제를 많이 풀지는 못해도, 아직도 풀 수 있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당신이 12 살 때 타던 것처럼 자전거를 잘 타지는 못해도 아직도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망각은 실무율적인 현상이 아니라 정도의 문제이다. 망각의 정도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측정될 수 있다.

망각의 측정

학습과 마찬가지로 망각도 시간에 걸쳐 일어난다. 망각을 측정할 때 우리는 학습된 행동이 수행되지 않는 기간이 지난 후 행동을 관찰한다. 보통 파지기간 (retention interval) 이라고 불리는 이 기간이 지난 뒤, 학습된 행동이 아직도 그대로임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검사를 한다.

자유회상 (free recall) 에서는 단순히 유기체에게 이전에 학습된 행동을 수행할 기회를 준다. 먹이를 얻기 위해 원반을 쪼는 것을 학습한 비둘기의 경우를 고려해 보자. 훈련 뒤 비둘기는 실험실에서 옮겨져 자기가 지내던 장으로 돌아간다. 한 달이 지나는 동안 이 비둘기는 원반을 쪼아서 음식을 얻을 기회가 없었다 (비둘기가 원반을 쪼는 것에 대해서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니고, 원반을 쪼아도 음식을 받지 못하도록 내버려 둔 것도 아님을 주목하라. 이 비둘기는 단지 원반을 쫄 기회를 박탈당했을 뿐이다). 파지기간이 지난 뒤 비둘기를 훈련을 받던 장에 다시 넣는다. 비둘기가 마지막 훈련 회기에서 행동했던 것과 똑같이 행동하면, 망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비둘기의 행동이 마지막 훈련 회기에서의 행동과 많이 다를수록 망각의 양이 큰 것이다 (주석 : 망각이라는 용어를 이렇게 사용할 때에는 원반 쪼기에 대한 기억의 상태에 대해 추측하는 것이 아님을 주목하라. 여기서는 우리가 단지 비둘기의 원반 쪼기 경향에 있어서의 차이에 주목할 뿐이다.).

자유회상 기법은 인간의 망각에 관한 연구에서도 사용되었다. 피험자에게 "Jabberwocky" (역주 : 무의미한 말이라는 뜻) 같은 시를 외도록 학습시킨 후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외워보게 할 수 있다. 혹은 손가락 또는 볼펜으로 찾아가는 미로를 학습시킨 후 시간이 지난 후 미로를 다시 찾아가게 해 본다.

자유회상은 망각의 측정에 대해 생각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지만, 때로는 상당히 둔감한 잣대이기도 하다. 예전에 익힌 프랑스에 단어를 회상하지 못하는 학생이 그 단어에 대해 반드시 모든 것을 망각한 것은 아닐 수 있다. 그 단어가 3 음절이라는 것, 악센트는 중간 음절에 있다는 것, f 자로 시작한다는 것, 그리고 뜻이 "창문" 이라는 것은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학습 경험의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한데, 자유회상 방법으로는 이런 사실을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다.

때로는 학습의 이와 같은 보다 미묘한 자취를 알아내기 위해 자유회상 기법이 변형되어 사용된다. 촉구회상 (prompted recall) 이라고 알려진 이 방법은 힌트, 즉 촉구자극 (또는 단서, prompt) 을 제시하여 행동이 나올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 단어 목록을 공부한 피험자에게는 그 단어들로 된 철자 맞추기 게임을 줄 수 있다. 그러면 이제 피험자들은 이 글자들을 짜 맞추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과제를 실패하면 망각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일련의 촉구자극을 제시하고 반응을 하는데 요구되는 촉구자극의 수로 망각의 정도를 측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피험자에게 이전에 학습한 프랑스어 단어의 첫번째 글자를 줄 수도 있다. 피험자가 맞게 반응하지 못하면 두번째 글자를 제시한다. 그것도 정반응을 촉구하지 못하면 세번째 글자를 제공하는 등 단어가 회상될 때까지 이와 같은 일을 반복한다.

동물의 망각도 촉구회상으로 연구할 수 있다. 침팬지는 자동판매기의 투입구에 토큰을 넣어서 과일을 얻는 것을 학습할 수 있다 (Cowles, 1937). 파지기간이 지난 후, 이를 하지 못할 때에는 침팬지에게 토큰을 하나 줌으로써 그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 만약 침팬지가 이 토큰을 제대로 사용하면 이전의 학습 경험이 어느 정도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망각을 측정하는 또다른 방법은 재인 (recognition) 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피험자가 이전에 학습한 자료를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대개는 피험자에게 원래의 학습 재료와 새로운 재로가 함께 제시된다. 어떤 사람에게 불어 단어 목록을 주고 이전에 학습한 목록에 있었던 것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말하도록 한다. 이러한 망각 검사가 자유회상이나 촉구회상보다 훨씬 더 쉬운 것은 물론이다.

또 다른 종류의 재인 절차가 흔히 동물, 특히 비둘기의 망각을 연구하는 데 사용된다. 이 절차는 지연표본대응 (delayed matching to sample) 이라 불린다 (Blough, 1959). 이 절차의 전형적인 실험 예를 들자면, 비둘기에게 세 개의 원반이 일렬로 주어진다. 가운데 있는 원반은 잠깐 동안 노란색 또는 파란색 불빛으로 조명된다. 그런 후에 양쪽에 있는 두 개의 원반들이 조명되는데, 하나는 파란색으로 조명되고 나머지 하나는 노란색으로 조명된다. 비둘기가 가운데 있는 표본 원반에 대응하는 색깔의 원반을 쪼면 먹이를 받는다. 비둘기가 표본대응을 일단 학습하고 나면 실험자는 표본 원반의 조명이 끝나는 시각과 양쪽에 있는 두 개의 원반이 조명되는 시각 사이에 지연 기간을 둔다. 이 절차에서는 비둘기에게 훈련 자극을 재인하게 하는데, 이에 실패한다면 망각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원래의 훈련 절차를 다시 시행함으로써 망각을 측정할 수도 있다. 이 재학습 방법 (relearning method) 은 과거의 수행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이 적을수록 망각이 덜 일어났다고 가정한다. 원래의 훈련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대개 훈련이 절약되는 셈이므로, 이 기법을 절약법 (savings method) 이라고도 부른다. 망각에 관하여 문서로 남겨진 최초의 실험을 행한 독일 심리학자 Hermann Ebbinghaus (1885/1913) 는 망각을 연구하기 위해 재학습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는 zak, kyl, bof 같은 무의미 철자들로 이루어진 목록을 오류를 범하지 않고 두 번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익혔다. 그런 다음 파지기간 뒤에 이 목록을 재학습하였다. 목록을 두번째로 익힐 때 더 적은 시행을 거친다면 이 절약된 만큼이 망각에 대한 측정치가 되었다. 절약된 시행이 더 많을수록 망각이 덜 일어난 것이었다.

재학습은 동물의 망각을 연구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 쥐가 오류를 범하지 않고 미로를 달리는 것을 학습하는 데 30 번의 시행을 거쳐야 하고 파지기간이 지난 뒤 같은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20 번의 시행을 거쳐야 한다면 10 번의 시행이 절약된 것이다. 만약 또 다른 쥐의 경우 15 번의 시행이 절약된다고 하면 이 두번째 쥐가 첫번째 쥐보다 덜 망각한 것이다.

망각을 측정하는 것으로는 다른 방법들도 있으며, 이들은 주로 위에서 서술한 방법들을 변형한 것들이다. 이 방법들은 모두 연구자들이 망각이라는 문제를 연구하는 수단이다. 이들 연구는 우리가 왜 망각하는가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제공하였다.

우리는 왜 망각하는가?

프레데릭 쇼팽 (Frédéric Chopin) 은 자신이 피아노 연습을 하루하지 않으면 자신만이 알고, 이틀을 하지 않으면 자신과 스승만이 알고, 사흘을 하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이 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쇼팽의 말은 망각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떤 기술을 아주 높은 수준에 이르기까지 숙달한 후에도 그 기술을 팽개쳐 두면 숙달한 것이 퇴화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그런 기술이 퇴화할까?

쇼팽은 아마도 자신의 마지막 "훈련 회기" 이후 흐른 시간이 망각을 설명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 시대에는 이것이 망각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었고, 오늘날에도 심리학 연구실 밖에서는 이것이 유력한 설명으로 남아있다. 이 관점은 학습이 경험의 기록을 저장하는 것이고, 기억하기란 이런 기록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가정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록은 쇠퇴하고 우리는 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파지 간격의 길이와 망각간에는 깊은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Ebbinghaus 는 파지기간이 짧을 때보다 길 때 스스로가 무의미 철자 목록을 재학습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동물을 사용한 보다 세밀하게 설계된 연구에서도 거의 같은 결과가 나왔다. R. M. Gagne (1941) 는 쥐에게 주로 (走路) 를 달려 먹이를 찾는 것을 훈련시켰다. 훈련이 끝난 뒤 Gagne 는 재학습 방법을 사용하여 쥐의 망각을 검사하였다. 어떤 쥐들은 3 일, 다른 쥐들은 각각 7 일, 14 일, 28 일의 기간이 지난 후 재학습을 하였다. 결과는 훈련과 재학습 사이의 시간 간격이 길수록 수행의 퇴화가 더 크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그림 11.1 을 보라).

또 다른 연구에서 Henry Gleitman 과 J. W. Bernheim (1963) 은 쥐들에게 FI 계획에 따라 레버 누르기를 훈련시킨 다음 그 쥐들은 훈련받은 장에서 24 시간 또는 24 일 동안 격리시켰다. 이들 회기에서 얻어진 누가기록에 따르면, 24 일 간격의 경우에는 FI 계획의 특징인 부채꼴 모양의 반응패턴이 덜 나타났다. 24 시간의 시간 간격 후에는 쥐들이 강화 다음에 쉴 가능성이 높았지만, 24 일의 시간 간격 후에는 쥐들이 계속해서 반응하였다. 이와 같이 쥐들이 강화에 이어 쉬지 않는 것은 파지 간격이 길 때 더 많은 망각이 일어났음을 나타낸다.

이런 연구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망각이 증가함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시간의 흐름이 그에 따라 일어나는 망각을 설명하는 지이다. John McGeoch (1932) 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McGeoch 는 시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상이 아니므로 망각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시간은 발생하는 어떤 일이 아니라, 사상들의 발생을 이야기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시간은 지구가 지축을 중심으로 1/24 바퀴 도는 동안이고, 한 주일은 지구가 완전히 한 바퀴 도는 것을 일곱 번 하는 동안이고, 1 년은 지구가 태양을 주위로 한 바퀴를 완전히 공전하는 동안이다. 시간 그 자체는 하나의 사상이 아니고 따라서 다른 사상들의 원인이 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필름에 남겨진 상은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지지만, 그것을 희미하게 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태양광선의 활동이다. 병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데,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와 독성 물질이지 시간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학습이 일어나지만 학습을 일으키는 것은 특정한 종류의 경험이지 시간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망각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어나지만 망각의 원인이 시간은 아니다. McGeoch (1932) 는 "시간 그 자체로는, 그리고 시간이 혼자서 하는 일은 없다" (p.359) 고 썼다.

그러므로 망각을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망각의 발생을 설명하는 사상들을 규명해야만 한다. 이 사상들 중 일부는 규명되어 있는데, 이제 그것들을 살펴보자.

■ 학습의 정도

어떤 것이 학습이 더 잘 되었을수록 망각될 가능성은 더 낮다. Ebbinghaus (1885) 는 이를 오래 전에 증명하였다. 그는 학습 시행의 수와 이튿날 검사했을 때의 망각의 양 사이에 체계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어떤 목록을 8 번 익혔을 때에는 이튿날 회상할 수 있는 것이 아주 적었지만, 64 번 익혔을 때에는 이튿날 회상이 거의 완벽했다.

Ebbinghaus 는 우리가 어떤 것을 숙달한 것처럼 보여도 그 뒤로도 학습이 명백히 계속됨을 보여주었다. William Krueger (1929) 는 이와 같은 과학습 (overlearning) 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는 성인에게 세 개의 단어 목록을 학습하도록 하였는데, 각 목록은 한 음절로 된 명사 12 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는 2 초에 단어를 하나씩 제시하였다. 목록을 한번 익힌 다음에, 피험자가 할 일은 각 단어가 제시되기 전에 그 단어를 말하는 것이었다.

세 개의 목록 각각에 따라 훈련 과정이 달랐다. 한 목록에 대해서는 12 개의 단어 모두를 제대로 말할 때까지 익힌 다음 훈련을 멈추었다. 다른 목록은 이런 수준을 넘어서 한 번의 오류도 없는 시행에 도달할 때까지 목록을 익히는데 걸린 횟수의 절반 만큼의 시행을 추가로 하였다. 세 번째 목록은 피험자들이 오류 없는 시행에 도달할 때까지 목록을 학습하는 데 걸린 시행의 두배만큼의 시행을 거쳤다. 예를 들어 한 피험자가 세 개의 목록 각각에 있는 12 개의 단어를 모두 맞추는 데 1/4 번의 시행이 걸렸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이 피험자는 세 개의 목록 중 하나는 그만 익혀야 되고 (과학습이 없음), 다른 하나는 7 번의 시행을 더 해야 하고 (50 % 의 과학습), 세번째 목록은 14 번의 시행을 더 해야 한다 (100 % 과학습). 이와 같은 초기 학습 후에 Krueger 는 피험자들에게 목록을 재학습하게 하였다. 일부 피험자들은 하루만 지난 뒤 재학습을 하였고, 다른 피험자들은 각각 2 일, 4 일, 7 일, 14 일 혹은 28 일이 지난 뒤 재학습을 하였다.

결과는 피험자들이 과학습한 목록의 단어들을 더 많이 회상한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나아가서 과학습의 양이 클수록 더 적게 망각하였다. 그리고 100 % 의 과학습이 50 % 의 과학습보다 이득이 더 많았지만, 그 차이가 과학습이 없을 때와 50 % 의 과학습간의 차이만큼 크지는 않았다. 이는 과학습에서 이득이 체감 (遞減) 되는 어떤 지점이 있음을 암시한다.

과학습으로 인한 이득은 기말고사 이후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 Harry Bahrick (1984) 은 20 년, 30 년 혹은 심지어 50 년 전에 학습한 스페인어를 얼마나 잘 기억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 스페인어를 얼마나 철저하게 공부했는가임을 발견하였다. 스페인어를 1 년 밖에 공부하지 않았고 C 학점을 받았던 사람들은 예전에 알았던 것 중 기억할 수 있는 것이 별로 많지 않았다. 스페인어를 3 년 동안 공부했고 A 학점을 받았던 사람들은 50 년이 지난 뒤에 검사했을 때에도 잘 하였다. 이 차이는 스페인어를 연습할 수 있는 기회의 차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스페인어를 학습할 때 얼마나 잘 익혔는가의 차이로 인한 것이었다. 자기가 배운 것을 학교를 졸업하고도 유지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이런 류의 연구 결과가 함의하는 바는 분명할 것이다.

■ 사전 학습

우리가 서로 관련이 없는 단어, 임의의 숫자, 그리고 무의미 철자를 학습할 때에는 망각이 신속하게 일어난다. 그렇지만 보다 의미가 있는 자료는 파지하기가 쉽다.

K. Anders Ericsson 과 John Karat (1981 ; Ericsson & Chase, 1982 에 보고됨) 은 이를 존 스타인벡 (John Steinbeck) 의 소설 속의 문장들을 가지고 증명하였다. 이들은 이 문장 속의 단어들을 1 초에 한 단어씩 마치 숫자나 무의미 철자를 읽는 것처럼 피험자들에게 읽어 주었다. 단어들이 맞는 순서대로 주어진 적도 있었고, 어떤 때에는 단어들이 임의의 순서로 제시되기도 했다. 원래의 문장이 그대로 제시되었을 때, 같은 단어들이 뒤죽박죽된 순서로 제시되었을 때보다 훨씬 잘 회상되었음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어들이 뒤죽박죽된 순서로 되어 있을 때에는 여섯 개 정도만을 회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12 개 혹은 14 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스타인벡의 멋진 문장들을 원래 순서 그대로 제시하면 사람들이 문장 전체를 회상할 수 있었다. 20 명의 피험자들 중 두 명은 다음의 28 개의 단어로 된 문장까지도 회상하였다. "She brushed a cloud of hair out of her eyes with the back of her glove left a smudge of earth on her cheek in doing it (그녀는 눈앞을 구름처럼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을 장갑낀 손등으로 밀어내었고 그 틈에 그녀의 볼에는 흙이 묻어 얼룩이 남았다)."

망각율이 학습된 자료의 의미성에 따라 변한다고 했을 때 다음의 문제가 제기된다. 어떤 것이 의미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Ericsson 과 Karat 의 연구를 반복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아마도 이 경우에는 원래의 문장을 그대로 제시했을 때와 문장의 단어들을 임의의 순서로 배열하여 제시했을 때 별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사람들이 학습된 것의 의미성을 이야기할 때에는 사전 (事前) 학습 (prior learning) 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전 학습의 이점은 망각과 전문성에 관한 연구에서 알 수 있다. 한 연구에서 A. de Groot (1966) 은 이 체스판의 말들을 마치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배열하였다. 그는 체스를 두는 사람들에게 체스판을 5 초 동안 보고 익히게 한 후, 빈 체스판에 방금 본 말들을 다시 배열하게 하였다. De Goot 의 피험자들 중 일부는 체스 전문가였고, 나머지는 체스 클럽의 회원이었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을 비교해 보니까 체스 전문가들이 배열한 것은 90 % 가 맞았고, 반면에 체스 클럽 회원들이 배열한 것은 40 % 만이 맞았다.

De Goot 의 자료는 망각에 있어서의 사전 학습의 영향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체스 전문가들이 단순히 다른 사람들보다 망각을 덜 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William Chase 와 Herbert Simon (1973) 은 체스판에 체스 말을 임의의 양식으로 배열한 다음 이를 체스 전문가와 보통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만약 체스 전문가들이 환상적인 회상 능력을 갖고 있다면 말을 이런 식으로 배열해도 앞의 결과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즉, 전문가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잘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Chase 와 Simon 은 위에서 보였던 체스 전문가들의 놀라운 회상 능력이 사라졌음을 발견했다. 실제로 이런 조건에서는 그들도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정도로 회상할 수 있었다. 체스 말이 체스판에 "수 년에 걸친 연습을 통해 친숙해진 형태"  (Ericsson & Chase, 1982 p.608) 로 배열되어 있을 때에만 체스 전문가들의 빼어난 기억력이 발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콘트랙트 브리지 (역주 : 카드로 하는 브리지 게임의 일종) (Chase, 1979), 회로도 (Egan & Schwartz, 1979) 및 설계 도면 (Akin, 1983) 에 대한 회상에서 사전 학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다.

그렇다면 사전 학습이 망각을 감소시킬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오래된 학습이 회상에 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는 순행 간섭 (proactive interference) 이라는 현상이다.

순행 간섭은 흔히 사람을 대상으로 쌍대연합학습 (paired associate learning) 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연구한다. 전형적인 예는 배고프다 - 아름답다 같이 쌍으로 된 단어 목록을 학습한 후 첫번째 단어 (배고프다) 가 주어지면 피험자가 두번째 단어 (아름답다) 를 말하는 것이다. 보통 이 목록을 가르칠 때에는 피험자에게 각 쌍의 첫번째 단어를 제시하고 그 단어와 짝인 단어가 무엇인지 먼저 물어본 다음 맞는 단어를 제시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대개 이런 연구에서는 A - C 목록 (예를 들어, 배고프다 - 아름답다) 을 모든 피험자들이 학습하고, 일부 피험자들은 그 전에 먼저 A - B 목록 (예를 들어, 배고프다 - 운좋다) 을 학습한다. 그런 다음, 파지기간 후에 모든 피험자들에게 A - C 목록을 회상하게 한다. 두 집단간에 차이가 있다면 이는 A - B 목록의 학습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연구들은 A - B 목록을 학습하는 것이 나중에 A - C 목록에서 학습한 항목을 회상하는 것에 간섭을 일으킴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더욱이 검사하는 목록 (A - C) 이전에 학습한 목록의 수가 많을수록 더 큰 간섭이 일어났다 (Underwood, 1957 ; 그림 11.2 를 보라).

사전 학습이 일으키는 간섭이 보다 복잡한 상황에서의 망각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유명한 영국 심리학자인 Frederick Bartlett 경이 행한 고전적인 연구의 결과를 보자. Bartlett 은 "유령들의 전쟁 (War of the Ghosts)" 이라는 미국 원주민 (역주 : 즉 아메리카 인디언) 의 민간 설화를 사람들에게 읽게 하였다. 이 이야기는 400 단어에 훨씬 못 미치는 길이의 짧은 이야기였지만, 현대의 서구적 기준으로 보면 잘 연결이 안되고 혼란스럽다. Bartlett 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읽게 하고 나서 15 분 후 이 이야기를 최대한 정확히 재현하게 하였다. Bartlett 가 여러 차례에 걸쳐 사람들이 회고한 것들을 분석한 결과, 이야기가 점점 더 간단해지고, 더 뚜렷해지고, 더 현대적이 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결과는 부분적으로 순행 간섭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이야기에 대한 사전 학습 (이야기가 일반적으로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한) 이 그와는 다른 종류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것에 간섭을 일으킨 것이었다.

사회심리학자인 Jerome Levine 과 Gardner Murphy (1943) 는 순행 간섭의 효과를 다른 방식으로 연구하였다. 이들은 대학생들에게 문단을 읽게 한 후 15 분 뒤 그것을 최대한 정확하게 재현하게 하였다. 그런 다음 이 학생들에게 두번째 문단을 읽게 하고 15 분 뒤 다시 이것을 재현하게 하였다. 학생들은 4 주 동안 매주 이 두 개의 문단을 읽고 재현하는 것을 시도하였다. 두 문단은 모두 당시에 매우 큰 논란이 되었던 공산주의에 관한 것이었다. 그 중 하나는 반공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공산주의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학생들 중 일부는 공산주의 성향이 강했고, 나머지 학생들은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연구자들은 피험자들의 개인적인 입장이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실제로 그랬다. 결과는 친공산주의자인 학생들은 반공산주의적 문단을 더 많이 망각했고, 반공산주의자인 학생들은 친공산주의적 문단을 더 많이 망각했음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그와 같은 연구 결과는 보통 망각에 대한, 태도 혹은 신념의 효과 측면에서 해석된다. 그러나 아무도 공산주의 (혹은 자본주의, 파시즘, 민주주의, 동성애, 또는 다른 주제) 에 관한 태도나 신념을 지니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으므로, 우리는 이와 같은 생각이 학습된다고 가정한다. 그러므로 태도가 회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은 사실 알고 보면 순행 간섭에 관한 연구들이다.

사전 학습은 회상에 뚜렷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앞으로 볼 수 있듯이 후속 학습도 마찬가지이다.

■ 후속 학습

John Jenkins 와 Karl Dallenbach (1924) 은 두 명의 대학생들에게 10 개의 무의미 철자로 이루어진 목록을 아침에, 그리고 저녁에 자기 전에 학습하게 하는 고전적인 연구를 하였다. 그런 다음 이들은 1 시간, 2 시간, 4 시간, 혹은 8 시간 후에 망각을 검사하였다. 결과는 이들이 수면을 취하고 나서는 그 비슷한 시간 동안 다른 활동을 했을 때보다 망각을 덜 하였음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두 시간을 자고 난 다음에는 추가로 수면 시간이 더 경과해도 회상에는 아무 영향이 없었다 (그림 11.3 을 보라).

다른 연구들은, 활동하지 않고 있으면 비슷한 시간 동안 활동하는 것보다 망각이 덜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연구에서는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된 바퀴벌레들이 움직일 수 있게 둔 것들보다 덜 망각하였다 (Minami & Dallenbach, 1946).

McGeoch (1932) 는 후속 학습이 망각의 문제에 대한 부분적인 해답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는 망각이 "학습과 검사 사이에 일어난 사상들이 일으키는 능동적인 간섭의 결과" (p.364) 라고 제안했다. 혹은 또다른 심리학자가 이야기하듯" 우리가 망각하는 것은 계속적으로 학습을 하기 때문이다" (Gleitman, 1971, p.20).

우리가 학습하는 것이 이전에 학습한 것을 회상하는 능력을 방해하는 이 현상은 역행 간섭 (retroactive interference) 이라 불린다. 새로운 학습이, 말하자면 과거로 손을 뻗어 이전의 학습에 간섭을 일으키는 것이다.

순행 간섭처럼 역행 간섭도 흔히 사람들에게 쌍대연합 단어의 목록을 두 개 이상 학습하게 함으로써 연구한다. 먼저 A - B 목록을 정해진 기준에 도달할 때까지 혹은 정해진 횟수의 시행만큼 학습한다. 그런 다음 A - C 목록을 학습한다. 끝으로 피험자가 A - B 목록을 회상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한다. A - B 목록의 망각이 나타난다면 A - C 목록의 학습이 일으킨 간섭에 귀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A - B 쌍인 배고프다 - 운좋다를 망각하면 이는 아마도 이후에 A - C 쌍인 배고프다 - 아름답다를 학습했기 때문일 수 있다.

Benton Underwood 와 그 동표들은 쌍대연합 과제를 가지고 학습의 간섭 효과를 연구하는 실험을 여러 개 실시하였다. 한 실험에서 그와 Leland Thune (Thune & Underwood, 1943) 은 대학생들에게 10 쌍의 형용사로 이루어진 쌍대연합 목록들을 학습하게 하였다. 각 피험자는 A - B 목록을 학습한 다음 같은 목록을 20 분의 지연 후 재학습하였다. 지연 기간동안 일부 학생들은 그냥 쉬었고, 다른 학생들은 A - C 목록을 2 내지 20 시행에 걸쳐 학습하였다. 지연 기간의 길이는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했지만, 그 기간 중에 진행된 학습에는 차이가 있었음을 주목하라. 결과는 A - C 목록을 학습하는 것이 A - B 목록을 회상하는 데 간섭을 일으킴을 보여주었다. 나아가서 A - C 목록을 더욱 철저히 학습할수록 A - B 목록의 회상이 더 방해를 받았다.

여러분도 일상 생활에서 거의 똑같은 일을 경험한다. 예를 들어 차의 새 등록번호를 외고 나니 이전 번호를 더 이상 회상할 수가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교사들이 흔히 새 학급 학생들의 이름을 학습하고 나면 이전 학급의 학생 이름은 기억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회계사가 새로운 세법을 학습하면 예전의 세법은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이와 같이 새로운 학습이 오래된 학습을 밀어내는 일이 흔하다.

간섭은 망각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다. 또다른 중요한 요인은 학습과 회상이 일어나는 맥락이다.

■ 맥락

McGeoch (1932) 는 망각의 또다른 중요한 요인이 학습이 일어나는 맥락임을 시사했다. 이 생각은 학습이 특정한 맥락 안에서, 즉 특정한 패턴의 자극이 존재하는 가운데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자극들이 행동을 유발하는 단서의 역할을 한다. 나중에 이런 단서들이 없으면 수행이 저하된다.

아침에 단어 목록을 학습하고 오후에 이들 단어에 대해 검사를 받는 피험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두 번의 회기가 모두 의자 하나, 테이블 두 개, 그리고 창이 있는 실험실에서 진행되었다. 이 방의 벽은 회색이 도는 흰색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고, 장식은 전혀 없었다. 두 번의 회기의 환경이 동일해 보인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사소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아침에는 창 밖으로 안개낀 풍경이 보였지만, 오후가 되자 싱글싱글 웃게 되었고, 아침에는 천장의 환풍구에서 피험자에게 더운 바람이 불어 내려왔지만, 오후에는 날씨가 따뜻해져서 더이상 위에서 바람이 나오지 않았다. 두 가지 상황간의 이같은 하찮은 차이가 망각에 영향을 줄까?

여러 개의 실험들이 그렇다고 암시한다. 한 연구에서 Charles Perkins 와 Robert Weyant (1958) 는 쥐들에게 미로를 주행하는 것을 훈련시켰다. 어떤 쥐들은 검정색 미로를 달리는 학습을 했고, 다른 쥐들은 흰색 미로를 달리는 학습을 하였다. 이 두 가지 주로는 다른 모든 면에서는 동일했다. 1 분이라는 짧은 파지기간이 지난 후, 실험자들은 쥐들을 다시 미로에 넣어 검사하였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흰색 미로를 달리는 것을 학습한 쥐들 중 일부는 검정색 미로에 넣어 검사하였고, 검정색 미로를 달리는 학습을 한 쥐들 중 일부는 흰색 미로에 넣어서 검사하였다. 쥐들이 훈련받은 미로와 같은 미로를 달릴 때에는 망각의 증거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지만, 미로가 훈련 중에 사용된 것과 다른 색깔이었을 때에는 수행이 저하되었다.

같은 종류의 효과가 사람에게서도 증명되었다. J. Greenspoon 과 R. Ranyard (1957) 는 학생들에게 서 있는 조건 또는 앉아있는 조건 하에서 단어 목록을 학습하게 하였다. 그런 뒤에 학생들은 단어들을 가능한 한 많이 회상하였다. 일부는 서서 회상을 하였고, 다른 학생들은 앉아서 회상을 하였다. 결과는 학생들이 학습한 조건과 유사한 조건에서 검사를 받았을 때 가장 잘 기억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서서 목록을 학습한 학생들은 서 있을 때 가장 잘 기억했고, 앉아서 목록을 학습한 이들은 앉아 있을 때 가장 잘 기억하였다.

Duncan Godden 과 Alan Baddeley (1975) 는 맥락의 효과에 대해 또다른 창의적인 연구를 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성인들이 단어 목록을 학습하였다. 이들 중 일부는 마른 땅에서 목록을 학습했고, 다른 사람들은 수중에서 목록을 학습하였다! 훈련 뒤에 피험자들에게 목록을 회상하게 하였다. 실험자들은, 일부 피험자들은 학습한 것과 같은 조건에서 검사하였고, 다른 피험자들은 반대의 조건에서 검사하였다. 예를 들어, 마른 땅에서 학습한 피험자들 중 일부는 같은 단어를 물 속에서 회상하게 하였다. 예를 들어, 마른 땅에서 학습한 피험자들 중 일부는 같은 단어를 물 속에서 회상하게 하였다. 결과는 검사 상황이 훈련 상황과 다르면 회상이 잘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학습의 상태

맥락에 관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기한다. 학습자도 학습이 일어나는 맥락의 일부이므로 학습자가 변화하면 망각에 영향이 있는가? 그럴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

Donald Overton (1964) 은 쥐들에게 진정제를 준 다음 단순한 T 자형 미로를 달리는 것을 가르쳤다. 나중에 약물의 효과가 다 떨어졌을 때 Overton 은 쥐들을 검사하였는데, 이들이 이전에 학습한 것을 망각한 듯이 보임을 발견하였다. 이는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약물이 어떤 식으로든 뇌의 기능에 이상을 가져왔다고 쉽게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Overton 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쥐들에게 다시 한번 진정제를 주고 미로에 다시 넣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쥐들이 미로를 잘 찾아가는 게 아닌가! 앞에서 쥐들이 망각한 것은 쥐의 내적 상태에 있어서의 어떤 변화로 인한 것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특정한 상태에서 학습된 행동은 그 상태가 지나가면 상실된다. 이것이 상태의존적 학습 (state - dependent learning) 이라고 불리게 된 현상이다 (Girden & Culler, 1937 도 보라 ; 개관으로는 Ho 등, 1978 을 보라).

알코올 중독의 결과로 상태의존적 기억을 보이는 사람들의 일화는 많이 있다. 어떤 사람은 정신이 말짱할 때 자동차 열쇠를 어딘가에 숨기고는 술을 마신 뒤에 열쇠를 찾지 못하고, 다시 술이 깨면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금방 안다. 다른 이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위스키 여러 병을 여기저기 숨긴다. 이 사람이 술이 깨어 다시 술을 마시려고 보면 술병을 어디에 숨겼는지 찾지를 못한다. 그런데 이 사람이 어디선가 술을 마시고 다시 취하면 갑자기 술병이 어디 있는지 기억해 낸다.

정서 상태의 변화가 상태의존적 기억을 만든다는 증거도 좀 있다. Gordon Bower 와 그 동료들 (1978) 은 사람들에게 단어 리스트 하나는 기쁠 때 암기하고 하고 다른 하나는 슬플 때 암기하게 하였다. 나중에 검사를 해보자 사람들의 회상이 이들의 기분에 따라 변하였다. 검사 도중의 기분이 훈련 도중의 기분과 일치될 때에는 회상이 매우 좋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수행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학습의 맥락에는 학습자 주변의 상태 뿐 아니라 학습자의 상태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공부를 하면서 맥주를 마시는 (그런데, 사실 이것은 학습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내적 맥락이 이후의 망각에 미칠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맥락이 회상에 미치는 영향은 일상 경험에서도 그 예를 찾을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은 역사 수업시간에 앉는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그 사람을 쇼핑 센터에서 마주치면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당신이 집에서는 연설을 완벽하게 하는데, 청중 앞에서는 연설을 하다가 말을 더듬는다. 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은 어떤 내용을 "달달 욀 때" 까지 공부를 했는데 교실에서는 "머리가 텅 비어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같은 일화들은 맥락의 변화가 망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들과 일치한다. 환경의 미묘한 변화조차도 회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맥락, 학습의 정도, 그리고 다른 학습경험의 간섭은 망각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중 일부이다. 학습해야 하는 자료의 양 (Ebbinghaus, 1885), 회상 검사의 특성 (Loftus & Palmer, 1974 ; Postman & Rau, 1957) 그리고 지시 (Epstein, 1972) 같은 다른 요인들도 망각에 영향을 준다. 학습 연구자들은 망각을, 그리고 그것이 왜 일어나는가를 알아내는 데 많은 관심을 두어 왔는데, 이는 그것이 말 그대로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망각과 생존

우리는 학습이 생존에 대단한 가치가 있음을 보고 또 보았다. 위장술, 비행 기술, 그리고 면도칼처럼 날카로운 송곳니와 마찬가지로 학습 능력도 개체가 생존하고 생식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므로 진화하였다. 모든 유기체는 생존을 위해 먹어야만 하므로 망각의 역할을 먹이를 찾는 것에서 살펴보자.

하와이 꿀먹이새는 자신의 주거 영역에 있는 특정 종류의 꽃의 꿀을 먹고 사는 새이다. 이 새가 한 나무에서 꿀을 수확하고 나면 그 나무에 꿀이 다시 생기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므로 그 나무에 또 가는 것은 별로 소용이 없다. 이 새에게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각 나무에 핀 꽃들을 한 번씩 방문한 다음 얼마 동안은 그 나무를 피하는 것이다. Alan Kamil (1978) 은 실제로 새가 이렇게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이 새가 꿀을 거두어 들인 꽃이 어떤 꽃인지를 실제로 기억할까?

꿀먹이새가 자기가 방문했던 나무와 방문하지 않은 나무를 어떤 물리적 특성을 근거로 변별할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쩌면 꿀먹이새가 꿀을 거두어들이지 않은 나무에서는 꿀 냄새를 맡을 수도 있고 아니면 꿀을 빨고 나무의 모습이 어떤 식으로든 바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Alan Kamil 은 다른 꿀먹이새가 한 꿀먹이새의 영역에 침범하여 그 안에 있는 꽃들의 꿀을 먹는 경우, 원래 있던 꿀먹이새는 침입자가 이미 꿀을 먹은 나무들을 찾아 감을 발견했다. 그러므로 이 새들이 자신이 수확한 나무와 수확하지 않은 나무를 기억하는 것이 분명하다. 꽃을 임의로 찾아다닌다면 메마른 꽃들 때문에 시간이 크게 낭비될 터인데, 자신이 수확한 나무를 기억함으로써 꿀먹이새의 수확의 효율성은 크게 개선된다.

자연에서는 먹이가 있을 가능성이 변화한다. 특히 먹을 수 있는 곡식은 어떤 때에는 풍부하다가 어떤 때에는 부족하다. 유기체가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는 먹이가 충분할 때에 최대한 많이 먹은 다음 먹이의 공급이 부족할 때에는 동면을 하거나 많이 자는 것이다. 또다른 방법은 유기체가 먹이 공급이 점차 감소하면 먹이가 더 풍부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세번째 전략은 개체에게는 별로 매력이 없는 것이지만 일부 종에게는 잘 들어맞는 것으로, 인생을 짧게 사는 것이다. 많은 곤충들이 먹이가 많아지는 봄에 태어나 날씨가 추워지고 먹이 공급이 감소하는 가을이면 죽는다.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들은 네 번째 방법을 택했다. 이들은 먹이 공급의 불균형을 감소시키기 위해 먹이가 풍부할 때 여분의 먹이를 저장하고 먹이가 모자라면 이 창고에 의존한다.

미국 로키 산맥의 텃새인 Clark 의 잣까마귀가 적절한 사례이다 (Kamil & Balda, 1985, 1990a, 1990b). 이 새는 견과를 먹지 않고 잣나무의 씨를 먹고 산다. 이 새 한마리가 겨울을 나려면 10,000 개 정도의 잣나무 씨가 필요하므로 씨를 저장했다가 나중에 꺼내 먹어야 한다. 이 새들은 각자 6,000 여 개의 창고에 30,000 개 이상의 씨를 저장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이 새들이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씨가 숨겨진 최소한 2,000 여 개의 창고를 어떻게 찾는 것일까?
씨가 숨겨진 곳이 그렇게 많다면 이 새들이 그냥 부리로 땅을 파면 자기가 혹은 다른 새가 만든 창고를 우연히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Kamil 과 Russell Balda (1990a) 는 잣까마귀가 운에 의존해서 먹이를 찾는다면 그 성공률 (땅을 팠던 총 횟수에 비교하여 땅을 팠을 때 성공한 횟수) 은 10 %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의 성공률이 그것의 몇 배는 되었다. 잣까마귀가 씨를 냄새로 찾는 것도 아니다 (Balda, 1980, Kamil & Balda, 1990a 에 보고됨). 그렇다면 이들이 어떻게 먹이 창고를 찾을까? 바로 먹이 창고의 위치를 망각하지 않음으로써 찾는 것이다.

Kamil 과 Balda (1990a) 가 행한 한 실험에서는 잣까마귀에게 씨를 저장하게 한 다음 1 주일, 3 개월, 그리고 6 개월이 지난 후 씨를 다시 찾도록 하였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 먹이 창고를 찾는 능력이 약간 감소하긴 하였지만 6 개월이 지난 뒤에도 잣까마귀가 씨를 찾는 성공률이 우연 때문일 수는 없을 정도로 높았다.

학습이 잣까마귀가 먹이창고를 찾는 능력을 설명한다는 생각을 지지하는 증거는 이 밖에도 더 있다. 한 연구에서 Stephen Vander Wall (1982) 은 두 마리의 Clark 의 잣까마귀에게 씨를 새장에 저장하게 한 다음 나중에 다시 꺼내게 하였다. 각각의 새는 자신의 먹이 창고는 많이 찾아냈지만, 다른 새의 먹이창고는 거의 찾지 못했다. 이는 이 새들이 단지 창고가 될 법한 장소를 찾거나 코로 냄새를 맡아서 씨를 찾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 새들은 자기들이 씨를 숨긴 곳이 어딘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씨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연구들도, 오랜 기간이 지난 뒤에도 먹이 창고를 찾아내는 북미산 다람쥐 (Vander Wall, 1991), 회색 다람쥐 (Jacobs & Liman, 1991), 캥거루쥐 (Jacobs, 1992) 를 포함한 동물들의 능력에 대해 비슷한 증거들을 보여주고 있다. 학습은 생존에 가치가 있고, 학습된 것의 유지도 마찬가지이다. 망각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망각하지 못하는 남자" 에 대한 글상자를 보라),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의 망각하는 경향을 감소시키길 원할 것이다. 이제 이 문제를 살펴 보자.

망각하지 못하는 남자

1920 년경 어느날, S. V. Shereshevsk 라는 이름의 청년이 이제는 유명해진 러시아 신경심리학자 Aleksandr Luria 의 연구실로 찾아왔다. 이 사람은 기억력 검사를 받기 위해 왔던 것이다.
보통은 사람의 기억력을 검사하는 것이 신경심리학자가 하는 일들 중 쉬운 축에 속한다. 그러나, Shereshevsk (Luria 는 그를 S 라고 불렀다) 의 경우에는 이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Luria 가 단어 혹은 숫자를 길게 연속해서 불러주자 S 는 마치 어깨 너머로 Luria 가 읽는 것을 보고 있듯이 쉽게 따라 말하였다. 70 단어로 된 리스트도 아무 문제 없이 따라 말하였다. S 는 이를 한번의 오류도 없이 따라 말했고, Luria 가 요구하면 거꾸로 말하기까지 했다. S 는 자기가 학습한 것을 하루, 일 주일, 일 개월, 일 년 뒤에도, 심지어 15 년이 더 지난 뒤에도 말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람은 전혀 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Luria 는 S 가 어떻게 이렇게 놀라운 일을 해내는지를 알아내려고 하였다. 그는 S 가 장소법을 포함한 여러 기억술을 조합하여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그는 또한 S 가 서로 다른 감각의 합성인 공감각 (synethesia) 을 경험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소리가 빛, 색깔, 맛, 냄새 그리고 촉감에 대한 경험을 낳을 수 있었던 것이다. S 에게는 무지개가 단순히 색깔의 배열에 불과한 게 아니라 여러 감각의 홍수였다. 이들 감각이 모든 경험을 기억에 남게 하는데 도움을 준 것이 분명하다.

S 의 능력에 대해 들은 학생들은 모두 그를 부러워 할 것이 틀림없다. S 라면 수학 공식, 역사적인 사건과 그 연도, 시 구절, 주기율표, 혹은 학습의 원리 등을 학습하기 위해 몇 시간을 애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쉽게 학습될 것이고 몇 년이 지나도 마치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책에서 읽는 것처럼 이것들을 회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S 의 이야기는 슬픈 것이다. 그의 비상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슬픈 일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그 능력 때문에 슬픈 일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S 의 능력이 너무나 그의 정신을 빼앗아서 그는 일상적인 일들을 할 수가 없었다. 가끔씩 그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의 감각적 특징들에 너무 몰입되어 그 사람이 하는 말의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곤 했다. 때때로 S 는 Luria 가 해 주는 이야기를 가로막고는 "이건 너무해요. 단어 하나하나가 심상 (心象) 을 불러 일으켜요. 이 심상들이 서로 부딪혀서는 대혼란이 생겨나요. 이런 대혼란 속에서 저는 아무 것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p.65) 라고 말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에게서 온갖 종류의 감각과 함께 일련의 경험들 전체에 대한 기억을 촉발시킬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하기 위해 애쓰지만 S 는 기억하기를 멈추는 법이 없었다. 그에게는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망각할까가 문제였다.

기억하기의 학습

역사 속에는 비상한 기억 묘기, 말하자면 놀라운 학습 능력을 보여준 사람들의 예가 많다. 호머는 장님이었고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를 외워서 이를 암송하는 것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키케로와 다른 고대의 위대한 시인들은 여러 개의 긴 시를 외워서 만찬이나 다른 대중 의식에서 이를 암송하였다. 그리고 배우인 Judith Anderson 은 햄릿의 배역 하나가 아니라 햄릿 전부를 공연한 젓이 있다고 한다.
이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하는가? 회상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인 차이가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기억하는 능력도 어느 정도까지는 학습된 기술임이 분명하다.

이 점을 증명하는 데 동물이 도움이 되었다. 한 연구에서 Michael D' Amato (1973) 는 원숭이를 지연 표본대응 과제 (delayed matching to sample task) 로 훈련시켰다. 처음에는 원숭이들이 지연 기간이 매우 짧을 때에만 성공했지만 연습을 하자 실력이 늘었다. Roscoe 라는 이름의 원숭이는 처음에는 표본을 약 9 초 동안만 기억할 수 있었지만, 몇 년에 걸친 연습 끝에 9 분이나 되는 긴 지연 기간 뒤에도 정답을 70 % 정도 맞출 수 있었다. 이 원숭이의 기억력이 6000 % 나 향상된 것이다!

Ericsson 과 Chase (1982) 는 보통 사람도 이와 유사한 기억력의 향상을 보일 수 있음을 증면하였다. 이들의 첫번째 피험자는 이들이 SF 라고 부른 보통의 대학생이었다. SF 는 특별히 기억하는 기술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연구에 참여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그는 한번에 한 시간씩, 일주일에 세 번 내지 다섯 번, 거의 2 년 동안을 연구에 참여하여 총 230 시간을 일했다. 훈련은 SF 에게 일련의 숫자들을 1 초에 하나씩 제시한 다음, 이것들을 다시 말하게 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실험자드은 SF 에게 목록을 어떻게 학습할지에 대해 전혀 아무 지시나 제안을 하지 않았고, 처음에는 전혀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 그는 7 개의 숫자는 확실하게 회상할 수 있었으나, 그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자 그의 "기억폭 (memory span)" 이 확장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9 개, 12 개, 15 개의 숫자를 회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의 기록은 18 개의 숫자를 회상하는 것으로 Ruckle 이라는 독일 수학자가 세운 기록이다. SF 는 이 벽을 깨고 82 개의 숫자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주석 : Ericsson 과 Chase 는 이 결과를 DD 라는 또다른 대학생을 대상으로 반복검증하였는데, 이들의 논문이 출판되기까지 이 학생은 75 개의 숫자를 회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가 수학 공식, 프랑스어 동사, 역사 속의 이름과 연도, 시 구절, 또 차를 주차한 위치 같은 보다 유용한 것들을 기억하는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을까? 답은 그럴 수는 있지만 노력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마치 운동을 하듯이 뇌에 있는 (뇌가 아니라 어디에 있더라도) "기억 근육" 을 단련시켜서 그 다음부터는 우리가 경험한 것을 쉽게 회상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망각을 감소시키도록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이런 기억 책략의 대부분은 실제로는 학습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이들 중 보다 중요한 것들 몇 가지를 살펴 보자.

■ 과학습하라

우리는 앞에서 학습의 정도와 망각율은 깊은 역함수 관계에 있음을 보았다. 이것이 함축하는 바는 뚜렷하다. 덜 망각하려면 공부를 더 해야 한다.

독일어 단어카드에 적힌 모든 단어를 한번 맞췄다고 그 단어들을 익히는 것을 그만두지 말고, 1 분에 이를테면 60 개의 카드들을 맞출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익혀라. 연설을 잘 하려면, 만족스럽게 할 수 있게 된 다음에도 연습을 계속하라. 연주회에서 소나타를 멋지게 치려면 실수없이 칠 수 있게 된 뒤에도 계속 연습하라. 연극 공연을 잘 하려면 연습에 빠지지 말고 참가하고 시간을 더 내어 당신의 대사를 연습하라.

시행이 거듭됨에 따라 점점 더 향상되는 양이 적어지는, 즉 과학습의 이득이 체감되는 시점이 있음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Krueger, 1929).

Say All Fast Minute Each Day Shuffle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오늘날에는 단어카드가 조금 구식이라고 생각하지만 Ogden Lindsay 는 구식이든 아니든 단어카드가 제대로 사용된다면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다. 문제는 많은 학생들이 이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어카드를 어떻게 사용해야 효과적일까? Lindsay 는 여러분의 기억을 도와주기 위해 첫글자를 따서 SAFMEDS 라는 약자를 그 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나의 단어카드 뒷면에 적힌 답을 보기 전에 그 답을 먼저 말하라 (Say). 모든 (All) 혹은 할 수 있는 한 많은 카드를, 최대한 빨리 (Fast), 1 분 안에 (one Minute) 익혀라. 이것을 매일 (Each Day) 하라. 모든 카드를 한 번 익힌 다음에는 섞어라 (Shuffle).

단어카드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용하는 방법과 아주 다른데, 이 차이가 중요한 것이다. 특히 Lindsay 는 학생들이 카드를 익히는 속도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흔히 학생들은 정답을 회상하기 위해 하나의 단어를 수 초 혹은 심지어는 수 분에 걸쳐 계속 쳐다보고 있다. 그런데, 1 분이라는 시간 제한은 학생들에게 빨리 해야 한다는 압력을 준다. 이는 또한 학습을 측정하기에도 편리한 방법이기도 하다. 당신이 오류를 범할 때마다 그 카드는 옆에 던져 두었다가 1 분이 지나면 맞춘 카드의 수를 셀 수 있다. 처음에는 1 분에 20 개 혹은 30 개밖에 못 맞출 수도 있다. 그러나 연습을 하면 1 분에 50 개, 60 개, 100 개, 혹은 그 이상까지도 맞추게 될 것이다. 이는 당신이 학습한 정도와 망각할 가능성을 쉽게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대개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게 마련이고, 우리가 보았듯이 이는 망각이 빨리 일어나게 한다. Lindsay 는 학생들에게 매일 카드를 한번씩만 사용하여 연습을 분산시키라고 충고한다.

마지막으로, 카드의 순서가 답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가 있다. 오류를 범하지 않고 모든 카드를 맞출 수 있었는데도 시험과 같은 다른 맥락에서는 그 단어들을 모른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모든 카드를 한 번 보고 난 뒤에 섞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에는 단어카드가 교육 전문가들로부터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고 여러 해 동안 그래 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렇다고 해서 단어카드가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 기억술을 사용하라

기억술 (mnemonic) 은 회상을 돕는 모든 장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기억술은 수행될 행동을 나중에 촉진시킬 수 있는 단서를 학습하는 것을 포함한다.

널리 알려진 기억술 하나가 압운시 (rhyme) 이다.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예가 우리들 모두가 특정 단어의 철자를 기억하기 위해 외는 다음의 단시일 것이다. "Use i before e, except after c, and in sounding like a,, as in neighbor and weigh" (c 다음과, neighbor 나 weigh 같이 a 소리가 날 때를 제외하고는 i 가 e 앞에 온다.) (역주 : "Use i before e, except after c" 에서 e 와 c 의 운이 [i] 라는 소리로서 일치하며, "and in sounding like a, as in neighbor and weigh" 에서 a 와 weigh 의 운이 [ei] 라는 소리로서 일치한다.) 또다른 예는 각 달에 며칠이 있는지를 상기시켜주는 다음의 압운시이다. "Thirty days hath September, April, June and November…." 영화 "My Fair Lady" 에서 Higgins 교수는 Eliza Doolittle 에게 "The rain in Spain falls mainly in the plain (스페인에 내리는 비는 주로 평야에 온다)" 라는 문장을 반복해서 말하게 하여 발음과 말투를 학습하게 하였다. 만약 정말로 스페인에 내리는 비의 대부분이 평야에 온다면 이 압운시가 우리가 그 사실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운율과 어떤 코드를 조합하는 기억술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서, 학습해야 할 단어의 첫 글자가 압운시의 단어의 첫글자가 된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12 개의 뇌신경 이름을 다음의 엉터리 시를 암기해서 학습한다.

각 시어의 첫글자는 각 뇌신경의 이름 (optic, otolaryngeal 등등) 의 첫글자이고, 이것이 적절한 반응을 촉구하도록 돕는다.

때로는 운이 맞지 않는 문장으로도 그럭저럭 기억할 수가 있다. 태양계의 행성의 이름 (Mercury, Venus, Earth, Mars, Jupiter, Saturn, Uranus, Neptune, Pluto) 을 태양에서 가까운 것부터 차례대로 회상하기 위해서는 "Many very early maps just show us nine planets (많은 아주 초기의 지도들은 그냥 9 개의 행성들을 보여준다)" 라는 문장만 기억하면 된다 (역주 : 이 영어 문장 속의 각 단어들의 첫글자가 각 행성들 이름의 첫글자와 똑같음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이와 유사하게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의 이름을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이라고 첫 글자를 따서 왼다).

이와 유사한 기억술은 각 단어의 첫글자를 따서 대개 발음이 가능한 단어, 즉 축약어를 만드는 것이다.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북대서양 조약 기구) 은 NATO 이다. 프리즘의 색깔인 red, orange, yellow, green, blue, indigo, violet 을 차례대로 기억하려면 Roy G. Biv 를 기억한다. 또 오대호 (五大湖) 의 이름 (Huron, Ontario, Michigan, Erie, Superior) 은 HOMES 라는 약자로 나타낼 수 있음을 기억하면 회상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 기억술 체계를 써 보라

기억을 향상시키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책들은 대개 많은 부분을 기억술에, 그리고 기억술 체계라 불리는 것에 할애한다. 쇼에 나와서 30 내지 40 명의 관중의 이름을 학습하고 회상하는 것과 같이 불가능해 보이는 기억의 묘기를 전문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대개 기억술 체계를 사용한다.

그 중 널리 알려진 것 하나가 장소법 (method of loci) 이다. 이 기억술 체계는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설에 따르면, 사람들이 파티를 하고 있는데 지붕이 내려앉아서 그 안에서 술마시고 놀로 있던 사람들이 모두 죽었고, 사람들의 시체는 너무 심하게 손상되어서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게 되었다고 한다. Simonides 라는 이름의 시인은 지붕이 내려앉기 바로 전에 자리를 떴는데, 파티장에 있던 사람이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를 회상하여 어떤 시체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따라서 장소법은 회상되어야 할 각 사항을 특정한 장소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후에, 그 사항을 회상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그 장소로 "가서" 거기 무엇이 있는지를 "보기" 만 하면 된다.

대개 사용되는 위치는 친숙한 장소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렸을 때 살던 집이나 규칙적으로 조깅을 하는 공원을 사용해도 된다. 많은 수의 항목들을 다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당신이 눈을 감았을 때에도 꽤 확실히 "볼" 수 있는 장소이면 어떤 장소이든 상관없다.

장소법이 어떻게 적용되는가는 다음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신이 수퍼마켓에서 사야 할 여러 개의 품목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사야 할 물건들은 빵, 우유, 계란, 무, 양상추, 종이 행주, 치약이다. 그리고 당신이 사용하는 장소는 자주 가는 공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공원을 상상 속에서 걸어다니기 시작한다. 공원길 주변에는 다양한 표지물들이 있어서, 각 표지물마다 기억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놓는다. 먼저, 공원 벤치에 다다라서는 벤치에 식빵을 올려놓는데, 어쩌면 식빵이 벤치 하나를 완전히 차지하도록 크게 만들어서 놓을 수도 있다. 걷기를 계속해서 두번째 표지물인, 오래 전에 가지 하나가 떨어져 나가 움푹 패인 곳이 있는 커다란 떡갈나무를 만난다. 그 움푹 패인 곳에 나중에 지나갈 때 보이도록 우유 한 팩을 놓는다. 그리고는 이 나무를 지나가려는데 우유팩이 새서 우유가 흘러 내려와 길에까지 떨어지는 것을 본다. 다음에는 작은 연못에 이르는데, 이 연못에서는 대개 오리가족을 볼 수 있다. 오리 한마리가 계란 한 줄이 든 집배를 끌고 있다. 나머지 항목들도 같은 방식으로 공원길을 따라 배치된다.

당신이 수퍼마켓에 가서는, 공원을 걸어다니는 상상을 함으로써 항목들을 회상해낼 수 있다. 공원의 벤치에 가까이 가면, 어떤 사람이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 보인다. 더 가까이 가자,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커다란 빵임을 알 수 있다. 계속 걸어가니 커다란 떡갈나무가 나온다. 그 주변의 길은 하얀 액체로 덮여 있다. 올려다 보니까 나무의 움푹 패인 곳에서 새고 있는 우유 팩을 볼 수 있다. 공원길을 따라 계속 가면 연못이 나오고 거기엔 계란이 든 배를 끌고가는 오리가 있고…하는 식이다.

널리 알려진 다른 기억술 체계 하나는 단어 못박기 체계 (peg word system) 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 방법에서는 못 목록을 암기하고 마치 못에 모자를 거는 것처럼 나중에 이 못에 항목들을 건다. 못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고 그 숫자와 운율이 맞는 이름을 가진 물건들과 못을 비슷하게 만들어서 기억하기 쉽게 만든다. 예를 들어, 숫자 one 에 대한 단어 못은 보통 bun (롤빵) 이고, two 는 shoe 이고, three 는 tree 이고, four 는 door 이고, five 는 hive (벌집) 이고 하는 식이다.

어떤 것이든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물체라면 못으로 사용될 수 있다 (아름다움이나 진실 같은 것들은 못의 역할을 잘 하지 못하는데, 이런 것들은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수퍼마켓에서 사야 할 물건 목록을 학습하려면 각 항목을 못에 건다. 1 은 bun 이다. 그러면 그것이 핫도그번이라고 해 보자. 식빵을 핫도그번에 소시지를 넣는 것처럼 끼워 넣는다. 2 는 shoe 이다. 이건 Mother Hubbard 가 신었던 스타일의 구식 신발이다. 우유 한 팩을 신발 안에 넣는다. 3 은 tree 이다. 계란을 마치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나무에 건다. 이런 식으로 항목들을 못에 건다. 목록을 회상하려면 숫자를 하나씩 세고 그 숫자에 해당하는 못에 무엇이 걸려 있나를 본다.

이런 기억술 체계가 효과가 있을까? 그렇다. 규칙적으로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잠시 사용하다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기억 연구자들 조차도 이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Parks 등, 1986). 이 체계들은 배우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것들의 유용성에 한계가 있다. 가게에서 사야 할 목록을 외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지만, 장소법이나 단어 못박기 체계를 새의 신체 부위를 회상하는 데 쓰는 것은 전문가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교의 같은 추상적인 생각을 외는 데 그런 체계를 사용하기는 더욱 어렵다.

■ 맥락 단서를 사용하라

우리는 앞에서 학습 도중에 있었던 단서들이 회상 도중에도 있으면 기억이 더 잘 된다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회상 도중에 존재할 단서들을 가려낸 다음 이들 단서가 있을 때 학습을 하면 회상을 증진시킬 수 있게 된다.

학생들은 대개 정반대로 하여서, 흔히 자기 방에서 침대에 누워서 무슨 간식을 먹으면서 공부를 한다. 혹은 날씨가 좋으면 큰 나무 밑에 앉아서 혹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공부를 한다. 친구들이 지나가다 멈춰서서 잡담을 하게 되고 그러면 공부를 하는지 사교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들이 공부한 것에 대해 시험을 볼 때에는 대개 교실에서 좀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고 보통은 다른 학생들이 옆에 있지만 이야기는 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학습과 시험이라는 두 상황이 아주 다르고, 맥락상의 이런 차이가 아마도 망각을 부분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교실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달달 외던" 사실들을 회상할 수 없는 경우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뚜렷하게 함의하는 바는 학생들이 평가가 진행될 조건과 유사한 조건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험에 대비해 공부하는 학생들은 시험이 치러지는 교실에서 공부를 좀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맥락에 대한 연구가 보다 간접적으로 함의하는 바는, 우리가 학습한 것을 기말 시험이 훨씬 지난 뒤에도 기억하려면 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우리가 학습한 것이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엔지니어가 될 것이라면, 현재 공부하고 있는 수학이 공사 현장에서 필요할 수도 있고, 공장에서 필요할 수도 있고, 이사 사무실에서 필요할 수도 있다. 역사학자가 될 것이라면, 현재 공부하고 있는 역사가 교실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유적지, 도서관, 역사학계의 모임에서도 필요하다. 혹은 보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당신이 망각을 감소시키는 학습 원리들을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다면, 당신이 보통 공부하는 곳에서 뿐만 아니라 학습이 일어날 수 있는 곳 어디에서나 그 원리들을 회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학습한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따라서 집에서, 버스 안에서, 교실에서, 그리고 커피숍에서, 또 교정을 걸어다니면서, 혹은 해변에 누워서 공부해야 한다. 어느 장소이든 모든 장소가 학습하기에 좋은 장소인 것이다.

■ 연습을 분산시켜라

5 장에서 학습 시행들이 어떤 기간에 걸쳐 분산되어 있으면 한데 몰려 있을 때보다 학습률이 더 빠르게 마련이라는 것을 보았다. 그와 같은 분산된 연습은 학습을 빠르게 할 뿐만 아니라 망각의 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Bahrick (1983) 은 길 이름을 학습하고 망각하는 것에 대한 연구에서 학생들이 더 빨리 길 이름을 학습할수록 더 빨리 망각함을 발견하였다. 다시 말하면 더 느린 습득 곡선 (매주 학습한 이름의 개수가 더 적다) 이 더 느린 망각 곡선 (매주 망각하는 이름의 개수가 더 적다) 을 의미한다. 물론 이는 아둔한 사람이 기억을 더 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는 단지 짧은 기간 안에 많은 것을 꾹꾹 쑤셔 넣듯이 학습하면 나중에 많은 것을 짧은 기간 안에 양동이로 퍼내듯이 망각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다른 연구에서 Bahrick 과 Elizabeth Phelps (1987) 는 스페인어 단어를 덜 자주 (이를테면 30 일마다) 학습하면 더 짧은 간격으로 학습할 때보다 8 년에 걸친 기간 동안 덜 망각하게 됨을 발견하였다.

■ 촉구자극을 사용하라

촉구자극 (또는 단서, prompt) 은 행동을 유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변별자극, 즉 SD 이다. 메모는 촉구자극의 한 종류이다. 식료품 살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목록을 만든다. 중요한 모임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달력에 표시를 한다. 메모는 아주 유용한 기억 도우미이다. 심지어 비둘기들도 일종의 메모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pstein & Skinner, 1981). 메모가 회상을 돕는 것이 아니라, 회상의 필요성을 없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메모는 나와야 할 행동에 대한 힌트, 즉 신호일 뿐이다. "Mary 에 대해 Jim 에게 전화걸 것" 이라는 메모는 그것을 쓴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예전에는 부모들이 연극 무대의상이 언제까지 필요한지 교사에게 물어볼 것을, 집에 오는 길에 빵을 사올 것을, 혹은 4 시에 가스레인지에 불을 끄는 것을 아이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아이의 손가락에 끈을 둘러 매어 주었다. 아이는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끈을 보거나 느끼고, 이것이 아이가 적절한 반응을 하도록 지시한다 (아니면 다른 사람이 끈을 보고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게 되고 이것 역시 같은 효과를 낸다). 끈의 한 가지 문제점은 원하는 행동을 반드시 적절한 시간에 지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자시계가 끈을 대체하게 되었다. 삐리릭! 약 먹을 시간이다. 삐리릭! Magaret 에게 전화할 시간이야. 삐리릭! 오븐을 끌 시간이야.

그러나 전자시계도 우리가 미리 반응을 지시하도록 맞출 때에만 반응을 지시할 수가 있고, 이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예보는 "우산 가지고 가야지" 라는 반응을 촉구한다. 그러나 지금은 나갈 시간이 아니고, 집안에서 우산을 가지고 돌아다니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반면에 나갈 때가 다 되어서는 우산을 잊을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해야할 일은 촉구자극을 필요할 때 일어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Skinner 는 말한다 (1983c). 언제 나갈지를 확실히 모르므로 자명종 시계는 도움이 안된다. 그렇지만 집을 나갈 때 볼 수 있는 곳에 우산을 둘 수는 있다. 그래서, 비가 올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산을 문 손잡이에 두라고 Skinner 는 제안하고 있다. 그 문으로 나가는 한, 우산을 보게 될 것이고 이는 적절한 촉구자극 역할을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약한 반응을 끌어내는 데에도 촉구자극을 쓸 수가 있다. Skinner (1953) 는 어떤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할 때 생기는 문제를 들고 있다. 그 사람의 이름을 한때는 알았었는데, 이제는 그 이름을 말할 수가 없다고 하자. 그러면 당신은 잃어버린 반응을 스스로 하게 하려고 다양한 종류의 촉구자극 (그런데, Skinner 는 이런 상황에서는 자기탐색자 (self-probe) 라는 용어를 더 선호한다 ; Skinner, 1953 을 보라) 을 써서 스스로를 자극한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의 이름말고 당신이 그 사람을 만난 상황, 그 사람과 나누었던 대화의 성질, 그 사람의 직업 및 어디서 일하는가 등의 다른 것을 회상할 수가 있다. 또한 이름 자체에 대한 것들을 회상해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이름은 순수한 영어 이름이었고, 두 음절이고, 경음 자음이 들어 있었다. 그런 것들을 기억하면 그 사람의 이름이 생각나게 될 것이다.

알파벳을 생각하여 그 이름의 첫글자나 소리를 알아내려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성공하면 이름의 시작을 나머지에 대한 촉구자극으로 사용하여 그 소리로 시작하는 다양한 이름들을 불러 본다. "그게 'Ba' 로 시작하는 것 같은데…, Barns, Barnaby, Baker, Bantry, Battry, Batman! 그래, Batman 이야."

Skinner 는 또 잊어버린 이름을 이끌어내기 위해 속으로 소개를 해볼 수도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 분은 Mr.      예요", "    씨를 소개합니다." 그렇게 하면 스스로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 셈이고 그 사람의 이름이 생각나야만 그 상황을 피할 수가 있다. 스페인 함대를 무찌른 대제독의 이름을 회상하기 위해서도 같은 일을 할 수가 있다. 대제독을 엘리자베스 1 세 여왕에게 소개한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폐하, 대서양의 여이웅이시며 스페인 침입자들을 정복한 분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Francis Drake 씨이십니다."

알다시피 학습 도중 있었던 자극이라면 어떤 것이든 나중에 그렇게 학습된 행동에 대한 촉구자극으로 사용될 수 있다. 컴퓨터 명령어에 대한 지필 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문서 탐색을 시작하게 하는 명령어가 생각이 안 난다면 키보드에 손을 얹고 그 명령어를 타이핑해 보아라. 그러면 키들이 적절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가 있다. 키보드가 옆에 없으면, 키보드 앞에 앉아 있다고 가장하는 것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 모양을 하고, 원하는 명령어를 타이핑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망각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한 마디

이 장에서 개관한 모든 방법들 - 기억술, 과학습 및 기타 - 은 망각을 감소시키기 위해 확립된 방법들이다. 그러나 이런 기법들을 사용해도 우리는 망각한다. 올림푸스산의 높은 곳에서 재주를 넘고 껑충껑충 뛰는 사람들에 관한 압운시는 기억할 수 있어도, 이 압운시를 외워서 기억하고자 하는 뇌신경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때로는 우리가 얼마나 빨리 망각하는지 어리둥절할 정도이다. 어떤 코미디언 (그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구나!) 은 보통의 미국 대학생이 미국 역사 강의를 1 년 동안 듣고 나서 고작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북군은 파란색 제복을 입었고, 남군은 회색 제복을 입었다" 는 사실 정도라고 한다. 이것은 과장이 섞인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우리는 우리가 학습한 것의 많은 부분을 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애써서 학습을 하는가? 특히, 학교에서 배운 것은 잊어버리게 마련인데 왜 몇 년씩이나 학교를 다니는가?

기억에 대한 Skinner 의 생각이 그 해답을 제시할지 모르겠다. skinner 는 우리는 경험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의해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경험의 효과가 우리가 다르게 행동하도록 변화시키는 것임을 의미한다. 아주 현실적인 의미로 우리는 무언가를 학습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된다. 백인 중산층의 학생이 『Malcolm X 자서전』을 읽고 몇 년이 지난 후, 그 책에 대해서나 Malcolm X 에 대해서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것을 잊는다 하더라도, 이 학생이 흑인들에 대해 행동하는 것은 달라질 수가 있다. 그리고 여러분도 지금 학습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언젠가는 잊을 수도 있지만, 그때에도 행동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이 강의를 듣지 않았을 때와는 다를 것이다. 학습은 경험에 의한 행동의 변화를 의미한다. 학습이 꼭 행동을 변화시킨 경험을 회상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잊어버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어버린 경험마저도 우리에게 그 흔적을 남긴다.

요약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이 어떤 정신적인 혹은 생리적인 기록을 남기고, 우리가 어떤 기술을 수행하거나 어떤 경험을 회상하면 이 기록 혹은 기억이 활성화된다고 가정한다. 이와는 다른 접근방법이 제안하는 바는 기억이란 어떤 실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경험이 우리가 다르게 행동하도록 우리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접근방법은 왜 망각이 일어나는가라는 의문을 우리에게 갖게 한다.

망각은 파지기간이 지나가면서 일어나는 학습된 행동의 퇴화이다. 파지기간이란, 그동안에는 유기체가 학습된 반응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기간이다. 망각은 보통 반응의 확률상의 감소를 의미하지만 특정한 상황 하에서는 반응 확률의 증가를 뜻할 수도 있다.

망각은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자유 회상, 촉구 회상, 재인 (지연 표본대응을 포함하여) 과 재학습 (혹은 절약법) 등이 포함된다.

망각은 파지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증가하지만 시간의 흐름 자체가 망각의 원인은 아니다. 망각율은 훈련의 양, 역행 간섭, 순행 간섭, 맥락의 변화 (유기체의 내적 상태도 포함됨) 및 다른 변인들에 의해 통제된다.

망각, 아니 그보다는 망각하지 않는 것은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먹이탐색과 먹이 창고 찾기에 대한 연구는 하등한 동물들조차도 생존에 영향이 있을 때에는 학습된 행동을 유지하는 데 놀라운 재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에게도 오랫동안 연습을 하지 못한 뒤에도 복잡한 행동을 수행하는 능력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학습한 것을 유지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까지는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주로 최초의 학습 수준을 증진시키기 위한 책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책략에는 과학습, 기억술과 기억술 체계의 사용, 적절한 맥락에서의 학습, 연습 회기의 분산 및 촉구자극의 사용이 포함된다.

망각은 생존에 유해한 요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경험을 망각하더라도 우리는 그 경험에 의해 변화된 채로 남아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복습 문제

1. 다음의 용어들을 정의하라.

2. 일부 교사들이 특히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조회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으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 John 은 생물학 기말고사를 잘 봐야겠다고 결심을 하여 시험 보기 2 주일 전부터 매일 밤 10 시부터 새벽 2 시까지 공부하였다. 잠을 쫓기 위해 John 은 "각성제" 를 복용하였다. 시험은 오전 8 시였고, 그 전날 밤 John 은 확실하게 숙면을 취하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험을 잘 치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여러분이 제시할 수 있는 설명은 어떤 것인가? 여러분의 설명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설명해 보라.

4. Mary 와 Hilda 는 각자 바퀴벌레에게 미로를 달리는 훈련을 시키고 있다. Mary 는 시행간 간격을 10 초로 하고 있고, 반면에 Hilda 는 한 시간에 한 번의 시행만을 시킨다. 두 마리 다 10 번의 훈련 시행을 거치고 24 시간이 지난 뒤 미로를 달린다.

5. Skinner 가 우리는 경험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의해 변화된다고 말할 때 그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6. Hilda 와 Ethel 은 함께 쥐 한마리에게 레버를 누르는 훈련을 시키고 있다. 쥐의 반응이 만족스러울 정도로 잘 학습되었을 때, Hilda 가 잠시 장에서 레버를 제거했다가 다시 설치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제안한다. Ethel 은 레버는 원래대로 두고 먹이 공급장치의 연결을 끊어보자고 주장한다. 그러자 이들은 그렇게 했을 때 서로 다른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 될는지 아니면 같은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 될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7. 쌍대연합 학습에서, 강화물은 무엇인가?

8. 망각의 양은 파지기간의 길이에 따라 직접적으로 변화한다. 그런데도 시간이 망각의 원인이 아닌 이유는 무엇인가?

9. 망각을 행동의 상실로 정의한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10. 자유회상과 촉구회상의 차이는 무엇인가?

11. 이 책에서 언급한 망각의 측정법 중 가장 미묘한 정도의 망각까지 탐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어떤 것인가? 그 생각이 맞는지 어떻게 검증하겠는가?

12. 과학습에 관한 연구가 여러분이 실제로 공부하는 것에 대해 함의하는 바는 무엇인가?

13. 여러분이 이 과목을 들으면서 공부한 것을 망각하게 하는 요인으로 역행 간섭과 순행 간섭 중 어떤 것이 더 가능성이 있는가?

14. Greenspoon 과 Ranyard (1957) 의 연구의 실용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15. 일부 심리학자들은 자발적 회복이 망각의 한 형태라고 주장한다. 이를 설명하라.

16. Mary 는 힘들게 이혼을 하였는데, 나중에 그 모든 경험이 백지같이 텅 비어 있어서 거의 아무 일도 기억할 수 없음을 발견하였다. 몇 년이 지난 후, 두번째로 이혼을 하게 되자 첫번째 이혼할 때에 일어난 온갖 일들이 생각남을 알게 되었다. 왜 그런지 설명해보라.

17. 역행 간섭과 순행 간섭의 예를 스스로의 경험에서 들어 보라.

18. 회상을 증진시키는 기법들 (과학습, 분산된 연습 등등) 을 기억하기 위한 기억술을 하나 고안해 보라.

19.『백경 (Moby - Dick)』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선장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에는 어떤 종류의 촉구자극 (혹은 자기탐색자) 을 사용할 수 있을까?

20. 망각이 아예 나쁘기만 한 일은 아닌 이유를 설명하라.

읽을 거리

망각에 관한 고전적인 책은 1885 년에 독일어로 처음 출판된 Hermann Ebbinghaus 의 『기억 (Memory)』이다. 영어 번역본이 있는데, 놀랍게도 재미있다. Luria 의 『기억술사의 마음 (Mind of a Mnemonist)』이란 책은 망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사람에 대한 흥미로운 기록을 남기고 있다.

Alan Baddeley 의 『당신의 기억에 대한 지침서 (Your Memory : A User's Guide)』이나 I. M. L. Hunter 의 『기억 (Memory)』은 기억에 관한 연구를 재미있게 개관하고 있다. John D. Bransford 의 『인간 인지 (Human Cognition)』나 Elizabeth Loftus 의『기억 -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는가와 왜 우리가 망각하는지에 대한 놀랍고 새로운 깨달음 (Memory : Surprising New Insights into How We Remember and Why We Forget)』도 읽어 보라.

물음에 대한 답

317 쪽 : 망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어나는 학습된 행동의 퇴화이다.

319 쪽 : 촉구회상에서는 이전에 학습된 행동을 촉발하는 것을 돕는 촉구자극 (또는 단서) 이 있는데, 자유회상에는 그런 단서가 없다 (혹은 아주 적다).

325 쪽 : 쌍대연합학습은 조작적 학습이다. 반응 다음에는 강화적 또는 처벌적 자극 (즉 정답단어) 이 따라 온다.

328 쪽 : Thune 과 Underwood 는 망각의 측정법 중 과학습법 (절약법) 을 사용하였다.

331 쪽 : 맥락은 행동이 일어나는 배경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극을 가리킨다.

343 쪽 : 답에는 다음 네 가지가 포함되어야 한다. 과학습하라, 기억술을 사용하라, 기억술 체계를 써 보라, 맥락 단서를 사용하라, 연습을 분산시켜라, 촉구자극을 사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