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로봇의 세계

 

두뇌에 도전하는 미래 컴퓨터 : 지학사 기획, 과학세대 편저, 도서출판 벽호, 2000, Page 25~60

 

오늘의 컴퓨터, 어디까지 와 있나?

막강한 기계군단, 산업용 로봇

  제1세대에서 제3세대까지

  컨베이어 벨트가 사라진 '꿈의 공장'

  산업용 로봇의 구조

인류의 대리자, 첨단 로봇

  외다리 로봇에서 '와봇'까지

  사람을 닮은 로봇 손

  태양계를 벗어난 로봇 탐사선

  마이크로 결사대의 꿈

 

오늘의 컴퓨터, 어디까지 와 있나?

인간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자기 모습과 닮은 형상을 빚으려고 애썼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나무나 돌을 깎아 사람의 모습을 만든 다음 소원을 빌었다. 얼마 전까지도 시골 마을의 어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천하 대장군이나 지하 여장군, 돌부처와 갖가지 신상 등이 모두 이러한 예이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신의 모습을 사람에 비유하여 만들었는데, 신 중의왕 제우스를 비롯한 12신이 가족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중세 시대에는 사제나 현인들이 몸 속에 작은 난쟁이 인조 인간을 지니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어떤 학자는 밀랍을 이용하여 인조 인간을 만드는 방법에 대하여 자세히 적은 책을 쓰기도 했다. 톱니와 태엽 같은 기계 장치들이 발명되자 기술자들은 움직이는 자동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피노키오도 나무로 만들어 진다. 피노키오의 아버지는 자식이 없음을 슬퍼하던 목수였다. 나무로 아이의 모습을 깎은 다음 거기에 생명이 깃 들어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란 것은 그 목수만이 아니었다.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흙이나 나무로 사람의 모습을 빚으며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 줄 수 있기를 바랐다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 에니악이 등장한 것은
1946년이었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컴퓨터의 놀라운 성능이 널리 알려진 것은 1952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였다. 에니악의 뒤를 이어 처음 상업용 컴퓨터로 개발된 유니백이 선거 개표 방송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요즈음에야 선거 전의 여론조사에서부터 개표 집계까지 모든 과정이 컴퓨터의 도움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가 되었지만 막 컴퓨터가 발명된 당시만 해도 컴퓨터를 선거에 투입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다. 
선거 개표에는 모두 세대의 유니백이 투입되었다
. 한 대는 방송중인 데이터를 처리하고 다른 한 대는 첫번째 컴퓨터가 실수를 하지 않는지 확인을 하는 역할이었고 나머지 한 대는 만약의 고장 사태에 대비한 예비용이었다. 기술자들은 정치학자, 기자 등의 도움을 받아 선거에 관계된 각종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시켰다. 제대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개표가 끝나기 훨씬 전에 당선자를 예측할 수 있었다.
투표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표가 시작되었다
. 방송이 처음 나간 지 겨우 3시간이 지난 저녁 9시, 컴퓨터는 이미 아이젠하워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하고 있었다. 컴퓨터 담당자들은 컴퓨터의 예측을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당시 전문가들은 두 후보가 백중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결과를 다시 확인해도 유니백은 똑같은 예측을 하고 있었다. 당황한 전문가들은 컴퓨터의 예측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지 못하고 ‘아이젠하워 후보 약간의 우세’라는 조작된 결과를 내보냈다. 하지만 개표가 끝났을 때 놀랍게도 그 결과는 유니백이 예측한 대로 아이젠하워 후보의 압승이었다. 당시 각 신문들은 ‘1퍼센트의 오차밖에 보이지 않는 놀라운 전자 두뇌’라는 컴퓨터의 활약을 대서 특필했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은 컴퓨터를 ‘전자 두뇌’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컴퓨터는 그 후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 지금 이 순간에도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분야에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고 있다. 지금부터 우리는 현재 최첨단을 자랑하는 컴퓨터 기술과 앞으로 등장하게 될 새로운 컴퓨터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중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이야기도 있고 책이나 방송을 통해 익숙한 분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이 현재 우리의 생활을 서서히 바꾸어 놓고 있고 앞으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점에서는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우선 컴퓨터 기술이 지금 어디까지 발전해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첨단 컴퓨터의 세계를 탐험해 보기로 하자.

막강한 기계군단, 산업용 로봇

‘로봇’이라면 누구나 제일 먼저 만화 영화에 자주 나오는 로봇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로봇들은 팔다리가 무쇠로 만들어졌고 하늘을 날기도 하지만 생김새는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로봇이라는 말은 지금부터 70여년 전인 1920년대 체코의 카렐 차펙이라는 사람이 처음 사용했다. 극작가인 차펙은 ‘로섬의 로봇’이라는 희곡을 썼는데, 그 희곡은 로섬이라는 사람이 자기 공장에서 온순한 노예인 기계 인간을 만들어내는 데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괴팍한 한 과학자가 이 기계 인간에 감정을 불어넣어 결국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죽이며 끝내는 세계를 정복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글이 쓰여진 때가 제1차 세계 대전이 막 끝난 무렵이어서 사람들 사이에는 기계가 발달하면 결국 인간에게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퍼져 있었다. 로봇이라는 말은 체코어로 일을 뜻하는 ‘로보타’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기계 인간
, 인조 인간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 로봇은 기계의 왕이라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어서 과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훨씬 전부터 과학 소설의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손님이 되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세계적인 과학 소설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많은 소설을 지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로봇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의 ‘로봇 공학’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고, 로봇 공학의 3원칙이라는 유명한 원칙을 스스로 만들었다. 로봇 공학의 3원칙은 다음과 같다.
제
1조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되며 인간이 해를 입도록 놔두어서도 안 된다.
제
2조 로봇은 제1조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제
3조 로봇은 제1조와 제2조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이 법칙들은 앞에서 이야기한 로섬의 로봇과 같은 불행을 막기 위해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도록 철저한 방비를 하고 있다
. 이 3원칙은 오늘날 로봇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원칙이 되고 있다고 한다. 아시모프의 유명한 과학 소설 ‘로봇’에서는 양전자 두뇌를 가진 로봇 형사와 인간 형사가 한 팀을 이루어 은하제국을 무대로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아서 클라크라는 영국의 과학 소설 작가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라는 작품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로봇을 등장시켰다. ‘할 (HAL)’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로봇은 사람을 태우고 머나먼 우주 공간을 비행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다. ‘할’은 항로 조종, 지구와의 연락 유지 등은 물론 우주 비행사들에게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일까지 맡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주선 자체가 커다란 로봇인 셈이었다. 그런데 지능을 가진 컴퓨터 할이 고장을 일으켜 사람과 컴퓨터 사이에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다. 그런데 ‘할’은 놀랍게도 학습을 하는 컴퓨터였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를 처음 만들어준 과학자로부터 임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언어 등을 학습 받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었다. 물론 ‘할’은 소설 속에 나오는 상상의 로봇이긴 하지만 이렇게 지능을 가진 이 로봇들이 반드시 꿈만은 아니다. 그 동안 소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실로 이루어진 과학 기술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로봇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로봇과는 굉장한 거리가 있다
. 산업 현장이나 사람이 하기에 위험한 장소에서 사용되는 특수 로봇들은 사람의 모습을 전혀 닮지 않았다. 이런 로봇들은 대개 사람이 하는 여러 가지 일 중에서 한두 가지 역할만을 전문적으로 맡아 하기  때문에 로봇 손, 또는 로봇 눈이라 부르는 편이 적당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컴퓨터의 발달로 로봇 공학 역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의 뒷부분에서 소개될 인공 지능, 뉴로 컴퓨터와 결합되어 인류의 오랜 꿈인 ‘지능을 가진 로봇’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로봇은 그 동안 사람이 하던 많은 일을 대신하고 있다
. 머나먼 우주 공간에서 깊은 바다 속에 이르기 까지 사람이 직접 갈 수 없는 곳에서 인간을 대신해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대리자로까지 발전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컴퓨터의 역할이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컴퓨터가 오늘날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하지 않았다면 지능 로봇은 물론 자동차를 용접하는 단순한 산업 로봇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제1세대에서 제3세대까지

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로봇의 발전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서 이야기한다. 제1세대는 요즈음 텔레비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산업용 로봇들이다. ‘자동 제어’ 장치라 불리는 컴퓨터와 연결되어 사람의 손이나 팔을 대신하는 제일 단순한 부류의 로봇들이다. 1세대라 불리지만 현재로서는 이 로봇들이 가장 실용화된 형태이다. 사람과는 달리 잠을 자거나 수리 필요도 없고 사람보다 훨씬 힘이 세다. 하지만 더 큰 장점은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백 분의 1밀리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 작업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제
2세대는 여러 가지 감각 기관을 갖추고 있어 1세대에 비해 훨씬 민감하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센서, 즉 감지기들이 달려 있어 로봇의 자세를 바로잡거나 간단한 물체를 식별 할 수 있다. 가령 제1세대의 도장용 로봇은 작업자의 실수로 로봇 앞에 칠해야 할 자동차가 도착하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페인트를 뿜어내 엉뚱한 작업대에 칠을 하고 아까운 페인트를 낭비한다. 하지만 광학 센서를 갖춘 로봇이라면 그런 염려가 없다. 만약 정해진 위치에 일감이 오지 않으면 기다리므로 정확하게 칠할 수 있다.
1,2세대가 사람의 동작을 단순하게 흉내내는 것이라면 제3세대 로봇은 전혀 종류가 다르다. 이 로봇은 판단이나 식별이 필요한 고급 작업을 한다. 불량품을 골라내고 도면을 판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컴퓨터의 발전으로 점점 더 복잡한 일들을 담당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을 처음 발명한 곳은 미국이었다. 물론 컴퓨터가 나오기 이전에도 톱니바퀴나 캠 등을 이용해 간단한 동작을 할 수 있는 기계 장치는 여럿 있었다. 1830년 무렵 미국의 크리스토퍼 스펜서라는 사람이 만든 자동 선반은 몇 가지 기능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면서 나사못, 기어 따위를 혼자의 힘으로 깎아냈다. 하지만 오늘날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의 직접적인 선조라 할 수 있는 장치는 1954년 역시 미국의 엔지니어인 조지 데벌이라는 사람이 만들어냈다. 그가 특허를 얻어낸 장치는 ‘프로그램 제어식 자재 이동 장치’라는 길다란 이름을 갖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자재들을 공장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주는 장치였다. 에디슨 못지않게 발명가로 이름을 떨친 데벌은 처음으로 자동 제어되는 로봇 팔을 만들어 이 분야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가 만든 로봇 팔은 어깨와 위팔, 아래팔, 그리고 손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구조상으로는 사람의 팔과 비슷했다. 로봇 팔이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관절의 숫자가 많아야 한다. 대부분의 로봇 팔은 상하, 좌우, 전후로 움직이고 다시 손목이 회전, 좌우, 상하로 움직인다. 이런 경우를 ‘자유도 6’을 갖는다고 한다. 따라서 자유도가 높을수록 기능이 많아진다. 데벌이 만든 로봇 팔의 구조는 그 이후 산업용 로봇에서 거의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산업용 로봇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의 일이다. 요즈음 많이 사용되고 있는 산업용 로봇은 1세대를 넘어 2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감지기 (센서), 마이크로 프로세서 등을 갖추고 초보적인 지식은 물론 웬만한 감각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 로봇은 일일이 사람의 지시를 받지 않고도 주어진 환경에 혼자 적응할 수 있다. 그래서 2세대 로봇을
‘적응형 로봇’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몇 사람의 관리자 외에는 일하는 사람이 없고 로봇들만이 알아서 물건을 생산하는 무인 공장이 눈앞에 다가오게 된 것도 모두 이 적응형 로봇 덕분이다. 그러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산업용 로봇을 갖고 있는 일본의 공장에서 로봇들이 벌이는 활약을 살펴보기로 하자.

컨베이어 벨트가 사라진 '꿈의 공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닛산 자동차 회사는 1992년 5월 규슈 공장을 새로 준공햇다. 이 공장은 처음 설계될 때부터 여느 공장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환영의 문이라는 뜻의 '웰컴 게이트'를 지나면 동화 속에나 나옴직한 유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있는 거리와 공장들은 한결같이 공장이라기보다는 디즈니 랜드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곳에는 '꿈의 공장', '환상의 공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공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어디에선가 풍겨오는 향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쾌적한 실내 온도와 파이프를 통해 공급되는 향기 덕분에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조건 속에서 마음놓고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생산 라인 쪽으로 눈을 돌리기만 하면 금방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다. 규슈공장은 전 종업원의 숫자가 6백 명인데 로봇의 숫자는 5백대이다. 사람과 로봇의 비율이 거의 '1대1'인 셈이다. 이 로봇 노동자들 덕분에 용접 분야는 90퍼센트, 차체에 페인트를 칠하는 도장 작업은 80퍼센트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부품 조립이다. 보통 자동차는 모두 약 2만 개의 부품이 결합되어 만들어진다. 이 부품에는 타이어나 차체처럼 크고 간단한 것도 있지만 작고 정교한 것들도 많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야이다. 오랜동안 숙련된 기술자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감각과 손놀림은 아직까지 기계가 대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닛산 자동차 규슈 공장은 이 어려운 부품 조립 분야에서도 20퍼센트 정도를 로봇으로 자동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때까지 같은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 공장이 15퍼센트, 마쓰다 공장이 18퍼센트로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었는데 닛산 규슈 공장이 20퍼센트로 끌어올려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제 로봇은 용접이나 도장뿐 아니라 그동안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을 수 없었던 비눗물 주입, 시트 설치까지 척척 해낸다.
그러면 공장 안으로 들어가 거대한 로봇 구단들이 일하는 모습을 살펴보기로 하자. 제일 두드러진 특징은 컨베이어벨트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끔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동차 공장이나 전자 공장을 보면 근로자들이 늘어서서 일하는 작업대가 서서히 앞으로 이동하는 로봇을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이것을 컨베이어 벨트라고 한다. 그런데 규슈 공장에서는 켄베이어 벨트 대신 노란색의 전차가 등장했다. 제작되고 있는 자동차는 이 전차에 실려 공장 안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조금씩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전차가 두뇌를 가졌다는 점이다. 전차는 무려 1.5킬로미터나 되는 길다란 생산 라인을 혼자 돌아다닌다. 앞의 공정이 느려지면 알아서 속도를 늦추고 멈춰 기다리기도 한다. 또 키가 큰 근로자 앞에서는 차체를 위로 올리고 키가 작은 근로자 앞에서는 키를 낮추기까지 하는 아주 똑똑한 전차이다. 자동차를 싣고 다니는 전차에는 컴퓨터와 감지기다 달려 있어서 스스로 상황을 파악해 움직이는 것이다. 덕분에 컨베이어 벨트가 내는 덜거덕거리는 소음도 사라져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이 공장에서 컴퓨터가 하는 역할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로봇, 전차, 모든 생산 과정이 컴퓨터에 의해 조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할 일은 아직까지 자동화되지 않은 부분적인 조립 작업을 제외하고은 컴퓨터와 로봇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 고작이다. 옛날 같으면 한 가지 종류의 자동차를 만들다가 다른 모델의 자동차를 만들려면 생산 라인을 전부 뜯어 다시 조립해야 했다. 하지만 이 공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생산 라인이 컴퓨터로 통제되기 때문에 프로그램만 바꾸어주면 얼마든지 다른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더군다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주문 자동차'도 값싸게 만들 수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몇 안 되는 승용차 종류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대신 자기가 원하는 대로 갖가지 특성을 살린 자동차를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전에는 자기만의 승용차를 주문하려면 굉장히 비싼 값을 치루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만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 자동차를 주문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얼마 후면 몇 사람의 감독을 제외하고는 로봇이 모든일을 처리하는 '무인 공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수천 가지 자동차가 척척 굴러나올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산업용 로봇의 구조

그러면 산업용 로봇은 어떤 원리로 움직이고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을까? 우선 제 2세대인 적응형 로봇이 움직이는 기본적인 원리와 컴퓨터의 역할을 살펴보기로 하자. 보통 산업용 로봇은 매니퓰레이터 (조종기) , 센서 (감지기) , 제어 장치, 그리고 동력 변환 장치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먼저 매니퓰러이터라 불리는 장치는 사람의 팔에 해당한다. 물건을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구멍을 뚫고 용접을 하기도 한다. 로봇 팔이 제 역할을 하려면 적어도 6개의 관절이 필요하다고 한다. 관절의 숫자는 곧 그 로봇의 자유도가 된다. 다음 그림에 나오는 로봇 팔은 '자유도 6'이다. 감지기는 사람의 감각 기관에 해당한다. 제일 많이 사용되는 것이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시각 센서로 사람의 눈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외에도 로봇의 위치를 파악하는 위치계, 속도를 측정하는 속도계 등의 감지기가 있으며 특수한 분야에서는 소리나 방사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감지기가 사용되기도 한다. 감지기는 대개 로봇 팔에서 떨어져 로봇의 활동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반대편 위쪽에 달린다. 그러면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은 물론 재료나 방해물이 이동하는 모습까지 한누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제어 장치는 사람의 두뇌에 해당한다. 감지기가 보내 온 정보에 따라 로봇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잘못된 동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하는 기능을 한다. 컴퓨터는 이 제어장치에 연결되어 미리 주어진 프로그램에 따라 로봇 팔이 원할한 작업을 하도록 지시를 내린다. 마지막으로 동력 변환 장치는 제어 장치의 지시를 받아 로봇 팔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도록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로봇 팔에는 스테핑 모터라 불리는 아주 정밀한 모터가 많이 사용된다. 수천 분의 1밀리미터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한 작업을 할 때면 모터가 한 바퀴만 잘못 돌아도 불량품이 나온다. 따라서 동력 변환 장치는 정해진 시간과 세기로 전류를 공급한다.
현재 산업용 로봇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자동차 생산 공장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지난 70년부터 로봇이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수천 대의 로봇 군단이 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생산 공정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로봇을 사용할 뿐 아니라 로봇 생산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루어 현재 10여 개 기업에서 용접 로봇, 조립 로봇등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로봇이 이용되는 범위는 아주 넓다. 현재까지는 용접이나 도장 등 비교적 간단한 작업에 많이 사용되는 형편이지만 점점 조립, 가공 같은 어려운 일에도 응용되고 있다. 산업 분야 이외에서도 로봇, 맹인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로봇 개,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 로봇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로봇들은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상당한 고급 지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공 지능을 갖춘 컴퓨터와 결합해서 개발되고 있다. 그러면 현재 연구 중인 첨단 로봇의 세계를 살펴보기로 하자.

인류의 대리자, 첨단 로봇

이 장에서는 현대 과학 기술의 총 결집체라 할 수 있는 첨단 로봇의 세계를 다루기로 하자. 여기에는 사람처럼 촉감을 느끼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로봇 손, 걷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보행 로봇, 머나먼 우주를 탐험하는 로봇 탐사선, 그리고 사람의 혈관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 등 현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신비한 로봇들이 모두 등장한다.

외다리 로봇에서 '와봇'까지

바퀴의 발명은 인류 문명에 커다란 발전을 가져왔다. 오늘날까지도 바퀴는 물건이나 사람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단이다. 그런데 바퀴는 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무척 불편하다. 험한 산악이나 가파른 계단, 문턱이나 좁은 틈을 건너는 데에는 동물이나 사람의 다리가 제격이다. 한 장소에 서서 용접을 하거나 구멍을 뚫는 로봇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로봇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로봇 공학자들은 걸어다닐 수 있는 장치, 즉 보행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걸어다니는 장치를 만들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두 발을 놀려 걷거나 뛰지만 기계를 이용해 걸음걸이를 흉내내는 연구는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과제를 남기고 있다. 보행에는 보조 맞추기, 균형 잡기, 장애물 통과 등 수도 없이 복잡한 과정이 포함된다.
처음 보행기를 연구한 곳은 미국의 국방성이었다. 미국방성은 1962년에 유명한 전기 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사와 함께 거친 지형을 마음대로 누비고 다닐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처음에는 사람처럼 두 발을 가진 보행기를 만들려고 했지만 두 다리 방식보다는 네 다리 방식이 훨씬 안점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걸어다니는 트럭'으로 불리는 보행기였다. 이 보행기는 힘도 세고 시속 8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달릴 수 있어 철도를 건너고 수렁에 빠진 트럭을 꺼내는 등 다재다능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보행기를 조종하는 운전병이 불고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녹초가 되어 버린다는 점이었다. 네 다리의 12개나 되는 관절들을 일일이 손으로 조종해야 하니 아무리 힘세고 숙달된 조종사도 견들 수가 없었다.
그 후 보행기는 주로 동물이나 곤충의 다리를 모방한 4족기, 6족기 등이 개발되었다. 1970년대 후반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에서 맥기라는 이름의 과학자가 곤충을 닮은 6족 보행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6개의 다리에는 관절을 움직이는 모터가 하나씩 달려 있었고 컴퓨터가 보행에 필요한 모든 지시를 내리게 되어 있었다. 이 장치는 장애물을 넘고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983년에는 역시 미국의 카네기 밀런 대학에서 아주 희한한 보행기가 선을 보였다. 이 장치는 다리가 하나밖에 없어 외다리로 콩콩 뛰면서 방 안을 돌아다녔다. 이 외다리 보행기는 압축 공기를 이용해 땅에서 튀어 올랐고 다리가 지면과 수직을 이룰 수 있도록 컴퓨터가 균형을 잡아 주었다. 보행기를 만든 레이버트는 옆을 지나가는 보행기를 손으로 밀어 보았지만 용케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았다.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비행기에 사용되는 자이로스코프라는 장치가 보행기에 들어있어 외족 보행 장치의 자세에 대한 정보를 주었고 다른 감지기들은 보행기의 높이, 속도등을 전기 신호로 바꾸어 컴퓨터에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장치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사람이나 동물의 걸음걸이를 모방한 보행 장치가 여럿 등장하게 되었다. 그림에 나오는 보행기들은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실험용으로 만들어진 보행기들이다.
로봇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는 1973년 와세다 대학에서 와봇 1호라는 2족 보행기를 만들었다. 이 로봇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한 발을 떼고 무게 중심을 그쪽 발로 옮긴 다음 다시 한 발을 떼어놓는 방식을 이용해 느릿느릿 걸었다. 동력은 몸 안에 내장된 소형 모터를 이용했다. 이어 개발된 와봇 2호는 걸을 뿐 아니라 피아노 앞에 앉아 비디오 카메라로 만든 눈을 이용해 악보를 읽고 탄소 섬유로 만든 다리로 페달을 밟으면서 10개의 손가락을 이용해 피아노를 치기도 했다. 이 와봇 2호는 1985년 동경에서 열린 '85 동경 엑스포'에 출연해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사람을 닮은 로봇 손

요즈음 공장에서 일하는 산업 로봇에게는 손이 없다. 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 용접기나 전기 드릴이 쥐어져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는 그다지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로봇과 컴퓨터가 발달해서 지능을 가진 로봇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로봇도 사람이 하는 많은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과학지들은 사람처럼 부드럽고 여러 가지 감각을 느낄 수 잇는 로봇 손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사람의 손은 아주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체 어느 곳 하나 정교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특히 손은 가장 많은 뼈와 수많은 힘줄로 이루어져 있어 기계 손을 만드는 일이 아주 어렵다. 사람의 손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뜨겁고 차가운 느낌은 물론이고 촉감도 여러 종류로 구분해서 느낀다. 그럼 우선 사람의 손이 느낄 수 있는 촉감의 종류를 살펴보자.
손은 제일 먼저 탁구공이나 달걀처럼 부드러운 곡면을 느낄 수 있다. 어떤 물체가 곡면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밋밋한 평면으로 되어 있는지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촉감이 발달한 사람은 손으로 눈을 감고도 다른 사람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얼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맞추기도 한다.
둘째로 손은 물건을 쓰다듬어 거친지, 매끄러운지 알 수 있다. 또 촉감으로 나무, 콘크리트, 쇠등 그 물건의 종류도 알 수 있다.
세 번째로 손은 진동을 느낄 수 있다. 떨리는 소리굽쇠, 공기의 진동은 눈을 감고도 쉽게 느껴진다. 앞을 볼 수 없는 장님들은 특히 이런 촉각이 발달되어 있어 가느다란 지팡이 하나만 가지고도 길을 찾아갈 수 있다.
네 번째로 우리 손은 쥐고 있는 물건이 미끄러져 나가는지 느낄 수 있다. 수업 시간에 깜빡 졸다가도 손을 쥐고 있는 연필이 빠져나가는 감각 때문에 눈을 뜬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 손가락 끝에는 이런 것을 알아내는 신경 세포들이 가로 세로 1밀리미터당 한 개씩 촘촘히 박혀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기계 손이 사람의 손처럼 여러 가지 기능을 하려면 최소한 3개의 손가락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두 개로는 물건을 잡기에 불안하기 때문이다. 또한 불규칙한 모양새를 가진 물체를 쥐려면 세 개의 손가락으로 물체의 여러 면을 모두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의 손을 닮은 기계 손이 처음 등장한 곳은 일본이었다. 동경 근처의 작은 도시 쓰쿠바에 있는 한 연구소에서 1977년에 세 개의 손가락을 가진 로봇 손이 처음 만들어졌다. 이 손은 둥근 막대를 천천히 돌리고 손 안에서 공을 굴리고 볼튀 너트를 끼우기도 했다. 이 과정이 로봇 손의 기본 성능 테스트 과정이었다. 그런데 이 기계는 힘줄로 쓰인 강철줄이 금방 늘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박물관 신세가 되고 말았다.
미국은 1982년에 그림에 나오는 스탠퍼드/JPL라는 이름의 손을 만들었다. 이 손도 세 개의 손가락을 가졌는데 연구용 손답게 기능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85년에 제작된 유타/MIT 손은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손은 네 개의 손가락을 가졌는데 엄지에 해당하는 손가락 하나는 손바닥 가까이 달려 물건을 쥐기 쉽게 설계되어 있다. 유타대학과 MIT 대학이 공동으로 설계한 이 손은 사람보다 5배나 빨리 쥐었다 펼 수 있으며 사람만큼 정교한 손 동작을 할 수 있다. 1985년에 열린 한 전시회에서 유타/MIT 손은 달걀을 부드럽게 쥐고 두 조각으로 깨뜨려 그릇에 흰자위와 노른자위를 넣은 다음 손가락 하나로 1초에 65회전의 빠른 속도로 휘저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손이 놀라운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은 손가락 끝에 달려 있는 감지기 덕분이다. 유타/MIT 손은 가로 세로 약 1.2센티미터 되는 고무판을 세 개씩 달고 있다. 이 고무판은 두 개의 고무판이 맞붙은 형상을 하고 있는데 그 안에는 다시 각기 8줄의 구리선이 들어있다. 따라서 하나의 고무판 안에서 모두 64개의 구리선이 교차점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손가락이 어떤 물체에 닿아 고무판에 압력이 가해지면 고무판과 구리선이 콘덴서 역할을 해서 정전 용량이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손에 가해지는 압력을 전기 신호로 바꿀 수 있고 각 교차점마다 전기 신호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물체를 손에 쥐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손에 연결된 컴퓨터의 몫이다.
최근에는 로봇 손이 사람만큼 정교한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광섬유를 이용한 감지기도 실험하고 있다. 이제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감각과 정확도를 갖춘 로봇 손이 고도의 정밀한 외과 수술을 담당하거나 어떤 요리사도 따라올 수 없는 주방장이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셈이다. 마약이나 밀수품을 적발할 수 있는 감지기를 장치한 로봇 손이 만들어 진다면 공항이나 항구에서 밀수범들을 꼼짝못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태양계를 벗어난 로봇 탐사선

1998년 8월 24일 우주 탐사선 보이저 2호는 해왕성을 지나 태양계를 벗어났다. 1977년에 발사된 지 10여 년 만에 보이저호는 태양계의 조사를 끝내고 우주 저멀리 아득한 큰 개자리 시리우스별을 향해 머나먼 향해길을 떠나게 된 것이다. 보이저호가 태양에서 제일 가까운 항성 근처까지 여행하는 데는 무려 4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지구와 비슷한 행성 근처를 비행하려면 다시 수백만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보이저 우주선에는 물론 사람이 타고 있지 않다. 사람은 수만 년 씩이나 걸리는 긴 우주 여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보이저 우주선은 어떻게 항로를 조종하고 비행 도중에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할 수 있을까? 그런 일들은 우주선에 장치된 두 대의 사령 컴퓨터가 맡아서 하고 있다. 이 컴퓨터들은 우주 비행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기능이 프로그램되어 있을 뿐 아니라 고장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고장을 진단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보이저호에는 모두 여섯 대의 컴퓨터가 장치되어 있다. 우주선의 선장 노릇을 하는 두 대의 사령 컴퓨터, 우주선의 자세를 바로잡아주는 두 대의 자세 제어 컴퓨터, 그리고 사진을 찍고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하는 두 대의 컴퓨터가 있다. 사령 컴퓨터는 만약의 경우 스스로 고칠 수 없는 고장이 일어나면 다른 한 대가 대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두 대가 장치되어 있다.
이처럼 보이저호는 컴퓨터와 기계 장치들이 하나로 결합되어 사람을 대신해서 먼 우주를 탐헌하는 로봇 탐사선이다. 우주 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은하계 내의 먼 항성들이나 다른 은하를 탐험하는 우주 계획에서 이처럼 사람이 타지 않은 로봇 탐사선을 많이 계획하고 있다. 과학 소설에서는 블랙홀을 이용해 다른 은하로 여행하거나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이 아닌 4차원, 혹은 그 이상의 고차원 공간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3차원으로 돌아오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모두 상상 속에나 등장하는 여행 방법일 뿐이다. 현재까지 항성에서 사이를 이동하는 항성간 여행 방법은 사람이 타지 않은 로봇 탐사선을 이용해 수만 년 동안 여행하는 길밖에는 없다.

마이크로 결사대의 꿈

이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마이크로 결사대'를 아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우주선을 타고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 나쁜 병균과 싸우고 갖가지 모험을 벌이는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재미있고 신비스럽다. 영화에서는 적혈구 세포보다 더 작은 마이크로 로봇들이 주사 바늘을 통해 혈관을 타고 들어가 심장병 환자를 치료한다. 그런데 최근 세계 여러 나라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마이크로 결사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작은 로봇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어떤 사람들은 빈대 크기만한 로봇을 만들어 비행기 엔진처럼 정교한 기관의 미세한 고장을 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들은 분자 크기만한 로봇들이 원자 크기만한 공구를 이용해 혈관 내의 노폐물을 씻어내고 병균과 싸우는 소설 같은 생각을 꿈꾸고 있다. 이렇듯 마이크로 로봇은 개발되기만 한다면 수많은 분야에서 사람들을 이롭게 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작은 로봇을 만들려면 현미경으로 보이지 않을만큼 미세한 부품을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벨 연구소, MIT,캘리포니아 공과 대학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소들은 실제로 거미줄보다도 가느다란 축, 눈에 보이지 않는 톱니바퀴 등을 이용한 먼지보다 가벼운 전동기를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벨 연구소에서는 직경이 0.005인치밖에 되지 않는 초소형 원동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원동기는 전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바람으로 작동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작은 전동기나 원동기를 만들려면 그야말로 정교한 설계와 미세한 가공 기술이 있어야 한다. 미세 회로를 만드는 방법은 컴퓨터 칩을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한다. 먼저 집적 회로나 기판의 회로를 사람이 다룰 수 있을 만큼 크게 만들어 완벽한 설게를 마친 다음 정밀 사진 기술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로까지 축소시키는 것이다. 그런 다음 축소된 청사진을 규소 표면에 씌워놓고 화학 물질을 사용해서 부식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미세 회로나 마이크로 전동기 등의 작은 부품에서 규소는 매우 중요한 재료가 된다.
여러 연구소에서 마이크로 로봇에게 동력을 줄 미세 전동기나 원동기를 개발하고 있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이 로봇에게 눈을 만들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눈이라고 해서 사람처럼 정교한 눈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적외선 감지 장치처럼 물체를 알아볼 수 있는 기본적인 감지기 수준이다.
현재 마이크로 로봇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는 역시 의료 분야이다. 극소형 카메라를 장치한 마이크로 로봇을 몸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다면 모든 장기 내부를 움직이는 상태에서 관찰하면서 이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적절한 치료 기구나 약품을 가진 마이크로 로봇들이 대량 몸 속으로 들어가 분자나 원자 차원의 미세하고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인체의 신비로 남아 있는 뇌를 비롯한 여러 부분도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의료 분야 다음으로 관심을 가진 곳은 제조업이다. 점차 소형화, 정밀화의 길을 달리고 있는 많은 기기의 제작이나 수리에서 꼬마 로봇들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 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로봇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신소재의 발달과 컴퓨터 기술의 향상으로 그 기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