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제 5 세대 컴퓨터
제 5 세대 : Edward Feigenbaum, Pamela McCorduck 공저, 윤진수 역, 홍익, 1983 (원서 : The Fifth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Japan's Computer Challenge to the World, Pearson Addison Wesley, 1983), Page 151~214
제 5 세대 컴퓨터 국제회의를 마치고 10 개월이 조금 지난 1982 년 8 월초의 일이다. 파이겐바움과 맥코덕은 동경의 어느 고층빌딩 21 층에 있었다. 지진이 잇달아 일어나기 일쑤인 동경에는 고층빌딩이 적지는 않지만 한결같이 모던하여 이렇다 할 특징은 찾아보기 어렵다.
보험회사나 변호사 사무실 같은 데서 흔히 보듯이 유리창에는 일본어와 영어의 두 가지로 <신세대 컴퓨터 기술개발기구> 라고 표기되어 있다. 유리창 너머로는 동경만의 아름다운 경치가 보인다. 밝은 날이면 후지산도 보인다. 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젊은이에게 있어 후지산이 보인다는 것은 다만 훗날의 추억거리에 그칠 것이리라. 동경의 여름은 짙은 안개로 후지산을 보기란 매우 어렵다. 더구나 그들은 이 사무실에 온지가 두 달밖에 안되니 말이다.
「겨울이 다시 찾아오면 그때 후지산은 보이겠지요.」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사무실에서 흔히 느껴지는 일이지만, 오래 있은 것같은 친근한 맛이 없어보였다. 벽에 어떠한 자국도 없고 비품들도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떠한 흠집도 눈에 띄지 않았다. 적어도 2 개월이 지났는데도, 미국의 컴퓨터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슬로건이나 포스타는 고사하고 관엽 식물 따위도 보이지 않았다.
40 인의 연구원들은 햇볕이 잘 드는 쾌적하고 넓은 사무실에 앉아 있다. 거기에는 긴 의자도 있고 서로 마주 보는 책상 사이에는 낮은 칸막이가 있었으나 옆의 사람들과의 사이에는 그런 칸막이 같은 것은 없다. 오해없기를 바라는 뜻에서 부연하지만, 그것은 긴 의자일지언정 작업대도 책상도 컴퓨터의 단말기를 올려 놓는 테이블도 아니었다.
사무실의 한 구석에는 컴퓨터가 놓여 있어서 그것만이 눈에 띈다. 아폴로 II 형이 2 대, 마이크로 컴퓨터가 2, 3 대이고 거기서 약간 떨어진 곳에 DEC 20 이라는 컴퓨터 단말기가 4 대 있었다. 1 개월 이내에 마이크로 컴퓨터가 1 대, DEC 20 을 위한 단말기가 수십대 들어온다고 한 관계자가 설명했다. 이런 것이 갖추어지면 이 사무실은 바야흐로 혁명의 장으로써 적합하리라. 그러나 미국의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대학원생이 이런 하잘것 없는 설비를 볼 것 같으면 코웃음치며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신세대 개발지구는 혁명을 일으킬 임무를 띄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두 가지 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된다. 제 1 의 혁명은 말할 나위없이 제 5 세대 컴퓨터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제 2 의 컴퓨터혁명> 인 것이다. 제 2 의 혁명이란 사회적인 혁명이다. 그것은 제 1 의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적어도 제 5 세대 컴퓨터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 생각된다. 그것은 일본인에 관한한 절대 불가결의 혁명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일하는 연구원들은 엔이찌 하꾸 소장을 빼고는 모두가 35 세 미만이다. 개중에는 그보다 훨씬 나이어린 젊은이도 있다. 그것은 소장이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소장은 아직 40 대 중간이지만 그는 「나이 많은 사람이 혁명을 하기란 어렵다.」라고 일찍부터 깨닫고 그러함을 강력히 주장한 터였다. 「젊고 뛰어난 사람들…」그는 늘 이렇게 말한다.
이같은 방법이란 흔히 보는 일본의 회사나 연구소 같은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일본인은 전통적으로 연공 서열을 따지는 엄밀한 계층사회 제도를 취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연구원 중심의 조직이란 서양인에 있어서는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그러나 일본인에 있어서는 예외없이 모욕감마저 느낄 것이다.
소장은 무분별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예의 따위를 무시했다. 그리하여 그는 과학자의 세계에서 우뚝할 만큼 특이한 인물로 보여지게끔 되었다.
젊고 패기 넘치는 이 연구원들은 여러곳에서 모여진 사람들이다. 신세대 개발기구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을 갖추고 있는 여러 기관 (부사통, 일립제작소, 일본전기, 삼릉전기, 송하전기, 충전기, 샤프, 동지 등 8 개사와 전전공사 전기통신연구소, 통산성전자기술총합연구소) 에서 모인 사람들이다.
연구원들의 사정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소장을 택하여 여기서 3 년을 같이 지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이 연구개발기구가 생기기 이전에 많은 위원회가 조직되어 계획을 검토하고 그러한 일을 위해 활약함으로써 소장이 인정하는 사람, 또는 소장 이전의 라인에서 선발한 사람들인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대한 의미를 갖는 이 계획에 직접 참가하고자 열렬히 희망하며 모였다. 여기서는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연구할 수 있지만, 그들이 소속하였던 회사나 연구소에서는 그같은 책임있는 일이 주어지기까지에는 몇 년을 더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 계획에 참가하기 위해 회사나 연구소의 관리직을 그만 두고 온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원래의 직장으로 복귀한다 해도 관리직에는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한 위험부담까지도 익히 알고 모인 그들이었다. 더구나 통근시간도 더 걸리는 형편이다. 원래의 직장에 비교하여 볼 때 이 새로운 직장은 더 멀다. 사무실로 나오기까지만도 2 시간쯤은 걸리는 그러한 거리이다.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는 사람에 있어 이것은 무리이지만, 그들은 인내력을 갖고 그런 고통을 참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것이 젊고 정열적인 이들 연구원에 있어서 큰 문제 거리는 안된다. 그들은 신세대개발기구의 개소식 석상에서 소장이 주창한 바를 듣고 분발하고 있다. 엔이찌 소장은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여기서 보내는 나날을 각자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시간으로 훗날 거듭 되풀이하여 말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들에 있어 그것은 위대한 세월이 될 것입니다. 자, 열심히 일합시다. 만약 계획이 실패하면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지만,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의견을 달리하는 연구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각자의 회사에서 실망을 느끼며 지내온 사람들이었다. 그 회사들은 제 5 세대 컴퓨터의 계획이 장차 일본에 있어 국제분쟁의 씨앗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터였다. 또 통산성의 강요에 의해 사원을 보내온 회사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신세대 개발기구의 조직화된 분위기에 쉽게 젖어들지를 못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누구도 가르쳐주지는 않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의 회사를 생각해서 그냥 채용되어진 셈이다. 「이 계획은 야심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IBM 이 어떠한 목표도 없는 계획에 투자한 적이 있었을까?」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더구나 그들은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설계하고, 부호화하고, 시도해 보고, 그리하여 실패하고, 실험하고, 논쟁하는…… 큰 계획의 초기에는 그런 귀찮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리라.」그들은 대체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신세대 개발기구는 발족되어 두 달이 지났지만, 이런 소수파의 사람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다수파를 대표한 소장을 찾아가 문제해결을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들은 「의견의 상충은 사기를 잃게 되어 일처리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경고를 서슴치 않는다. 소장은 그같은 의견을 바꿔 보리라 생각하고, 그들을 원래의 회사로 되돌려보내는 최종결정만은 유보하는 터였다.
연구원들은 자기들보다 나은 지도자를 숭배한다.여기서 <숭배> 란 말이 결코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 그러한 연구원들까지도 소장에게 때때로 놀라운 무엇을 느꼈다.
신세대 개발기구가 정식으로 발족하여 1 개월이 되었을 때 하드웨어 위원회의 대표가 소장을 만났다. 이 위원회는 처음 3 년간의 계획에 따라 2 년간은 하드웨어의 원형을 만든다고 하는 스피드한 계획을 세웠다. 이런 말을 소장에게 하니 소장은 기뻐하기는커녕 화를 내는 것이었다. 그것은 일본의 관리직으로서는 보기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소장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움직이게 하는 것과 같은 요구를 해왔다. 2 년의 계획을 1 년 반으로 단축하라는 요구였다. 하드웨어 위원회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2 년계획 자체도 무모한 일이라고 위원회는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 년 반으로는 무엇도 완성시키지 못하리라.
그러나 소장은 노기 띈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해내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잠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하기를 「처음으로 되돌아가 생각을 고쳐보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다시 이성을 찾은 듯 부연하여 말을 이었다.
「만약, 절대로 2 년이 걸린다고 한다면 2 년을 채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1 년 반으로는 안되느냐를 조사해 보는 것이 좋겠다. 품질관리를 다소 늦춰서라도 1 년 반에 훌륭한 기계가 만들어지면 그만이 아닌가?」
8 월 초순의 아침, 맥코덕과 파이겐바움은 회의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소장과 마주하였다. 맥코덕은 소장에 매료되는 듯 그의 인상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어떠한 전세의 인연인가 싶도록 그는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안겨준다. 그래서 불가사의하다는 생각까지도 갖게 된다.」
소장의 몸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와 엄격함이 흐르고 있다. 그것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그는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기분이 내키면 곧잘 영어로 말하지만 대체로 조사국제부의 쾌활한 아가씨에게 통역을 맡긴다. 그는 때때로 손을 놀리며 제스츄어를 씀으로 통역자의 능숙한 말을 듣기 전에 눈짐작으로 그의 말을 알아차릴 수가 있다.
그는 자신이 세우고 있는 계획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해주었다. 그리고는 그 설명에 대한 파이겐바움과 맥코덕의 반응을 분석적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소장은 정신적으로 젊고 모험심마저 충만하여 언제나 위험수위에 있다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파이겐바움은 그러한 소장에 대해 마음 속깊이 감명을 받았다. 일본의 상급 기술자 관리직은 권위의 단계를 밟으며 올라가는 가운데 자기가 관리하고 있는 기술에 대해 자신을 잃어가는듯 싶었지만 그러나 소장은 기술계획에 깊이 파고들어 놀랍도록 광범위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이 점에 있어서 부하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일본인은 예의바르고 외국의 손님이 오면 즐겁게 맞이하여 손님을 매료시킨다. 그래서 외국인은 일본인들의 그같은 점을 오히려 건성으로 여겨버린다. 하지만 소장과 같은 사람을 보면 그 장점을 알게 된다. 일본기술이 오늘날 세계의 톱을 달리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고, 그들처럼 천부적인 재질의 인간에 있어서는 어떤 목표이든 야심에 넘쳐 해내게 되리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인은 에너지에 넘쳐 있지만 창조성이 없다.」고 하는 문구는 일본인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소장은 그러한 타입의 인상을 말끔히 씻고자 개인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듯한 인상이 들기도 한다.
신세대 개발기구의 연구소장은 국제적 감각에 맞게 꾸며진 방이다. 유리창 너머에는 동경만이 펼쳐진다. 지난날 페리 제독의 악명높았던 흑선이 들이닥쳤던 동경만이 컴퓨터혁명을 지휘하는 사나이의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것이다. 아이러니이기는 하지만 컴퓨터는 생각한다. 페리 제독은 싫어하는 일본을 위협하여 미국이 바라는 바대로 통상조약을 받아냈었다. 만약 일본이 응하지 않으면 일본 국토가 파괴된다고 페리제독은 위협했었다. 그러나 만약 소장이 그런 일을 마음 속으로 그리고 있다손치더라도, 그것은 그 자신이 지금 동경만을 내려다보는 뜻과는 무관하리라. 왜냐하면 이 방엔 그런 의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연구소장실은 실은 의식을 치르기 위한 방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비품을 갖추고 몇 권의 책이 놓여 있었을 뿐이었다. 다른 아무 것도 없었다. 소장은 평소 낮은 칸막이로 되어 있는 큰 방에 있었다. 거기에 있으면 40 인의 연구원들을 지켜보며 언제나 그들에게 가까이 할 수 있어서였다.
아뭏든 이 사람은 서양에서는 보기 드물고 동양에서도 듣도 보도 못할 타입의 사나이다. 그는 다만 의지력 하나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타입의 사나이인 것이다. 그는 어쩌면 전설 속의 사나이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말할 나위도 없이 그에게는 전설이 뒤따르는 것이었다. 저녁 늦게 그의 부하들은 컴퓨터의 단말기 주위만이 아니라 어디서든 모이기만 하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설이 그러하듯 그 이야기 속에는 사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지를 못한다.
그러한 전설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거듭 되풀이되는 것은 이런 내용이었다. 소장은 전의 근무처인 연구소가 하는 짓이 못마땅하여 그만두고 나왔다더라, 한 달이 지나서 윗사람이 찾아와 간청해서 겨우 연구소로 되돌아갔었다더라 하는 것이었다.
젊은 연구원 누구나가 알고 있는 것이지만 소장은 전에 근무하던 전자기술총합연구소를 흔쾌히 그만두고 이 신세대 개발기구로 옮겨왔다. 일본의 직장인, 그중에서도 이 소장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이에 있어서는 그것은 놀라운 결단이었다. 그는 대단한 박식인데다가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을 위해 돈까지도 모두 쏟아 넣었던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소장은 앞으로 2, 3 개월 더 전자기술총합연구소에 그냥 머무르면 상당한 액수의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한다. 그러나 그는 그같은 개인적인 경제적 보장 따위에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일로 해서 이 계획을 한 달이든 늦출소냐 라고 마음먹었다. 종신고용제의 직장에서 일해온 젊은 연구원에 있어 이것은 파격적이고도 감동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제 5 세대 컴퓨터의 개발이 어떤 혁신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해도 그것을 훌륭히 해낼 사나이가 여기에 있다. 소장은 그것을 능히 성취시킬 것이다. 그는 젊은 연구원들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잘 이끌 것이다. 그는 세상에서 손쉽게 생각하는 것을 모두 타파하고 전통 같은 것도 버렸다. 그는 과학세계에서 흔히 보는 안이한 생각의 전통까지도 다같이 버릴 것이다. 그와 함께 있는 40 인의 젊은 연구원은 참으로 무사들이다. 컴퓨터혁명을 일으킬 사무라이들인 것이다. 그들은 그 혁명을 주도하기 위하여 날카로운 칼 대신에 첨단기술의 산물인 컴퓨터를 앞에 놓고 있다. 그리고 그 컴퓨터를 개량하여 새로운 세대의 기계를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들 40 인의 사무라이들은 참으로 대단한 의욕에 차 있다.
흔히 <통산성> 이라 약칭되는 일본의 통상산업성은 널리 알려진 관서이며 우리의 상상과는 달리 매우 탁월한 정부기관이다. 서양에서 관료라면 라벨이 낮은 인간으로 생각되기가 예사이며, 따라서 그들에게 엘리트니 하는 말의 관을 씌운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이야기지만 일본의 통산성은 문자 그대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관료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의 업무란 일본 산업 전체의 성공에 대하여 광범위하고 깊이있게 구상하고 행하며, 장기적인 전망을 에측하는 것이다.
이같은 그들의 임무는 두 가지 인사상의 특징 속에서 촉진되고 있다. 그 하나는 종신근무제도이다. 그들은 다음 해의 총선거 결과나 예산 삭감에 따른 해고와 같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먼 장래에 대한 자유로운 구상을 할 수가 있다. 그 둘째는 성내에 있어서의 각 국에 걸친 이동근무이다. 그들은 정기적인 이동에 의해 어느 한 국에서 다른 국으로 옮겨가며 근무한다. 종신고용제도 아래서 근무하면서 통산성의 갖가지 업무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다.
통산성의 관료들이 장기적인 전망에 주목하는 것은 일본의 무역과 산업의 전반적인 건전성에 대하여 책임감을 갖는 일이다. 모든 업무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통산성은 「왜 그같은 사태를 예상하여 실패를 미리 막을 방도를 알지 못하였던가?」라고 자책할 것이다.
일본이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역에 운명을 걸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통산성은 가능한한 최선의 장래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그들은 큰 자극과 동시에 국가적인 중책을 절감하고 있다. 통산성은 자기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공부, 공부, 공부> 를 한다. 마치 어린애에게 어머니가 공부를 강요하는 것처럼….
《일본, 넘버 원 (Japan, No.1)》이라는 책을 쓴 에즈라 보겔이 말한 것처럼 통산성의 목적은 일본 내의 회사 상호간의 경쟁을 잠재우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최대의 경쟁력을 가지고 최강의 회사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보겔은 부연하여 일본을 아메리카 훗볼연맹에 비교한다. 그 연맹은 팀의 규모, 선수의 모집 등에 대해서 규정을 정하고 경쟁의 룰을 정한다. 이로써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며 실력을 고루 갖춘 팀을 만들어낸다. 연맹은 팀 내부에 대해서 일체 말을 하지 않는다. 또 팀의 코치가 하는 일에도 간섭하지 않는다. 통산성이 하는 일은 이와 비슷하다. 통산성은 코치들이 더 잘 하게끔 갖가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통산성은 기업들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금조달, 외국환, 기술이전 등에 대한 지침과 우선도를 시달하고 조언을 한다. 통산성은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목표를 시달하고 공장근대화를 위한 기준을 정하곤 한다. 만약 그같은 기준을 달성하는데 자금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통산성은 기업의 합병을 추진하기도 한다.
보겔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들은 대담하게도 산업을 재편성하려 한다. 그리하여 장래 일본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되는 분야에 대해 자원을 집중시킨다. 일본인의 임금은 1960 년대 말엽에 서양의 레벨로 올라갔다. 그래서 통산성의 관료들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닌 자본집약적인 산업으로 자원을 바꿔 놓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1973 년의 석유파동 뒤에는 에너지집약적인 산업보다도 오히려 서비스집약적, 지식집약적인 산업으로 향하게 하고자 계획을 대대적으로 밀고 나갔다.」
통산성은 쇠퇴하는 산업에 대해서는 퇴축되는 데 따른 고통을 극소화시키는 방침을 세웠으며 또 새로운 산업에 대해서는 성장에 따른 고통을 최소한 줄이는 방침을 취하였다. 통산성은 큰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법규에 따른 힘이라기보다는 설득력에 의한 힘이었다. 기업은 통산성에 협력하지만 그 이유는 첫째는 통산성이 어떤 특정분야에 손을 내밀게 되는 경우 그것은 주로 그 분야의 모든 기업의 번영에 관심을 갖고 있는 증거이다. 기업 쪽에서도 그러함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는, 통산성은 세계적인 산업동향에 대하여 뛰어난 정보와 분석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통산성에 협력하는 또다른 이유는 통산성과 기업의 다양한 레벨의 인사들과의 사이에 끊임없는 회합에 의한 아이디어 등의 교환과 서로의 이해를 돈독히 하는 데에 있다. 통산성은 조화와 일치를 목표로 하고 일한다. 통산성이 발표하는 정책은 따라서 그 분야의 많은 사람들의 합의에 의한 반영인 것이다.
그리고 최후의 이유로 삼는 것은 통산성은 채찍의 입장이라는 점이다. 면허와 인가, 공장부지의 선정, 세금의 감면 같은 것을 통산성에 구할 필요가 있을 때 통산성은 평소 협력적이 아닌 기업에 대해서보다는 잘 협력하는 기업에 대해 호의적이다. 그러함을 기업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통산성에 불쾌감을 주면 기업으로서 손해를 보게 된다. 어떤 결정을 늦춘다거나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거나 또는 상각율이나 감세율에 대해 매우 인색하고 때로는 그 기업에 융자하는 은행에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그렇게 손을 쓸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런 손을 쓰는 것을 보지는 못하였다.
통산성은 스스로 <지식의 힘> 에 매료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할 때 수년 전 「일본은 단연코 정보화시대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라고 통산성이 결정한 것은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통산성의 결정은 사실대로 말해서 일본을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자 하는 국가적인 결정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통산성ㆍ후생성ㆍ경제기획청ㆍ우정성과 같은 정부기관이 협력하여 추진했어야 할 계획이었다. 이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들 각 기관은 제각기 계획을 세웠지만 그 모든 계획이 목적을 완수하려면 제 5 세대 컴퓨터가 중심적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1978 년 통산성은 전자기술정보총합연구소에 대해 「1990 년대를 위해 컴퓨터 시스템의 개발계획을 입안하라.」고 명령하였다. 그것은 통산성의 전형적인 방법이지만 어느 누군가에 의해 10 년 앞, 20 년 앞을 내다보듯 결정된 사안이었다. 이와 비슷하게 중요한 것이었지만 통산성은 「일본인도 대규모의 혁신적인 학문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었다. 새로운 세대의 컴퓨터는 이같은 요청에 딱 들어맞는 계획이었다.
통산성은 제 5 세대 컴퓨터에 대한 초기의 보고서를 입수하고 세계를 향하여 발표하는 회의를 후원했다. 그렇게 해서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은 입안되고 통산성의 후원에 의해 탄생하였던 것이다.
이 계획을 위한 예산은 상당한 높은 액수였다. 그러나 그같은 연구에 대한 미국의 예산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었다. 통산성의 제안에 따르면 10 년간에 일본 돈으로 1 천억 엔이 지출된다고 하였다. 최초 3 년간의 예산은 약 1 백억 엔에 불과하지만 그후 공학적 개발단계에 돌입하면 많은 예산이 지출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최초단계에서의 개발비는 모두 통산성이 부담하고 제 2, 제 3 단계에 들어서는 통산성 예산말고는 참가기업의 자금이 보태질 것이 예상된다.
통산성의 다른 개발계획의 경우는 민간회사의 출자와 정부예산과의 비율은 때로는 2 대 1, 3 대 1 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의 경우도 제 1 단계가 마무리 될 때 만약 중간 목표가 달성되었다손치드라도 일본의 경제력이 강력하게 유지되는 한 개발비의 총액은 10 억 달러 (일화 약 2,500 억 엔) 를 초과하게 될 것이다.
그같은 예산이 큰 것으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은 비교의 문제라 하겠다. 미국의 국방성 고등연구계획국은 일본의 이같은 도전에 대응되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지만 국방성의 향후 10 년간의 연구비와 첨단기술개발비가 제 5 세대 컴퓨터 개발비를 훨씬 웃돌고 있다는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또 IBM 의 연구개발비는 1981 년 한 해에 약 15 억 달러 (일화로 3,700 억 엔) 였다.
그러나 수많은 작은 회사들은 제 5 세대 컴퓨터의 개발비가 낭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들 군소회사들 중에는 퍽이나 혁신적인 생각을 갖는 회사도 있지만 연구개발비는 비교적 적고 따라서 연구테마는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 여러 해에 걸친 장기적인 계속연구로 말미암은 자금의 탕진이 많은데, 그같은 연구를 타성적으로 다음 해 예산표의 톱으로 놓기가 일쑤다. 그러한 현실에 감안하여 일본의 제 5 세대 컴퓨터 예산은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통산성과 제 5 세대 컴퓨터 개발기구측이 마련한 계획관리의 전략 또한 인상적이다. 통산성은 제 5 세대 컴퓨터의 개발예산을 1982 년 4 월 1 일로 시작되는 회계연도에 편입시켰었는데, 그 회계년도가 시작된지 불과 14 일 만에 제 5 세대 컴퓨터의 개발계획을 중지시켜 버렸다. 그리고 서둘러 신세대 개발기구를 설립되고 2 주 동안에 40 인의 연구원이 참가기업으로부터 모여들었다. 이에 계획관리자들은 이 계획의 모체인 통산성의 전자기술총합연구소와 전기통신연구소에서 선발되었다.
신세대 개발기구의 설립과 병행하여 참가회사의 연구소 안에 긴밀히 결속된 연구개발그룹이 생겨졌다. 이 그룹은 신세대 개발기구의 과학적, 기술적 진보를 추월하여 그 직을 흡수해서는 자기들의 회사에서 독점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시도이다. 그와같은 추적과 기술의 이전은 몇 가지 방법에 의해 달성되고 있다.
첫째의 방법은 연구원의 교체에 의한 방법이다. 신세대 개발기구의 연구원들은 3 년이나 4 년 만에 교체되어 자기 회사의 연구소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그들이 신세대 개발기구에 있는 동안은 특허권 등의 배려에서 그들 사이의 공동연구가 방해받지는 않는다. 그들은 적어도 매주 1 회는 연구개발의 진보에 대하여 보고하기 위해 자기들 회사로 가곤 하였다. 이와 같은 교체제와 정기적인 보고 제도는 참가기업들이 조직적으로 갖가지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되었다.
만일 이러한 기업간의 공동연구가 미국에서 행해졌다면 워싱턴의 독점금지법의 규제관을 자극시키는 결과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세대 개발기구의 임무는 그러한 기업간의 협력을 촉진하고 공동계획의 업무를 통사여 산업계의 과학자들을 적극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미국 대학의 인공지능 연구실과 같은 개방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참가회사는 제각기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의 모든 것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다. 가령 일본전기는 <프롤로그> 라고 하는 프로그램에 의한 기계의 하드웨어나 문제해결의 소프트웨어 등에 장기적인 관심을 쏟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벨 (Bell) 연구소> 라 일컬어 지는 전전공사의 전기통신연구소는 기호를 처리하기 위한 프로그램 언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초고속기계를 만들지도 모른다. 지금 히다찌 제작소의 시스템 개발연구소와 에너지연구소는 전문가 시스템의 공업을 광범위한 분야로 응용하는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부사통의 연구소는 현재의 시스템에 결합시키기 위한 기계를 만드는 중이다. 그밖에 하드웨어를 위시해서 소프트웨어나 전문가 시스템의 응용 등 역시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관심을 갖고 있다. 다른 회사들도 신세대 개발기구의 조언을 받아 각자가 관계하는 분야를 곧 결정하게 될 것이다.
뒤에서 논술하겠지만 이러한 일들이 다 순조롭게 운영되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완전한 합의 하에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가령 이 게획에 열의를 가졌던 회사들마저 그것에 따른 자금면의 위험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개발의 초기단계에서는 통산성이 모든 자금을 부담하게 되었다. 통산성은 일본으로서 다른 어떤 선택이 있을 수 없겠다는 확신에서 이에 대해서는 양보하였던 것이다.
1982 년 여름은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에 있어 다행한 시기였다. 신세대 개발기구가 초년도의 예산으로 4 억 엔을 확보하였던 것이다. 이 예산은 다음 해에는 7, 8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연구원들은 적어도 3 년간은 밀도있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들의 야심은 대단했다. 그들은 최초의 1 년 동안 두 개의 기계를 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나는 축차추론기계이고 다른 하나는 관계 데이타 베이스 (Data Base) 였다. 이것을 3 년 계획의 최후단계에서는 하나의 기계로 결합시키려는 것이다.
7 ~ 8 배로 증액되는 2 년째의 예산을 연구원들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그들에 따르면 신세대 개발기구의 내부에서 사용되는 것은 그 중의 20 % 에 불과하고 나머지 80 % 는 특정의 연구를 하기 위해 계약이라는 형식으로 참가기업과 연구소에 배분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연구테마를 선정하며 누가 계약회사와 보조를 맞춰 이 계획을 추진해 나갈 것인가?
신세대 개발기구에는 방침결정을 위한 몇 개의 위원회가 있다. 그 멤버는 반드시 현명한 사람이 아닐지 모르지만 아무튼 나이든 사람들이었다. 이 위원회 안에는 평의회ㆍ이사회ㆍ정책위원회 등이 있고 그 밑에는 관리위원회와 기술위원회가 있다.
우리들은 훨씬 뒤에 참가회사의 주요인물과 만날 수 있었다. 일본 정상급 회사의 간부였는데 그는 「지금까지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갖가지 문제들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털어 놓았다.
「이러한 계획에 우리 회사의 젊고도 능력있는 기술자를 투입한다는 아이디어가 우선 거슬렸습니다. 그러나 그 후 우리 회사는 장기적인 전망을 바라보자고 작정하였습니다. 유망한 인재를 맡기기 위해서는 신세대 개발기구는 좋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많은 문제가 미해결인 채 남아 있을 따름입니다. 무엇부터 먼저 할 것인가를 결정치 못하고 있지만 3 년 뒤에는 해결될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갖고 있지요.」
그의 회사는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혁신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으므로 그의 확신이 틀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통산성은 최초의 3 년간도 자금의 50 % 만을 민간회사에 부담하려 했습니다. 즉 통산성은 개발비의 50 % 만을 보조코자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측에서는 그것에 찬성하지 않았지요. 가령 50 % 일지언정 그런 위험성 있는 계획에 돈을 내놓고 더구나 연구원까지 제공한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통산성은 우리들이 그토록 진지하게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적어도 최초의 3 년간은 100 % 보조하기로 동의한 것입니다.」
그는 잠시 후 다시 말을 이어간다.
「잘 아시겠지만 통산성의 생각이 옳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회사는 우리 회사와 같은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함을 알았으므로 우리들은 다른 회사를 설득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지요. 우리들은 그같은 임무를 떠맡은 것입니다.」
그것은 대단한 임무였다. 다른 회사 중역들의 노여움과 적대감은 놀라울 정도였으니까. 그것은 그들의 제 5 세대 컴퓨터에 대한 태도를 회유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솔직하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참가하고 싶지 않았다. 신세대 개발기구에 연구원을 억지로 보냈을 따름이다.」
누가 강제로 연구원을 차출했느냐에 대해 우리들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들은 우수한 연구원을 3 년간 파견하는 것이 싫었다. 회사의 인재를 보다 엄중히 선발하여 좋은 사원으로 육성하기 위해 몇 년씩이나 신중하게 훈련시켰던 것이다. 그 사원들을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받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신세대 개발기구에 보낸다는 목적만을 가지고 사람을 채용하지는 않았다. 일본의 고용제도 아래에서는 특유의 종신고용제도 때문에 일생 동안 그 회사에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회사에는 다른 일본의회사와 마찬가지로 전문가 시스템을 열심히 연구하는 그룹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신세대 개발기구의 목표는 지나치게 야심적인 것으로 보았었다. 적어도 그들을 염려케 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통산성이 IBM 과 같은 목표의 게획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우리들의 사명은 IBM 이 해온 바 그대로를 보다 좋고 보다 쉽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다른 일을 하고자 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세계 속에서 일본이 해야 할 일은 뛰어난 모방자의 임무일지언정 혁신자의 임무는 전혀 맡겨지지 않았다.」고 그들은 믿었다. 그들은 참으로 그같은 신념으로 굳어져 있었다.
그 회사는 너무나 극단적이었다. 다른 회사 역시 신세대 개발기구에 대해 열의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적어도 관용과 정관의 태도를 갖고 있었다. 신세대 개발기구 위원회의 주요 멤버 중 한 사람인 어느 중역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가령 당신 회사와 같은 대기업이라면 단독으로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의 목표를 달성시킬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이론적으로는 한 회사에서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적어도 신세대 개발기구보다도 적은 비용, 적은 기간을 거쳐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문제는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것입니다. 한 회사만으로는 그 같은 거대하고 모험스런 일을 생각할 수 없겠지요. 가령 그것이 1990 년대의 컴퓨터를 향한 올바른 길이라고 우리들 대부분이 생각한다 해도 그렇습니다.」
다른 회사의 매우 높은 지위의 중역도 대체로 같은 견해였다. 그는 처음 그 회사의 간부들과 함께 계획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그같은 반대의견을 버리고 이 계획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그는 또 다른 회사의 설득을 떠맡은 사실도 인정하였다.
파이겐바움과 맥코덕은 동경에서 일본회사의 간부들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하였지만 그 자리에서도 반대파와 찬성파 회사의 비교가 화제에 올라 설왕설래되었다. 우리를 식사에 초대해준 간부들은 위로하는 어조로 이렇게 말하였다.
「미국의 회사들도 우리들과 같이 끝내는 태도를 바꾸겠지요. 걱정은 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도 찬성쪽으로 기울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날 밤 우리들은 통산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을 나눴다. 우리를 초대한 기업의 중역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이러한 계획을 통산성이 추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좀체로 없던 일입니다.」
그것은 금액면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확실히 4 억 5 천만달러 (일화로 약 1,000 억원) 는 통산성의 통상적인 예산의 액수가 아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예산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초고속 컴퓨터 계획과 반도체 공업을 위한 개발계획 등에 있어서도 통산성은 같은 정도의 예산규모로 원조할 계획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통산성의 전략은 원칙적으로 보다 잘 연구되어 있는 분야를 개발의 단계로 끌어올려 완성시키는 것에 집중되었었다. 그런데 이번은 기초연구의 큰 계획을 지원하여 그것이 제품이 되어 시장에 나오기까지 돌보려는 것이다. 그것은 통산성으로서 일찍이 보지 못한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를 초대해준 간부들은 이 계획의 어려운 점을 설명하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부터 무엇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잠시후, 테이블 아랫자리에 있던 사람이 말을 덧붙인다.
「통산성이 결코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빼고는 앞 일에 대해 누구도 알지를 못합니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이 일본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그것은 응용범위가 넓은 지식공학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으로 펼쳐진다. 그 지식공학이란 전문가 시스템, 기계에 의한 자연언어의 이해, 로봇트공학 등이 포함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인들은 현재 컴퓨터의 능력을 극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되며, 그밖에 현재의 기술에 일대 혁신을 가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매우 큰 지식 베이스를 가지고 초고속의 연상검색을 행하여, 지금의 컴퓨터가 산술적 계산을 하는 것과 같은 속도로 논리적 추론을 하게끔 하지 않으면 안된다. 고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구조와 하드웨어에 병렬성을 도입하여 자연언어와 도형 등이 많이 사용되도록 인간과 컴퓨터와의 대화법을 개발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제 5 세대 컴퓨터 국제회의에서 엔이찌 하꾸 소장은 <지식정보처리> 라는 단어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그것은 지식공학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1990 년대의 정보처리의 형식을 대표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지식공학자들이 이룩한 전문가 시스템은 모두 세 가지의 주요 부분으로 되어 있었다. 그 하나는 문제해결과 추론을 위해 필요한 지식 베이스를 관리하는 서브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해결과 추론의 서브시스템이다. 그것은 지금 눈앞에서는 문제에 관계되는 것으로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가를 발견해, 그것을 기초로 일보일보 추론의 향방을 세워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납득되는 해석과 최선의 가설에 도달하기 위한 서브시스템이다.
셋째의 주요부분이란 인간과 기계와의 대화를 위한 서브시스템이다. 그것은 이용자에 따라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대화법도 자연히 일상적인 것이 아니면 안된다. 일반적으로는 인간의 자연언어에 호감이 가지만 화학과 같은 분야에서 쓰이는 형식화된 표현법도 특정그룹의 이용자에 있어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이상의 세 가지 즉 지식베이스 관리시스템, 문제해결과 추론 서브시스템, 인간과 기계와의 대화시스템은 지금의 전문가 시스템의 경우 소프트웨어의 혁신에 의해 성취되어 온 것이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에 있어 이 서브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세 가지 개발이 진행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중요한 하나의 차원을 더 보태는 것이 된다.그 새 차원이란 제각기의 서브시스템의 소프트웨어 단계와 하드웨어 단계의 두 가지가 더 가해지는 것이다. 더구나 이 두 단계 사이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언어를 일본의 설계자들이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식베이스 속에서의 지식은 우선 기호의 형태로 기억구조 안으로 제시시키는 것이다. 그 지식은 문제해결 추론 서브시스템에 의해 효율적으로 이용되어야 한다. 그 지식의 제시는 여러 가지 형으로 행해질 것이다. 보다 흔한 것은 물껀 (여기서는 어떤 물체의 낱낱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편의상 <물껀> 이라 표기함) 이다. 그것은 어떤 물건을 기술하기 위한 속성을 모은 것이다. 하나의 물껀은 보통 기억 속에서의 기호추론에 의해 다른 물껀과 결합된다.
연상 네트워크의 전형적인 것은 <분류법> 이다. 가령 「무엇은 무엇의 일종이다.」하는, 즉 「비둘기는 새의 일종이다.」라는 분류법이다. 이 경우 비둘기와 새는 다같이 지식베이스 속의 물껀인 것이다. 지식베이스에 대해 「새는 날으는 동물이다.」라고 하는 정보를 공여할 것 같으면 지식베이스 관리시스템은 간단한 연역법에 따라 금방 「비둘기는 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지식베이스의 서브 시스템은 주어진 것 말고도 예외의 처리까지도 하게 된다. 가령 타조나 펭귄 같은 새는 날지 못한다든가 도요라는 새는 날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미 멸종되었다고 하는 것도 분간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구나 그런 것은 이 분류학의 지식베이스 속에서는 어김없이 새 자리에 위치해 있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또하나 흔한 것으로, 그러나 매우 유용한 지식제시의 예로서 <규칙> 을 들 수 있다. 그것은 「만약 누구 같았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라는 문장 속에서 <만약> 의 부분을 모은 것과 결론인 동시에 취해야 할 행동을 나타낸 <이렇게 했을 것이다.> 의 부분을 모은 것이다. 가령 「만약, 안개 높이가 2, 3 백미터로 일기예보에서 <앞으로 1 시간 안에는 걷히지 않겠다> 고 한다면, 비행기는 착륙에 위험이 따르며 항공법에도 저촉된다. 그러므로 비행기는 공항 상공을 돌며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 것 등이 곧 <규칙> 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의 추론에 필요한 규칙이 있느냐 없느냐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문제해결 프로그램은 지식베이스 속의 <만약> 이 저장되어 있는 장소를 다 조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인들이 계획한 대규모의 지식베이스의 경우, 이 조사는 방대한 것이 될 것이다. 더구나 지식베이스 관리 서브시스템은 정보처리의 양을 줄이게끔 기억을 조직화하도록 설계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시스템의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단계에서 병렬처리의 능력을 제공하려 하면 이 역시 연상검색의 스피드를 조장하는 것이 될 것이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에서의 지식은 <관계 데이터 베이스> 라고 하는 큰 화일 (file) 속의 전자적인 저장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화일 속의 지식을 자동적으로 새롭게 하거나 관련지식의 적절한 검색을 조직화하는 일 같은 것은 지식베이스 관리프로그램이 행한다. 하드웨어 화일의 관리시스템과 소프트웨어 화일의 관리시스템 사이의 대화는 관계 대수학이라 불려지는 논리언어로써 행해진다.
제 5 세대 컴퓨터의 원형이 되는 지식베이스 관리시스템은 중간 정도의 지식베이스를 다루게 된다. 즉 그것은 수천을 헤아리는 <규칙> 과 수천의 <물껀> 등으로 성립되어 지금의 전문가 시스템의 응용에 필요할 정도의 규모이다. 제각기의 물껀에는 화일의 저장스페이스 속에서 1 천개의 문자가 할당되어 있다. 따라서 비둘기의 경우를 말한다면 「비둘기는 날 수 있는 새이다.」라는 지식을 저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크기, 무게, 색, 먹이, 생식지역과 생식환경, 번식법, 그밖에 모든 지식을 기억장치 속에 수용할 수 있다. 만약 특정의 물껀에 대한 지식이 저장능력을 초과했을 경우 그 물껀을 분할한다. 가령 비둘기의 경우 산비둘기, 집비둘기 또는 흰색의 비둘기라든가 검은 비둘기와 같이 종류로 나누어 제각기의 독립된 물껀으로서 지식화일의 스페이스 속에서 1,000 개의 문자로써 나눠지게 된다.
제 5 세대 컴퓨터의 10 개년 계획에 의해 일본이 개발하고자 하는 지식베이스는 수만 개의 추론규칙과 1 억개의 물껀과를 처리하는 능력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무수한 지식에는 과연 어떤 것이 포함되는 것일까. 미국의 어느 회사는 컴퓨터의 지식베이스에 대량의 지식을 주입시킬 수 있을까, 어떨까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다. 그런데 그 회사에 따르면 일본이 개발하고자 하는 지식베이스의 기억화일에는 ≪엔사이클로피디어 브리태니카≫ 에 나오는 지식의 모든 것을 다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지식은 지식정보처리 시스템에 의한 추론의 기초가 되지만, 그러나 지식만으로 추론의 향방을 발견하여 이용하지는 못한다. 문제를 해결한다거나 필요한 조언을 형성하기 위한 추론의 적절한 향방을 종합하는 것은 추론과정과 문제해결의 전략에 달려 있다. 추론과정은 상식적인 것도 무방하다. 가령 관련되는 지식을 다만 결합시키는데 그칠 수도 있다. 「만약 x 가 y 이고 y 가 z 이면 x 는 z 이다.」라는 3 단논법은 이러한 추론과정의 예가 된다.
추론과정은 논리학자나 수학자들에 의해 몇 세기에 걸쳐 연구를 거듭해왔다. 그리하여 수많은 추론과정의 이론을 보여주었다. 인공지능은 이들 논리학자의 비장된 것 중에서 불과 몇 개의 추론과정만이 사용될 따름이다.
이러한 추론과정 속에는 부정확한 지식에서 부정확한 추론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한 방법 중에 인공지능의 좋은 점은 <분해> 라 불려지는 추론과정이다. 그것은 논리학자 알랭 로빈슨이 정식화하여 수학적 논리 위에 올려 놓은 것이다. 이 <분해> 라는 방법은 미묘하여 직관적이 아니고 다만 컴퓨터 처리를 향한 것이었다.
추론과정은 어떤 것의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에 있어 하나의 도구가 되었다. 그것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의 드라이브 계획의 예로써 이미 논술된 방법이다. 즉 목적지에 있어서의 바라는 최종결과에서 반대쪽으로 돌며 도중에서 친구를 만난다거나 투숙하는 것과 같은 것을 정하는 등 예정된 시각에 도착되도록 모든 스케쥴을 정하는 방법이다.
제 5 세대 컴퓨터 게획은 논리처리를 위한 컴퓨터 하드웨어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그 하드웨어의 능력은 산술적인 계산을 처리하는 지금까지의 컴퓨터와 같은 정도의 것으로 했다 한다. 현재의 컴퓨터는 1 초 동안에 수백만 회의 산술적 계산을 처리할 수 있지만 일본의 계획입안자들은 우선 1 초에 1 백만 회의 논리적 추론을 처리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자 할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1 회의 논리적 추론이란 3 단 논법이나 「만약 어떠어떠하면 그러그러하다.」라는 식의 추론의 1 단계를 지칭하는 것이다.
과학자나 기술자들은 아직까지는 알고 있는 것을 기초로 하여 미래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인들은 자기들의 논리처리 하드웨어에 쓰일 추론의 방법으로서 <분해> 의 방법이 최량의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같은 방법은 유럽에서 크게 신뢰받는 것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프롤로그> 라 불려지는 컴퓨터 프로그램언어가 개발되었는데, 그것은 <분해> 의 추론방식을 기초한 것이다.
일본도 문제해결의 갖가지 전략을 실행하는 소프트웨어와 논리처리의 하드웨어 사이에 대화로 쓰일 말로서 <프롤로그> 를 선택할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기계어에 지나지 않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의 최초의 이정표는 1 초에 1 백만 회의 논리적 추론이 될 수 있는 개인적 프롤로그 단말기가 작동하는 것이다. 그것은 뒷날의 개발을 위한 원형기가 되는 동시에 1985 년까지 시장화하려는 중간적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DEC 2060 과 같은 일반적인 컴퓨터 본체에 사용, 소프트웨어에 의해 프롤로그는 실행되고 있지만 그것에 비교하면 일본의 원형기는 초보적인 개량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 서브시스템에 대한 최종적인 목표는 매우 야심적이라 하겠다. 그 계획은 1 초 동안에 1 억 회사에 10 억 회의 논리적 추론을 할 수 있는 초고속의 추론컴퓨터를 만들고자 꾀하고 있다. 이처럼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스피드는 컴퓨터 하드웨어 중에서 고도의 병렬처리를 대폭적으로 행하는 이상은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지금 사용하고 있는 폰 노이만 방식의 컴퓨터를 초월하는 보다 큰 진보가 요구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식기반 시스템은 인간이 행하는 업무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자동기계로서 작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개발된 것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인간과 기계와의 대화를 위한 서브시스템은 제 5 세대 컴퓨터에 있어 필요한 것이다. 인간들이 구사하는 말을 이해하는 능력, 즉 언어이해의 능력과 도면을 읽을 수 있는 도면이해의 능력이 필요하다.
인간이 갖는 폭넓은 지식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하여 이상과 같은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은 인공지능연구의 장기적 목표 중에서도 매우 곤란한 것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 서브시스템이 취급할 단어의 수효나 주제의 분야를 제한하면 문제는 다루기 쉽게 된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아직 곤란한 것이기는 하지만.
일본인들도 그러함을 이해하고 있다. 언어와 도면을 나타내는 전기 신호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와같은 언어와 도형을 더욱더 기본적인 특징을 찾고 골라내는 특별한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이야기한 말이나 보여진 도형을 이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 소프트웨어는 바른 문맥을 꾸며내기 위해 지식베이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말을 듣고, 도형을 보고 하였을 때 그것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 이해하기가 더욱 쉽기 때문이다.
이상은 일본의 계획을 말한 것이다. 즉 지식베이스 관리 서브시스템 문제해결 및 추론 서브시스템, 인간과 기계의 대화 서브시스템의 세 가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일본의 계획인 것이다. 여기서는 계획되어 있는 보조프로그램의 성질이라든가, 기술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계획되어 있는 실험상의 상세한 전술 등에 이르기까지 파고들 필요는 없다. 이같은 논의는 컴퓨터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교과서의 기초가 되어 있는 것이다.
참으로 꿈과 같은 기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일본인들은 이와같이 큰 기술 프로젝트에 대해 많은 시간과 투자를 하는데 인색하지 않았었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은 10 년에 걸친 작업이다. 그 최초의 3 년간은 보다 알려진 <학습곡선> 에 오르고자 힘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연구팀과 연구소를 만들어 거기서 현재의 기술수준에 대해 익히고 작업에 필요한 생각들을 모으는 것이다. 그리하여 뒷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도구를 만든다. 개인용의 축차추론기계는 바로 그러한 도구의 하나이다. 그 기계와 거기에 사용될 문제해결 소프트웨어 등은 뒤에 쓰일 기계의 원형이 될 것이다.
전문가 시스템의 초기적 응용의 예가 될 프로그램도 작성될 것이다. 의학의 진단, 기계의 고장진단과 수리, 집적회로 설계자를 위한 컴퓨터 이용설계법, 기계설비를 위한 지능적 컴퓨터 이용설계법, 지능적 소프트웨어 제작조수들 중에서 세 가지가 선택될 것이다.
제 2 단계는 4 년간인데, 이 기간 동안 공학적 실험과 원형만들기가 행해지며, 중요한 응용의 예가 될 실험을 계속하여 여기서 서브시스템을 결부시켜 시스템 전체로서 순조롭게 작동될 것인가 여부의 테스트를 행하게 된다. 또 병렬처리도 이 기간 동안에 강력히 추진된다.
최종단계의 3 년간은 진보된 기술의 개발, 최종적인 대형의 원형기 제작, 시스템, 전체의 종합개발 등이 행해진다. 초기연구에서 개발된 초 LSI 의 설계를 돕는 컴퓨터 이용설계법이 이 단계에서는 하드웨어의 설계를 돕는 데 사용된다. 그리하여 어려운 응용의 예가 이 기간에 테스트된다. 좋은 기술적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을 현실세계의 완고한 장벽에 던져 보고, 어떻게 하면 더 튼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으로 될 것이냐를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제 3 단계에서는 최종적인 연구와 개발의 성과를 일단 승화시켜 상업적 생산을 위한 견적을 빼보는 것이다. 그것은 참가기업의 루트를 통해 팔려지게 된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은 참으로 원대한 작업이다. 그러므로 지식정보처리 시스템의 주된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다른 기술의 극적인 개량이 또한 필요하다 하겠다. 가령 지금의 컴퓨터에 비교하여 훨씬 빠른 처리가 가능한 초고속 컴퓨터가 이 계획의 미래에 있어 불가결의 요소가 된다. 인공지능은 제 1 세대의 컴퓨터에서 사용되어 이미 세상에 데뷔했다. 그리하여, 제 2 세대, 제 3 세대의 컴퓨터에서도 실시되었다. 그러나 제 4 세대의 초고속 컴퓨터에서는 아직 실시된 적이 없다.
그런데 컴퓨터 과학자들 중에서는 「제 4 세대의 컴퓨터에서는 해 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의 프로그램은 비 폰 노이만 형 컴퓨터와 같이 행동하게 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난해한 것이므로 일본인에 있어서는 부담이 될 것이다. 제 5 세대 컴퓨터는 폰 노이먼형의 구성을 버리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 때문이다.
지금 만들어지고 입는 칩은 최대한 수 10 만 개의 트랜지스터밖에 갖고 있지 않지만 일본은 1 천 만개의 트랜지스터를 갖는 칩을 만들고자 꽤한다. 그것은 통산성의 또 하나의 프로젝트이기도 한 <과학기술용 계산시스템 개발계획> 과정에서 개발되어 제 5 세대 컴퓨터에 사용될 것이다. 또 제 5 세대 컴퓨터는 여러 종류의 지식베이스와 통신선을 맺어서 많은 지식베이스를 이용할 것이다. 따라서 제 5 세대 컴퓨터의 기술은 일본이 설계할 수 있는 최첨단의 통신기술과 융합되게 될 것이다.
기계가 보고, 듣고, 이해하고, 이용자에게 대답하는, 즉 인간과 기계와의 대화에 관한 분야에서는 자연언어의 처리, 말하는 뜻의 이해, 그래프나 도형의 이해 등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와 개발이 요청된다. 그러한 것은 25 년 전에 인공지능의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관심의 초점이었다. 그래서 이 분야의 기초연구는 퍽이나 진보된 셈이다. 하지만 어느 분야의 기술도 일본이 목표하는 것에 비하면 아직 원시적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하겠다.
제 5 세대 컴퓨터의 이용자 대부분이 전문가가 아니므로 자연언어의 처리는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에 있어 실로 중요한 연구목표의 하나가 되어 있다. 그 분야의 연구는 음성파, 문맥, 의미론적 분석 등을 모두 포함한다. 또 주어진 문장의 테마나 초점을 끄집어내어 초점을 발견하는 것에 의해 이해를 깊이있게 한다는 실용적인 분석을 연구하기도 한다.
이야기하는 말을 기계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 문장작성의 연구도 행해지게 된다. 일본은 문장처리를 자연언어연구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러나 대규모의 문장분석을 위해서 쓰여지는 기술은 개인의 이용자가 기계에 대해 부드럽게 말하는 데 대한 필요한 기술과는 다르다. 일본은 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장 분석의 연구도 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최근 사무기기의 기술이 급속하게 진보되고 있다. 그렇다면 분명히 문장이나 서류의 분량도 늘어날 것이다. 그같은 문장이나 문서는 컴퓨터로 처리되지만 앞으로 처리 불가능한 것도 늘 게 될 것이다.」라고 일본의 과학자 그룹이 제 5 세대 컴퓨터 국제회의에 보고한 바 있다.
「늦어지든 빨라지든 필요로 하는 정보를 끌어내는 문제는 더욱 엄격해질 것이다. 따라서 그같은 대량의 서류를 적당한 스피드로 처리코자 한다면 컴퓨터의 힘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들 인간과 기계와의 대화 서브시스템 연구는 이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에 비추어 그것은 가능하리라 보여진다. 지능적인 자동분석의 원형 시스템은 이미 미국의 통신사에서 사용하여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있는 것은, 일본이 계획하는 자동분석의 웅대한 규모에 비교해 볼 때 극히 작은 것에 불과하다.
자연언어의 처리기술은 매우 야심적인 기계번역 계획에서도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처음 영어와 일본어 사이의 번역은 10 만어의 단어로 시도되겠는데 목표는 90 % 의 정확도 정도이다. 나머지 10 % 는 인간이 처리하게 되며, 번역된 것은 문장의 틀에 맞추어 편집되고 번역문서로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자연언어 처리의 연구는 세 단계를 거쳐 발전해나간다. 처음에는 실험적 시스템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시험기가 만들어지는데 그것에는 인간 대 기계의 대화 서브시스템과 지식베이스의 기계 등이 결합하게 된다. 그 다음은 원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인데 이 단계에 이르면 번역기계는 5 만어의 단어를 이해하고 수백명 이상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하는 말을 95 % 의 정확도로써 이해하게끔 될 것이다. 이야기하는 말을 이해하게 되는 이 시스템은 음성 타이프라이터를 움직일 수도 있다. 또 일본어와 영어와의 회화를 섞는 일까지도 하게 될 것이다.
이용자에 대해 지능적으로 반응하는 기계를 문답 시스템이라 부르고 있는데 처음에 컴퓨터 분야의 질문에 답하는 기계가 설계될 것이다. 그것은 다른 많은 분야에서 쓰여질 시스템의 원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문답 시스템은 5 천어의 단어 이외에 호출하기에 가능한 1 만개의 추론규칙도 가지게 된다.
도형과 영상의 처리도 언어의 처리와 다름없이 중요한 것 중의 하나다. 더구나 이것들은 컴퓨터 이용설계법이나 컴퓨터 이용제조법에 필요하며 항공사진이나 위성사진, 의학적인 영상 등의 효율적인 분석에도 유용하다. 여기서도 연구는 세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처음은 실험적인 단계로 이 시기에는 가령 물체의 경계선 같은 것을 분석하는 <특징검출장치> 나 도형 데이터 베이스 등의 문제들이 제기된다. 제 2 단계에서는 시험기가 만들어지고 최후의 제 3 단계에서는 갖가지 응용연구 뿐만 아니라 원형기가 만들어지면서 제 5 세대 컴퓨터에 맞춰진다.
이 연구의 분명한 응용예는 로봇트공학 분야이다. 새로운 환경 아래서 보고, 이해하고, 행동하는 등이 로봇트를 만드는 것이 이 분야의 목표이다. 그러나 로봇트공학의 대규모적인 연구는 <극한작업 로봇트 개발계획> 아래서 진행된다. 도형이해 시스템은 궁극적으로는 약 10 만의 도형과 영상을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 <정보시스템 개발계획> 을 세워 1970 년대에 뛰어난 연구개발이 행해졌었는데, 음성인식의 연구 경우와 마찬가지로 도형인식의 연구도 그 연구의 성과 위에서 구축될 것이다.
요약할 것 같으면 일본인은 25 년에 걸쳐 인공지능연구의 결과를 배웠으며, 그 분야의 온갖 기술은 이미 십분 소화되어 계통적 개발에 맞는 고귀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경이로운 개발이 될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으리라는 자신을 갖고 있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은 대담한 것이다. 그것은 지금의 컴퓨터과학의 최첨단 지식을 기초로 한 계획이다. 최첨단의 지식을 초월한 바를 기초로 하여 계획한 것도 있다. 그 계호기은 위험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얼마간의 <기술 돌파> 를 예상케 한다. 각 작업은 병렬 구성에 의한 인공지능이나 초 LSI 의 설계와 제조에 관한 분산기능의 문제 등 여러 방면에 걸친 과학과 기술의 일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계획은 추진력과 자금문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초기에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리어 최초의 3 년간에 목표를 달성하거나, 초월한다거나 하게 될 것 같으면 일본인들은 예정보다 훨씬 빠르게 해낼 것이다. 참가회사도 보다 많은 자금을 지출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 계획이 성공하느냐 어떠냐에 대한 키는 정부와 민간회사의 관리직에 달려 있다. 일본은 이 수년간에 세계에서도 부러움을 살 만한 성공을 거두어 그 덕택으로 일본에서 관리직을 맡은 사람들은 무사와 같은 매력을 지니기는 했으나, 그들은 일반적으로 보수적이고 모험성에 약한 흠이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거의 이해되지 않은 기술을 기초로 한 매우 야심적이며 위험이 따르는 계획을 관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만의 결함이라 할 수는 없다. 어느 나라의 관리직이라도 출세의 계단을 밟아올라감에 따라 기술과의 접촉을 잃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관리직들은 뭔가 실패되었을 때에 심한 벌을 받기 일쑤이지만 반대로 성공되어도 크게 포상받지 않는다. 위험은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본인은 이 계획의 중대성을 잘 인식하여 전통적인 관행에 역행일지는 모르지만 모험을 장려하여 설사 실패한다 해도 후한 보수를 주어야 할 것이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을 성취하기 위한 기술 돌파작업의 태반은 소프트웨어 아이디어의 기초적인 혁신에 있다. 그것은 컴퓨터의 기억장치 속에 대량의 기호적 테마 구성체를 만들어 그것을 유지하며 변화시켜나가는 아이디어와 추론의 기호적 향방을 발견하는 아이디어인 것이다.
이같은 아이디어는 소프트웨어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에 있어서는 구미에 맞는 것이었지만, 하드웨어 기술자들 대부분에게는 씁쓸한 맛이 아닐 수 없겠다.
일본의 컴퓨터 전문가나 관리직들은 아직까지도 소프트웨어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에 있어 소프트웨어란 실체는 없는 것이며 그것을 만들기 위한 시간과 자금상의 문제에서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제 5 세대 컴퓨터의 연구를 시작할 때 무엇을 만드느냐를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지식공학과 전문가 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필요할 것인데, 일본에서는 그러한 경험을 갖지 못했다. 따라서 신세대 개발기구나 참가회사의 연구소는 이미 발표된 계획 속에 있는 세 가지 서브시스템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험을 쌓기 위한 전형적 시스템을 10 개 이상 개발하는 계획을 서둘러 세우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한편 일본에는 훈련받은 컴퓨터과학자의 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 역시 그러하지만 일본처럼 심각하지는 않다. 일본의 컴퓨터과학은 대학 레벌의 훈련에까지 이르지 못한 수준이다. 그 중의 상상급이 겨우 쓸 만하다면 그 이외는 별 것 아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학박사의 후보자도 수 10 명에 불과하지만 그 존재를 일본에서는 그렇게 존경하지 않는 실정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대학 졸업 후의 교육의 대부분은 현장에서 행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대기업에서 훈련되며 행운받은 몇 사람은 미국의 대학에서 훈련을 받는다.
끝으로, 지식공학의 전문가적 시점에서 본다면, 이 계획 중에서 두 가지 요소에 대해 의문과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그 하나는 고속의 논리처리장치에 대해 높은 우선순위가 주어져 있는 점이다. 과연 1 초에 수백만 회의 처리를 하는 장치가 필요할 것인가? 둘째는 논리처리장치의 기계어로써 프롤로그가 선택되어 있는 점이다.
미국 지식공학의 경험에서 말한다면 1 초 동안에 몇 회의 추론이 될 것인가에 대해 성공을 저해한 응용예는 거의 없다. 성능에 한계가 생기는 것은 도리어 기계가 이용하게 되는 지식의 질과 양의 부족에 있다. 지식이 적고 잘 저의되지 않으면 높은 성능의 발휘는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지식을 관리하고 새롭게 하는 장치의 성능이나 지식을 깊이있게 이용하는 스피드 같은 것이 성공여부를 가름하게 된다. 따라서 일본의 계획이 일찍부터 지식 베이스 시스템이 아닌 추론 서브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프롤로그의 기계어에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프롤로그의 제 1 의 장점은 컴퓨터로서의 빠른 방법으로 한 자리 술어계산에 의한 정리를 증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럴 때 병렬성을 채용하면 보다 빨리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용자들은 문제해결의 상세한 과정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프롤로그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이들은 그것을 중대한 결점으로 본다.
복잡한 문제의 해답을 구하고자 할 때 지식을 이용하게 되거니와 그러한 지식의 이용법을 터득함으로써 인공지능의 연구는 지금까지 큰 성공을 거두어왔다. 지금은 지식베이스 속의 지식을 구사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문제의 해답을 찾고 있지만 그같은 대량의 탐색을 자동적인 정리증명 방법에 맡기는 일은 지식공학자들이 끝까지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처럼 제어되지 않는 탐색은 극단의 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여기서 병렬성을 채용해도 그것은 일시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문제가 복잡해지면 할수록 탐색에 소요되는 시간은 지수관수적으로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100 대다, 1000 대다 하는 처리 장치를 나란히 설비한다 해도 지수관수적으로 증대되는 것을 따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과학과 기술분야에서 흔히 보는 것이지만, 창조적인 작업을 할 때 보다 중요한 것은 바른 질문을 하고 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른 곳에 투자하는 일이다. 질문한다거나 돈을 투자하는 것 자체는 그 계획이 소요로 하는 시간과 자금 중의 불과 얼마 안되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것은 그 계획이 궁극적으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결정하는 중대한 작업이 된다. 그밖에 필요하다면 직관을 구체화하기 위해 땀을 흘리는 일이다.
지금이 인공지능의 산업화를 강력히 추진하기에는 적절한 시기이다. 그래서 일본은 여럿 중에서도 선두에 나서 활발하게 나아갈 찬스를 잡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지금가지 완전한 계획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981 년 10 월에 펼친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은 전략적일지언정 일련의 전술을 드러내보인 것은 아니었다. 그 계획은 장기에 걸친 노력의 목표일지언정 「어떻게 한다.」는 명세서가 아니고 또 명세서가 될 수도 없었다. 그 계획은 문제를 바르게 맞춰서 적절하게 구성하고, 나아가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킨 것이었다. 이것이 곧 그 계획의 성과라 하겠다. 복잡하고 어려운 계획에 있어 그만큼 중요한 일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만한 계획이 없었다면 자원과 시간의 낭비가 어떠했을까 하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지식시스템 등을 개발하여 지식산업을 창조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큰 돈벌이가 될 것이다. 정보처리 산업은 지금 막 개발을 향해 크게 전진하려 하지만 지식산업의 창조는 이 분야에 남아 있는 오직 작은 벌이의 하나라 하겠다. 말할 나위도 없이 수치계산이나 데이터처리 같은 것은 전통적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완만하고 견실한 성장이 될지 모르지만 폭발적인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통산성의 주요 경제전망은 바른 것이었다. 일본과 같은 섬나라의 무역의존국에 있어 부는 수출과 수입을 통한 차에서 얻어질 수밖에 없다. 지식산업의 경우 지능, 교육, 사람들의 능력과 같은 내국자원에 의해 수출품의 가치를 생산하되 수입하는 것은 극소로써 족하다. 컴퓨터는 원료를 많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 아니다. 더구나 지식정보 처리 시스템은 다른 많은 산업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준다. 그것에 의해 간접적 가치의 증대에 공헌하게 되는 것이다.
신세대 개발기구의 창설은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작업이다. 여기서 많은 우수한 인재가 모여서 서로 협력하게 되며 또 참가회사의 연구소와는 잘 조정되어 기술이식이 자연스럽게 행해질 것이다. 통산성은 일본 컴퓨터과학자들의 혁신적인 재능이 여기서 육성될 것으로 관심을 쏟고 있다. 올바른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신세대 개발기구는 1982 년 5 월에 비로소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에 대한 <전술적> 뒷받침을 했거니와 여기서 장래에 대한 현안을 다음과 같이 표명하였다. 그것은 통산성의 방침을 대변한 것이기도 했다.
「일본의 지금까지의 연구개발은 구미 선진국의 기술을 좇아가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일본의 기술이 성장됨에 따라 구미의 선진제국은 그들의 첨단기술을 공여하는데 몹시 신경을 쓰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좇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던 낡은 타입의 연구개발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다.」
분명히 바른 생각이다. 무역전쟁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봉쇄작전은 불가피하다.
10 년 계획의 저쪽은 놀라운 것이리라. 사실 정보처리산업에 있어 10 년이란 세월은 짧은 것이 아니다. 10 년 뒤에 일본은 전혀 생각하지 못할 만큼 멀리 떠나 잇을 것이다. 이 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의 이런 산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10 년 전에는 전문가 시스템의 원형이 겨우 둘 있었을 뿐이었다. 그때는 대단히 비싼 컴퓨터의 본체를 많은 이용자들이 함께 쓰곤 하였다. 가정에 놔둘 정도의 소형으로서 값싸고 그러면서도 강력한 퍼스널컴퓨터의 아이디어란 마치 공상소설에서 듣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었다. 일본은 상업적으로 매출할 수 있는 최초의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조차도 만들지 못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같은 변화 속에서 살아왔으므로 자칫 기술변화의 스피드를 과소평가하기가 쉽다.
제 5 세대 컴퓨터계획은 어렵고 또 많은 혁신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과연 어떤 종류의 혁신이 될까? 그것은 과학의 혁신이라기보다는 도리어 기술의 혁신이다. 그 계획이 제기한 기술상의 문제는 해결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결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로 존재해 있다. 일본인은 뛰어난 공학적 재능이 있으며 선구적 컴퓨터 과학자의 수도 충분히 있다. 그 재능의 결합에 의해 계획이 성공될 확률은 매우 높다. 무론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의 와이즈만연구소 수학부의 에프트ㆍYㆍ샤필은 프롤로그언어의 세계적인 권위인데, 그는 신세대 개발기구에 초대된 최초의 외국인 연구자였다. 그는 일본에 4 주 동안 체류하면서 신세대 개발기구의 사람들과 과학적 정보를 교환했었다. 그리하여 1982 년 1 월에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과학의 진보와 혁명이 인간의 예측을 초월해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계획된 혁명적 프로젝트> 라고 말하는 편이 언어로서 모순되어 있다고 생각하리라. 그러나 사람의 생각이 현실에서 훨씬 떠나 있지 않으면 안될 때도 있다. 일본의 프로젝트는 잘 계획되어 있으며 동시에 혁명적인 데가 있다. 일본인은 논리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발명한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논리프로그램이 갖는 거대한 잠재력을 이해한 것은 일본인이 분명히 최초이고 적어도 지금에 있어 이 나라 하나뿐이리라. 그들은 그 논리프로그램을 대규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집중시켰다.」
「이 제 5 세대 컴퓨터에 대해 세계의 사람들이 자기들 생각을 말하고,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있지만 나에게 말하라면 싸움의 승부는 이미 끝났다고 하겠다. 계획의 최종적인 성공은 투자한 자금의 대소와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와 그들의 개인적 우수함 등에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계획의 지도자들이 갖는 통일된 전망과 그들이 창출해내는 순수한 정열, 그들이 선택한 장래성 있는 연구의 향방 등등에 의해 가져다주는 선물인 것이다.」
「그 계획에 대응하여 같은 정도의 자금이나 그밖에 자재를 투입하는 일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한 방향감각이나 공헌도와 같은 것을 갖추는 의미는 아니다. 그 실례를 영국에서도 보게 된다. 영국인은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더 많은 돈을 들여서 계속하라> 고. 돈은 연구의 진보를 촉진시킨다. 하지만 그것으로 새로운 세대의 컴퓨터는 만들지 못할 것이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은 매우 어려운 작업으로, 정보처리의 과학과 기술의 모든 면에서 도전적인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말했듯이 「10 년도 멀다.」는 것이 이 계획의 실상이다. 컴퓨터의 분야는 성능은 점점 좋아지는데 가격은 점점 떨어지는, 불가사의한 세계이다. 성능은 2 년이나 3 년 사이에 2 배가 되지만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와같은 세계에서의 10 년이란 영원과 같다.
일본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의 관리자들은 「계획목표의 10 % 밖에 달성되지 못한다 해도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른 관리자들은 「10 년 후에 미국이 뛰어든다 해도 그 분야에만은 파고들지를 못할 것이다. 그 분야에 뒤늦게 참여하면 경제적으로도 이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게 되리라. 처음 20 % 의 기술적 성과를 올리면 그 분야에서 얻어질 경제적 이익의 80 % 는 쉽게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각 회사는 재빨리 그 분야에 참여,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게 되리라. 늦어지면 그만큼 경쟁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겠기 때문이다.」
하나의 선례를 여기서 생각해 보자. 비디오 테이프 레코더는 미국이 발명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가정용비디오로써 성립시키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자금에 의한 연구개발이 뒤따라야 했다. 그러한 연구와 개발의 결과 시장의 점유율은 전체냐, 제로냐 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RCA 등 미국의 상표가 붙은 비디오는 거의가 일본제품이었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은 가령 극히 부분적인 성공밖에 거두지 못한다손치더라도 일본의 새로운 세대의 컴퓨터과학자들은 10 년에 걸친 학습경험을 취득한 값진 것이 될 것이다.
일본은 고도의 기술제품 분야에서 세계 제 1 이라고까지는 몰라도 매우 높은 지위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으로 단련된 과학자들은 여기서 그같은 우위성을 일본이 가져오게끔 한 전통적인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써 정보처리공학이 장차 직면하게 된다는 도전적인 문제에 파고들어 그림을 능히 해결할 것이다.
이미 논술하였듯이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소프트웨어 속에 있다. 일본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그 소프트웨어와 더불어 생활하며 보다 진보된 소프트웨어를 터득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학습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아직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그런 정도의 규모로 시도된 적이 없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은 이제 이루어지는 것에 불과하지만, 일본의 산업계에 기술을 이식하기 위한 방편은 이미 만들어진 셈이다. 산업계는 이로써 개발의 성과를 유효적절하게 시장으로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미국은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에 관련되어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을 상당히 리드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지 《포츈》 은 제 세대 컴퓨터 계획에 대한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써 묘사하고 있다.
「가령 미국이 인공지능의 연구에서 리드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연구실에서의 성과가 제품에 이어지게끔 하는 보장이 없다. 일본의 컴퓨터연구는 미국의회사가 경쟁상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 서서히 미국시장으로 뛰어들 기세이다. 만약 신세대 개발기구에서 계획의 일부분만이라도 달성될 것 같으면 그 성과는 급속도로 일본의 컴퓨터계에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만약 미국의 컴퓨터산업계가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일본에게 추월당하고 말 것이다.」
거듭 하는 말이지만 미국은 정보처리기술의 이 분야에서 지금 크게 리드하고 있기는 하다. 영국 역시 어느 정도는 리드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 만약 일본이 잘 계획하고 더욱 군직화해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해도 미국이나 영국의 리드는 아마도 앞으로 10 년은 계속되리라.
반도체의 메이커가 있는 실리콘 밸리나 보스턴 교외의 국도 128 호 연도변 일대 사람들의 기준에서 본다면 3 년의 리드는 아직 거대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실리콘 밸리 등지 사람들에게는 6 개월의 리드는 경쟁상 유리하다고 보며, 12 개월의 리드는 그만큼 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정도면 된다는 느긋한 태도, 연구개발계획의 단기성, 동업자간의 맹렬한 경쟁, 특허권 등의 편견적 집착, 국가차원의 계획결여 등으로 말미암아 하루하루 리드를 잃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제계획입안자나 정보처리산업계의 중진들에 있어 이상과 같은 소극적 행동을 버릴 수 있도록 촉구하는 질책의 말을 해야 마땅하다 하겠다. 계획의 기한에 대해 지나치게 압박받을 게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계획의 목표는 매우 중요한 것이므로 앞으로 계획을 5 년 또는 10 년 연장한다 해도 별로 힘들 게 없다는 뜻이리라.
잘 고안된 아이디어는 가령 부분적으로 실현되었다 하더라도 큰 이용가치를 가지며 따라서 경제적 이익까지도 수반하게 될 것이다. 부분적인 성과일지라도 적어도 그 분야를 선취하는 것이 되므로 다른 분야에 대한 선취와도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이다. 미국은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일본의 도전을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제 5 세대 컴퓨터 국제회의 석상에서 파이겐바움은 이렇게 말했었다.
「일본인들은 거의 경험하지 못한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대규모적인 컴퓨터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이에 대해 엔이찌 소장은 예의바른 태도로 이렇게 답했다. 「일본의 이 분야에 대한 경험은 이제 막 유년기를 벗어난 정도입니다.」
이것은 파이겐바움의 질문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답일지 모르지만 최종적인 대답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일본의 배우려는 태도만은 포이 살 만하다고 파이겐바움은 생각했었다.
1982 년 5 월, 파이겐바움은 제 5 세대 국제회의의 의사록을 받아 보았다. 거기에는 신세대 개발기구의 개요가 상세히 적혀 있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계획을 잘 수행하기 위한 전술인 셈이었다.
파이겐바움은 그것을 읽고, 그 기구가 겪을 갖가지 문제 중에서 중반기의 계획목표로서 세 가지의 전문가 시스템을 뽑아 그것을 개발하는 일로 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파이겐바움은 저으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일본의 인공지능 연구가들은 조용하고 침착한 태도에 자신감과 의욕을 자고, 거기다 풍부한 식견까지 지니고 있다고 그는 느꼈다. 그들은 문제가 될 법한 모든 문제와 비판을 낱낱이 분석해 거기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1970 년대 말까지 스탠포드 대학의 파이겐바움 교수 연구실을 방문했던 일본과학자들은 자기들의 연구와 처지에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풀이 죽은 표정으로 파이겐바움에게 자문을 요청하기도 했따. 그러나 그들의 당시의 연구는, 실제로는 놀라거나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는 우수하고도 독창적인 연구였다.
수년 전의 일인데, 히다찌제작소의 기술자들이 파이겐바움의 연구실을 방문했다. 그들은 전문가 시스템의 후보가 될 수 있는 분야의 목록을 갖고 왔었다. 그 리스트에는 25 개 정도의 항목이 실려 있었는데 설명이 퍽 애매하고 모호하기만 했다.
파이겐바움에게 오는 모든 방문자들은 한결같이 그가 갖고 온 계획이 실현가능한가 어떤가를 물었다.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파이겐바움이 애매한 리스트에 대해 지적을 해주며 좀더 정리해 볼 것을 권하자, 1 년 후 그들이 6 항목으로 정리된 리스트를 갖고 다시 찾아왔다. 6 항목의 문제는 이번엔 깨끗이 분석되어 있었다.
그 중 한 가지는 특히 흥미를 끌었다. 그것은 집적회로의 제조상 결함을 체크하는 시스템의 개발에 관한 것이었다. 다른 전문가 시스템들은 인간전문가의 행위를 모방하는 데 그치는 것이었지만 이 집적 회로의 결함체크 시스템은 좀 달랐다.
잘 알다시피, 집적회로의 제조공정은 대단히 복잡하다. 그것을 높은 생산율로서 운전하려면 여러 전문지식이 동원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전문가가 그 많은 지식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많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갖고 있는 지식을 융합하는 일이 필요하다.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 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히다찌제작소가 개발하려고 하는 또 하나의 전문가 시스템은 대형건설공사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일본의 컴퓨터에 대한 자신감과 상상력을 그대로 나타내는 계획이다. 그와같은 계획은 보통 위험이 따르기 마련인데 이 기계로 관리된다면 보다 수월하게, 아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정도보다 훨씬 수월하게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기호적인 추론에 의해서 컨트롤되는 작업은 수많은 사람이 수 많은 시간을 들여 하는 양을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 5 세대 컴퓨터 국제회의로부터 10 개월이 지난 1982 년 여름에 파이겐바움은 다시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인들은 전문가 시스템의 연구를 열심히 진행시키고 있었다. 신세대 개발기구가 공식적으로 원조하는 연구 외에도 히다찌, 일본전기, 전자기술총합연구소 등에서 차출된 지식공학자들이 전문가 시스템과 그 기초가 되는 인공지능 연구를 열심히 해나가고 있었다.
이와같은 전문가 시스템의 대부분은 미국것을 닮고 있었는데 두 분야만은 일본 고유의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는 게 특징이었다. 또 그들은 위기관리라고 하는 시스템도 연구하고 있었다. 이 분야는 만일 개발만 된다고 하면 대단한 이익을 볼 시스템이다. 이것에 대한 연구는 다른 데서는 거의 행해지지 않고 있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첫 번째 골자는 원자력발전소 같은 곳에서 쓰일 수 있는 기계의 제조이다.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의 사고와 같은 일이 또 발생한다면 그 사태의 수학적 모의계산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때 필요한 것이 신중하게 준비된 <훌륭한 판단의 기술> 을 서둘러 행사하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전문가적 시스템의 특기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와 좀 비슷한데, 일본의 어느 회사는 송전망의 위기관리 전문가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나면 송전망의 수치적인 모의계산을 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데 몇 분이 걸린다. 그러나 숙련된 송전망의 전문가 시스템은 수분이 아닌 수초 만에 옳은 대책을 강구할 수가 있다. 이 전문가 시스템은 적어도 전세계적으로 1 만 대 정도 팔릴 것이라고 그 회사는 전망한다. 그럴 경우 이 회사가 거둬들일 이익금은 수천만 달러에 이를 것이다.
인간전문가들이 사려깊게 축적하고 쌓아올린 지식을 컴퓨터 프로그램 안에 넣어 위기가 있을 때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꽤 중요한 의미가 있다. 컴퓨터가 가진 전문지식을 용이하게 개량하여 설비나 환경의 변화에 응용하면 문명은 그만큼 진보될 것이 틀림없다.
오늘의 고도기술 세계에서는 갖가지 위기가 돌발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말한 전문가 시스템은 거기에 대한 가장 이상적이로도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통산성은 수년 전부터 또하나의 선진적인 분야인 패턴인식 연구도 원조해왔는데 그 성과는 제 5 세대 컴퓨터의 인간 대 기계의 대화를 위한 서브시스템에 응용될 것이다.
이 계획은 시각적인 신호의 정보를 해석하고 처리하기 위한 시스템의 개발에 관한 것으로 문맥의 이해는 물론이고 자연언어를 처리하기 위한 능력과 어떤 도형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문제까지 포함된다.
이 <패턴 정보처리 시스템> 은 상품화되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서구의 과학자들이 그것을 기술적인 실패라고 비웃었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파이겐바움은 패턴 정보처리 시스템의 시작기를 몇 개 본적이 있다. 그 하나는 동작추적을 위한 것이었다. 그 기계는 동경의 지하철 통로를 걷고 있는 사람들을 모니터 TV 에 나타나게 해서 그들의 보행경로를 단번에 해석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세계각국에서 연구되고 있는 시스템과 견주어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일본의 패턴 정보처리 시스템은 상품화에는 실패했지만 기술의 실패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통산성의 기준에서 말한다면 그것은 전략적인 측면에서의 실패였다. 이 시스템은 시각적인 처리에 대해 많은 것을 일본인들에게 가르쳤는데도 계획의 말기가 되어도 하드웨어는 완성되지 못했다. 엔이찌 소장은 이 시스템의 원형을 가능한한 빨리 만들기로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설령 외국인들이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일본과학자들은 이 시스템의 연구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제 5 세대 컴퓨터 프로젝트 안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미 말했듯이 제 5 세대 컴퓨터는 인간의 일상적인 소리나 문자, 그림 등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패턴 정보처리 시스템은 꼭 필요한 것이다.
일본인의 근면함은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단지 열심히 일한 것 하나만으로 낮은 위치에서 높은 위치로 자기 자신의 위치를 올려 놓았고 마침내 세계에서도 가장 우위에 선 나가가 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 시스템에 대한 그들의 빠른 학습의지와 태도가 이를 반증하는 좋은 예이다.
맥코덕이 동경에서 만난 사람들은 과학에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영어를 배우려고 노력했다. 제 5 세대 컴퓨터 프로젝트에 관계하는 한 연구원은 매일 통근차 안에서 영어를 독습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의 지적을 생각할 때 맥코덕은 언제나 일본국민 속에 뿌리박고 있는 저 근면함과, 지적 탐구의욕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녀가 떠올리는 또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19 세기에 처음 일본어로 번역된 책 중 하나로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사뮤엘 스마일즈의 《자조》라고 하는 책이었다는 사실이다.
파이겐바움과 맥코덕이 동경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컴퓨터 산업스파이 사건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입술을 깨물며 그 뉴스를 듣고 있었다. 일본의 가장 권위있는 회사인 히다찌제작소의 사원이 IBM 의 비밀을 훔쳐내다 들켰다는 충격적이고도 창피한 뉴스였다.
일본인들은 수갑을 차고 연행되는 사람들을 TV 를 통해 바라보며 쇼크를 받았으나 이내 보다 깊은 감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처음에 나타났던 그 충격의 반응은 「그거야 누구라도 하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긍정론이었다. 따라서 그들의 행위는 당연한 것이며 단지 일본인들이 순박하기 때문에 당한 것뿐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한편, 내막을 좀 알고 있기라도 하다는 투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정부는 일본인에게 다른 것을 요구하기 위해 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폭발시켰다. 미국 상무성이 그때 행해지고 있던 무역교섭에서 일본측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이런 수를 쓴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일본에 대한 미국의 공공연한 보복조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히다찌의 어떤 간부는, 「히다찌가 유능한 변호사를 갖고 있지 못한 데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이겐바움은 그에게 「어찌됐든 도둑은 분명 도둑입니다.」라고 대꾸해주었다.
미국에서도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다. 레이건 대통령이 IBM 과 꾸민일이라고 하는 소문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경제문제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진주만을 잊지 말라> 는 경고 대신에 <실리콘 밸리를 잊지 말라> 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려고 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슬로건 아래 미국인이 단결할 때다. 일제 시계나 승용차를 보이콧트라고 미국제품을 애용하여 미국경제를 살리자.」
이것이 레이건의 속셈이었다고 그들은 그럴 듯하게 말하기도 했다.
일본 최대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인 《마이니찌신문》의 한 기자는 이 사건을 제 5 세대 컴퓨터 프로젝트와 관련시켜서 「이 스캔들은 일본의 자신감을 상실케 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덧붙여서, 「미국의 비밀을 훔치지 않으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한 일본이라면 어떻게 제 5 세대 컴퓨터 프로젝트와 같은 야심적인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은, 최후에는 IBM 의 어떤 것과도 호환성이 없는 것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걱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파이겐바움은, 「재래식의 컴퓨터도 살아남아 데이터 처리를 위해 사용된다. 제 5 세대 컴퓨터는 보다 지능적인 일을 할 것이다.」라고 말해주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대량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할 때는 새로운 기계를 묵은 데이터 처리컴퓨터에 연결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도 히다찌의 중역들은 안심하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건설적인 의견이 나왔다. 《재팬 타임즈 (Japan Times)》의 사설에, 「IBM 의 기계와 호환성을 보장하는 것이 일본 컴퓨터산업의 단 하나뿐인 역할이란 말인가? 다른 길을 시험해 볼 수는 없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이 질문은 매우 적절한 것이었다. IBM 과의 호환성에 대해서는 큰 의존이 전개되어왔으나 그것은 호환성이 있는 기계가 싸게 먹힌다는 것이었다. IBM 과 호환성이 있는 기계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예전서부터 사용하고 있는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안심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수천인/1시간> 이상의 노력을 들여서 개발된 것이지만 가령 효율이 나쁘고 불편이 있다고 해도 적어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소프트웨어를 새로 뜯어 고칠 필요도 없고, IBM 의 하는 방법에 맞춰 만들어진 기록의 스타일을 뜯어고치려고 하는 것이나 값비싸고 위험스런 일을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가 IBM 의 기준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대단히 많은 돈이 들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자력으로 나아갈 용기를 가진 회사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장래를 정확히 분석할 때, 컴퓨터 스캔들로서 일본인들이 느낀 자신감상실의 위기는 근거가 없는 것임을 알 게 된다. 「1990 년대에는 정보처리산업의 세계적 리더가 된다.」고 하는 통산성의 목표가 달성되면 집적회로에서부터 더욱 복잡한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호환성에 대해 신경을 쓰는 쪽은 일본이 아니라 IBM 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왜 새로운 세대의 컴퓨터를 개발하려고 하는가? 그 이유로 지금까지는 기술적인 측면을 살폈다. 컴퓨터에 의한 전문가 시스템의 도움을 받으면 지식근로자들은 큰 이익을 얻을 수가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측면 말고, 일본인들이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지극히 야심적인 이 계획을 착수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가 있다. 장기적으로 보아 이 계획의 추진은 일본인들에게 있어서는 숙명적이다.
동경대학의 모도오까 교수는 제 5 세대 컴퓨터 국제회의의 개회식 연설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1990 년대에는 제 5 세대 컴퓨터가 널리 사용되고 있을 것이다. 그때에는 정보처리 시스템이 경제ㆍ산업ㆍ과학ㆍ문화ㆍ일상생활 등의 모든 분야에 핵심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또 이 시스템은 환경의 변화에 의해 생기는 새로운 세계의 요구에도 응할 것이다.」
만약 이 연설이 허황된 얘기로만 생각된다면 정보처리 시스템 대신 <문자> 라든지 <인쇄술> 등 인간지능의 증폭기 이름을 넣어 보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그같은 말이 이 연설에 꼭 맞는 말임을 알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되려는 변화를 멋지게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자> 라고 하는 언어의 기록법이 발명되기 전의 세계는 그것이 발명되고 난 후와의 세계와는 대단한 차이가 있다. 인쇄술의 덕분으로 문자가 멀리, 그리고 넓게, 빠르게 전달되었을 때 세계는 다시한번 변했다. 그것은 증폭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증량이라고 부르는 편이 적절할 정도로 대단했다. 인간의 지능을 양적으로 증폭하는 지능기계의 탄생은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세계에 질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문자가 발명되기 전처럼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일본인들이 그와같은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려고 시도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첫째, 제 5 세대 컴퓨터는 생산성이 낮은 산업을 생산성 높은 산업으로 바꾸는 수단이 될 것이다. 제 2 차 산업, 다시 말해서 제조업의 분야에서는 지금의 컴퓨터가 이미 그와같은 효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통업과 같은 다른 산업이나 공공서비스 같은 분야는 거의 바꿔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특히 사무계통의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것은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인데 일본의 경우엔 문자를 타이프라이터와 같은 기계로 간단히 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특히 능률이 나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최초로 본 문자는 한자였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거의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일본인들은 자기들의 문자로 한자를 채용하고 훨씬 이전부터 사용해왔다. 어쨌든 제 5 세대 컴퓨터는 자연적인 일본어를 처리할 수 있고 문서나 그래프, 도표 등 숫자 이외의 데이터도 취급할 수가 있다. 또 관리직의 지능적 조수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추론기구나 학습기구를 작동하여 관리직 근무자의 컨설턴트가 되기도 하고 전국 또는 전세계의 데이터 베이스나 지식베이스와 결탁하여 중요한 의지결정에 필요한 고도의 전문지식을 제공할 수도 있다.
모도오까 교수는 또하나 중요한 경제적 전망에 대해 말했다. 일본은 좁은 국토에 자원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는 말했다.
「일본은 풍부한 노동력을 갖고 있다. 일본의 노동자는 고도의 교육을 받고 근면하며 적극적이다. 이같은 노동력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식량이나 에너지자원처럼 정보를 <재배> 하는 것은 무엇보다 바람직한 일이다. 또 정보를 마음먹은대로 처리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정보산업이나 지식집약적 산업을 강력하게 발전시킬 경우 이 노동력의 우위를 활용하는 것은 소망스러운 일이다.」
입으로만 얘기하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그는 국제협력에 관해서도 약간 언급했다.
「제 5 세대 컴퓨터는 번역과 통역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에 의해 국제간의 교류를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도오까는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의 전체가 노리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것은 처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었다.
「이때까지 우리 일본은 주로 외국의 앞선 기술을 모방하고 뒤따르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이 구식의 전통을 타파할 때는 왔다. 일본인 자신의 생각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컴퓨터를 개발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그것은 세계를 향한 일본기술의 우위성을 과시하는 것이며, 기술의 제공을 통해 국제협력은 보다 강력히 추진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와같은 국제협력이 어떤 모양이 될런지도 애매하고, 그와같은 국제협력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어느 나라가 제공하는가, 어느 나라가 리드하게 될 것인가도 분명하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역할을 일본인들은, 「우리가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제 5 세대 컴퓨터는 에너지와 자원의 절약에 있어서도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그들은 에상하고 있다. 인류는 유한한 자원밖에 없는 혹성 위에 살고 있다. 그 유한한 자원을 절약하는 하나의 방법은 보다 좋은 정보에 따라 에너지의 소비를 최소, 또는 최적으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에너지절약의 효율을 올린다든가,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을 촉진한다든가 컴퓨터 이용설계법이나, 컴퓨터 이용제조법에 의해서 제조공정의 에너지 소비를 감소한다거나 고장발견과 자동차수리의 시스템에 의해서 체제의 수명을 연장한다거나, 일을 하는 장소를 분산하는 시스템을 보급해서 사람들의 이동을 막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제 5 세대 컴퓨터는 고령화 사회에 대처하는 데도 사용될 것이다. 1990 년대에 이르면 일본 인구의 12 % 가 65 세 이상이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그 선을 넘어섰는데 그런 사회가 되면 의료와 복지에 들어가는 경비가 증가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이때 제 5 세대 컴퓨터는 건강관리를 위한 의학적인 정보처리 시스템의 개량이나 근대화를 추진할 수 있으며 신체장애자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도 큰 몫을 할 것이다. 그밖에도, 고령화사회의 생애교육을 위한 컴퓨터 학습시스템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분산처리 시스템을 개발해서 자택에서 직장의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제 5 세대 컴퓨터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켜 놓을 것이다. 이때까지는 컴퓨터가 생산성의 향상이나 노동력의 효율을 높이는 데만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제 5 세대 컴퓨터에 의해 육체적인 노동력뿐만 아니라 지능도 증폭될 것이다.
또한 의지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경비를 줄이고 효율을 올리기 위한 결정보조 시스템이 고도의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일본인들은 그룹을 지어 의지결정을 하는 데 습관이 돼 있으나 제 5 세대 컴퓨터에 의해서 합의의 형성이 더욱 용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식산업이 전반적으로 발전하면 정치나 행정이나 산업의 발달이 더욱 인정되며 일관성을 갖게 되므로 사회전체가 보다 정밀하게 될 것이라고 그들은 예상하고 있다.
결정보조 시스템은 기업이나 정부의 정책집행 도구로서만 멈춰 있을 수는 없다. 가정용의 결정보조 시스템은 일반인들이 가정경제의 계획을 세우는 데 사용하거나 활동계획, 생활패턴 설계 등을 보다 합리적으로 세우는 데 큰 몫을 할 것이다.
「이런 일들이 달성되면 사회의 갖가지 활동이 영향을 받는다. 안전이 허락하는한 보다 앞선 인간활동이 가능해지리라. 그리하여 보다 밸런스가 잡힌 사회는 이룩될 것이다.」
이건 예상이 너무나 이상적이라고 공박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다니엘 벨의 말을 다시한번 기억할 필요가 있다.
「150 년 정도 전에 서양사회는 그때까지 예상못한 큰 변혁을 맞이하였다. 그것은 평화로운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자신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보다 전의 사회는 전쟁이나 약탈, 그밖에 잔인하고도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부를 쌓으려고 했다. 그러다 서양인들은 <생산성> 이란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노동과 자본의 투자에 비례하는 이익을 올리는 능력을 의미하고 있다. 누구든지 약간의 노동이나 자본을 투자함으로써 보다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생산성은 사회를 혁신했다. 생산성의 향상에는 경비도 들었지만 그것과 함께 우리를 충분히 풍부하게도 만들었다. 그래서 그와같은 부를 손에 넣지 못한 사람들은 분배를 받았으면 하고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또 충분치는 않지만 어느 정도 분배가 되기도 했다.
일본인들은 「왜 제 5 세대 컴퓨터 개발을 추진하는가?」하는 물음에 이렇게 답변하고 있다.
「일본은 극히 한정된 자원밖에는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식량이나 석유, 석탄 같은 것들을 살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 그 필요를 위해 기술상의 리드가 확보되어야 한다. 최근까지 일본은 외국의 기술을 모방만해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일본이 제 2 의 컴퓨터혁명을 일으켜 이 기술의 선구자가 되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본은 더 이상 지탱할 힘이 없다.」
서구인들은 일본에 대해 갖가지 틀린 생각들을 갖고 있다. 그런 오해는 뜻밖에도 신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을 듣고, 미국의 컴퓨터과학자나 기술자, 판매담당 중역들 중에서는 일본에 대한 칭찬보다 또다른 신화를 창조해내기에 바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은 「일본인들은 그런 굉장한 일을 결국 해내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일본인을 포함해서 누구라도 알고 있는 신화의 첫 번째 스토리는 이렇다.
「그들은 독창적인 일은 전혀 할 수 없는 민족이다. 그들의 제 5 세대 컴퓨터 프로젝트는 고양이의 흉내에 불과하다.」
전후 수십 년 사이에, 일본은 세계의 어디선가 개발된 신기술을 들여와서는 그것을 요모조모 개량하고 발전시켜서 마침내 그 기술은 맨처음 시장에 내놓은 사람들조차도 내쫓을 정도로까지 돌진했다. 카메라, 시계, 가전제품, 승용차 등이 바로 그 좋은 예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야 옛날부터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해왔던 당연한 방법이다. 특히 유럽쪽의 각국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우리들은 기술ㆍ예술ㆍ과학ㆍ문학ㆍ언어ㆍ요리 등 여러 가지에 대해 몇 세기에 걸쳐 아이디어를 교환해왔다.
서구인들이 그렇게 해온 것은 뒤로 덮어두고 유독 일본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창조적이지 못하다, 모방의 천재다 라고 비난을 퍼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통으로 알려진 라이샤워 교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론적 혁신에는 비교적 약하고 신용적인 응용에는 대단히 강한, 이러한 특색은 지난날 미국사회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이 유럽의 힘을 따라붙었을 즈음에 더 그랬었다. 미국이 과학ㆍ학문ㆍ사상 등 여러 분야에서 유럽을 리드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 아닌가? 일본도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 따라붙으면 똑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다.」
많은 일본인이 라이샤워 교수의 이런 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느 날, 파이겐바움 부부와 맥코덕 세 사람이 동경의 전통적인 요정에 초대되었다. 초대한 사람들은 일본 최대의 컴퓨터 메이커의 간부들이었다. 화제는 당연히 서양과 동양의 문명비교론으로 발전했는데 일본측은 이렇게 말했다.
「서구인들은 대부분 수렵민족의 후예들이다. 그들은 동물을 발견하면 달려가 활을 쏴 잡아왔다. 그러나 우리는 농경민족의 후예이다. 경작에 혁신의 의미는 별로 없다. 무엇인가 발견하면 달려가 잡아오는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이다. 우리는 이미 하고 있는 일만으로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일만은 깨끗이 해내고 있다.」
잠시 후 그는 다시한번 자신의 일본인론의 정리를 반복했다.
「서구인들은 수렵민족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농경민족이죠.」
그러더니 그는 모두에게 맥주를 권했다. 파이겐바움이 정색을 하며 대꾸했다.
「아니, 저는 맥주를 먹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실은 커피 한잔 마시고 싶은데…」
그러자 파이겐바움의 아내가, 「여보, 아직 식사 중인데요.」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았으므로 커피는 안된다는 뜻이었다. 기모노를 ㅇ립은 호스테스들이 차례차례 갖고 온 일본의 상품요리를 먹는 중이었는데, 파이겐바움은 이미 만복이 된 느낌이 들었으나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꼭 커피가 마시고 싶은데…」
파이겐바움이 게속 커피를 고집했다. 그 식당은 고풍이 감도는 요정이므로 커피 같은 음료는 준비돼 있지 않을 게 뻔했다. 초대측은 할 수 없이 인스턴트 커피를 주문했다. 그때 초대측의 한 사람이 크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교수께서 지금 하시는 일은, 단지 먹고 싶은 커피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우리 일본인 같으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일본인들은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하러 갈 때 전부 같은 것을 주문합니다. 그리고 그 식당에서 내놓을 수 있는 요리의 한도 내에서만 주문합니다. 우리 자신은 그것에 대해 전혀 이상한 느낌을 갖는 일이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방법이며 문화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서구인과 일본인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은 스탠포드 대학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오랫동안 공부했던 젊은 과학자였다. 그런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
서구인들이 일본인들을 평할 때 즐겨 쓰는 말이 또 하나 있다.
「혁신적인 정신의 결함 때문에 일본에서는 결코 천재가 탄생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일을 예로 들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첫째는 이때까지는 컴퓨터개발에 비교적 천재인 사람들이 관계해왔지만 일본의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에는 그다지 천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계획의 완성을 위해서는 우수한 조직과 왕성한 의욕, 그리고 엄격한 계획성이면 족하다. IBM 도 천재가 이룩해 놓은 회사는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 세계 컴퓨터시장을 석권하지 않는가?
두 번째는 조금 불유쾌한 의견일지 모르지만 일본인들이 때때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서양의 모든 교과서가 미적분학은 아이작 뉴튼과 라이프니츠에 의해 거의 동시에 독립적으로 방명되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그들보다 빨리 일본 수학자들의 노력으로 그것이 독자 개발된 것에 관해서는 모른 체한다.
문학에 대해서도 이런 평가는 마찬가지이다. 영어권의 학생들은 소설이 유럽에서 탄생했으며 18 ~ 19 세기에 걸쳐 그것이 발전되었다고 배우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동양권에서는 11 세기에 훌륭한 소설 작품이 많이 나왔던 것이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학생의 지능지수가 같은 연령의 미국 아이들보다 평균 11 점이나 높다고 한다. 《뉴욕 타임즈》는 이 발표를 보고 「아마도 영양과 교육의 차이에서 나온 사실일 것이다. 미국의 학부모들은 보다 냉정히 대처해야 한다.」라고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같은 얘기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탈공업화 사회에서는 한 사람의 걸출한 천재가 영감 넘치는 일을 해내는 것보다 그룹을 이룬 사람들의 조화잡힌 노력에 의해 내려진 결론이 더욱 잘 달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아폴로 계획은 한 사람의 천재가 이룩해 놓은 일이 아니다. 수많은 숙련자,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사람들의 협심단결에 의해 달성된 일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은 통일과 조화와 노력이 빚어낸 예술이다. 이것은 성공한 기업이나 정부기관, 군사적 모험 등 모든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컴퓨터 컨설턴트사의 리차드 도렌 사장은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의 일본어 원본을 읽고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는 세 타입의 인간들이 노력해서 전진하는 분야이다. 그것은 천재, 전문가, 그리고 기능공이다. 천재는 일본이나 미국이나 인구의 같은 비율로 존재할 것이다. 전문가는 지금까지 미국이 우위에 있었으나 앞으로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일본의 인구는 미국의 반밖에는 안되지만 그들은 지금 미국보다 훨씬 많은 수의 전기공학자를 대학으로부터 배출하고 있다.」
또한 일본인이 서구인들에 비해 창조력이 부족하다는 얘기에 대해 리차드는 이렇게 말했다.
「이같은 말이 설령 맞는다 해도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과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이 계획은 다른 나라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 야망에 찬 것이다. 수많은 전문가와 기능공이 그 계획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경험이 없긴 하지만 의욕이 있다. 의욕은 경험을 이긴다. 역사상 이룩된 수많은 성공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의욕의 산물이 성공으로 탄생되는 것을 보아왔던가? 경험은 누구에게나 쌓여질 수 있다. 그러나 의욕은 그렇지 않다.」
제 5 세대 계획에 참가하고 있는 연구원들 중엔 서구인들의 이런 평가에 신경을 쓰면서도 「이 계획의 달성이야말로 그같은 비판을 일소에 붙일 수 있는 찬스이다.」라고 말한다.
일본인들은 이미 다른 나라의 컴퓨터 과학자들에게 심리적 쇼크를 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솔직히 말한다면 이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장래의 컴퓨터는 누구의 손에 의해 개발된다 해도 우리가 세운 목표를 기준으로 해서 그 성능을 평가할 게 틀림없다.」
이것은 일본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갖는 자부심이다. 과연 그럴 것이다. 다른 어느 나라가 일본보다 먼저 인공지능 컴퓨터를 개발한다고 해도 일본의 계획과 비교해 볼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에 대한 또 하나의 신화가 있다.
「일본은 멋진 차나 스테레오, 카메라, 가전제품은 잘 만들어 낸다. 그러나 그런 것과 컴퓨터는 다르다. 일본인은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의 지능에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일본어의 제약 때문이다.」
일본어는 서양인에게는 정말 어렵다. 그들의 언어는 우랄-알타이어 계통이라고 하는 조그마한 어족에 속해 있다. 그 어족에는 몽고어, 만주어, 한국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역사의 우연에 의해 일본인은 중국의 한자를 문자로 채용했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일본어와 중국어에는 아무 연관이 없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어의 어려움은 과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더구나 컴퓨터를 위한 소프트웨어의 설계와는 더욱 관계가 없다. 라이샤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외국인의 대부분이 일본어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본어가 어렵다고 불평한다. 현대의 기술이나 과학에 필요한 논리성이나 명쾌함에 적용시키는 데 일본어가 결함이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확실히 일본인들은 지껄이는 일에는 자신이 없고 차라리 아무것도 지껄이지 않는 편이 더 잘 마음이 통한다고 믿고 있다. 일본인은 전원의 합의에 의한 결정을 바라지 개인적 대립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미국인들보다 많은 면에서 우회적인 표현을 좋아한다. 단도직입적인 표현은 피하는 것이다. 주의깊고 논리적인 추리에 의한 대화나 예리하고 명쾌한 말을 그들은 싫어한다. 그러나 일본어에 간결하고 명쾌한, 그리고 논리적인 표현을 방해하는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일본어 그 자체는 현대생활이 구하고 있는 모든 것을 충분히 만족시켜 줄 수 있다.」
이 신화는 한 발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형태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미국보다 10 년은 뒤져 있다.」
확실히 지금으로서는 미국이 일본보다 소프트웨어 기술에 있어서 많이 앞서 있다. 그러나 일본은 거국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어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여러나라를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그와 같은 명백한 목표가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구미 여러나라의 리드는 급속히 감소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꼭 알아야 할 문제 두 가지가 있다. 그 첫째는 미국인들도 소프트웨어에 관해서는 그렇게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소프트웨어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미국에서도 태부족인 것이다. 두 번째는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일본이 개발하려고 하는 소프트웨어는 전혀 새로운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뒷짐만 쥐고 있으면 일본의 소프트웨어는 마침내 미국을 몇 년인가 뒤떨어지게 할 수 있을런지 모른다.
분명히 말해서,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일본보다 10 년 앞을 가는 것은 아니다. 약 3 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3 년이면 크다. 그러나 미국이 이 리드에 만족한 나머지 아무 대책도 세워 놓지 않으면 그까짓 3 년쯤이야 눈깜짝할 사이에 따라잡게 된다. 지금 그럴 위험이 충분히 있다.
지금 같으면 미국은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에 있어 일본과 상대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 일본은 계획 착수에 있어 리드하고 있지만 미국은 기술에 있어 앞서고 있다.
그러나 그 기술상의 리드라는 것도 나날이, 좀 심하게 얘기하면 시시각각으로 없어져 가고 있다. 일본은 현재의 소프트웨어를 개량하는 일과 더불어 전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열의에 불타고 있다. 일본의 기술이 더욱 우수할 것이 틀림없는 이상, 미국과 일본의 거리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단축될 게 뻔하다.
구미의 컴퓨터산업계는 다음과 같은 신화를 믿고 있는 경영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그들의 계획, 보고서, 국제회의, 연구소, 예산편성 등 모든 것은 제스츄어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10 년 뒤의 컴퓨터를 개발하려고 하는게 아니고 내일의 컴퓨터를 개량하기 위해, 그리고 그를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만간에 닥칠 일을 위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정성스러운 제스츄어를, 그것도 놀라울 정도로 웅장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하고 물으면 회의파들은 아무 대답도 못한다.
일본이 그동안 쌓은 성공을 살펴보면 단기목표와 장기목표를 짜임새 있게 잘 구성함으로써 그러한 목표를 달성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단기목표든, 장기목표든 모두 우수하게 해치웠다. 회의파들도 이와같은 성공을 많이 보아왔으면서도 그 경험 축적의 과정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회의파들은 다시 반문한다.
「일본이 정말로 그와같은 큰 계획을 해낼 수 있다면 무엇 때문에 1982 년 여름의 그 비겁하고도 추잡스런 산업스파이 사건을 일으켰는가?」
이 질문에는 논리의 비약이 있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에 의해 일본이 만들려고 하는 기계는 서양의 어느 연구소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산업스파이 사건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 계획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회의파들은 또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은 일본산 컴퓨터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판매상의 트릭일 뿐이다. IBM 의 영역을 탈취하려는 정치적 제스츄어인 것이다.」
확실히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은 일본이 살아남기 위한 계획이며 동시에 시장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통산성은 IBM 과의 정면충돌을 피하자는 전략을 의식적으로 짜놓고 있다. 그 대신 지금의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길을 달려 미국의 회사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멀리 나가려는 계획을 세웠다.
외국의 경쟁상대가 지식을 기초로 해서 기호적인 추론을 행하는 기계의 가치에 생각이 미쳤을 때는 이미 일본은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앞서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일본은 세계시장의 폭발적 수요에 응하며 희희낙낙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신화가 아니다.
일본이 지능기계를 세계에 내다팔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그와 같은 미국에서 선구적으로 했던 연구를 기초로 하고 있지만 그것은 아직까지 미국기술의 우위성과는 성질이 다르다.
미국의 선구적인 기계는 단지 그와 같은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제시한 것뿐이다. 그것은 겨우 문제의 표면을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이것을 확대해석하여 일본에 대한 모든 것에서의 확고한 우위 운운하며 자기 도취에 빠져 있다.
일본인들이 대단한 열의를 갖고 높은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이 쌓아 놓은 그 미미한 기술상의 업적을 바라보며 <나도 한번 !> 하는 의지로 뛰어들고 있다. 그들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그들이 과연 가능한가?
우리는 일본의 의지나 능력에 대해 어리석게도 과소평가하는 혼란을 겪고 있다. 거기다 인종편견까지 가세하여 「그들은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려 한다.
보스턴 박물관의 중국ㆍ일본 유물전시관에 있는 큰 불상이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 아시아인들을 바라보며, 당신들이 인종편견을 하며 즐거워 한들 뭐 대수겠소? 그러나 우리 아시아인들이 꼭 같은 정도의 웃음을 당신들에게 돌려줄 날이 올 것이오. 그때가면 당신들이 우리를 보며 웃었던 것을 회상하며 더욱 많은 웃음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오…」
일본의 대학은 교육을 위한 시설이라기보다는 취직을 위한 시설이라고 하는 편이 타당할 정도이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어느 대학에 입학하느냐에 따라 장래의 인생이 좌우된다. 따라서 그들은 가능한한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기를 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일본의 좋은 대학은 구미의 대학에서 말하는 <좋음> 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일본의 학생들은 중고교때부터 이미 대학입시 준비에 허덕인다. 어떤 아이는 국민학교 때부터 대학입시를 준비한다는 얘기도 있다.
인간이 성공하는가 어떤가는 그의 출생으로부터의 선천적인 능력이나 지능지수, 일반적성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그와같은 선천적인 능력을 어떻게 규칙적으로 단련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일본인들은 믿고 있다. 일본의 대학입시는 이상과 같은 가정을 토대로 해서 수험생이 갖고 있는 지식의 양을 측정한다.
미국의 사립대학들은 대학운영비를 수업표 수입의 30 % 이하로 할당하고 있다. 달리 기본재산이 있거나 보조금, 기부금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대학들은 거의 대부분 학교운영비를 학생들이 내는 수업료에 의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2 류라고 불리우는 대학 안에도 일류라고 부르기에 충분한 학과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형편없는 교육시설 안에서 우수한 학생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 놀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튼 일본에서의 일류대학 선호경향은 유별나다. 서구인들이 보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이다. 대학의 입구에서는 학생이, 출구에서는 기업들이 이에 따라 움직이니 일류대학은 더욱 일류에의 자리로 올라가게 된다.
일본인들은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공부> 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1 년 이상,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암기 위주로 공부한다.
이학부와 공학부에 대해서 말하자면, 일본의 대학서열부터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동경대학에서부터 경도대학, 오사카대학 등 주요 국립대학을 친다. 그 다음이 사립대학이다. 사립의 이학부와 공학부는 전통적으로 순위가 낮을 뿐만 아니라 그 중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대학이 많다.
그러나 일류와 이류의 차이는 학생의 질 면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그렇게 크지 않다. 시험지옥에서 빠져나와 일단 대학에 안주하면 학생들은 피곤에 지친 나머지 흡사 한여름에 두둥실 떠 있는 구름만큼이나 힘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학문에 대한 의욕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은 뻔하다. 동경대학의 경우, 학생들은 최초 2 년간은 교양학부로 보내진다. 그러므로 전문과정을 밟는 기간은 나머지 2 년뿐이다.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보통 종신고용의 회사나 정부기관에 취직한다. 이때 우수한 졸업예정자를 뽑아 기업에 알선하는 것이 교수들의 중요 업무가 되기도 한다. 매년 가을이 되면 교수들은 대단히 많은 시간을 이 일로 보낸다. 그리하여 그 이후의 교육은 취직될 회사나 정부기관에서 행해진다.
회사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톱클래스의 대학에 연락하여 일류교수를 불러다가 교육을 시킨다. 이런 시간은 입사한 지 2, 3 년까지 계속된다. 그래도 신입사원을 교육시키는 데 있어 회사측은 이런 투자가 꼭 보상을 받는다는 자신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일생 동안 그 회사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학박사 학위를 가진 38 세의 간부사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23 세의 신출내기를 채용하는 편이 회사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어느 회사의 중역은 말했다. 내일을 대비해서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 그들의 방침인 것이다. 엄한 입시에 의해서 인내심이 배양되고 머리가 좋은 것으로 판명된 젊은이를 선별하여 채용하고는, 실무의 훈련인 제 2 의 훈련을 자기들이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대학에서의 컴퓨터교육은 질이 낮은 것이 되었다. 일본에 있어 대학 교육의 다른 모든 면이 다 좋다고 해도 컴퓨터 과학자를 양성하는데 2 년은 너무 짧다.
거기다 학생들은 졸업하자마자 취직을 하지 대학원엔 거의 가지 않는다. 구미에서는 대학원의 학생들이 모든 연구의 추진역이며 교수들을 지적인 면에서 긴장시키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대학원생이 적기 때문에 교수들은 지적인 정체에 빠지기 쉽다. 대학의 컴퓨터연구실은 빈약의 극치를 이룬다.
일본의 국립대학은 민간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예가 거의 없다. 사회의 빈축을 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시설을 위한 보조금 따위는 전적으로 일본의 문부성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산업계의 연구를 지원하는 통산성에 비해 문부성은 힘도 없고 돈마저도 별로 없다. 더구나 나라의 장래를 위해 유용한가 어떤가를 따지기 이전에 모든 분야에 평등하게 지원해야지 어느 한 쪽을 편애했다가는 원성을 듣기 쉽다.
때문에 문부성의 연구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때로는 4, 5 년을 기다릴 경우가 있을 정도로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계획이 추진되어도 별 가치가 없어진다. 더구나 보조금의 배분서열은 학벌 우선주의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과학은 늘 뒤로 처질 수밖에 없다.
컴퓨터는 고가이며 그 변화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자금이 없는 대학은 연구시설에 있어 점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런 시설로 연구해온 학생들이 막상 사회에 나오면 전혀 새로운 시스템에 놀라게 될 것은 당연하다.
또 일본에서는 학부끼리의 협력이나 이해가 부족하다. 서로의 담장을 없애는 데 상당히 뿌리깊은 저항감을 갖고 있다. 특히 컴퓨터의 연구개발에는 각 학문간의 협력이 불가결한데 일본에서는 이것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파이겐바움이 동경대학에 체재하면서 인공지능과 지식공학에 대해 12 번의 강의를 하는 동안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통지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알리지 않았나요?」하고 파이겐바움이 묻자 담당자는 오히려 그런 질문이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본의 이런 경향을 보고 서양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게 경직되어서야 혁신 같은 것은 도저히 할 수 없지.」
과연 그럴런지 어떨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왜냐하면 이와같은 <경직> 은 서양인의 눈에 그렇게 비친 것이지 일본인 자신은 하나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학이 그렇게 경직되어 있어 서양인들의 눈에 하나의 문제로 보인다면, 우리는 다시 일본의 국민학교와 중고교를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쓰고 있다.
「일본의 초ㆍ중ㆍ고교 교육이 이룩한 성과는 높은 레벨의 평균적 지능을 만들어낸 데서 평가받을 수 있다. 관리자든, 노동자는 전국민의 레벨을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정도까지 끌어올렸다. 그것은 실로 인상적인 사실이다. 거기에 비해 미국에서는 고교졸업생들이 최소한의 읽고 쓰고 계산할 수 있는가 어떤가를 테스트하려고 노력하는 정도이다.」
탈공업화 사회에서는 환경은 지금보다 더욱 급속히 변화되어 갈 것이다. 그같은 사회에서 특히 필요한 것은 사고의 유연성과 적응력, 그리고 세상을 옳게 바라보는 눈을 갖는 일이다. 최소한의 읽고 쓰고 계산하는 능력만 가지고는 이런 것은 나올 수 없다.
일본의 경우, 대학의 교육은 빈약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초ㆍ중ㆍ고교의 교육에 의해 그들의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은 충분히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그들이 육성되어가고 있다.
동경의 신세대 개발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40 인의 젊은이들은 새로운 세대의 컴퓨터를 만들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의 선두에 서 있다. 그들은 또한 일본을 포함하고 전세계의 신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일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지금 혁신적인 컴퓨터의 연구라는 큰 실험이 전개되고 있는 것과 때맞춰 사회개혁의 큰 실험도 병행되고 있다. 그것은 특히 일본에 있어서는 컴퓨터 혁신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에 자기들의 미래를 건 젊은 사람들에 의해 옛날 방식이 모든 면에서 과감히 버려져가고 있다. 그들은 자기들의 집단으로서의 명예까지도 여기에 걸고 있다. 그들이 도박을 벌이는 이 계획이라는 것은 기술적으로 극히 대담하며, 그들이 노리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의 컴퓨터는 너무나 작게 보일 정도이다.
엔이찌 소장은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을 미국의 <스페셜 프록젝트> 와 비교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계획의 목적은 새로운 기술을 낳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기술을 일본사회의 구석구석에 확실히 침투시키는 일이다. 그뿐인가? 그 기계를 사가는 나라의 사회마저도 변화케 하는 데 이 계획의 목적이 있다.
「일본인들은 만장일치의 합의가 아니면 잘 움직이려들지 않는다.」고 하는 미신을 우리 서양인들은 굳게 믿고 있지만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의 경우엔 그렇지 않았다. 8 개 회사와 2 개의 국립연구소가 공동체를 만들고 통산성이 그 뒤를 밀고 있다. 물론 처음에 참가회사들은 꼭 자선단체에 돈을 내놓는 그런 태도로 소극적이었다. 그것은 꼭 날씨 좋은 날, 산꼭대기에 올라가 멀리 바라다뵈는 풍경을 조용히 구경하는 듯한 그런 모양이었다. 약간 진지한 태도를 보인 회사도 있긴 하지만 그들도 언제 어느 쪽으로 달려갈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마저도 한 가지 사실에서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일본이 나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장기적 전망에 의한 혁신뿐이 없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 인식은 드디어 여러 감정적인 문제를 덮어둘 만큼 긴급히 일본인들에게 작용되었다. 그것은 지적 합의만으로는 얻어질 수 없는 긴장감이었다.
그들은 과연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세워 놓은 계획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까지 없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10 년 후에는 그것을 꼭 이뤄 놓겠다고 공언하며 길을 떠났다. 그들이 정말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파이겐바움은 오랫동안 그들의 계획을 검토해왔다. 일본인들이 세운 제 5 세대 컴퓨터 계획이란 따지고 보면, 파이겐바움이 세운 지식 기반 시스템을 기초로 한 것이다. 파이겐바움과 일본의 제 5 세대 계획과는 그래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있다.
파이겐바움은 자문한다. 그들이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는 자답한다. 「그들은 해낼 수 있다.」라고 서구인의 눈에 비췬 그들의 이제까지의 성공은 경이롭기만 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성공은 모방의 천재가 이뤄 놓은 <흉내의 산물> 이라고 꼬집는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 계획은 적어도 모방이거나 제스츄어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이 계획은 그들의 근면과 의욕과 지적 탐구의욕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이룩했던 많은 성공들이 바로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얻어진 것임을 파이겐바움은 알고 있다. 그래서 파이겐바움은 그들의 성공을 믿고 있는 것이다.
「장래의 부는 지식에 의해 얻어질 수 있다. 그 중심적 기술로 컴퓨터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비단 일본인들만이 아니다. 무역이거나 고용이거나, 또는 병기이거나 우리들을 평균화하는 것은 지식이다. 지식은 약한 자도, 강한 자도, 가난한 사람도, 부자도, 불행한 사람도, 행복한 사람도 모든 것을 다 평균화시킨다. 큰 나라도 작은 나라도 이 사실을 모두 이해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다만 먼저 행동했을 뿐이다.
나라도, 회사도, 개인도, 만약 다른 조건이 같다면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편이 우위에 설 것이다. 다른 조건이 같지 않다고 해도,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나라는 빈약한 자원밖에 없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우위에 설 수 있다.
국가의 부가 어디서 새롭게 나올 수 있는가를 가장 빨리 이해한 나라는 일본이다. 그러나 이제 다른 나라들도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이 도전과 기회를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을 다음 장에서 알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