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의적 조직
인지 심리학 : Stephen K. Reed 저서, 박권생 옮김, 시그마프레스, 2000 (원서 : Cognition : Theory and Applications 5th ed ), Page 303~343
과학자는 조직해야 한다. 돌을 가지고 집을 짓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사실을 가지고 과학을 만든다. 그러나 돌 더미가 집이 아닌 것처럼 사실의 축적은 과학이 아니다. ..- HENRI POINCARÉ
지식의 조직은 어디에서나 필요하다 - 이 필요성은 과학에서 뿐만 아니라 예술 및 문학에서도 적용된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각각 다른 카드에 적고 난 후, 누군가가 그 카드를 모두 섞어서 커다란 더미로 쌓아 두었다고 상상해보라. 이제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독립 선언문이 어느 도시에서 채택되었는지를 물어보고,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적절한 카드를 찾아내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어떻게 이 카드를 찾아내겠는가? 더군다나 독립 선언문에 대한 수필을 써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모든 카드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한 장의 카드를 찾았다. 할지라도 이것은 같은 주제에 관한 다른 카드를 찾는 데 아무런 단서가 되지 못한다.
LTM (장기 기억) 으로부터 서로 관련된 정보를 인출하기 위해서는 기억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직의 대부분이 어의적이다 - 정보의 의미에 기초를 두고 있다. Ericsson (1985) 은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도 그 탁월한 기억력을 유전적으로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보다 이들은 집중적인 연습을 통해 아주 효율적인 부호화 및 인출 기능을 습득한 것이다. 정보를 조직하는 데 특히 효과적인 방법은 위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웨이터가 메모도 하지 않고 어떻게 저녁 식사 주문을 20 개까지 기억해낼 수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 (Ericsson & Polson, 1988) 는 정보를 위계적으로 조직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예증하고 있다. 위계적 조직이 재생을 증진시키는 또 다른 예를 우리는 이 장의 첫 절에서 보게 될 것이다.
어의적 기억의 조직을 연구하기 위해 널리 쓰이는 한 가지 방법은 '제비는 새다' 혹은 '카나리아는 건물이다' 라는 서술문에 대해 '진', '위' 반응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제비는 새인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우리는 '제비' 와 '새' 라는 단어의 의미를 고려해야만 한다. 심리학자들은 반응에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하여 LTM 내의 어의적 정보가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지에 관한 단서로 이용한다. 이 장의 두 번째 절에서는 어의적 기억에 관한 모형 구축에 이 접근법이 어떻게 이용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두 가지 유형의 모형이 주로 이용되었다. 한 모형은 사람들이 두 범주의 속성을 비교하여 두 범주간의 관계를 결정한다고 가정한다. 예컨대, 새가 갖는 속성들을 제비도 소유하는지를 결정함으로써 우리는 제비가 새인지를 판단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 모형은 앞 장에서 논의한 범주화 모형들과 약간 비슷하다. 다른 모형은 두 범주간의 관계가 어의적 연결망 (semantic network) 으로 구성된 기억 속에 직접 저장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이 연결망은 개념과 개념들간 관계를 명시하는 고리들 (links) 로 구성되어 있다.
3 절에서는 어의적 연결망이 아이디어의 통합을 요구하는 과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살펴본다. 여기서 중요한 가정은 활성 (화) 의 확산이라는 아이디어이다. 활성화 확산 (spreading activation) 이란 어떤 개념의 활성화가 연결망을 따라 확산됨에 따라 이와 관련된 개념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LTM 으로부터의 정보 인출 속도를 결정하는 데는 통로의 개수와 조직이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한다.
네 번째 절에서는 스키마 (schema) 라고 하는 잘 조직된 지식의 덩어리에 대해 논할 것이다. 1 장에서 인지심리학의 역사를 간략히 고찰했을 때, 행동주의는 유럽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는 것을 언급한 적이 있다. 특히, 두 명의 심리학자, 영국의 Bartlett 과 스위스의 Piaget 는 지식이 자극-반응간 결합의 학습으로 구성된다는 아이디어를 거부하였다. 그들은 지식이란 보다 큰 도식적 구조로 구성된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선호하였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결국에는 미국에도 퍼졌고 특히 인지심리학의 연구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장에서는 스키마 이론을 검토하고, 이 이론이 글 이해, 추리, 문제 해결 등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후속 장들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정보가 어떻게 위계적으로 조직되는지, 그리고 시각적 형태 분류와 같은 인지적 과제 수행에 위계적인 조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예를 앞 장에서 살펴보았다. 또한 위계적 조직은 어의 정보의 재생을 증진시킴으로써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조직화가 잘 된 기억의 한 가지 장점은 정보의 체계적 인출이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이 장을 시작하면서, 거대한 카드 더미를 뒤져서 정보를 인출해야 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라고 하였다. 만약에 카드에 적힌 정보가 어떤 체계적인 방식으로 조직되어 있다면 이러한 과제도 시도해 볼 만한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정보가 체계적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다면 이 과제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며 여러분의 성취 수준은 보잘 것 없게 될 것이다.

그림 1 광물의 위계적 조직.
위계적 조직이 재생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하기 위한 실험에서, 이와 유사한 과제가 설계되었다 (Bower, Clark, Winzenz, & Lesgold, 1969). 실험 재료는 그림 1 에서 제시된 것과 같은 단어들의 개념적 위계로 구성되었다. 피험자들은 각 28 단어로 구성된 네 가지의 위계를 약 1 분씩 공부하였다. 그리고 나서는 112 개의 단어 모두를 순서에 관계없이 재생하라고 하였다. 학습하고 나서 재생해보는 이러한 시행이 세 번 더 반복되었다. 그림 2 의 상단 곡선은 이 집단의 수행 정도를 보여준다 : 이 집단은 첫 번째 학습 시행 후에는 73 개의 단어를 재생할 수 있었고, 세 번째 학습시행 후에는 112 개의 단어 모두를 재생할 수 있었다.
"무작위" 조건 집단은 동일한 112 개의 단어가 4 개의 위계 속에 무작위로 배열된 것을 공부하였다. 예컨대, 4 개의 위계가 식물, 도구, 신체 부위 그리고 광물이었다고 하자. 그러면 예컨대, 식물이라는 위계에 소속된 단어 28 개는 식물에 속하는 단어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식물, 도구, 신체 부위 그리고 광물에 속하는 단어들이 무작위로 선택된 것들이었다. 조직화 조건의 피험자들의 높은 수행정도는 이것을 무작위 조건 피험자의 수행 정도와 비교해 볼 때 특히 두드러진다. 무작위 집단이 4 회의 학습 시행 후에 재생할 수 있었던 단어의 수는 조직화 집단이 첫 번째 학습 시행 후에 재생할 수 있었던 단어의 수보다 적었다 (그림 2 를 보라).

그림 2 "조직화" 조건과 "무작위" 조건의 피험자들이 재생해낸 평균 단어 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조직화의 효과가 위계적 조직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 Bower 는 서로 결합된 연상어를 사람들에게 제시하였다. 예컨대, '빵', '쥐', '노랑' 이라는 단어는 '치즈' 라는 단어와 결합시켰고, "고양이" 와 "덫" 은 "쥐" 와 결합시키고, "해" 와 "나비" 는 "노랑" 과 결합시켰다. 연상어들을 함께 결합시켜 제시했을 때, 동일한 단어들을 무작위로 결합하여 (예컨대, '고양이' 와 '빵' 이 '노랑' 과 결합되었을 때) 제시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단어를 재생하였다. 이처럼, 재료의 의미에 따른 조직은 위계적 조직은 아니지만 역시 재생을 향상시킨다. 그러나 조직화 조건과 무작위 조건간의 차이는 위계적 조직화의 경우에 더 현격한데, 이는 위계적 조직화가 더욱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그림 1 은 위계상의 각 범주가 몇 개의 보다 작은 두 개의 범주로 나뉘어진 것을 보여준다. 어떤 범주를 하위 범주로 나누는 것은 하위 범주 집단이 얼마나 커야하는가 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집단의 크기가 너무 작으면 항목을 집단으로 묶는 데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줄어든다. 그렇지만 집단이 너무 크면 정보를 기억하거나 인출하기가 어렵게 된다.
여러 개의 항목을 LTM 에 저장되어 있는 하나의 결집으로 묶으면 STM (단기 기억) 의 용량이 커진다는 것을 우리는 4 장에서 배웠다. 결집이 STM 과제에서 재생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보기는 체스 말 (chess pieces) 의 집단화 (Chase & Simon, 1973) 에서 찾을 수 있다 - 체스 전문가들의 경우 결집의 평균 크기가 2.5 개였다. 우리는 이들 연구 (Chamess, 1976) 와 Box 9.1 을 통해 체스 전문가들은 체스 위치에 관한 아주 훌륭한 LTM 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이 같은 훌륭한 LTM 이 존재한다는 것은, 보다 작은 결집들이 체스 판의 위치라고 하는 아주 커다란 위계의 부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정보를 어떻게 집단화하는가를 연구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여러 가지 기법을 이용하였다. 집단의 추정된 크기는 실험 절차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의 범위는 2 개 항목에서 5 개 항목까지이다. Chase & Ericsson (1979) 은 단일 피험자를 1 년에 걸쳐 검사함으로써 집단화가 어떻게 재생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이 피험자도 전형적인 기억 범위라 할 수 있는 7 개의 단위 수 (digit) 를 재생할 수 있었다. 1 년간의 연습 후에는 70 개의 단위수를 재생할 수 있었다. 재생을 하는 동안 멈추는 것으로 보아, 이 피험자는 단위수들을 3 개 혹은 4 개씩 묶어 조직화하였는데, 5 개보다 더 큰 묶음은 결코 형성하지 않았다. 이 피험자는 장거리 선수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숫자들의 묶음을 달리기 기록으로 부호화하려고 하였다. 예컨대, 그는 3492 를 3.492 라고 하는 1 마일 경주의 세계 기록에 가까운 수로 부호화하였다. 또한 그는 위계적 조직을 이용했다는 증거도 보여주었다 : 대개 3 개의 보다 작은 묶음으로 조직되어 있는 큰 묶음으로 조직하였다. 예컨대, 각각 4 개의 숫자로 되어 있는 애초의 세 묶음을 재생한 후, 역시 각각 4 개의 숫자로 되어 있는 그 다음의 세 묶음을 재생하기 전에 그는 보다 오래 멈추곤 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발견은 여러 묶음의 숫자를 재생할 수 있는 이 피험자의 능력이 문자의 기억으로는 일반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자로 재생 검사를 받았을 때, 이 피험자의 기억 범위는 약 6 개의 자음으로 급락하고 말았다.
Broadbent (1975) 도 사람들이 LTM 에 정보를 어떻게 저장하는가를 결정하기 위해 재생시의 멈춤 (pauses) 을 연구하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TV 방송 프로그램, 유럽에 있는 나라들, 일곱 난쟁이의 이름, 그리고 무지개 색깔의 이름을 대보라고 지시하였다. 그는, 재생시에 나타나는 멈춤과 다른 실험 결과를 기초로, 사람들은 대개 약 3 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집단을 형성한다고 주장하였다. 그가 인용한 실험들 중 하나가 시연 묶음의 크기를 조사한 Wickelgren (1964) 의 연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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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세의 체스 고수는 눈을 감고도 이긴다 체스 고수 George Koltanowski 는 체스 판을 보지 않고도 네 명의 적수를 물리침으로써 토요일 San Fancisco 에서 세계기록을 세웠는데 그는 향년 75 세이다. 그리하여 Chronicle 지의 체스 편집자인 Koltanowski 는, 소위 체스 두는 사람들이 말하는, 눈감고 동시 대국 (blindfold simultaneous exhibition) 의 기록을 가진 최고령자가 되었다. 이 체스 고수가 자기 아파트의 구석에 눈을 감고 앉아 팔을 TV 에 내뻗고 체스를 두는 동안, 그의 네 적수들은 체스 말과 체스 판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이 도사의 수를 받았다. 첫 번째 적수는 13 수만에 꼼짝달싹 못하게 되었고, 나머지 세 명의 적수들도 그 후 몇 수 못두고 손들고 말았다. San Mateo 의 Mike Dunkan 은 26 수만에 Rook 를 잘못 두어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나는 내가 질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언제 질 것인지를 알아보는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었다" 고 Dunkan 은 말했다. 대국은 시작하기 전에는 다소 두려웠다. 그러나 적수들이 실수를 시작하면서부터,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끔 농담도 하며 과자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Koltanowski 는 말했다. 1937 년 34 명의 적수와 Scotland 에서 눈감고 동시대국을 벌여 24 판을 이기고 10 판을 기권한 적이 있는 이 고수는 "옛날의 좋은 시절과 똑같더라" 고 말했다. "나는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다음 날에는 6 명과 동시에 대국할 것이다" 라고 그는 말했다. 그의 아내 Leah 는, 대국을 지켜봤지만 체스를 둘 줄 모르는데, Koltanowski 가 시장에 가서 구입해 올 물건들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미소를 머금었다. "George 는 자기가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은 기억한다" 고 그녀는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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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an Francisco Chronicle 1979 년 2 월 26 일자에서 |
Wickelgren 은 사람들에게 일련의 단위수를 시연하라고 지시하고 이 숫자들을 집단으로 묶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지시문에 따라 묶음의 수와 크기를 변화시켰다. 숫자를 3 ~ 4 개의 집단으로 묶었을 때 가장 훌륭한 재생을 보였다. 물론 전화번호가 이런 식으로 집단화되었는데, 이는 전화 번호를 시연하기 쉽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길다란 숫자의 나열을 세 자리씩 묶기 위해 쉼표를 이용하고 있다.
아주 큰 위계가 어떻게
작은 집단들로 만들어지는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는 신문이나 책에 담겨 있는 정보의
조직에서 찾아볼 수 있다. Detterman & Raming (1978) 은 다양한 종류의 신문,
소설 및 고급 수준의 교과서에 단락을 수집하였다. 그들은 한 문단 내의 평균 문장
수가 신문이 2, 소설이 3 그리고 교과서가 5 개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는 사람들에게
예문을 보여주고 각 문장을 주요 부분으로 나누어 보라고 하였다. "주요 부분"
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각 문장을 몇 개의 주요 부분으로 나누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시는 없었다. 사람들은 각 문장을 평균 2.4 개의 부분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는
가능하다면 주요 부분을 더 작은 부분으로 분해시켜 보라고 지시하였다. 사람들은
각 부분을 평균 3.6 개의 더 작은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이 작은 부분은 각각 평균
2.2 개의 단어로 구성되어 있었다. 각 단어는 평균 2.3 개의 음절로 구성되었고,
각 음절은 평균 2.6 개의 음소로 구성되었다. 이 자료는 단락이 2 ~ 4 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작은 범주로 분해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단락 (paragraph) 위계는
주관적 단위와 객관적 단위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객관적 단위 - 문장, 단어,
음절 그리고 음소 - 는 정의가 잘 되어 있어 단순히 그것들이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가를 헤아림으로써 측정될 수 있다. 다른 두 수준 - 문장의 상위 부분과
하위 부분 - 은 사람들에게 문장을 부분으로 나누어 보라고 하여 측정되었다. 물론,
객관적 문법적 단위 - 명사구, 동사구, 그리고 전치사구 - 가 사람들이 문장을 분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단위에 대해서는 언어에 관한 다음
장에서, 문법이 어떻게 문장을 위계적으로 기술할 수 있도록 해주는가를 배울 때
더 자세히 보게 될 것이다.
만약 단락이 아니고
책을 가지고 시작했더라면 위계적 조직은 더욱더 확장될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나는 위계적 계획을 세운 후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1) 정보 처리 단계, (2) 지식의
표상과 조직, 그리고 (3) 복합적인 인지 기능이라는 세 가지 주요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각 주요 부분 (부) 은 4 개 내지 5 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각 장은 3 개 내지 4 개의
절로 나뉘며, 각 절은 2 ~ 4 개의 하위 절로 나뉘어진다. 이러한 형태의 조직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은 범주의 크기와 위계적 조직에
관한 실험 결과와 일치한다. Detterman & Raming 이 연구한 단락 위계와 연계시켜
보면 이같은 조직은 아주 커다란 위계를 형성한다.
조직화가 재생을 촉진시킨다는 발견은 어떻게 가르치면 학생들이 효과적인 조직화 전략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재생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정보를 조직하는 한 가지 방식은 의미 연결망 (semantic network) 을 구축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의미 연결망은 다이어그램으로 표현되곤 하는데, 이 다이어그램은 개념을 나타내는 매듭 (혹은 결절, nodes) 과 두 개념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이음 (또는 고리, links) 이라는 선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광물의 위계적 조직을 보여주는 그림 1 도 일종의 의미 연결망인데, 여기서는 이음에 명칭이 붙어 있지 않다. 이 다이어그램에서의 이음은 단일 관계만 보여준다. 즉, 하나의 광물이 그보다 큰 범주를 나타내는 또 다른 광물의 일종이라는 관계만 보여준다. 따라서 "동" 은 "합금" 의 일종이고, "합금" 은 "금속" 의 일종이며, "금속" 은 "광물" 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출발점으로서는 문제가 없지만, 거의 모든 지식은 너무나 복잡하여 단일 관계만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림 3 간호학 교과서의 정보를 표상하고 있는 의미 연결망의 한 부분.
그림 3 은 개념들간에는
여러 가지의 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정보 역시 위계적이라는 사실을
주목하라. 두 가지의 위계적 관계가 있는데, "p" 로 표시된 부분 (part)
관계와 "t" 로 표시된 유형 (type) 관계가 그것이다. 부분이란 아래쪽의
매듭에 있는 개념이 윗쪽의 매듭에 있는 개념에 예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처에
대한 논의는 두 부분, 즉 상처의 유형과 치료 과정으로 나뉜다. 유형은 아래쪽의
매듭에 있는 개념이 윗쪽에 있는 개념의 보기가 된다는 뜻을 가진다. 열린 상처와
닫힌 상처는 각각 상처의 보기들이다. 이러한 범주적 관계는 그림 1 에 나타난 광물들간
관계와 같은 것이다.
이밖에도, 상처에 관한
정보에는 비위계적 관계도 포함된다. 비위계적 관계 두 가지는 "c" 로
표시된 특징 (characteristics) 과 "1" 로 표시된 유도 (leads to) 이다.
특징은 어떤 개념의 속성을 의미한다. 열린 상처의 한 가지 특징은 피부가 갈라졌다는
것이다. 유도 관계는 한 개념이 다른 개념을 초래한다는 것을 명시한다. 이 관계는
예컨대, 치료의 세 가지 국면처럼, 서열적 과정을 기술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
의미 연결망의 효과성은
Texas Christian University 에서 집중적으로 연구되었다. Holley & Dansereau
(1984) 의 연구에서, 학생들은 정규 교과목의 재료를 이용하여 의미 연결망을 구축하는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난 후 이 학생들과 통제 집단 학생들은 기본 과학 교과서에서
발췌한 3000 단어로 구성된 단락을 공부하고, 공부한 것에 대한 검사를 받았다. 이
재료를 이용하여 의미 연결망을 구축한 학생들은 통제 집단 학생들보다 단답식 문제
및 논술형 문제에서 유의하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선다형 문제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발견은 우리가 6
장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한 전이 적절 처리의 결과와 일치한다. 여러분도 기억하겠지만,
주관식 문제를 기대한 학생들은 객관식 문제를 기대한 학생들보다 주관식 문제를
더 잘 푸는 것으로 밝혀졌었다. 주관식 문제를 기대한 학생들은 자기들의 지식을
조직하는 일에 강조점을 둔 것이 분명하다. 논술형이나 단답식 같은 주관식 문제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의미 연결망을 만들어 보는 것은
지식을 조직하는 훌륭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의미 연결망 구축을 효과적인 학습 전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 전략이 언제 효과적인지에 관한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고, 아주 커다란 연결망을 만들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도 필요하다. 전자의 필요성에 관한 연구는 Texas Christian University (Lambiotte, Dansereau, Corss, & Reynolds, 1989) 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팀은 연구의 초점을 학생들이 만든 연결망에서 전문가가 만든 연결망으로 바꾸었다. 전문가가 만든 연결망은 재료의 양, 재료의 종류, 그리고 추상의 수준과 같은 여러 차원에서 변하도록 되어 있다. 일단 연결망의 효과가 무엇 때문에 생기는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 이 방법의 교육적 가능성을 보다 깊이 있게 탐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효과적인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종이에는 그릴 수 없는 커다란 연결망을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 SemNet 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그 예로 들 수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로 하여금 특정 분야의 지식을 학습하고 조직하는 데 필요한 아주 커다란 의미 연결망을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 (K. M. Fisher, Faletti, Patterson, Thornton, Lipson, & Spring, 1990). 현재까지 구축된 것 중 가장 큰 연결망은 생물학 입문 과정의 개념 약 2500 개로 구성되어 있다. SemNet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은 연결망의 작은 부분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 볼 수 있다. 예컨대, 세포의 핵에 관한 정보를 고찰하고 싶다면, 핵이라는 단어를 자판으로 입력하면 된다. 그러면, 핵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개념들을 보여주는 연결망의 부분이 화면에 뜬다.
이 장의 첫 부분에서는 조직화, 특히 위계적 조직화가 LTM 으로부터 인출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위계적 조직은 재생의 양을 증가시키는 일 외에 LTM 으로부터의 정보 인출에 소요되는 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의적 지식의 조직을 연구할 때 자주 쓰이는 절차는 사람들에게 어의적 진술을 검정 (verification) 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험자는 '새는 동물이다' 라는 진술을 제시하고, 피험자에게 가능한 한 빨리 이 진술의 '진', '위' 를 결정하게 한다. 여러 가지 종류의 진술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반응에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하면, 어의적 지식의 조직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이들 발견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개의 이론이 제안되었다. Collins & Quillian (1969, 1970) 의 위계적 연결망 모형과 E. E. Smith, Shoben, & Rips (1974) 의 속성 비교 모형을 대조함으로써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하자. 그림 6 에 제시된 다이어그램은 이들 두 모형간의 차이를 간략하게 요약 정리한 것이다. 속성 비교 모형 (feature comparison model) 은 보기를 분류할 때, 범주와 구성원에 해당하는 두 개념의 속성이 비교된다고 전제한다. 제비가 새라는 것을 검정할 때, 우리는 제비의 속성과 새의 속성을 비교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위계적 연결망 모형 (hierarchical network model) 은 범주에 관한 정보가 결합 (association) 으로 직접 기억에 저장된다고 전제한다. 그림 4 의 오른쪽을 보면, 제비는 새와 결합되어 있고, 새는 동물과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 두 모형의 보다 구체적인 전제를 살펴봐야만 한다.

그림 4 속성 비교 모형과 위계적 연결망 모형의 차이.
그림 5 는 위계적 연결망 모형에 정보가 어떻게 저장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연결망 속의 각 단어는 지침 (화살표) 과 함께 저장되어 있다. 이 지침은 그 단어가 다른 단어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침을 따라가 봄으로써, 타조와 카나리아는 새의 일종이고, 새와 물고기는 동물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지침이 이들 보기를 그 상위 범주인 동물과 연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5 위계적으로 조직화된 기억 구조의 예
지침 (pointer) 은
또한 속성이 위계의 다른 수준에 어떻게 저장되어 있는지도 보여준다. '먹는다' 혹은
'숨을 쉰다' 와 같이, 모든 동물에 속하는 속성은 가장 높은 수준에 저장되어 있다.
새는 '날개가 잇다', '날 수 있다', '깃털이 있다' 와 같은 기초 수준 범주는 중간
수준에 저장되어 있다. 가장 하위 수준에 저장되어 있는 속성들을 범주의 다른 구성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특정 구성원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카나리아는 '노란색' 이며 '울 수 있다' 는 것을 알 게 되는 것은 이 하위 수준에서이다.
이러한 연결망 모형의
한 가지 장점은 정보 저장이 경제적이라는 점이다. 정보가 세 가지 수준 각각에 반복
저장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주목하라. 먹고, 숨쉬는 것은 새, 물고기, 카나리아,
타조, 상어, 연어의 속성이라는 사실을 명시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이것들 모두
숨을 쉬고 먹이를 먹는 동물의 일종이라는 것을 연결망을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성에는 비용이 든다. 즉, '카나리아는 먹는다' 라는 사실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두 번의 추론이 필요하다. 첫째, '카나리아는 새다' 라는 것과 둘째, '새는
동물이다' 라는 추론을 해야 한다. 바꾸어 말해, 어떤 수준에 저장되어 있는 속성을
인출하기 전에 위계상의 적절한 수준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원래 연결망 모형은
컴퓨터에 정보를 효과적으로 저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되었지만, 이 모형을 인간의
기억 모형으로 이용하면 많은 재미나는 예측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실, Collins &
Quillian (1969) 은 기본적인 것 두 가지를 전제함으로써 이 모형을 인간 기억 모형으로
이용하였다. 한 가지 전제는 위계의 한 수준에서 다른 수준으로 옮겨가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수준에 저장된 속성을 인출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ollins & Quillian 은 사람들에게 '느티나무는 식물이다'
혹은 '전나무에는 가지가 있다' 라는 문장에 대한 '진' / '위' 반응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해보라고 요구함으로써 이 모형을 검증하였다. 첫 번째 문장은 집합
관계에 관한 질문의 예이다. 이것은 하나의 범주가 다른 범주의 구성원인지를 묻는다.
두 번째 질문은 특성에 관한 질문이다. 즉, 범주 구성원이 속성에 관하여 묻고 있다.
여섯 가지 옳은 문장에
대한 평균 반응 시간이 그림 6 에 요약되어 있다. 그래프 상의 각 점은 구체적인
예를 나타낸다. 하단의 세 점 - 집합 관계 질문에 대한 반응 시간 - 은 연결망 내의
수준을 이동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예측을 지지한다. '카나리아는 카나리아이다'
라는 문장을 검정하는 데는 수준을 바꿀 필요가 없다 : '카나리아는 새다' 라는 문장을
검정하는 데는 한 수준을 바꾸어야 한다. 수준을 바꾸는 횟수에 따라 반응 시간이
변한다는 것을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다.
상단의 세 점은 특성
질문에 대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발견은 위계상
특정 수준에 저장된 속성을 인출하려 하면 반응시간이 길어진다는 전제와 일치한다.
더욱이 특성이 저장되어 있는 수준이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서도 반응 시간이 변하고
있다. 이 연결망 모형은 '우는 것' 에 관한 정보가 가장 하위 수준에 저장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이 자료는 이 가정을 지지하며, 인간의 기억 속에도 특성에 관한 정보가
이런 식으로 저장되어 있다고 시사한다.
연결망 모형에 근거를
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예측은 기억으로부터의 인출에 관련된 것이다 (Collins 와
Quillian, 1970). 인출 촉진은 선행 질문이 비슷한 정보의 인출을 요구했기 때문에
정보의 인출이 용이해진 경우에 일어난다. 예를 들면, 카나리아에 관한 선행 질문에
대답하고 난 후에는 카나리아의 속성을 검정하기가 쉬워져야 한다. 연결망 모형은
보다 구체적인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Collins & Quillian 은 두 개의
질문에 대답을 할 때 연결망 속의 동일 통로 (path) 를 거치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빨라진다고 제안했다. 이 개념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카나리아는 새다' 라는
문장 검정을 '카나리아는 날 수 있다' 라는 문장 다음에 하는 것이 쉬운지, 아니면
'카나리아는 울 수 있다' 라는 문장 다음에 하는 것이 쉬운지를 고려해 보는 것이다.
이 질문에 직관적으로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연결망 모형에 의하면, '난다'
라는 특성은 새의 수준에 저장되어 있고, '운다' 는 카나리아의 수준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카나리아는 날 수 있다' 라는 문장 다음에 검정하기가 더 쉬워야 한다.
두 가지 질문 모두가 새의 수준에서 정보 인출을 요구할 때만 동일한 통로를 거치게
된다. 자료는 어의적 촉진 정도가 선행 질문과 동일한 통로를 이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예측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Collins & Quillian, 1970).
그림 6 의 반응 시간에 대한 성공적인 예측과 어의적 촉진에 관한 성공적 예측은 연결망 모형의 성취한 괄목할 만한 업적들이다. 그러나 추가적 전제 없이는 연결망 모형으로 설명하기 힘든 것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가 검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위계 상 수준의 함수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침팬지는 동물이다' 를 검정하는 데는 '침팬지는 영장류이다' 를 검정하는 데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영장류' 는 '새' 와 '물고기' 처럼 위계상으로는 '동물' 보다 낮은 수준에 있기 때문에, 연결망 모형은 이와 반대되는 예측을 한다. 두번째로는 전형성 효과 (typicality effect) - 특정 범주의 보다 전형적인 구성원을 분류하기가 덜 전형적인 구성원을 분류하기보다 더 쉽다는 사실 - 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카나리아는 새다' 를 검정하기가 '타조는 새다' 를 검정하기보다 쉽다. 그러나 그림 5 에서 볼 수 있듯이, 둘 다 '새' 로부터 한 수준만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반응 시간에 차이가 날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 못한다. 속성 비교 모형은 대안적인 공식을 제안함으로써 이러한 결점을 교정하려 하였다.

그림 6 속성 및 범주 구성원에 관한 진술을 검정하는 데 소요된 시간
E. E. Smith, Shoben & Rips (1974) 에 의해 제안된 속성 비교 모형은 분류에 소요되는 시간에 관해 설명하려고 한다. 원형 모형이 분류를 설명하는 것과 다소 비슷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 모형은 단어의 의미를 기억에 표상하는 데 속성들의 목록을 이용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분류도 연결망의 이음을 검토하기보다는 이들 속성을 비교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전제한다 (그림 4 를 보라). 속성을 이용하여 범주를 규정할 수는 있지만, 각 속성은 범주와 결합된 정도에서 서로간에 차이가 난다. Smith 와 동료들은 가장 본질적인 속성을 정의 속성으로 간주하고 나머지를 특징 속성으로 간주한다. 정의 속성 (defining feature) 이란 개체가 범주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지녀야 하는 속성을 말하는 반면에, 특징 속성 (characteristic feature) 이란 범주의 구성원이 대개는 소유하고 있지만 반드시 소유할 필요는 없는 속성을 말한다. 새의 정의 속성에는 살아 있고, 깃털과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을 포함시킬 수 있겠고, 특징 속성에는 날 수 있다는 것과 크기는 어느 정도여야 한다는 것을 포함시킬 수 있겠다. 정의 속성이 보다 본질적이기 때문에, 분류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은 정의 속성이다.
속성 비교 모형에는
두 단계가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모든 속성을 비교하여, 특정 개념이 다른 개념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결정한다. 예컨대, 제비가 새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제비의 모든
속성과 새의 모든 속성을 비교한다. 비교 결과 두 개념이 아주 유사하거나 아주 상이하면
'진' / '위' 를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대답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모형은 제시된 보기가 특정 범주에서 필요로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결정할 때에만 정의 속성이 검토된다고 주장한다. 이 두 단계간의 차이는 우리의
일상 경험에서도 발견된다. 우리는 두 개념간의 밀접한 유사성을 기초로 재빨리 분류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범주 구성원에 대한 준거를 평가한 후에 천천히 분류하는 때도
있다는 점을 상기하라.
어떤 보기가 개념과
유사하면, 정의 속성을 고려하는 두 번째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대개는 즉각적으로
분류된다. 범주의 개념과 보기 사이의 유사성이 감소함에 따라 두 번째 단계의 필요성이
증가한다. 그러므로 이 모형은 범주의 전형적인 구성원 (제비, 참새, 물새처럼) 은
비전형적인 구성원 (닭, 오리, 거위) 보다 더 신속히 분류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 이유는 두 번째 단계에서 정의 속성을 평가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E. E. Smith 와 동료들은 (1974) 사람들이 범주의 전형적인 보기를 비전형적인 보기보다
더 빨리 분류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박쥐는 새다"
와 같은 허위 진술에는 그 역이 적용된다. 이 예처럼 부정적인 보기와 범주 개념간의
높은 유사성은 보기를 기각하기 어렵게 만든다. 박쥐와 새는 많은 속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속성 비교의 첫 단계에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따라서 정의 속성을 평가하는
두 번째 단계가 적용될 확률이 증가된다. 이에 반해, "연필과 새" 같은
전혀 다른 명사 쌍의 경우, 공유하는 속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첫 단계에서 즉각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처럼, 속성 비교 모형은 위계적 연결망 모형과는 달리 왜
어떤 허위 진술이 다른 허위 진술보다 더 빨리 평가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속성 비교 모형의 또
한 가지 장점은, 연결망 모형과는 달리, 범주 크기 효과의 역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주 크기 효과 (category-size effects) 란 사람들은 대개 구성원을 큰
범주로 분류하는 것보다는 작은 범주로 분류하는 것을 더 신속하게 해낸다는 사실을
일컫는다. 예컨대, 콜리는 개라는 사실을 콜리는 동물이라는 사실보다 더 빨리 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범주 (개) 는 큰 범주 (동물) 보다는 적은 수의 추론을 요구하기
때문에 범주크기 효과는 연결망 모형과 일치한다. 작은 범주는 큰 범주의 부분이기
때문에 작은 범주는 위계 상 하위 수준에 놓이며, 따라서 작은 범주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때에 따라서는 큰 범주로 분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더 짧게
되는, 즉 범주 크기 효과가 위배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마시는 것' 은 '술'
보다는 큰 범주인데도 사람들은 스카치가 마시는 것이라는 사실을 스카치가 술이라는
사실보다 더 빨리 판단할 수 있다.
속성 비교 모형은 범주의
크기보다는 유사성에 근거하여 예측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범주 크기 효과가 위배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대개는 제시된 보기가 적은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검정하기가
더 쉽다. 속성 비교 모형에 의하면, 이 현상은 보기와 작은 범주간의 유사성이 보기와
큰 범주간의 유사성보다 더 크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 규칙에도 예외는
있다. Smith, Shoben & Rips 가 밝힌 것처럼, 가끔 보기와 큰 범주간의 유사성이
더 큰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람들이 작은 범주로 분류하는 것보다는 큰
범주로 분류하는 것을 더 빨리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속성 비교 모형은 예측한다.
실험 결과는 이 예측을 지지한다 (E. E. Smith et al. 1974).
속성 비교 모형은 전형성 효과 (typicality effect) 와 범주 크기 효과를 모두 설명할 수 있지만 단점도 있다. 이제 이러한 단점에 관한 비판을 살펴보기로 하자.
속성 비교 모형의 한계. 이 모형을 개발한 사람이 지적했듯이 (E. E. Smith, 1978), 속성 비교 모형의 한 가지 문제점은 대부분의 예측에 평정 (rating) 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만약 사람들이 어떤 보기와 범주 개념과의 유사성이 높다고 평정하면, 그 보기를 그 범주에 속한다고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런 유사성 판단은 보기와 범주 개념의 속성을 비교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이런 전제를 지지하는 직접적인 증거가 거의 없다. 따라서 속성 비교 모형에 의한 이런 예측은 아주 허약한 예측이다. 속성 비교 모형의 주된 자산은 이 모형의 주된 대안인 연결망 모형이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전제를 추가하기 전까지는, 이러한 예측조차도 할 수 없다는 반대 급부인 것이다.
속성 비교 모형에 대한 두 번째 비판은 모든 분류에는 계산 (computations) 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즉, 우리는 개념의 속성을 이용하여 개념의 유사성을 계산한다고 본다. 계산은 앞 장에서 논의된 바 있는 범주화 모형의 본질적 부분이다. 앞 장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분류에 강조점을 두었었다. 그러나 일단 보기와 범주간의 결합을 학습하고 난 이후에도 두 개념간의 유사성을 비교하는 데 속성이 이용된다고 할 수 있을까? 연결망 모형의 주창자 (Collins & Loftus, 1975) 들이 시사한 것처럼, 개념들간의 결합을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제비가 새라는 것을 알았으면, 제비와 새간의 유사성을 계산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곧바로 이용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 무슨 정보가 기억 속에 직접적으로 저장되고 무슨 정보가 계산되는지는 Smith (1978) 가 논의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모든 검정에 유사성이 계산된다고 보는 것은 반직관적인 견해이다.
속성 비교 모형에 대한 세 번째 비판은 필요 혹은 정의 속성을 반대하는 논증이다 (Collins & Loftus, 1975 ; Rosch & Mervis, 1975 ; McCloskey & Glucksberg, 1979). 이 모형은 속성에는 덜 정의적인 것과 더 정의적인 것이 있는데, 두 번째 단계에서는 더 정의적인 속성만이 평가된다고 제안함으로써 이 비판을 어느 정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안은 사람들이 더 정의적인 속성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전제를 기초로 성립되는데, 이 전제를 지지하는 직접적인 증거가 거의 없다. 사실 Rosch & Mervis (1975) 의 결과는 그 반대를 암시한다. 즉, 범주의 구조는 그 범주의 모든 구성원이 가지는 소수의 정의 속성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 구성원들만이 갖는 다수의 속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암시한다.
'과일' 과 같은 일부 개념의 경우 그 정의 속성을 명시하기가 어렵지만, 어린 애들이 '강도' 와 같은 다른 개념을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특징 속성과 정의 속성을 구분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음 두 가지 묘사를 고려해보자 :
냄새나고, 천한 이 늙은이가 주머니에 총을 가지고 너의 집에 들어왔는데, 너의 부모가 우리는 필요 없으니 가져가도 좋다고 말했기 때문에 TV 세트를 가져가버렸다. 이 사람이 강도였을까?
아주 친절하고 싹싹한 이 여인이 너에게로 다가와 너를 포옹해 주었다. 그러나 허락도 없이 변기를 떼어간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 여인이 강도였을까?
첫 번째 묘사에는 강도의
특징 속성이 포함되어 있지만, 정의 속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두 번째
묘사에는 강도의 정의 속성은 있지만 특징 속성이 없다. 유치원생, 2 학년생, 그리고
4 학년생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정의 속성에 민감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Keil & Batterman, 1984). 즉,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늙고 천한 노인은 강도가 아니고 친절한 여인을 강도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발견에 대한 한
가지 해석은 특징 속성이 정의 속성보다 두드러지기 때문에 직접 관찰하기가 용이하다고
보는 것이다 (T. P. McNamara & D. L. Miller, 1989). 특징 속성인 "천한
것" 그리고 "총을 가진 것" 등은 관찰 가능하지만, 정의 속성인 "허락
없이 가져가는 것" 은 보다 개념적이다. 어린애들은 애당초에는 직접 관찰 가능한
속성을 강조하지만, 보다 추상적인 개념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속성 비교 모형은
위계적 연결망 모형이 갖지 못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단점도 있다. 이 모형은
정의 속성을 가진다고 생각되는 개념에 더 적절하며 (Malt, 1990), 결정을 내리기
위해 속성을 이용하는 장면에 더 적절하다 (Keil & Batterman, 1984; T. P. McNamara
& D. L. Miller, 1989). 절충안은 개념을 평가하는 경우에 따라 우리는 직접적인
결합 - 의미 연결망 속의 이음 - 을 이용하기도 하고 속성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보는
것이다. 여러분은 다음 절에서 논의하는 이론에서 이러한 유연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선행 논의에서는 위계적 연결망 모형과 속성 비교 모형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았다. 각 모형은 자료의 어떤 측면은 설명할 수 있었지만 다른 측면은 설명할 수 없었다. 이들 두 모형보다 더 많은 발견을 설명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Collins & Loftus 는 이들 각 모형으로부터 빌어온 전제를 이용하여 이들보다 훨씬 유연한 모형을 하나 구축하였다.
그림 7 각 이음의 길이가 두 개념간의 결합 정도를 나타내는 활성화 확산 모형의 예.
Collins & Loftus (1975) 의 활성화 확산 모형 (spreading activation model) 은 개념들간 관계를 나타내는 이음 (links) 으로 연결된 개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 연결망 모형을 대표하고 있다. 그림 7 은 인간 기억의 일부가 연결망으로 표상될 수 있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 연결망이 2 장과 8 장에서 논의된 신경망과 다소 유사하다는 점을 주목하라. 이음의 길이가 두 개념간의 의미 상 관련 정도를 나타낸다는 점이 위계적 연결망 모형과 다르다. 따라서 "빨강" 이란 개념은 다른 색상과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지만, 붉은 물체들과는 관계가 별로 밀접하지 않다. 이음이 의미 상 관련된 정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제 이 모형은 전형성 효과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차' 와 '버스' 는 '구급차' 나 '불자동차' 보다도 '운송 도구' 와 더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 보다 짧은 이음으로 나타나 있다.
활성화 확산 모형은 어떤 개념이 처리될 때 활성화가 연결망 통로 (path) 를 따라 확산되지만 확산이 퍼져나감에 따라 그 효과가 줄어든다고 전제한다. 예컨대, '빨강' 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면 이는 '주황' 이나 '불' 같은 빨강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개념을 강력하게 활성화시키지만, '노을' 이나 '장미' 같이 빨강과의 관계가 밀접하지 않은 개념을 활성화시키는 정도는 미약하다. 그러므로 이 모형은 전형성 효과를 예측한다. 보다 전형적인 구성원은 덜 전형적인 구성원보다 상위 범주를 활성화시키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차' 와 '버스' 가 '운송 도구' 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불자동차' 나 '구급차' 가 '운송 도구' 를 활성화시키는 것보다 더 빠르다.
상호 연결된 개념들로 구성된 의미 연결망을 따라 활성화가 확산된다는 아이디어는 개념간의 의미 상 관계를 선명한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활성화가 퍼져나감에 따라 그 강도가 약화되는 것을 상상하기란 아주 쉽다. 이 모형은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도 또는 개재 활동으로 인해서도 활성화가 감소한다고 전제한다. 이 전제는 일어날 수 있는 활성화의 정도에 제약을 가한다. 왜냐하면, 두 번째 개념의 활성화가 첫 번째 개념의 활성화를 감소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형은 아주 편리한 은유 (metaphor) 를 제공하지만, 그 성공 여부는 실험결과를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실험 결과 중의 한 가지가 의미 점화 효과 (semantic priming effects) 라는 것이다. 점화 (촉발) 란 선행 정보의 이용에 의해 자극의 탐지 또는 재인이 촉진되는 것을 말한다. 점화의 좋은 예는 Meyer & Schvaneveldt (1976) 에 의해 연구된 어휘 결정 과제 (lexical decision tasks) 에서 발견된다. 이들의 연구에서는 문자의 나열을 제시하고 사람들에게 이 문자나열이 단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도록 하였다. 어떤 문자 나열 (BUTTER) 은 단어였고 또 어떤 문자 나열 (NART) 은 단어가 아니었다. 각 시행에서는 문자 나열이 쌍으로 제시되었는데, 한 쌍을 구성하는 두 문자 나열 중, 두 번째 것은 피험자가 첫 번째 나열에 대한 판단을 내린 직후에 제시되었다. 두 개의 문자 나열이 모두 단어였을 때에 가장 흥미로운 결과가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두 단어가 의미 상 관련이 없는 경우보다 서로 관련이 있는 경우에, 두 번째 문자 나열이 단어라는 것을 더 빨리 결정할 수 있었다. 예컨대, 사람들은 BUTTER 라는 문자 나열에 앞서 NURSE 가 제시된 경우보다 BREAD 가 제시된 경우에 BUTTER 에 대한 판단을 더 빨리 내렸다.
활성화 확산 모형은
이 결과를 이렇게 설명한다: 어떤 단어를 제시하면, 제시된 단어가 그와 관련된 단어도
활성화시킨다. 즉, BREAD 는 BUTTER 를 활성화시키지만, NURSE 는 BUTTER 을 활성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어가 활성화되면 그 단어를 확인하기가 용이해지며, 따라서 반응
시간이 짧아진다.
활성화 확산 모형에
관한 한 가지 논란 (Ratcliff & McKoon, 1988) 은 활성화가, 이 모형이 예측하는
것처럼, 한 매듭에서 다른 매듭으로 확산되느냐는 것이다. 비록 BREAD 가 BUTTER
는 활성화시킨다고 하더라고, BUTTER 와 관련되지만 BREAD 와는 관련이 없는 POPCORN
까지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이 모형에 의하면, BREAD 의 활성화는 BUTTER 와 POPCORN
까지 활성화시키며, POPCORN 의 활성화 정도는 BUTTER 의 활성화 정도보다
약해야 한다. 왜냐하면, 활성화가 확산됨에 따라 그 강도가 약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는 활성화의 확산은 활성화된 단어로부터 두 이음 떨어진 단어 확인까지
촉진시키며, 촉진 정도는 활성화된 단어로부터 떨어진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작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T. P. McNamara, 1992).
의미 상 관계를 연결망 속에 직접 표상하는 것 외에, 활성화 확산 모형은 어의적 진술 (semantic statements) 을 검정하는 과정에 속성 비교를 허용한다. 그러므로 이 모형은 위계적 연결망 모형의 전제와 속성 비교 모형의 전제를 둘 다 포함한다고 하겠다. 청둥오리가 새인지를 검정하는 한 가지 방법은 '청둥오리' 와 '오리' 사이의 이음과 '오리' 와 '새' 사이의 이음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청둥오리' 라는 개념과 '새' 라는 개념이 공유하는 특성을 찾아내는 방법도 있다.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속성 비교로부터 얻은 증거와 위계 상 이음으로부터 얻은 증거를 모두 고려한다고 Collins & Loftus 는 주장한다.
의미 연결망 모형의 한 가지 장점은 그 유연성에 있다. 따라서 여러 전제를 추가함으로써 많은 종류의 자료를 설명할 수 있는 모형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은 이 모형에 대한 검증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어떤 모형이든 그 모형이 거의 모든 실험적 발견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해지면, 그 모형은 예측력을 상실하게 된다. 어떤 모형이 예측력을 갖기 위해서는 특정 사상 (건) 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예측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이 우리는 어떤 사상 (건) 이 실제로 일어나는지를 검토함으로써 그 모형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의미 연결망 모형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그 모형이 갖는 유연성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재미나는 예측을 할 수 있도록 제약도 가해야 한다. 연결망 모형의 예측이 빗나갈 때, 이 모형 개발자들은 대개 새로운 전제를 추가함으로써 이 모형의 유연성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원래 모형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것도 새로운 모형으로는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많은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수정본이 덜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위계적 연결망 모형의 수정 본인 Collins & Loftus (1975) 의 모형은 위계적 모형의 단점은 바로 잡았지만, 위계적 연결망 모형을 보다 흥미있는 의미 연결망 이론으로 만든, 정밀한 예측력을 희생시키고 말았다.
그리하여 이 활성화 확산 모형은 융통성을 가진 반면 정확한 예측력은 상실하였다. 이 모형을 비판하는 학자들 (예, E. E. Smith, 1978; McCloskey & Glucksberg, 1979) 은 이같은 많은 전제를 하기 때문에 이 모형이 많은 실험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전제를 너무 많이 한다는 것 그리고 분명한 예측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 모형의 주된 약점으로 보고 있다. 사실, 이 모형은 재미있는 예측을 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자료와 이 모형의 전제가 얼마나 잘 일치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개발되었다. 그러나 다음 절에서 알 수 있듯이, 활성화 확산 모형에 제약을 추가하면 흥미있는 예측도 가능해진다.
의미 연결망 모형은 아주 일반적이어서 인지심리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많은 이슈를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틀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그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이슈들 중 하나는 이야기로부터 얻은 지식의 통합에 관한 것이다. 통합이 매우 어려운 사건은 서서히 인출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ACT 라는 의미 연결망 모형이 이용되고 있다. 우리는 먼저 이 모형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것이다. 그런 다음 통합이 용이한 정보가 빠르게 인출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 모형이 어떻게 수정되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11 장에 가서는 정보가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정보의 통합이 용이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의미 연결망 모형의 보편성은 ACT 에 의해 멋지게 증명되고 있다. J. R. Anderson (1976) 은 STM 주사 (scan) 에서부터 복잡한 추리까지 다양한 인지적 과제에 적용할 목적으로 ACT 를 설계하였다. ACT 의 기본 전제는 활성화 확산 모형 기본 전제와 유사하다 : 지식은 상호 연결된 매듭 (nodes) 으로 구성된 의미 연결망 속에 저장되어 있으며, 활성화는 현재 활성화된 매듭으로부터 확산되어 새로운 매듭과 통로를 활성화시킨다. 비록 두 모형의 기본 전제는 동일하지만, Anderson 은 Collins & Loftus (1975) 가 고려하지 않았던 많은 과제에 ACT 를 적용한다. 우리는, 13 장에서 복합적인 기능의 학습을 논할 때, ACT 의 보다 최근 버전 (version) 을 다시 한 번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선은 저장된 지식을 얼마나 신속하게 인출하는가를 예측하는 데 Anderson 이 이 모형을 어떻게 이용하였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여기서 저장된 지식이란 사람들이 실험에서 학습한 정보를 일컫는다. 사람들에게 정보를 학습하라고 한 목적은 개념들간 관계의 개수를 실험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험 재료는 '[사람] 이 [장소] 에 있다' 는 형태로 진술된 문장 26 개였다 (표 1 을 보라). 특정 인물과 특정 장소는 한 개, 두 개 혹은 세 개의 문장에 나타났다. 예컨대, '히피' 는 세 문장에서 나타났고 '배우' 는 한 문장에만 나타났다. 피험자들이 문장 속의 정보를 모두 학습한 후, 피험자들에게 검사 문장을 제시하고는, 이 검사 문장이 앞서 학습한 것이면 '진' 이라고 반응하고, 그렇지 않으면 '위' 라고 반응하라고 지시하였다. Anderson 의 관심은 문장에 대한 '진' / '위' 반응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루어지는지에 있었다.
표 1 Anderson (1976) 의 사실-인출 연구에 이용된 문장의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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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험자가 공부한 문장 |
검사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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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반응 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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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히피는 공원에 있다. 2. 히피는 교회에 있다. 3. 히피는 은행에 있다. 4. 선장은 공원에 있다. 5. 선장은 교회에 있다. 6. 배우는 은행에 있다. 7. 소방수는 공원에 있다. ㆍ ㆍ ㆍ 26. 변호사는 동굴에 있다. |
3-3 히피는 공원에 있다. 1-1 변호사는 동굴에 있다. 1-2 배우는 은행에 있다. ㆍ ㆍ ㆍ '위' 반응 문장 3-1 히피는 동굴에 있다. 1-2 변호사는 공원에 있다. 1-1 배우는 동굴에 있다. 2-2 선장은 은행에 있다. |
표 1 은 검사 문장의 예를 보여주고 있는데, 각 검사 문장 앞에서는 두 개의 숫자가 적혀 있다. 첫째 숫자는 그 인물이 학습 재료에 몇 번 나타났었는지를, 그리고 둘째 숫자는 그 장소가 학습 재료에 몇 회나 나타났었는지를 보여준다. '히피가 공원에 있다' 라는 문장은 3-3 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이는 '히피' 와 '공원' 이 둘 다 학습 재료에서 세 번씩 나타났었기 때문이다. Anderson 은 반응 시간이 인물 또는 장소가 학습한 문장에 나타난 횟수에 따라 증가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히피' 하고 '공원' 은 둘 다 세 번씩 나왔기 때문에, 피험자들이 '히피는 공원에 있다' 라는 문장을 검정하는 데는 비교적 긴 시간이 걸렸다. 이에 반해, '변호사' 와 '동굴' 은 학습 재료에 한번씩 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피험자들은 '변호사는 동굴에 있다' 와 같은 문장을 비교적 빨리 검정하였다.
'히피가 공원에 있다' 는 진술을 검정하기 위해서는 연결망 상에서 '히피' 와 '공원' 을 이어주는 통로 (path) 를 찾아야 한다. 이 실험에서는 반응 시간을 측정하였기 때문에, 이론적 관심은 이 통로가 얼마나 빨리 발견될 수 있느냐에 있다. 검사 문장 '히피가 공원에 있다' 를 제시하면 '히피' 와 '공원' 이 둘 다 활성화된다. '히피' 와 '공원' 을 연결하는 통로를 찾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 두 개념으로부터 활성화가 확산되는 비율, (2) 두 개념을 연결하는 통로의 길이, 그리고 (3) 활성화가 확산될 수 있는 통로의 개수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개념이 활성화되면, 적절한 통로 ('히피' 와 '공원' 을 연결하는 이음) 를 따라 확산되는 속도는 이 이음과 이 개념들에 연결된 다른 이음간의 상대적 강도에 따라 결정된다. '히피' 라는 단어는 학습 재료에서 세 번 나타났기 때문에 세 가지 장소 ('공원', '교회' 그리고 '은행') 와 연결되어 있다. '공원' 이라는 단어는 세 사람 ('히피', '선장' 그리고 '소방관') 과 연결되어 있다. 활성화가 통로를 따라 갈수록 확산되는 속도는 감소하기 때문에, 이음의 개수가 많아지면, 두 개념을 연결하는 이음을 찾는 시간도 증가된다. 그러므로 ACT 모형은 실험을 통해 인물이나 장소에 연결된 고리를 증가시키면 검정에 소요되는 시간도 증가해야 한다고 예측한다. 일반적으로 특정 개념에 부착된 이음의 개수가 증가하면, 그 개념으로부터의 활성화 확산은 모든 이음에서 느려진다. 이는 활성화가 모든 이음에 분산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 하여 부채 효과 (fan effect) 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ACT 는 활성화 확산 모형의 일종으로, 활성화가 의미 연결망 전체로 확산된다고 본다. 활성화는 연결망 속의 각 매듭에서 그 매듭에 연결된 이음들로 분산되는데, 활성화가 분산되는 양은 이음의 상대적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이음의 개수가 증가하면 활성화 속도는 느려진다.
표 1 에 제시된 문장들을 통합하기란 쉽지 않다. 그 문장들로는 이야기를 만들 수 없다. 그 문장들은 사람과 장소간의 임의적인 관계를 진술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 이 때문에, 인출도 느리고, 개념들을 연결하는 이음의 개수에 따라 인출 속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활성화의 확산이 여러
통로로 분산되기 때문에, 어떤 개념에 연결된 이음의 개수가 증가함에 따라 인출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는 ACT 의 예측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이 전제에는 어떤 주제에
대한 지식이 증가하면 이 주제에 관한 지룸ㄴ에 대답하기가 어려워져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E. E. Smith, Adams & Schorr (1978) 는 주장한다. 이 반직관적인
예측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은 새로운 지식의 통합이 이음의 증가 때문에 생기는
간섭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이들의 실험 절차는 Anderson 의 실험
절차와 유사하였다. 피험자들은 어떤 인물에 관해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사실을 학습하였다
- 예컨대, 'Marty 는 병을 깨뜨렸다' 와 'Marty 는 여행을 연기하지 않았다' 와 같은
것들이었다. 세 번째 제시된 사실은 앞서 제시된 두 가지 사실과 공통 요지를 갖거나
아니면 무관한 것이었다. 'Marty 가 그 배의 이름을 짓기로 되어 있었다' 라는 사실의
테마를 제공해주는 반면에, 'Marty 는 연설을 해달라는 요청받았다' 는 앞의 두 사실과는
분명한 관계가 없다. 그 후 실시된 검사에서 피험자들이 수행한 과제는 검사 문장이
학습했던 문장인지 아닌지를 재빨리 결정하는 것이었다. 사실들간에 관련이 없는
문장을 학습했을 때는, 두 가지 사실을 학습한 경우보다 세 가지 사실을 학습한 경우에,
문장 재인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발견은 Anderson 의 발견을 반복한 것이되며
ACT 의 예측과 일치한다. 세 번째 사실이 먼저 제시된 두 가지 사실과 통합될 때는,
문장 재인에 소요되는 시간이 두 가지 사실만 제시되었을 때보다 길지 않았다. 검사
문장으로 세 가지 사실 중 어느 것이 제시되어도 마찬가지 결과가 관찰되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정보의 학습에 의해 야기될 수도 있는 잠재적 간섭이 새로운 정보와
기존 정보와의 통합 (integration) 에 의해 극복된 것이다.
이 실험은 어떤 개념 (매듭) 에 이음을 증가시킨다고 해서 반드시 재인 시간이 증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이 결과는 ACT 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Language, Memory, and Thought (1976) 라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Anderson 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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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의 경험적 설명력에 관하여 언급해 두어야 할 또 하나의 주의는 단 하나의 실험을 통해 ACT 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ACT 가 예측한 것이 잘못으로 판정된다면, 이 특정한 판 (version) 의 ACT 는 포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자료와 양립 가능한 다소 변화된 전제를 가진 약간 다른 ACT 를 분명히 내놓을 것이다. 이 이론을 축소시켜 간단한 실험 검증을 받을 수 있는 결정적인 전제를 서너 개만 가지는 이론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이라는 것이 그런 식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ACT 는 개정을 요구하는 공격을 끊임없이 받아 결국에는 수정이나 개정으로써도 어떻게 할 수 없게 되어야만 기각될 것이다. (p. 532) |
Smith, Adams & Schorr 가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간 변형된 이론을 제안함으로써 Anderson 은 그의 약속을 지켰다. 그의 수정된 ACT 는 하위 매듭 (subnodes) 을 이용하여 관련 자료를 통합시켰다 (Reder & Anderson). Reder & Anderson 의 개정판이 Marth 에 관한 4 개의 사실로 구성된 이야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고려해보자. 우리가 학습한 4 개의 사실 중 3 개는 배 이름 짓는 일과 관계되며, 네 번째 사실 (스파게티 요리를 한다는 사실) 은 이름 짓는 일과는 관계가 없다. 원래의 ACT 를 보여주는 그림 8(a) 에는 네 가지 사실 모두가 Marty 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 ACT 개정판이 하위 매듭을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 8(b) 에는 두 가지 사실만이 Marty 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 그는 스파게티를 만들었다는 사실과 선박 명명식에 참석했다는 사실. 선박 명명식과 관련된 세 가지 사실은 모두가 동일한 하위 매듭에 연결되어 있다.
그림 8 Marty 와 관련된 사실에 대한 두 가지 가능한 기억표상 : (a) ACT 표상, (b) 하위 매듭을 이용하는 개정판 ACT 표상.
어떤 조건하에서는,
사실을 인출하기보다는 일관성을 판단함으로써, 그 사실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Reder & Anderson 은 주장한다. 'Marty 는 병을 깨뜨렸다' 는 검사 문장이 제시되면,
이 정보는 'Marty 가 배의 이름을 지었다' 는 주제와 일관성을 가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이 경우, 활성화가 '선박 명명' 이라는 하위 매듭에 도달하자마자
반응을 하게 되며, 이 하위 매듭과 연결된 사실을 인출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E. E. Smith 와 동료들 (1978) 이 발견한 것처럼, 반응 시간은 이 하위 매듭에 연결된
사실의 개수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활성화 확산 속도는 여전히 Marty
에 연결된 이음의 개수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Marty 가 스파게티
요리를 했다' 는 사실은 선박 명명과 결합된 그의 활동과는 무관하다. 그런데도 이
진술을 포함시키면, 선박 명명에 관한 기술에 대한 평가가 더디어진다. 왜냐하면,
활성화는 이 부적절한 통로로도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 하위 매듭 모형은 새로운
발견을 수용하기 위해 ACT 를 수정한 성공적인 보기이다. ACT 의 기본 전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 활성화는 의미 연결망의 통로를 따라 확산된다. 수정된 것은 단지 활성화가
하위 매듭에 연결된 통합된 사실에까지 확산되지 않고 하위 매듭에서 끝난다고 보는
것이다.
의미 연결망은 지식을 조직하는 편리한 방법이다. 그러나 두 개의 매듭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강조하였지, 아이디어들이 모여서 더 큰 지식 덩어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강조하지 않았다. 하위 매듭 모형의 장점은 관련된 아이디어들이 하위 매듭을 중심으로 집단화되는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식의 덩이를 표상하는 이론으로 이보다 훨씬 오래되고, 개발이 훨씬 많이 된 스키마 이론 (schema theory) 이라는 것이 있다. 스키마 (schema) 란 지식의 덩이로, 일반적인 절차, 대상, 지각 결과, 사건 (상), 일련의 사건 (상), 또는 사회적 상황을 표상한다 (Thorndyke, 1984). 스키마 이론이란 이러한 지식 덩이가 기억에 부호화되어, 경험을 이해하고 저장하는 데 이용된다고 전제하는 모형들의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1 장에서 역사를 간략히 개관할 때, 미국 심리학자들이 자극-반응 (S-R) 이론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동안, 영국의 Bartlett 그리고 스위스의 Piaget 같은 심리학자들은 행동이 스키마로 조직된 지식의 커다란 단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Brewer & Nakamura (1984) 가 분석한 Bartlett 의 이론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Bartlett (1932) 이
그의 저서 Remembering 에서 개발한 스키마 이론은 많은 최근 판 (버전) 스키마
이론의 활력소로 작용했다. 그는 스키마를 과거 경험의 적극적인 조직화로 정의하였다.
그는 이 조직화를 많은 구체적인 예를 표상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인지 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Bartlett 의 저서는 스키마 이론을 정교하게 소개하고 있고 또
도형, 사진, 그리고 이야기 기억에 관해 자신이 수집한 실험 결과에 이 이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Bartlett 의 스키마 이론을 받치고 있는 기본 전제는
모든 새로운 정보는 스키마에 표상된 옛 정보와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Bartlett
은 재생에서 나타나는 오류에서 이러한 상호작용을 발견하였다. 많은 오류가 원래의
재료보다 더 규칙적이고, 더 의미있고, 더 관례적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이러한
현상은 재료가 기존의 지식 구조에 통합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Brewer & Nakamura (1984) 는 스키마 이론과 S-R 접근법 사이에 존재하는 다음과 같은 많은 근본적 차이를 지적하였다.
1. 원자성 대 분자성 (atomistic vs. molar). S-R 이론은 원자성이며, 그 기초가 지식의 작은 단위 (단일 자극) 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반해 스키마는 훨씬 큰 단위로서 어떻게 지식이 큰 덩어리로 조합되는지를 보여준다.
2. 결합주의 대 비결합주의 (associatonistic vs. nonassociationistic). S-R 이론은 자극과 반응간의 결합 학습을 요구한다. 스키마는 특정 경험의 여러 측면을 해석하고 부호화하는 데 필요한 지식 구조가 된다.
3. 특수성 대 보편성 (particular vs. generic). S-R 이론은 특정 자극과 특정 반응간의 결합을 보여준다. 스키마는 보다 보편적이고 여러 가지 다양한 구체적인 보기를 표상한다. 때문에, 특정 범주를 구성하는 많은 구체적인 보기를 표상하는 원형과 매우 흡사하다.
4. 수동적 대 능동적 (passive vs. active). 자극과 반응간의 결합은 수동적인 방식으로도 학습될 수 있다. 스키마를 이끌어 내는 것은 특정 경험을 그 경험과 가장 잘 들어맞는 스키마와 결부시키는 보다 능동적인 과정이다.
Bartlett 의 아이디어는 그가 생존해 있을 때는 영향력을 거의 행사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행동주의와 S-R 이론이 심리학 이론을 지배하고 있었다. 영국에서는 그의 이론이 보다 심각하게 취급되었지만, 1970 년대 초에는 그의 제자마저 그의 이론을 실패작이라고 생각했었다. 1975 년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 때가 바로 많은 미국의 저명한 인지과학자들이 인공지능, 인지심리학, 언어학, 그리고 운동 수행의 지식을 조직화하기 위해 스키마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 때였다. 이 이론가들은 Bartlett 이론의 주요 전제를 그대로 채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 구조의 모양에 관해서는 Bartlett 의 이론보다 더 구체적이었다. 이제 이들 후속 이론들의 공헌을 검토해 보기로 하자.
스키마의 중요성을 강력히 주창한 두 사람은 Minksy 와 Rumelhart 였다. Minksy (1975) 는 인공 지능 프로그램에 지식을 표상하기 위해, Rumelhart (1980) 는 인지심리학의 지식을 표상하기 위해 스키마가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Rumelhart 는 스키마가 인지의 기본 구성요소라고 주장하였다. Rumelhart 에 따르면, 스키마 이론은 근본적으로 지식이 어떻게 표상되는가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표상이 다양한 방식의 지식 활용을 촉진시키는가에 관한 이론이다. 스키마는 감각 자료를 해석하고, 기억으로부터 정보를 인출하고, 행위를 조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용된다.
스키마 이론과 관련된 인공지능의 주된 공헌은 프로그램 언어 덕분에 스키마의 조직을 그전보다 훨씬 상세하게 명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Thorndyke, 1984). Bartlett 도 스키마가 구조화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했었지만, 그 조직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못했었다. 이제 많은 심리학자들은 스키마를 특정한 경우의 상세한 속성들로 메울 수 있는 골격 구조로 생각한다.
학생들이 흔히 하는 수강 신청 행위를 고려해보자. 특정 과목을 신청하려 할 때, 여러분은 어떤 지식 (정보) 을 필요로 하는가? 아마 선수과목이 있는지, 그 과목이 특정 요구사항 (전공 필수/선택) 을 충족시키는 과목인지, 몇 학점짜리 과목인지, 강의 시간과 강의실은 어떤지, 담당 교수는 누구인지 등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스키마식 지식을 가지면, 가끔씩 기보 지식 (default knowledge) - 구체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적인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 그럴듯한 값 - 에 의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대부분의 강의 과목의 학점은 3 학점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인지심리학의 학점이 몇 학점인지를 찾아보지 않아도 추측할 수 있다. 인지심리학의 선수과목은 심리학 개론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 과목을 같은 교수가 여러 해 강의했다면, 담당 교수가 누군지도 추측할 수 있을 지 모른다.
이 절을 시작하면서, 스키마는 절차, 대상, 지각결과, 사건 (상), 일련의 사상 (건) 또는 사회적 장면과 같은 다양한 지식을 표상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스키마, 얼굴 재인을 위한 스키마, 식료품 쇼핑을 위한 스키마, 사회적 고정관념 형성을 위한 스키마 등등을 가지고 있다. 스키마는 글 이해와 문제 해결을 위해 특히 중요하다. 이런 인지 과제에 미치는 스키마의 영향에 관해서는 나중에 살펴보기로 하고, 지금은 특정 유형의 스키마 구조 - 일련의 사상 (건) 에 관한 지식 - 가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지를 검토하기로 하자.
우리의 스키마식 지식 중 일부는 관례적 활동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그 예로, 레스토랑에 가는 것, 치과에 가는 것, 펑크난 타이어 갈아 끼우는 것, 버스 타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Schank & Abelson (1977) 은 이러한 관례적 활동을 구성하는 일련의 사상 (건) 에 관한 우리의 지식을 일컬어 각본 (script) 이라 하였다. 예컨대, 레스토랑 각본은 레스토랑에 가는 일에 관한 우리의 지식을 명시한 것이 된다. 아주 일반적인 수준에서 보면, 레스토랑 각본은 표준적인 역할, 배경장치 또는 대상, 조건, 그리고 결과로 구성되어 있다. 레스토랑에 가는 데 필요한 조건은 손님이 배가 고프고, 음식값을 지불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경 장치는 식탁 및 의자, 메뉴 판, 음식, 계산서, 돈 또는 신용카드 등이다. 조연 배우에는 웨이터나 웨이트레스 그리고 때로는 바텐더나 버스보이 (역자주 : 음식점에서 빈그릇을 치우는 등의 허드렛일을 하는 아이들) 가 포함된다. 결과는 손님이 가진 돈은 줄고 배는 덜 고픈 상태이며, 주인이 가진 돈은 많아진 상태일 것이다. 손님이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떠날 때까지는 매우 표준적인 사상이 전개된다. 즉, 식탁을 선택하고, 메뉴 판을 보고, 음식을 주문하고, 먹고, 돈을 지불하는 일련의 사상이 통상적으로 진행된다고 할 것이다.
이 일련의 사상은 매우 표준적이기 때문에, 각본을 조직하는 자연스런 방법은 이들 사상이 벌어지는 시간적 순서에 따라 조직하는 방법일 것이다. 타이어가 펑크나 예비 타이어를 갈아 끼워야 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여러분의 기억은 먼저 해야 하는 행위에서 시작해 마지막 행위로 끝나는 일련의 조직화된 행위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여러분은 보다 중요한 것을 먼저 고려한 다음에 덜 중요한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림 9 는 이들 두 가지의 기억 구조를 대조시키고 있다.
그림 9(a) 는 어떤 활동 (펑크난 타이어를 제거하는 행위) 이 다른 활동 (잭을 치우는 행위) 보다 더 중요하게 조직화된 것을 보여준다. 보다 중심적 활동이란 목적 달성에 특히 중요한 활동을 말한다. 만약 활동이 그 중요성에 따라 조직된다면, 사람들은 그 중심적 활동을 말한다. 만약 활동이 그 중요성에 따라 조직된다면, 사람들은 그 중심적 활동이 각본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더 빨리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 9(a) 의 표상 방식이 Collins & Loftus (그림 6 참조) 가 제안한 의미 연결망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음 (link) 이 짧다는 것은 각본과 활동간의 결합이 강하다는 것을 나타내지, 범주와 보기간의 결합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하라. 이와는 대안적이 표상이 그림 9(b) 에 제시되어 있다. 이 표상은 서열에 따라 조직된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활동이 전개될 순서대로 재구성된다면, 사람들은 일찍 전개되는 활동이 각본에 포함되었다는 것을 더 빨리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 9 일상 활동에 대한 두 가지 표상 : (a) 구성 활동이 중요성에 따른 표상, (b) 서열에 따른 표상.
Galambos & Rips (1982) 는 이 둘 중 어느 이론이 더 적절한 것인지를 검증하였다. 그들은 피험자들에게 상이한 각본의 활동을 시간적 순서와 중요성에 따라 서열을 매겨보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다른 집단의 피험자들에게 각본의 이름 (예, 타이어 갈아 끼우기) 과 활동 (잭을 끄집어내기) 을 쌍으로 제시하였다. 피험자들은 이 활동이 제시된 각본에 속하는 것인지를 가능한 한 빨리 결정해야 했다. 보다 중심적인 활동이 덜 중심적인 활동보다 더 빨리 확인되었다. 그러나 먼저 수행해야 하는 활동이 늦게 수행해야 하는 활동보다 빨리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이 결과는 그림 9(a) 가 보여주는 조직을 지지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Barsalou & Sewell (1985) 은 이 결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사람들이 자기들의 경험을 조직할 때 사상의 시간적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고 믿었다. 이들은 실험 절차를 달리하면, 결과가 다르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특정 활동이 특정 각본 속에 포함되는지를 검정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사람들에게 시간을 20 초 주고, 설거지와 같은 특정 각본에 속하는 활동을 되는대로 많이 생성해보라고 하였다. 한 집단의 피험자들에게는 활동을 생성할 때, "가장 중심 되는 활동부터 순서대로 생성하라" 고 지시하였다. 여기서 중심성은 그 활동의 중요성으로 정의되었다. 다른 집단의 피험자들에게는 "처음 수행해야 할 활동부터 순서대로 생성하라" 고 지시하였다.
이들은 만약 사상 (건) 이 기억에 시간적 순서로 조직된다면, 시간적 순서에 따른 활동 생성이 중심성에 따른 활동 생성보다 용이해야 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들의 결과는 이 가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어진 20 초 동안에 생성된 활동의 평균 개수는 시간적 순서에 따른 생성 조건에서 8.17 개, 중요성에 따른 생성 조건에서 6.10 개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상치되는 발견에 대한 한 가지 해석은 사건 (상) 의 중심성과 시간적 순서 모두가 우리의 기억 활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보다 중심적인 활동을 통해서는 각본에의 접근이 신속해지고, 사건의 시간적 순서로는 그 각본에 속한 모든 활동을 인출하기가 용이해진다고 보는 것이다.
자서전적 기억 (autobiographical memory) - 사적인 경험에 관한 기억 - 에 관한 연구 결과는 이러한 해석을 지지한다. S. J. Anderson & M. A. Conway (1993) 는 피험자들에게 정해진 시간 내에 자기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서전적 기억을 어문적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리고는 그 사건 (상) 에 관한 자세한 사항, 예컨대 활동, 느낌, 장소, 사람 등등을 나열해보라고 하였다. 피험자들 중 일부에게는 시간적 순서에 따라 사건 (상) 을 나열하라고 지시하였고, 나머지 피험자들에게는 중심성 혹은 중요성에 따라 사건 (상) 을 나열하라고 지시하였다. 사건 (상) 의 중요성에 따른 나열보다는 시간적 순서에 따른 나열이 유의하게 많은 재생을 유발하였다. 물론 이 결과는 Barsalou & Sewell (1985) 의 결과와 일치하는 결과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기억에 얼마나 빨리 접근할 수 있는냐를 결정하는 데는 사건 (상) 의 중요성이 더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재생해 낸 자세한 자서전적 사건 (상) 중 하나를 컴퓨터 화면에 제시하고, 피험자들에게 제시된 사건 (상) 이 무슨 사상 (건) 인지를 알아차리는 대로 재빨리 반응하도록 하였다. 중심적 사상 (건) 에 대한 반응 시간이 처음 시작되는 사상 (건) 이나 끝나는 사상 (건) 에 대한 반응 시간보다 유의하게 짧았다. 시작되는 사상 (건) 에 대한 반응 시간과 끝나는 사상 (건) 에 대한 반응 시간은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발견은 Galambos & Rips (1982) 의 결론, 즉 보다 중심적인 자세한 사항은 LTM 에 있는 지식에의 접근을 신속하게 해준다는 결론을 지지한다. 그러나 일단 기억에의 접근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나머지 세세한 것을 기억해내는 데는 시간적 순서에 따라 탐색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그림 10 에 제시된 보기는 어떤 젊은 친구가 Angela 를 만난 경험을 재생한 것이다. 사건이 시간적 순서로 나열되어 있다. 이러한 나열은 자세한 것을 인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연결 선분은 가장 중심적인 사건 ("Angela 와 춤춘 것" 같은) 을 지적하며, 이 사건들은 이 특정 경험에 가장 신속하게 접근하는 통로가 된다.

그림 10 특정 자서전적 기억 속의 지식 조직. 항목이 시간적 순서에 따라 나열되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주제 관계를 통해 인출되었다.
정보를 LTM 에 조직하는 데 의미가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어의적 기억을 연구해 왔다. 재료를 효과적으로 조직하는 한 가지 방법은 커다란 범주를 소규모의 범주로 분할하여 위계적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위계적 정보를 재빨리 학습할 수 있었지만, 동일한 정보가 무작위로 제시된 경우에는 학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정보가 어떻게 인출되는가를 알아본 연구에서는, 사람들은 대개 두 개에서 다섯 개까지의 항목을 하나의 묶음으로 집단화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커다란 위계 - 예컨대, 단락 - 도 그 기반은 이만한 (두 개에서 다섯 개까지) 크기의 묶음으로 구성된다 : 단락은 문장들로 분할되고, 문장들은 주요 아이디어들로, 주요 아이디어들은 보다 소규모의 단어 묶음으로, 단어 묶음은 단어들로, 단어들은 음절로 그리고 음절은 음소로 분해될 수 있다. 글 속의 정보 학습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개념들간 관계를 나타내는 의미 연결망을 만들어보면, 주관식 검사나 단답식 검사의 수행이 향상된다.
범주의 위계적 조직화는 범주 구성원들에 관한 문장을 검정하는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대개 상위 수준 범주의 구성원을 검정하는 데보다는 기초 수준 범주의 구성원을 검정하는 데 더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 예를 들면, '카나리아는 동물이다' 라는 것보다 '카나리아는 새다' 라는 것을 검정하기가 쉽다. 위계적 연결망 모형에서 이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어의적 정보는 위계적으로 조직되어 있고, 위계상의 수준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위계적 연결망 모형은 어떤 물체의 속성을 검정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그 속성이 위계상의 어느 수준에 저장되어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예측한다. 이 전제는 '카나리아는 난다' 는 것을 검정하는 것보다 '카나리아는 먹는다' 라는 것을 검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먹는다' 라는 속성은 동물 수준에, 그리고 '난다' 라는 속성은 조류 수준에 각각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속성비교 모형은 속성을 고려하여 두 개념간의 유사성을 계산함으로써 진술을 검정한다고 전제한다. 유사성의 정도가 중간 정도일 때는 범주의 가장 필요한 속성, 즉 정의 속성만을 평가해야 한다. 속성 비교 모형은 분류 시간이 범주의 크기보다는 유사성 정도에 따라 변한다는 것, 그리고 현재 고려 중인 예가 그것이 속하는 범주의 전형적인 구성원인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분류 시간이 변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예측한다. 속성 비교 모형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모형의 예측이 평정에 의존한다는 것, 학습에 의한 결합을 직접 활용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특징 속성과 정의 속성간의 구분이 다소 인위적이라는 것 등을 문제시하고 있다.
위계적 연결망 모형은, 개념은 연결망의 매듭에 의해 표상되고, 관계는 개념을 연결하는 이음에 의해 표상된다고 하는 어의적 연결망 모형의 일종이다. 활성화 확산 모형은 위계적 연결망 모형이 갖는 몇 가지 한계점을 교정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이 모형의 주요 전제는 어떤 개념의 활성화가 연결망의 통로를 따라 확산됨으로써 관련된 개념들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연결망 모형인 ACT 는 동일한 전제를 이용하여, 사실을 인출하는 데 걸리는 반응 시간의 차이를 포함해, 많은 실험 결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비관련 사실의 수가 증가하면 반응시간이 길어지는데 (부채효과), 이러한 반응 시간의 증가 현상은 사실들을 잘 통합시킴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의미 연결망 모형의 장점은 이 모형들이 아주 일반적이어서 방대한 실험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이 모형들의 주요 단점은 너무 많은 전제를 하기 때문에 예측력이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지식이 큰 덩이로 통합된다는 것이 스키마 이론의 기본 전제이다. 스키마식 지식 구조가 강조된 것은 Bartlett 과 Piaget 에 의해서이며, 1970 년대 중반에 와서 인지과학에 주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자극-반응 결합과는 달리, 스키마식 지식 구조는 분자성이며, 비결합이고, 보편적이며, 능동적이다. 스키마식 지식 구조는 특정 사건을 구성하는 세밀한 사항들로 채워 넣을 수 있는 골격 구조로서, 정보가 없을 때는 기본 지식을 이용하기도 한다. 각본은 일종의 스키마로, 통상적인 활동들로 만들어진 일련의 사상 (건) 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건 (상) 의 시간적 순서에 따른 조직화는 재생에 유용하고, 사건 (상) 의 중요성에 따른 조직은 신속한 각본 인출에 유용하다.
이 장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대안적 이론이나 모형에 관한 논의가 많았기 때문에, 추상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미리 미리 그리고 자주 도해를 들여다보기 바란다.
1. 의미 / 어의적 (semantic) 이란 용어의 뜻은? 위계 (hierarchy) 의 뜻은?
2. 위계적 조직화가 재생을 향상시키고 또는 신속하게 한다는 증거는 무엇인가? 이들 증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3. 이 장에서 소개한 범주의 크기에 관한 정보에는 Miller 가 말하는 "신비성" 이 없어져버렸는가? 범주의 크기 효과란 무엇인가?
4. Collins & Quillian 의 연결망 모형이 갖는 장점과 단점을 요약하라.
5. 속성 비교 모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비판은 설득력을 갖는가?
6. 의미 연결망 모형 (활성화 확산 모형과 ACT) 이 어떤 점에서 다른 모형보다 일반적인가?
7. 활성화 확산 이론은 의미 점화 효과와 전형성 효과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8. 여러분이 보기에, ACT 에 대한 Anderson 의 수정은 그 이론을 강화했다고 생각하는가? 부채 효과를 더 잘 설명할 수 있게 되었는가?
9. "어느 모형이든지 특정 사상 (건) 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예측을 할 수 있어야만 예측력을 갖게 된다. 그래야만 우리는 그 특정 사상 (건) 이 실제로 일어나는지 혹은 일어나지 않는지를 검토함으로써 그 모형을 평가할 수 있다" 라는 진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10. 여러분 자신의 자서전적 기억을 하나 생각해 보라. 그에 따른 여러 구체적인 사건 (상) 을 한 번은 시간 순으로 나열하고 한 번은 그 중심성 순으로 나열해 보라. 이 두 가지 특징이 여러분의 재생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괄호 속의 숫자는 각 개념이 이 장에서 논의된 페이지를 나타낸다.
각본 (script) (335) 통상적인 활동 중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에 관한 지식.
기본 지식 (default knowledge) (334) 특정 스키마의 속성으로 가장 그럴 듯한 값에 관한 지식.
매듭 (node) (311) 의미 연결망에서 개념이 표상되는 모양새.
범주 크기 효과 (category-size effect) (319) 큰 범주의 구성원보다는 작은 범주의 구성원이 더 신속하게 분류되는 현상.
부채 효과 (fan effect) (328) 특정 개념에 연결된 이음이 많아질수록 그 이음을 검정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현상.
속성 비교 모형 (feature comparison model) (313) 특정 항목의 속성을 범주의 속성과 맞추어봄으로써 그 항목을 분류한다고 주장하는 모형.
스키마 (schema) (332) 지식을 덩어리로 조직하는 데 필요한 틀이라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지식 구조.
위계적 연결망 모형 (hierarchical network model) (314) 의미 연결망에서 명시된 위계적 관계를 기초로 항목이 범주화 (분류) 된다고 주장하는 모형.
의미 (어의적) 연결망 (semantic network) (304) 의미 (어의적) 정보는 LTM 에서 개념과 개념간의 관계를 잇는 방식으로 조직된다는 이론적 개념.
이음 (links) (311) 의미 연결망에서 관계가 표상되는 모양새.
자서전적 기억 (autobiographical memory) (337) 개인적인 경험에 관한 기억.
전형성 효과 (typicality effect) (317) 범주의 보다 전형적인 구성원이 덜 전형적인 구성원보다 더 빨리 분류되는 현상.
정의 속성 (defining feature) (318) 어떤 항목이 특정 범주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속성.
통로 (path) (328) 의미 연결망 속에서 두 개념을 연결하는 이음.
특징 속성 (characteristic feature) (318) 특정 범주의 구성원들이 대개는 가지지만 필수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속성.
하위 매듭 (subnode) (330) 의미 연결망 속에서 관련된 아이디어를 서로 연결하는 매듭.
활성화 확산 모형 (spreading activation model) (322) 활성화가 의미 연결망에서 어떻게 확산되는지에 관한 전제를 설정함으로써 반응 시간에 관한 자료를 설명하려는 모형.
활성화 확산 (spreading activation) (305) 한 개념의 활성화가 의미 연결망 속에서 그 개념과 관련된 개념으로 확산되어 그 개념을 활성화시킨다고 보는 이론적 개념.
Bower (1970) 는 Cognitive Psychology 라고 하는 학술지 창간호에서 기억의 조직화 요인에 관한 연구를 고찰하였다. 기억의 위계적 조직에 관한 연구를 처음 시작한 심리학자 중의 하나인 G. Mandler (1967) 는 위계 상의 각 수준에는 약 다섯 개의 범주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Nelson & Smith (1972) 는 위계적으로 조직화된 정보의 습득과 망각에 대해 연구하였다. Stevens & Coupe (1978) 은 공간적 지식 역시 위계적으로 조직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예컨대, 대부분의 Califomia 주가 Nevada 주 Reno 시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California 주 San Diego 가 Nevada 주의 Reno 보다 서쪽에 있다고 잘못된 추론을 한다. Rosch (1975) 는 어의적 범주의 조직을 살펴보기 위하여 점화 기법을 이용하였다. Chang (1986) 의 논문은 의미 (어의적) 기억에 대한 대안적 모형들을 평가하고 있다. Ratcliff & McKoon (1988) 그리고 Neely & Keefe (1989) 는 각각 대개가 활성화의 확산 때문이라고 보는 발견을 설명하기 위해 대안적 점화 이론을 제안하였다. 개념의 의미를 기술하는 데 의미 (어의적) 속성을 이용하는 접근법에 관한 논의는 T. P. McNamara & D. L. Miller (1989) 그리고 Malt (1990) 에서 찾아볼 수 있다. J. R. Anderson (1983) 은 ACT 를 소개하며, Reder & Ross (1983) 에 의해 보고된 의미 통합에 관한 추가적 연구도 소개하였다. 물체를 공간적 장면으로 통합시키면, 검정 시간이 짧아진다 (Radvansky & Zacks, 1991). 자서전적 기억의 조직화에 관한 연구에 점차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 J. Anderson & M. A. Conway, 1997 ; Rubin, 1996 ; Thompson, Skowronski, Larsen, & Betz,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