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미

(Meaning)

 

컴퓨터와 마음 : Philip N. Johnson-Laird 지음, 이정모. 조혜자 옮김, 민음사, 1991, Page 393~423 (원서 : The Computer and the Mind: An 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ce, Harvard Univ. Press, 1988)

 

의미망 체계

의미의 구성요소 분해

의미 가정

상징 오류

형식 의미론

문장에 대한 심적 모델

심적 모델을 위한 절차적 의미론

심적 모델과 상징 오류

덩이말과 덩이글 (담화) 의 특성

의도와 의사 전달

결론

 

만약 내가 여러분의 눈을 가리고 여러분의 부엌으로 데리고 간다면, 여러분은 어디가 어디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주 배치를 다시 했다면, 여러분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조심해, 탁자가 찬장 오른편에 있다> 고 경고를 할 수 있고, 여러분은 그것을 피할 수 있음이 틀림없다. 여러분은 새로운 위치에 있는 탁자에 대해 생생한 심상을 형성하거나, 아니면 그러한 경험을 하지 않고, 단지 그 탁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도 있다. 비록 그러한 지식이 어떻게 표상되는지를 알 수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만약에 인지과학자들이 그런 통로를 안내하기 위한 언어적 경고를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면, 그들은 다음의 두 가지 물음에 답해야 할 것이다 :

이 장에서는 인지과학 여러 분야의 연구들을 사용하여, 이 두 가지 물음들에 대한 답을 개관한다.

의미망 체계

초기에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고 연합만이 있었다. (주석 :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라는 성경에 비유한 것임) 초기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단어는 대응되는 대상을 유도하는 연합자극이다. 내가 <탁자> 라고 말하면 여러분은 하나의 탁자를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에 <이다 (is)> 라는 단어처럼, 하나의 단어가 명백한 어떤 것을 지칭하지 않는다면, 그것의 의미는 다른 단어들에 대한 연합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대적인 신조에 결정적인 반대가 있다. 단어과 대상과의 연결은 그것들간의 관계의 본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또한 그 단어가 그 대상을 나타내는 상징이라는 것을 지시해 주지는 더욱 못한다. 더욱이 발화 (utterence) 의 의미는 발화의 각 부분들의 의미를 문법적 관계에 따라 결합하는 것에 의존한다. 그러나 어떻게 연합 고리들이 문법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가 ?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제안된 한 해결책은 연합고리들에 명칭이 붙여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개념은 1913 년에 셀츠 (Otto Selz) 에 의해 제안되었으나, 컴퓨터의 발전과 더불어, 의미에 대한 계산주의 이론과 심리학 이론들의 기초가 되는 <의미망 체계>가 고안된 이후에야 이에 대한 연구가 번성하게 되었다.

많은 종류의 의미망 체계가 있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1968 년의 퀼리안 (Ross Quillian) 의 초기 설명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셀츠와 마찬가지로 단어들간의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였었다. 그러나 퀼리낭이 셀츠와 다른 점은 작업하는 망체계 구성이 가능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LISP에서는 하나의 상징은 <탁자 (TABLE)> 와 같은 문자열일 수 있다. 이 상징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지만, 여러 개의 명칭이 붙은 연합들이 그것에 연결된다면 더 많은 의미를 띠게 된다 :

그리고 그것들간에서 연합이 이루어진다 :

이 이론을 묘사할 때는 어떻게 그 정보가 조직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망체계를 사용한다 :

 

망체계 이론가들은 퀼리안이 제안한 대부분의 가정들을 채택하였다. 그들은 망체계가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표상할 수 있으며, 그 체계는 어떤 개념도 다룰 만큼 강력하다고 가정하였다. (그렇다면, 그것은 보편 튜링기계의 능력을 갖는 것이다.) 망체계 이론가들은 또한 일반개념들 (예, 탁자) 과 일반개념의 특수 사례 (예, 부엌과 탁자) 를 구별하였다. 그들은 여러 경우에서 나타나는 얼마간의 연결고리들의 집합을 인정하였다. 즉 상위 개념, 특성, 부분과 같은 연결고리이다. 그러나 물론 그들은 많은 다른 용어들도 고리의 명칭들이 될 수 있음을 허용하였다. 그들은 대체로 일반정보는 상위 수준에서만 표상되는 절약적인 구조의 입장을 취하였다. 예를 들어 탁자가 물리적인 사물이라는 사실은 탁자와 대상 간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로 표상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상위 연결고리들에서부터 추론될 수 있는 것이다 :

              탁자 ──→ 가구 ──→ 대상

<호랑이> 나 <레몬>, <물> 과 같은 단어들은 분석이 어려운데, 그 이유는 그 단어들이 필요조건들보다는 전형 (prototype) 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제 13 장 참조). 그런 문제는 의미망 체계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 그것은 호랑이는 동물이다와 같은 필요관계를 표현하는 연결고리와, 호랑이는 꼬리를 갖는다는 것과 같은 특징관계를 표현하는 연결고리를 구별할 수 있다. 전형은 많은 특징적 (characteristic) 속성들과 관계들을 가지지만, 필요 (necessary) 속성이나 관계는 거의 갖지 않는다. 일부 철학자들은 필요조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곤 한다.

퀼리안은 또한 의미망 체계 내에서의 정보처리 과정에 대한 가정들을 처음으로 구성하였다. 그의 프로그램에서는 주어진 어떤 단어쌍이건 그 사이에 관계를 설정한다. 이 프로그램은 그 단어들에 해당하는 지점들에다 망체계로 들어가는 활동을 표현하는 꼬리표 (tags) 를 붙이고는, 그 두 지점에서 나온 모든 연결고리들에 꼬리표가 전달되도록 하는 절차를 사용하는 것이다. 두 지점에서 퍼져 나가는 이러한 두 형태의 확산적 활동 (spreading activity) 은 그것들이 서로 교차하게 되면 곧 중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탁자> 와 <대상> 에서보다는 <탁자> 와 <가구> 에서 그러한 교차는 더 빨리 일어나게 된다. 초기 실험결과들은 인간도 역시 <탁자> 와 <가구> 에 대해 연결고리를 더 빨리 형성한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그러나 후속 연구는 이러한 입장에 제한을 가하였다. 즉 판단에 걸리는 시간은 항상 의미망 체계의 통로의 길이와 비례하는 것이 아니며, 허먼 (Doug Hurrmann) 과 채핀 (Roger Chaffin) 이 논의했던 것처럼, 물질의 상대적인 <뭉그러뜨려질 수 있는 정도 (squashability)> 와 같은 어떤 관계들은 연결고리에 의해 전혀 표상될 수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의미의 구성요소 분해

몇몇 망체계 옹호자들은 카츠와 포더가 변형문법을 위해 고안한 의미이론을 채택하였다. 그 이론은 단어의 의미가 모든 언어에 보편적인 의미 요소들로 분해될 수 있다고 가정하였다.

그림 18.1 은 노만 (D. Norman) 과 러멜하트 (D. Rumelhart), 그리고 그 동료들에 의해 고안된 망체계에 근거해서, <존은 피도를 매리에게 주었다 (John gave Fido to Mary)> 라는 분장 표상 내의 요소들을 보여준다.

 

그림 18.1 : 노만과 러멜하트에 의해 제안된 의미망체계, 꺽인 괄호 < > 는 개념들의 특수 사례들을 나타내는 마디이다.

분해 개념은 연구자들로 하여금 의미요소들의 원초적인 집합이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를 하게 됐다. 예를 들어 샹크 (R. Schank) 는 11 개의 원초요소 행위들을 제안하였다 : 즉 추진하기, 신체부분을 움직이기, 섭취하기, 방출하기, 붙잡기, 말하기, 주의하기, 위치를 바꾸기, 소유와 같은 추상적인 관계를 변화시키기, 생각을 창출하기, 새 정보를 구성하기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의 의미는 종이 개구리를 붙잡은 그의 손을 입으로 움직이고, 개구리를 섭취했다는 정보를 포함하는 복잡한 구조로 표상된다. 샹크의 프로그램에서는 존의 건강이 이러한 행위로 인해 해롭게 되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도출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런 원초행위들이 실제로 최소 요소는 아니다. 예를 들어 움직임에 대한 일반개념은 추진, 운동, 섭취 및 다른 여러 행위들의 기초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밀러 (G. Miller) 와 나는『 언어와 지각 (Language and Perception) 』이란 책에서 단어의 의미에 대해 포괄적인 심리학적 분석을 하였다. 우리의 논의는 지각에서부터 출발하였다. 로크의 경험주의에서 영향받은 프랑스 혁명의 사상가들은 단어들을 그들의 기본적인 구성요소, 즉 지각적인 구성요소들로 분석을 시도하였다. 그들은 이러한 분석이 어떤 개념은 용납할 만한 것이고 어떤 개념은 그렇지 않은가를 보여주고, 그럼으로써 사회를 확고한 기초 위에 다시 세울 수 있다고 믿었다 (나폴레옹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논리 싫증주의자들은 유사하지만 좀더 세련된 연구 프로그램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들 역시 너무 많이 실패하고, 따라서 우리는 언어학 지각적인 술어로 환원시킬 수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게 되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러한 접근법은 적어도 우리로 하여금 단어와 지각 간의 관계를 고려하도록 해주었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이 주의를 할 수 있고 판단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속성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그것에는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포함되었다. 예를 들어 빨강과 수직 같은 것이 포함되었다.

지각의 범위를 벗어난 술어도 많이 존재한다. 하나의 대상이 다른 것과 충돌하여 후자를 움직이게 하는 원인 (cause) 이 됨을 여러분이 지각할 수 있지만, 그 지각이 원인의 개념과 동일하지는 않다. 원인이란 개념은 종종 원초적인 것으로 취해질 수 있지만 (그림 18.1 참조), 그 이상 분해될 수도 있다.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경우는, 첫 번째 사건이 두 번째 사건의 발생 없이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인과는 선행상태와 후속상태들 간의 가능성의 관계로서 분석될 수 있다. 그러나 가상적인 세계는 지각적 대상은 아닌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절차적 의미론> 이란 개념을 도입하였다. 우리는 여러분이 탁자의 새로운 위치에 대한 경고를 이해한다면, 여러분이 갖는 이해의 첫 산물은 심적 절차 (처리과정) 라고 가정하였다. 절차는 심적 표상을 구성하는 것일 수도 있고, 심적 표상을 검토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정보의 인출이나 아니면 다른 조작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몇 가지 절차들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내가 경고할 때의 <탁자> 의 의미는 탁자에 대한 심상이 아니라, 개념적 요소로서, <탁자> 라는 단어를 가진 문장을 해석할 때 여러분이 구성하는 절차 (그 절차가 무엇이든 간에) 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런 개념적 요소들은 여러분이 가진 탁자에 대한 개념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탁자를 파악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을 포함하지만, 지각적인 것 이상의 것도 의미한다. 탁자라는 개념에는 탁자와 다른 대상들과의 관계 및 기능 ─ 즉 인간이 탁자에 의해 의도하고 기대하는 것 ─ 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론을 가지고서, 밀러와 나는 2 천 개 이상의 단어들을 분석했다. 우리는 다른 많은 이론가들이 믿었던 것처럼 심적 어휘집이 관련된 단어들의 장으로 조직되어 있음을 발견하였다. 한 장의 핵심에 있는 것은 기본개념으로서, 그것은 그 영역에 대한 암묵적인 이론이 된다. 예를 들어 운동 (motion)의 영역 (<움직임>, <추진>, <방출> ……), 소유 (possession) 의 영역 (<소유>, <사다>, <주다>……, 지각 (perception)의 영역 (<보다>, <듣다>, <얼핏 보다> ……) 과 같은 장들이 있다. 다른 개념들이 여러 장에서 나타나서 우리가 경험에 대하여 생각하는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그 같은 개념들 중 가장 두드러진 경우는 공간, 시간, 가능성, 허용성, 의도가 같은 것이다. 그것들은 그 장의 핵심에 있는 개념을 조정하여 다양한 관계를 산출한다. 이러한 관계들 중 많은 것들이 그 자체를 나타내는 단어로 불리어 왔다. 다음에 나오는 부연은 이동, 소유, 지각을 나타내는 동사에서 원인 (cause) 의 편재적 역할을 나타낸 것이다 :

이와 같은 부연은 그것들이 특정짓고 있는 동사들과 완전한 동의어가 되지는 않을 것이며, 의미 (와 통사) 를 크게 손상시키지 않고는 그런 단어들을 대치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어들에 내재되어 있는 개념들을 드러낸다.

의미 가정

단어들에 대한 좋은 정의는 존재하는가 ? 포더와 그 동료들은 이 물음에 강하게 <아니오> 라고 답변한다. 그들은 어떤 단어의 완전한 의미를 나타낼 만큼 충분한 조건을 기술하는 정의는 없다고 주장한다. 만약에 이 주장이 옳다면, 의미를 좀더 원초적인 요소들로 분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포더는 그의 초기 이론을 포기하였다.) 그러나 만약에 <탁자> 의 의미가 그 요소개념인 상판의 개념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람들이 다음과 같이 추론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제기된다 :

포더 등에 따르면, 그 답변은 <의미 가정 (meaning postulate)>, 즉 특정 단어들에서 필수적인 결과를 표현하는 추론규칙에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

는 의미 가정은 추론을 끌어낼 수 있다. 다른 단어들의 논리적인 속성들도 비슷하게 요청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의미 가정자들 (meaning postulants) 은 이해란 발화를 심적 언어로 전환하고, 그리고서 필요하다면 의미 가정을 사용하여 그것들로부터 추론을 만드는 것이라고 가정한다. 요소로 분해하는 과정은 없다 ; 자연언어의 단어들은 심적 언어의 단어들과 일 대 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앤더슨은 의미를 분해하지는 않지만 대신에 추론을 생성하기 위해 산출체계를 사용하는 의미망 체계를 발전시켰다 ─ 산출체계는 의미 가정과 계산적으로 동등하다 (제 9 장 참조). 그림 18.2 에서 보여주듯이, 이러한 망체계들은 문장의 문법적 구조와 유사하다.

 

상징 오류

내가 여러분에게 탁자가 찬장 오른편에 있다고 말하면, 여러분은 그 방의 새로운 배치를 상상하고, 자기 방식대로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심상을 형성하지 못했을지라도 여러분은 장애물을 피하게 되고, 이는 여러분의 움직임이 가구의 공간적 배치에 대한 모델에 의해 안내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의미망 체계는 그것이 의미요소 분해에 기초했든 의미 가정에 기초했든 간에 여러분의 수행을 설명해 줄 수는 없다. 그것들은 두 단어들이 관련되어 있다거나, 아니면 한 문장이 다른 문장의 부연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사전처럼 순환적이다. 그것들은 또한 의미가 단지 언어적 상징들의 집합을 다른 상징들과 관련시키는 것이라는 <상징 오류> 를 계속 존속시키는 데 지나지 않는다. 철학자 루이스 (David Lewis) 가 말하는 것처럼, 하나의 문장을 그러한 표상으로 번역하는 것은 그 문장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것만큼 밖에는 의미에 대해 더 이상의 설명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것은 어떻게 단어들이 세계와 관련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그러면 왜 그렇게 많은 이론가들이 언어와 세계와의 관계를 무시해 왔는가? 아마도 그들은 이 관계가 그들이 탐구해 온 문제, 즉 표현들간에 있는 관계와는 독립적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사실상 두 관계는 독립적이지는 않다. 앞으로 보겠지만, 단어를 세계와 관련시키는 이론은 좋든 싫든 단어들을 서로 관련지으며, 단어들간의 연결만을 수행하는 그런 이론들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든다. 따라서 나는 어떻게 언어 표현이 모델들과 관련되는지를 형식 의미론의 분명한 경우부터 시작하여 볼 것이며, 그리고서 모델들이 세계와 관련되는 방식, 고로 상징 오류를 피하는 방식을 보일 것이다.

형식 의미론

19세기의 논리학자인 프레게 (G. Frege) 는 한 표현에 있어서 지시체 (reference) 와 의미 (meaning) 와의 차이를 구분하였다. 지시체란 표현이 세계 내에서 가리키는 대상이며, 의미는 표현을 지시체와 연결시키는 성질이다. 프레게의 예를 들어 보자면, <새벽별 (Morning Star)> 과 <초저녁별 (Evening Star)> 이라는 두 개의 명사구는 동일한 금성을 지칭한다. 그러나 두 표현의 의미는 다르다. 즉 하나는 <새벽에 관찰되는 별> 이고 다른 하나는 <초저녁에 관찰되는 별> 이다. 동일한 구별이 다음과 같은 문장에 대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

이 진술은 진리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약간 상이한 다른 어떤 세계, 즉 이 문장이 거짓인 그러한 세계를 상상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러한 세계에서도 그 진술의 의미는 여전히 같을 것이다.

의미와 지시체의 구분은 형식 의미론의 발달과 함께 각광을 받아왔다. 논리학자인 타르스키 (Algred Tarski) 는 어떻게 형식화된 언어 내에서 문장들의 진리 여부를 엄격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문장들은 실제 세계가 아니라 모델과의 관계 속에서 해석되었다. 이러한 해석을 제공하는 규칙에는 구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 종류는 언어의 기본 단어 각각에 대해 지시체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고유명사 어휘를 가진 개인들의 집합을 다루는 계산을 한다고 해보자 :

모델 내에 각 이름이 지칭하는 특정 개인을 선택해 내는 규칙이 있을 것이다. 만약에 개인들 집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술어를 갖고 계산을 한다고 해보자 :

그리고서 또 다른 기본규칙을 이 술어들 각각에 대해 모델 내의 개인들 중의 적당한 집합으로 이루어지는 지시체를 할당하는 것이다 :

두 번째 종류의 규칙은 부분적인 지시체로부터 복합 지시체를 만드는 것이고, 이러한 규칙들은 계산 문법과 병렬적으로 작용하도록 고안되었다. 따라서 만약에 <찰스는 여권주의자이다> 와 같은 형태의 문장들을 허용하는 문법규칙이 있다면 다음과 같다 :

그것을 규정하는 대응 의미규칙이 있다 :

따라서 <찰스는 여권주의자이다> 의 해석은 <찰스> 라는 이름의 개인이 <여권주의자> 를 나타내는 집합의 구성원인 경우 진리이다.

<여성 애마가> 와 같은 형태의 표현을 허용하는 또 다른 문법규칙이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고 가정해 보자 :

그러면 그것 역시 다음과 같이 부합되는 의미규칙을 갖는다.

따라서 <여성 애마가> 는 여성 집합과 애마가 집합에 모두 속하는 모델 내에 있는 개인을 가리킨다 (즉 앤과 엘리자베스이다).

<앤은 여성 애마가이다> 와 같은 문장의 해석은 그 문장이 분석되면서 만들어질 수 있다. 첫 번째 단어인 <앤> 은 모델 내의 특정한 개인을 나타낸다. 그 다음에 나오는 구성요소는 <여성 애마가> 라는 해석에 의존하는 어떤 집합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이러한 용어들을 분석하는 문법규칙은 여성과 애마가의 두 집합 모두에 속한 개인들을 찾아내는 의미규칙과 부합된다. 앤은 그런 집합의 구성원이고 따라서 그 문장은 그 모델 내에서 진리가 된다.

하나의 모델과 관련하여 문장을 분석 (해석) 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 이제는 분명해졌을 것이므로, 이러한 논의는 여기에서 끝을 맺도록 하겠다. 각각의 문법규칙에 대해 하나의 의미규칙을 갖는 것의 이점은, 한 문장을 구문분석할 때의 각 단계가 해석에서도 단계를 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언어에 대해 그러한 체계를 고안한다는 것은 아주 복잡한 작업이다. 그것은 주로 몬태규 (Richard Montague) 의 이론 아래서 단편적인 언어에 대해서만 성공적으로 행해졌을 뿐이다.

위의 예에서 의미규칙들은 지시체를 산출해 내고 있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이러한 기법은 자연언어에 대해서는 적용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떤 형용사 ─ 명사의 조합은 앞서 술어에 대해 기술한 바와 같은 단순 조작을 요구한다. 예를 들면 <빨간 사과> 와 같은 어떤 형용사 - 명사 조합은 빨간 사물들의 집합의 구성원이면서 (and), 사과들 집합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경우들은 이런 방식으로 다루어질 수 없다. <좋은 사과> 는 좋으면서 (and) 사과인 사물이 아니라, 사과로서 (as) 좋은 것, 즉 잘 익고 아삭거리며 맛있는 것일 것이다. 오셔슨 (Dan Osherson) 과 스미스 (Ed Smith) 가 밝혔듯이, 아주 단순한 조합인 <애완 물고기> 와 같은 것은 두 집합의 연접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거피 (guppy) 라는 열대어를 물고기의 범주나 애완동물의 범주의 사례로 보기보다는 애완 물고기 범주에 더 어울리는 사례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 햄턴 (James Hampton) 은 일련의 기념비적인 연구들을 통해서, 어떤 항목은 복합개념의 구성원 (member) 이라고 판단될 수는 있지만, 그 복합개념의 한 요소개념의 구성원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사람들은 체스는 스포츠가 되는 게임 (a game that is a sport) 이지만, 체스가 스포츠는 아니라는 (not a sport)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제 13장 에서 본 <연접 오류> 와 유사하나, 사실은 오류가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게임과 경기를 조합하는 규칙이 연접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해석을 조합하기 위한 규칙들은 표현의 지시체에 대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에 대해 작용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것이 작용하는 방식은 제대로 이해되고 있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많은 문장들의 해석은 그것이 말해지는 특수한 맥락에 의존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면 :

라는 문장의 해석은 화자가 누구인가에 의존한다. 그러나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중요한 문제는 <탁자는 찬장의 오른편에 있다> 와 같은 주장이 많은 다른 탁자들과 찬장, 그리고 대상들의 위치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그림은 천 마디의 말보다 낫지만, 하나의 명제는 무한한 그림보다 나은 것이다. 사실상 자연언어에서의 언명은 그 언명이 참일 수 있는 가능한 상태를 각각에 대응하는 무한한 수의 모델들을 요구하는 것이다.

문장에 대한 심적 모델

언어학자인 파티 (Barbara Partee) 가 관찰했던 것처럼, 가능세계의 무한성은 너무 커서 사람들의 두뇌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내가 발전시켰던 심적 모델은 한 언명에 대한 초기 심적 표상 (언어학적 형태와 근사한 절차)이 오직 하나의 모델을 구성하는 데만 사용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어떻게 하나의 모델이 한 언명에 참임에 어긋나지 않는 다양한 사건의 상태들을 모두 대표할 수 있는가 ? 이 문제는 철학에서 전통적으로 물어왔던 것이다. 즉 어떻게 하나의 심상, 또는 기하 증명에서의 도형이 다른 많은 것들을 나타낼 수 있는가 ? 칸트는『 순수이성비판 』에서, 그러한 과제는 불가능하며 개념은 심상이 아니라 도식 (schemata) 에 의해 표상되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은 도식으로 기능하는 대상들이 있을 것이라고 논의하였다. 예를 들어 도식적인 잎 (a schematic leaf) 이나, 아니면 초록의 표본 (a sample of green) 과 같은 것이다. 그는 순수한 초록색 조각은 그것이 사용되는 방식에 따라 하나의 표본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가 명성을 얻은 비결 중 하나는, 그가 우리에게 하나의 표본이 이러한 목적을 제공하는 데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어떤 단서도 주지 않은 것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흄 (D. Hume) 의『 인간 본성론 』에서 하나의 단서가 찾아진다.

이러한 관점은 내가 앞으로 탐구하려고 하는 주제의 싹을 포함하고 있다. 즉 단일 심적 모델을 일시적인 것으로서 후속 정보에 비추어 개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적 모델을 위한 절차적 의미론

앞서 보았던 것처럼, 표현들간의 관계만을 다루는 이론들은 의미적 기본단위나 요소들에 대한 가정을 하지 않고도 그러한 관계만을 다룰 수가 있다. 그러나 단어가 세계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설명하려는 이론에서는 이러한 접근법이 쓸모가 없다. 다양한 장면들이 동일 단어에 의해 묘사될 수도 있고, 각기 다른 여러 단어들이 동일 장면을 묘사할 수 있다. 따라서 단어와 장면 간의 관계들은 단어나 장면보다는 하위 수준에 있는 요소들에 의존해야만 한다. 이러한 의미 요소들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즉 그것들은 분석되고 있는 어떤 언어 그 자체로는 표현될 수 없고, 단지 특수한 이론적 용어로만 표현 가능하다. 따라서 의미 요소들은 의미 가정 (meaning postulate) 에 의해 분석될 수는 없으며, 또한 일상 언어의 단어에 직접 대응하는 용어들만을 포함하는 어떤 다른 기구 (devices) 로도 분석될 수가 없는 것이다.

형식 의미론은 단지 단어들이 모델 내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교묘하게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심리학적인 이론은 의미의 요소들이 심적 모델을 구성하고 해석하는 절차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설명하여야 한다. 나는 이러한 이론을 공간적 묘사를 해석하는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흄 식의 통찰을 이용한 하나의 이론을 예로 들어 설명하려 한다.

이 프로그램은 이차원적인 모델을 설정한다. 여러분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고 해보자 :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주장에 맞는 형태로 토큰들을 공간적 배열에 놓아 모델을 구성한다. 따라서 그 모델을 사람들이 부엌을 보거나 상상할 때에 형성하는 구조와 똑같은 구조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경우, 프로그램은 접시 닦는 기계와 찬장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나는 공간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공간 관계들의 의미는 모델을 구성하고 조작하고 해석하는 프로그램의 모든 절차들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표상되어진다. 따라서 <오른편에> 의 의미는 <X> 는 <Y> 의 <오른편에 있다> 라는 형태의 기술을 만족시키기 위해 한 대상이 다른 대상과 관련되어 어느 곳에 위치하는지를 명시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정의로 표상된다 :

이것은 분석되고 있는 공간 언어에서는 표현될 수 없는 원초적인 요소들로 기술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러한 정의를 사용하여 여러분의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모델을 구성한다 :

 

수평축

 

1

2

수직축 1

찬장

접시닦는 기계

이것은 대상들을 보는 조망과 대응된다. 필요하다면 대상들은 조망의 앞이나 옆에 오도록 조절하기 위해, 조망을 확장할 수 있다.

글이나 말에서는 대상들을 지칭하기 위해 명사구를 사용하고, 이해는 명사구가 이미 언급되어 왔던 어떤 것을 지칭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여러분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고 해보자 :

프로그램은 이 모델이 접시 닦는 기계에 개한 표상은 포함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실제 글에서 공통 참조 (co - reference)  관계를 설정하는 문제는 때때로 복잡하며 여러 종류의 추론들에 의존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모델 내에 하나의 대응 항목이 있다면 충족된다. 새 항목을 모델 내의 적절한 위치에 삽입하기 위해 <왼편에> 라는 정의를 사용하는 절차가 요구된다. 그러나 그 문장은 오븐과 찬장 간에 명확한 관계를 설정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일상의 대화는 그러한 불명확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보통 그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고, 따라서 사람들은 그러한 것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나 그러한 불명확성에 당면할 때, 이 프로그램은 하나의 특정한 해석을 하게 된다 :

 

1

2

3

1

찬장

오븐

접시닦는 기계

이 지점에서 여러분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고 해보자 :

그렇다면 그 프로그램은 오븐과 찬장 모두가 모델 내에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설정한다. 여기에는 지칭되는 새 항목이 문장 내에 없기 때문에, 이제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주장을 판단하는 절차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 절차는 대상들간의 관계가 <왼편에> 라는 의미를 만족시키는지를 검토하게 된다. 그것이 만족되니 않기 때문에 그 주장은 현 모델에서는 거짓이 된다. 이런 식으로 한 문장이 거짓임이 밝혀질 때마다 프로그램은 흄이 제안하는 순환절차를 필요로 한다. 순환절차란 선행 글의 모델들 중에서, 가장 최근에 주장을 참인 것으로 밝히는 다른 가능한 모델이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만약에 그러한 대안을 발견하는 데 실패한다면, 여러분이 모순되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러나 현재의 경우에서는 다음과 같은 모델이 세 개의 주장들을 모두 만족시킨다 :

 

1

2

3

1

오븐

찬장

접시닦는 기계

이 모델은 원래는 내장값에 의해 만들어진 가정을 구체화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후속 정보가 그 가정과 갈등을 일으키고, 그래서 프로그램은 전체적인 이야기와 일치하도록 모델을 수정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그 프로그램은 어떻게 비트겐슈타인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가를 원칙적으로 보여준다. 즉 하나의 모델은 한 덩이글을 만족시키는 모델들의 무한집합에서 나온 대표적인 표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모델은 어떤 일치 정보가 후속적으로 나온다 할지라도 그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프로그램은 타당한 추론을 산출할 수가 있다. 만약 여러분이 다음의 두 주장을 가지고 기술하기 시작한다고 하자 :

그 해석은 간단하다 :

 

1

2

3

1

오븐

찬장

접시닦는 기계

이제 여러분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고 해보자 :

그러면 증명절차는 그 주장이 현 모델 내에서 참이라는 것을 확정한다. 이런 식으로 어떤 것이 입증될 때마다 프로그램은 불확정성을 다루는 절차와 아주 같은 순환절차를 호출한다. 그것은 가장 최근의 주장을 거짓으로 판단한 이전 글 내용에 대한 대안적인 모델을 탐색한다. 만약 그러한 모델이 없다면 여러분의 가장 최근의 주장은 바로 이전에 있었던 것의 내용에서 필연적으로 결과되어지는 것이며, 그 프로그램은 그것이 타당한 추리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 프로그램은 이 책의 앞에서 언급되었던 추리에 대한 이론을 충족시킨다 : 즉 그것은 형식적 추론규칙이나 의미 가정, 또는 그와 같은 다른 장치 장치 없이도 타당한 연역이론을 구성한다. <오른편에> 라는 개념이 대상들 사이에 옮겨져 적용되는 논리적인 이행성은 그 의미에서 나오는 출현 속성, 즉 그것이 모델과 관련되는 양식이지, 명백한 규칙으로 어딘가에 표상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X 의 오른편에> 라는 의미를, X 의 오른편으로부터 대략 논리적 특성에서의 엉뚱한 것을 포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네모난 탁자의 한 면을 따라 앉아 있을 때에는 이행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둥근 탁자에 앉으며 이행성은 깨어진다. 즉 다음과 같은 형태의 몇 개의 주장이 주어진다고 해보자 :

그리고서 아서는 멀린의 오른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멀린의 반대편에 있다고 말한다면 이행성이 깨진다. 그러한 엉뚱함은 아서는 멀린의 오른편으로 전개되는 지역에 있지 않다는 정의로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출현된다. 망체계와 의미에 대한 가정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 단어들간의 관계는 그 단어들이 세상 모델들에 대해 지니는 관계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이나 글을 이해할 때 그러한 심적 모델을 형성하는가 ? 사람들이 심적 모델을 형성한다는 증거가 있기는 하지만, 그 형성과정은 수의적인 통제 명령 아래 있다. 여러분이 가구 배치에 대한 나의 경고를 이해할 때에는, 그러한 어떤 표상을 형성할 것이고, 그 말이나 글 자체의 세부사항들은 빨리 사라지지만, 그 표상은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다. 그러한 현상은 실험실에서도 쉽게 반복 검증될 수 있다. 앞서 기술한 프로그램과는 달리, 여러분이 불명확한 기술을 듣고 잘못된 선택을 할 때 모델을 수정하는 능력은 한계가 있다. 마니 (Kannan Mani) 와 나는 공간적 배열에 대한 명확한 기술의 요지는 불명확한 기술의 요지보다 훨씬 쉽게 기억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피험자들은 불명확한 기술에 대해서는 모델을 구성하려고 시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는 불명확한 기술에 대해서는 요지보다는 오히려 말 그대로의 세부사항들에 대해 기억을 더 잘한다는 사실에 의해 지지된 가설이다. 유사하게 얼리크 (Kate Erhlich), 간함 (Alan Garnham) 과 그 동료들, 그리고 우르소 (Valentina d'Urso) 와 나는 참조적 응집성 (referential coherence) 의 과제가 이야기 이해를 지연시키고 손상시킨다는 많은 증거를 발견하였다.

심적 모델과 상징 오류

모델이란 상징적인 구조이다. 나는 어떻게 모델들이 언어적인 기술에서부터 구성될 수 있고, 어떻게 언명이 모델과의 관계에서 참이나 거짓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였다. 그러나 모델이 세계와 갖는 관계는 단순히 심적 모델만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모델이 세계와 갖는 관계는 단순히 심적 모델만을 가지고는 파악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의 문장이 세계와 관련하여 참이나 거짓이 될 수 있는가 ? 이런 물음들은 이전에 논했던 우리의 로봇을 다시 살펴봄으로써 가장 잘 답변될 수 있다.

만약에 로봇이 공간을 나타내는 글을 해석하는 프로그램을 장치하고 있다면, 그것은 <탁자는 찬장의 오른편에 있다> 와 같은 주장에 대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로봇은 세계에 대한 삼차원적인 모델을 구성하고 무엇이 어디 있는지를 파악하는 시각 사용 프로그램들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 6 장 참조). 원칙적으로 이러한 모델과 관련하여 언명들을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단어들은 모델을 통해 세계와 관련되며, 상징 오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에서 내가 강조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언어는 지각될 수 있는 것의 범위를 벗어난다. 어떤 단어들은 심적 상태나, 심적 과정, 감정을 지칭하며, 로봇은 그 자체의 내적 환경을 지칭하기 위한 어휘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가능성이나 허용성, 인과와 같은 추상적인 것들을 묘사하는 말이나 글이다.

우리가 로봇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 프로그램은 지각이나 글에서 도출된 일정한 모델에서 시작하고, 여기에다 일반 지식적 언명을 사용하여, 미래 사건들의 전개과정에 대한 모델을 구성한다고 하자. 만약에 이 모델 내에서 어떤 언명이 참이라면, 그 언명은 최초의 상황과 관련하여 사건들의 가능한 결과는 지적하는 것이다. 만약에 그러한 모델이 구성될 수 없다면, 그 언명은 불가능한 결과를 지적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가에 대한 주장을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프로그램을 제고하여, 로봇으로 하여금 무엇이 허용될 수 있고 무엇이 허용될 수 없는지에 대한 주장들을 다룰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로봇은 행동을 규제하는 어떤 원리들을 포함한 일반 지식을 가져야만 한다. 주어진 모델에서 시작하여, 로봇은 미래 사건들의 과정에 대한 모델을 구성하는 데 일반지식 내의 그 원리들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로봇이 어떤 참인 언명을 가진 하나의 모델을 구성할 수 있다면, 그 언명은 최초의 모델과 관련하여 허용되는 사건의 상태임을 지적한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 언명은 최초 모델과 관련하여 허용되지 않는 사건의 상태임을 지적한다. 허용되지 않는 사건의 상태라도 가능한 것일 수 있지만, 원리들은 로봇이 그것을 피해야만 한다고 규정할 것이다. 물론 로봇이 어떤 규제 원리들에 따라 다른 것들과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면, 허용 가능성이란 개념은 실제적인 개념이 될 수 없다. 내가 목적하는 바는 도덕성의 본질을 분리해 내는 것이 아니라, 필수개념들이 주어질 때 상황 모델은 허용 가능성에 대한 언명을 진위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들은 물리적인 상황이나 지각적인 상황 내의 어떤 것과도 대응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개념적인 능력 여부에 의존하며, 이런 개념들과 관련하여 상징적인 중요성을 갖는 어떤 행동들이 발생하는가 여부에 의존하는 것이다.

덩이말과 덩이글 (담화) 의 특성

덩이말과 덩이글은 공통 참조적인 문장들의 배열 이상인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 글귀는 공통 참조적이지만 한 덩이의 글이라 보기는 어렵다 :

다음에 나오는 글귀는 위와 동일한 참조형태로 연결되어 있지만 훨씬 더 의미가 통한다 :

사람들이 이러한 종류의 덩이글을 읽는다면, 좀더 그럴 듯한 사건들을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한다. 그러나 사실은 내 동료인 블랙 (Alison Black) 과 프리먼 (Paul Freeman) 이 입증하였던 것이다. 덩이글은 사건들 상태에 대한 청사진일 뿐이다. 즉 덩이글은 독자들이 빠진 세부사항들을 채워 넣으리라는 것에 의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분이 다음의 문장을 읽고 있었다고 하자 :

   그는 지나가는 젊은이에게 자기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여러분은 그 젊은이가 노인이 강둑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도와줄 것이라는 것을 거의 확실히 추론했을 것이다. 클락 (Herb Clark) 은 그러한 추론을 <교량 (bridging)> 추론이라고 불렀고, 그런 추론은 빠르고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여러분이 그러한 추론을 했다는 것은 글의 회상형태에서 드러날 수가 있지만, 추론하고 있다는 것은 거의 지각되지는 않는다. 그런 추론은 일반지식에 의존한다. 따라서 위에서 본 첫 글귀는 이러한 지식에 위배되기 때문에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다.

샹크 (R. Schank) 와 아벨슨 (R. Abelson) 이 만들어낸 컴퓨터 프로그램은 식당에서 식사하기와 같은 어떤 정형적인 행위들에 대한 <스크립트 (각본)> 를 표상하고, 글에서 빠진 부분들을 추론하는 데 스크립트 정보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스크립트란 연속적인 사건계열들에 대한 전형이다. 스크립트는 화자가 많은 것들을 말하지 않은 채 남겨두어도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청자의 내장값으로 그 빈틈을 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손님이 자기가 주문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분명히 명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반지식의 사용은 주어진 글 내용을 넘어선다. 또한 여러분은 일반지식을 사용하여 실제 사건들을 해석할 수도 있다. 그것은 또한 <스크립트> 외에 다른 기제들도 요구한다. 일련의 사건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것도 기술되었건 직접 경험했건 간에, 그 사건 연쇄가 얼마나 쉽게 시간적, 공간적, 인과적, 의도적 틀 (framework) 내에서 구성될 수 있는가에 의존한다 ─ 그 틀은 바로 밀러와 내가 모든 의미 장에서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 덩이글이란 일반 지식에 비추어 해석이 가능한, 공통 참조적인 문장들의 배열에 불과한가 ? 그렇지는 않다. 다음의 글귀는 두 기준을 충족시키지만, 덩이글로는 적합하지 않다 :

이 글귀에서 잘못된 것은 주제의 결핍이다. 여러분은 그것을 읽으면서 작가가 무엇인가를 전달하려는 전반적인 의도가 없다는 것을 점차 깨달아갔을 것이다. 이러한 글귀는 지향하는 바가 없다. 일반적으로 의사 전달은 의도에 지배를 받기 때문에 목표를 갖는다.

의도와 의사 전달

여러분이 재배열된 자신의 부엌을 돌아보고 나서, 내게 <탁자를 다시 옮길 수 있습니까 ?> 라고 말한다고 하자. 나는 <그래요,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라고 답하고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하자. 여러분은 분명히 요구를 하기 위해 의문형을 사용한 것인데, 나는 여러분의 의문형을 질문으로 해석한 것이다. 여러분은 아마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말을 그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즉 어떤 환자는 <노크하시오> 라고 쓰인 문을 지날 때마다 그 표시 때문에 매번 노크를 하곤 하였다.) 나의 실수는 여러분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추론하지 못한 것이다.

철학자인 그라이스 (Paul Grice) 는 청자는 화자의 말하는 의도를 알아야만 비로소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가설의 유일한 문제점은 어떻게 관련된 의도를 분리해 내는 가이다. 만약에 수상이 기자회견에서 던져진 위협적인 질문에 대해 엉뚱한 답변을 함으로써 회피할 때, 여러분이 그의 이러한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면, 그 답변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일까 ? 사실상 여러분은 그 답변이 지칭하려고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를 찾아내기까지는, 그리고 수상의 의도가 진술을 하려고 한 것인지 물음을 묻는 것인지 아니면 명령을 내리려 한 것인지를 판단하기까지는 그의 답변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일상언어> 철학자의 원로인 오스틴 (J. L. Austin) 은 다양한 <비언표적 행위 (illocutionary acts)> 를 규정하였다. 거기에는 부가 약속, 조언, 명칭이 포함된다. 그리고 많은 이론가들은 비언표적 행위의 사용법을 분석하였다.

비언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명백한 단서들이 있다. 언표의 발성은 때때로 그것을 구별해 준다 (제 16 장 참조). 유사하게, 의문문 내에 어떤 단어가 들어가면 의문문은 즉시 간청문으로 바뀌어 표현된다 : <제발, 탁자를 다시 옮겨줄 수 있습니까. (Could you move the table back, please.)> 그러나 많은 경우에 있어서, 화자의 의도는 발화가 만들어진 맥락과, 대화의 협력규칙 (cooperative convention) 에 대한 지식으로부터서만 결정될 수 있다. 클락과 그 동료들이 제안했던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한 문장의 의도된 효과 (힘) 는 그 문장에 대해 최초에 구성했던 문자적 (literal) 인 의미에서부터 도출된다는 것이다. 비언표적 효력 (힘) 을 잘못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가설을 지지하는 것이다. 비록 어떤 글의 표현은 더 이상 문자적인 해석을 요구하지 않기는 하지만, 어떤 영국 신사가 <당신이 친절을 베푸실 것인지 (Would you be so kind as ……)> 라는 식으로 발화를 시작한다면, 거의 확신컨대 그는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덩이글이나 말은 발화의 효력이 분명해지도록 조직될 수 있다 :

일단의 표준화된 책술법에 의존하는 이와 같은 책략은 파워 (Richard Power) 가 고안한 프로그램 내에서 사용되었다. 그 프로그램은 두 로봇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 의사 교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간은 훨씬 더 비형식적으로 대화한다. 인간은 어떻게 대화를 협동적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사회적 관습을 가지고 있다. 그라이스는 이러한 관습들을 네 개의 원리로 요약하였다.

이것들은 확고한 원리들은 아니다. 그러나 원리들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가장 좋은 사례는 그것을 위반할 때이다. 만약 진리를 말하는 데 대한 관습을 무시하는 것 역시 그 자체의 수사학적인 효과를 갖는다. 여러분이 자명한 진리를 주장한다고 하자 :

나는 여러분이 이 경우에 왜 정보의 양에 대한 원리를 무시하는가를 추론할 수 있다.

결론

논리학자들은 언어를 여러 방식으로 모델과만 관련시켜 왔고, 심리학자들은 언어를 언어 자체와만 관련시켜 왔다. 그러나 실제 과제는 어떻게 언어가 마음의 작용에 대해 세계와 관련되어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의미망 체계와 의미 가정 (meaning postulates) 은 이 과제를 다루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일단 그러한 과제가 수행되었다면, 엄격히 말하면 이 의미망이나 의미조건 이론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인간은 세계를 지각하고 세계에 대한 모델들을 구성한다. 인간은 이러한 모델들과 관련하여 지각 가능 세계에 대한 언명들을 평가할 수 있고, 추상적인 것들에 대한 언명들을 생각하고 평가하기 위하여 모델들을 조작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러한 모델들을 말로서 나타낼 수 있다. 즉 그들은 그러한 모델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해 의도한 상징적인 행동, 즉 언어적 표현을 만들 수 있다. 언어적 표현을 해독하는 사람은 화자가 의도했던, 그리고 화자가 전달하려고 의도한, 세계의 상태와 닮은 모델을 구성한다. 이와 같이 언어는 우리에게 대리적으로 세계를 경험하고, 세계에 대한 어떤 추상적인 생각들을 교환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심적 모델을 문장이 지칭하는 사건들의 특정상태를 나타내지만 그 모델은 후속 정보로 인해 개정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문장에 대한 모든 가능 모델들의 집합에서 나온 대표적인 표본으로서 기능한다. 이렇게 해서 문장에 대한 최초의 언어적 표상은 그러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러나 언어의 의사소통은 의도에 의존하고 있다. 하나의 언명이 갖는 총체적인 의미는 청자가 파악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화자가 의사 교환적인 의도를 갖고 청자는 발화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러한 것들은 청자에 의하여 포착되게 된다. 의도라는 개념은 인지과학이 아직 설명하지 못한 많은 문제들 중 하나이다. 그러한 문제들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룰 것이다.

읽을거리

의미망 체계에 대해서는 핀들러 (Findler, 1979) 와 , 존슨 레어드, 허먼, 채핀 (1984) 에서 논의되었고, 의미 가정은 킨츄 (Kintsch, 1974) 에서, 덩이글 모형에 대해서는 스테닝 (Stenning, 1978), 웨버 (Webber, 1978), 캠프 (Kamp, 1981), 존슨 레어드 (1983), 밴다이크 (van Dijk) 와 킨츄 (19893)에서 논의되었다. 절차적인 의미는 그 근원을 데이비스 (Davis)와 이자드 (1972), 롱겟 히긴스 (Longuet - Higgins , 1972), 우즈 (1981), 스티드먼과 존슨 레어드 (1977) 에서 찾을 수 있다. 형식 의미론과 몬태규의 연구는 파티 (1975) 와 다우티, 월 (Wall), 피터스 (Peters) (1981) 에서 다룬다. 지칭 (참조) 에 대한 연구와 덩이글의 다른 측면들은 샌퍼드 (Sanford) 와 개럿 (Garrod) (1981) 에서 묘사되어 있다. 비언표적 행위에 대해서는 설 (Searle, 1969), 바흐 (Bach) 와 하니쉬 (Harnish) (1979) 등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코헨 (Cohen) 과 페라울트 (Perrault) (1979)는 그 이론의 어떤 측면들을 계산적으로 모델화하였다. 그 분야는 레빈슨 (Levinson, 1983) 에 의해 포괄적으로 개관되고 있다. 스퍼버 (Sperber) 와 윌슨 (Wilson) (1986) 은 그라이스의 관례들을 하나로 축소시키는 시도를 하였다. 즉 적절하라 (be relevant) 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