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에 기초한 지식 표상

 

인지 심리학과 그 응용 : John R. Anderson 저서, 이영애 옮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0  (원서 :  Cognitive Psychology and Its Implication (4th ed), 1995), Page 145~177

 

1. 사건의 의미 있는 해석에 관한 기억

     (1) 언어 정보의 기억

     (2) 시각 정보의 기억

     (3) 세부 파지 대 의미 파지

     (4) 의미 기억의 우수성에 대한 함의

2. 명제 표상

3. 개념 지식

     (1) 의미 망조직

     (2) 도식

     (3) 도식의 심리적 실재

     (4) 범주 구성원의 등급

     (5) 사건 개념

     (6) 논점 : 추상 이론과 범례 이론

     (7) 신경 망조직에서의 도식 학습

4. 요약

5. 일러두기와 읽을거리

 

여러분이 최근에 참석했던 결혼식을 상기해 보라. 누가 누구와 결혼했는지, 결혼식장이 어디였는지, 결혼식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 그리고 거기서 일어난 일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참석자들이 무엇을 입었는지,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신부가 걸어 내려온 통로의 계단 등 모두를 정확히 기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은 사건의 정확한 세부를 모두 회상할 수 없지만 그 요지를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앞 장은 많은 세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원래의 사건에 관한 지식 표상에 관심을 가졌다. 이 장은 한 사건에서 중요한 내용만을 추출하는 지식 표상에 관심을 가지겠고 중요하지 않은 세부 내용은 무시했다. 이러한 목적의 지식 표상은 앞 장에서의 지각에 기초한 지식 표상과 대조적으로 의미에 기초한 표상 (meaning-based representation) 이라고 부른다. 많은 인지심리학 연구가 의미에 기초한 지식의 중요성을 증명하고 그것이 지각에 기초한 기억과 다름을 입증하였다. 이 장에서는 이 연구들을 개관하고 두 종류의 의미에 기초한 표상, 즉 특별한 사건들 (누구와 누구의 결혼식인지) 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약호화하는 명제 구조 (propositional structure), 그리고 그 사건들의 전형적 특성 (결혼식에서 보통 어떤 일이 생기는지) 을 포함하는 사건이나 대상의 범주를 표상하는 도식 (schema) 을 살펴보겠다.

1. 사건의 의미 있는 해석에 관한 기억

(1) 언어 정보의 기억

앞장에서는 단어의 정확한 순서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는 선형적 서열화를 논의하였다. 언어 정보를 약호화하려면 그와 같은 표상을 사용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즉 사람들은 때로는 시, 노래, 연극, 그리고 연설 구절들을 그대로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언어 소통에 관한 기억이 축어적 (verbatim) 메시지의 기억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워너 (Wanner, 1968) 의 실험은 사람들이 들은 말을 그대로 정확하게 기억하는 상황과 그렇지 못한 상황을 보여 준다. 워너는 피험자들을 실험실로 불러서 녹음된 지시문을 들려 주었다. 사전 주의를 받은 피험자 집단에게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들려 주었다 :

이 검사 재료는 지시와 함께 테이프에 녹음되어 있습니다. 지시를 매우 유의해서 들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지시' 에 속한 어떤 문장들에 대한 회상 능력을 검사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집단은 이와 같은 주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지시를 말 그대로 정확히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점을 제외하고 두 집단은 모두 같은 지시를 받았다. 지시가 끝나는 지점에 다음 네 핵심 문장 중 하나가 제시되었다 :

이 문장 중 하나가 제시된 직후 주의를 미리 받았든 안 받았든 모든 피험자들은 지시에 대해 다음의 결론을 들었다 :

검사 실시를 위해, 답지를 2 쪽으로 넘긴 후 인쇄된 문장들 중 방금 여러분이 들은 지시문에 있었던 문장을 찾으시오.

그들은 2 쪽에서 방금 들은 핵심 문장과 이와 비슷한 다른 문장을 보게 된다. 피험자들이 문장 1 을 들었다고 가정하자. 그들은 1 과 2 또는 1 과 3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 두 쌍 모두가 두 단어의 순서에서 다르다. 1 과 2 의 차이는 문장의 의미에는 결정적으로 기여하지 않고, 문체상의 차이를 가져올 뿐이다. 한편 문장 1 과 3 은 의미가 분명히 다르다. 따라서, 워너는 상이한 문장 쌍들 간의 변별력을 통하여 문장의 의미 기억과 문체 기억을 측정할 수 있었고, 이 두 기억이 피험자들이 받은 사전 주의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알 수 있었다. 워너의 결과는 그림 1 에 나와 있다.

 

피험자들이 들은 문장에 대한 정답 백분율은 그들이 받은 사전 주의 유무의 함수이다. 어순에 의한 의미상의 차이를 변별해야 하는 피험자들 그리고 문체상의 차이를 변별해야 하는 피험자들의 정답 백분율이 따로 정리되어 있다. 피험자들이 단순히 추측했다면, 정답 백분율은 우연 수준인 50 퍼센트를 보여야 하므로 그 이하의 값을 예상할 수 없다.

원래의 실험이 함축하는 바는 분명하다. 첫째, 기억은 어순의 변화가 문체상의 변화보다는 의미상의 변화를 초래할 때 더 좋다. 의미 기억의 우월성은 사람들이 언어 메시지로부터 의미를 추출하며, 정확한 어순은 기억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의미 기억은 피험자들이 받은 사전 경고와 무관하게 똑같이 좋았다 (경고를 받지 않은 피험자들이 보인 약간의 우세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이처럼, 피험자들은 이해 과정의 일상적 일부로서 메시지의 의미를 보존한다. 그들은 문장을 기억하기 위해 특별한 단서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이 결과 두 번째 함축하는 바는 사전 경고가 문체 기억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사전에 경고를 받지 않으면 문체 변화가 거의 우연 수준으로 기억되지만, 경고를 받았을 때는 이 변화가 비교적 잘 기억되엇다. 이 결과는 어순에 관한 정보가 저절로 보존되지는 않지만, 주의를 주도록 단서를 받으면 잘 보존됨을 뜻한다. 사전에 경고를 받았더라도, 문체 정보의 기억은 의미 정보의 기억에 비해 훨씬 취약하였다.

언어 메시지를 처리한 후, 사람들은 보통 그 의미를 기억하고 정확한 어순은 기억하지 못한다.

(2) 시각 정보의 기억

언어 정보에 대한 기억 용량보다 시각 정보에 대한 기억 용량이 더 큰 경우가 많다. 4 장을 회상하면 알겠지만, 기억의 용이성에 관한 차이를 부분적으로는 페이비오의 이중 부호론의 증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 실험은 셰퍼드 (Shepard, 1967) 가 보고한 것으로서 그는 피험자들에게 잡지 사진들을 한 번에 하나씩 보여 주었다. 한 세트의 사진을 본 후, 피험자들은 그들이 본 사진과 보지 않은 사진쌍을 제시받았다. 피험자의 과제는 각 상에서 어느 사진을 보았는지 판단하는 것이었다. 이 과제는 문장 세트를 읽은 후, 읽은 문장과 읽지 않은 문장을 쌍으로 제시받고 비슷하게 재인 검사를 하는 언어 조건과 비교되었다. 피험자들은 문장 조건에서는 11.8 퍼센트의 오반응을, 사진 조건에서는 단지 1.5 퍼센트의 오반응을 보엿다. 재인 기억은 문장 조건에서도 비교적 높았지만, 사진 조건에서는 거의 완벽하였다. 600 장의 사진을 사용한 셰퍼드의 실험과 비슷한 몇몇 실험들이 수행되었다. 시각 기억에서 가장 인상적인 증거는 스탠딩 (Standing, 1973) 의 실험에서 나왔는데, 피험자들은 10,000 장의 사진을 보고 단지 17 퍼센트의 오반응을 보였다.

피험자들이 사진을 잘 기억하기는 하나,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사진보다는 사진에 대한 어떤 해석이다. 요컨대, 사진의 의미와 실제 사진 간의 구분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실제 문장과 그 의미간의 구분이 중요함을 입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러 실험들은 이 구분의 유용성을 사람들이 그림 기억에 관하여 물리적 그림이 아닌 그림의 의미를 기억하는 경향으로 지적한다.

 

맨들러와 리체이 (Mandler & Ritchey, 1977) 의 실험을 예로 들어 보자. 실험자들은 피험자들에게 그림 2 와 같은 교실 장면을 학습하게 하였다. 이와 같은 그림 여덟 개를 각각 10 초간 본 후, 피험자들은 이들에 대한 재인 기억을 검사받았다. 그들은 일련의 그림을 보고 그들이 보았던 그림들을 골라내야 했다. 그 중에는 그들이 본 것과 똑같은 그림들도 있었지만 보지 않았던 방해 자극들도 있었다. 그림에서 b 와 같은 방해 자극은 명목 방해 자극 (token distractor) 이라고 불리는데, 그 그림은 의미상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시각적 세부인 교사의 옷무늬에서만 표적물과 다르다. 한편 c 와 같은 방해 자극은 유형 변화 (type change) 를 포함하는데 - 교사가 사용했던 세계 지도가 미술 과목 그림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시각적 세부는 수업 내용을 시사하기 때문에 이러한 유형 변화가 그림의 의미에 더 중요하다. 피험자들에게 보여 준 여덟 개의 그림은 모두 명목 변화와 유형 변화를 포함하였다. 각 경우에 유형 변화는 명목 변화보다 그림의 의미에 더 중요한 변화를 주었다. 유형과 명목 변화를 초래하는 물리적 변화의 양에는 어떤 체계적 차이도 없었다. 피험자들은 원래의 그림을 시행의 77 퍼센트에서 재인할 수 있었고, 명목 방해 자극에 대해서는 시행의 60 퍼센트에서만 기각할 수 있었으나, 유형 방해 자극의 경우에는 94 퍼센트에서 원래 그림이 아니라고 기각하였다.

이 연구의 결론은 앞의 여러 실험 결과와 매우 비슷하다. 워너의 피험자들이 문장의 의미 변화에 더 민감하였듯이 맨들러와 리체이의 피험자들은 그림의 의미 변화에 더 민감하였다. 피험자들은 문장의 의미보다는 그림의 의미를 더 잘 기억하지만, 두 경우 모두에서 물리적 세부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바워 등 (Bower, Karlin, & Dueck, 1975) 은 그림 기억의 우수성이 사람들이 그림에 붙인 해석과 관계가 있음을 재미있게 보여 주었다. 그림 3 은 그들이 사용한 재료의 일부이다. 연구자들은 피험자들에게 드루들 (droodle) 이라 불리는 그림들을 설명과 함께 또는 설명이 없이 학습하게 하였다. 그림들을 학습한 후, 피험자들은 그 그림들을 직접 그린 것으로 기억 검사를 받았다. 학습시 그림과 함께 명칭을 받은 피험자들 (70 퍼센트를 정확하게 재구성하여) 은 명칭을 받지 못한 피험자들 (51 퍼센트) 에 비하여 더 나은 회상을 보였다. 이처럼, 그림에 대한 기억은 그림을 의미있게 해석하는 피험자의 능력에 많이 의존했다.

사람들은 그림을 볼 때, 그림에 대한 의미 해석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3) 세부 파지 대 의미 파지

피험자들은 그림이나 문장을 볼 때 처음에는 지각적 세부를 많이 약호화하지만, 이러한 정보를 빨리 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 지각된 정보가 일단 망각되면, 피험자들은 의미 또는 해석에 관한 정보만 갖게 된다. 건스바커 (Gernsbacher, 1985) 의 실험에 의하면, 그림의 방향도 기억에서 급격히 사라져 버리는 시각적 세부 내용의 하나이다. 피험자들은 그림 4 에 있는 것과 같은 그림을 보았다. 이 그림 중 하나를 본 후, 피험자들은 쌍으로 제시되는 그림들 중 그들이 본 것을 지적해야 했다. 10 초 지연시 피험자들은 79 퍼센트의 판단의 정확성을 나타내면서 좌우 방향에 대한 정보를 상당히 정확하게 파지하였다. 그러나 10 분 후 판단의 정확성은 57 퍼센트로 떨어졌다 (50 퍼센트가 우연에 의한 추측 수준이다). 반면에 그림의 내용에 대한 기억은 같은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매우 좋았다.

 

앤더슨 (Anderson, 1974b) 의 실험은 언어 영역에서도 같은 결과를 입증했다. 피험자들은 검사될 여러 결정적 문장들이 들어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문장의 한 예는 다음과 같다 :

나중에 피험자들은 다음 문장 중 하나를 제시받고 그 문장이 그들이 들은 문장과 논리적으로 맞는지 판단해야 했다. 그들은 실제로 들은 문장이 어느 것인지도 판단해야 했다 :

논리적 판단에서, 처음 두 문장은 긍정 반응을 그리고 나중 두 문장은 부정 반응을 요구한다. 피험자들은 핵심 문장을 들은 직후 또는 2 분 지연 후 검사받았다.

지연 시간이 논리적 판단의 정확성 (예 : 1 또는 3) 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 직후에는 98 퍼센트였고 2 분 후에는 96 퍼센트였다. 그러나 어느 것이 그들이 들은 문장인지 물었을 때 (예 : 1 또는 2 문장) 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피험자들은 즉시 조건에서는 99 퍼센트 정확했으며 지연 조건에서는 56 퍼센트 정확했다.

세부 내용에 대한 기억이 처음에는 가용되지만 빠르게 망각되는 반면, 의미 기억은 계속 보존된다.

(4) 의미 기억의 우수성에 대한 함의

앞에서 사람들이 정보의 의미 해석을 비교적 잘 기억함을 보았다. 이것은 어떤 재료를 기억해야 할 때 그 재료를 의미 있게 해석하면 기억이 촉진됨을 뜻한다.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그들의 기억이 나쁘다고 고민한다. 필자는 처음 짝짓기 (paired-associate) 실험에서 겪은 충격적 경험을 아직까지 기억한다. 그 실험은 대학 2 학년 때 수강했던 실험 심리 과목의 일부였다. 이유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우리는 DAX-GIB 와 같은 16 개 쌍을 기억해야 하는 학습 실험을 설계했다. 과제는 DAX 가 단서로 주어지면 GIB 를 회상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학급의 다른 학생들보다 더 잘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당시 필자가 개인적으로 적용하려 했던 기억 이론은, 만일 열심히 집중적으로 노력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잘 기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학습 기간 동안에 짝진 쌍들을 여러 번 반복하여 (가능한 한 큰 소리로) 빨리 말하는 것을 의미했다. 필자의 이론은 이 방법을 쓰면 짝짓기 연합이 머리 속에 영원히 새겨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필자의 수행은 반에서 가장 나쁜 점수를 받았다.

'큰 소리로 빠르게' 라는 필자의 이론은 기억 향상의 적절한 방법과는 정반대되는 것이었다. 필자는 무의미한 소리쌍들을 기억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 장의 내용은 사람들이 무의미한 언어 정보가 아닌, 유의미한 정보를 가장 잘 기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필자는 기억 과제를 유의미한 어떤 것으로 바꾸도록 시도했어야 했다. 예를 들면, DAX 는 dad (아버지) 와, 그리고 GIB 는 gibberish (횡설수설) 의 첫부분과 같다. 그러므로 아버지가 나에게 무엇인가 횡설수설하는 심상을 만들면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단순한 기억술 (mnmonic technique - 기억 보조 기법) 이며, 두 항목을 연합시킬 때 효과적이다.

우리는 실험실 밖에서 무의미 철자쌍을 학습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원래 의미가 풍부하지 않은 용어들을 여러모로 짝지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려는 물건들, 사람 얼굴과 이름, 전화 번호, 대학에서 배우는 기계적 사실들, 외국어 단어 등을 학습해야 한다. 이런 모든 경우에 과제를 의미 있게 연합된 항목들로 바꾼다면 기억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교실에서 도움이 되는 한 가지 기억술로 어휘 학습에 적합한 쐐기법 (key-word method) 이 있다. 예를 들면, '치즈' 란 뜻의 이태리어 formaggio (for-MODGE-jo 발음됨) 를 보자. 이태리어와 영어 간에 원래 어떤 유의미한 관계는 없지만 쐐기법을 통해 한 관계를 만들도록 한다. 첫 단계는 외국어 단어를 음이 비슷한 영어 구절 - 예를 들면, 'for-MUDGE-jo' 를 'for much dough (비싸게)' - 로 바꾸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비슷한 영어 발음과 영어 번역 간에 의미 있는 연결을 찾는 것이다. 이 경우 비싸게 (for much money) 팔리는 치즈를 상상할 수 있다. 또 엉겅퀴의 일종인 '카초피 (carciofi : car-CHOH-fee 로 발음됨)' 를 보자. car-CHOH-fee 는 car-trophy 로 바꿀 수 있고 자동차 전시회에서 우승한 자동차가 엉겅퀴 모양의 트로피를 받는다고 상상할 수 있다. 애트킨슨과 로 (Atkinson & Raugh, 1975) 는 언어 학습에서 이 같은 쐐기법을 연구하여 그 효과를 보여 주었다. 그들은 학생들이 외국어에 익숙해짐에 따라 쐐기 단어에 대한 자각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쐐기 단어가 출발 시점에서는 쓸모있는 버팀목이지만 이것이 기억을 혼란스럽게 할 정도로 남아 있지는 않는다.

의미 없는 재료라도 그것을 의미 있게 바꾸면 기억하기가 더 쉬워진다.

2. 명제 표상

인지심리학에서는 문장과 그림의 의미를 표상하기 위하여 여러 종류의 표기법을 사용한다. 이 표기법은 지각적 세부 내용을 제거한 후에 남는 의미 구조를 표상한다. 가장 흔한 표기법은 명제 표상 (propositional representation) 이다. 1970 년대에 앤더슨과 바워 (Anderson & Bower, 1973), 클라크 (Clark, 1974), 프레데릭슨 (Fredericksen, 1975), 킨치 (Kintsch, 1974), 그리고 노먼과 러멜하트 (Norman & Rumelhart, 1975) 의 이론들이 명제 표상에 대한 몇몇 제안을 하였다. 이 표상은 인지심리학에서 의미 정보를 분석하는 공통된 방법이 되었다. 명제 (proposition) 개념은 논리학과 언어학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의미 분석의 핵심이다. 명제란 한 주장의 최소 지식 단위로서 진위 판단을 할 수 있는 최소의 의미 단위이다. 명제 분석이 언어 정보에 적용되는 것은 분명하며, 여기서의 주제도 언어 정보와 관련된다. 다음 문장을 보자 :

이 문장에서 전달되는 정보는 다음의 더 간단한 문장들로 소통될 수 있다 :

만일 이 단문 중 어느 하나라도 틀리면, 복문은 참이 될 수 없다. 이 문장들은 복문의 의미에 내재된 명제들과 거의 일치한다. 각 단문은 의미의 초보적 단위를 나타낸다. 의미 표상이 만족시켜야 하는 조건은 표상 내의 분리된 단위가 의미 단위와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명제 표상 이론이 한 사람이 A 에서 C 까지의 단문을 그대로 기억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연구에 의하면, 피험자들이 원래 문장에서의 어순을 그대로 기억하지 못하듯이 배후 문장들의 어순도 그대로 기억하지 못함을 지적한다. 예를 들면, 앤더슨 (Anderson, 1972) 은 피험자들이 문장 C 를 들었는지 또는 다음 문장을 들었는지 기억하지 못함을 보여 주었다 :

기억에 표상되는 정보는 어순과 같은 정보가 아니고 주장을 나타내는 의미 정보이다. 몇몇 명제 표기는 정보를 이렇게 추상적으로 표상한다. 킨치 (Kintsch, 1974) 는 명제를 관계 (relation) 와 이에 후속하는 서열화된 논항들 (arguments) 의 목록으로 표상한다. 관계는 동사 (이 경우에는 해방시키다), 형용사 (치열하다), 그리고 다른 관계 용어 (~ 의 대통령) 에 해당한다. 논항은 특정한 시간, 장소, 사람, 그리고 물체를 말하며 보통 명사 (링컨, 전쟁, 노예들) 에 해당한다. 관계는 이 명사들에 의해 언급된 실체들 간의 연결을 나타낸다. 그 예로, 문장 A 부터 C 는 다음 목록들로 표상된다 :

킨치는 관계와 논항들의 목록을 위와 같이 괄호 안에 넣어서 표시한다. 다양한 관계가 다양한 수의 논항을 취하며, 위의 예에서 ~ 의 대통령은 3 개, 해방시키다는 2 개, 치열하다는 1 개의 논항을 취한다. 사람들이 원래의 복문 1 을 들었거나 또는

를 들었거나 메시지의 의미를 A' 부터 C' 의 목록들로 표상한다. 명제 단위들에 대한 심리적 실재를 브랜스퍼드와 프랭크스 (Bransford & Franks, 1971) 가 흥미있게 보여 주었다. 이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다음 문장들을 포함하여 열두 개의 문장을 학습했다 :

이 문장들은 모두 두 세트의 네 명제들로 구성된다. 네 명제들로 구성된 한 세트는 다음과 같다 :

다른 세트의 네 명제는 다음과 같다 :

연구자들은 다음 세 종류의 문장에 대한 피험자들의 재인 기억을 검사했다 :

첫 문장과 같은 종류는 실제로 학습한 것이고, 두 번째는 학습하지는 않았지만 학습한 명제들 간의 조합이고, 세 번째는 학습한 단어들로 구성되었으나 학습한 명제들과는 다른 내용이다. 브랜스퍼드와 프랭크스는 피험자들이 처음 두 종류의 문장들을 구분할 능력이 거의 없었으며, 두 문장 중 어느 하나를 실제로 들었다고 말하는 확률이 거의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편 피험자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세 번째 문장은 전혀 듣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들의 실험은 피험자들의 자신이 접했던 명제는 매우 잘 기억하지만 명제의 실제 조합에 관해서는 매우 무감각함을 보여 준다. 실제로 피험자들은 네 명제가 모두 들어 있는 다음의 문장,

에 대하여는 실제로 학습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모두가 들었다고 응답했다.

명제 분석은 복잡한 문장에 대한 기억을 간단하고 추상적인 명제 단위들의 기억으로 표상한다.

(1) 명제 망조직

인지심리학에서 명제는 그림 5 와 같이 망조직 형태로 표현된다. 그림 5 는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링컨은 치열한 전쟁 동안 노예들을 해방시켰다라는 문장을 약호화한 명제 망조직의 구조를 보여 준다. 이 명제 망조직 (propositional network) 에서 각 명제는 타원으로 표시되고, 타원은 명칭이 부여된 화살표에 의해 관계와 논항으로 연결된다. 명제, 관계, 논항들은 마디 (nodes) 라고 부르며, 화살표는 마디들을 연결하기 때문에 고리 (links) 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그림 5a 의 타원은 킨치의 분석을 근거로 명제 A' 를 표상한다. 이 타원은 관계 (관계 마디를 가리키는 것을 지칭함) 라고 명명된 고리에 의해 - 의 대통령이라는 관계로, 행위자 (agent) 라고 명명된 고리에 의해 링컨으로, 목적어라는 고리에 의해 미국으로, 그리고 시간이라는 고리에 의해 전쟁으로 연결된다. 그림 a 에서 c 까지의 망조직 구조는 앞서의 A' 에서 C' 까지의 개별 명제를 나타낸다. 이처럼 상이한 망조직들이 동일한 마디를 포함하고 있음을 주목하라. 예컨대, a 와 b 모두에서 전쟁 마디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중복은 이 망조직들이 실제로 d 와 같이 더 큰 망조직에서 상호 관련된 부분임을 보여 준다. 이 마지막 망조직은 원래 문장 1 에 있는 의미 정보 모두를 표상한다.

망조직에서 요소들의 공간적 위치는 의미 해석과 무관하다. 망조직은 줄로 연결된 공깃돌들이 얽혀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공깃돌은 마디, 줄은 마디들 간의 고리를 나타낸다. 이차원의 평면에 나타난 망조직은 어떤 방식으로든 펼쳐진 공깃돌들의 모습니다. 이해를 도와 줄 만한 방식으로 망조직을 펼치고자 시도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상관 없다. 문제는 어떤 요소들이 다른 어떤 요소들과 연결되는지, 구성 성분이 어디에 놓이는지가 아니다.

이제 한 명제를 A' 에서 C' 처럼 선형적 명제로 보거나 그림 5 처럼 망조직으로 보는 두 가지 방법을 개관했다. 표상되는 정보가 추상적이므로 어떠한 표기도 무방하다. 선형적 표상은 다소 깔끔하고 좀더 압축되어 있는 반면 망조직 표상은 요소 간의 연결을 나타내 준다. 계속해서 보겠지만, 망조직상의 연결이 어떤 기억 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함이 밝혀질 것이다.

명제들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공간적 심상과 연속적 순서처럼 명제들도 위계 관계를 이루어 한 명제가 다른 명제 내에서 하나의 단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6 의 a 와 b 는 다음 두 문장의 명제 표상을 나타낸다 :

그림 6 에서 존은 과자를 샀다라는 명제와 존은 배가 고팠다라는 명제 모두는 두 번째 명제가 첫 번째 명제의 원인임을 주장하는 더 큰 명제 내에서 논항이 된다. 비슷하게 러시아는 폴란드를 침공할 것이다라는 명제는 존의 믿음에 관한 명제의 목적어가 된다.

이와 같은 망조직에서 마디는 관념 (idea) 으로 그리고 마디들 간의 연결은 관념 간의 연합으로 보는 것이 유용하다는 것이 몇몇 실험들에서 드러난다. 강제적 연합 과제를 사용한 와이스버그 (Weisberg, 1967) 의 실험을 보자. 그는 피험자들에게 게으른 아이들이 차가운 빵을 먹는다 (Children who are slow eat bread that is cold) 와 같은 문장을 기억하게 하였다. 이 문장을 명제 망조직 표상으로 나타내면 그림 7 과 같다. 피험자들은 한 문장을 학습한 후 자유 연상 과제를 받았는데, 학습한 문장에서 한 단어가 주어지면 같은 문장 속에서 처음 생각나는 단어를 말해야 한다. 피험자들은 slow 를 단서로 받으면 거의 children 을 연상하지 bread 를 연상하지 않았으며, 이것은 bread 가 문장 내에서 children 보다 slow 와 더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그러나 그림에서 보면 slow 와 더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그러나 그림에서 보면 slow 와 children (세 고리) 이 slow 와 bread (다섯 고리) 보다 더 가깝다. 비슷하게, 단서가 bread 이면 많은 피험자들은 slow 보다 cold 를 회상했는데, 문장 내에서 bread 와 slow 가 bread 와 cold 보다 더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그 까닭은 망조직 내에서 bread 와 cold (세 고리) 가 bread 와 slow (다섯 고리) 보다 더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주장이 Ratcliff & McKoon, 1978 실험에서도 제기되었다.)

그림 7  게으른 아이들이 차가운 빵을 먹는다의 명제 망조직 표상.

명제 정보는 개념들 간의 연합을 나타내는 망조직으로 표상될 수 있다.

3. 개념 지식

이 장의 주제는 의미에 기초한 지식 표상이다. 이 표상의 근본 특징은 표상이 원래 경험한 지식으로부터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하고 의미 있는 것들만을 추출하여 구성된다는 것이다. 앞절의 주요 주제였던 명제 표상의 경우, 추상 (abstraction) 은 많은 지각적 세부의 삭제와 요소들 간 중요한 관계의 파지를 포함한다. 따라서, 맨들러와 리체이 (Mandler & Ritchey) 실험에서처럼 피험자들은 교사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는 잊었지만 그녀가 가르치는 과목은 기억하고 있었다.

다른 추상도 가능하다. 하나는 경험한 종류의 특성들을 특수한 것으로부터 일반적인 것으로 범주화하여 추상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념 지식에 속한다. 이 장에서는 개념 지식을 표상하는 두 제안을 보겠다. 하나는 방금 논의된 명제 망조직과 비슷한 의미 망조직 (semantic network) 이고, 다른 하나는 도식 (schema) 이다.

(1) 의미 망조직

망조직과 같은 표상은 개념 지식을 약호화하는데 쓰인다. 퀼리언 (Quillian, 1966) 은 카나리아, 도요새, 물고기 등과 같은 범주가 그림 8 과 같은 망조직으로 저장되어 있음을 밝혔다. 이 그림에서 카나리아는 새이고 새는 동물이라는 범주적 사실을 이 두 범주 간의 마디를 이다 (isa) 고리로 연결함으로써 위계로 표상할 수 있다. 범주와 연합된 사실은 그 범주에 해당하는 특성 (properties) 이다. 상위 범주에 해당하는 특성들은 하위 범주에도 해당한다. 따라서, 동물이 숨을 쉬기 때문에, 새들도 숨을 쉬고 그리고 카나리아도 숨을 쉰다는 사실들이 뒤따른다. 그림 8 은 예외 정보도 표상한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새들이 날 수 있지만, 타조는 날 수 없음을 그림이 보여 준다.

그림 8  세 수준의 위계로 구성된 가설적 기억 구조. (Collins & Quillian, 1969.)

콜린스와 퀼리언 (Collins & Quillian, 1969) 은 피험자들에게 개념에 대한 다음과 같은 주장의 진위를 판단하게 하여 망조직의 심리적 실재를 검증했다 :

피험자들은 사과는 깃털을 가지고 있다와 같은 틀린 주장도 보았다. 그들은 진술문의 진위 판단을 두 단추 중 하나를 눌러 표시하였으며, 진술문이 제시될 때부터 단추를 누를 때까지의 시간이 측정되었다.

그림 8 이 피험자들의 범주 지식을 표상한다고 할 때, 관련된 질문에 그들이 어떻게 답했는지 보기로 하자. 문장 1 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카나리아 마디에 직접 저장되어 있다. 문장 2 에 관한 정보는 카나리아 마디에 직접 저장되어 있지 않다. 깃털을 가지고 있다라는 속성은 새에 저장되어 있으므로, 문장 2 는 카나리아는 새이다와 새는 깃털을 가지고 있다라는 직접 저장된 사실들로부터 추론될 수 있다. 문장 3 도 카나리아에 직접 저장되어 있지 않고, 피부를 가지고 있다라는 술부가 동물과 함께 저장되어 있다. 요컨대, 문장 3 은 카나리아는 새이다와 새는 동물이다와 동물은 피부를 가지고 있다라는 사실들로부터 추론해 낼 수 있다. 따라서, 문장 1 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는 카나리아에 저장되어 있지만, 피험자들은 문장 2 에서 필요한 정보를 인출하기 위해서는 카나리아로부터 새로 한 고리를, 그리고 문장 3 에서는 카나리아에서 동물로 두 고리를 건너가야 한다.

만일 범주 지식이 그림 8 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면, 진술문 1 이 2 보다 더 빨리 검증될 것이고, 2 는 3 보다 더 빨리 검증될 것이다. 피험자들은 진술문 1 을 판단하는 데 1,310 msec, 진술문 2 를 판단하는 데 1,380 msec, 그리고 진술문 3 을 판단하는 데 1,470 msec 의 시간이 걸렸다. 정보를 기억에서 인출하는 데 관심을 둔 후속 연구들은 콜린스와 퀼리언이 발견한 결론들을 다소 복잡하게 만들었다. 사실들에 대한 경험 빈도가 인출 시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예 : Conrad, 1972). 사과는 먹을 수 있다와 같은 사실은, 술부가 음식과 같은 중간 개념과 함께 저장되지만, 매우 빈번히 경험되므로, 사과는 검은 씨를 가지고 있다와 같은 사실만큼 또는 그보다 더 빨리 검증된다. 만일 한 개념에 관한 사실이 빈번히 경험되면 그 사실은 좀더 일반적인 개념으로부터 추론된다 해도 빈번히 경험되는 개념과 함께 저장된다. 의미 기억 (semantic memory) 에서 사실들의 체계화와 그 인출 시간에 관한 다음 진술문들은 선행 연구들로 미루어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이처럼, 사실과 개념 간의 연결 강도 (경험 빈도에 의해 결정되는), 그리고 의미 망조직 (semantic network) 에서 그들 간의 거리 모두는 인출 시간에 영향을 준다. 강도 (strength) 요인은 6 장에서 기억에 미치는 연습 효과를 논의할 때 더 언급하겠다.

어떤 특성이 개념과 함께 직접 저장되어 있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상위 개념으로부터 인출할 수 있다.

(2) 도식

최근 들어, 의미 망조직이 범주 지식을 표상하는 데 충분치 못함이 분명해졌다. 예를 들면, 집에 관한 지식을 보자. 사람들은 집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

범주는 위와 같이 범주의 범례에 관해 예언 가능한 정보를 저장하므로 중요하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집에 관해 말할 때 언급되는 대상의 크기를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다. 집이라는 개념의 공통 특성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그들 상호간의 구조를 포착하지 못한다. 집과 같은 개념은 세부 특징들의 총체로 정의되며, 각 세부 특징은 그 물체 (예 : 집) 가 어떤 속성에 대하여 갖는 값을 명세한다는 것이 기본 통찰이다. 인지 과학에서는 그와 같은 지식을 표상하기 위하여 의미 망조직보다 더 유용한 방법을 개발하였다. 이러한 표상 구조가 도식 (schema) 이다. 도식의 개념은 인공 지능과 컴퓨터 과학에서 유래한 것이다. 현대의 프로그램 언어를 경험한 독자들은 도식이 프로그래밍에 사용되는 다양한 자료 구조 (예 : 파스칼에서 기록) 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심리학자의 질문은 도식이라는 관념의 어떤 측면들이 개념의 추리를 이해하는 데 적절한가이다. 도식과 관련된 몇몇 특성들을 기술한 후 이 특성들과 관련된 심리학 연구들을 논의하겠다.

도식은 슬롯 (slot : 가늘고 긴 틈) 구조에 따라 범주 지식을 표상하는데, 슬롯은 범주 성원들이 가지는 다양한 속성들의 값을 명세한다. 다음은 집을 표상하는 부분 도식이다 :

이 표상에서, 재료 또는 형태와 같은 말들은 속성 (attribute) 또는 슬롯이고, 나무, 벽돌 또는 직사각형과 같은 말들은 값 (value) 이다. 슬롯과 값은 쌍을 이루면서 하나의 전형적 특성을 명세한다. 집이 주로 목재나 벽돌과 같은 재료로 건축된다는 사실이 판지 역시 집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위에 목록화된 값들을 기정치 (default value) 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새에 관한 도식의 일부로서 새가 날 수 있음을 표상한다는 사실이 타조를 새로 보는 것을 막지 않는다. 우리는 기정치를 단순히 타조의 표상 위에 겹쳐 쓸 뿐이다.

집이 사람들의 주거용이라는 특징은 근본적으로 명제적인 반면, 형태나 크기와 같은 특징들은 근본적으로 지각적임에 주목하라. 그러므로, 앞서 보았듯이, 도식은 명제 표상의 단순한 연장이 아니다. 오히려 도식은, 지각적이든 또는 명제적이든, 범주의 규칙성을 약호화한다. 도식은 구체적 범례에 관해 참인 것보다는 일반적으로 참인 것을 약호화한다는 의미에서 추상적이다. 그러므로, 집에 관한 앞의 도식은 특정한 집이 아닌 집 일반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그 색깔이 흰색이든 그것이 피츠버그에 있든 관계없이, 어떠한 특정한 집에만 해당하는 정보를 표상하지 않는다. 명제는 구체적 사물에서 중요한 점들을 표상하지만, 도식은 구체적 사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것들을 표상한다.

각 도식에서 특수한 슬롯은 이다 (isa) 슬롯인데, 이는 의미 망조직에서의 이다 고리와 비슷하며, 상위 세트를 지칭한다. 근본적으로, 상충되지 않는 한, 한 개념은 그 상위 세트의 세부 특징을 이어받는다. 그러므로, 집에 대한 상위 세트로 건물에 대한 도식을 저장하게 되어, 집에는 지붕과 벽이 있고 지상에서 볼 수 있다는 세부 특징을 생각하게 된다. 이 정보가 집에 관한 위의 도식에는 표상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 정보가 건물로부터 추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료와 같은 정보도 건물로부터 추론될 수 있다). 그림 8 에서 보듯이, 이다 고리는 일반화 위계를 만들 수 있다.

도식은 부분 위계라는 또 다른 유형의 위계를 가진다. 예를 들면, 벽과 방은 집의 일부로서 각자 고유한 도식 정의를 가진다. 벽과 방에 대한 도식을 저장하고 있으면, 이 부분들에 창문과 천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부분 관계를 사용하여, 집에는 창문과 천장이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도식은 개념들이 표상하는 범례들에 관한 추론을 촉진시키도록 설계된다. 만일 어떤 것이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도식 정의를 사용하여 그것이 나무 또는 벽돌로 만들어졌으며, 벽, 창문 등이 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식의 추론 과정은 예외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지붕이 없는 집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도식에서 슬롯들 간의 제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집이 지하에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 집에는 창문이 없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도식은 상위 세트, 부분, 그리고 그 외의 속성-값으로 개념을 표상한다.

(3) 도식의 심리적 실재

도식의 한 특성은 특정 도식의 속성들에 대하여 기정치를 가진다는 점이다. 이것은 도식이 유용한 추론 기제임을 뜻한다. 만일 어떤 물체가 어떤 범주의 구성원임을 알게 되면 - 크게 모순되지 않는 한 - 그것이 그 개념의 도식과 관련된 기정치를 가진다고 추론할 수 있다. 브루워와 트레이언스 (Brewer & Treyens, 1981) 는 기억 추론에서 도식의 효과를 흥미있게 입증했다. 그들은 피험자 30 명을 개별적으로 그림 9 와 같은 방으로 불렀다. 그들은 그 방이 실험자의 연구실이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실험실로 가서 바로 전의 피험자가 실험을 끝냈는지 보고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다. 35 초 후 실험자가 돌아와서 기다리던 피험자를 부근의 세미나실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피험자는 연구실에 관해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것들을 회상할 수 있겠는가?

 

연구자들은 피험자들의 회상이 보통 연구실에 있는 물건들에 관한 피험자들의 기존 도식에 의해 강하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피험자들은 도식의 일부에 해당하는 물건들은 잘 회상할 것이고, 도식의 일부가 아닌 물건들은 잘 기억해 내지 못할 것이고, 전형적 연구실의 일부이지만 이 연구실의 일부가 아닌 물건들은 틀리게 회상할 것이다. 그러나, 여덟 명만이 게시판 또는 두개골의 모형을 회상하였다. 한편 아홉 명은 실제로 없었던 책들을 회상하였다. 이처럼 장소의 특징에 대한 기억은 그 장소에 대한 도식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특별히 주목하지 않는 한, 어떤 물체는 그것이 속한 범주의 기정치를 가진다고 추론한다.

(4) 범주 구성원의 등급

도식의 한 주요 특징은 도식에 맞게끔 물체들에게 변화를 허용한다는 점이다. 무엇이 한 도식의 여러 슬롯들을 차지하는지에 관한 제한이 있지만, 절대적 제한은 없다. 이것은 만일 도식이 여러 범주들에 관한 지식을 약호화한다면, 범주 구성원의 세부 특징들이 도식의 제약을 만족시키는 정도에 따라 덜 전형적인 구성원으로부터 좀더 전형적인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변화함을 시사한다. 현재로서는 새와 같은 자연 범주들이 도식에서 기대되는 것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

로쉬 (E. Rosch) 는 범주 구성원 (category membership) 의 다양성을 입증한 초창기 연구자이다. 한 실험 (Rosch, 1973) 에서, 그녀는 피험자들에게 범주 구성원의 전형성 (typicality) 을 7 점 척도상에서 평정하도록 했는데, 1 은 매우 전형적이고 7 은 매우 비전형적임을 뜻한다. 피험자들은 매우 일관성 있게 반응했다. 그들은 새 범주에서, 도요새를 1.1, 그리고 닭을 3.8 로 평정했다. 스포츠 범주에서, 축구는 매우 전형적 (1.2) 으로, 한편 역도는 비전형적 (4.7) 으로 평정했다. 살인은 매우 전형적 범죄 (1.0) 로, 한편 떠돌아다니기는 그렇지 않다 (5.3) 고 평정했다. 당근은 매우 전형적 야채 (1.1) 로 평정되었으나, 파슬리는 그렇지 않았다 (3.8).

로쉬 (Rosch, 1975) 는 피험자들에게 물체들의 실제 그림을 판단하게 하였다. 그들은 그림이 범주의 전형적 구성원일 때 판단을 빨리 하였다. 예를 들면, 과일 범주에서는 사과가 수박보다 더 빨리 판단되었으며, 새 범주에서는 도요새가 닭보다 더 빨리 판단되었다. 이처럼, 범주의 전형적 구성원은 지각 재인에서 이득을 보였다.

로쉬 (Rosch, 1977) 는 다른 방법으로 한 범주의 어떤 구성원들이 더 전형적인지를 보여 주었다. 그녀는 피험자들에게 범주명을 포함하는 문장들을 만들게 하였다. 예를 들면, 새에 관해 피험자들은 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만들었다 :

로쉬는 이 문장들에서 범주 명칭을 전형적 구성원 (도요새), 덜 핵심적 구성원 (독수리), 또는 지엽적 구성원 (닭) 으로 바꾸어서, 다른 집단의 피험자들에게 바뀐 문장들에 대한 이해 정도를 평정하게 했다. 핵심 구성원을 포함하는 문장들은 높은 평정을, 덜 핵심적 구성원을 포함하는 문장은 낮은 평정을, 그리고 지엽적 구성원을 포함하는 문장은 가장 낮은 평정을 받았다. 이 결과는 사람들이 범주 구성원들을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그 범주의 전형적 예를 생성한다는 증거이다.

범주의 도식 구조에서 나온 예언에 의하면, 범주에는 정해진 경계가 없으며 그 이유는 기정치 또는 전형치가 없어도 어떤 물체가 그 범주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어떤 범주의 지엽적인 항목들이 실제로 그 범주의 구성원인지를 판단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일관성 없이 반응한다. 맥클로스키와 글럭스버그 (McCloskey & Glucksberg, 1978) 는 피험자들에게 여러 항목들에 대하여 그들이 특정 범주의 구성원인지 판단하게 하였다. 그들은 피험자들이 어떤 항목들에 대하여는 의견이 같지만, 많은 항목들에 대하여 의견이 다름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30 명의 피험자들 모두가 암은 병이지만 행복은 병이 아니라고 답했으며, 16 명이 뇌졸중이 병이라고 생각했지만 14 명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한 30 명의 피험자 모두가 사과는 과일이지만 닭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으며, 16 명이 호박은 과일이라고 생각했지만 14 명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모든 피험자가 파리는 곤충이지만 개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으며, 13 명은 거머리가 곤충이라고 생각했으나 17 명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와같이 피험자들의 의견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맥클로스키와 글럭스버그는 같은 피험자들을 한 달 후에 검사한 결과 의견을 달리했던 항목들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처음과 다르게 반응하였음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30 명 중 11 명이 뇌졸중에 대한 그들의 판단을 바꾸었고, 8 명이 호박에 대하여, 그리고 3 명이 거머리에 대하여 그들의 판단을 바꾸었다. 따라서, 범주 경계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단순히 피험자들 간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피험자들은 범주의 경게선을 어디에 그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불확실하게 여긴다.

그림 10 은 라보브 (Labov, 1973) 가 사용한 실험 재료이다. 그는 피험자들이 어떤 것을 컵으로 보고 또 어떤 것은 컵으로 보지 않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여러분은 어떤 것을 컵으로 보고 어떤 것은 사발로 보는가? 흥미있는 것은 개념들 간에 명확한 경계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한 실험에서, 라보브는 1 에서 4 까지의 항목들을 사용하였다. 이 항목들은 컵의 직경 대 깊이의 비율이 점차 증가함을 보여 준다. 첫 항목에서는 그 비율이 1 이고, 항목 4 의 비율은 1.9 이다. 라보브는 비율이 2.5 인 컵 (그림에는 없음) 도 사용했다. 그림 11 은 피험자들이 다섯 개의 용기 각각을 컵으로 또는 사발로 본 비율을 나타낸다. 실선은 피험자들이 그림만 보고 (중립 맥락) 분류한 결과이다. 그림에서 컵이라는 반응은 직경이 커지면서 점차 감소했으나, 어느 지점에서 컵이라는 반응이 중지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직경의 비율이 가장 큰 2.5 인 경우, 피험자의 25 퍼센트가 그것을 여전히 컵으로 보았지만, 또 다른 25 퍼센트는 그것을 사발로 보았다. (나머지 50 퍼센트는 다른 반응을 했다.) 점선은 피험자들에게 그 용기가 으깬 감자로 채워진 상태로 식탁 위에 있다고 상상하도록 했을 때의 분류를 보여 준다. 이 맥락에서, 컵이라는 반응은 더 적어지고 사발이라는 반응이 더 많아지면서, 컵으로부터 사발로의 점진적 전환을 보여 준다. 이처럼, 피험자들의 분류 행동은 물체의 특성뿐만 아니라 물체가 상상된 또는 제시된 맥락에 따라서도 연속적으로 변한다. 지각적 세부 특징이 맥락의 범주화 판단에 미치는 이러한 영향은 세부 특징이 지각에서 형태 재인에 미치는 영향과 매우 비슷하다 (제 2 장 참조).

상이한 범례들이 정도를 달리하면서 범주의 구성원으로 판단되며 범주의 핵심 구성원 일수록 정보 처리의 이득을 보인다.

(5) 사건 개념

개념 구조가 물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관에 가기와 같은 사건들에도 개념이 있다. 도식은 사건 개념들을 표상하는 데 적합하다. 예를 들면, 영화 보러 가기와 같은 틀에 박힌 사건들도 극장 가기, 표 사기, 간식 사기, 영화 보기, 극장에서 돌아오기와 같은 부분들로 약호화할 수 있다. 이들 각각은 더 작은 부분들로 나뉠 수 있다. 물체 도식처럼, 사건 도식도 부분 위계가 있다. 또한 일반화 위계도 있는데 - 차를 탄 채 영화보기는 영화 보러 가기의 특수한 예이며, 영화 보러 가기는 여가 활동의 특수한 예에 해당한다. 이 도식과 관련된 슬롯들은 전형적 관여자 (검표원) 와 전형적 물체 (예 : 영화 스크린) 를 포함한다. 물체 도식처럼, 사건 도식의 슬롯도 전형적 값 또는 제약을 갖는다. 예를 들면, 간식의 전형은 팝콘과 소다수이며, 왕복 수단은 전형적 교통 수단 (예 : 자동차, 버스) 을 포함한다.

생크와 아벨슨 (Schank & Abelson, 1977) 은 스크립트 (scripts) 라는 일종의 사건 도식을 제안하였다. 그들은 많은 상황들이 틀에 박힌 일련의 행동을 포함한다고 지적하였다. 예를 들면, 표 1 은 식당에서 식사시 경험하는 틀에 박힌 내용들로서, 도식의 구성 성분들을 나타낸다.

표 1  섕크와 아벨슨이 제안하는 식당 가기에 관한 도식

  장면 1 : 들어가기

      손님이 식당에 들어간다.

      손님이 식탁을 찾는다.

      손님이 앉을 곳을 정한다.

      손님이 식탁 쪽으로 간다.

      손님이 앉는다.

  장면 2 : 주문하기

      손님이 메뉴를 든다.

      손님이 메뉴를 본다.

      손님이 음식을 정한다.

      손님이 종업원에게 신호한다.

      종업원이 식탁 쪽으로 온다.

      손님이 음식을 주문한다.

      종업원이 요리사에게 간다.

      종업원이 요리사에게 음식을 주문한다.

      요리사가 음식을 준비한다.

  장면 3 : 먹기

      요리사가 종업원에게 음식을 준다.

      종업원이 음식을 손님에게 가져온다.

      손님이 음식을 먹는다.

  장면 4 : 나가기

      종업원이 계산서를 쓴다.

      종업원이 손님에게 같다.

      종업원이 손님에게 계산서를 준다.

      손님이 종업원에게 팁을 준다.

      손님이 회계에게 간다.

      손님이 회계에게 돈을 낸다.

      손님이 식당을 떠난다.

표 2  세 일치 수준에서의 경험적 스크립트 규준 자료

        문을 연다.

      들어간다

      예약자의 이름을 댄다.

        안내를 기다린다.

        식탁으로 같다.

      자리에 앉는다.

        마실 것을 주문한다.

          무릎에다 냅킨을 놓는다.

      메뉴를 본다.

        무엇을 먹을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식사를 주문한다.

        담소한다.

          물을 마신다.

        샐러드와 수프를 먹는다.

          식사가 온다.

      음식을 먹는다.

          식사를 끝낸다.

        후식을 주문한다.

        후식을 먹는다.

          계산서를 가져오라고 한다.

          계산서를 받는다.

      계산서를 지불한다.

        팁을 준다.

          코트를 입는다.

      떠난다.

       

자료 : Bower et al. (1979).

바워 등 (Bower, Black, & Turner, 1979) 은 스크립트 개념의 심리적 실재를 검토한 여러 실험들을 보고하였다. 그들은 피험자들에게 식당에 가기와 같은 일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20 개의 사건을 물었다. 32 명의 피험자들은 이에 대해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이지 못하였다. 어떠한 사건도 모든 피험자들의 일치에 의해 일화의 일부로 간주되지는 못하였으나 상당한 의견 일치가 보고되었다. 표 2 는 사람들이 언급한 사건들을 열거하고 있다. 명조체 항목들은 적어도 25 퍼센트의 피험자가 언급한 것이며, 굵은 명조체로 된 항목들은 적어도 48 퍼센트의 피험자가, 고딕체 항목들은 적어도 73 퍼센트의 피험자가 언급한 것이다. 73 퍼센트를 기준으로 보면, 틀에 박힌 순서는 앉기, 메뉴 보기, 주문하기, 먹기, 계산하기, 그리고 나가기였다.

바워 등은 행동 스크립트가 이야기 기억에 미치는 몇몇 효과를 밝혔다. 그들은 피험자들에게 스크립트의 일부만이 전형적인 사건들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학습시켰다. 피험자들은 학습 후 이야기를 회상하거나 (한 실험에서) 재인 검사를 (다른 실험에서) 받았다. 이야기를 회상할 때, 피험자들은 스크립트의 일부이지만 이야기에서 제시되지 않았던 진술문들을 보고하는 경향이 있었다. 재인 검사에서도 피험자들은 실제 이야기에는 없었던 스크립트 항목들을 학습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일반 도식 방향으로의 왜곡에도 불구하고, 피험자들은 이야기에 없었던 틀린 답을 잘못 재인하기보다는 이야기에 실제로 있었던 항목들을 더 많이 회상하고, 또 재인하는 경향을 뚜렷이 보여 주었다.

다른 실험에서, 바위 등은 피험자들에게 한 일화가 12 개의 전형적 행동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읽어 주었다. 여덟 개의 행동은 일상적 순서로 발생하였으나, 네 개의 행동은 제조정되었다. 예를 들면, 식당 이야기에서 계산을 먼저 하고 메뉴를 나중에 읽는 식이다. 이야기를 회상할 때, 피험자들은 사건들을 정상적 순서로 바꾸는 경향을 뚜렷이 보였다. 사실상, 진술문의 반쯤이 바뀌었다. 이 실험은 일반 도식이 이야기 기억에 미치는 강한 효과를 또다시 입증해 준다.

이 실험들은 새로 경험하는 사건들이 일반 도식과 관련되어 약호화되면 나중 회상이 일반 도식의 영향을 받게 됨을 시사한다. 우리는 이 효과를 마치 피험자가 이야기를 잘못해서 틀리게 회상하기 때문에, 나쁜 것처럼 말해 왔다. 그러나, 이 결과들이 과연 잘못된 회상으로 분류되어야 할지가 분명하지 않다. 정상적으로, 계산서 지불과 같은 표준 사건이 빠져 있어도 사람들은 그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한다. 비슷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식당 일화에서 계산을 먼저 했다고 말하면, 그 사람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스크립트 또는 도식은 특정한 상황에서 사건의 지배적 순서를 약호화하므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생략된 정보를 예측하고 정보의 오류를 수정하는 가치 있는 기반으로 기여할 수 있다.

스크립트는 사람들이 전형적 사건들을 추리하는 데 사용된다.

(6) 논점 : 추상 이론과 범례 이론

이제까지의 논의는 주로 인지에서 개념의 역할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었다. 도식 표상은 개념과 그 개념의 역할을 표상하는 방식으로서 소개되었다. 그러나, 인지심리학은 개념에 내재하는 처리 과정을 심도있게 연구하는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현상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일반적으로 연구자들이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개념이 어떻게 실현되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상이한 견해를 보인다. 두 부류의 일반 이론이 있는데 각각의 지지자들이 있다. 하나는 학습한 범례들로부터 일반 특성이 실제로 추출됨을 지지하는 이론이 주장하는 이론이다. 이들을 각기 추상 이론 (abstraction theory) 과 범례 이론 (instance theory) 이라고 부른다.

추상 이론은 근본적으로 이제까지 논의된 도식을 저장한다고 가정한다. 이 이론은 피험자들이 범주의 어떤 범례에 해당하는 단일 원형 (prototype) 을 저장하고 특정 범례를 이원형의 유사성에 근거해서 판단한다고 가정하는 모형을 포함한다 (예 : Reed, 1972). 다른 모형들은 원형을 중심으로 허용 가능한 변화를 약호화하는 표상을 저장한다고 가정한다 (예 : Hayes-Roth & Hayes-Roth, 1977 : Anderson, 1991).

범례 이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이론은 중심 개념이 아닌 특수한 범례만을 저장한다는 입장이다. 어떤 새가 일반적인 새로서 얼마나 전형적인지 판단할 때, 그 새를 특정 새와 비교하여 어떤 평균적 차이를 판단한다. 범례 이론들은 메딘과 셰퍼 (Medin & Schaffer, 1978) 그리고 노소프스키 (Nosofsky, 1986) 의 이론들을 포함한다. 이 이론들이 마음의 작용에 관해 제안하는 바가 매우 크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실험에 걸쳐 비슷한 예언을 한다는 것은 놀랄 만하다. 예를 들면, 두 이론 모두가 범주의 핵심 구성원들을 더 잘 처리한다고 예언한다. 추상 이론은 핵심 범례들이 그 개념의 추상 표상과 더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예언을 한다. 범례 이론은 핵심 범례들이 평균적으로 그 범주의 다른 범례들과 더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예언을 한다.

두 이론의 예언 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범례 이론은 피험자들이 검사 범례와 비슷한 특정 범례의 학습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이것이 집중 경향의 표상에는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예언한다. 예를 들면, 개는 일반적으로 짖는다고 생각하지만, 특정하게 생긴 어떤 개가 짖지 않는 것을 본 후에는 비슷하게 생긴 또 다른 개도 역시 짖지 않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특정 범례에 관한 이와 같은 효과는 실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 : Medin & Schaffer, 1978). 한편 어떤 연구는 피험자들이 특정 범례가 아닌 어떤 경향성을 추론함을 보여 주었다 (Elio & Anderson, 1981). 예를 들면, 공을 뒤쫓는 여러 마리의 개들과 우체부에게 짖어대는 여러 마리의 개들을 목격한 사람은 공을 뒤쫓기도 하고 우체부에게 짖어대기도 하는 어떤 개를 특별히 전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공을 뒤쫓기도 하고 우체부에게 짖어대는 일 모두를 하는 개를 결코 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범례 모형과 추상 모형 간의 두드러진 차이 중 하나는 연결주의자 모형이 둘 모두를 설명하기 위해 제안되었다는 점이다. 1 장에서 기술된 제트단과 샤크단의 망조직은 개별 범례들을 표상하고 이들을 일반화하는 체계이다. 크루쉬크 (Kruschke, 1992) 는 이 차이를 더 철저하게 발전시킨 모형을 기술한다. 한편 글룩과 바워 (Gluck & Bower, 1988) 는 특정 범례를 표상하지 않고 집중 경향을 추출하는 연결주의자 모형을 기술하였다. 다음 절에서는 글룩과 바워 모형이 기술될 것이다.

(7) 신경 망조직에서의 도식 학습

글룩과 바워는 그들의 이론을 피험자들이 네 증상 (코피, 위경련, 부운 눈, 탈색된 잇몸) 으로 고생하는 가상 환자들의 기록을 검토하여 환자들이 가진 두 개의 가설적 병을 진단하게 하는 과제에 적용하였다. 어떤 병은 다른 병보다 세 배 더 많았다. 그림 12 는 이 판단에 내재된 그들의 가정을 신경 망조직 모형으로 보여 준다. 네 개의 증상은 흔한 병과 드문 병을 표상하는 두 개의 출력 뉴런에 연접하는 네 개의 입력이다. 각 환자에서, 환자의 증상에 해당하는 입력 뉴런은 활성화 상태이고, 목표는 환자의 병에 해당하는 출력 뉴런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활동중인 입력에서 오는 활성화 단위와 비활동중인 입력에서 오는 비활성화 단위를 생각할 수 있으며, 목표는 활성화가 정확한 병에 해당하는 출력 뉴런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망조직은 뉴런 간의 연접 연결 강도를 학습해야 한다. 네 개의 입력 뉴런과 두 개의 출력 뉴런이 있기 때문에, 4 × 2 = 8 의 연접 연합이 학습된다.

글룩과 바워는 이 연합을 학습하기 위하여 델타 규칙 (delta rule) 이라는 신경 학습 규칙을 사용하였다. 델타 규칙은 다음과 같다 :

여기서 는 입력 와 출력 간의 연접 연결 강도의 변화이고, 는 입력 뉴런 의 활성화 수준이고, 는 출력 뉴런 의 활성화 수준이며, 끝으로 는 의 기대되는 활동 또는 목표이다. 이 등식에서 모수치 a 는 학습 속도를 조절한다. 이 규칙은 기본적으로 오류-수정 규칙으로서 실제 출력과 기대되는 출력 간의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뉴런 간의 연합 강도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글룩과 바워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상이한 조합의 증상을 보이는 수백 명의 환자들을 보았다. 각 조합은 각 질병에 대하여 다른 확률을 가졌다. 피험자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어떤 패턴의 증상이 주어지면 병을 어떻게 예언하는지 학습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림 12 는 델타 규칙에 따라 학습된 최종 연합 강도를 보여 준다. 이 연합 강도는 피험자의 분류 행동과 각각의 증상이 드문 또는 흔한 병으로 진단되는지에 대한 평정 방식을 훌륭하게 예언했다. 그림 12 의 연접 가중치에서 보듯이, 코피는 드문 병의 증상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더 많았으며 (.44 강도 대 .01 강도), 한편 다른 세 증상들은 흔한 병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실험 후 증상에 대한 그들의 평정을 보면, 피험자들은 코피만이 드문 병의 예언치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모형은 도식 추상을 이루기 위하여 제안된 여러 기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도식 표상이 근본적으로 연접 강도에 있음은 흥미롭다. 입려과 출력의 연접 강도는 근본적으로 그 증상이 그 병에 얼마나 전형적인가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델타 규칙은 한 범주에서 여러 세부 특징들의 전형성 정도를 나타내는 연접 연합을 학습할 수 있다.

그림 12  피험자들이 증상과 병을 연합하는 실험에서 글룩과 바워 모형을 나타내는 신경망.

4. 요약

지금까지 의미에 기초한 두 가지 유형의 표상을 개관했다. 명제는 의미의 원자 단위를 표상하며 문장과 그들의 의미를 약호화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명제 간의 상호 연결은 기억 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익하게 쓸 수 있는 망조직을 정의한다. 이 장에서는 망조직이 기억현상을 이해하는데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몇몇 보기를 제시하였다 (예 : 와이스버그의 제약된 연상 과제). 기억에 관한 다음 두 장은 이 망조직 표상을 광범위하게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명제로 정의되는 망조직 구조로 간단하게 표상될 수 없는 지식의 특징들이 있다. 어떤 사실 세트는 도식이라는 큰 틀 속에서 질서 있게 짜여져 있다. 예를 들면, 식당에 관한 지식의 일부는 어떤 사건들이 거기서 발생할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함께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도식은 세부 특징들의 모여서 어떻게 물체를 정의하는지 또는 사건들이 모여서 어떻게 일화를 정의하는지와 같은 지식을 표상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무엇과 무엇이 함께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지를 알면 환경에서 무엇을 경험할지를 예측할 수 있다.

5. 일러두기와 읽을거리

이 장에서 논의된 명제 망조직의 정확하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기존 문헌들에서 기술된 내용들과는 다르다. 명제 정보의 표상 양식에 관한 구체적 제안들은 앤더슨 (Anderson, 1976), 앤더슨과 바워 (Anderson & Bower, 1973), 킨치 (Kintsch, 1974) 및 노먼과 러멜하트 (Norman & Rumelhart, 1975) 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념 지식의 표상에 관한 현재의 논점은 에스테스 (Estes, 1991), 노소프스키 등 (Nosofsky, Palmer, & McKinley, 1994), 그리고 보샤도와 오르토니 (Vosiadou & Ortony, 1989) 를 참조하라.

1970 년대에 공간 부호와 언어 부호만을 인정한 이중 부호론자들과 명제론자들 간에 논쟁이 있었다. 이 논쟁을 다룬 핵심 논문으로는 필리신 (Pylyshyn, 1973), 코슬린과 포머랜츠 (Kosslyn & Pomerantz, 1977), 팔머 (Palmer, 1978), 페이비오 (Paivio, 1975), 그리고 앤더슨 (Anderson, 1978a) 이 있다. 학자들은 이제 모든 표상들을 인정하는 포용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Pylyshyn, 1984 그리고 Paivio, 1986 을 읽어보라.) 이런 평가를 내리는 필자가 편파적일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필자가 바로 중다 표상 (multiple representation, Anderson, 1983) 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여러 유형의 표상이 어떻게 도식으로 통합되는지 알고자 한다면 필자의 이 책을 참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