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심리학 - 신경회로망적 접근 : 서론

 

인지 심리학 - 신경회로망적 접근 : Colin Martindale 저, 신현정 역, 교육과학사, 1994 (원서 : Cognitive Psychology : A Neural-Network Approach, Cole Publishing Co, 1991), Page 1~28

 

인지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심리학의 패러다임

     구조주의

     행동주의

     인지심리학

인지주의와 행동주의

정보처리와 행동주의

신경회로망과 정보처리

신경회로망과 마음

     기본원리

     교수와 주식중매인

현실적 응용

요약과 결론

 

 

인지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인지심리학은 사람들이 어떻게 정보를 받아들이고 저장하며 사용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다룬다. 인지심리학자들은 고장난 차를 수리한다든가, 아니면 장기를 두는 방법 등과 같은 전문화된 지식뿐만이 아니라 가능한 광의적인 의미에서의 보편적 지식에도 관심을 갖는다. 어떻게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가? 어떻게 친구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가? 어떻게 층계를 걸어 올라가는 방법을 기억하는가? 이러한 행위는 모두 특정 유형의 지식을 수반한다. 우리는 누구나 엄청난 양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인지심리학이 초점을 두는 물음들은 어떻게 우리가 이러한 정보를 획득하며, 저장하고, 사용하는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지식은 외부 사물 또는 사물들 사이의 관계를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심성 표상 (mental representation) 의 형태로 저장된다. 이러한 심성 표상은 외부세계를 지각하는 것에 바탕을 둔다. 그렇기는 하지만 지각이 우리에게 세계에 대한 직접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각은 능동적 과정으로써 세상에 대한 모형을 구성하는 과정이지, 외부현실을 그대로 복사하는 수동적 수용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게 될 것이다. 지각은 그 자체로 심성 표상이다. 지각은 두뇌 신경세포들의 활동패턴과 대응되는 것이지, 두뇌로 전달되는 현실의 복사물과 대응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지각은 외부세계에 존재하는 사물 못지않게 우리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에 의해서 결정된다.

심리학의 패러다임

구조주의

20 세기 미국 심리학에는 세 가지 주도적인 패러다임 즉, 학파가 있어 왔다 : 구조주의, 행동주의, 그리고 인지심리학. 금세기 초엽에는 심리학이 구조주의적 접근방식에 의해 주도되었다. E. B. Titchener (1910) 와 같은 구조주의자들은 마음의 연구가 심리학의 주제라고 주장하였다. 구조주의자들이 사용하던 많은 이론과 방법은 오늘날 인지심리학자들이 사용하는 것들과 매우 유사하였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던 몇몇 방법들은 주관적인 것들이어서 문제점을 야기하였다. 예컨대, 내성법 (introspection) 은 자신의 심리과정을 관찰하려는 시도이다.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심리과정에 주의를 기울이기는 한다. 그러나 구조주의자들은 그러한 우발적 관찰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였으며, 유용한 데이터를 얻으려면 관찰자가 내성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훈련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내성자로 하여금 연구자가 찾아낼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Titchener (1910) 모든 심적 사건이 '빨강', '거칠음' 등과 같은 단순감각 또는 "심성요소" 들로 구성된다고 생각하였다. Kulpe (1912) 는 이 생각이 틀린 것이며, 단순감각으로 구성되지 않는 의도나 의지행위와 같은 "무심상사고" 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Kulpe 와 Titchener 는 모두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는 내성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논쟁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으며, 이 논쟁은 Kulpe 의 주장에 대한 Titchener 의 반론으로 이어졌다. 내성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신뢰도가 낮으며 비과학적인 것이었다.

행동주의

J. B. Watson (1913) 이 주도한 행동주의자들은 내성법의 주관성을 비판하였다. 이들의 주장은, 행동이란 개인의 심적 사건과는 달리 외현적인 것이기 때문에 관찰자가 외현적 행동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신뢰로운 관찰을 한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없다. 두 사람이 동일한 행동을 관찰한다면 - 예컨대, 실험용 생쥐가 미로의 한 지점에서 왼쪽 또는 오른쪽을 선택하는 것 - 관찰한 내용에 동의할 수 있다. 내성법에 대한 행동주의자들의 비판은 계속되었다. Watson (1913) 은 심리학의 주제가 마음이 아니라 행동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심지어 행동을 예언하는데 심적 사건이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없다고까지 주장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심적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며, 심적 사건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점만을 부정한 것이다. 구조주의자들이 수행한 실험중에서 극히 일부분만이 내성법을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Watson 은 내성법을 빌미로 모든 구조주의 심리학이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 이것은 목욕물과 함께 아이까지 내다버리는 고전적인 만화에 비유될 수 있겠다.

행동주의자들의 생각으로는 심적 사건이 단순히 부수적 산물일 뿐이며,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우발적으로 심적 사건을 유발한다 (Skinner, 1975). 이러한 접근방식은 단순행동의 경우라면 - 예컨대, 개를 대상으로 한 Pavlov (1927) 의 조건형성 실험을 회상해보라 - 이해될 수 있다. 벨소리가 들리고나서 고기가루가 개의 입 속에 주어지는 몇 차례의 시행을 거치고 나면, 개는 벨소리를 들을 때마다 침을 흘리도록 조건형성된다. 따라서 자극 (벨소리) 이 반응 (침분비) 을 자동적으로 유발한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성을 갖는다. 실험상황에 관한 개의 생각을 고찰해보는 것은 설명에 아무 것도 보태주는 것이 없다. 행동주의는 처음에 하등동물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성공적이었으나, 언어와 같은 복잡한 인간능력을 설명하려는 문제에 직면하였을 때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Chomsky, 1959). 예컨대, 만일 언어학습에 대한 행동주의자들의 이론이 정당한 것이라면, 사람들은 지극히 단순한 문법적 문장 이상의 것을 학습하기도 전에 늙어 죽어버리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Miller, 1965). 행동주의가 언어와 같은 현상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제공하는 데 실패하였다는 사실이 인지심리학으로의 길을 열어놓게 되었다.

인지심리학

인지심리학은 마음의 본질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는 점에서 심리학의 처음 주제로의 회귀를 반영한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심리학의 주제가 행동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구조주의자들과 완전한 일치를 보인다. 그렇지만 Paivio (1975) 가 지적한 것처럼, 인지심리학은 주간적 방법이 아니라 객관적 방법을 사용한다. 즉, 심적 사건을 추론하기 위하여 외현 행동을 관찰한다. 행동주의자들은 행동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가지는 반면에, 인지심리학자들은 마음에 관하여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한에 있어서만 행동에 관심을 갖는다.

이 점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서 고전적 실험 하나를 보도록 하자. Collins 와 Quillian (1969) 은 피험자에게 언뜻 보기에 우스꽝스러운 질문들을 - 예컨대, "오리는 꽥꽥거립니까?", "오리는 눈이 있습니까?" 등등 - 던졌다. 실험에서 참가한 피험자들이 이러한 질문의 답을 알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Collins 와 Quillian 은 반응시간을 - 피험자가 정답을 내놓는 데 걸리는 시간 - 측정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 이들의 관심은 반응시간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반응 시간을 이용하여 지식이 저장되어 있는 방식에 대한 단서를 얻는 데 있었다. <그림 1> (A) 와 (B) 의 도식을 보자. 두 도식을 몇 개의 마디 또는 인지적 단위 그리고 마디들을 연결해주는 연계를 보여준다. 단어를 듣거나 보는 것이 그 단어에 해당하는 마디 하나를 활성화시키며, 활성화는 연계를 통해서 한 마디에서 다른 마디로 확산된다고 가정하자. 마지막으로, 질문에 의해서 활성화된 마디들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한 후에 특정한 활성화 수준에 도달하였을 때 피험자는 "네" 라고 답한다고 가정하자. 만일 <그림 1> (A) 에 나와 있는 모형이 타당한 것이라면 앞에서 제시한 두가지 본보기 질문에 답하는 데는 동일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활성화가 '오리' 와 '꽥꽥거림' 사이에서 확산되는 것만큼 '오리' 와 '눈'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확산된다. 한편, <그림 1> (B) 에 나와있는 모형은 마디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모든 동물들은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사실은 모든 개별 동물에 저장되기 보다는 단지 한곳에만 - '동물' 마디에만 - 저장된다. 이 모형에 따르면 "오리는 꽥꽥거립니까?" 에 대한 답이 "오리는 눈이 있습니까?" 에 대한 답보다 빨리 나오게 된다 (왜냐하면 '오리' 와 '꽥꽥거림' 사이의 거리가 '오리' 와 '눈' 사이의 거리보다 가깝기 때문이다). Collins 와 Quillian 의 결과는 <그림 1> (B) 에 나와있는 모형과 일치한다. 이 예는 심리적 구조를 밝히는데 어떻게 반응시간과 같은 행동적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만일 활성화가 마디간에 확산된다면, 한 마디의 활성화는 결국 다른 많은 마디들을 활성화시키게 되고, 다시 이 마디들은 또 다른 마디들을 활성화시키게 된다. 한 사람이 "I had to duck to avoid getting hit by the ball" 이라는 문장을 읽는다고 해보자. 각 단어를 읽는 것은 방금 기술한 것과 같은 마디들을 활성화시키게 된다. 이 문장에서 두 단어가 다의적 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라 ; 'duck' 은 새의 한 유형 또는 신속하게 머리를 숙이는 동작을 의미할 수 있으며 'ball' 은 무도회 또는 놀이에 사용되는 둥근 공을 의미할 수 있다. 다의어가 각 의미에 해당하는 마디들을 별도로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때, 문장의 전체 의미에 부적합한 마디는 활성화되지 않는 것인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부적합 의미도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사실을 알 수 있는가? 피험자로 하여금 위의 문장을 듣게 하는 동시에, 소위 어휘판단과제 (lexical decision task) 를 수행하도록 하였다고 해보자. 이 과제에서 피험자는 일련의 연속된 문자들을 보고나서 그것이 단어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두개의 단추 중에서 하나를 눌러 반응하여야만 한다. 여기서도 반응시간 즉, 문자의 연속이 제시되고 단어 여부를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관심을 갖는다. 만일 보여준 단어가 'quack' (꽥꽥거린다) 이라면, 피험자가 오리와는 전혀 무관한 문장을 들었을 때에 비해 위에서 예시한 문장을 들었을 때 더욱 신속하게 그것을 단어라고 판단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의어를 보거나 듣게 되면 적어도 1 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은 모든 의미를 부호화하는 모든 마디들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Simpson, 1984).

일반적으로 우리는 문장 속에 들어있는 다의어의 부적절한 의미를 의식하지 못한다. 문장이라는 맥락이 부적합한 의미를 부호화하는 마디에 비해서 적합한 의미를 부호화하는 (표상하는) 마디를 보다 강력하게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독자들 중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책의 주제와는 동떨어지고 전혀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을 의식했던 사람들이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생각들은 방금 앞에서 기술한 활성화의 확산이 단서가 되어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보았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깨닫지 못하는 자극도 마디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증거들도 있다. 만일 단어가 매우 짧은 시간동안 제시된다면, 사람들은 단어를 본 것인지 아니면 단지 불빛만을 본 것인지를 구별할 수가 없다. 단어가 제시된 후에 패턴차폐 (pattern mask, 문자나 도형이 제멋대로 배열되어 있는 자극) 가 뒤따르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Marcel (1983) 과 다른 연구자들은 그러한 순간적 노출이 결국에는 단어의 의미를 표상하는 마디에 다다르게 되는 직렬적 활성화를 개시한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다. 무엇인가를 지각하였다는 사실을 피험자가 의식적으로는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마디들은 부분적으로 활성화된다. 한 실험에서 Marcel 은 단어를 순간적으로 노출한 후에 패턴차폐를 제시하였다. 우선 피험자에게는 단어가 제시되었는지 아니면 아무 것도 제시되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피험자는 대답할 수가 없었으며, 단지 추측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후에 두 단어가 적힌 카드 한장이 주어졌고, 어느 단어가 앞에서 제시된 단어 (피험자가 못보았다고 보고한 단어) 와 동의어인지를 판단하도록 하였다. 심리학 실험의 피험자는 일반적으로 실험에 협조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이 경우에는 너무 지나친 것을 피험자에게 요구하는 감이 있다. 피험자들은 보지도 못한 것의 의미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항의하였다. 피험자들은 단지 추측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것은 어리석은 짓으로 보였으며, 따라서 실험 자체도 어리석은 것이었다. 아무튼 피험자들은 실험을 계속하였으며, 그들의 "추측" 은 우연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보였다. 확실하게 보지는 못하였지만 제시된 단어가 그 정의에 해당하는 마디를 부분적으로 활성화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실험이 피험자들로부터 상당한 항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Marcel 은 다른 접근방식을 시도하였다. 어휘판단과제에서의 정확 반응은 표적단어에 앞서 그와 관련된 단어가 제시될 때 촉진된다. 예컨대, 'butter' 를 영어단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이 단어에 앞서 다른 무관한 단어가 선행될 때에 비해 'bread' 와 같은 단어가 선행될 때 더욱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Meyer, Schvaneveldt, & Ruddy, 1974). 'bread' 를 부호화하는 마디로부터 'butter' 를 부호화하는 마디로 활성화가 확산된다. 'butter' 마디는 이미 부분적으로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그 단어가 실제로 제시될 때는 더욱 신속하게 완전한 활성화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Marcel 은 이 절차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그의 실험에서는 첫번째 단어가 매우 짧은 시간동안 제시되었기 때문에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보이지는 않지만 관련된 점화어가 반응시간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찾아내었다. 이러한 역치하 (subliminal) 또는 잠재의식적 (subconscious) 효과가 실재하는 것인지의 여부는 논란거리이다 (Holender, 1986). 그렇기는 하지만 이러한 실험들은 반응시간과 같은 철저하게 객관적인 행동의 측정지표를 통해서 마음의 작동원리에 관한 흥미진진하고도 탈직관적인 가설들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 것인지를 예시해준다.

인지주의와 행동주의

행동주의자들은 결국 유기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들은 자극에만 의존해서 반응을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자, 동기 또는 충동과 같은 "매개변인" 들을 상정하였다. 자극을 가지고 반응을 정확하게 예언할 수 있을 때에는 행동주의자들이 심리적 매개과정을 논의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었다. 동일한 상황에서 인지심리학자라면 자극과 반응을 연계시키는 내적 과정에 관심을 가졌을 것임에 반하여, 행동주의의 실질적인 관심사는 외현적이고 관찰가능한 행동에 있었다. 한편 인지심리학은 일차적으로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초점을 두며, 행동은 내적과정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한에 있어서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정보처리와 행동주의

처음에 인지심리학은 심리적 활동에 관한 물음에 대하여 "정보처리적" 접근방식을 시도하였다. 이 접근방법은 마음에 대한 컴퓨터 모형에 근거한 것이었다. 즉 인지심리학자들은 마음의 작동을 컴퓨터의 작동에 유추하여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다. 컴퓨터는 입력을 받아들여서 (예컨대, 키보드에서 일련의 키를 누르는 것), 질적으로 상이한 내적 표상으로 (예컨대, 전기 흐름의 패턴으로) 변형시킨다. 컴퓨터는 이러한 내적 표상에 조작을 가하여 출력으로 변형시킨다 (예컨대, 모니터에 나타나는 패턴). 출력은 입력이나 내적 표상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인지심리학이 발달하는 데 공헌한 한 가지 요인은 컴퓨터가 내적 표상에 조작을 가하여 명백하게 유용한 결과를 생성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인간은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 행동주의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 어리석게 보였다는 점이다.

특정한 시대에서 제기된 마음의 모형은 그 시대의 기술발달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생기론과 같은 초기의 견해는 그 시대의 농업경제를 반영한다. 마음은 식물과 마찬가지로 선험적으로 결정된 성숙패턴을 따르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기계공학이 출현함에 따라서 기계론적 은유가 뒤따랐다. 증기기관 시대에는 마음을 수압장 에 은유하는 것이 유행하였다. 마음을 열역학적으로 통제되는 "기계" 로 생각한 Freud 의 견해는 바로 그러한 모형의 대표적인 예이다. 행동주의자들의 전화스위치 모형은 과거의 모형들이 실패한 결과 때문에 제기된 것이 아니라 유기체의 행동과 전기스위치회로 사이의 유추에 의해서 제기된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컴퓨터 모형은 우리 자신에 대한 견해를 조성해내는 인간의 창의력을 다시 한번 조명해준다.

입력, 중앙처리과정, 그리고 출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언뜻 보기에는 자극, 매개변인, 그리고 반응을 이야기하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둘 사이에는 여러가지 차이점들이 있다. 행동주의 또는 자극-반응 심리학은 내적 사건들을 연합관계에 의해서 바라보았다. Bolles (1975) 에 따르면 행동주의 심리학은 소위 대응가정 (correspondence assumption) 에 근거한다. 대응가정이란 관찰할 수 있는 외적 사건 (자극과 반응) 과 관찰할 수 없는 내적 사건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가정을 말한다. 주어진 자극에 대한 반응의 강도가 변하는 것은 자극을 나타내는 신경사건과 반응을 나타내는 신경사건 사이의 결합 또는 연계의 강도가 변하였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따라서 내적 과정은 단지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일련의 자극-반응 결합으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관념이나 심상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목적, 의도, 또는 의지와 같은 이론적 구성체가 발붙일 여지가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이러한 구성체는 단순한 자극-반응 연합과 같이 간단하게 모형화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편 정보처리적 접근방식은 암묵적으로 컴퓨터 유추를 통해서, 내적 사건들을 단순한 연합이나 결합에 의해 용이하게 모형화할 수 없는 "프로그램" 또는 그 변형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Paivio (1975) 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인지심리학자들은 심리 활동의 기본 요소가 내현적인 자극, 반응, 또는 자극-반응 결합과는 질적으로 상이한 것으로 - 컴퓨터의 내적 활동의 요소가 입력이나 출력과는 질적으로 차이나는 것처럼 - 간주한다. 두번째 차이점이 보다 중요하다 : 전화스위치는 두 사람의 대화자를 연결시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않는 연계도구일 뿐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는 두 대화자 사이에 (자극과 반응 사이에) 무엇이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하였다. 인지적 접근방식은 이러한 강조점을 역전시켜서 사고와 의식과 같은 중추적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행동 자체의 법칙을 형성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심적 활동의 법칙을 추론하기 위하여 행동을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둔다.

신경회로망과 정보처리

은유는 한 개념을 설명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사용하면 도움보다는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마음은 어느 면에서는 컴퓨터와 같이 작동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덩굴 식물과 같이 작동하기도 한다. 최근 많은 인지심리학자들은 마음이 전형적인 컴퓨터처럼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Rumelhart, Hinton, & McClelland, 1986). 이들은 "컴퓨터 은유" 를 "두뇌 은유" 로 대치할 것을 제안한다. 심적 활동은 두뇌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모형은 확실히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인지심리학의 새로운 접근방식인 신경회로망 또는 연결주의 입장이 우리가 이 책에서 다루게 될 접근방식이다. <그림 1> 은 신경회로망의 조그만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기본 생각은 간단하다 : 모든 인지적 조작은 마디의 활성화 그리고 마디들 사이의 연계에 의해서 수행된다.

이 접근방식은 인지심리학의 정보처리적 접근방식과 어떻게 다른가? 언어에 대한 전형적인 인지적 설명을 보자. 기본 전제는 우리가 언어를 학습할 때 규칙의 집합을 학습하는 것이지, 단순한 자극-반응 연계의 집합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실험들은 이러한 규칙이 목록화될 수 있으며, 사람들이 그 규칙에 따라서 말을 이해하고 생성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론의 요체는 우리가 말을 듣거나 하게 될 때는 언제나 수행되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유사한 어떤 것에 그 규칙들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정보처리적 접근방식은 표상수준에서 현상을 기술한다. 즉 추상적 규칙들을 다룬다. 어떻게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학습되고 저장되며 수행되는가? 연결주의적 접근방식도 이러한 물음에 답하고자 시도한다. 이 접근방식은 정보처리 접근방식과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

언어의 경우를 보면, 우리가 추상적인 문법규칙을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규칙에 따라 무한한 수의 새로운 문장들을 생성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극소수의 규칙들만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언어에 대한 상징수준의 설명은 우리가 명확하고도 엄청나게 큰 문법규칙의 집합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러한 규칙의 대부분을 의식적으로 접근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Pinker, 1984). 연결주의적 이론가들은 우리가 이러한 방식으로 규칙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며, 규칙들은 언어 생성과 이해에 관계하는 마디들 사이의 연계강도에 함축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연결주의적 접근방식은 "상징 이하의 수준" 에서 현상을 기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연결주의 이론가들은 컴퓨터 또는 두뇌의 연결망을 구축할 때 어떻게 규칙이 실제로 배열될 수 있는가를 물음한다. 유추컨대, 'BASIC' 이나 'LISP' 과 같은 고급 수준의 컴퓨터언어로 쓰여진 프로그램은 상징적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수행되리라고 예상되는 과정들을 상징화한 진술로 표현한다. 프로그램이 기계언어로 컴파일될 때 이것은 상징이하의 수준이 된다. 즉 실제로 수행되는 사건을 지향하는 진술이 된다.

정보처리와 연결주의의 예언은 흔히 동일하다. 단지 차이점은 서로 다른 수준의 분석에 대한 이론으로부터 예언이 유도된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두가지 유형의 설명에는 두뇌가 정보처리이론가들이 제안한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없을 때 더욱 큰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보다 흥미를 끄는 것은 두뇌가 정보처리이론가들이 예상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거나 조작을 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정보처리 "프로그램" 을 수행할 수 있는 신경회로망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한가지 희망은 신경회로망이 정보처리 이론을 넘어설 수 있게 해주는 흥미진진한 출현특성 (emergent property) 을 가질 것이라는 점이다. 출현특성이란 전체는 가지고 있는 반면, 전체를 구성하는 성분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특성을 말한다. 예컨대, 물은 산소와 수소로 구성되어 있지만, 물의 특성은 수소나 산소 하나의 특성과는 매우 다르다. 물을 또다른 화학 물질과 결합시키면 새로운 출현특성이 나타난다 ; 두뇌는 98 % 이상이 물이지만, 순수한 물은 가지고 있지 않은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신경회로망은 마음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줄 것으로 보이는 출현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는 계열적으로 작동하는 -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하는 - 중앙처리장치 (central processing unit) 를 가지고 있다. 물론 매우 신속하게 처리하여 보통의 신경세포에 비해서 수백만배나 빠르게 작동하기도 한다 (Feldman & Ballard, 1982). 따라서 컴퓨터는 큰 숫자의 나누기 문제를 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두뇌가 컴퓨터보다 빠륵 수행하는 과제도 있다 : 예컨대, 시각 장면을 지시하고 이해하는 것. 그러한 경우에 두뇌가 컴퓨터와 같이 작동할 수는 없다 ; 두뇌는 컴퓨터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각의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두뇌가 컴퓨터와는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무엇보다도 두뇌는 소위 중앙처리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계열적인 방식으로 작동하지도 않는다. 두뇌는 마치 처리속도가 매우 느린 수많은 컴퓨터가 병행적으로 작동하며, 각가은 매우 세분화된 과제를 처리하는 데 공헌하고 있는 것과 같다.

예를 드는 것이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행동주의, 정보 처리적 접근, 그리고 연결주의적 접근방식 사이의 차이를 명백하게 보여줄 것이다. 형태화 조건형성 (configural conditioning) 에서는 두 자극이 - 예컨대, 빨간 불빛과 녹색 불빛 - 함께 주어질 때에만 유기체가 반응하도록 되어 있다. <그림 2> (A) 는 형태화 조건형성에 대한 전형적인 행동주의적 설명을 도식화하고 있다. 빨간 불빛을 나타내는 마디가 녹색 불빛을 나타내는 마디와 마찬가지로 반응을 통제하는 마디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배열은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빨간 불빛이나 녹색 불빛이나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물고기나 양서류의 동물을 다루고 있는 것이라면, 이러한 배열이 적합한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동물들은 형태화 조건 형성 과제를 학습할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Wickelgren, 1979a). 한편, 조류와 포유류가 이 과제를 용이학 학습하는 것을 보면 동물들도 두뇌가 서로 다르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림 2> (B) 는 Shiffrin 과 Schneider (1977) 의 정보처리모형에 근거한 한가지 가능한 정보처리적 설명을 도식화한 것이다. 이 그림의 유통도는 모든 유형의 심적 활동을 설명하기 위한 틀로서 제기된 보편목적 과정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장치들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사항은 설명이 정확한 수행을 위한 규칙들을 언급한 "프로그램" 이라는 점이다. <그림 2> (C) 는 연결주의적 설명을 나타내고 있다. 'AND' 라고 명명된 "숨어있는" 또는 "청크" 단위가 두 개의 입력이 모두 주어질 때만 활성화된다고 가정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Wickelgren (1979a) 은 적어도 인간에게 있어서는 마디들이 항상 이렇게 간접적인 방식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지하는 증거들을 개관하고 있다.  

 

일견 연결주의적 도식이 정보처리적 도식보다는 행동주의적 도식과 보다 유사하게 보인다. 이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연결주의 이론가들은 행동주의자들에 비해 훨씬 복잡한 "배선 구조" 를 상정한다 (필요하다면 언제나). 연결주의적 설명과 정보처리적 설명이 정말로 상반적인 것은 아니다 : 연결주의적 모형은 단지 정보처리적 프로그램이 두뇌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형태화 조건형성과 같은 단순한 과정에 대해서도 신경회로망적 접근방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보다 복잡한 과제에 있어서는 더욱 많은 사실들을 알려준다. 그 설명이 너무 복잡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정보처리적 설명에 만족해 할 수도 있다. 유추컨대, 당신이 전화의 작동방식을 알고자 하는 데, 만일 그 설명이 전체 배선구조에 들어 있는 트랜지스터들을 기술하는 것이라면 당신을 매우 실망시킬는지도 모르겠다. 개략적으로 말한다면 연결주의적 접근방식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보다 지각적인 심적작용에 대해 만족스러운 설명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정보처리적 접근방식은 보다 복잡한 인지과제를 설명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일반화가 가능한 이유는 연결주의적 접근방식이 지극히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이 접근방식은 특정한 수준의 복잡성을 넘어서면 지나치게 복잡해져서 붕괴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은 그 이유를 판단하기에 너무 이르다. 궁극적으로 연결주의와 정보처리적 이론의 상대적 장점은 우리가 다른 과학 이론들을 판단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결정될 것이다 ; 이론들이 동일한 예언을 한다면, 단순한 이론이 당연히 우선한다. 이론들이 상이한 예언을 한다면, 정확한 예언을 유도할 수 있는 이론이 확실한 잇점을 갖게 된다.

신경회로망과 마음

기본원리

인지에 대한 신경회로망 또는 병행분산 처리과정 (parallel-distributed processing) 모형은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왜 심리적 현상들을 경험하게 되는지를 설명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이 접근방식은 정보처리적 접근방식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차이점은 신경회로망 모형이 제시하는 설명 유형에 있다. 이름 자체가 내포하고 있듯이, 목표는 우리가 두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설명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모형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있다. 1930 년과 1940 년대에 Rashevsky (1948) 는 심적 현상에 대한 수많은 회로망 모형들을 제안하였으나, 그당시에는 두뇌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너무나 시대를 앞서간 것이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Rashevsky 의 이론들은 어려운 수학공식들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가 말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조차 없었다. 그후에 Rosenblatt (1962) 의 퍼셉트론 모형 (perceptron model) 은 상당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 모형은 많은 것들을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일으켰다. 그러나 이 모형은 많은 것들을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하였다 (Minsky & Papert, 1969). 그 결과, 회로망 모형은 관심 영역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Konorski (1967) 는 유용한 일반 회로망 모형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인지보다는 파블로프식 조건형성과 같은 주제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Konorski 의 이론은 그렇게 많은 주의를 끌어 모으지 못하였다. 1960 년대에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Grossberg (예컨대, 1969, 1980, 1987, 1988a) 는 마음에 대한 강력한 신경회로망 이론을 발달시켜왔다. Grossberg 의 이론은 복잡한 수학적 용어들로 기술되었기 때문에 그 이론이 얼마나 혁명적이며 중요한 것인지는 서서히 밝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최근에는 Rumelhart 와 McClelland (1982, 1986b) 와 같은 많은 이론가들이 Grossberg 의 이론보다 이해하기 쉬운 신경회로망 이론들을 제시하여 수많은 흥미 진진한 현상들을 멋지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Konorski, Grossberg, 그,리고 Rumelhart 와 McClelland 같은 이론가들의 연구에 일차적으로 근거하여 인지에 대한 신경회로망 이론을 보다 간결하고 이해하기 용이한 방식으로 소개하려는 것이다.

신경회로망 모형은 몇 가지 성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Rumelhart, Hinton, & McClelland, 1986).

회로망 모형에 따르면, 인지는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병행처리과정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모든 마디들이 각자가 하는 일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이다. 신경회로망 모형을 병행분산처리 모형이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음은 모든 유형의 상이한 소프트웨어들을 돌릴 수 있는 보편목적의 컴퓨터와는 다르다 ; 오히려 특수한 과제를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수많은 특수컴퓨터들의 집합에 더욱 유사하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란 없으며 ; 각 컴퓨터는 특수한 작업을 하도록 구조적으로 배선되어 있는 것이다. 학습이란 프로그램의 개정판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배선을 변화시키는 것에 해당한다. 한 분석기 또는 모듈 내에서는 계산이 계열적인 방식으로 수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두뇌는 컴퓨터와는 달리 계열적인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컴퓨터가 기억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을 필요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탐색을 수행하게 된다. 두뇌가 신경회로망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기억은 내용 자체가 주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 각 항목이 자동적으로 기억 속에서의 장소를 정의한다 - 한 자극이나 인출단서는 (다른 마디와의 연계를 통해서) 기억해내야 하는 정보를 부호화하고 있는 마디를 자동적으로 활성화시킨다. 기억해내는 작업이란 바로 그러한 마디들의 활성화를 말한다. 컴퓨터가 기억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아내게 되면, 그것에 조작을 가하기 위해서 CPU (중앙처리단위) 로 이동시키게 된다. 두뇌는 이러한 작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모든 계산이 바로 그곳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만일 기억을 마디들 사이의 연계강도로 정의한다면, 이러한 연계강도를 이동시킨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명확하지가 않다. 설령 이동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도대체 어디로 이동시킬 것인가? 두뇌는 CPU 를 가지고 있지 않다. 두뇌가 CPU 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두뇌가 또 다른 두뇌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Rychlak, 1987 을 보라).

인지에 대한 정보처리모형은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전통적인 컴퓨터가 작동하는 방식에 비유한다. 만일 이러한 유추가 적절한 것이 아니라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면 그러한 이론은 때때로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된다. 정보처리 모형은 일반적으로 처리집행자 (executive processor) 또는 이와 유사한 것을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Dodd & White, 1980 ; Shiffrin & Schneider, 1977). 이 처리집행자는 일반적으로 컴퓨터 내부에 존재하는 어떤 것보다도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에 더욱 가깝다. 처리집행자는 수의적으로 주의집중의 방향을 결정하고, 기억탐색을 수행하며, 의사결정하고, 단기기억과 장기기억 사이를 이동하는 것과 같은 일들을 한다. 회로망 모형은 그러한 처리집행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 두뇌도 처리집행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처리집행자란 다른 모든 마디나 분석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특정한 마디 또는 분석기라고 할 수 있다. 두뇌에는 이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모형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Rumelhart & McClelland, 1986b). 주의집중의 방향결정은 기계적으로도 설명될 수 있기 때문에 수의적으로 주의집중을 방향짓는 기제는 필요하지가 않다 (Grossberg & Stone, 1986). 기억탐색 기제도 "탐색" 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의미하는 것처럼 기억이 탐색되는 것은 아니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필요하지가 않다 (Wickelgren, 1979b). 만일 기억을 탐색한다는 것이 은유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명심한다면,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겠다 ; 그렇기는 하지만 그것이 은유임을 망각하고 진실인양 받아들이기가 십상이다. 우리가 의사결정을 하며 또한 할 수 있다고 해서 우리 머리속의 처리집행자가 그러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단지 문제를 다르게 표현해서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될 뿐이다. 만일 단기기억 또는 의식이 마디들의 활성화이고 장기기억은 마디들 사이의 연계강도라면, 한 기억에서 다른 기억으로 무엇인가가 이동하는 방식이나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이렇게 불필요하게 보이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처리집행자는 필요가 없다.

독자는 신경회로망 모형이 기계적이라는 사실에 당혹했을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과학적 설명은 본질적으로 기계적이다. 정보처리 이론가들은 마음을 컴퓨터에 비교하는데, 이러한 비교는 다른 어떤 것 못지 않게 기계적인 것이다. 정보처리 이론가들은 마음을 컴퓨터에 비교하는데, 이러한 비교는 다른 어떤 것 못지 않게 기계적이다. 정보처리 이론가들은 때때로 우리가 정서와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망각한다. 신경회로망 이론가들은 "두뇌 은유" 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신적 삶에 있어서 이러한 측면을 간과할 가능성이 비교적 적다. 정보처리이론은 명백하게 외현화시킬 수 있는 규칙이 지배하는 처리과정을 설명하는데 우수한 성과를 나타낸다. 신경회로망이론은 이러한 유형의 행동 뿐만이 아니라 규칙이 모호하고 직관적인 경우도 다룰 수가 있다 (Smolensky, 1988). 따라서 신경회로망 모형은 적어도 우리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다 충분하게 그리고 보다 완벽하게 설명할 것이라는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

교수와 주식중매인

이쯤해서 신경회로망 모형이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를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간단한 모형 하나를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일 듯하다. <그림 3> 에 나와있는 회로망은 McClelland (1981) 의 연구에 근거한 상호작용적 활성화 및 경쟁모형 (interactive activation and competition model) 이다. 회로망은 다섯 사람에 대한 정보와 관련되어 있으며, 각 사람은 그림 중앙에 있는 다섯개의 마디로 표상되어 있다. 이 마디들 속에는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다. 이 마디들이 표상하고 있는 정보는 다른 마디들과의 연계 속에 들어 있다.

 

다섯 사람의 속성들은 중앙원을 둘러싸고 있는 타원들 속의 마디로 표상된다. 회로망이 작동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 선들은 정방향의 흥분적 연계를 나타낸다. 우리는 동일원 속에 들어 있는 마디들 사이에는 상호간에 외측억제 (lateral inhibition) 가 작용한다고 가정한다. 한 마디가 활성화되면 자신이 속한 원 속의 다른 마디들을 억제하며, 자신과 연계되어 있는 다른 원 속의 마디들에 흥분을 전달한다. 흥분을 전달받은 마디들도 동일한 일을 수행한다. 흥분과 억제가 마디들 사이에 반향적으로 전달된 후에 어떤 마디들은 활성화가 극대화되고 다른 마디들은 억제된다.

원 사이의 선분들을 추적해보면 회로망이 정보를 저장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 예컨대, 회로망은 Joe 가 백인 남자교수이며 수바루 자동차를 몰고다니며 브리 치즈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Fred 도 Joe 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Harold 와 Frank 는 흑인 주식중매인이다. 이들은 모두 날렵한 차를 몰고 다닌다. Frank 는 휘즈 치즈를 좋아하지만 Harold 는 브리 치즈를 선호한다. 회로망은 사람들이 실제로 사고하는 방식을 닮은 몇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내용이 스스로 주소를 가질 수 있는 (content addressable) 기억이다. 회로망에 Claudia 에 대해 묻는 것은 그녀의 이름을 부호화하고 있는 마디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된다. 곧이어서 그녀의 특성을 부호화하고 있는 마디들이 자동적으로 활성화된다. 그녀를 알기 위해서 기억을 탐색할 필요가 없다. 단지 물음을 던지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정보가 인출된다. 즉, 그녀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마디가 활성화된다. 회로망은 또한 생략시 배정기능 (default assignment) 을 보여준다. 탈락된 정보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추측" 을 한다. 브리 치즈를 부호화하는 마디는 Claudia 에 대한 질문을 회로망에 던지고 나면 부분적이나마 활성화되기가 쉽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Claudia 가 교수이기 때문에 브리 치즈 마디가 교수를 부호화하는 마디로부터 활성화를 전파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적 활성화는 Claudia 가 브리 치즈를 좋아한다는 "가설" 로 해석될 수 있다 (Rumelhart, Hinton, & McClelland, 1986). 회로망은 또한 자발적 일반화 (spontaneous generalization) 를 하는데, 이것은 지극히 바람직한 특성이라 하겠다. 만일 사람들이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모든 사실들을 개별적으로 학습하여야만 할 것이다. 천마리의 오리를 보고난 후에도 새롭게 접하는 오리가 지저귀지 않고 꽥꽥거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만일 편파적인 사례표집에 노출되게 되면 바로 이 일반화 능력이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다.위의 회로망에게 흑인남자가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다면, 날렵한 차를 몰고 다니는 주식중매인들이라고 대답하기가 십상이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회로망은 모든 백인남자는 일제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교수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회로망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심리학적 모형이라는 견지에서 보면, 이것은 오히려 좋은 점이다. 많은 사람들도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로망을 보다 많은 사람들의 정보에 노출시킴으로써 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회로망이 노출되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엉터리 일반화를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현실적 응용

지난 수년동안 신경회로망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관심은 부분적으로 인간의 심리적 행동의 측면들을 설명하는 데 정보처리적 접근방식보다는 신경회로망적 접근방식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인지심리학자들의 몫이다. 보다 많은 관심을 인공지능 연구자들과 컴퓨터과학자들이 - 이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우수한 컴퓨터를 만들어 내는 데 초점을 두는 연구자들이다 - 나타낸다. 만일 이들이 마음의 작동방식을 연구한다면 사람같이 작동하는 컴퓨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당신이 개인용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면 컴퓨터의 한 가지 큰 문제를 알고 있을 것이다 : 입력의 병목현상 즉, 모든 정보가 키보드를 통해서 컴퓨터로 전달된다는 점. 이 과정은 느리며, 유능한 타자수에게조차도 지겨운 것이기 때문에, 컴퓨터가 해야 할 일을 말로 직접 전달할 수 있다면 대단히 효율적일 것이다. 인간의 말을 재인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연구가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완벽한 방법이 하나도 없다. 단어는 천천히 그리고 명확하게 발음되어야 하며, 기계는 단지 한 사람의 발음만을 재인할 수 있을 뿐이다.

만일 컴퓨터가 말을 재인할 뿐만이 아니라 이해할 수도 있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적절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컴퓨터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겠다. 컴퓨터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언어를 가르쳐주든지간에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작성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문제는 컴퓨터에게 단어들의 의미를 가르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 옥스포드 영어사전의 모든 내용과 언어학자들이 발견한 모든 문법규칙들을 컴퓨터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하는 말을 대부분 이해하지도 못하는 지극히 복잡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자세하게 들어보면, 놀랍게도 문법적으로 완벽하고 정확한 문장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단지 부분만을 말할 뿐이며, 그 말을 듣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가 말하는 것의 의미를 맥락을 통해서 찾아내도록 요구한다. 의미의 수준에서 볼 때, 언어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은유적이다 (Lakoff & Johnson, 1980). 우리는 끊임없이 화제를 "끄집어내어", "논쟁하며", 화제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바꾸기도" 한다. 이것과 관련된 문제는 의미가 맥락에 지극히 민감하다는 점이다 : 동일한 단어가 맥락에 따라서 아주 다른 것을 의미할 수 있다 ; 예컨대, 우리는 상당히 많은 지칭대명사 (앞에서 언급하였던 명사를 암묵적이든 아니면 명시적이든 다시 지칭하는 대명사) 들을 사용한다. 사람은 지칭대명사를 사용하는 데 별 문제가 없지만 컴퓨터는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이해란 많은 느슨한 제한성과 암묵적 지식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컴퓨터는 이진법적인 기계이기 때문에 느슨한 제한성에 대처할 수가 없다. 컴퓨터는 직관에 대처할 수도 없다. 컴퓨터는 절망적이라고 할만큼 구체적인 기계이다. 거의 모든 문장은 하나 이상의 불명확한 참조물이나 은유를 담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문제되지 않는 컴퓨터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우리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여 우리가 말하는 것을 실제로 이해할 수 있는 컴퓨터를 개발하였다고 가정하자. 그러한 컴퓨터의 진정한 용도는 무엇인가? 예컨대, "가서 빵 한 덩어리를 가져오라" 는 문장을 보자. 컴퓨터가 실제로 이 문장은 "수퍼마케트에 가는 것" 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과 빵을 가져오라는 것은 단지 집어오는 것이 아니라 돈을 지불하고 집으로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하였다고 가정하자. 우리에게는 아직도 상당한 출력상의 문제점이 남아 있다 : 컴퓨터는 걷거나 운전을 할 수가 없다. 인공지능 연구의 한가지 궁극적 목표는 바로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컴퓨터, 즉 로보트를 개발하는 것이다. 로보트 컴퓨터는 우리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 수도 있고, 빨래를 할 수도 있으며, 집에 페인트칠을 할 수도 있는 등, 우리가 명령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가 있다. 우리는 그러한 로보트를 갖게 될 것인가?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장래에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들의 배선방식은 현재 사용중인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오히려 두뇌의 배선방식에 보다 유사한 것이 될 것이다. 두뇌는 매우 빠르고 효율적인 시각, 이해, 근육운동 등을 할 수 있도록 배선되어 있는 반면에, 전통적인 컴퓨터는 아무리 처리속도가 빠르다고 하여도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는 매우 느리고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신경회로망을 연구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신경회로망 컴퓨터는 우리의 삶을 철저하게 개혁시킬 로보트의 두뇌가 될 것이다.

요약과 결론

인지심리학은 지식이 획득되고, 저장되며, 사용되는 방식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또한 인지심리학은 현재 심리학을 주도하는 패러다임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심리학 최초의 패러다임은 구조주의로써, 내성법에 의존한 결과로 난국에 봉착하였다. 두번째 패러다임이 행동주의이며, 하등동물의 행동은 성공적으로 설명하였지만,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인지심리학은 지식이 심성 표상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인지에 대한 정보처리적 접근방식은 컴퓨터와 마음 사이의 유추에 크게 의존한다. 비록 둘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컴퓨터는 인간의 마음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반면 신경회로망 이론가들은 "두뇌 은유" 에 의존한다. 이들은 우리가 두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인지이론을 구성하고자 노력한다. 신경회로망을 연구하는 실제적인 양상은 연구자들이 이미 두뇌의 기능방식을 모사하는 신경회로망 컴퓨터를 가지고 연구하는 데까지 와 있다. 이러한 연구의 한 가지 목표는 우리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우리가 명령하는 것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로보트를 개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