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과학

 

인지 심리학과 그 응용 : John R. Anderson 저서, 이영애 옮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0  (원서 :  Cognitive Psychology and Its Implication (4th ed), 1995), Page 19~50

 

1. 동 기

     (1) 지적 호기심

     (2) 다른 분야에 주는 함의

     (3) 실제 응용

     (4) 이 책의 사용법

2. 인지심리학의 역사

     (1) 초기 역사

     (2) 독일 심리학

     (3) 미국 심리학

     (4) 인지심리학의 재등장

     (5) 정보 처리 분석

     (6) 논점 : 환경의 역할

     (7) 논점 : 생리학의 역할

3. 신경계

     (1) 뉴 런

     (2) 정보의 신경 표상

     (3) 지향학적 체제화

 

인간 종족은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 또는 '인간, 곧 지능 소유자' 라고 불린다. 이 말은 지능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해 준다는 뜻이다. 인지심리학은 인간 지능의 성질과 그 작용 방식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인지심리학자들이 인간 지능의 다양한 측면들에 관하여 발견한 사실들을 다룬다. 이 장에서는 다음 질문들에 답하려 한다 :

1. 동 기

(1) 지적 호기심

사람들이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알고자 하는 의욕을 부추기는 과학적 탐구심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인지심리학자는 시계의 작동 방식을 알고 싶어하는 수리공과도 같다. 사람의 마음은 놀랄 만한 적응력과 지능을 보여 주는 매우 흥미로운 장치이다. 사람들은 흔히 인간 인지의 비상한 측면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세계 각지의 사건들을 텔레비전 뉴스로 생방송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 축적을 쉽게 간과하듯이, 그 뉴스를 이해하고 즐기려면 인간의 심리 과정이 얼마나 정교해야 하는지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이러한 지적 정교성 (intellectual sophistication) 을 가능케 하는 기제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동기는 당연한 것이다.

사람 마음의 내적 작용은 오늘날 가장 복잡한 기술 공학 체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 AI) 분야의 연구자들은 컴퓨터의 지적 행동을 보여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 분야의 연구가 35 년 이상 활발했고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기는 했으나 AI 분야의 연구자들은 인간의 지능에 걸 맞는 컴퓨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 현재의 어떠한 프로그램도 인간의 능력에 근사할 정도로 사실들을 회상하고, 문제들을 풀고, 추론하고, 학습하고 또 언어를 처리하지는 못한다. 이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컴퓨터가 인간의 뇌보다 열등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지능이 어떻게 체제화되었는지를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 지능에 어떤 마술적인 요소가 있거나 컴퓨터에 기반을 둔 모형에 어떤 불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예컨대, 과학 발견을 살펴보자. 과학 발견은 인간 지능의 궁극적 산물로서 이해하기 힘든 자료들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의 비상한 통찰력을 요구한다.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려면, 상당한 창의성과 독특한 연역 추리 능력 모두가 필요하다. 1978 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 (Herbert A. Simon) 은 지난 35 년간 인지심리학을 연구해 왔다. 그는 최근 과학과 관련된 지적 성취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와 동료들 (Langley, Simon, Bradshaw, & Zytkow, 1987) 은 행성 운동의 법칙에 관한 케플러 (Johannes Kepler) 의 발견, 옴 (Georg Simon Ohm) 의 전기 회로 법칙, 그리고 화학 반응 법칙과 같은 과학적 업적이 포함된 문제 해결 활동을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들은 인공 지능 분야에서 가장 인상적인 업적들이다. 사이먼은 널리 알려진 자신의 과학 발견 (Simon, 1989) 을 포함한 심적 과정들을 또한 다루었다. 그는 모든 과학 발견 과정들이 인지심리학에서 현재 연구되고 있는 기초 인지 과정들로 설명될 수 있음을 알았다. 사이먼은 과학 발견 과정에 포함된 수많은 활동들이 다름 아닌 잘 알려진 문제 해결 과정 (8 장과 9 장에서 다루어짐) 이라고 진술하고 다음과 같이 덧 붙인다 :

더 나아가, 발견에 요구된다고 여겨지는 통찰은 잘 알려진 재인 (recognition) 과정과 비슷하며, 창의적 직업을 다룰 때 흔히 쓰는 다른 용어들 – 예를 들어, '판단', '창의성' 또는 '천재' 라는 말들 – 은 전혀 필요 없거나, 통찰과 마찬가지로,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는 개념으로 정의될 수 있다. (p.376)

이처럼, 사이먼의 기본 주장은 천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찬란한 결과를 생산하기 위하여 복잡한 방식으로 함께 작용하는 기본 인지 과정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Weisberg (1986), Creativity : Genius and other myths 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이러한 기본 인지 과정들에 관해 연구된 바를 기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는다.
 

    기본 인지 과정들은 과학 발견과 같은 훌륭한 지적 묘기의 기초가 된다.

(2) 다른 분야에 주는 함의

심리학의 다른 분야 또는 사화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나 연구자들이 이 책에 소개되는 인지심리학의 발전을 계속 알고 싶어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인지심리학은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기본 기제를 밝히는 데 관심이 있으며, 이 기제들은 다른 사회과학 분야들에서 연구하는 행동을 이해하려 할 때 중요하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어떻게 사고하는지를 이해하면 어떤 사고가 왜 역기능을 일으키는지 (임상심리학), 사람들이 타인 또는 집단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사회심리학), 왜 설득이 왜 효과가 있는지 (정치학), 경제에 관한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경제학), 어느 한 방법으로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다른 방법으로 하는 것보다 왜 더 효과적이고 안정된 방법인지 (사회학), 또는 자연어에 어떤 제약이 왜 있는지 (언어학) 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인지심리학은 모든 다른 사회과학의 기초를 연구한다. 물리학이 화학을 포함한 다른 자연과학의 기초이듯이 인지심리학은 다른 사회과학의 기초이다.

그렇지만, 사실 여러 사회과학이 인지심리학에 기초하지 않고 발전해 왔다. 두 가지 사실이 이 상황을 설명한다. 첫째, 인지심리학이 별로 발전하지 못했다. 둘째, 다른 분야의 사회과학자들은 그들이 관심 있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인지 기제와는 무관한 고차 원리를 쉽게 찾아 내었다. 예를 들면, 경제학자들은 사람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10 장의 주제임) 를 실제로 고려하지 않고도 합리적 의사 결정을 논한다. 그러나 이런 분야에서 밝혀지지 않았거나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만일 이 고차 원리들이 인지 기제라는 용어로 어떻게 설명되며 또한 이 기제를 고차 현상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면, 우리가 문제 삼는 현상을 더 확고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의 결정 행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합리적 결정 행동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처방에서 벗어나는 현상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서 인지심리학이 다른 사회과학 분야에 갖는 함의가 정리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인지심리학은 다른 많은 사회과학 영역에 기초를 제공한다.

(3) 실제 응용

현상을 이해하려는 욕구가 어느 과학에서나 마찬가지로 인지 심리학 연구의 한 중요한 동기이지만, 이 분야의 실제 함의가 두 번째의 중요한 동기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지식과 지적 기술을 어떻게 획득하며 지능의 묘기를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들의 지적 훈련과 아울러 그 수행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인지심리학자들이 밝히고 있는 마음에 관한 지식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겪는 많은 문제들은 그들 자신에게 부과된 인지적 요구를 다루지 못하는 역부족에서 비롯된다. 이 문제들은 그들이 현재 경험하는 '정보 폭발'과 기술 혁명에 의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인지심리학은 이제 방금 이 문제들을 다루기 시작하고 있으나, 일상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고 긍정적인 통찰들은 이미 드러나 있다. 인지심리학은 법 (예 : Loftus, 1979, 목격자의 증언의 신뢰성에 관하여), 컴퓨터 체계의 설계 (예 : Card, Moran, & Newell, 1983, 워드프로세서에 관하여), 그리고 교수법 (예 : Gagné, Yekovich, & Yekovich, 1993, 교실 수업에 관하여) 에 적용되어 왔다.

이 책의 여러 내용은 인지심리학 연구가 학습 기법에 관해 시사하는 함의를 보여 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그것이 제시하는 가르침을 배운 학생들은 어느 정도 그들의 지적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이다. 9 장에서 소개하겠지만, 필자의 실험실에서는 인지심리학의 지식과 인공 지능 기술학을 병합하여 학생들이 수행을 상당히 향상시키는 '지능적 (intelligent)' 컴퓨터를 만들었다 (Anderson, Corbett, Koedinger, & Pelletier, 출판중).

인지심리학을 공부하고 인지심리학을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시키려는 이유는 사람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지적 추구를 하게 하기 위함이다. 다음 절에서는 이 주장의 타당성을 제시할 것이다. 예컨대, 이 책을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위하여 인지심리학이 시사하는 함의가 무엇인지 요약할 것이다.
 

    인지심리학의 연구 결과는 사람들의 지적 수행을 향상시키는 데 쓰인다.

(4) 이 책의 사용법

인지심리학의 기여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이와 같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밝힐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기억을 다룬 7 장과 언어 처리를 다룬 12 장에서 소개된다. 학생들이 이 책을 읽을 때 그 방법을 쓰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이 책과 같은 경우, 각 절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여 그 중심 내용이 어떻게 체제화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필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이런 식으로 읽도록 하기 위하여 각 적의 끝에 그 절의 핵심 내용을 짧은 요약문으로 제시하였다. 또한 독자들의 기억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공부 방법을 권하고 싶다. 이것은 7 장에서 소개되는 PQ4R 방법의 변형이다.

각 장의 마지막에서는 다음과 같은 복습 과정을 밟아야 한다.

5. 핵심 내용을 생각하면서 책을 철저히 검토하라. 이미 2 단계에서 만든 질문들과 새로 생각나는 질문들에 답하도록 하라. 만일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면, 시험에 대비한 질문들을 만드는 것도 좋다.

이러한 공부 방식이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책 내용은 질문을 만들고 또 이에 답하면서 그 책을 여러 번 읽으면 더 잘 기억된다.

2. 인지심리학의 역사

(1) 초기 역사

서구 문명에서 인간의 인지에 관한 관심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플라톤 (Platon) 과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 는 지식의 성질과 기원에 관해 논할 때 기억과 사고를 다루었다. 그 성격이 원래 철학적이었던 초기의 논의들은 수세기에 걸친 논쟁으로 발전하였다. 이 논쟁은 모든 지식이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경험론 (empiricism) 과 아동들이 이미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생득론 (nativism) 간의 입장 차이였다. 경험론을 주장하는 로크 (John Locke), 흄 (David Hume), 밀 (John Stuart Mill) 과 같은 영국의 철학자들과 생득론을 제안하는 데카르트 (Rene' Descartes) 및 칸트 (Immanuel Kant) 와 같은 대륙의 철학자들 간의 이 논쟁은 17, 18 및 19 세기에 더욱 격렬하였다. 이 논쟁의 핵심은 철학적이었으나, 그 방향이 때때로 인간 인지에 관한 심리적 사색으로 바뀌었다.

철학적 논쟁이 오래 지속되는 동안, 천문학, 물리학, 화학, 그리고 생물학과 같은 과학이 현저히 발전하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인간의 인지를 이해하기 위하여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 상태가 19 세기 말까지 지속되었다. 일찍이 인지심리학 연구를 막는 아무런 기술적 또는 개념적 장벽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상, 수많은 인지심리학 실험들은 그리스 시대에도 할 수 있었으며, 또 그 시대에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인지심리학은, 다른 과학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자신과 본성에 대한 스스로의 자기 중심적, 신비적 및 혼란된 태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19 세기 전에는 인간의 심리 작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의 역사는 단지 100 년에 불과하므로, 다른 과학에 비하여 많이 뒤떨어졌다. 인간의 인지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내향적인 작업에 임할 때 생길 수 있는 오해를 벗어나는 데 100 년이나 걸렸다.
 

    인간의 인지가 철학적 사색보다는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음을 깨닫게 된 것은 지난 100 년에 불과하다.

(2) 독일 심리학

심리학이 하나의 과학으로 시작되었다고 보통 언급되는 시기는 빌헬름 분트 (Wilhelm Wundt) 가 독일 라이프치히에 심리학 실험실을 처음으로 만든 1879 년이다. 분트는 많은 주제를 광범위하게 생각하였으나, 그의 심리학은 (비교, 임상, 또는 사회와 같은 심리학 분야와는 대조적으로) 인지심리학이었다. 분트와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 그리고 다수의 초기 심리학자들이 사용한 연구 방법은 내성 (introspection) 이었다. 내성법에는 고도로 훈련된 관찰자들이 치밀하게 통제된 조건에서 자신의 의식 (consciousness) 내용을 보고 하였다. 이 방법은 마음의 작용을 스스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분트와 내성법을 사용한 심리학자들은, 영국 철학자들의 경험주의에 의존하여, 철저한 자기 성찰이 사고를 구성하는 초보적 경험을 드러낸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인지이론을 발전시키려는 심리학자라면 내성 보고의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들기만 하면 되었다.

내성 실험의 예를 보자. 메이어와 오르트 (Mayer & Orth, 1901) 는 피험자들에게 자유 연상 (free association) 과제를 주었다. 실험자들은 피험자들에게 단어 하나를 말해 주고 피험자들이 이 단어에 대한 반응어를 생성하는 데 걸린 시간을 측정하였다. 그 다음 피험자들은 자극이 제시된 후 반응어를 생성할 때까지의 모든 의식 경험을 보고 하였다. 이 방법이 어떤 것인지 알아 보기 위하여, 다음 단어들 각각에 대한 연상어를 생성한 수, 단어를 읽고 연상을 발전시키기까지 경험한 모든 의식 내용을 내성하도록 하라 :

메이어와 오르트의 실험에서, 많은 피험자들은 의식 경험을 말로 나타낼 수 없다고 보고 하였다. 의식 내에 있었던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이 실험실의 피험자들이 일상적으로 보고하는 감각, 심상 등과 같은 것들을 포함하지 않은 듯하였다. 이 결과는 심상 없는 사고 (imageless thought) 에 관한 문제. 즉 의식 경험이 과연 그 구체적 내용이 없어도 가능한 것인지에 관한 논쟁을 야기시켰다. 4 장과 5 장에서 보겠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20 세기의 전환기에 독일 심리학자들은 마음의 작용을 연구하는 데 내성을 사용하였다.

(3) 미국 심리학

분트의 내성심리학이 미국에서는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했다. 초기 미국 심리학자들이 소위 '내성' 이라고 부른 것은 독일 사람들이 행하던 마음의 내용에 관한 철저한 분석이 아니었다. 오히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일종의 부업 비슷한 것이었으며, 역기서 자기 성찰은 철저하고 분석적이기 보다는 우연적이고 자성적이었다. 윌리엄 제임스 (William James) 의 『심리학 원리 (Principles of Psychology)』 (1890) 는 이러한 전통의 진수를 보여주며, 그가 제안한 많은 것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타당하며 수긍할 만하다. 미국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실용주의와 기능주의 철학 학설들이 이끌었다. 당시 많은 심리학자들은 교육에 종사하였고,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행위 지행적' 심리학이 요구되었다. 미국의 지적 풍토는 의식의 내용이 감각이든 아니든 그와 같은 질문에 초점을 둔 심리학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의 초기 과학 심리학에서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은 에드워드 손다이크 (Edward Thorndike) 로서 그는 학교 장면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학습 이론을 개발하였다. 그는 강화와 처벌이 학습 속도에 주는 영향과 같은 기본 질문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보기에 의식경험은 무시해도 되는 과도한 짐에 지나지 않았다. 매우 빈번히, 그는 고양이와 같은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실험하였다. 동물이 실험에 관한 한 인간보다 윤리적 제약이 훨씬 적었으며, 손다이크는 피험 동물들이 내성할 수 없었다는 점을 만족스럽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내성법이 미국에서는 20 세기 초엽에 무시되었지만. 대륙에서는 점차 문제시되었다. 실험실마다 서로 다른 유형의 내성을 보고하고 있었는데 - 각각의 내성 보고는 해당 실험실에서 나온 이론과 부합하는 것이었다. 내성법이 사람들에게 심리 작용을 들여다보기 위한 깨끗한 창을 제공하지 못했음이 점차 분명해졌다. 인지 기능 가운데 중요한 많은 부분들이 의식 경험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내성법의 '부적절성' 과 명백한 모순, 이 두 요인들이 1920 년경 미국 심리학에서 행동주의자들에 의한 위대한 혁명의 토대가 되었다. 존 웟슨 (John Watson) 을 포함한 행동주의자들은 내성주의뿐만 아니라 심리조작론을 발전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맹렬히 공격하였다. 행동주의 (behaviorism) 에 의하면, 심리학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에 전적으로 관여하며 이 행동에 내재하는 심리 작용은 분석하지 말아야 했다 :

행동주의자의 계획과 여기서 나온 쟁점들은 인지심리학에서 40 년간 쌓아온 진지한 연구들을 거의 없애 버렸다. 쥐가 인간을 대신하여 주요 실험 대상이 되었고, 심리학은 무엇이 학습될 수 있는가를 발견하기 위해 동물의 학습과 공기를 연구하게 되었다. 많은 사실들이 발견되었으나, 인지심리학과 직접 관련된 것은 거의 없었다. 행동주의의 기여 중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인지심리학을 포함하여 모든 심리학 분야의 실험 연구에 필요한 정교하고 엄격한 기법과 원리를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행동주의자들이 어떻게 하여 마음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었으며 또한 그 입장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수하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단순히 내성이 신뢰롭지 못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내적 구조와 과정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킬 수 없었음을 뜻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다른 방법들이 요구되었음을 뜻한다. 물리학에서는 원자 구조를 직접 관찰할 수 없었고 단지 추론할 수 있었을 뿐인데도 원자론이 발전하였다. 그러나 행동주의자들은 내적 구조에 대한 이론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였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이 옳았는지도 모른다 (Anderson & Bower, 1973, pp. 30 – 37 참조). 그러나 내적 구조에 대한 이론은 인간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해준다. 인지심리학은 지난 40 년간 복잡한 지적 과정을 분석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심리 구조와 과정과 같은 개념을 가정하는 것이 유용함을 입증하였다.

내성주의와 행동주의 모두에서, 인간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전력을 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성주의자들은 자기 관찰력을 소박하게 믿었다. 행동주의자들은 자기 기만에 빠질까봐 지나치게 두려워했으므로 심리 과정을 생각하지 않으려 하였다. 현대의 인지심리학자들은 자신들의 관심 주제를 매우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들은 인간 인지를 상당히 편견 없이 대하며 다른 복잡한 체계에 접근하듯이 이 문제를 다룬다.
 

    미국 심리학의 첫 반 세기를 지배하였던 행동주의는 행동을 설명할 때 심리 구조를 고려하지 않았다.

(4) 인지심리학의 재등장

오늘날의 인지심리학은 1950 년부터 1970 년까지 20 년에 걸쳐서 출현하였다. 현대 인지심리학의 발달은 세 가지 주요 영향력에 의해 설명된다. 첫째는 인간의 수행 (human performance) 에 관한 연구로서 제 2 차 세계대전 중 군인들에게 복잡한 장비를 다루는 훈련을 시키고 주의력을 키우는 문제의 해결에 상당히 기여하였다. 행동주의는 이러한 실용적 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따라서, 전쟁중에는 연구의 방향이 응용쪽으로 많이 기울어졌으나, 전쟁 후 심리학자들이 대학교의 실험실로 되돌아오면서 연구의 성격이 다분히 심리학적으로 되었다. 영국 케임브리지 응용심리학연구소의 심리학자 도널드 브로드벤트 (Donald Broadbent) 의 연구는 인간의 수행에 관한 생각과 정보론 (information theory) 이라는 영역에서 발전되었던 생각을 통합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정보론은 정보 처리 과정을 추상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당시 그의 연구는 주로 지각과 주의에 한정되었지만, 현재 그의 분석 방법은 인지심리학 전반에 확산되어 있다. 정보 처리 접근의 특징은 이 장의 끝에서 논의된다. 인지심리학에서는 다른 유형의 분석도 있지만 정보 처리가 지배적 견해이며 그것이 또한 이 책의 주된 견해이기도 하다.

정보 처리 접근의 발달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는 컴퓨터 과학, 특히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 AI) 의 발달로서, 인공지능은 컴퓨터로 하여금 지적으로 행동하게 한다. 카네기 멜런대학교의 앨런 뉴웰 (Allen Newell) 과 허버트 사이먼 (Hebert A. Simon)은 지난 40 년 간 인공지능의 시사점을 인지심리학자들에게 알려 왔다. (그리고 인지심리학자의 함의를 인공지능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컴퓨터에 기초한 이론들이 인지심리학에 준 직접적 영향은 항상 미미했다. 반면, 간접적 영향은 대단히 컸다. 수많은 컴퓨터 과학 개념들이 심리학 이론에 채택되었다. 아마도 더욱 중요한 것은, 기계의 지능적 행동을 어떻게 분석할 수 있는가를 관찰함으로써 인간의 지능을 분석하는데 대한 금지와 오해에서 벗어나도록 만든 것이었다.

인지심리학에 영향을 준 세 번째 분야는 언어학이다. 1950 년대에, MIT 의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 (Noam Chomsky) 는 언어 구조를 분석하는 방법을 발전시키기 시작하였다. 그의 작업이 보여 준 바는, 언어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에 이미 확산되어 있는 행동주의의 기본 이론들로는 그 복잡성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촘스키의 언어 분석은 인지심리학자들로 하여금 행동주의 개념들을 철회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조지 밀러 (George Miller) 는 1950 년대와 1960 년대에 하버드대학교에 있으면서 이 언어 분석으로 심리학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새로운 언어 연구 방법을 밝히는 데 교량적 역할을 하였다.

인지심리학은 1950 년대 이후에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매우 중요한 한 사건은 울릭 나이서 (Ulric Neisser) 의 저서 『인지심리학 (Cognitive Psychology) 이 1967 년에 출간된 것이었다. 이 저서는 인지심리 분야에 새로운 정당성을 부여했는데, 지각 및 주의에 관한 여섯 개의 장과 언어, 기억 및 사고에 관한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이와 같은 장들의 분배가 이 책에서 지각에 관한 한 개의 장과 언어, 기억 및 사고에 관한 열 한 개의 장으로 분배된 것과 뚜렷이 대조됨을 주목하라. 이 책에서 장들의 분배는 고등 심리 과정들이 점차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나이서의 책에 이어서, 또 다른 중요한 사건은 1970 년에 『인지과학 (Cognitive Science)』이라는 학술지의 출간에서 비롯되었으며, 인지심리학과 인지과학은 중복된다. 이 둘의 차이를 규정 지으려는 것이 유익하지 않으나, 인지과학은 심리학의 다른 분야에서는 주요 방법으로 쓰이지 않는 인지 과정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computer simulation), 논리 분석 등의 방법을 빈번히 사용하는 한편, 인지심리학은 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행동주의 시대에 발전된 실험 방법에 많이 의존한다. 이 책에는 모든 방법을 끌어 쓰고 있지만, 이 책의 제목이 시사하듯이, 인지심리학의 실험 방법론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인지심리학은 정보론, 인공지능, 그리고 언어학의 발전에 힘입어 행동주의로부터 독립하게 되었다.

(5) 정보 처리 분석

앞 절에서 기술된 여러 요인들은 인지심리학에서 지배적인 정보 처리 접근 (information processing approach) 이라는 인간의 인지를 연구하는 특수한 접근으로 수렴되었다. 정보 처리 접근은 인지를 정보라는 추상적 실재가 처리되는 일련의 단계로 분석하고자 한다. 아마도 정보 처리 분석을 설명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예를 소개하는 일일 것이다.

1996 년 스턴버그 (Saul Sternberg)는 한 실험 패러다임을 기술하고 그에 대한 이론을 설명하였다. 그 설명은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첫째, 그 패러다임은 인간의 기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몫을 하였다. 둘째, 그 패러다임은 인지심리학 분야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반영하는 원형을 제공하였다. 여기서의 논의 대상이 바로 이 두 번째이다.

스턴버그 패러다임 (Sternberg paradigm) 에서, 피험자들은 '3 9 6' 과 같은 몇몇 숫자들을 제시 받고 기억해야 한다. 그 다음 그들은 기억에 어떤 탐사 숫자 (probe digit) 가 있는지 질문을 받고, 그 질문에 가능한 한 빨리 답해야 한다. 스턴버그는 기억 세트 내의 숫자 수를 1 에서 6 까지 변화시키면서 피험자들의 판단 속도를 주목했다. 그림 1 은 기억세트 크기의 함수를 보여 주는 그의 결과이다. 자료에는 맞는 탐사 또는 표적 (9 는 위의 세트에서 맞는 탐사임), 그리고 틀린 탐사 또는 비표적 (7 은 틀린 탐사임) 이 구분되어 분포되어있다. 피험자들은 이 판단을 400 ms (1 ms 는 1 초의 천분의 일임) 와 600 ms 간의 잠재기를 오가며 매우 빨리 판단하였다. 그림 1 에서 보여 주듯이, 피험자들이 세트 내에서 하나의 숫자를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8 ms 이다.

스턴버그는 피험자들이 판단하는 방법에 관하여 매우 영향력 있는 설명을 제시하였다. 이 설명은 추상적 정보 처리가 어떤 것인지를 예시해 준다. 그의 설명은 그림 2 에 나와 있다. 스턴버그는 피험자들이 9 와 같은 탐사 자극을 보았을 때, 그림에 나타난 일련의 정보 처리 단계를 거친다고 가정하였다. 첫째, 숫자 자극이 약호화되어야 했다. 그 다음 그 자극은 기억 세트에 있는 각 숫자와 비교되었다. 그는 각 숫자를 이렇게 비교를 하는 데 38 ms 가 걸린다고 가정했으며, 이것은 그림 1 의 기울기를 설명한다. 그 다음 피험자는 어떤 반응을 할지를 결정해서 그것을 최종 반응으로 내놓는다. 스턴버그는 상이한 변수들이 각 정보 처리 단계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따라서, 자극의 질을 떨어뜨리면, 피험자들이 판단을 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만, 이것이 그림 1 의 기울기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것은 그림 2 에 있는 자극 지각의 단계에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 피험자에게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게 만들면, 이것이 결정 단계에 영향을 주지만 다른 단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스턴버그의 이론이 추상적 정보 처리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주목해 보자.

그림  2 스턴버그가 자신의 과제를 일련의 정보 처리 단계로 분석한 것.

이런 유형의 이론들은 인간 인지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성공적으로 체제화하였다. 나중의 장들에서 보겠지만, 이 설명들은 스턴버그 패러다임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과제들에 적용될 수 있다.
 

    스턴버그는 기억 탐사의 재인 과정을 분리된, 별개의 한 세트의 추상적 정보 처리 단계로 분석하였다.

(6) 논점 : 환경의 역할

인지심리학이 행동주의와 결별한 후 인지심리학 내의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잘못이다. 인지심리학이 꾸준히 진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인지 현상들에 관해서 대조적 이론들이 제기되었다. 그 구체적인 쟁점들은 나중의 장들에서 개관될 것이다. 그러나, 거의 철학의 몫이라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쟁점의 두 일반 차원을 여기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인지를 설명하기 위하여 내적 구조를 어느 정도까지 생각해야 하는가에 관한 논란이었다. 내적 구조의 가정에 반대하는 입장은 최근 심리학자 제임스 깁슨 (James J. Gibson) 의 생태학적 접근 (ecological approach) 과 매우 강하게 연합되어 있다. 그는 인지란 적절한 환경 구조에 대한 반응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는 마음의 구조보다는 환경 구조에 관한 연구를 강조하였다. 깁슨은 주로 지각에 관심을 가졌지만, 그의 입장은 최근에 상황 인지 (situated cognition) 라는 운동에 참여한 연구자들에 의해 상위 인지로 인정 받았다. 이 연구자들은 인간의 인지 이해에 사회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깁슨 및 상황 인지 주장자들은 환경만 연구하면 심적 기제를 가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정보 처리 접근의 기본 전제를 거부하는 것이며 행동주의로 되돌아가는 것과도 같다.

이런 부류의 논란의 한 예로서, 상황 인지 집단의 한 회원인 루시 서크만 (Lucy Suchman, 1987) 은 사람이 행동할 때 과연 심적 계획을 따르는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녀는 사람들이 계획을 세운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행동은 상황에 대한 직접적 반응이라고 주장한다. 서크만은 카누를 타고 강을 내려가는 사람을 예로 드는데, 그는 일련의 급류에 대한 계획은 세우지만 급류가 급하강되면 계획을 포기하고 단순히 '대처' 할 뿐이다. 그리노 등 (Greeno, Smith & Moore, 1993) 은 상황 인지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하여 행동 지원 (affordances) 이라는 깁슨의 개념을 썼다. 행동 지원은 환경에서 직접 지각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잠재력이다. 서크만의 예에서, 급류 속에서 바위를 지각하는 것은 그 바위를 회피하는 행위를 지원한다. 그 행위는 계획의 일부가 아니고 바위 지각에 대한 직접적 반응이다.

나이서는 이처럼 극단적인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나중 연구는 깁슨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현실 세계에서 발행하는 인지를 연구하는 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심리학자들이 현실 세계의 인지를 연구하지 않음을 비난하였다. 그가 1982 년에 썼듯이, "만일 X 가 흥미롭거나 사회적으로 의미심장하면, 심리학자들은 X 를 거의 연구하지 않는다." 인지가 어떻게 하면 개인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는지 그 방법이 점차 강조되었다. 많은 영향력을 미친 시각 (vision) 연구자 데이비드 마 (David Marr) 는 인지가 환경 구조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개인의 인지 기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예 : Marr, 1982). 예를 들면, 지각의 경우, 인간이 3 차원 세계를 어떻게 지각하는가와 같은 현상의 이해 (눈이 2 차원의 상만을 받아들이므로 문제가 된다) 는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3 차원의 구조가 2 차원인 상을 어떻게 생성하는가를 이해함으로써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인지 영역에서도 사이먼 (Simon, 1968), 세퍼드 (Shepard, 1984), 그리고 필자 (Anderson, 1990) 가 비슷한 주장을 하였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인지를 외부 세계의 구조 또는 내부 마음의 구조 중 어느 것과 선택적으로 관련시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두 조망이 인간의 인지를 보완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행동을 설명할 때 마음의 구조, 또는 환경의 구조, 또는 이 둘을 모두 언급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7) 논점 : 생리학의 역할

인지심리학에서 다른 큰 논점은 인지를 이해할 때 뇌 작용을 얼마나 많이 언급해야 하며 또 얼마나 많은 추상적 용어를 써야 하는가 이다. 이것은 환경적 접근과 정보 처리 접근간의 이원론이 정보 처리 접근으로 어떻게 진전되는지에 관한 논점이다. 많은 일반인들에게 그 답은 분명한데, 즉 뇌 작용을 통해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수학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알려면, 그들이 문제를 풀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조사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는가? 이런 생리적 접근을 수행할 때 두 가지 근본 문제가 있다. 첫째, 행동의 생리적 기초를 이 방법으로 연구하기 전에 극복해야 할 심각한 기술적 장애가 있다. 둘째, 이 장애를 잘 극복한다고 가정해도, 요구되는 분석 수준이 실제로 쓰이기에는 너무 세밀하다. 뇌는 천억 개의 신경 세포로 구성되어있다. 수백만 개가 아마도 수학 문제 해결에 관여할 것이다. 문제 해결에서 각 세포의 역할을 설명하는 목록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목록은 수백만 개에 이르는 세포 각각의 활동을 기술해야 하므로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 만족스럽게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신경 수준의 설명은 너무 복잡하고 지엽적이므로 복잡 미묘한 인간의 행동을 제대로 기술하지 못한다.

최근까지 인지 심리학은 그 만족스러운 설명 수준이 신경 세부 내용으로부터 고도로 추상되어야 한다는 정보 처리 접근에 의해 전적으로 지배되었다. 인간의 심성을 이해하는데 특별히 영향을 준 유추는 컴퓨터였다. 뇌처럼, 컴퓨터는 수백만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컴퓨터로 적분 문제를 풀 때 그 물리적 장치를 안다고 해서 그 기계의 전체 작동 방식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고수준 프로그래밍 언어는 컴퓨터의 작동을 구체화한다. 컴퓨터의 해석 프로그램은 고수준 언어를 수많은 저수준 언어로 바꾸어 컴퓨터의 부속품의 기능을 구체화시킨다. 이 고수준 프로그래밍 언어는 매우 추상적이므로 컴퓨터의 물리적 장치를 알 필요를 없애 준다. 어떤 사람은 고수준 컴퓨터 프로그램만 살펴보고도 컴퓨터의 작동 방식을 잘 이해한다. 여기서 논지는 인지 이론이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개념적으로 손쉬운 틀을 제공하기 어려울 만큼 추상적 용어로 제시된 행동이라도, 인지 이론은 그 행동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고수준 프로그래밍 언어로 된 추상적 용어의 한 예로, 인공 지능 프로그램을 짤 때 사용된 LISP 프로그램을 보면, 거기에는 GET 라는 연합 – 인출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은 어떤 개념들과 관련된 개념들을 인출하는 데 쓰인다. 예를 들면, 아담의 부인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아담 그리고 부인 (논항이라고 부름) 이라는 말로 GET 기능을 불러낼 수 있다. 그러면 GET 는 이브 (값이라고 부름) 를 내놓는다. GET 는 아담에 관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기억 부분을 파악하여 아담의 부인 부분을 탐색해서 이브라는 답을 내놓는다. GET 의 기능은 인지 이론에 유용한 개념이다. 인지심리학은 인간의 지능을 기술하는 고수준의 개념 세트를 탐색한다.

많은 인지심리학 이론들은 컴퓨터와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유추를 통하여 발전되었다. 특히 많은 영향을 주었으면서, 한편 논의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인공 지능에서 유래한 개념들의 사용이다. 인공 지능 프로그램들은 지적 문제를 푸는 데 부인과 같은 추상적 개념 그리고 만일 X 가 Y 의 부인이고 Y 는 Z 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 와 같은 추상적 개념에 관한 추리 규칙을 사용하여 왔다. 인지에 관한 이런 식의 설명은 상징 조작 이론 (symbol manipulation theories) 이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이 이론이 그 기호들의 신경적 실현은 문제삼지 않고 추상적 기호의 측면에서만 인지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 주장은 어떤 수준에서는 뇌의 기호 처리 과정과 컴퓨터의 기호 처리 과정이 매우 흡사하다고 말한다.

뇌와 표준 컴퓨터의 물리적 장치가 매우 다름이 분명하기 때문에 컴퓨터 유추 이론은 많은 불신을 받아 왔다. 이 불신은 적어도 상징적 접근 (symbolic approach) 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인지심리학 내에서 갑자기 입장을 달리하는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연결 주의 (connectionism) 로 알려진 이 입장은 인지가 신경처럼 연결된 요소들 간의 상호 작용으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입장이 인지심리학에 출현하게 된 주요 사건은 제임스 맥클레랜드 (James McClelland) 와 데이비드 러멜하트 (David Rumelhart) 가 편집한 두 권의 책에서 비롯되었다 (McClelland & Rumelhart, 1986 ; Rumelhart & McClelland, 1986). 이 책에는 연결주의자들의 영향력 있는 논문들이 몇 편 실려 있었다. 그들의 입장은 당시까지 인지심리학을 지배하였던 인지의 상징적 특성화 (symbolic characterization of cognition) 가 신경 수준의 상호 작용에 근사한 특징을 가질 뿐이라는 것이었다. 인간의 인지는 오직 자세한 신경 모형을 참조하여 더 분명히 이해될 수 있었다. 연결주의 모형의 예는 이 장의 끝에 제시된다.

지난 몇 년간 연결주의와 상징적 설명(symbolic explanation) 간의 대결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인식이 점차 뚜렷해졌다. 오히려, 이 두 설명은 정보 처리와 환경적 접근간의 관계처럼 보완적이다. 더 추상적인 이론들은 그들의 추상적 개념들이 신경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으며, 연결주의 이론들은 더욱 추상적인 이론들이 밝혀 내는 정보 처리 용량을 어떻게 구현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최근에는 신경 심상화 (neural imaging) 를 통하여 다양한 신경 상호 작용을 관찰할 수 있는 기법도 향상되었다. 여기서 얻은 자료는 상징주의자와 연결주의자 모두에게 인간의 인지를 이해하는 지침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신경 처리와 특히 신경계 내의 학습 기제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신경학 자료를 많이 참조하는 것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금은 활성화된 연구 분야인 인지 신경 과학 (cognitive neuroscience) 도 20 년 전에는 연구된 것이 거의 없었다. 뇌 그림은 많은 부분의 인지를 설명하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 모든 설명이 뇌 기능을 포함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인지에 관한 어떠한 설명이든 그것은 여전히 신경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세부 내용으로부터 추상되어야 한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추상적 정보 처리 설명을 신경 처리에 관한 정보와 어떻게 관련 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3. 신경계

앞서 보았듯이, 추상적 정보 처리 분석이 신경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과정과 어떻게 관련되는 지가 점차 강조되어 왔다. 이러한 연구가 이 책 전반에서 논의될 것이므로, 이 연구를 이해하려면 신경계의 기초 기능에 관한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독자들이 나중 논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필자는 신경계에 대한 개관을 포함시켰다.

신경계는 단순히 뇌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신경계는 신체의 각 부분들로부터 정보를 모으는 다양한 감각 체계와 운동을 통제하는 운동 체계를 일컫는다. 어떤 경우, 뇌 밖에서도 상당한 정보 처리가 일어난다. 정보 처리의 입장에서 보면, 신경계의 핵심 요소는 뉴런이다. (주석 : 뉴런은 신경계에서 결코 다수를 이루는 세포가 아니다. 그 주요 기능이 뉴런을 지원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신경교 세포와 같은 많은 다른 세포들이 있다.) 뉴런은 전기 활동을 축적하고 전달하는 일을 하는 세포이다. 인간의 뇌는 약 천억 개의 뉴런들로 구성되며, 각 뉴런은 대략 중형 컴퓨터의 처리 용량을 가진다. (주석 : 예를 들어, 각 뉴런은 매 10 초당 실수 덧셈과 곱셈 1,000 개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천억 개의 뉴런 중 상당한 부분이 동시에 활동하며 다른 뉴런과 상호 작용하면서 정보를 처리한다. 천억 개의 상호 작용하는 컴퓨터의 정보 처리 능력을 상상해 보라! 뇌를 이렇게 본다면, 3 파운드에 지나지 않는 뇌의 계산력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컴퓨터보다 더욱 크다. 이러한 뇌에 압도되지 않기 위하여 컴퓨터는 잘하지만 뇌는 잘하지 못하는 일이 있음을 주목해야 되겠다. 예를 들어, 제곱근 구하기와 같은 많은 과제에서 간단한 수동식 계산기가 천억 개의 뉴런들 보다 성능이 더 좋다. 인간 신경계의 장점과 약점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 인지의 본질을 이해하는 한 주요 목표이다.

(1) 뉴 런

뉴런은 그 위치와 기능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그림 3 은 그런 다양한 뉴런들 중 몇 가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뉴런의 원형이 어떤 것인지에 관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의견이 있으며, 각각의 뉴런들은 이 원형과 어느 정도 합치한다. 그 원형이 그림 4 에 나와 있다. 뉴런의 몸체는 세포체라고 불린다. 보통, 세포체의 직경은 5 에서 100 마이크로미터 (µm 는 100 만분의 1 미터) 이다. 세포체에 붙어 있는 작은 가지들은 수상 돌기이며, 세포체로부터 긴 튜브 모양으로 뻗어 있는 것은 축색 돌기이다. 축색 돌기는 수 밀리미터에서부터 1 미터까지 그 길이가 다양하다.

축색돌기는 뉴런이 소통하는 고정된 통로이다. 한 뉴런의 축색 돌기는 다른 뉴런의 수상 돌기까지 뻗어 있다. 축색돌기는 그 말단에서 여러 갈래의 가지로 갈라진다. 각각의 가지는 보통 다른 뉴런의 수상 돌기와 접촉하는 종말 단추에서 끝난다. 종말 단추와 수상 돌기를 분리시키고 있는 틈은 보통 10 에서 50 nm (1 nm 은 1 m 의 천억분의 일) 이다. 축색 돌기와 수상 돌기 간의 이처럼 가까운 접촉이 연접이다. 뉴런 간의 전형적 소통 수단은 연접의 한쪽에 잇는 축색 돌기 종말에서 신경 전달물질이라는 화학 물질의 방출로서, 이 물질은 수용기의 수상 돌기 세포막에 작용하여 분극 (polarization) 이나 전위 (electrical potential) 를 변화시킨다. 뉴런 전체를 덮고 있는 막의 안쪽은 70 밀리볼트 (mV ; 1 mV 는 1 V 의 천분의 일, 또는 0.001 V) 로서 막 밖의 전압에 비하여 많은 음전기를 띠고 있는데, 그 이유는 막 밖의 양이온에 비하여 막 안에 더 많은 음이온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경 전달 물질의 성질에 따라, 전위차가 증가 또는 감소할 수 있다. 전위차를 감소시키는 연접 연결을 흥분적, 그 차이를 증가시키는 연결을 억제적이라고 한다.

 

그림 3  다양한 뉴런들. (Keeton. 1980.)

그림 4  전형적인 뉴런의 개괄적인 모양. (Katz. 1952.)

성인의 경우에는 뉴런 간의 연접 연결이 모두 완성되었으므로, 뉴런 간에 새로운 연접이 형성되지 않는다. 보통의 세포체와 수상 돌기는 1,000 개의 다른 뉴런들과 연접하며, 보통의 축색 돌기는 약 1,000 개의 뉴런과 연접한다. 어떠한 연접에 의한 전위 변화는 매우 작지만, 개개인의 흥분 및 억제 효과는 합산될 수 있다. (흥분 효과의 합은 양전기를 띠고 억제 효과의 합은 음전기를 띤다). 만일 전체 흥분 입력이 충분하면, 세포체의 전위차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만일 전위 감소가 충분히 크면, 탈분극 (depolarization) 이 축색 돌기와 세포체가 이어지는 축색 돌기 돌출부에서 발생한다. (그림 4 참조). 이 탈분극은 나트륨 양이온이 세포막 안으로 돌진하여 생긴다. 뉴런의 내부는 순간적으로 (1msec 동안) 외부에 비하여 더 많은 양전기를 띤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는 활동 전위 (action potential) 또는 방전 (spike) 이라고 불리며, 축색 돌기를 따라 퍼진다. 즉, 전위차는 갑자기 그리고 순간적으로 변해서 축색 돌기를 따라 내려간다. 이 변화가 축색 돌기를 따라 전도되는 속도는 축색 돌기의 성질에 따라 – 축색 돌기가 수초로 덮여진 정도에 따라 1.5 m/sec 에서 130 m/sec 로 – 다양하다. 신경 흥분이 축색 돌기의 끝에 도달되면, 종말 단추에서 신경 전달 물질이 방출되면서 신경 흥분의 사이클이 완성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개관하여 보자. 전위 변화가 세포 내에 축적되어 역치 (threshold) 에 이르면, 활동 전위가 발생하여 축색 돌기를 따라 퍼져 나간다. 이 흥분은 다시 신경 전달 물질을 축색 돌기로부터 새 뉴런으로 전달시켜 그 세포막의 전위를 변화시킨다. 이러한 연쇄 활동이 신경 정보 처리에 있기 마련인데, 지능조차도 이러한 단순한 상호 작용 체계에서 생김을 주목해야 한다. 인지 과학에서 중요한 도전은 이러한 어떻게 (how) 를 이해하는 것이다.신경 전달이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까지의 통로를 완전히 거치는 데 약 10 msec 이 걸린다. 정확하게는 1 msec 이상, 100 msec 미만이며 확실한 속도는 관련된 뉴런의 성질에 따라 결정된다. 이 속도는 컴퓨터가 1 초 동안 수행할 수 있는 수백만의 계산에 비하면 훨씬 느리다. 그러나 뇌에는 이러한 활동들이 수십억 가지씩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뉴런들은 수상 돌기와 세포체에 연접한 다른 뉴런들로부터 오는 전위의 변화를 축적하고 이 변화를 나타내는 신호를 축색 돌기에 보내어 소통한다.

(2) 정보의 신경 표상

뇌의 정보는 끊임없이 변하는 양으로 표상된다. 이 양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막전위 음전기를 띠고 약간씩 변화한다. 둘째, 축색 돌기가 매초 전달하는 신경 흥분의 수가 다르다. 이것을 점화율 (rate of firing) 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축색 돌기를 따라 전달되는 흥분의 수이지, 그 패턴이 아니다. 신경 흥분의 수는 백 번 이상일 수 있다. 점화율이 클수록, 축색 돌기가 그와 연접하는 세포들에 미치는 효과는 더 커진다. 뇌의 정보 표상은 컴퓨터 내의 정보 표상과 대조가 되는데, 컴퓨터에서 개개의 기억 세포 혹은 비트 (bit) 는 두 값, 즉 정보의 유무 또는 0 과 1 중에 하나만을 취할 수 있다. 컴퓨터에서는 신경 세포처럼 연속적인 변화가 없다. 신경계 내에서 정보 전달의 구체적 변화를 포착하는 뉴런들 간의 상호 작용을 개념화하는 일반적 방법이 있다. 이것은 뉴런이 축색 돌기에서의 점화율 또는 수상 돌기와 세포체에서의 탈분극 정도와 거의 일치하는 활성화 수준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뉴런들은 상호 작용을 통하여 다른 뉴런들의 활성화 수준을 높이거나 (흥분) 낮춘다 (억제). 모든 신경 정보 처리는 이러한 흥분 및 억제 효과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것이 바로 인간 인지의 바탕이다. 이 뉴런들이 정보를 표상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은 흥미롭다. 개개의 뉴런들이 자극의 특정 세부 내용에 반응한다는 증거가 있다. 다음 장에서는 예를 들어, 어떤 세포들은 특정한 각도의 선분에만 최대로 활성화됨을 보게 될 것이다. 복잡한 세부 특징에만 반응하는 뉴런이 있다는 증거도 있다. 예를 들면, 원숭이 뇌에는 얼굴에만 최대로 반응하는 뉴런들이 있다. (Bruce, Desimone, & Gross, 1981 ; Desimone, Albright, Gross, & Bruce, 1984 ; Perrett,Rolls, & Caan, 1982). 그러나 인간이 소유한 모든 개념과 의미의 미묘한 차이를 약호화하는 단일 뉴런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단일 뉴런의 점화가 인간의 복잡한 얼굴 구조를 표상할 수 없다.

만일 단일 뉴런이 인간 인지의 복잡성을 표상할 수 없다면, 인간의 인지는 어떻게 표상되는가? 뉴런들의 활동이 야구라는 개념을 어떻게 표상할 수 있으며, 대수 문제를 어떻게 수 있으며, 좌절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비슷한 질문들을 컴퓨터 체계에게 할 수 있으며, 이 체계는 야구, 대수 문제 해결, 그리고 좌절의 표현 문제에 답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컴퓨터의 수백만 개의 단속적 비트 내에 야구의 개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어떻게 한 비트의 변화가 다수 문제의 해결이나 좌절감을 가져오는가? 모든 경우에 대한 답은 이 질문들이 나무 때문에 숲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야구의 개념, 문제해결, 그리고 정서는 큰 패턴의 비트 변화로 생긴다. 비슷하게, 인간의 인지도 큰 패턴의 신경 활동을 통해 획득됨을 확신할 수 있다.

뇌가 인지를 어떻게 신경 패턴으로 약호화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렇게 한다는 증거는 매우강하다. 이것이 인지 기능을 획득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계산론적 주장들이 있다(McClelland & Rumelhart, 1986 참조). 인간의 지식이 어떤 한 뉴런에 국재화되지 않고, 큰 활성화 패턴으로 여러 뉴런들에 걸쳐 분포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들도 많다. 몇몇 뇌 신경원들이 손상되었다고 해서 특정한 기억 손상을 초래하지 않는다. 한편, 넓은 부위의 뇌손상은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큰 기억 장애를 초래한다.

컴퓨터의 정보 저장 방식을 생각해 보는 것도 유익하다. 간단한 예로 단어의 철자를 보자. 대부분의 컴퓨터에는 2 진법 (0 또는 1) 패턴으로 낱자를 나타내는 부호들이 있다. 표 1 은 ASCⅡ 라는 부호화 도표의 용법을 보여 주며, 인지심리학이라는 단어를 0 과 1 의 패턴들로 부호화하고 있다.

표 1  ASCII 로 인지심리학을 부호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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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유사하게 정보도 세포의 점화보다는 오히려 간단한 신경 활동 패턴으로 표상될 수 있다. 표 1 에 있는 부호는 비트를 잃어버릴 경우 컴퓨터가 오류를 수정할 수 있도록 여분의 비트를 계산에 포함한다 (각 세로줄에 1 의 수가 짝수임에 주목하라). 컴퓨터처럼, 뇌도 정보를 중복해서 부호화하므로 세포들이 손상되어도 그 패턴이 무엇을 부호화하고 있는지를 여전히 판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뇌가 정보를 부호화하고 용장도 (redundancy) 를 확보하는데 컴퓨터와는 매우 다른 방안을 사용한다고 생각된다. 뇌는 또한 컴퓨터보다 훨씬 더 많은 여분의 부호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각 뉴런의 행동이 특히 믿음직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신경 활성화 패턴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이 패턴은 순간적이다. 뇌는 며칠은 고사하고 몇 분 간도 똑 같은 패턴을 유지하지 않는다. 이 사실은 패턴들이 세상에 대한 영구적 기억을 부호화할 수 없음을 뜻한다. 기억은 뉴런 간의 연접 연결의 변화에 의해 약호화된다고 생각된다. 연접 연결을 변화시킴으로써, 뇌는 특정 패턴을 재생산할 수 있다. 성인에게서 새 연접이 생긴다는 증거는 거의 없지만, 연접은 경험에 따라서 그 효율성은 변화시킬 수 있다. 연접 연결은 학습시 신경 전달 물질이 더 많이 방출되고 (Kandel & Schwarts, 1984), 수상 돌기 수용기의 민감성이 증가하여 (Lynch & Baudry, 1984) 변화된다는 증거가 있다. 이 연구는 기억을 다룬 6 장에서 다루겠다.
 

    정보는 수많은 뉴런에 걸쳐서 또 뉴런들 간의 상호 연결 속에서 활성화 패턴으로 표상 되며 이 과정에서 이 패턴들이 재생산된다.

(3) 뇌의 구성

신경 정보 처리의 기본 원리를 개관했으므로, 중추 신경계의 구조를 살펴보겠다. 중추 신경계는 뇌와 척수로 구성된다. 척수의 주요 기능은 뇌의 신경 메시지를 근육으로, 신체의 감각 메시지를 다시 뇌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림 5  뇌의 주요 구성 요소들. (Keeton. 1980.)

그림 5 는 뇌를 횡단면으로 절단하여 각 부분에 명칭을 붙인 신경 구조를 보여 준다. 뇌의 하단은 진화상 더 오래되었다. 뇌의 상단은 고등 동물에게만 잘 발달되었다. 따라서, 뇌의 하단은 상대적으로 기초 기능들을 맡고 있는 것 같다. 연수는 호흡, 삼키기, 소화 및 심장 박동을 제어한다. 소뇌는 운동 협응과 수의적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상은 근본적으로 운동 및 감각 정보를 하부 구조로부터 피질로 전달하는 중개소로 작용한다. 시상 하부는 기본 욕구의 표현을 조절한다. 기억에 특히 중요한 영역은 피질과 하부 구조 간의 경계에 있는 변연계로 밝혀졌다. 변연계는 인간의 기억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해마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불행히도, 그림 5 의 횡단면에서는 해마가 보이지 않는데, 해마가 표면과 중심 사이의 좌우 뇌에 있기 때문이다.

뇌의 피질 또는 신피질은 뇌에서 가장 최근에 진화한 부분이다. 이것이 수많은 포유류에게는 매우 작고 원시적이지만, 인간에게는 뇌 뉴런의 4 분의 3 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의 경우,뇌의 피질은 1 평방미터의 얇은 신경판으로 볼 수 있다. 이 신경판을 두개골에 끼워 맞추려면, 상당한 회선을 이루어야 한다. 피질에서 층과 주름의 양은 인간의 뇌와 하등 동물의 뇌를 구분해 주는 현저한 물리적 차이 중의 하나이다.

신피질은 좌우 반구로 나뉜다. 해부학의 한 흥미로운 사실은 신체의 우측은 좌반구와 연결되고 좌측은 우반구와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른손의 운동 통제와 감각은 좌반구가 맡는다. 또한 오른쪽 귀는 좌반구와 강하게 연결된다. 좌측 시야의 입력을 받는 각 눈의 신경 수용기는 우반구와 연결된다.

 

그림 6  대뇌 피질의 주요 부분을 측면에서 본 것임. (Kandel & Schwartz. 1984.)

각 반구는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및 측두엽의 네엽으로 나뉜다 (그림 6). 피질상 주요회 (fold) 또는 구 (fissure) 가 영역들을 분리한다. 전두엽은 두 가지 주요 기능을 맡는다.

뒷부분은 운동 기능에 우선적으로 관여한다. 전전두엽으로 불리는 앞부분은 계획 세우기와 같은 고차 심리 과정에 관여한다고 생각된다. 후두엽은 1 차 시각 영역을 포함한다. 두정엽은 특히 공간 처리를 포함하여 감각 기능에 관여한다. 측두엽은 1 차 청각 영역을 가며 물체 재인에도 관여한다. 그림 5 에서 볼 수 없었던 해마는 여기서도 보이지 않는데, 그것은 측두엽 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뇌는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몇몇의 뚜렷한 영역으로 구성된다.

(3) 기능의 국재화

사람들은 고급 인지 기능이 어떻게 획득되는지는 물론이고, 그 기능이 뇌의 어디에서 이루어 지는지를 이제서야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다. 두 반구들은 서로 다른 유형의 처리를 지적으로 전문화되어 있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좌반구는 언어 및 분석 과정과 관련되고, 우반구 는 지각 및 공간 처리와 더 관련된다. 반구 간의 차이를 보여 주는 많은 증거들은 분리된 뇌를 가진 환자들의 연구에서 나왔다. 좌우 반구는 뇌량이라는 넓은 섬유띠로 연결되어 있다. 어떤 환자들은 간질 발작을 막기 위하여 뇌량이 외과 수술로 절단된다. 그런 환자들은 분리된 뇌 환자 (split-brain patients) 라고 불린다. 수술은 보통 성공적이며, 환자들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듯하다. 그러나, 치밀한 심리학 연구는 이런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간에 큰 차이를 발견하였다. 한 실험에서 열쇠라는 단어가 좌측 스크린에 제시되었다. 이 자극은 우측의 비언어 반구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스크린에 무엇이 제시되었는지 묻자,환자는 답할 수가 없었는데, 언어를 지배하는 좌반구가 이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환자의 손은 시야밖에 숨겨진 몇몇 물체들 중에서 열쇠를 골라낼 수 있었다.

분리된 뇌 환자들을 연구함으로써, 심리학자들은 좌우 반구의 분리된 기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좌반구의 언어적 우월성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환자의 오른쪽 귀 (좌반구) 또는 왼쪽 귀 (우반구) 에 명령을 해보자, 우반구는 단지 간단한 언어 명령만을 이해할 수 있는 데 반해, 좌반구는 충분한 이해를 보여 주었다. 수작업을 수행하는 오른손 (즉, 좌반구) 의 능력과 왼손 (즉, 우반구) 의 능력을 비교해 보면, 매우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이때, 우반구는 좌반구 보다 분명히 우월한 수행을 보여준다.

특정 뇌 부위를 손상 당한 환자들에 관한 연구는 좌측 신피질 영역에 언어에 중요한 브로카영역 (Broca area) 과 베르니케 영역 (Wernike area) 이 있으며 (그림 16) 이 부위들의 손상은 실어증 (aphasia) 이라는 심각한 언어 장애를 초래한다. 이들이 언어와 관련된 유일한 신경 영역은 아니지만, 중요한 영역임에는 틀림 없다. 언어 결함은 브로카 영역의 손상인지 또는 베르니케 영역의 손상인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브로카 실어증 (즉, 브로카영역의 손상)을 가진 사람들은 짧게,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으로 말한다. 예를 들면, 한 환자에게 주말에 차로 집에 오겠는지 물었을 때,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

대조적으로,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들은 거의 의미가 없지만 비교적 문법적인 문장들을 말한다. 이 환자들은 어휘에 문제가 있으며 '내용이 없는 공허한' 말을 한다. 다음은 "어떻게 병원에 오셨습니까?" 라는 질문에 그런 환자가 답한 내용이다:

참, 나는 땀이 나고, 극도로 신경이 쇠약해졌고, 가끔 남에게 붙잡히고, 한 달 전에는, 많은 것을 잘했지만, tarripoi 를 아주 조금밖에 말할 수 없다. 내게 부과된 일이 많은데, 한편, 여러 곳을 다니면서 trebbin 과 같은 것들을 모두 둘러보아야 한다. (Gardner, 1975, p. 68)

최근에 인지 신경 과학에서는 뇌 기능을 시각화하기 위하여 여러 방법들을 써서 정상피험자들의 여러 뇌 영역의 기능을 결정하는 데 점차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예를 들면, 포스너 등(Posner, Peterson, Fox, & Raichle, 1988) 은 읽기 과정의 여러 성분들을 국재화하고자 하였다. 그들은 양전자 방출 단층 사진술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 을 사용하여 다양한 피질 영역에서 일어나는 혈류의 변화를 측정하고자 하였다. 그들은 혈류가 특별히 많은 영역은 특수한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고 가정하였다. 포스너 등 (Posner, et, al., 1988) 은 단어를 읽을 때 뇌의 어떤 영역이 관여하는지에 주목하였다. 그림1.7 은 그들의 연구 결과를 보여 준다. 피질 그림에 있는 삼각형들은 피험자들이 무심코 구체적 단어를 보고 있을 때 활성화된 영역이다, 사각형들은 피험자들이 이 단어들의 사용처를 말하려는 의미 활동에 참여할 때 활성화된 영역이다. 삼각형들은 후두엽에 국재화되어 있는데 비하여, 사각형들은 전두엽에 국재화되어 있다. 이처럼, 이 자료는 단어의 시각적 지각 과정과 단어의 의미 처리 과정이 뇌의 상이한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신경 심상화의 다른 방법들로는 자기 공명 심상화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 와 유발 반응 전위 (evoked response potential : ERP) 가 있다. 자기 공명 심상화는 자기 장 (magnetic field) 의 변화로 혈액에 쓰임새를 추적한다. 유발 반응 전위는 특별한 반응이 발생할 때 뇌의 전기 활동의 순간적 변화를 기록한다. 레이츨 (Raichle, 1994) 은 뇌 심상화에 관한 이 두 방법을 비교하였다.
 

    뇌는 영역별로 상이한 인지 기능을 담당한다.

(3) 지향학적 체제화

여러 피질 영역에서 정보 처리는 지형학적 체제화 (topographic organization) 라는 방식으로 공간적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면, 피질 뒤쪽에 있는 시각 영역에서, 인접한 영역들은 인접한 시야로부터의 정보를 표상한다. 그림 8 은 이 증거를 보여준다. (Tootell, Silverman Switkes & DeValois, 1982). a 는 원숭이들에게 보여 준 과녁 패턴이다. b 는 방사성 물질을 주입하여 최대한의 신경 활동을 보인 시각 피질 부위를 나타낸다. 과녁 패턴 구조가 약간 일그러졌을 뿐 그 패턴이 그대로 재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체제의 원리가 중심구를 따라 위치한 운동 피질과 체감각 피질상에 신체가 표상되는 방식을 지배한다. 인접한 신체 부분은 신경 조직에서도 인접해서 표상된다. 그림 9 는 체감 각 피질을 따라 위치한 신체의 표상을 나타낸다. 어떤 부분은 상당히 과잉 표상되면서 신체가 일그러져 보임에 주목하라. 과잉 표상된 부분은 더 민감한 신체 부위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예를 들면, 손이나 얼굴에 주어지는 접촉 자극은 등이나 허벅지에 주어지는 접촉 자극보다 더 예민하게 구분될 수 있다. 시각 피질에서는 가장 해상력이 높은 시각 중심 시야가 과잉 표상된다.

 

지형도의 타당성은 유사한 영역을 처리하는 뉴런들이 상호 작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Crick & Asanuma, 1986). 이것은 조잡한 부호화 (coarse coding) 라는 신경 정보 처리의 한 측면과 관련된다. 만일 체감각 피질에서 단일 뉴런의 신경 활동을 기록한다면, 신체의 한 지점이 자극 받을 때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어느 지점이든 신체의 넓은 부위 중 어떤 지점이 자극 받을 때에는 반응한다. 그러나, 정확하게 어떤 지점이 접촉되었음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 정보는 매우 정확하게 기록되지만 어떤 특정 세포의 반응에 따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이한 세포들이 신체의 상이한 영역에 중복해서 반응하므로, 어느 지점의 자극이든 상이한 세트의 세포들을 유발시킨다. 따라서, 한 지점의 위치는 활성화 패턴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신경 정보가 활성화 패턴으로 표상된다는 생각을 강화시킨다.
 

    피질상 인접한 세포들은 신체상 인접한 감각 자극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연결주의 앞 절은 우리의 인지의 신경 기초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기본 신경 요소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들이 기초 시각 (다음 장에서 논의됨) 과 같은 비교적 낮은 수준의 과정을 수행하기 위하여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리고 진보된 인지 과정이 뇌에서 어떻게 체제화되고 국재화되는 지를 잘 알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지식에는 큰 틈이 있다. 선분의 지각 방식과 사람들에 관한 사실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특징을 판단하는 방식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비교적 간단한 신경 모형으로 제시할 수 있는 사례를, 다음에는 그렇지 못한 사례를 제시하겠다.

전통적으로 인지심리학은 인간 인지의 진보된 측면을 추상적 정보 처리 모형만으로 논의해 왔으나, 최근에는 신경 처리의 이해에 기반을 둔 고급 과정의 모형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뇌에 관한 지식이 빈약한 상태에서 이러한 시도는 뇌가 실제로 고급 처리를 어떻게 해내는지 묻는 대신에, 뇌가 그 일을 감히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 물음으로써 시작해야 할 듯하다. 이런 노력은 뉴런들의 작용에 관한 우리의 일반 지식으로부터 출발해서 "뉴런과 같은 기본 요소들이 함께 연결됨으로써 어떻게 고급 기능이 달성되는가?" 를 묻는다. 이 접근은 따라서 연결주의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고급 인지를 설명하기 위하여 신경 요소들이 연결되는 방식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연결주의 모형은 다음 장에서 논의할 인간 인지의 다양함을 설명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서는 그런 모형이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간단히 제시하겠다.

표 2  제트와 샤크라는 두 폭력단에 속한 사람들의 특징들

이름

연령

교육정도

결혼 여부

직업

제트단 (Jets)

아트 (Art)

알 (Al)

샘 (Sam)

클라이드 (Clyde)

마이크 (Mike)

짐 (Jim)

그레그 (Greg)

존 (John)

도그 (Doug)

40 대

30 대

20 대

40 대

30 대

20 대

20 대

20 대

30 대

중학교

중학교

대학교

중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미혼

기혼

미혼

미혼

미혼

이혼

기혼

기혼

미혼

마약 밀매

도둑

마권업

마권업

마권업

도둑

마약 밀매

도둑

마권업

샤크단 (sharks)

필 (Phil)

아이크 (Ike)

닉 (Nick)

돈 (Don)

네드 (Ned)

칼 (Karl)

켄 (Ken)

얼 (Earl)

릭 (Rick)

20 대

30 대

30 대

40 대

30 대

50 대

20 대

90 대

30 대

대학교

중학교

대학교

고등학교

고등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기혼

기혼

미혼

미혼

기혼

이혼

기혼

기혼

이혼

마약 밀매

도둑

마권업

마약 밀매

마권업

마약 밀매

마권업

도둑

마약 밀매

출처: Retrieving General and Specific Knowledge from Stored Knowledge of Specifics by J.L. MeCelland, 1981,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에서 개최된 제 3 차 인지과학 연차대회 발표된 논문임.

맥클레랜드와 러멜하트는 이미 있는 틀 중의 하나를 연결주의 모형을 위해서 개발했다. 그들은 그 틀을 병렬 분산 처리 (parallel distributed processing) 또는 짧게 PDP 라고 부른다.

병렬 분산 처리는 정보가 신경 요소들 간의 활성화 패턴으로 표상된다는 생각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PDP 모형에서의 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경 요소들이 어떻게 동시에 상호 작용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맥클레랜드 등 (McCelland, Rumellhart, & Hinton, 1986) 은 PDP 모형을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기술한다. 즉, 제트단 (Jets) 과 샤크단 (Sharks) 이라는 두 폭력단이 지배하는 불안한 동네에서 함께 살면서 표 2 에서 기술된 사람들을 만난다고 상상하라. 맥클레랜드 등은 이웃 사람들에 관한 지식과 질문에 대한 답이 표상되는 방식을 신경과 같은 모형으로 제시한다. 그들은 이 사람들을 표상하기 위하여 그림 10 에 묘사된 (정보의 일부만이 표상됨 – 맥클레랜드 등은 실제로 표 2 모두를 표상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것처럼 신경 요소들의 망조직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각 요소는 뉴런으로 그리고 요소들 간의 고리는 뉴런들 간의 연결로 생각할 수 있다. 중앙의 '구름' 안에 있는 각 요소는 폭력단 구성원 중의 하나를 나타내는 범례 단위이다. 그것은 그 사람의 특징 모두를 표상하는 단위들과 흥분적 연결로 이어져 있다. 그림 10 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각 구름 안의 단위들 중에는 억제적 연결 고리들이 있어서 가장 활성화된 단위는 나머지 단위들의 활성화를 방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각 구름은 단일한 활성화 단위를 가지는 듯하다.

랜스(Lance) 에 관한 정보를 인출한다고 가정하자. 중앙에 있는 구름의 한 요소가 이름은 랜스이고, 나이는 20 대이고, 직업은 도둑이고, 미혼이고, 제트 단원이고, 교육은 중학교 수준인 단위와 연결되어 있음에 주목하라. 그러나 망조직에서 랜스에 대한 정보를 인출하기 위해서는 랜스라는 이름에 해당하는 단위의 활성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랜스에 관한 범례 단위를 활성화하고, 이 활성화가 랜스에 관한 다른 특성들을 활성화함으로써, 랜스와 일치하는 활성화 패턴이 모든 신경망 조직에 걸쳐 만들어진다. 그 효과로, 랜스라는 표상을 신경망 조직으로부터 인출하게 된다.

사람들은 "샤크 단원이면서 20 대인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이 답은 샤크와 20 대 단위들을 활성화하여 그 결과로 나타나는 활성화 패턴을 관찰하면 된다. 관찰 결과, 켄 (Ken-그림 10 에는 없지만 표 2 에는 있음) 이 이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이름 단위가 망조직에서 가장 활성화 수준이 높았으므로 답으로 인출될 수 있다.

이 모형이 어느 정도의 지능을 지녔음을 보여 주는 몇몇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누가 20 대이면서, 샤크 단원이고, 결혼했고, 마권업자인지 묻는다고 하자. 표 1. 2 를 자세히 보면 그 어느 누구도 여기에 해당하지 않지만 켄이 가장 가장 가깝다. 이 체계는 켄 단위를 가장 강하게 활성화시키므로 켄을 그 답으로 인출하게 된다. 따라서, 이 체계는 개인에 관해 기술된 내용이 어느 정도 맞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체계는 유사성에 기초한 추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랜스의 직업을 모른다고 가정하자 (즉, 그의 직업이 망조직에 나타나 있지 않다고 가정하자). 만일 랜스의 직업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랜스 단위를 활성화시켜서, 그는 20 대이며, 제트 단원이며, 중학교 교육을 받았다는 랜스에 관한 특성들을 활성화할 것이다. 이 특성들은 차례로 이 특성들을 공유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직업을 활성화시킬 것이다. 그 결과 20 대이면서 중학교 교육을 받은 모든 제트 단원들이 도둑임이 드러난다. 따라서 이 망조직은 도둑을 활성화시켜서 도둑이 망조직에 표상되지 않았다 해도 랜스의 직업이 도둑이라는 합리적 추리를 한다. 이런 망조직은 범주에 관한 일반화도 가능하게 한다. 만일 제트단이 어떤 집단인지 묻는다면, 미혼, 20 대, 중학교라는 마디들이 활성화될 것이며, 이 이유는 대부분의 제트 단원들이 이러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체계는 여러 집단의 성격에 관해 자연스러운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맥클레랜드 등은 신경 기제가 개인이 내리는 미묘한 기억 판단에 어떻게 기초하는지를 보여 주었다. 많은 경우에 그러한 기제에 의해 산출된 행동은 사람들이 그러한 판단을 어떻게 하는지의 세세한 행동과 잘 일치한다. 이러한 몇몇 상황들은 나중에 보겠다. 지금 당장은 이러한 연결주의 모형들이 뇌와 고급 인지 간의 틈을 연결해 주는 방법으로 인지심리학에서 상당히 기대를 받고 있다.
 

    연결주의 모형은 활성화를 축적하고 억제 및 흥분적 영향을 다른 단위들에게 보내는 뉴런과 같은 요소들에 의해 정보를 처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