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자동자의 응용

 

복잡성의 과학 : 장은성 지음, 전파과학사, 1999, Page 327~354
 

1. 인공지능

     (1) 세포자동자의 가능성

     (2) 불량설정 문제

     (3) 정보압축

     (4) 패턴인식의 곤란

     (5) 리듬을 읽는다

     (6) 본다는 것

     (7) 데이터베이스 검색

     (8) 세포자동자로 만든 컴퓨터

2. 인공생명

     (1) 생명관의 변천

     (2) 인공생명

     (3) 생명창조

     (4) 생명과 정보

 

휴머노이드 로봇

세포자동자의 가능성 : 세포자동자는 물리학에서 비선형화학반응의 모델, 나선은하의 진화, 수지상 결정의 성장모델로 사용된다. 컴퓨터공학에서는 병렬컴퓨터의 모델로 생각한다. 패턴인식과 이미지처리기로서 응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1. 인공지능

(1) 세포자동자의 가능성

필자는 수학의 정신을 "모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둔다." 로 보고 있다. 이러한 수학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것이 바로 세포자동자이다. 세포자동자는 항상 세포의 모든 가능한 상태. 그 상태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규칙을 항상 전제로 하여 연구한다.

세포자동자는 21 세기를 여는 새로운 이론으로서 두 가지 장점을 갖추고 있다. 첫째는 우리가 얼마든지 상세한 수학적 해석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단순하다. 즉 유한 개의 상태만을 갖는 같은 성질의 세포들이 단순히 앞뒤좌우로 배열되어 있을 뿐이다. 물론 이보다 복잡하게 배열된 세포자동자도 있지만 결국에는 모두 가장 단순한 세포자동자로 변형시킬 수 있다. 수학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인간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와 같은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우주에서 볼 수 있는 온갖 복잡한 현상의 폭넓은 다양성을 나타내는 데 충분하리만큼 복잡성을 드러낸다. 이제까지 물리학자들을 괴롭혔던 유체역학에서 난류해석 문제의 해결을 세포자동자가 시도하고 있다.

인간이 살고 있는 자연은 분자나 원자처럼 극히 작은 입자들이 극히 작은 영역에서 상호작용하는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요소들은 그 구조가 매우 간단하며 몇 가지의 가능한 상태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최외각 전자를 잃거나 얻어서 양이온, 음이온이 된다.

이들 요소의 동질성과 단순성 때문에 자연은 매우 안정되어 있고 대부분 단순하다. 하지만 이들 요소의 수가 극히 많고 그들은 초병렬적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종종 과학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행동 양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난류와 화약의 폭발이다.

시냇물은 물분자라는 단순한 요소가 조용히 흐르는 것이다. 이런 조용한 흐름을 물리학자들은 층류하고 부른다. 그러나 수량이 많아지고 수압이 증가하면 규칙적이던 층류는 매우 불규칙한 난류로 탈바꿈한다. 이제까지 층류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난류로 바뀌는지 왜 난류가 되는지를 알지 못했지만 세포자동자에는 어떤 정당한 규칙과 이웃세포의 상태를 정해주면 마치 난류와 같은 흐름을 보이기도 한다. 이것으로 난류를 세포자동자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것이다. 세포자동자는 우리에게 그 미시적인 규칙과 거시상태의 천이를 모두 알려주기 때문에 난류를 완전히 해부해 줄 것이다.

또 일기예보와 같이 100% 예측 불가능한 온갖 카오스적인 현상. 생명현상에서 보이는 복잡성, 자꾸만 복잡해져 가는 도시문제,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문제 등을 완벽하게 모델화할 수 있다. 세포자동자는 그 동안 각각 독립적으로 발전했던 무리학, 화학, 생물학, 사회학, 경제학, 역사학 등의 모든 문제를 통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고, 일반화할 수 있음으로 해서 일반시스템이론의 중심개념으로 등장한다.

세포자동자는 이러한 강력한 장점으로 앞으로 21세기 신과학의 중심이론으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다. 20세기 과학이 그 동안 총력을 기울여도 해결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과학성의 난문제들-핵융합발전소의 기술적인 문제, 인공지능의 문제, 공해문제 등을 깨끗하게 해결할 것이다.

(2) 불량설정 문제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하는 간단한 일들, 예를 들면 세수를 하고 양말을 신는 따위의 일도 로봇에서 구현하려고 하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간단한 일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해서 그 복잡다양한 정보를 모두 컴퓨터에 기억시키고 실시간으로 처리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수학에서는 존재정리 (가우스가 방정식의 해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존재증명을 하고 있다) 가 아주 중요하다. 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단 확인해야 그 답을 얻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수학의 세계처럼 답이 존재하는지 어떤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해결된 문제는 모두 컴퓨터로 프로그램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수학에서는 다음 두 가지 조건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문제를 우리는 불량설정문제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다루는 일들을 컴퓨터에게 프로그램을 하려고 해보면 거의 대부분이 불량설정문제이다.

불량설정문제를 컴퓨터로 프로그램화하려고 하면 첫째, 해의 존재가 보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대비를 하여야 하고, 존재해도 일의성이 보증되지 않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둘째, 경우의 수의 증가는 알고리즘을 복잡하게 만든다. 따라서 컴퓨터로는 불량설정문제를 풀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구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인공지능의 대가인 MIT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의 교수 마빈 민스키는 현재 구현된 인공지능이 갖고 있는 한계를 지적한다.

민스키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기억장치에 '의미공간' 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미공간은 한마디로 상식의 세계이며 바로 인간의 마음이다. 컴퓨터에게 마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럼 인간의 마음을 먼저 분석하여 그 구성요소를 파악하고 그들사이의 메커니즘을 밝혀내야 한다. 민스키 교수는 특히 감정은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인공지능에서 가장 필요한 판단력, 즉 추론기능은 감정 즉 가치관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추론은 어떤 목표나, 의지가 없으면 진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계적인 추론은 동어반복이나 순환논법에 쉽게 빠지고 만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목적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의지를 컴퓨터가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지력을 갖춘 컴퓨터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가를 터미네이터 시리즈나 인조인간이라는 영화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칠 줄 모르는 기계의 힘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임무를 끈질지게 수행하는 로봇의 잔인함에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인간이 창조한 새로운 의지력이 인간에게 대항할 때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생명의 역사, 정보진화의 역사는 적자생존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멸종하고 그 새로운 세상에 적응한 마음을 가진 기계가 주인이 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기계에게 지지 않을 인간의 분발이 요구되는 경쟁의 시대이다.

(3) 정보압축

정보압축은 패턴인식의 덕택이다. 간단한 흑백화상의 경우도 흑백화소의 여러 배치로 만들어지고 그 복잡한 배치 하나하나에 신경쓰지 않고, △ 인가, ○ 인가, × 인가 하는 스키마라고 불리는 것만 머리에 들어간다. 이것이 패턴인식이다. 앞에서 실효복잡도는 스키마의 크기와 관련된다는 겔만의 이야기를 인용했다.

사람의 얼굴 등 칼라 사진과 같이 복사한 패턴을 말로 설명하려면 매우 방대한 서술이 필요하지만, 보통 "그는 오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정도의 것밖에 머리에 남지 않는다. 또한 개구리의 눈이 모기인가, 연못인가 판단하는 것으로 머리에 신호를 보내는 것도 눈이 패턴인식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패턴인식의 중요한 역할은 정보압축에 있다. 정보압축이란 주어진 다량의 정보로부터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만 남기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기억장치를 절약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정보압축 프로그램은 기계적으로 정보를 압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압축은 이런 기계적인 것과도 다르다.

'중요하다' 는 것은 우리들의 생활에 깊은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인간이 개념을 만드는 것도, 바로 이 정보압축의 필요성 때문이다. 이 개, 그 개, 저 개의 특성을 각각 따로따로 기억하려면, 우리 머리의 기억용량으로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어서 머리는 곧 혼란에 빠질 것이다. 경험을 기록하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또한 다른 경험과 융합을 취하는데도 하나 하나의 개별데이터가 줄줄이 나온다면 정보량이 너무 많아진다.

이때 각각의 개를 '개' 라는 개념으로 그것을 일괄해서 '개' 라는 한가지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에 각각의 개에 대한 정보는 대폭 줄어든다. 이렇게 정보량이 줄어들면 그것들을 기억하는 것, 재생하는 것, 또한 다른 존재물과 관계를 맺는 것도 쉽게 할 수 있다.

즉 법칙화란 여러 가지의 현상 속에서 하나의 패턴을 찾아내는 것에 지니지 않다. 수학을 비롯한 과학은 패턴의 학문인 것이다. 특히 수학은 그런 특성이 강하다. 패턴의 계층성을 구축해서 되도록 작은 패턴을 사용하려고 시도한다. 예를 들면 개개의 수를 미지수로 그리고 방정식으로, 함수를 통합하고 개념정립을 한다. 이제는 카테고리라는 가장 폭넓은 개념으로까지 확대되어 수학의 모든 개념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수학은 정보압축을 추상화라는 방법을 통해서 한다. 곧 추상력이 정보압축력이다. 다양한 모양의 삼각형을 단지 삼각형이라는 한마디로 부르는 것이다. 물리학에서 정보압축도 마찬가지다. 물질의 색이나 모양은 무시하고 오로지 질량만 문제로 하여 질감이라고 부른다. 과학에의 요소환원주의도 정보압축인 것이다. 자연의 복잡한 현상을 원자라고 하는 간단한 요소들의 운동으로 환원시켜 압축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이런 정보압축 방법으로 처리되지 않는 정보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환원주의 정보압축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이제 복잡성의 정보압축 방법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4) 패턴인식의 곤란

불량설정문제로 패턴인식이 있다. 사물을 보고 그것이 어떤 사물인지 기계가 알아내도록 하는 문제이다. 특히 문자를 보고 그 문자를 읽도록 하는 문제가 컴퓨터에서 패턴인식문제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다. 이것을 OCR (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이라고 하며, 영문과 숫자에 대해서는 99.9 % 의 인식률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 이미 개발되었고 일본문자, 한문, 그리고 한글에 대한 문자인식기도 속속 상용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컴퓨터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컴퓨터는 다양한 글자체를 읽지 못하고 또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

이제 화소를 흑백만으로 생각하고, 화소수를 10 × 10  = 100으로 잡아 계산해 보자. 이때 생각할 수 있는 화상의 가짓수는 2100, 즉 약 1025 이라는 방대한 수이다. 다음은 그 대표적인 화상의 예이다.

 

지금, 흑을 +1, 백을 -1 로 하면 화상은 100 개의 +1 또는 -1 로 이루어지는 벡터 (vector) 로 표시된다. 예컨대 하나의 화상은 100 개의 성분을 갖는 벡터 (+1, -1, -1, …, +1) 이다. 요컨대 이 화상 공간을 100 차원 공간 속의 입방체라고 생각하면, 모든 화상 [점 패턴 (pattern)] 은 그 입방체의 꼭지점에 대응한다.

삼차원 공간에서 중심이 원점이고 1변의 길이가 2인 입방체를 생각하면, 그 정점의 좌표 (±1, ±1, ±1)는 모두 23 = 8개다. 그것을 삼차원이 아닌 100 차원으로 확장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입방체를 초입방체라 한다.

이 공간을 일반적으로 패턴공간 또는 상태공간이라 부른다. 1 차원 세포자동자의 길이가 3 인 상태공간을 입체적으로 나타내면 이렇게 된다. 이 공간에는 여러 가지 화상과 의미 있는 패턴이 흩어져 있고, 또한 흑백의 단순한 무작위 (random) 패턴도 있다. 실제로는 대부분 무의미한 무작위 패턴이다. 즉 의미를 갖는 화상은 아주 적다.

우리들의 망막이 100 × 100 = 10,000 의 흑백 패턴밖에 볼 수 없는 눈이라 해도, 우리 눈은 대부분 무작위의 패턴만을 보게 될 가능성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앞에서 예로든 네 개의 의미 있는 즉 삼각형, 원, 별, 가위표 등은 극히 소수이며 다음과 같은 무작위 패턴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것은 엔트로피 증대 법칙이 말하는 그대로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는 패턴은 결코 이런 무작위 패턴의 연속은 아니다. 그 연속된 패턴에서 우리는 기억이나 연상, 판정 등 여러 가지 정보처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이 100 개의 화소로부터 형성되는 패턴을 발생하는 기능을 가지는 기계에게 이러이러한 얼굴 패턴을 만들어 주라고 요구할 때, '이러이러한 얼굴' 이라는 애매한 내용을 잘 설명할 수 없는 경우, 기계는 여러 가지 패턴을 발생시켜 그것이 바라는 패턴인지 아닌지 평가를 받으면서 100차원의 초입방체의 꼭지점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으면 안된다. 화소수가 더욱 늘어나 만 개, 억 개가 되면 무작위 패턴의 수는 더욱 늘어나고 거기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는 데 난수발생기를 이용하는 것은 무의미하게 된다. 대부분 컴퓨터는 데이터 검색에 난수발생기를 쓰고 있다.

이러한 난문을 해결하기 위해 카오스 역학을 동원하려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카오스 같은 내적인 다 이내믹스에 의한 패턴의 발생기능은 지극히 무작위에 가까운 패턴을 발생하는 방식으로부터 특수한 패턴의 발생시키는 방법까지, 거의 임의의 패턴을 발생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즉, 카오스 역학은 위의 예에 한하지 않고, 지극히 넓고 깊은 상태공간을 탐색하는 유용한 수단 즉, 처리매체로서의 응용성을 가지고 있다. 즉 세포자동자의 카오스 역학을 이용하여 패턴인식을 하는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세포자동자의 시공패턴은 다양한 패턴을 생성시킨다. 그 중에는 매우 규칙적인 것에서부터 무질서하고 복잡한 패턴까지 다양하다. 더구나 세포자동자의 조건 즉 상태수라든지, 이웃의 수등을 바꾸면 더욱 다양한 패턴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제 불량설정문제의 하나인 패턴인식도 세포자동자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다.

(5) 리듬을 읽는다

무술의 경지가 높은 사람은 공격해 오는 상대방의 리듬을 읽는다. 그래서 그보다 더 고수는 아예 리듬을 감추는 즉 무박자의 경지에 오른다고도 한다. 무술에는 기초단위다 되는 초식이 있는데 무예 입문자들이 가장 먼저 확실하게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이 초식은 음악에서 소절과도 같다.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은 수많은 소절들이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무예도 작은 초식을 연속해서 전개함으로써 한편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고수는 이 초식의 작은 리듬에서부터 전체 작품의 리듬을 알고 있는 것이다.

야구에서도 리듬을 읽는 것은 중요하다. 저 투수는 직구, 안쪽 커브, 바깥쪽 커브라는 리듬으로 공을 던진다는 것을 파악하고 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공을 기다린다. 물론 멀거니 기다리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공이와도 헛 스윙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구질이 어떤 것인지 간파 당하지 않게 속임수를 쓰면서 말이다. 투수 쪽도 타자의 리듬을 읽으려고 애를 쓴다. 저 타자는 첫 번째 공은 거르고, 두 번째 공을 노린다. 그리고 바깥쪽 커브를 좋아한다는 등등이다. 선동열 선수가 일본에 건너가 고전했던 이유는 이렇게 자신의 리듬 즉 투구스타일을 일본의 타자들이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후로 일본 감독이나 코치로부터 자신의 리듬을 속이는 법을 훈련받아 요즘에는 아주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야구에는 이런 작은 리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타자들이 도는 순번 그 사이사이에 대타를 넣어 교란작전을 하기도 하고, 전체 경기의 흐름, 그리고 1 년 동안 경기를 치를 선수확보 등 야구라는 게임에는 다양한 주기의 리듬이 존재하며, 아무리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도 이들을 배치하고 조절하는 감독이 작전을 잘못 세우면 많은 안타를 치고도 경기에는 지는 수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야구라는 시스템은 다양한 리듬으로 구성된 역동적인 시스템이다.

이처럼 공격해 오는 상대나 시스템, 환경은 한마디로 불량설정문제다. 어디로 어떻게 공격해 올지 아무리 고성능의 컴퓨터라도 계산해 내지 못한다. 러-일 전쟁 때 일본 해군은 러시아 해군이 일본해의 어느 해안으로 공격해 오는가를 알아내는 데 매우 고심해야만 했다. 이때 한 제독이 머리털이 다 빠질 정도로 일본 해안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검토하거나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러시아 해군이 어느 해안으로 상륙을 시도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퍼뜩 잠에서 깬 제독은 모든 군함을 총동원해 그 해안으로 집결케 하여 러시아 해군을 막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대제국 러시아의 전세는 역전이 되고 일본이 러-일 전쟁에서 이기게 된다. 왜 잠결에 러시아 해군의 상륙지점이 보였을까? 하늘의 계시인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 뇌가 불량설정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불량설정문제를 우리의 뇌는 도대체 어떻게 해결하는가? 무술의 상대의 리듬을 읽는 것이다. 리듬이란 요동이다. 상대편도 어느 쪽으로 어떻게 공격해야 좋은지를 두고 망설이는 것이다. 즉 요동하고 있다. 이 요동은 각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다를 것이고, 자기 특유의 버릇이, 몸가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요동을 읽고 그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듯이 박자를 맞추어 움직이는 것이다. 고수들이 벌이는 쿵푸 결투를 보라. 한편의 고난도의 춤을 보는 것과도 같음을…

불량설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물체는 의식이라는 요동을 만든 것이다. 의식은 요동이 본질이라고 할 만큼 흔들리는 존재다.

『귀타귀』의 이야기처럼 요동은 요동으로 잡고, 불량설정문제는 불량설정시스템으로 잡는 것이다.

생명의 진화는 이러한 요동의 주기를 얼마나 많이 갖추느냐 하는 것이다. 마치 라디오 방송의 DJ(Disk Jockey)가 많은 레파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청취자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청취자의 요구는 생물에게는 환경과 같아서 변덕이 심하다. 충분한 리듬의 레파토리를 갖추지 못한 DJ가 은퇴하는 것처럼 생명들도 진화의 역사에서 멸종이라는 고별행진을 할 수밖에 없다. 무술의 고수도 많은 결투의 경험으로부터 공격과 방어의 리듬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즉 싸움도 해본 사람이 잘하는 것이다. 

(6) 본다는 것

앞에서 컴퓨터로 패턴인식을 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야기하였다. 그렇다면 인간의 눈은 어떻게 패턴인식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사물을 보는 것은 사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0 세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불량설정된 사물의 모습을 관찰하여 그 리듬 즉 사물의 모습을 읽고 우리의 뇌에 기록하여 둔다. 모습이 리듬이라니? 리듬을 4 차원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기하학적인 모습이며 모습을 보다 저차원의 입장에서 보면 리듬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릴 때 기록하여 둔 이 데이터를 통해서 우리는 사물을 보는 것이다. 이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지 못하면 한마디로 관찰력이 나빠지는 것이다. 곤충박사 파브르는 어릴 적에 수많은 곤충을 관찰해왔기에 그의 눈은 곤충에 대해서 일가견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볼 때 메뚜기나 방아깨비, 여치 등 그것이 그것 같다. 하지만 파브르는 뒷다리 하나만 보고도 척 한눈에 알아본다 그 말이다. 심미안이 있다는 말고 그러한 뜻이다. 추상미술을 감상하는데 같은 눈을 가지고도 어떤 이는 감탄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지만 우리 같은 심미안을 갖추지 못한 우리 눈에는 무슨 그림인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이 사실을 실증한 실험이 있는데 갓난 새끼고양이의 눈에 세로줄 무늬가 있는 안경을 씌우고 키우다가 고양이의 뇌가 각인 (imprinting) 되는 시기가 지나면 벗겨주었다. 그러자 그 고양이는 가로줄 무늬의 사물은 전혀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각인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바로 환경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시기이다. 과연 하등동물일수록 각인기가 짧다. 그들의 뇌의 용량이 작고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는 각인기가 무려 20 년이나 된다. 아니 평생인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것을 머리를 쓰기 나름이다. 평생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은 각인의 시기가 그만큼 빨리 끝나고 그의 뇌는 경직되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언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뇌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항상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의 뇌와 달리 이처럼 특별한 존재이다. 평생을 각인기로 살아갈 수 있다니 놀라운 일 아닌가? 따라서 책을 읽는 일, 새로운 정보를 찾아다니는 여행 같은 것이 우리의 인생을 젊게 하는 것이다. 보는 것에 대해서 소리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보통의 귀를 가진 우리는 구별할 수 없는 미묘한 화음의 차이를 음악의 천재들은 알아듣는다. 그들의 귀가 특별한 것이 아니고 그들의 청각영역이 특별한 것이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듣지 못하고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 소리만 듣고 자란 우리와 달리 음악에 특별한 흥미를 갖는 사람은 어릴 적에 미묘한 소리에 크게 주목했던 계기가 있어서 그 이후 줄곧 소리에 뇌가 민감해지고 청각영역이 특별히 잘 발달한다는 것이다.

(7) 데이터베이스 검색

아무리 많은 정보를 갖추고 있어도 그것을 제때제때 찾아내지 못해 대응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DJ 가 아무리 많은 디스크를 가지고 있다해도 듣고 싶은 노래를 그때그때 찾아내지 못하면 그것은 쓰레기만도 못하다. 많은 정보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베이스를 잘 정리하여 그 검색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컴퓨터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검색해 낸다.

그런데 왜 컴퓨터는 인간의 두뇌만큼 뛰어나지 못할까? 그것은 컴퓨터의 데이터베이스 구조가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컴퓨터는 죽어있는 데이터를 죽어있는 구조로 정리해 두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자료를 찾으려면 일일이 데이터를 대조해야만 한다. 따라서 데이터베이스가 커지면 커질수록 기하급수로 검색속도가 떨어진다. 불량설정문제는 대부분 경우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이야기하였다. 바둑도 불량설정문제인데 수많은 포석의 형태가 있고 그것도 변형도 계속 개발되며, 더구나 상대방이 정석대로만 두는 것이 아니어서 악수나 속임수에 대한 대비도 하여야 하기 때문에 바둑의 수많은 기보를 다 입력해도 컴퓨터는 유단자의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컴퓨터보다 더 빨리 데이터를 검색해 낸다. 그것은 우리의 뇌가 살아있는 데이터를 살아있는  조직으로 정리하기 때문에 자료 검색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다. 인간이 자료를 찾는 방법은 리듬을 동기 (synchronize) 화시킨다는 것이다. 즉 외부환경의 리듬과 동기가 되는 내부리듬이 자동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간이 정보를 조직하는 방법은 계층적인 홀론구조를 이용하며 이들 홀론은 살아있는 리듬으로서 작동하고 있다가 자신의 리듬과 같은 리듬이 환경에서 보이면 스스로 뛰어나와 동기화되고 춤을 추는 것이다. 마치 많은 댄서가 무대 뒤에서 춤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가 자신의 음악이 흘러나오면 무대로 나가 춤을 추는 것과 같다.

일본제독이 러시아 해군을 꿈에 본 것도 같은 이치이다. 제독의 머리에는 러시아 해군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와 일본 해안의 자료, 그리고 전투경험에 대한 자료 등이 뒤범벅되어 있고, 자신이 러시아 제독이라면 어디를 공격할까 하는 등등의 고민이 뇌 속에서 어지럽게 춤추다가 스스로 조직되어 러시아 해군이 쳐들어오는 환상을 스스로 만들었던 것이다. 잠은 뇌가 새로운 데이터를 정리하는 시간인데 그대로 책을 쌓듯이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정보로서의 한편의 드라마처럼 구성하기 때문에 그런 과정이 꿈속에서 보였던 것이다.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면 그와 동시에 데이터베이스의 여러 리듬들도 살아서 꿈틀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리듬들이 차례차례 발동되어서 하나 하나 일과가 진행된다. 세면에서 칫솔질, 아침식사, 출근, 업무개시 등에 필요한 리듬들이 일일이 불러내지 않아도 그 시각 그 상황이 닥치면 스스로 발동되어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이다.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은 드라마처럼, 오케스트라처럼, 한편의 오페라처럼 조직되고 처리된다. 컴퓨터는 이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보다 많은 데이터를 입력해 주어도 아무 일도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는 많이 아는 멍청이가 되는 것이다.

(8) 세포자동자로 만든 컴퓨터

세포자동자는 인간의 뇌처럼 살아있는 데이터를 다루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사실 뇌도 일종의 세포자동자라고 이야기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세포자동자를 인공지능이나 인공생명을 창조하려는 연구가 미국의 산타페 연구소에서 진행중이다. 그들은 정부의 보조금도 없이 개개인이 스스로 움직여 이런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것 또한 죽어있는 관료 조직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포자동자는 잡음을 걸러내는 필터로서 사용되고 정보를 스스로 조직하는 홀론으로 사용된다.

컴퓨터 기술의 진화와 인간 인지력의 진화를 비교해 보면 서로 거꾸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등장했던 애플이나 XT 컴퓨터가 주로 다루었던 데이터 형태는 텍스트 파일이다. 텍스트 파일은 문자나 기호인데 이것은 인간의 가장 고등한 두뇌인 좌뇌에서 주로 처리하는 정보이다. 문자나 기호는 아주 추상성이 높은 정보로서 고도의 인식능력이 갖추어진 인간만이 다룰 수 있는 데이터이다.

처음에 개발되었던 컴퓨터는 아마도 이러한 인간의 문자처리 작업을 대신해 주기를 바라서 탄생되었기 때문에 그랬는지를 몰라도 숫자와 그 계산을 비롯한 텍스트데이터를 주로 다루었다. 이렇게 문자로 주로 컴퓨터와 인간이 대화를 했기 때문에 CUI (Character User Interface) 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고도의 추상적 사고만을 하는 천재들뿐 아니라 일상의 평범한 사람들을 포함한 컴맹들도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컴퓨터가 너무 똑똑하기만 해서도 안되게 되었다. 아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운 추상적인 문자보다는 유아들이 좋아하는 구체적인 그림이 주된 처리방식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그림을 사용함으로써 컴퓨터의 사용은 휠씬 직관적이되고 사용하기 쉬워졌지만 고성능의 값비싼 컴퓨터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그림을 사용하는 대화를 GUI (Graphic User Interface) 라고 부른다. 인간의 두뇌에서 GUI 기능을 행하는 것은 우뇌이다. 우뇌는 포유류의 뇌에 해당하는 것으로 음악, 그림, 무용 등의 정보를 주로 처리한다.

이처럼 컴퓨터의 발달과 인간두뇌의 진화는 서로 거꾸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보면 지금 컴퓨터의 구조는 무언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 컴퓨터의 기술발전에는 서서히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렇게 거꾸로 발달해 온 컴퓨터의 구조가 아닐까 의구심이 일었다. 처음에 컴퓨터를 설계할 때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더라면 컴퓨터의 발전이 훨씬 자연스럽고 무한정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 CPU 의 구조도 크게 다르게 설계하고, 기억장치도 어드레스 접근방식이 아닌 전혀 다른 방법으로 설계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기억장치는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입출력한다. 그러나 랜덤하게 각 기억세포를 임의로 접근할 수 있게 설계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러한 기억장치를 다이내믹 기억장치 즉 동적 기억장치로서 병렬적으로 임의의 기억세포의 데이터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동적 기억장치는 CPU 와 기억장치의 분할이 아니라 CPU 와 기억장치의 융합으로 이루어진다. 각 기억세포에는 각각 CPU 의 연산장치와 제어장치가 분산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작은 수억만개의 CPU 들을 제어할 운영체제이다. 물론 DOS 나 Windows, UNIX 같은 운영체제로는 불가능하다. 이들 운영체제는 처음부터 CUI, CPU 와 기억장치 분리형인 노이만형 컴퓨터의 운영체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개념의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새로운 운영체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다시 한번 새로운 형태의 컴퓨터 구조를 살펴보면, 이 구조는 바로 세포자동자의 구조 그것이다. 기억세포 하나가 작은 오토마타로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다. 세포자동자는 카오스 이론, 프랙탈 기하학 인공생명, 인공지능 등 신과학의 중심개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포자동자는 단순한 규칙으로부터 아주 복잡한 구조를 한순간에 창발해 내는 능력이 있다. 이러한 능력은 마치 생물체의 행동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에 인공생명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세포자동자를 이용해서 인공생명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바로 세포자동자의 규칙을 운영체제로 이용하면 된다. 이렇게 태어난 비노이만형, 초병렬형 개인용 슈퍼 컴퓨터는 훨씬 유연하고 스스로 의지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도 거의 필요없이 자동으로 프로그래밍되는 그야말로 인공지능형 컴퓨터가 탄생할 것이다. 지금의 반도체 제조기술을 이용해서도 지금보다 수천배는 월등한 이러한 고성능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로 이제부터라도 서둘러서 세포자동자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세포자동자는 새로운 컴퓨터를 설계하는 기술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운영체제를 설계할 이론이며, 앞으로 복잡성과학의 중심이론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2. 인공생명

(1) 생명관의 변천

아리스토텔레스 등은 생명을 원래 한 개체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즉 한 사람의 생명, 한 마리의 비둘기, 한 그루의 나무에 대해서 그 생명을 생각했다.

하지만 18 세기 이후 레벤후크 (A.van Leeuwenhoke, 1632 ~ 1723) 에 의한 현미경의 발명으로 개체를 형성하고 있는 작은 세포에도 각각 고유의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개체를 포함한 생태계도 나름대로 생명이 있다고 한다. 인간이 만드는 사회조직이나, 국가, 문명에도 생명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지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라는 가이아 가설도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생명관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이제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관점에서 해답을 제시하고자 하는 학문이 등장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인공생명이다. 인공생명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가 있을 수 있는 생명체 중의 하나의 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기물이 아닌 금속, 플라스틱 등의 무기물로 이루어진 생명체, 아예 형태를 갖지 않는 생명체 등을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생명에 대한 관점이 넓어지면서 생명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21 세기의 과학자들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생명체 같은 것을 만들어 내어 생명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는 로봇공학이 그것이며, 또 하나는 생명을 갖는 프로그램 제작이 그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시험관에서 생명체에 필요한 유기물과 미네랄 등을 넣어서 인간의 손으로 생명체를 만들려고 하는 시도이다. 어느 것이나 인간의 손으로 생명을 창조하는 것이기에 인공생명이라고 부른다. 

(2) 인공생명

때문에 인공생명 (Artificial Life, Alife, AL) 이라는 새로운 과학에서는 생명에 대한 생각이 기존의 생물학자들과는 많이 다르다. 기존의 생각은 생물과 무생물은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생명은 무생물과는 다른 독특한 존재이며 그들 사이의 경계는 불연속이다. 그러나 인공생명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생명의 연속성을 주장한다. 죽음과 살아있음이란 단절적인 것이 아니라 연속적이라는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클래스 1 에 속하는 것이나 클래스 3 에 속하는 것은 죽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서히 변수를 변화시키면 점점 복잡한 패턴이 생기고 이윽고 생명의 패턴을 볼 수 있다.

아무튼 새로운 과학은 우리들에게 상식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을 정립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인공생명의 '인공' 은 단순히 생명을 흉내낸다는 의미가 아니고 순수하게 인간의 손으로 만든 새로운 생명체라는 의미다.

인공생명은 이론생물학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론생물학은 지구상의 실제 생물을 연구하는 현재의 생물학과는 달리 실제로 가능한 모든 형태의 생물을 다루는 보다 광범위한 생물학이다.

생명을 이해하는 데는 환원주의나 전체주의만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이 양자를 모두 사용하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랭턴은 말한다. 그것을 콜렉셔니즘 (Collectionism) 이라고 부른다. 

(3) 생명창조

오랫동안 인간은 생명창조는 신의 섭리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사의 인간이 신의 영역을 넘어서려는 오만한 계획을 품고 있다.

실험실에는 이상하게 생긴 유리병에 무언가 출렁거리는 액체가 담겨 있고, 그 안에는 가끔씩 번쩍이는 섬광을 발하는 방전이 일어난다. 이 실험실은 신의 성역인 생명의 창조를 꿈꾸는 자들이 모여서 신에게 역모를 꾸미는 음산한 곳이다.

이것은 1953 년 밀러 (Stanly Miller) 와 유레이 (Harold Uray) 가 태초에 지구에서 어떻게 생명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아보려는 실제실험상황이다. 그 실험의 아이디어는 너무도 간단했다. 태초의 지구 환경을 규모는 비록 엄청나게 작지만 그대로 재현해 봄으로써 어떤 작용이 생명을 탄생하게 하였는지 알아보려는 실험이었다.

이러한 생명창조의 시도는 나름대로 성과는 있었지만 실패로 끝나고 여전히 생명은 신비의 베일 속에 숨어 있다. 그만큼 유기물은 복잡하고 연구하기에도 너무나 어려운 문제가 많은 것이다. 우선 유기화학에 정통해야 했고 실험도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했을뿐더러 생명을 흉내내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절차가 많다. 그래서 다른 측면에서 생명창조의 시도가 다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앞에서 알아본 생명의 본질을 유기물이 아닌 다른 매체 즉 컴퓨터를 통해서 실험해 보려는 것이다. 컴퓨터도 다른 실험기구를 다루는 것만큼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훨씬 절차가 간단하고 재실험이 몇 번이고 가능하다. 즉 생명의 실험실이 생화학실험실에서 컴퓨터로 옮겨간 것이다. 그리고 컴퓨터 안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를 만들려고 한다. 이 생명체는 그야말로 정보로만 이루어진 생명체라고 할 수도 있다. 

(4) 생명과 정보

무생물 시스템은 물질과 에너지의 법칙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생물이라는 존재, 시스템은 정보라는 새로운 개념을 필요로 한다. 생명현상을 설명하는데는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정보의 법칙이 필요하다.

생물은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하면서 그들만의 정보의 세계를 넓혀 왔다. 즉 진화는 새로운 정보를 획득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알린 것처럼 바다에 살던 생물이 처음으로 육지에 오를 때는 온갖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극심한 기온변화와 엄청난 중력, 바다에서처럼 풍부하지 않은 먹이-그것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겪는 시련이다. 이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생명체는 놀라운 변신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메마른 대지에 적응하기 위해 비늘이나 피부를 만들고 중력을 이기기 위해 튼튼한 뼈와 다리를 만든다. 그리도 극심한 기온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항온동물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생명체는 이윽고 정신세계에 바를 들여놓는다. 우리는 마치 물고기가 처음 육상에 발을 내디딘 것처럼 처음으로 미지의 정신세계에 들어온 거시다. 인간은 이제 겨우 정신세계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 즉 정신세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다. 이제 겨우 정신이 뇌라는 물질의 창발현상이라는 정도만 감으로 잡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 정신이 본질이 정보라는 의문을 많이 풀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정도이다. 아무튼 생명이나 정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정보에 대해서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보는 차원을 갖고 있는데 이 차원이 다르면 무의미한 정보가 되어 버린다. 마이동풍은 바로 그런 것이다. 동풍은 생물적인 차원이 아니라 정신적인 차원의 정보인데 생물적인 정보만을 취급하는 말에게 주어졌으니 말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하게 된다. 정보의 논리, 의미의 논리는 이 차원에 유념해야만 한다.

그러나 하위차원의 정보는 역시 무의미하기는 하지만 그 의미를 해석할 수는 있다. 말은 풀내음을 좋아하고 그것은 먹이가 가까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신적인 차원에서 풀내음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러나 말에게는  그것이 필요한 것이다.

생명체에게 있어서 정보는 아주 본질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는 점점 축적되고 갱신되어 증식해 간다. 생명은 사실 정보의 수집, 정리, 전달이 목적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뇌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도록 꾸며졌다. 환경으로부터 들어오는 온갖 정보를 다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한다. 얼룩말에게는 좋은 풀이 어디에 많이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사자는 풀에는 관심이 없고 살찐 얼룩말에만 관심이 있다. 사자는 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풀이 많은 곳에 얼룩말도 많으니까. 하지만 사자는 그런 정보따위는 무시한다. 사자는 얼룩말을 잡는 것이 목적이지 기르는 것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자는 시장할 때 한 마리의 얼룩말만 잡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그날 그날을 살아가는 것이다.

생물은 정보과학의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의 정보시스템이다. 각자 나름의 환경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분석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어 환경에 적응해 가는 정보처리 시스템이다. 이렇게 환경에 대응해 가는 방법을 정리해 놓은 파일을 자기의 후손에게 유전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전해 준다.

인공생명은 정보가 생명체 내에서 어떻게 변형되어 가는가를 주로 연구한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홀랜드의 유전자 알고리즘, 린덴 마이어의 L-시스템, 톰 레이의 티에라, 크레이그 레이놀즈의 보이드, 스튜어트 카우프만 (Stuart Kauffman, 1940~) 의 유전자 연결망 등의 연구가 있다. 이들 내용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인공생명이라는 책에서 하기로 한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지금 복잡성의 과학이라는 새로운 조류가 밀려들고 있으며, 그것의 가공할 위력과 그것을 무시할 때 겪을 심각성을 알리고자 회람하는 정도로 꾸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