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이루는 물질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 : Gerald M. Edelman 지음, 황희숙 옮김, 범양사 출판부, 1998 (원서 : Bright Air, Brilliant Fire : On the Matter of the Mind, BasicBooks, 1992), Page 36~55

 

유일한 물질법칙은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 내야만 하는 것이며, 유일한 심리법칙은 그런 작업을 위해 물질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 맥스웰 James Clerk Maxwell

 

의식이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사고가 자신의 메커니즘을 '간파' 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면, 일부 철학자들이 사유실체라는 개념을 제안하거나 심지어는 모든 물질에 다 의식이 있다고 보는 일종의 범심론 panpsychism 을 제안했던 것이 놀랍지 않다. 그렇지만 현대과학의 연구결과는, 마음의 기초를 이루는 물리적 물질이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아주 통상적인 것 — 즉 그것은 약간의 금속과 더불어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유황, 인과 같은 화학원소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므로 뇌의 본질적 구성 속에는 정신적 속성의 본질을 해명해 줄 단서가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특별한 것은 그것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다. 위의 통상적인 화학원소들이 지극히 복잡한 분자의 부분을 이루고, 분자는 다시 살아있는 조직세포의 복잡한 구조를 만든다. 인간처럼 복잡한 생물은 대략 200 종류나 되는 세포 유형을 가지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특별하고 색다른 것 중의 하나가 신경세포 또는 뉴런 neuron 이다. 뉴런은 세 가지 면에서 유별나다 : 그 다양한 모양, 전기적 및 화학적 기능, 그리고 그 연결방식, 즉 그물망의 다른 뉴런과 연결되는 방식이 그것이다.

뉴런의 이런 특성에 대하여 좀더 설명할 계획이지만, 어떻든 우리가 우주에서 그 어느 것과도 같지 않은 것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납득시킨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나는 거기에다 필요한 것을 덧붙일 것이며,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맨 처음부터 복잡한 것에 짓눌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세부에 대해 상술하기 전에, 뇌의 특정 영역에 뉴런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그들이 서로 이루는 연결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를 느껴 보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이 사실을 알면 처음부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뇌의 형태에 대해 기술하지 시작하면, 복잡한 구조의 뇌를 가진 동물을 자연선택함에 있어 진화가 이룩한 것에 누구나 더욱 감동 받을 것이다.

대뇌피질 (그림 1) 이라고 하는 뇌 부위부터 시작하자. 이것은 고차원적 뇌기능이라고 막연히 불리는 것 – 언어, 사고, 복잡한 운동유형, 음악과 같은 기능의 중추다. 뇌의 반구와 측면을 덮고 있는 주름진 '외투막 mantle' 을 펼쳐 놓는다면, 그 크기는 커다란 식탁 냅킨만 할 것이며, 두께도 대략 그럴 것이다. 이 구조를 이루는 신경세포의 수는,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대략 약 100 억 개의 뉴런이 피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보조기능을 갖는 신경교세포 glia 라는 것도 있지만, 무시하기로 한다).

각 신경세포는 시냅스 synapse 라는 곳에서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된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 대뇌피질에만 10 억의 100 만 배만큼의 시냅스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 연결점 (또는 시냅스) 의 수를 1 초에 한 개씩 센다면, 시작한 지 약 3200 만 년 후에 마칠 수 있다. 이 특별한 구조에서 연결점의 수가 얼마나 않은가를 느끼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은, 큰 성냥대가리 한 개만한 뇌 부위에 약 10 억 개의 시냅스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는 다만 연결점을 세는 것만을 이야기했다. 만약에 연결점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연결되는가를 고려한다면, 그 수는 초천문학적이다. 101,000,000 정 도다 (전체 우주 안에는 1080 정도의 양전하를 띤 입자가 존재한다).

여기서 우리는, 정신적 특성을 갖게끔 뇌를 그렇게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첫 번째 단서를 갖게 된다. 뇌 속에 있는 뉴런 망의 단순한 숫자와 밀도로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것이 뇌 조직의 유일한 독특한 특성은 아니다. 그보다 현저한 특성은, 뇌세포들이 기능적 양식으로 배열되어 있는 그 방식이다. 이런 정교한 세포 배열 (그들의 미시해부학 microanatomy 또는 형태학) 을 뇌 크기의 물체 속의 무수한 세포 수와 더불어 생각해 보면, 그리고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고려해 보면, 우리는 이 알려진 우주 내에서 가장 복잡한 물질적 대상에 대해 말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뇌의 또 다른 구성 요소의 특성에 대해 좀더 말하고자 한다. 인간과 같이 복합적인 동물에게 있어서, 뇌는 신경판 laminae 과 신경핵 nuclei 이라 불리는 다소간 모양이 둥근 조직으로 구성되어 잇다. 이 조직들은 각각 복잡한 연결망으로 얽혀 기능을 수해하도록 진화되어 왔으며, 피질보다 때로는 많고 때로는 적은, 거대한 수의 뉴런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각신경 변환기 sensory transducer 라는 특수한 뉴런에 의해 뇌는 바깥 세계로 연결되는데, 그 변환기는 감각기관을 만들며 입력을 뇌에 제공한다. 뇌의 출력은 뉴런에 의해 근육과 분비선에 연결된다. 더불어 뇌의 부분들은 다른 부분들로부터 입력을 받고, 외부 세계로부터의 개입 없이 다른 부분들에 출력을 준다. 뇌는 다른 어느 것보다 그 자신과 더욱 관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뉴런은 상호 간에 과연 어떻게 연결되며, 신경핵과 신경판 속에 어떻게 배열되는가? 이미 말했듯이 주요 연결 수단은 시냅스라는 것으로, 이 특별한 구조 속에서 시냅스 전 신경 presynaptic neuron (그림 2) 의 축색 axon 을 통과한 전기적 충격이 (신경전달물질이라 불리는) 화학물질을 방출하게 하고, 그것은 또 시냅스 후 신경 postsynaptic neuron 에 전기적 충격을 유발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시냅스의 힘이나 효력은 일정하지 않아서, 신경전달물질의 양과 전달양식 등 시냅스 전 요인에 따라서 변화된다. 또 수용기와 이온 통 로의 화학적 상태 변화, 즉 전달물질을 결합하고 또 이온으로 하여금 (칼슘이온 같은) 전하 물질을 세포 내로 운반하게 하는 시냅스 후측면상 단위들의 화학적 상태 변화에 따라서 달라진다.

뉴런의 모양은 다양하고, 그 모양은 어떻게 한 뉴런이 다른 뉴런과 결합해 어떤 주어진 뇌 부위의 신경해부학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가를 부분적으로 결정한다. 뉴런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부학적으로 배열되며 때로는 지도 map 로 배열된다. 지도화 mapping 는 복잡한 뇌에 있어 중요한 원칙이다. 뇌 지도는 (피부나 눈의 망막과 같은) 신체의 2 차원적 수용기관 층면 위의 부위를 뇌의 층면 위의 상응부위에 연결시킨다. 수용기관 층면 (예를 들면 손가락 끝의 촉각세포와 빛에 반응하는 망막세포) 들은 3 차원적 세계에 반응할 수 있어서, 뇌에 압력이나 파장의 차이에 대한 공간적 신호를 제공한다. (우리가 시간도 고려한다면, 그들은 4 차원적 세계에 반응한다). 더욱이 뇌 지도는 뇌 속에 있는 것들 중 가장 수효가 많은 섬유 fiber 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 예를 들면, 우측 대뇌반구와 좌측 대뇌반구의 중앙선을 통과해 연결시키는 주섬유 다발인 뇌량 corpus callosum 은 약 2 억 개의 섬유를 포함한다.

19 세기 이전에는 이런 것들이 조금도 상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학자들 — 예를 들어 디드로 Denis Diderot 에 의해서 그 시기 전에도 놀라운 추측이 이뤄지기는 했다. 다음의 대화는 희곡 형식으로 쓴 그의 소설 ≪달랑베르의 꿈 Le Réve de d'Alembert≫ 에서 발췌한 것으로서, 달랑베르의 연인인 레스피나스 양이 의사인 보르도 박사에게 달랑베르가 꾼 혼란스런 꿈의 원인을 물어 보는 대목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마음을 이루는 물질에 대해 많은 사실들을 터득한 셈이다. 신경세포는 분화되어 있고, 그 수효가 많으며, 각기 나름의 특수한 화학적, 형태학적 특성을 갖고 있는 무수한 연결점들과 함께 있다. 이와 같이 배열된 결과, 그 구조는 복잡성과 다양성에서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신경세포는 또한 일반적인 구성 원칙을 갖고 있다 : 그것은 지형적 지도를 갖는 판 sheet 과 둥근 신경핵 또는 '방울 blob' 로 이루어져 있다. 층 구조에서 그 지도를 감각 표층과 바깥 신체 및 근육에 연결시키기 위해 신경세포는 많은 신경섬유 neurite 를 내보낸다. 그리고 지도들은 상호 간에 지도로 나타낸다.

감각 요소들을 자극시킨 결과 신경 신호들은 방전의 형태로 뉴런의 피막 층에서 발생한다. 그것들은 대전 이온의 흐름에 의해 자극된다 (이것은, 즉 전하는 전화선에서 움직일 때보다 세포의 피막층에서 훨씬 느리게 이동하는데, 피막층에서 전류는 전자에 의해 이동된다). 대규모의 뉴런들은 놀랍도록 많은 수의 결합을 이룰 때 평행을 이루며 활동한다. 자극에 대한 민감함은, 예컨대 시냅스에서의 신경전달자나 신경 조정자라 불리는 물질을 포함한 여러 가지 다른 화학물에 의해 수정될 수 있으며, 물론 약물에 의해서도 수정 가능하다.

한 조각의 뇌 조직은 정교한 조직망으로서, 3 차원적 공간과 시간에서 전기 화학 신호에 반응한다. 뇌 조직은 역동적인 패턴을 방출하며, 그러한 패턴을 받아들이고 그에 반응한다. 이런 패턴들은 서로에 영향을 끼치며 다른 신경 접속들을 통해 신체의 다른 기관들의 움직임, 즉 심장이나 신장, 허파, 근육과 선膳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뇌는 최고의 통제 자이며, 율동적인 패턴들은 우리가 숨을 쉬며 피를 펌프질하고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또 몸을 움직이는 방식에 변화를 준다.

신경계 (물론 동물 전체에 관계되는) 가 전체적인 그리고 미시적인 형태들을 계발시키는 원칙들에 대해서는 뒷장에서 언급하겠다. 그러나 여기서 그것에 관해 약간이나마 미리 언급해 두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뇌의 해부학적 배열과 신경계는 일련의 발생상의 사건들에 의해 생겨났다 (그림 3). 배에서 세포는 분열하고, 이동하며, 소멸하고 상호 결합하며, 돌기들을 방출하고 시냅스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끌어들인다). 이런 역동적 사건들은 장소 (다른 세포들이 둘러싸고 있는 곳) 와 시간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과 연관되어 발생되는 때), 그리고 상호 연관된 활동 (세포들이 일정한 시간에 걸쳐 함께 점화하거나 함께 화학적으로 변화하는 활동들) 등에 상당히 민감하게 의존한다.

발생에서의 장소 의존성은 다분히 충격적이다. 배의 발생과정 중 지도가 형성될 때, 예컨대 망막투사 (그림 4) 에 의해 형성되는 시각적 공간의 지도만큼 이러한 특성이 뚜렷이 드러나 보이는 경우는 없다. 이 경우 망막의 신경절세포 ganglion cell 로부터 나온 신경섬유들이 시신경을 형성하며, 이런 신경섬유들은 개구리 같은 동물의 경우 시각령 optic tectum 이라 불리는 영역을 일정한 방식으로 지도로 나타낸다. 한 점 빛으로 망막 위의 특정한 위치를 자극하면 시각령의 특정한 지역 내의 뉴런들을 자극하는 셈이며, 또한 이 자극에 반응하는 세포들이 특정한 지도 내에 배열된다. 장소는 그러한 지도의 작용에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이러한 지도의 배열은 발생과정 중 최소한 두 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먼저 첫 번째 단계에는 시신경섬유에 의해 겹쳐진 가지 내에서의 신경섬유 확장이 포함되는데, 이 단계에선 조잡한 지도가 형성되며 그 어떤 신경 활동도 필요치 않다. 두 번째 단계에선 지도가 다듬어져서 한층 정확해지는데, 이 단계에서는 시각령 내의 신경 활동과 관련이 있는 인근의 신경절세포 섬유에서의 신경 활동이 필요하다. 금붕어나 개구리 같은 동물들의 경우 발생과정 중의 지도 형성은 대단히 역동적이며, 차별적 성장이 망막과 시각령 양 부위에서 모두 일어남에 따라 연결이 이동하고 다시 모이곤 한다. 이런 변화들을 주관하는 원칙들은 모두 후성적인 것들로서, 이는 주요한 사건들은 그에 앞서 어떤 특정한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에만 발생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중요한 결론은 세포 간의 연결이 동물의 유전자에서는 정확하게 미리 지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지도들을 그토록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배가 발생되는 과정에서 일찍이 장소에 의존해 모양을 만드는 후성적 활동들이, 감각 수용판 (예를 들어 망막이나 피부) 의 2 차원적 표면과 동물이 실제로 움직이며 자극을 받아들이는 3 차원적 세계간의 상호 작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지는 어느 정도는 반드시 '예측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뒤에서 발생과 진화의 원칙들이 어떻게 이런 현상들을 설명하는지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이 마치 거대한 전화 교환기의 구조를 설명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고, 심지어는 디지털 컴퓨터의 구조를 설명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어떤 면으로는 뇌가 바로 그런 체계들처럼 가동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신경계의 구조적 특성과 기능적 속성들을 상세히 살펴보면 전화 교환기나 디지털 컴퓨터와의 유사성은 금방 사라지게 되며, 우리는 곧 일련의 문제들에 봉착한다. 여기서 만나는 문제들의 복잡성은 신경과학이 내놓는 결론에 의존하고 있는 여타 학문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신경 과학 자체에 대한 해석상의 위기를 낳는다.

≪신경 다윈주의 Neural Darwinism≫ 라는 저서에서 내가 상세히 설명한 바 있는 구조적 위기는 해부학적 구조와 발생에서의 위기다. 어떤 척도로 보면 뇌는 마치 거대한 전지 조직망처럼 보이지만, 아주 미세한 척도에서 살펴보면 그 어떤 자연적 혹은 인공적인 조직망과도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고, 배열된다. 방금 살펴본 것처럼 발생과정 중의 세포 운동과 갈수록 늘어가는 뉴런의 확장과 연경에 의해 뇌의 조직망이 만들어 진다. 뇌는 자가조직적 self-organizing 의 한 예다. 발생과정 중에 있는 이 시스템과 그리고 발생을 마친 후 미세한 분지 / ramification 를 자세히 살펴보면 정확히 부분부분을 잇는 배선 (마치 전기 장치에서의 배선 같은) 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변이가 너무나 대단하다.

더욱이 중추 신경계에서의 신경계의 접속성이 하나하나는 다소 비슷하긴 하지만, 실제로 동일하지는 않다. 실로 그림 5 에서 볼 수 있듯이 하나의 강 class 에서의 개별 뉴런들의 형태와 그것들의 연결 패턴 모두에 상당한 변이가 있다. 만약 세포 분할이나 세포의 운동, 소멸과 같은 세포 변화에 의해 제공되는 발생과정상 구동력의 확률적인 (혹은 통계적으로 다른) 성질을 감안한다면, 이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즉 발생 중인 신경계의 특정한 부분에서는 뉴런의 70 퍼센트까지가 그 지역의 구조가 완성되기 전에 죽기도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유일하게 지정된 관계란 존재할 수 없다. 만약 하나의 뉴런의 가짓수를 세고 그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그 뉴런 가기가 접촉하는 뉴런의 수를 세어 본다면 그 수는 같은 종 의 그 어떤 두 개체에서도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며, 심지어는 일란성 쌍둥이나 아니면 유전학적으로 꼭 같은 동물들에서도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 복잡하게도, 뉴런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뉴런들의 가지와 겹쳐지고 갈라진 가지들에서 축색을 뻗어 내며, 수용 뉴런 위의 수상돌기 dendrite 라 불리는 돌기에서도 꼭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림 2 를 참조하라). 나는 시각령 위의 시신경섬유의 수지상 배열 arorization 을 언급하면서 이런 예를 이미 제시했다. 비유적으로 표현해 보자. 만약 우리가 한 뉴런에 대해, 수상돌기 연결의 중복되는 집합에 기여하는 다른 뉴런으로부터 어떤 입력을 받아들이는지를 '질문' 한다면, 그것을 '알' 수가 없다.

연결상의 변이에 이르는, 그리고 확인 불가능한 (동시에 반드시 반복 가능하지도 않은) 시냅스의 패턴을 겹쳐지는 가지에 이르는 발생학적 원칙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신경계가 정확하며 마치 컴퓨터처럼 '배선配線 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물어 볼 수 있다. "뇌가 일종의 컴퓨터라 믿는 사람들이 이런 위기를 조금이라도 인식했다면, 그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대처했을까?"

첫째, 그들의 설명은 어떤 특정한 미세적 수준 이하에서 일어나는 변이들을 '소음' 으로, 즉 발생과정상의 딜레마에서 하나의 필연적 귀결로 간단히 처리해 버린다. 둘째, 그들은 유일하게 지정된 연결이 없는 사실에 대하여, 지도와 같은 고등의 조직들은 그런 연결을 필요로 하지도 않거나 아니면 어떤 특수한 방식으로 그것의 부재가 보충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셋째, 정확하게 확인된 시냅스 입력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화 카드나 컴퓨터 사용자를 확인하는 데 사용하는 방식과 유사한 암호 code 를 뉴런이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뉴런에서 장소와 시간 부호는 아마도 빈도나 간격, 혹은 뉴런의 전기적 활동의 유형 등과 관련이 있거나 아니면 그것들이 결합되어 있는 화학 전달자의 종류와 관련이 있다 (그림 2). 그러나 이런 설명들은 마치 어떤 전기 장치들이 정보를 나르는 것처럼 개별 뉴런들이 정보를 날라 준다고 가정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라. 나는 이것이 정당한 가정이 아니라는 것과 이런 설명들이 부적절한 것임을 뒤에서 논의하겠다. 전신이나 계산, 혹은 기타 의사소통 형식들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암호 형식들에 대한 그 어떤 확실한 증거도 인간의 신경계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뇌가 일종의 컴퓨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난해한 수수께끼가 될 것이다. 이러한 수수께끼들은 생리학 및 심리학과 관계되는 일련의 기능적 위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이렇다. 만약 누군가가 전기 점화의 결과를 감지하는 전극으로 시냅스의 미세한 조직망을 살펴본다면 그 어떤 점화 행위도 감지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침묵하는 시냅스' 라고 불리던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왜 침묵하며, 그 침묵은 그것들이 운반하도록 되어 있는 신호나 암호, 메시지들과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두 번째 딜레마는 우리가 이미 망막투사 시스템에서 살펴보았던 종류와 같은 지도들의 기능 및 상호 작용과 관련이 있다. 해부학 교재들의 전형적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이런 지도들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즉 뇌의 특정한 부위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지도의 경계에 주된 변동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각기 다른 개체에서의 지도들은 특유한 듯이 보인다. 더욱 충격적이게도, 성숙한 동물에게 있어 지도의 변이성 variability 은 유효한 신호 입력에 의존한다 (그림 5). 이는 어떤 딜레마를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결국 컴퓨터들은 자기의 '지도' 를 변화시키거나 아니면 소프트웨어의 변경에 관한 도표를 변화시킨다. 그러나 신경계의 기능적 지도들은 해부학적 지도 위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것들은 이러한 해부학적 수준에서는 뉴런의 소멸에 의해서만 성숙한 뇌에서 변화된다. 만약 '소프트웨어' 변화의 결과로서 기능적 신경 지도들이 변한다면, 상이한 해부학적 지도를 가진 서로 다른 두 개체에 동일한 출력, 즉 동일한 결과를 부여하는 암호는 과연 무엇인가? 표준적으로 설명해 보면 이렇다. 뇌에는 변화하는 입력을 다루는 대안 체계들이 있는데, 이 체계 각각은 고정되어 있고 배선되어 있으나 입력을 바꿈으로써 스위치를 넣고 끊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 고 실상은 신경 지도의 변동은 불연속적이거나 양가적이 아니라 연속적이고 정교하며 광범위하다. 따라서 대안 체계의 수는 매우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다른 관찰은 우리를 가장 심오한 종류의 심리학적 딜레마에 이르게 한다. 그 딜레마는 복잡한 뇌를 가진 동물의 복합적 행동은 오로지 '학습' 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다는 주장에 회의를 던진다. 물론 이 위기는 신경 과학의 근본적인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한 동물이 애초에 어떻게 얼마 되지 않는 수의 '사건' 이나 '대상' 과 만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런 대면 후 어떻게 부정확한 수의 새로운 대상 (심지어는 다양한 맥락에서) 을 그 동물이 최초로 맞닥뜨린 그 작은 집합의 대상과 유사하거나, 아니면 동일한 것으로 적응력 있게 범주화 하거나 인식할 수 있는 것일까? 도대체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는데 동물은 어떻게 대상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후에 그 대상이 없거나 있을 때, 일반화하고 '보편자 a universal 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일까?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이런 종류의 일반화는 비둘기 같은 동물의 경우에서는 언어 없이도 일어난다.

이러한 도전적인 문제들에 대한 설명은 관찰자에게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숨겨진 실마리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반응하는 생물체의 세계를 다루면서 마치 그 '대상' 이나 '사건' 이 스스로 분류표를 붙이고 나타나는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대상' 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분류되지 않은 장소다. 어떤 동물이 처한 환경 내의 거시적 경계가 그 동물에 의해 대상으로 구획될 수 있는 방법의 수가 무한한 것은 아니지만 대단히 많다. 동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계의 지정은 상대적이지 절대적이지 않으며, 그 동물의 적응상의 혹은 의도된 욕구에 따라 다르다.

놀랍게도 '대상' 과 그 대상이 배열을 구획하는 능력은 우리가 앞서 언급했던 지도의 작동에 달려 있다. 그러나 어떻게 지도들이 상호 작용해서 대상의 정의를 내리고, 분명한 행동이나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인간을 대상으로 이런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소위 소형인간 homunculus 의 위기라고 내가 부른 문제에 도달한다. 즉 다양하고 복합적인 평행적 하부과정과 수많은 지도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지각과정이 어떻게 지각 자에게 통일되어 나타나는가 하는 문제다. (시각계에는 30 개 이상의 상호 연결된 뇌 중추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추들에는 각각의 지도들이 있다.) 누가, 혹은 무엇이 그러한 통일된 세계상을 구성하는 것일까? 뇌의 '계산', 혹은 '알고리듬 algorithm' 에 의한 것인가? 또는 소형인 한 사람이 자신의 머릿속에 다는 소형인간이 있고 ……… (그림 8-2). 그런 식으로 무한히 계속되는가? 결국 최종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만약 그 사람이 소형인간이라면, 우리가 전기공이라고 불러도 될 그의 사촌 뻘 되는 사람에 의해 어떻게 그 소형인간이 뇌 발생과정상 배선과정 중에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만약 발생과정 동안 소형인간이 존재한다면 이 전기공이 몇몇 매우 특이한 배선을 설치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살펴본 바 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와 있는 것일까? 간단히 답하면 이렇다. "매우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만약 우리가 일관된 설명을 염두에 두지 않고 순수하게 경험적인 방식으로 뇌과학을 연구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내가 앞서 이야기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분명한 대한은, 모순과 딜레마를 조정해서 그 위기를 해결해 주는 과학적 이론을 가지는 것이다. 분명히 고급 뇌기능에 관한 그 어떤 만족스런 발생학적 이론도 어떤 수준에서건 소형인간과 전기공을 설정할 필요를 제거해야만 한다. 동시에, 그 이론은 사건과 '대상' 이 어떤 선험적 a priori 틀이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질서에 의해 미리 분류되어 있지 않은 세계에 대한 대상의 정의나 일반화를 설명해야만 한다. 이는 컴퓨터에게 주어진 임무라기보다는, 컴퓨터와는 대단히 다른 전적으로 특이한 그 어떤 것에 주어진 임무다.

컴퓨터나 물질 입자, 원자, 사유실체, 유령 등에는 없으나 뇌에만 특유한 것은 그것이 진화적인 형태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이 형태는 원자에서 근육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단계에 걸쳐 상호 작용한다. 뇌의 연결 구조의 정교함과 그 수가 많은 것은 특별하다. 앞뒤로 '의미를 전해 주는' 지도들은 대규모로 평행이며 정확할 뿐만 아니라 통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마음을 이루는 물질은 항상 그 자체와 상호 작용한다. 나는 아직까지 뇌의 역동적 배열이 기억의 체계적 속성을 드러내 보인다는 사실, 즉 앞서 일어난 변화가 지정된 특수한 방식으로 앞으로의 후속 변화를 바꾼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신경계의 행위는 어느 정도 고리 모양으로 자가 생성된다. 즉 뇌의 활동은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이 움직임은 감각과 지각, 그리고 나아가서는 또 다른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그것들 사이의 층 layer 과 고리 loop 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그 어떤 것보다 정교하고 역동적이어서 그것들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물론 뇌의 화학적, 전기적인 역학은 전기회사의 활동을 닮기보다는, 정글 속에서의 소리와 빛의 패턴, 또 움직임과 생장 패턴을 더 닮았다. 이 역학은 특수한 화학작용에서 나온다. 그 화학작용의 변경이나 해부학적 기초의 파괴는 무의식을 돋구는 데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시적 혹은 영구적인 정신적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마음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놀라운 물질이 그 어떤 것과도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동안, 우리는 경박한 쇼비지즘에 대해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런 입장은 뇌를 구성하고 있는 오직 그 생화학 물질들만이 그런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설사 그것이 어느 정도 사실일 수도 있지만, 정신적 과정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것들의 실제적 구성이 아니라 바로 이런 물질들의 역동적 배열 그 자체이며, 바로 그 점이 본질적이다. 계속 문제되는 것은 역동적인 형태다. 그러나 예컨대 기초적인 물리적 입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매우 특수한 물리적 사건이나 힘에 호소해야 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뇌의 형태나 기억의 특성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바로 이 수준, 즉 양자의 수준에서 정신의 특성을 설명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후기> 를 참조하라).

그러나 만일 순전한 생화학적 맹신이 빗나간 것이라면, 실제로는 선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뇌의 소프트웨어를 인정하면서도 이 소프트웨어가 어떤 구조에서 작동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컴퓨터 과학자의 자유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그 과학자는 두 가지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데, 뇌의 작동과 관계된 소프트웨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전적으로 중요한 것은 뇌의 형태라는 사실을 실제 증거라 강력하게 나타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과 몇 가지 신경과학적 사실들을 가지고서, 우리는 보다 일반적인 생물학적 사실들에 접근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마음을 이루는 물질을 보다 잘 이해하려고 노력함에 있어 수렁에 빠질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면 그것들을 검토해 보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