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출현

 

요술베틀 : Robert Jastrow 저, 최광복 역, 범양사 출판부, 1986 (원서 : THE ENCHANTED LOOM: Mind in the Universe, Simon & Schuster, 1981), Page 17 ~ 34.

 

인간은 어떻게 지구상에 출현하게 되었는가.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지난 10여 년 동안 급진전을 보였으며 이에 따라 인간의 생성에 대하여 새로운 안목을 가지게 되었다. 성경의 창세기에는 우주와 만물의 창조가 한순간에 극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되어 있다.  (주석 : 성경의 창세기에는 우주와 인간의 창조가 단 6일만에 이루어졌다고 되어 있다.  6일을 우주의 나이로 따지면 눈깜짝 할 사이도 안되는 찰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과학자들도 지금은 우주가 이렇게 순간적으로 생성되었다고 믿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주의 순간적인 생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천문학자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고성능 망원경을 통한 천계 관찰의 결과 과학자들은 이러한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주의 순간적 생성이 과학적으로 가능한 사실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거론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 미국의 천문학자들은 별들의 거대한 집합체인 은하계 (galaxy) 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우주 전체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들의 관찰에 의하면, 우주의 모든 은하계들이 우주 공간을 향하여 서로 멀리 떨어져 나가고 있으며 가장 외곽에 위치한 은하계의 이동 속도는 상상하기가 힘든 속도, 즉 시속 수억 마일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이야말로 우주의 순간적 생성을 직접 설명해 주는 근거가 되었다.  은하계들이 계속 우주 공간으로 확산한다면 미래의 순간에는 지금보다 은하계간의 거리가 더욱 멀어질 것이다. 이를 거꾸로 생각해 보면, 과거에는 지금보다 우주 전체가 덜 확산되었을 것이므로 은하계들의 위치가 더 가까웠을  것이다.  시간을 계속 과거로 되돌려 가장 원초적인 시간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은하계들은 보다 근접하였을 것이며, 가장 먼 과거의 어느 한 시점에서는 우주의 은하계 전체가 한덩어리로 축소 응결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 뜨겁고 밀집된 덩어리는 내부의 엄청난 압력에 못 이겨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을 내뿜으며 폭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폭발의 순간이 바로 우주의 탄생을 고하는 첫 이정표였던 것이다.

이 대폭발의 사건이야말로 우주 만물의 시작이었으며, 우주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의 원초적 씨앗이 되었다.  모든 별들과 모든 생명체는 이 우주적 폭발의 순간에서부터 그 존재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창조의 순간이었다.

이 대폭발의 순간은 언제 일어났을까?

과연 우주는 언제부터 존재하기 시작하였을까? 현재 은하계들의 위치를 근거로 하여 계산해 보면 이 거대한 사건은 약 2백억 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천문학자들이 계산한 우주의 나이는 2백억 년이라는 것이다.  2백억 년이란 매우 긴 시간이다.  태양과 지구가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45억 년에 불과하며, 이 지구상에 생명이 존재한 것은 그로부터 훨씬 후의 일이다.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겨우 백만 년 정도에 불과하다.  백만 년은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1만 분의 1도 안 된다.  (주석 : 우주가 존재하기 시작한 순간을 1월 1일 0시 0분으로 잡고 지금 현재를 12월 31일 밤 12시로 본다면, 즉 우주의 나이를 1년으로 본다면 인간이 존재하기 시작한 때는 12월 31일 밤 11시 33분 43초이다.  우주의 달력에 의하면 인간의 역사는 겨우 26분 17초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 발견이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확인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한 천문학자들은 거의 없었다.  그 만큼 우주의 생성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창세기의 종교적 설명은 유사점이 많다.  물론 세부적 사항에 있어서 과학적인 견해와 성경 사이에는 차이점이 많다.  예를 들면, 과학자가 계산한 우주의 나이는 2백억 년인데 반하여, 창세기에 의거한 우주의 나이는 겨우 6천 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태초에 시작이 있었고 만물은 바로 여기서 유래한다는 점은 과학에서나 성경에서나 다 같은 주장이다.

모든 사건에는 그 원인이 있으며, 이 인과율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의 입장이다.  그런데 우주가 대폭발의 순간에 갑자기 생겨났다는 사실은 과학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과연 대폭발 이전, 즉 우주가 생기기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다는 것인가.  이에 대하여 과학은 근거 있는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천문학자 밀너 (E. A. Milne) 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태초의 상황에 대하여 증빙할 근거를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  신이 우주를 창조한 순간에 아무도 신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가 창조된 이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서는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망원경과 같은 과학 기기의 도움으로 우주가 존재하기 시작한 이후에 일어난 일, 즉 태초의 가스 상태에서 어떻게 하여 항성과 행성들이 생겨났으며, 그 후 어떤 과정을 거쳐 의식을 가진 생명체가 나타나게 되었는가를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창조의 순간이 있은 직후 우주는 엄청난 온도와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으며 내부의 압력에 못이겨 밖으로 밖으로 확산되었고, 확산되면서 우주는 서서히 냉각되었다.  우주의 나이가 백만 년 정도되었을 때, 내부의 온도가 2천 내지 3천 도로 낮아졌고 이때 처음으로 핵과 전자들로 구성된 원자들이 생겨났다.  이때부터 가장 원초적인 물질인 수소와 헬륨 등으로 된 가스 층이 어둡고 광활한 우주를 뒤덮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주의 온도는 더욱 내렸다.  우주의 나이가 약 10억 년 정도되었을 때, 가스 층이 소용돌이치면서 서로 엉기게 되자 원자 상태의 물질들이 결합하여 은하계를 형성하였다.  은하계 내에서도 물질의 냉각과 응축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별들이 생겼고 별의 주위엔 행성들이 형성되었다.

별과 행성들은 지난 수십억 년 동안 우주의 소용돌이치는 가스층에서부터 생겨났으며 지금도 계속 생성되고 있다.  뜨거운 가스상태로 뭉쳐 있으면서 열과 빛을 발하는 태양과 같은 별들이 지금도 우주의 어느 공간에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지금으로부터 45억 년 전에 탄생되었다.  행성들은 별의 주위를 맴돌던 가스 층과 먼지 등의 불안정한 상태의 물질들이 응결되어 형성된 것이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보면 나이가 오래된 별인지, 아니면 최근에 새로 생겨난 별인지를 알 수가 있다.  별에게도 수명 주기가 있어서 먹은 나이에 따라 밖으로 드러나는 특색 (빛의 강도나 색깔 등) 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먼 우주 공간에서는 별 (항성) 과 행성들이 형성되고 있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항성들뿐이다.  태양계 밖에 있는 행성들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신 망원경을 동원하더라도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는 행성은 우리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 내의 행성들뿐이다.  (주석 : 아무리 성능이 좋은 망원경을 사용하더라도 우리의 태양계 밖에 있는 행성을 아직까지는 보지 못한다.  그러나 고성능 망원경을 실은 우주 왕복선이 외계로 나게 되는 날에는 다른 태양계의 행성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는 곧 오리라고 예상된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신생 별들이 아니라 늙은 행성들로서 모두 나이가 같다.  태양계가 형성되던 45 억 년 전에 모두 같이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태양계에는 지구를 포함하여 9개의 행성, 달과 같은 40여 개의 위성, 그리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혜성과 소행성 (asteroid) 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태양의 주위를 맴돌던 가스와 먼지, 돌덩어리 같은 물질들이 신비스러운 에너지의 작용으로 서로 결합 응축되어 생겨난 것들이다.  지구는 처음에는 엉성한 상태였으나 응축 과정에서 밀도가 높아졌고 중력이 점점 커졌다.  강력한 중력에 의하여 지구 주위의 돌 같은 덩어리 물질들이 지구로 떨어졌으며 이것들이 지구의 표면과 충돌할 때에 생긴 고열로 인하여 지구의 표면은 마치 엿가락처럼 녹아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구의 온도는 냉각되었고 형태가 갖추어졌으며 결국 태양의 주위를 주기적으로 맴도는 행성이 된 것이다.

지구의 탄생에 대한 이상과 같은 과학적 설명으로는 해명할 수 없는 점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을 근거로 하여 보면 지구의 나이가 약 10억 년 (지금으로부터 35억 년 전) 되었을 즈음에 생물체가 지구상에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이 생물체는 어떻게 하여 생겨났을까?  지구의 표면은 본래 너무 뜨거웠기 때문에 어떤 생물도 살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지구상에는 본래 생물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생겨난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창조주에 의하여 창조되었든지, 아니면 물리화학적 법칙에 따라 무생물에서 생물이 자연발생하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구상의 생물 출현의 신비는 창조설이 아니면 자연 발생설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주석 : 이와는 달리, 생명체 출현에 대한 제 3의 가설이 있는데 이에 의하면 생명은 미지의 외계로부터 유래하였다는 것이다.  이 외계 유래설이 19세기에 유행하였고 최근에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생명의 씨앗이 외계로부터 지구로 떨어졌다는 이 제 3의 가설 역시, 외계로부터의 씨앗이 창조된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창조설 또는 자연발생설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류의 기원은 별, 별과 행성들은 2백억 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별들이 태양과 지구가 태어나기 전에 생겼으며 지금도 새로운 별들이 생겨나고 있음을 하늘에서 볼 수 있다.

이사진은 지구가 속해 있는 은하계의 한 부분 (뱀자리 성운) 을 120인치 망원경으로 찍은 것인데 이곳에는 새로 생기는 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점점이 흩어져 있는 검은 부분은 두터운 가스층으로서 별이 형성되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밝은 부분은 수소의 엷은 가스층으로서 새로이 탄생된 뜨거운 별에서 발산되는 자외선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다.

인간의 기원은 우리 은하계에 이와 같은 가스층이 형성되었던 45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돌멩이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지구를 뒤덮고 있는 만물은 이 가스층의 원자에서 생겨났다는 것이 과학자들이 말하는 창세기이다.

생명은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다 라고 확신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생명의 기원에 대하여 자연 법칙의 한계 내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하여 무생물에서 생물이 출현하였으며, 그러한 가능성은 그 확률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하였다.  과학자들은 무생물인 무기물에서 생명체를 만들어 보려고 실험실에서 무수한 화학적 실험을 해 보았으나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하였다.  생명의 출현은 우주의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대사건이 어떻게 하여 일어났는가에 대하여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생명이 없는 곳에서 생명이 발생할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매우 낮기 때문에 이는 전무후무한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우주에는 수 많은 별들과 행성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지구 이외의 어디에선가도 생명체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우주를 통틀어 생물이 살고 있는 곳은 지구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학은 이에 대하여 현재로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다.

생물의 출현은 매우 드문 현상이지만 자연 조건이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에서는 생물이 살고 있을런지도  지구에 처음으로 생물체가 나타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억 년 전 (지구의 나이가 5 억 년 되었을 때) 으로 추정되는데 그 당시의 지구의 상태와 비슷한 자연 상태를 실험실에 만들어 놓고 실험한 결과, 생물체의 기본이 되는 미분자 상태의 유기물질이 다량으로 생겨났다.  실험실에서 생성되는 유기물질은 현재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유기물질과 똑같다.   생물의 기본이 되는 유기불질은 40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자연법칙에 따라 생기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생물체는 이 지구상에 매우 일찍 생겨났다.  즉 지구의 나이가 아직 얼마 안 되었을 때 생물이 출현하였던 것이다.  아마도 지구의 자연 조건이 생물체가 탄생하기에 매우 적합하였던 모양이다.  화석의 기록에 의하면, 매우 원시적인 생물체인 박테리아가 출현한 것은 지구의 나이가 10억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때이다.  사실 박테리아는 인간과 같은 고등 동물에 비하면 매우 원시적인 생물이지만 생물체 전체를 놓고 보면 꽤나 진보된 생물이다.  박테리아는 수천 가지의 화학 물질을 동시에 만들어 내는 거대한 종합 화학 공장에 비길 수 있을 만큼 꽤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박테리아 이전에 있었던 보다 원시적인 미생물에 비한다면 박테리아는 제법 진보된 생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의 나이가 10억 년이었을 때 이미 복잡한 종합 화학 공장과 같은 박테리아가 있었다면, 박테리아보다 더 원시적인 생물체는 이보다 훨씬 이전에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최초의 생명체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이보다 훨씬 이전, 아마도 지구의 나이가 5억 년도되기 전이었을 것이다.  자연이 스스로 생명을 생성해 내는 실험 기간으로서 수억년이라는 기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만일 생물의 생성이라는 중요한 실험이 불과 5억 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성공하였다면, 그 후 생물이 번성할 확률은 매우 높았을 것이 틀림없다.

하여튼 지구가 행성으로 탄생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생물이 출현하였으며, 이 가장 원시적인 생물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보다 복잡한 생물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이 최초의 생물체는 워낙 단순하고 미세하여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화석에 그 흔적을 남기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지구의 나이가 35억 년이 되었을 때 (지금으로부터 10억 년 전) 까지 박테리아나 단세포 식물을 제외하고는 다른 생물체의 화석을 거의 발견할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0억 년 전에 이르러 처음으로 다세포 생물이 나타났음을 화석의 자료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진화에 있어서 획기적인 사실이다.  그러니까 최초의 생물이 출현한 후 약 30억 년의 기나긴 세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진화가 계속되었던 것이다.  인간도 다세포 동물의 하나로서 이 새로운 생물체의 진화 과정에 의한 산물인 것이다.

화석에서 발견된 최초의 다세포 생물은 원시적인 연체 동물이지만, 단세포 생물인 박테리아보다 훨씬 진보된 것이었다.  다세포 생물은 수많은 단세포들의 복합체로서 환경에의 적응력이 훨씬 크다.  또한 다세포 생물을 구성하고 있는 각 단세포는 기능이 분화되어 내장에 위치한 세포는 소화 기능에 전문화되고, 피부의 세포들은 외부의 자극에 견딜 수 있을 만큼 강인해졌으며, 눈, 코, 귀 등의 감각 기관에 위치한 세포들은 매우 예민한 감촉을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세포의 기능 전문화로 인하여 다세포 생물의 생활력과 번식력이 더욱 강해졌다.  모든 고등 생물은 이와 같은 세포의 기능 전문화가 고도로 발달되어 생성된 것이다.

다세포 동물이 출현한 것이 10억 년 전이었는데, 그로부터 4억 년이 흐르는 기간 동안에 특기할 만한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가 지금으로부터 6억 년 전에 생물계에 큰 진전이 이루어졌다.  즉 처음으로 외부에 두꺼운 갑옷 (외피) 을 입은 갑각류가 출현한 것이다.  이 초기 갑각류가 조개, 불가사리, 가재, 곤충 등의 원조가 된다.  이러한 갑각류는 두꺼운  갑옷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발달된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 뇌가 없었으므로 원시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갑각류 이후부터 진화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갑각류의 출현 이후 약 1억 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등뼈와 같은 내부 골격을 갖춘 척추 동물이 탄생하였다.  척추는 수십 개의 마디가 띠처럼 연결되어 있고 굽히거나 펼 수가 있어서 동작이 자유로우며 또한 척추에는 근육이 붙어 있어서 힘센 동작을 할 수가 있었다.

초기의 척추 동물은 그 후 수천만 년이 지난 후에 고등 단계의 동물인 물고기로 진화하였다. 물고기는 등뼈와 지느러미에 훌륭한 관절뼈를 가진 일류급 골격을 갖춘 척추 동물이었다.  그런데 특기할 것은 물고기는 뇌를 소유하였다는 점이다.  물고기의 뇌는 크기가 아주 작았지만 이 지구상에서 최초로 뇌를 가진 동물이었다.

물고기는 지금으로부터 4억 5천만 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생물은 물속에서만 살았으며 육지는 마치 달의 표면처럼 황량하였고 텅 비어 있었다.  생명체의 육지 정복이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최초로 땅을 밟은 것은 식물이었다.  이 녹색의 군단은 물가를 떠나 습한 지역을 찾아 내륙 지방으로 서서히 진군하였다.  식물이 육지를 점령한 지 수천만 년 후에 곤충들이 육지에 서식하기 시작하였다.  곤충은 육지를 침입한 최초의 동물인 셈이다.  그때 육지에는 곤충의 천적이 없었으므로 곤충은 급속히 번성하였다.  그러나 곤충의 전성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곤충이 육지를 점령한 지 5천만 년 후, 장기간의 가뭄으로 수면이 낮아지게 되었을 때에, 물고기 중에서 일단의 용감한 척후병들이 서툰 지느러미 걸음걸이로 늪지대를 기어나와 신세계의 생활터 (굳은 땅) 를 찾아나섰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육지 이동은 약 3억 5천만 년 전에 있었다.  이 사건은 원시 생물에서 인간에까지 이르는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획기적인 사건이 된다.  사실 물고기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은 물속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물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크로솝테리지안 (crossopterygian) 이라고 불리는 일단의 물고기들만이 육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크로솝테리지안은 연어처럼 힘이 좋아서 땅으로 기어오를 수 있을 만큼 지느러미 근육이 발달되었고, 또한 아가미뿐만 아니라 허파까지도 갖추고 있어서 육지에서도 호흡을 할 수 있었다.  크로솝테리지안이 생존했던 3억 5천만 년 전에는 아가미와 허파를 동시에 지닌 물고기들이 많았으며 오늘날에도 이런 물고기들이 더러 있다.

크로솝테리지안의 후손들은 지느러미로 걸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허파로 공기 호흡을 할 수도 있는 이중적 장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강가나 냇가에서 육지 생활의 터전을 잡았다. 육지 생활에 적응하게 됨에 따라 물고기의 투과성 피부는 체내의 습기를 보호하는 단단한 막으로 바뀌었으며, 껍질이 없었던 물고기의 알은 탈수현상을 막아 주는 껍질로 싸이게 되었다.  물고기의 근육과 뼈도 이와 같은 변화를 거쳐 지느러미가 다리로 변모되었다.

땅으로 올라온 크로솝테리지안의 뇌는 물고기의 뇌에 비하여 상당히 발달된 것이었다.  물고기의 뇌는 외부의 자극에 대해 수동적으로 반응할 뿐, 전후 행위의 연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순간순간의 자극 - 반응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초기 육지 동물의 뇌는 신경 세포의 수가 많아져서 다소 전후 행위의 연결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자동적이고 본능적인 자극 - 반응으로서 운동의 범위가 고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환경에 따라 새로운 반응을 보이는 융통성이 없었으며 그만큼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작았다.  새로운 자극에 대하여 새로운 반응으로 대처하는 적응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능이란 것이 필요하다.  초기의 육지동물은 이러한 지능을 갖추지 못하였다.  그때까지 이 지구상에는 아직 지능적인 생물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진화의 속도는 느리다.  몸과 뇌의 기능 변화는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하기 때문에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짧은 기간 동안에는 변화의 낌새를 전연 알아챌 수가 없다.  그러나 2천 5백만번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진 후에는 진화상의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즉 물에서도 살고 뭍에서도 사는 수륙양서의 동물이 나타난 것이다.  이 초기 양서류는 개구리, 두꺼비의 원조로서 알과 피부는 여전히 물고기와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 양서동물이 5천만 번이나 세대 교체를 한 후에는 물고기의 육지 이동에 따른 진화 과정이 완료되어 수중 생활의 흔적을 완전히 벗어 버린 전혀 새로운 형태의 동물이 출현하였다. 이 새로운 동물이 바로 땅을 기어다니는 파충류였다.

파충류는 지구상에 3억 년 전에 출현하였다.  파충류도 곤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자연의 천적이 없었으므로 지구의 정복자로서 군림하였다.  초기의 파충류는 번성을 거듭하여 도마뱀, 뱀, 거북, 악어, 공룡, 새 등으로 진화되어 갔으며, 이 진화의 과정은 결국 포유동물 (젖먹이동물) 로 이어진다.

물고기, 초기 파충류, 공룡, 새 등과 같은 포유류 이전의 동물들은 아직 지능이 매우 낮은 단계에 있었으며, 이것들의 후손으로서 현재 생존하는 파충류들도 지능 미개발 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포유동물은 예외였다.  지능의 진화 (뇌의 진화) 는 곧 포유동물의 진화라고 말할 수 있다.  포유동물의 출현은 뇌의 진화에 있어서 최초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냄새를 포착하는 돌기는 물고기의 코에서 바로 전위의 후각 센타에 연결되어 있다.  눈을 통하여 들어온 시각은 시신경 조직을 거쳐서 중간에 있는 시각 센타에 전달된다.  중위의 시각적 뇌 부분이 가장 커서 물고기의 정보 처리 업무의 가장 큰 부분은 차지한다.  물고기는 시각 정보에 대하여 아무런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순한 반응을 할 뿐이다. 물고기의 뇌는 아주 작아서 여러 가지 감각적 정보를 종합하는 능력이 없는 비지능적 죄 (생각하지 않는 뇌)이기 때문이다.

물고기에서 인간으로.  크로솝테리지안 (crossopterygian, 그림) 은 허파와 힘센 지느러미를 갖춘 물고기로서 3억 5천만 년 전에 심한 가뭄으로 물의 수위가 낮아졌을 때에 물을 떠나 육지 생활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 물고기가 네 발을 가진 모든 척추동물의 조상이 된다.

아래 부분의 그림은 지느러미 부분의 뼈가 인간의 팔과 손으로 진화한 것을 표시한 것이다. 지느러미가 팔다리로 진화되어 가는 단계적과정을 우리는 화석 자료에서 뚜렷이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골격을 이루는 각 부분의 뼈가 물고기 뼈의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가를 우리는 알 수 있다.

지능의 출현은 포유동물이 지구상에 존재하기 시작한 2억 년 전부터였다. 오른쪽 표는 지능을 가진 동물의 진화 시간표를 표시한 것이다. 인간은 이 기나긴 우주의 역사가 99.9퍼센트나 진전되었을 때 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