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News : 2011 년 4 월
[제4의 혁명 '브레인 웨이브'] [3·끝] 뇌스캔·뇌지문 채취…'꿈의 뇌과학' 악몽 우려 : 조선일보, 전병근, 2011.04.01 : 질병치료 넘어 뇌성형론까지 ... 뇌열풍 기댄 사이비담론도 위험… 뇌연구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 '당신이 현실이라 생각하는 것은 뇌에 주입된 가짜현실이다.' 1999년 영화 '매트릭스'가 준 충격은 컸다. 2199년 인공두뇌(AI)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뇌에 1999년 가상현실을 입력당한 후 그것을 현실로 믿고 살아간다는 설정. 물론 공상과학영화였다. 하지만 그 속에는 오늘날 빠르게 진화하는 뇌과학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최근 영화 '아바타'만 해도 근거 없는 공상이 아니다. 요즘 카이스트와 연세대는 인간두뇌-기계 인터페이스(BMI) 기술을 추진중이다. 서울에서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를 통해 사람의 뇌 신호를 보내면 대덕단지의 로봇이 원격 작동하는 방식이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미 사람의 표정을 읽는 휴대용 스캐너를 개발해 시험사용 중이다. 테러모의범 색출용이다. 센서가 1000분의 1초 속도로 43개 안면근육의 미세한 동작을 잡아낸다. '뇌 지문' 채취법도 개발된 지 오래다. 친숙한 소리나 냄새, 광경을 인지했을 때 뇌파의 진폭이 변하는 것에 착안, 피의자에게 범죄 현장이나 도구를 보여주며 반응을 측정한다. 2008년 6월 인도 법원에서는 뇌스캔 자료가 살인죄 증거로 채택되기도 했다. 판사는 24세 여성 피고가 범죄 내용을 다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뇌 자료를 두고 "믿을 만하다"고 판시했다. 2009년 미국 법정에서는 처음으로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자료가 사이코패스(폭력적인 정신이상자)의 인지작용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증거로 채택됐다. 사례는 늘고 있다. 뇌과학은 꿈의 해방자인가 새로운 두려움의 대상인가. 그동안 물리적 환경을 제어하기 위해 수천년을 보낸 인류는 이제 인간의 정신 환경까지 손안에 두게 된다는 기대에 차있다. 하지만 조지오웰의 1984년 같은 새로운 통제 상황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박해정 연세대 영상의학 교수는 "뇌의 전모를 파악하게 됐을 경우 인간이 과연 행복해질지에 대해서는 함부로 장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뇌 프라이버시'는 이미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만일 어떤 사람의 뇌 신경구조에 어떤 '비정상'이 존재한다고 '파악'될 경우, 정보 유출은 어떤 식으로든 개인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뇌 우생학'의 우려다. 마치 과거 피부색에 따른 차별이 가까스로 철폐됐고, 오늘날 유전자에 따른 차별을 경계하듯, 앞으로는 뇌자료에 근거한 차별에 맞서 개인을 보호하는 법이 발전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견한다. 하지만 뇌는 드러난 부분보다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훨씬 많다는 게 중론이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제대로 된 연구 성과가 나오기까지 아직도 오랜 노력이 필요하며 인내가 요구된다"며 "민간이나 정부의 기대는 지나치게 성급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치매 같은 질병 예방·치료 측면에서 출발한 뇌과학이 점차 정상인의 '기능향상' 쪽으로 발걸음을 뻗는 것을 두고서도 학계에서는 논란이다. 최근 서울 중고생들 사이에 나돈다는 '머리 좋아지는 약' 일명 '똘똘이약'은 단적인 예다. 원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에게 처방되는 약이 멀쩡한 아이의 학습능력을 올리기 위해 쓰인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생명윤리학자인 폴 루츠 울프 교수는 "기억력을 강화하는 알약이 나오면 비아그라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세간에 유행인 '뇌 학습법'을 우려의 눈길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성일 고려대 두뇌동기연구소 소장은 "뇌에 대한 이해 없는 교육이나 뇌에 대한 잘못된 미신에 토대한 엉터리 뇌학습법 모두 위험하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인지신경과학센터의 안잔 차테르지 교수는 '성형신경학'이 성형수술처럼 인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작년 10월 29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신경윤리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이화여대에서 열리기도 했다. 뜨거운 쟁점들이 꼬리를 물었다. '정부는 범죄 용의자들의 뇌를 스캔할 권리가 있는가' '뇌 영상을 통해 사이코패스로 판명된 사람을 처벌할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위험한 사람을 뇌신경 기술로 개선할 수 있는가'…. 최경석 이화여대 교수는 "윤리적 관념이 뇌라는 물리적 실체로 귀속되면서 책임 문제가 논란거리가 되는 등 뇌과학의 파장은 대단히 폭넓다"면서 "뇌 연구 자체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시급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