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News : 2009 년 6 월
인간-로봇 공존사회 : 중앙일보, 김문상 KIST 프론티어 지능로봇 사업단장, 2009/06/11 : 몇 주 전, 친구가 조그만 이탈리아 식당을 열어 집사람과 함께 축하도 할 겸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나이 50이 넘은 지긋한 연배의 친구가 우리 부부에게 저녁식사에 곁들이기 적당하다며 와인 하나를 추천해 준다. “이 와인은 1995년산으로 이탈리아 로마 북부의 키안티 지방에서 생산된 멀롯 품종으로 만든 와인인데, 원하는 드라이한 맛은 덜하지만 오크통에서 숙성된 깊은 사과 향이 오늘 저녁식사와 잘 어울릴 것 같군.” 이 친구가 이 정도 경지에 오르게 된 것은 지난 10여 년간 와인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직접 찾아 다니며 교육을 받는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했다. 미래 시대에는 로봇이 이 친구만큼 상대방을 배려하는 멋과 풍류를 갖추지는 못하겠지만,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는 이 친구가 한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일본의 한 전자회사가 와인에 다양한 파장의 적외선을 투사해 그 결과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53종에 이르는 와인의 포도 품종과 재배 장소, 그리고 단맛의 정도 등을 감정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 센서가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를 담당하는 로봇에 장착되면 그 정확성에 있어서 인간 소믈리에(와인 감정사)의 능력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다. 로봇이 소믈리에 역할까지 대신할 수 있게 된 데는 초소형 전자정밀 기계기술의 발달이 큰 역할을 했다. 이 기술은 예전에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인간의 오감에 해당하는 감각기관들을 아주 훌륭하게 대신할 수 있는 센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물의 움직임 및 모양 등을 인식할 수 있는 인공 눈 기술, 극소량의 가스나 화약 냄새까지도 맡을 수 있어 인간의 후각 능력을 능가하는 인공 코, 힘의 크기나 마찰 그리고 온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인공 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혁신적인 센서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단 인간과 비슷한 또는 그 이상의 수준으로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감각기관을 갖게 된 로봇들은 기존의 주요 활동 영역이었던 산업현장에서 뛰쳐나와 우리의 생활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게 될 것이다. TV가 등장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개발되면서 현대인의 문화 생활 양상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바뀌었다. 일례로, 요즈음 어린이들의 놀이 상대는 대부분 집에 있는 TV나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지 않은가. 미래에 로봇이 우리 인간 생활에 깊숙이 들어오게 되면, 이들의 영향력은 지금의 컴퓨터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컴퓨터가 갖고 있는 여러 기능에 덧붙여서, 너무나도 매력적인 ‘인간성’이라는 것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계로서가 아니라, 친구 같기도 하고 선생님 같기도 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예고하고 있는 로봇은 우리 인간의 문화를 송두리째 바꿀 것임에 틀림없다. 이들 로봇은 거의 인간 생활 전반에 관여하게 될 것이다. 자녀들 교육 보조에서부터 할아버지의 취미생활 동반자 그리고 안내나 공연에 이르기까지 로봇이 생활의 전 분야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인간-로봇 공존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 로봇이 만드는 연극과 영화, 그리고 로봇이 등장하는 음악회는 우리 인간에게 다른 차원의 감흥을 일으키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신기하기만 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동반자로서 자리 매김하게 될 또 하나의 인격체가 제공하는 새로운 감흥 말이다.
[Why] [이인식의 멋진 과학] 2045년 '특이점' 통과 : 조선일보,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2009/06/07 : ... 인류보다 영리한 기계 등 극적인 변화 생기는 시점 .... '지구의 주인' 바뀔 수도 .... 미국 실리콘밸리에 미래학 전문 교육기관 '특이점 대학 (Singularity University)' 이 문을 열었다. 2008년 9월 설립된 이 대학은 올여름 첫 입학생으로 40명을 선발해 9주간의 과정을 가르칠 예정이다. 사전을 보면 특이점은 '특별히 다른 점(singular point)'을 의미하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 1993년 미국의 수학자이자 과학소설 작가인 버너 빈지는 '다가오는 기술적 특이점- 포스트 휴먼 (post human)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인간을 초월하는 기계가 출현하는 시점을 처음으로 특이점이라고 명명했다. 빈지는 생명공학, 신경공학, 정보기술의 발달로 2030년 이전에 특이점을 지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이점은 인류에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티핑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특이점은 정녕 언제 나타날 것이며 그때 인류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미국의 컴퓨터 이론가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다가온다'(2005)에서 2030년 전후에 지능 면에서 기계와 인간 사이의 구별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로봇공학 전문가 한스 모라벡은 '로봇'(1999)에서 2050년 이후 지구의 주인은 인류에서 로봇으로 바뀌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로봇이 인류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게 될 것이므로 일종의 자식이라는 의미에서 '마음의 아이들 (mind children)' 이라고 불렀다. 영국의 로봇 공학자 케빈 워릭 역시 '로봇의 행진'(1997)에서 21세기 지구의 주인은 로봇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워릭은 2050년 기계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져서 인류의 삶은 기계에 의해 통제되고 기계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자들은 포로수용소 같은 곳에서 거세된 채 노동자로 사육된다. 여자들 역시 오로지 아이를 낳기 위해 사육된다. 여자들은 50여명 정도 아기를 낳은 뒤에 쓰레기처럼 소각로에 버려진다. 워릭 교수의 가상 시나리오는 영화 '매트릭스'(1999)를 떠올리게 한다. 2199년 인공지능 기계와 인류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에서 인간들은 땅속 깊은 곳에서 기계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노예로 사육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초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초월적 인간(Transcendent Man)' 역시 인간과 기계의 미래를 다루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GNR 기술, 곧 유전공학(G), 나노기술(N), 로봇공학(R)의 발달로 2045년이면 사람보다 영리한 기계가 출현할 것이라고 상상한다. 2045년 특이점이 온다는 뜻이다. 더욱이 커즈와일의 개인적 이야기가 뒤섞여 영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커즈와일은 나치의 핍박을 받다가 사망한 아버지를 못내 그리워해서 그의 부활을 꿈꾼다. 아버지의 무덤에서 나노로봇으로 유전자를 추출해낸 다음에 아버지의 친지들로부터 그에 관한 정보를 긁어 모아 추가하면 생전의 아버지 모습을 생생히 되살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이점 대학을 설립한 사람이 바로 커즈와일이다. 그는 인류의 미래에 관련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할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두명쯤 다녀왔으면 좋겠다.
현실에 등장한 `터미네이터` : 중앙일보, 강대석기자, 2009/06/04 : 1987년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는 미래 전투로봇에 대한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기계로봇의 뼈대 위에 살아있는 생체조직을 입혀 인간과 똑같이 생긴 전투로봇. 점차 상상력은 더해져 이번에 개봉한 ‘터미네이터4’에는 미래전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인전투기부터 모터 터미네이터까지 인공지능으로 작동되는 이 전투로봇들의 활약은 스크린을 압도한다. 하지만 이 로봇들이 단지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전투로봇은 개발되어 있고 현실에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영국의 방산업체인 퀴네티크(QinetiQ) 북미지사는 지난 5월28일 미 국방부와 4억달러 상당의 탈론(Talon) 군사로봇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이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탈론 로봇은 퀴네티크의 자회사인 미국 포스트 밀러사의 대표적인 군수용 로봇이다. 지뢰 등 폭발물 탐지와 제거, 정찰과 수색, 전투용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한 기종이 있으며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미군에만 2000여대가 실전 배치돼 있다. 탈론 로봇은 2000년 보스니아 전쟁에 처음으로 실전 배치돼 성공적으로 폭발물 제거 작업을 벌였다. 또 2001년 9.11테러때는 무너진 월드트레이드 센터 잔해 속에서 45일간 인명구조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군수산업체인 BAE 시스템스는 미국방부와 '거미로봇'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이 로봇에는 카메라와 방사능, 생화학무기 탐지 센서가 있으며 주로 위험 지역을 정찰하거나 적의 은신처를 수색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고 밝혔다. 카메라와 첨단 IT장비로 무장한 '곤충로봇'이 전선에 등장하는 셈이다. 한편 미 국방부산하 연구기관인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는 2001년 부터 유명공과대학에 자금을 지원해 ‘곤충로봇’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초소형전자기계시스템 (MEMS·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기술로 생체모방형 곤충로봇을 개발해 첩보 등 특수임무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DARPA의 궁극적인 목표는 초소형비행로봇 ((MAV·Micro Air Vehicle) 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용도에 따라 거미, 도마뱀 등 기어 다니는 로봇도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고도 18km에서 시속 740km로 비행할 수 있는 '제트 무인 공격 비행기' 역시 현실에 존재한다. 제트 엔진이 장착된 군사용 무인 항공기(UAV)의 공식 명칭은 '프레데터 C 어벤저'로 조종사 없이 고도 18km에서 시속 740km의 속도로 정찰, 공격 등 각종 군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스텔스형 동체 디자인이 인상적인 제트 무인 항공기는 초정밀 레이더 시스템 및 첨단 적외선 탐지 장치를 장착할 수 있으며, 1,400kg에 가까운 무기를 적재할 수 있다. 실제 미군과 미 중앙정보국(CIA)이 운용 중인 무인 정찰·공격기의 기종은 MQ-1 프레데터로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산악지대에 은신 중인 알카에다·탈레반 무장세력의 감시 및 공격을 실행한다. ‘엑소스켈러튼(exoskeleton)’ 즉 ‘외골격’이라는 이름의 ‘입는 로봇’ 역시 등장했다. 누구나 이 로봇을 입으면 90㎏ 짜리 역기도 힘들이지 않고 ‘들었다 놓았다’를 수없이 반복한다. 로봇 갑옷은 겉보기에는 아주 둔해 보인다. 그러나 로봇을 부착한 채 민첩하게 공을 차고, 펀치 볼을 때리며, 계단을 오르내린다. 터미네이터가 보여주는 괴력과 민첩한 움직임이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이처럼 스크린에 보여지는 미래전쟁의 모습은 더 이상 상상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실전에 배치돼있기도 하며 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2009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어떤 상상이 현실로 다가올까?
25살 된 비디오게임 스타 `테트리스` : 중앙일보, 2009/06/02 : 25년 전 어느 봄날 모스크바에 거주하던 옛소련의 한 젊은 수학자가 '테트리스'라는 컴퓨터 게임을 만들어냈을 때 아무도 이 게임의 미래를 알아보지 못했다. 1984년 6월 29세의 나이로 이 게임 프로그램을 짠 장본인인 알렉세이 파지트노프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누구도 이 게임이 25년이 지나도록 변함없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지금 파지트노프는 "그때가 바로 얼마 전 같다"고 회상한다. 당시 그는 정부연구소에서 인공 지능과 음성인식 컴퓨터 연구에 매달렸다. 테트리스는 그가 연구 도중의 심심풀이와 기분 전환용으로 만든 오락물이었다. 테트리스라는 이름도 그가 직접 붙였다. 다양한 형태의 블록들을 컴퓨터 화면을 따라 재빨리 적절한 칸으로 이동시켜 떨어뜨림으로써 빈틈없는 꽉찬 형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이 게임의 내용이다.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한 이 게임의 운명은 한 전문가의 눈에 띄면서 결정됐다. 블루플래닛 소프트웨어의 소프트웨어 책임자인 헹크 로저스는 1988년 어느 국제가전제품 전시회에서 테트리스를 목격했다. 로저스는 당시 "쓸만한 게임을 찾아내는 것이 나의 임무였는데 자꾸만 테트리스가 있는 곳으로 발길이 끌렸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게임은 그를 매혹시켰던" 것이다. 로저스는 결국 테트리스를 컴퓨터 게임으로 상품화하는 계약을 주선했다. 1989년에 그와 닌텐도 아메리카의 아라카와 미노루는 모스크바로 가 며칠 만에 계약을 따냈다. 테트리스는 파지트노프의 창작물이었지만 이것도 러시아의 국가 자산으로 간주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계약은 러시아 관리들과 해야 했다. 닌텐도가 자체개발한 게임기인 게임보이에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던 테트리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테트리스는 곧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그 인기가 식지 않았다. 로저스는 테트리스가 여전히 시장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테트리스가 문화를 초월하기 때문에 인기를 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테트리스에는 "폭력도, 이념도 없으며 게임자는 그저 혼돈에서 질서를 창조하면 된다"는 말이다. 지난 3월 개설된 테트리스프렌즈닷컴에서는 매일 100만건 이상의 테트리스 게임이 진행된다고 한다. 파지트노프와 로저스는 로스앤젤레스에서 2일 시작된 세계 최대의 게임쇼 E3 개막식에서 테트리스 탄생 25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