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News : 2009 년 5 월

 

융합 학문 위한 인재양성 시급하다 : 중앙일보, 최양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2009/05/21:  융합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지난해 11월 국가융합기본계획을 발표했던 정부는 최근 국가 발전의 화두로 그린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융합이 신학문과 신지식을 창조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20세기 내내 높은 성장을 구가했으나 점차 둔화돼 가고 있다. 급증한 대학의 학과 수에서 보듯이 기존 학문을 세부적으로 분화함으로써 과학기술은 엄청난 진보를 해왔다. 그러나 세분된 전공 사이의 높은 장벽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안은 학문 사이의 벽을 허물고 융합하는 것이다. 융합이란 두 가지 이상의 지식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창조를 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 가지 기술을 단순히 결합하거나, 한 틀 내로 통합하는 것만으로는 융합이라고 할 수 없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묶은 신형 세탁기는 두 기능을 통합만 한 것이므로 새로운 기능이 없다. 그러나 세탁기능과 인공지능, 나노기술을 융합한 신형 세탁기에서는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저비용·초정밀 세탁이 가능하다. 융합에는 기술의 진보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과, 의도적인 모험과 창의력으로 창조되는 것이 있다. 소프트웨어, 컴퓨터, 반도체로 대표되는 정보기술과의 융합은 자연스러운 진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더욱 획기적인 창조는 상상을 뛰어넘는 이종 기술 간의 융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나노와 바이오의 만남, 에너지 기술과 생물학의 만남은 전혀 새로운 학문과 기술을 창조하며 신산업을 탄생시키고 있다. 융합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마인드를 가진 연구자들에 의해 개발되며 상상력과 다학문적 지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제조 중심의 2차산업, 서비스 중심의 3차산업에 이어 창조와 융합 기반의 4차산업의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인재 모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융합기술은 기존 학문 전문가가 단순히 다른 학문을 공부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융합기술의 기본 속성인 실험정신, 다양성, 유연성, 창의성은 학문지식이 많다고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고등교육시스템이 낙후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 세계 대학 순위를 보면 한국의 주요 대학은 한국의 경제력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고급 인재를 외국으로 빼앗기는 대학원 교육은 더욱 심각하다. 특히 융합의 거점이 돼야 할 한국의 주요 대학원을 보면 수십 년 전의 교육모델을 답습하고 있다. 학부와 대학원의 학과가 일렬로 세워진 환경에서 융합교육과 연구는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무엇이 개선돼야 하는가. 신학문의 창조라는 대학교육의 기본 목표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대학원은 학부의 연장에 머물지 말고 다양한 전공으로 재편돼야 한다. 창의성, 리더십, 모험정신을 강조한 커리큘럼이 학부에서뿐 아니라 대학원에서도 채택돼야 새로운 학문을 창조할 융합형 인재가 쉽게 길러질 것이다. 교수도 변해야 한다. 교수 자신이 이러한 변화를 먼저 받아들이고 실천할 때에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융합의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으로는 MIT의 미디어 연구소나 카네기멜론대학의 로봇연구소를 꼽는다. 이들은 모두 연구소에 교육기능을 더한 새로운 인재양성 모델로 유명하다. 최근 많은 대학에서 융합 전문학과나 대학원을 신설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교육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유능한 융합인재 양성은 요원하다. 새로운 조직, 새로운 문화, 새로운 커리큘럼으로 무장한 융합 교육 프로그램이 정부의 지원 아래 정착돼야 한다. 융합을 목표로 한 체계적인 고도의 교육훈련이 융합 인재 확보의 지름길일 것이다.

[문갑식의 하드보일드]대한민국 '실버 로봇' 개발 이끄는 김문상 KIST 사업단장 : 조선일보, 문갑식 기자, 2009/05/09 :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동 5층 연구실에 들어서자 육중한 쇳덩어리가 서 있었다. 군데군데 들어있는 모터를 전선(電線)이 칭칭 감고 있다. 그 안에는 3대의 컴퓨터가 들어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피부 벗겨진 알몸 사이보그 같은 모습이다. 이 차가운 금속의 이름이 '시로스'다. 전원을 넣자 주전자를 든 시로스의 팔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김문상(金汶相·52) KIST 지능로봇기술개발사업단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컵을 들이댔다. 2005년 APEC정상들도 지금의 김 단장 같은 표정으로 시로스에게서 오렌지 주스를 대접받았다. 시로스 옆에는 펭귄을 닮은 우스꽝스런 로봇이 서있다. 그의 이름은 '실벗'이다. '노인(老人·Silver)의 벗'이라는 뜻이다. 보기에 장난감 같지만 실벗은 예사 로봇이 아니다. 주인에게 매일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쓰다듬어주면 "아우! 신나 신나" "따뜻한 손길이네요"라고 재롱 부린다. 한 대 툭 치면 금세 불쌍한 어조(語調)로 바뀌며 "저를 괴롭히지 마세요"라고 한다. 말만 하는 게 아니다. 무료한 주인과 함께 고스톱을 치다 "헉, 쌌네?"라고 장단을 맞춰준다. 고스톱에 싫증을 느끼면 '급류타기' 같은 게임 상대도 돼주는 게 실벗의 임무다. 6~7세 아이 정도의 지능을 갖추게 될 2013년이면 '실벗'은 노인들에게 음식을 차려주고 설거지를 해줄 수 있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를 찾아주기도 한다. 건강을 체크하다 이상이 생기면 의사나 119에 연락도 해준다. 웬만한 자식보다 훨씬 나은 효자(孝子)를 곁에 두는 셈이 되는 것이다. 김문상은 300명의 수재(秀才)들을 거느리고 2013년까지 각종 로봇을 개발할 예정이다. 만화의 단골 주인공인 전투형 로봇과 달리 그의 목표는 사람의 친구가 되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외롭게 될 노인에게 자식을 선사하는 것과 같다"는 게 그의 얘기다. '왜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과학자가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의 로봇산업이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10년 뒤면 세계 로봇산업시장 규모는 1조4000억달러로 자동차산업(1조 달러)을 능가한다. 그 블루오션을 향한 집념이 KIST의 푸른 잔디밭이 보이는 이곳에서 무르익고 있다.

―노인을 보살피는 로봇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혹시 집안의 불우한 노인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든가.

"1999년 한국 최초의 휴먼 로봇인 '센토'를 개발했습니다. 센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半人半獸) '켄타우로스'의 약자(略字)였어요. 꽃꽂이를 하고 역기를 들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인 혼다에서 직립보행 로봇을 개발한 겁니다. 아시모의 전신(前身)이었어요. 정말 혼비백산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수준이 높았거든요."

―센토를 5년 동안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게 애써 만든 로봇이 순식간에 박물관으로 들어가야 할 처지가 된 겁니다. 그때 '우리만의 로봇'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일본을 따라가지 않고 패러다임을 바꾼 게 잘된 거지요."

―'우리만의 로봇'이 실벗입니까.

"일본의 로봇공학은 와세다대가 제일 강했는데 그들도 경악했습니다. 혼다가 10년 넘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극비리에 직립보행 로봇 개발작업을 했거든요. 일본과 차별화되고 산업에서 쓸모 있는 로봇이 뭘까 궁리하다 실버 로봇에 착안한 거지요."

―실버 로봇을 인공지능형 로봇이라고 하지요. 인공지능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뭡니까.

"이른바 '말귀'를 알아듣는 거지요. 말귀를 알아들으려면 오감(五感)이 발달해야 합니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보려면 시각, 청각이 중요하고 촉각도 예민해야 합니다."

―시각이야 그렇다 쳐도 청각은 사정이 다를 텐데요. 말투도 다르고 음성의 높낮이도 다르고 사투리도 쓰지 않습니까.

"경상도 사투리, 전라도 사투리, 충청도 사투리를 다 입력해야지요. 사람은 경험이 곧 학습능력이 되지만 로봇에게는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해줘야 합니다. 실버 로봇을 먼저 개발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노인들은 말이 어눌하고 행동에도 제약이 많잖아요. 실버 로봇에서 성공하면 유아용, 어린이용 로봇 만드는 건 훨씬 쉽지요."

―식사 수발이나 설거지를 한다지만 주택의 형태가 다 다르지 않습니까? 예컨대 아파트가 다르고 빌라가 다르고 단독주택이 다를 텐데.

"그것도 입력을 해야 합니다. 넓고 길이가 1m쯤 되는 것은 식탁이고 식기 세척기는 대충 이런 저런 모습이다 하는 식으로요. 주전자와 컵도 인식해야 하고 냉장고에 물건을 넣고 꺼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 개발된 실벗 제작비가 대당 4000만원 정도라는 데, 그걸 살만한 노인이 있을까요.

"단가는 대량생산을 하면 낮출 수 있습니다. 승용차도 초기 개발에는 몇십억원이 들지만 많이 만들면 천만원대로 팔 수 있잖아요."

―실벗이 실수로 노인을 밟거나 툭 쳐서 부상을 입히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러면 큰일 나지요. 그런 유의 사고가 일어나면 절대 안됩니다. 저희가 로봇을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게 바로 그 문제입니다."

―잘만 되면 어린아이처럼 귀엽겠지만 아무래도 노인들에게 로봇은 생소한 존재 아닐까요.

"그래서 올해 10월 중순쯤 경남 마산복지회관에 실벗을 시범 배치할 생각입니다. 건강체크와 치매 관리, 영어교육을 할 예정인데 노인들이 얼마나 로봇을 친숙하게 받아들일지를 알아보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실벗은 맨날 고스톱만 치나요? 바둑이나 장기도 둬야 할 텐데, 일설에는 바둑이나 장기처럼 창의력이 중요한 오락에서 기계는 인간을 당할 수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실벗은 상대의 실력에 따라 고스톱 치는 수준을 맞춰줄 수 있습니다. 10년 전에 수퍼 컴퓨터가 세계체스챔피언을 이긴 적이 있지요. 바둑의 수(手)가 무궁무진하다지만 저는 수퍼 컴퓨터를 이용하면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엄청난 비용을 들여 인간보다 바둑을 잘 두는 로봇을 꼭 만들어야 하느냐는 다른 문제지요."

―실벗의 외모가 왜 펭귄을 닮았습니까, 보기 흉한데.

"디자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은 개발단계니까요."

―미래에 이런 로봇이 실제로 상용화되면 외모도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겠네요. 남자와 여자가 자기 취향에 맞춰서.

"충분히 가능하지요."

―요즘 노인들이 옛날과 체력이 다르다고 하지 않습니까. 설거지나 식사수발, 건강체크뿐 아니라 혼자 사는 노인들의 성적 욕구도 채워줄 수 있겠네요.

"일본에서는 이미 섹스파트너 로봇이 개발됐지요. 우리도 만들 수 있지만 윤리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하지요."

어렸을 적부터 김문상의 손재주는 남달랐다고 한다. 그의 손에 잡힌 시계나 라디오는 곧바로 해체됐다. 특히 그는 기어를 좋아했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아버지(김인석)와 함께 그는 집안의 웬만한 물건은 척척 만들어냈다. 미아리 부근 매원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그런 그가 첫 '문화 충격'을 받는 일이 생겼다. 바로 일본의 로봇 만화 '아톰'을 만난 것이다. 이어 등장한 '그랜다이저' '철인 28호' '마징가제트' '로보트 태권 V'는 그의 지식욕을 자극했다. 인간이 레버를 당기던 초기 모델에서 뇌파(腦波)로 육중한 로봇을 조종하는 장면에 그는 흥미를 느꼈다. 입시는 그와 로봇을 갈라놓았다. 중·고교 시절 입시 준비를 하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4학년이 될 때까지 그는 로봇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4학년이 되던 해 그는 어릴 적 기억 속의 로봇이 결코 꿈의 세계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로봇공학을 삶의 주제로 삼았다.

―독일 베를린대로 유학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까.

"독일에서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로봇공학이 제일 발전돼 있지요. 베를린대와 슈투트가르트대가 그 중에도 유명하지요. '로봇의 절대 정확도 향상을 위한 보정기법'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87년 귀국했습니다."

―처음 내놓은 작품이 1993년 대전엑스포에 전시된 '꿈돌이 3차원 조각 로봇'이지요. 뭘 하는 로봇이었나요?

"(맞은편 벽을 가리키며) 저기 제 얼굴을 조각(彫刻)한 것 보이지요? 꿈돌이가 조각한 겁니다. 조각도 하고 얼굴도 그려주는 로봇을 개발하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그 다음이 앞서 말한 '센토'이고 위험작업 로봇 '롭헤즈'도 개발했지요. 롭헤즈는 언뜻 초소형 전차(戰車) 같은 모습입니다만.

"롭헤즈는 로보트와 위험을 뜻하는 '해저더스(hazardous)'를 합성한 말입니다. 말 그대로 전차 바퀴 같은 무한궤도를 달고 정찰하는 로봇입니다."

―미군이 이라크 전에서 다양한 로봇을 사용했습니다. 롭헤즈는 우리 군에 군납(軍納)이 안 되나요?

"롭헤즈는 버전이 5단계까지 있어요. 저는 3단계까지만 간여했습니다. 5년 동안 개발한 것인데 성능은 미군의 정찰로봇과 비슷할 겁니다. 첫 번째 버전은 약간 허섭하고 두 번째 버전은 손이 달려 있지요. 세 번째 버전은 경량화(輕量化)를 이룬 겁니다. 이 로봇은 외국에 수출도 됐어요."

―어느 나라에요?

"일본의 한 대학과 뉴질랜드에 모두 3대를 수출했습니다. 대당 6만달러씩을 받았지요.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수출 상담(商談)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수요만 있다면 저격수 로봇 같은 것도 개발할 수 있습니까.

"할 수 있지요."

―뒤이어 안내로봇 '지니'와 최초의 지능로봇이라 할 '시로스'를 내놓았습니다.

"지니는 손님들을 안내하는 로봇으로 시범용이었습니다. TV에 방영된 외화 '요술쟁이 지니'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요술쟁이처럼 사람들이 물어보는 말에 잘 대답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제작비만 2억원이 드는 '시로스'는 주전자를 들고 손님들에게 차(茶)를 따를 수 있지요."

―지금까지 만든 로봇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그냥 쇳덩어리로 여겨집니까 아니면 다른 느낌이 드나요.

"전기가 흘러 움직일 때면 섬뜩한 느낌이 들지요. 제가 낳은 자식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로봇이 말썽을 부릴 때도 있겠지요.

"2005년 APEC 정상회담 때 20여개국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음료수 서비스를 하는 로봇을 선보이기로 했어요. 무선 랜이 엉켜서 식(式)을 하기 직전까지 작동을 안 하더군요. 서너달 밤샘작업을 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날 때는 정말 애가 타지요. 각국 정상들이 입장하기 직전 겨우 고쳤지만요. '키보'라는 로봇은 대통령에게 꽃을 선물해야 하는데 문제를 일으켰어요. 그때도 대통령이 입장하기 직전에야 정상 작동됐습니다."

―그럴 때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풉니까, 혹시 술?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정신으로 풀 수 없지요. 제가 테니스를 좋아해요."

―이야기는 공학인데 마치 예술가가 창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 때는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낀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만들었다는 자부심도 있고…. 성취했을 때의 기분을 잘 모를 겁니다."

로봇공학의 양강(兩强)으로 꼽히는 나라가 미국과 일본이다. 그런데 김문상은 "우리나라도 로봇공학이 발달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공학의 기초가 될 IT산업이 발전해 있고 네트워크가 우리만큼 상당한 수준에 이른 나라도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에 민감한 한국인의 국민성도 로봇산업 발전에 유리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휴대폰을 우리처럼 자주 바꾸는 민족도 없는데 휴대폰에 내장된 각종 기능이 바로 로봇에 실제 적용될 수 있다"며 "로봇이라는 거대한 새 시장에서 우리가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월드 로보틱스'와 일본 미쓰비시연구소의 예측에 따르면 로봇시장은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자동차시장을 추월한다. 시장 규모만 1조4000억 달러로 자동차시장(1조 달러)을 넘는 셈이다. 고령화의 진전으로 실버 산업이 연간 3000억 달러 시장으로 커지는 것도 로봇산업에는 청신호다.

―미국 로봇산업은 우리와 사정이 다르지요.

"미국은 로봇과 관련된 원천기술이 가장 튼튼합니다. 우주정거장에서 쓰는 로봇, 화성(火星)탐사 로봇처럼 우주산업과 군사로봇 수준이 월등합니다. 다만 가전(家電)이 약하지요. 청소용 로봇인 '룸바'를 만드는 아이로봇 같은 회사가 있긴 하지만요."

―로봇하면 대개 로보트 태권V나 마징가 제트를 떠올립니다. 우리 수준에서 그런 전투(戰鬪) 로봇을 만들 수는 있나요?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영향인데, 실제로 만들 필요가 없지요."

―왜 없습니까? 지금의 수준으로 불가능한 겁니까.

"제가 일전에 한 과학전문지 초청 세미나에서 로보트 태권 V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것은 '로켓 주먹'이라고 한 적이 있어요. 아주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전투 로봇이 필요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겁니다. 미사일이 있고 무인(無人) 정찰기가 있는데 왜 무겁고 연료 소모가 많은 로보트 태권V를 만들겠어요."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한 영화 '터미네이터 2'처럼 금속이 액체처럼 녹았다가 다시 고체가 되는 것도 다 픽션입니까.

"하하, 그것도 요원한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로봇산업은 어떻습니까.

"일본은 참 특이해요. 로봇에 대해 마니아적인 나라라고 할까, 굉장히 광적(狂的)인 흥미를 보이지요. 일본의 로봇은 특징이 있어요.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개발에 치중하는 거지요."

―왜 일본인들이 그렇게 로봇에 광분할까요.

"동양적인 사고방식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로봇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건 인간과 비슷한 것을 창조하는 데 흥미를 느낀다고 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서구인들은 청소 로봇이나 주유(注油) 로봇처럼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관심이 없지요."

―미국의 로봇산업을 100이라고 가정하면 다른 나라는 어느 정도입니까.

"과거에는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 50, 한국 10쯤으로 봤지요. 지금은 한국이 20~30정도는 될 겁니다. 게다가 한국은 로봇산업 측면에서 일본보다 앞설 수 있어요."

―국내 로봇 연구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제가 하는 파트가 인공지능 쪽이고, KAIST 오준호 박사는 잘 걷고 잘 뛰는 로봇 개발에서 상당한 수준에 올랐지요. 산업 쪽에서는 유진 로봇의 신경철 대표가 있습니다. 신 대표는 저와 서울대 76학번 동기동창입니다. 자주 만나고 함께 일하기도 했습니다."

―로봇과 관련된 인력들의 연륜이 짧은 편이지요.

"저와 신경철 유진 로봇 대표를 1세대로 봐야지요."

로봇의 발전사는 1903년 라이트 형제에서 시작돼 100년 만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항공기의 역사를 연상케 한다. 이 놀라운 속도는 필연적으로 인간과 로봇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논쟁을 유발시킨다. 과연 미래의 인간에게 로봇은 어떤 존재가 될 것이냐는 것이다.

―로봇이라는 말이 1921년 체코의 희곡작가 카렐 카페크의 작품 '로섬의 인조인간'에 처음 등장했지요.

"체코어로 로봇은 '일한다(robota)'는 말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산업현장에 처음 로봇이 등장한 것은 1962년입니다. 미국 유니메이션사가 만들었지요."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둘러싼 오랜 주제 가운데 하나가 로봇의 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지요.

"저는 로봇의 지능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간 복제(複製)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몇십 년 후의 일이 되겠지만 로봇의 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때가 올 겁니다."

―그 단계가 되면 로봇이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것 아닌가요? 더구나 로봇은 인간보다 우월한 부분도 있지 않습니까.

"가장 무서운 것은 로봇의 네트워킹 능력입니다. 로봇의 내부에는 컴퓨터가 여러대가 장착돼 있습니다."

―네트워킹이 왜 중요한가요.

"무선 통신을 이용하면 순식간에 수백만, 수천만대의 로봇이 행동을 통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기 복제가 되는 것과 같지요. 그래서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설정하는 최후의 관건은 로봇의 전원(電源) 스위치를 인간이 마음대로 내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됩니다."

―김 박사는 어떻게 봅니까.

"인간이 로봇의 전원을 원할 때 아무 문제없이 내릴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로봇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인간은 뭘 해야 할까요.

"만화영화 '월-E'를 보면 모든 것을 로봇에게 맡기고 무력해진 인간의 모습이 나오지요. 미래의 인간이 그래서는 안 됩니다. 창의적인 일을 해야지요. 그것까지 로봇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조현욱 교수의 장르문학 산책-『뉴로맨서』: 중앙일보, 조현욱, 2009/05/09 : “신선한 상상, 압도적인 디테일, 그 함축성에 한기를 느낀다.”(뉴욕 타임스) .. “다층적이고 통쾌하고 번쩍이고 퇴폐적이다. 예술의 영역에 들어선 작품.”(워싱턴 포스트) 1984년 윌리엄 깁슨이 발표한 『뉴로맨서』에 쏟아진 찬사다. 당시 3대 과학소설(SF) 문학상인 휴고상·네뷸러상·필립 K 딕 상을 석권했을 뿐 아니라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 이래 영어로 쓰인 100대 소설’에도 올랐다. 이 소설은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첫째,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용어를 처음 등장시켰다. 사람의 두뇌와 컴퓨터 통신망의 연결로 형성되는 가상공간에 붙인 이름이다(오늘날 통용되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두뇌에 이식된 소켓에 전극을 꽂으면 사이버 스페이스에 들어갈 수 있다.  둘째, 사이버 스페이스를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좌표가 하나씩 배정되어 있는 끝없이 이어지는 격자, 표면이 완벽하게 매끈한 구체로 형상화된 인공지능의 모습 등이 그렇다. ‘론머맨’ ‘코드명 J’ ‘매트릭스’ 등의 SF 영화는 모두 뉴로맨서의 아이디어를 모태로 하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 사이버 공간 속을 침투해 들어가는 생생한 장면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셋째, ‘사이버 펑크’ 장르의 선구이자 대표적인 작품이다. ‘사이버 펑크’란 ‘사이버네틱스(인공두뇌학·Cybernetics)’와 ‘펑크(1970~80년대의 반항적 패션 경향·Punk)’의 합성어다. 이 장르는 고도 정보기술 사회를 디스토피아로 그리면서 해커·인공지능, 그리고 거대 기업 사이에 일어나는 분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주인공은 범죄자이거나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대체로 가진다. 『뉴로맨서』역시 그렇다. 주인공은 지하세계의 해킹 전문가이자 살인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지구는 핵 전쟁 후 대기업군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고도의 통제된 현실사회의 이면에는 두 개의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 한쪽 인공지능이 다른 쪽 인공지능의 실체를 찾고 그와 교류하기 위해 주인공을 이용한다는 스토리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다. 인체를 부품처럼 교환하는 바이오 공학의 시대, 마약과 폭력과 섹스가 판치는 거대 도시에서 주인공이 펼치는 모험담은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상징적이다. 책의 한 대목. 신경 손상으로 사이버 스페이스에 접속할 수 없는 주인공의 상황이다. “엘리트답게 처신한다는 것은 육체를 은근히 무시할 줄 안다는 뜻이었다. 육체란 그저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그랬는데…. 케이스가 바로 그 육체라는 감옥에 처박힌 것이다.” 깁슨은 어두운 필름 누아르의 분위기를 신기술과 이국적인 문화를 섞어 다시 창조한 뒤 반영웅적인 주인공이 탐정소설식 여정을 걷게 함으로써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96년 열음사에서 처음 나왔던 번역본은 절판됐고 2005년 황금가지에서 나온 새 번역본은 시판 중이다.

뇌만 남은 인간“무슨 생각을 할까?” : 월간중앙, 박미소 기자, 2009/05/01 : .... SF가 인기 장르일 정도로 영화에서는 과학이라는 소재가 당연시된다. 반면 연극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일부 교육용 공연을 제외하면 과학을 다룬 작품이 매우 드물다. 두산아트센터는 ‘과학연극시리즈’를 기획해 과학을 소재로 한 4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 장르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 예술과 과학. 이 두 단어는 마치 양 극단에 위치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두산아트센터에서 올린 ‘과학연극 시리즈’도 더욱 생경하게 느껴진다. 제목만 들어서는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교육용 연극이라고 넘겨짚게 되는데, 실제로 관계자들은 학부모들로부터 수많은 문의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만큼 우리는 두 주제의 사이를 멀게 인식하며, 과학을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비밀스러운 지식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과학적 이슈를 지닌 작품을 한데 모은 것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기획이다. 생물학·화학·물리학·지질학 등 4개 영역의 다양한 과학적 담론과 소재를 공연으로 올리는데, 3월24일부터 7월5일까지 4편의 연극이 준비돼 있다. 첫 번째 공연은 일본의 극작가 겸 연출가인 히라타 오리자가 만든 <과학하는 마음3-발칸동물원>으로, 3월24일부터 4월1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펼쳐졌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대체하는 날이 오면…

막이 오르면 관객들은 머지않은 미래 일본 국립대학의 생명과학연구소로 날아가 그들의 하루 일상을 지켜보게 된다. 이곳은 생물학·동물학·의학·물리학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과 학생들이 생명공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장소다. 어느 날 이곳에 식물인간이 된 세계적 뇌과학자 알렌 클래식의 뇌를 보관하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온다. 이 뇌는 알렌이 생전에 설계한 방식 그대로 4년간 ‘생명’을 유지하는 상태. 그의 약혼녀였던 일본계 과학자 나오코 셰킨즈가 연구소를 방문해 알렌의 뇌를 부탁하고 자신도 이곳의 연구원이 되기를 청하자 연구소는 결정을 놓고 고민에 빠진다. 연구소는 셰킨즈의 방문으로 평소보다 조금 들뜨고 부산하다. 연구원과 학생들 사이에 진행되는 과학적 담론과 토론을 통해 관객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첨단 과학의 숨겨진 화두를 이해하게 된다. 의족과 의수가 점점 더 정교해지듯, 멈춰버린 인간 뇌의 특정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면 그것은 과연 사람으로 볼 수 있는지, 몇 %가 진짜 뇌여야 사람으로 취급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 또 영장류와 인간 사이의 진화를 인정하면서도 뇌 연구를 위한 실험 수단으로 인간과 가장 흡사한 동물인 침팬지와 보노보를 마구 희생시켜도 되는 것인지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원들은 고민하고 번민한다. 무대 위 대화에서 쏟아져 나오는 냉철하고 날카로운 질문은 관객들에게 새삼 일깨워 준다. 우리 삶을 둘러싼 과학과 문명의 이기가 사실 한 꺼풀만 벗겨내면 철학으로서의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는 것을. 그리고 가끔은 심각한 모순과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는 것을. 이 연구소에서는 원숭이의 유전자를 조작해 인위적으로 진화를 유도해 영리한 원숭이를 만들어 내는 한편 자폐증 연구를 위해 원숭이를 인위적으로 자폐 상태로 만들고는 한다. 이 연극이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이다. 인간의 뇌를 낱낱이 해부하고 모든 비밀을 알아낸다면 예술을 만들고 사랑하는 인간의 특성조차 하나의 과학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뇌만 살아있는 알렌은 과연 산 것일까, 죽은 것일까? 심각하고 복잡한 대화의 주제들과 달리 무대 위 풍경은 친근하기 그지없다. 마치 대학 강의가 끝난 후 수다가 이어지는 강의실이나 선후배가 삼삼오오 모여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아리방의 풍경과 같다. 관객들은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이들의 대화를 엿듣다 폐부를 찌르는 심오한 주제들과 돌연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과학적 충격이다. 무대 위 연구소 풍경에서 등장인물은 제멋대로 등장하고 퇴장하며 몇 개의 그룹이 동시다발적으로 대화를 나눈다. 관객들은 이 수많은 대화 중 자신이 우선시하는 것을 선택해 듣게 된다. 연극 특유의 문어체 대사 대신, 말을 흐리거나 ‘음…’ ‘어…’ 등이 수시로 등장하는 구어체의 친숙한 대사들이 범람한다. 문화적 충격이다. <발칸동물원>의 매력은 부드럽고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과학적 이슈로 접근해간다는 것에 있다. 거대담론이 등장하지만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등장인물은 농담을 던지며 인사하고, 때로는 이성에 호감을 표하기도 한다. 사랑싸움을 하거나 동료와 아슬아슬한 말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이처럼 무대 위에서는 인생의 소소한 장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학적·철학적 담론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이것이 뚜렷한 대비를 이루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 사이 관객들은 과학의 객관적 대상, 철학적 인식의 주체가 결국 우리 자신이라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을 집필한 히라타 오리자는 대학 시절 연세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해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은 연출가다. 그의 연극은 극사실적 화법을 구사한다. 배우가 객석을 향해 등을 돌리고 대사를 하고, 전체 흐름에서 기승전결의 맥도 잡히지 않는다. 일정 시간 특정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가감 없이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들은 수동적으로 극의 흐름에 떠밀려 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작품의 이해에 동참하게 된다.

미지의 과학, 친근한 문화의 옷을 입다

1997년 쓰여진 <발칸동물원>은 히라타가 쓴 <진화하는 오후> <북방한계선의 원숭이>에 이은 마지막 작품으로, 이 세 연극은 <과학하는 마음> 3부작으로 불린다. 앞서 발표된 두 작품 역시 시간적 배경만 앞설 뿐 같은 연구실에 같은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두산아트센터는 이번 과학연극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배경으로 ‘연극의 사회성’을 든다. 동시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천착하는 연극의 특성상 과학에 대한 접근 역시 당연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과학 역시 대중문화의 영역으로 한 발자국씩 들어서 있어 양자간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과학연극 시리즈는 하나의 공연이 2~3주씩 무대에 올려져 총 4개의 공연이 7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