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News : 2009 년 12 월

 

“단순한 인공지능 아닌 감성로봇이 미래 주도” : 전자신문, 신선미 기자, 2009/12/23 : “앞으로 20년 후에는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산업이 꽃을 피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더 이상 겉으로 보여지는 하드웨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과 얼마만큼 교감을 갖고 사람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로봇 산업 발전의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KAIST HRI연구센터 권동수 소장 (기계공학과 교수) 은 “서비스 로봇 산업군 중에서도 감성 로봇 산업의 영역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미래 로봇 산업을 전망했다. 그가 주목하는 서비스 로봇은 단순한 로봇이 아니다. 사람의 말과 행동에 반응할 줄 아는 로봇이다. 기계적인 로봇이 아닌 인간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감성 로봇이다. 가령 퇴근하는 주인을 반갑게 맞아줄 수 있는 애완동물처럼 감성을 지닌 로봇이 향후 미래에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람처럼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심리학적 모델을 프로그래밍해 로봇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전통적인 인공지능 방식과는 또 다른 것이죠.” HRI연구센터는 사람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로봇의 테크닉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프로그래밍화된 알고리즘을 주입하는 것과는 달리 로봇이 스스로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 마디로 HRI 연구센터는 로봇에 마음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탈 행위는 용납하지 않는다. 권 소장은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로봇의 행동 알고리즘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성 로봇을 만드는데 애로 사항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고충은 음성인식 기술이다. 사람과의 거리가 멀수록 음성 인식률이 낮아진다. 이는 감성 로봇의 발전 속도를 더디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이 때문에 HRI연구센터는 말 뿐만 아니라 사람의 터치에도 반응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있다. 권 소장은 로봇 상용화 및 학생 창업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로 3단계에 접어든 HRI연구센터의 미션도 기술이전 활성화에 두고 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로봇을 만드는 것 자체가 고급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술을 이전할 때 회사가 마켓을 제대로 읽고 있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강단에서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창업을 적극 권유한다. KAIST 졸업 후 잠시 광림기계에 몸을 담았던 그는 미 조지아텍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난 1995년 후학 양성을 위해 KAIST 강단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광림기계 창업 멤버로 산업체에서 활동했던 당시의 산업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최근 창업한 송세경 퓨처로봇 사장이 우리 랩 창업의 첫 사례이고 귀감이 되고 있다”며 “다른 학생들도 패기와 도전을 갖고 자신있게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왜 가상세계인가 : 중앙일보, 이인화 교수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2009/12/06 : 2009년 11월 두바이의 파산은 역사적 사례로 평가받을 것이다. 두바이는 현실세계에 세계 최대의 인공섬과 테마파크, 환상적인 마천루와 수중호텔, 인공 스키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자기 방에서 가상세계에 접속해 더 환상적이고 극적인 스펙터클을 즐길 수 있는데 거금을 들여 실재를 체험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누적된 적자로 청산 명령을 받은 대전엑스포 과학공원. 관광객 대신 바람만이 찾아오는 강원도 횡성의 토지 세트장과 충북 제천의 태조 왕건 세트장. 애물단지가 된 충북 괴산의 45t짜리 초대형 가마솥.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전국 곳곳에 벌여놓은 사업들 역시 같은 운명을 걸어갔다. 두바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집객력 경쟁에서 실외의 도시환경이 실내의 허구적 모사물을 이길 수 없다는 1990년대 이후의 현상을 확증하는 결정판이다. 장 보드리야르의 말처럼 현대는 시뮬라크르(모사물)의 시대인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희소한 자원이 되며 모든 비즈니스가 쇼 비즈니스가 되는 관심경제의 사회를 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람들을 몰입시킬 수 있는 것, 심오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의미심장하고 오래 지속되는 것은 현실세계가 아니라 가상세계에서 일어난다. 넓은 의미의 가상세계는 사용자들이 아바타(Avatar)를 만들어서 거주하고 상호작용하는 컴퓨터 기반의 시뮬레이션 환경이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환경에는 ‘아이온’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형 가상세계가 있고 ‘세컨드라이프’ ‘미트 미’와 같은 사회형 가상세계가 있다. 우리가 말하는 가상세계는 앞으로 오락의 영역을 넘어 교육, 일상 업무, 상거래, 행정의 모든 분야에 사용될 후자의 사회형 가상세계를 뜻한다.

가상세계 기원은 美 반체제 서클 ‘핵’ .... 가상세계는 웹 2.0이 현실화될 때부터 미래의 트렌드로 주목받아 왔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은 잡지나 책의 한 페이지를 보는 것처럼 평평한 2차원의 웹(2D web)이다. 앞으로 우리가 사용하게 될 차세대 인터넷은 현실세계와 유사한 3차원의 웹(3D web)이며 가상세계는 이 같은 3차원 웹의 원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상세계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 친화성이다. 인간은 3차원 공간에서 나고 자라고 병들고 죽어간다. 3차원 공간에서 움직이며 3차원 물건을 조작한다. 말하자면 인간의 뇌는 3차원의 공간적 관계를 기억하는 것이 가장 쉽고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현실세계를 3차원으로 재현한 가상세계는 현실세계를 추상화하여 2차원으로 재현한 2차원 웹보다 정보를 더 빨리 직관적으로 지각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쉽게 인식할 수 있고 사용자가 원하는 색상·형태·아이템 등의 디자인을 풍부하게 수용할 수 있는 가상세계는 어떤 매체보다 강한 몰입감을 발생시킨다. 인터넷은 처음부터 이렇게 더 쉽고 자연스러우며 사용자 친화적인 기술을 목표로 발전해왔다. 1950년대 말부터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반체제 서클 핵(Hack)에 모였던 ‘해커’라고 불린 운동권 학생들은 이반 일리치의 저서를 읽으면서 ‘컨비비얼리티(conviviality)’라는 이상, 즉 모든 사람이 서로의 지식과 기술을 나누며 생기발랄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었다. 80년 세계 최초로 컴퓨터를 개인에게 팔아서 ‘퍼스널 컴퓨터’라는 용어를 만들었던 리 펠젠슈타인 역시 해커였다 당시 매카시즘의 광기에 사로잡힌 미국 정부는 무고한 사람들을 박해했고 학생들은 미국 정부가 컴퓨터 기술을 독점한다면 세상은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예언했던 지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80년 세계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 ‘오스본’을 만들어 판매했던 리 펠젠슈타인 역시 핵의 회원이었다. IT 선구자들에게 컴퓨터를 싼 값으로 파는 것, 그리고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개인이 서로 지식과 기술을 나누게 하는 것은 세계를 구원하는 투쟁이었다. 오늘날의 2차원 웹은 이 같은 인터넷의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 우리는 인도 방갈로르에 한국의 4분의 1 비용으로 연말정산을 해줄 우수한 회계사가 있고 델리의 인도공과대학에 저렴한 돈을 받고 영어와 수학 과외를 해줄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원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언어 장벽이 있고 메뉴 체계가 복잡한 2차원 웹으로는 이런 사람들과 지식과 경험을 서로 나눌 수 없다. 컨비비얼리티는 우리가 현실세계와 똑같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가상세계에서 구현된다. 인도어를 모르는 우리는 인도국립은행 홈페이지에서 인터넷뱅킹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가상세계의 인도국립은행에서는 현실과 똑같이 내 아바타를 움직여 걸어 들어가서 카드를 자동출납기에 넣고 돈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인도공과대학 홈페이지에서 과외선생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가상세계의 인도공과대학에서는 광장에 구직 간판을 열고 앉아 있는 대학원생의 아바타에게 걸어가 현실과 똑같이 영어로 말을 걸고 과외를 부탁할 수 있다.

오락 영역 넘어 24시간 ‘접속’시대로 .....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84년)와 ‘아이도루’(97년), 닐 스티븐슨의 ‘스노우 크래쉬’(92년)와 ‘다이아몬드 시대’(95년), 그렉 이건의 ‘쿼런틴’(92년) 및 ‘퍼뮤테이션 시티’(94년)와 ‘디아스포라’(97년), 호소다 마모루의 ‘썸머 워즈’(2009년) 등은 이런 가상세계가 일상화된 가까운 미래를 그린 공상과학이다. 이 작품들은 이미 밝혀진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발전 법칙과 자료를 토대로 미래의 한 지점을 추정하는 외삽 예측법(extrapolative forecasting)에 의거해 가까운 미래의 가상세계가 아래의 세 가지 특성을 보인다고 예측하고 있다. 첫째는 상호호환성(Interoperability)이다. 사용자들의 욕구는 매우 다양해서 하나의 가상세계가 이를 다 충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다양한 가상세계 사이의 콘텐트가 자유롭게 검색되고 공유되는 상호호환성이 필요하다. 앞으로 가상세계들은 점점 상호 연동돼 전 세계의 가상세계가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처럼 기능할 것이다. ‘아이온’에서 육성한 아바타가 그 아바타 그대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다시 ‘세컨드라이프’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모바일 연동성(Mobile-Linkage)이다. 가상세계가 주로 서비스되는 퍼스널 컴퓨터는 덩치가 크고 무겁다는 한계를 안고 있는데 사용자들은 높은 이동성을 추구하며 언제 어디서나, 끊어짐 없는 접속을 원하고 있다. 또 휴대전화 단말기는 작은 화면의 불편한 인터페이스라는 한계를 안고 있는데 사용자들은 퍼스널 컴퓨터만큼이나 높은 사용성을 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의 모바일 서비스와 퍼스널 컴퓨터의 유선 인터넷 서비스는 점점 더 융합된다. 많은 공상과학물들은 가상세계의 광활한 공간에 접속할 때마다 휴대전화 등의 모바일 기기가 나의 비서가 되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주고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트에 맞는 종류의 단말기로 변신하는 서비스를 상상하고 있다. 셋째는 상시성(Always-On)이다. 가상세계가 오락과 노동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게 되면 많은 사용자가 가상세계에 24시간 접속 상태를 유지하는 상시성이 나타난다. 아침에 일어나 러닝머신을 달리면 캐나다 로키 산맥의 상쾌한 오솔길이 보이고, 출근하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에는 서울 시내의 3차원 지도가 보이며, 교실에서 진화론 강의를 들을 때는 쥐라기의 티라노사우루스가 보인다. 각기 모니터는 다르지만 상영되는 콘텐트는 사용자가 항상 접속하고 있는 가상세계 하나다. 가상세계는 점차 지금의 윈도와 같은 운영체제(OS)와 유사해진다.

저CO2 녹색성장과 밀접한 관계 ... 그러나 가상세계의 보편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기술적 장애들이 많다. 한국 서비스에 실패하고 철수한 ‘세컨드라이프’의 사례는 사용자의 기대와 현실의 기술 사이에 존재하는 상당한 간극을 말해준다. 아직도 가상세계는 영상의 극사실적인 재현과 동작의 극사실적인 상호작용 면에서 많은 결함을 안고 있다. 또 사용자들을 응대하는 인공지능 아바타(Intelligent Virtual Agent)가 너무 유치하고 가짜 같다. 인공지능이 근사 추론에만 의지해서 개성이 제각각인 사용자들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인공지능이 실제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말하려면 정교한 스토리텔링에 의해 각 인공지능 아바타가 처한 상황을 분할해서 추론 영역을 좁게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술은 시작 단계다. 2009년 현재 200여 개의 가상세계를 서비스하고 있는 미국·일본 시장과 비교할 때 한국의 가상세계 시장은 상당히 열악하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온라인 게임의 상용화에 성공했던 선진국이지만 게임형 가상세계에서의 성공이 사회형 가상세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사용자들이 게임형 가상세계의 화려한 그래픽과 극적인 스토리텔링에 너무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7일 개최되는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의무국 지정이 예상되는 한국에 가상세계는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시급히 발전시켜야 할 국가 과제가 되고 있다. 가상세계는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온실가스의 감축은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고, 불소 계열 유해가스를 제거하는 환경산업의 방식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환경산업은 시간과 자본이 많이 들고 광범위한 산업 구조 조정을 필요로 하는데 그러는 동안 우아하고 세련되고 독립적인 도시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13억 인구와 인도·방글라데시·파키스탄의 15억 인구가 한국의 중산층처럼 자가용을 소유하고 멋진 유리 외벽건물에 살며 여름마다 해외관광을 다닌다면 온실가스는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이고 비용절감적인 온실가스 감축방안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현실세계의 물류와 활동들을 되도록 많이 가상세계로 이전시키는 것이다. 교육, 업무 협의, 콘퍼런스, 쇼핑, 상품 광고, 고객 서비스 채널, 직업 훈련, 사회적 친교 회합 등은 지금도 가상세계로 대체 가능한 물류와 활동들이다. 이를 위해 보다 현실적이고 현대적이면서 몰입감 높은 가상세계들이 많이 개발되고 서비스돼야 한다. 가상세계는 이제 첨단 기술이나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단 하나의 사회형 가상세계도 성공시키지 못한 한국에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산업으로서의 가상세계 : 중앙일보, 위정현 교수 중앙대 경영학과, 2009/12/06 : 『구운몽(九雲夢)』이라는 고전을 학창 시절 한 번씩은 읽어 보았을 것이다. 육관대사의 제자인 성진이 용왕의 대접을 받고 오던 길에 조우한 여덟 선녀에게 반해 불문(佛門)에 회의를 느낀다. 그는 번민하던 차에 양소유라는 인물로 환생해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다가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그는 다시금 불도에 전념하였다는 내용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도 한 번쯤은 현재와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꿈꾼다. 영화 매트릭스는 바로 이러한 현대인의 상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기억을 지배하는 가상현실, 매트릭스 2199년. 인공 지능을 가진 컴퓨터(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인큐베이터에서 ‘재배’되어 에너지원으로 활용당한다. 컴퓨터에 의해 뇌세포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당한 인간은 프로그램에 따라 평생 1999년의 가상 현실을 살아간다. 인간이 보고 느끼는 것들은 항상 그들의 감시에 노출되어 있고, 인간의 기억 또한 그들에 의해 입력되고 삭제된다. 매트릭스 밖은 가상세계의 꿈에서 깨어난 인간이 생존해 있는 곳이다. 이런 고전과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꿈속에서라도 현실과 다른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태초부터 인류가 꿈꾸어 오던 이상이었다. 구운몽이라는 행복한 가상세계, 매트릭스라는 불행한 가상세계. 이런 긍정과 부정의 가치판단을 넘어 인간의 삶이 연장되거나 여러 형태의 인생을 재현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상세계 비즈니스다.

미국·일본 가상세계 투자 활발 .... 가상세계는 인간의 분신인 아바타가 살아가는, 서버에 있는 가공의 세계다. 온라인게임 속의 아바타, 미니라이프 속의 아바타가 활동하는 세계가 가상사회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상사회는 컴퓨터 같은 하드웨어를 통해 2차원이나 3차원으로 구현된 가상세계에 접속,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다른 아바타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상세계에 대한 개발과 서비스가 지금 세계적인 붐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www.engagedigitalmedia.com )에 의하면 2008년 가상세계에 투자된 금액은 약 6억 달러(약 69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약 3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렇게 많은 투자가 가상세계 콘텐트 개발에 몰릴까. 그것은 가상사회의 잠재적 파급력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각국 기업은 가상세계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IBM이나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도 가상세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상세계 비즈니스에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역은 미국이다. 미국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세컨드라이프를 필두로 Vivaty·IMVU 등 100개가 넘는 가상세계가 등장해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미국에 본사를 둔 린든랩이 제공하는 기술적 기반 위에 이용자가 콘텐트의 창작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형성된 3차원 온라인 커뮤니티다. 이용자들은 이 가상공간 속에서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현실의 삶과 다른 제2의 인생을 즐긴다. 국내외의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은 글로벌 고객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 수집, 신제품이나 서비스의 테스트, 신규 비즈니스의 창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과 e러닝의 도구로 세컨드라이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여러 형태의 가상세계 콘텐트가 등장했으며, 이미 널리 알려진 3차원 가상세계인 ‘밋트미’를 비롯해 최근 여성 이용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니코토 타운’ 등이 서비스되고 있다. 니코토 타운의 경우 여성 사용자가 좋아할 2차원 기반의 귀여운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했다. 유럽의 경우에도 특색 있는 가상세계가 서비스되고 있다. 1999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핀란드의 ‘하보호텔’은 개발사 추산 약 8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청소년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형성돼 있는 하보호텔은 유럽에서는 한국의 ‘싸이월드’와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또, 현실세계를 그대로 재현한다는 목적 아래 서비스되고 있는 독일의 ‘트위니티’는 베를린을 필두로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의 도시를 가상세계 내에 재현하고 있다. 독일의 ‘클럽 쿠이’는 가상세계와 메신저를 결합함으로써 메신저형 가상세계라는 새로운 형태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한국, 게임에 편중돼 부진 .... 한국의 가상세계 산업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가상세계의 범주를 온라인 게임까지 확장한다면 한국은 세계 최고의 가상세계 국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흔히 말하는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형태를 가상사회로 본다면 그렇지 못하다. 한국은 2000년을 전후해 ‘다다월드’와 ‘조이시티’라는 한국형 가상세계를 내놓은 바 있다. 다다월드에는 삼성전자 등 많은 기업이 참여해 큰 관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다다월드·조이시티 모두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또 얼마 전까지 큰 기대를 받고 있던 ‘누리엔’도 서비스를 중단해 실질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가상세계 콘텐트는 SK컴즈의 ‘Mini life’가 유일하다. 이렇게 한국의 가상세계 비즈니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크게 콘텐트 자체의 문제와 산업을 둘러싼 환경적인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한국은 가상세계와 유사한 온라인게임이라는 훌륭한 콘텐트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태동 시기는 가상세계의 태동 시기와 맞물린다. 한국의 다다월드나 조이시티의 경우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 같은 온라인 게임에 밀려 실패했다. 이와 반대로 같은 시기에 서비스되었던 유럽의 하보호텔은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 가상세계가 성공하려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온라인 게임에 익숙해 눈이 높아져 있는 사용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콘텐트 개발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산업 환경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가상세계 사업에서 가장 선도적인 미국에서는 최근 새로운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아이템 거래 시스템을 가상세계 콘텐트 개발사에서 흡수해 운영하는 것이다. 린든랩은 세컨드라이프의 아이템 거래를 서비스하던 OnRez와 Xstreet SL이란 외부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IMVU는 아예 자체적으로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구축, 서비스하고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자사에서 아이템을 디자인하지 않더라도 이용자들이 아이템을 만들고 매매할 때 수수료 수익을 얻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가상사회의 구축 역시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에서 사용하는 가상사회다. 교육 목적의 가상사회는 저렴한 구축비용과 높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경기영어마을’은 운영비 282억원 중 자체 수입은 64억원에 불과해 220억원의 적자 상태다. 그러나 가상 영어마을 구축에는 10분의 1 수준의 초기 비용과 운영 경비가 들어갈 뿐이다. 더구나 가상의 교육 공간에는 전국 어디에서나 접근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교육형 가상공간의 대표적인 사례가 ‘G러닝’이다. 정부 지정 시범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G러닝은 게임형 가상공간을 기반으로 한 교육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향후 세계적으로 중요한 산업적 이슈로 등장할 가상사회에 산업계와 정부의 공동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