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News : 2008 년 9 월

 

로봇 윤리헌장 : 중앙일보, 조현욱 논설위원, 2008/09/24 : 세계 최초의 로봇은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선보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엘렉트로'다. 전원을 넣으면 어설프게나마 앞뒤로 걷고, 녹음된 77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었다. 오늘날 로봇은 우리 주변 도처에 있다. 자동차 조립·외과 수술·우주 및 해저 탐사·군사 작전·농약살포 등 여러 분야에서 필수 도구로 자리잡았고, 청소용 로봇이나 로봇 애완견처럼 가정용으로 대량생산되는 로봇도 적지 않다. 2005년 일본의 아이치 박람회에서는 외형상 인간과 흡사한 로봇이 등장했다. 오사카대의 한 교수가 개발한 '리플리Q1'은 미인 여성이었다. 부드러운 실리콘 피부에 속눈썹과 눈동자를 움직이고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제한적이지만 영어·일본어·한국어를 구사했다. 현장에서 이것이 로봇이라고 알아차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인공지능)'에 나온 남창 로봇 '지골로 조'를 떠올리게 된다. 이상적인 외모와 뛰어난 테크닉을 갖춘 섹스로봇의 시대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로봇연구네트워크(EURON)의 설립자 헨리크 크리스텐슨 박사는 2006년 "향후 5년 내 로봇과 성생활을 즐기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인간끼리의 매매춘 문제는 대부분 해결되겠지만 인간 본성의 황폐화라는 또 다른 우려가 생긴다. 로봇이 인간과 닮을수록 그 우려는 더 크다. 지금의 기술 발달 속도라면 2030년쯤엔 로봇의 지능이 인간과 맞먹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지난해 영국의 인공지능 연구가 데이비드 레비 박사는 "50년후엔 인간과 로봇이 결혼도 하게 될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6년 영국 정부가 "50년 뒤 로봇이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과 궤를 같이 하는 주장이다. 29일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촉진법'이 국내에서 발효된다. 정부는 이 법에 따라 '로봇 윤리헌장'도 마련 중이다. 인간이 로봇을 학대하거나, 로봇이 인간을 학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의 윤리와 기술을 기준으로 미래의 현실을 규제하는 셈이지만 손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로봇과 섹스하고 결혼하는 시대를 말세라고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정작 시급한 것은 말세에 미리 대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로봇, 미래 인류의 친구 되려면 … : 중앙일보, 박종오 전남대 로봇연구소장·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 2008/09/23 : 9월 말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로봇특별법(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촉진법)이 발효된다. 정부는 지능형 로봇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고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다. 로봇특별법 발효를 계기로 로봇의 역사, 인간-로봇 공존사회의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로봇특별법이란=세계 지능형 로봇 시장은 초기 단계다. 한국은 미국·일본보다 로봇 기술이 뒤떨어져 있다. 정부가 10년 한시법으로 로봇특별법을 만든 것은 세계 로봇산업의 폭발적인 발전 가능성을 보고 세계 시장을 이끌기 위해서다. 로봇특별법에는 로봇 테마파크 조성사업(로봇랜드), 장애인·노령자·저소득자를 위한 로봇 이용 확대, 로봇 윤리헌장 등이 담겨 있다.

◆로봇 윤리헌장 제정 작업=‘로봇 윤리’라는 단어가 법률에 실린 것도 세계 처음이다. 정부는 현재 로봇 윤리헌장 제정 작업을 하고 있다. 로봇 개발자가 인간에게 손해를 끼칠 기능을 설계하는 것을 막고, 로봇 사용자가 로봇을 마음대로 개조하는 것을 금지시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 유럽로봇연구네트워크(EURON)도 ‘로봇윤리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공개토론을 하고 있다. ‘바이센테니얼 맨’은 인간과 로봇 간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반면 ‘아이, 로봇’ ‘테미네이터’는 인간과 로봇 간의 분쟁을 다룬다. 인간은 로봇에 얼마나 자율성을 줄 수 있을까. 홈로봇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인간에게 위험하다. 전투로봇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둘째는 존재론에 관한 문제다. 기계는 무엇이며,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게 윤리적으로 맞을까. 수퍼맨에 대한 위험성은? 부자만 로봇을 사용하나? 인공두뇌를 가진 로봇이 성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로봇 윤리헌장은 이 같은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게 된다.

◆로봇의 역사=로봇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같다. 로봇 모델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로봇이 섬을 지키고, 유대 신화에선 로봇이 하인 역할을 한다. 중세에 들어와 로봇은 정교한 기계장치로 만들어져 오리로봇, 트럼펫 부는 로봇 등으로 구체화됐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 기간에는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스팀맨’이 소설 속에 등장해 20세기 로봇 모델이 됐다. 발명왕인 에디슨도 축음기가 장착된 인형 ‘이브’를 만들었다. 1961년 기계적인 로봇에 제어장치가 결합된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이 특허 등록과 함께 실물로 세상에 나타났다. 20세기 말까지 로봇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21세기 지능형 로봇 시대를 연 ‘로봇 삼총사’가 있다. 일본 소니에서 개발한 장난감 강아지 로봇 ‘아이보’, 미국 회사에서 개발한 청소로봇 ‘룸바’, 일본 혼다에서 개발한 인간형 로봇 ‘아시모’가 그것이다. 특히 아시모는 인간의 골격과 움직임을 모방한 휴머노이드로 깊은 인상을 줬다. 한국에서 개발된 ‘휴보’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인간의 얼굴 표정을 닮은 로봇은 ‘안드로이드’로 부른다.

◆한국 지능형 로봇의 현주소= 한국에서 처음 개발된 지능형 로봇은 90년대 중반 KIST에서 개발한 반인반수 형태의 ‘센토’다. 특히 잔심부름을 돕는 가사도우미 로봇 등 가정용 로봇이 많이 개발됐다. 또 화재 진압 로봇, 헬리콥터형 비행 로봇, 교육용 로봇이 속속 선보였다. 노약자 도우미 로봇, 전투에 쓰는 노새형 로봇은 현재 개발 중이다. 지금은 의료용 로봇 등 부가가치가 높은 로봇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치료하는 마이크로 로봇을 전남대팀이 개발 중이다. 국가마다 중점을 두는 로봇 분야가 다르다. 미국은 전투 로봇, 무인전투기 같은 국방 로봇이나 화성 탐사 로봇 같은 우주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건강이나 국민복지 로봇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반면 일본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많이 개발한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 온다=미래에는 로봇 지능이 높아지면서 인간과 로봇 간에 복잡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의 두뇌와 비슷해지는 컴퓨터 칩 성능으로 인해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의 신체 일부가 전자기계로 대치되는 ‘사이보그’ 로봇이 한 예다. 물론 인간은 로봇의 기능을 제한해 다루기 쉬운 도우미로 쓸 것으로 예측된다. 컴퓨터 칩에 이 같은 제한 기능을 담을 것이다. 이는 로봇 성능과 지능을 높이려는 노력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미래의 인간-로봇 공존 사회에서 로봇은 도우미 수준을 넘어 인간의 파트너로 대접받을 것이다. 우리의 사고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로봇 공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로봇특별법이 미래에는 로봇-인간 사회의 질서를 규정하는 로봇기본법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이 사진 찍어 e-메일로 보내줘 : 조선일보, 최재용 기자, 2008/09/16 : .. 인천 박물관 두 곳에 배치… "로봇산업 관심 키우려" ..."로봇이 찍어주는 사진 받아보세요." .... 인천시는 최근 송도 시립박물관과 월미도 한국이민사박물관에 인공지능 기능을 갖춘 로봇을 배치해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 로봇은 손님이 그 앞에 서서 사진 찍기 메뉴를 선택하면 사진을 찍어준다. 그 뒤 e-메일 신청 메뉴를 선택하면 함께 찍은 사진을 e-메일로 보내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선으로 연결된 프린터에서 바로 사진을 출력해 주기도 한다. 로봇은 손님이 앞에 서면 자체 카메라를 통해 어린이, 성인, 노인으로 나눠 연령대를 파악을 한 뒤 "안녕, 어린이 친구" 또는 "안녕하세요, 어르신" 같은 인사도 건넨다. 이어 OX 문제풀이 등 각 연령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터치스크린을 통해 해당 시설의 안내와 업무를 소개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기본적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청라 경제자유구역에 로봇랜드 조성 사업을 준비중인 도시로서 시민들에게 '로봇 도시 인천'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로봇산업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위해 로봇을 배치했다"며 "앞으로 계속 늘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시는 이번에 설치된 2대 외에 시청에 2대, 경제자유구역청에 2대 등 모두 6대의 로봇을 운영 중이다.

로봇공학은 자연을 흠모한다 : 중앙일보, 김문상 KIST 프런티어 지능로봇단장, 2008/09/13 : 몇 년 전 방문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한국 유학생이 제작한 도마뱀 로봇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해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던 이 로봇은 실제 천장을 기어다니는 ‘게코 도마뱀’에서 영감을 얻어 도마뱀 발의 구조를 분석하고 모방해 제작한 것이다. 미끈미끈한 유리창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게코 도마뱀은 거의 모든 물체에 들러붙을 수 있다. 발바닥에 있는 수㎛ 크기의 ‘나노헤어’라는 미세한 생체조직이 그 비결이다. 물체 크기가 이 정도 수준으로 작아지면 일반적인 물리학적 현상과는 다른 ‘반데르발스의 힘’이 작용해 엄청난 흡착력이 생겨난다. 도마뱀의 발바닥은 무수한 나노헤어로 덮여 있기 때문에 자기 몸무게의 몇 배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원리에 최신 나노공학 기술을 접목해 나노헤어 가공에 성공함으로써 이를 로봇의 발바닥에 장착하기에 이르렀다. 도마뱀 로봇은 건물 잠입에 용이해 향후 스파이 로봇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일본 도쿄공대의 유명한 로봇공학자 히로세 교수는 ‘어떻게 뱀은 발이 없는데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라는 단순한 의문이 뱀 로봇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더 나아가 그는 개·거미 로봇 등을 제작하고 있다. 이런 로봇들은 지뢰 제거나 지진 등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한 현장에서 활약하는 데 매우 탁월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생물체의 기본구조와 수십억 년의 진화를 거쳐 최적화한 생체시스템을 모방해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려는 노력들을 ‘자연모사’ 혹은 ‘생체모방기술’이라고 부른다. 로봇 설계자는 기본적으로 동물이나 인간의 기능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한다. 과학자들이 로봇을 개발하는 데 쓰는 대부분의 노력이 생체모방기술의 적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인간의 눈과 귀를 모방한 인공 눈, 인공 귀에서 접촉하는 힘과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인공 피부, 인간 근육을 흉내 낸 인공 근육의 연구 등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더 많이 번식하고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치타처럼 달리기 실력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며 하늘의 왕자 독수리처럼 탁월한 시력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다른 동물에 없는 두 가지의 우월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불과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정교한 두 손과 탁월한 학습 능력이 그것이다. 지능형 로봇의 궁극적인 목표가 인간이 하는 일을 대신해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라면, 결국 로봇은 어떻게 해서라도 인간이 가진 이 두 가지의 차별적인 능력을 적극적으로 모방해야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능력은 너무도 오묘하다. 그래서 메커니즘을 아직 완벽하게 규명해 내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해가는 체계라든지, 서툰 손놀림에서 시작해 능숙하게 피아노 건반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과정 등을 인류는 잘 모른다. 끝내 규명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봇은 끊임없이 이런 능력을 따라갈 것이다. 마치 우리 인간이 신을 흠모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