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News : 2008 년 3 월

 

[인호의 컴퓨터 이야기] 냄새 맡는 컴퓨터 : 중앙일보, 인호 고려대 교수, 2008/03/23 :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레미’. 그는 뜨거운 열정과 절대미각, 그리고 누구보다 뛰어난 후각의 소유자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주방의 적’ 생쥐라는 것이다. 레미의 아버지는 멋진 음식을 만드는 데 쓰고 싶어 하는 아들의 후각을 음식물에 든 쥐약을 감지하는 데 이용, 많은 동료의 생명을 건진다. 애니메이션 영화 ‘라따뚜이’의 한 장면이다. 생쥐 같은 동물에 비해 사람의 후각은 훨씬 떨어진다. 그럼, 컴퓨터는? 컴퓨터도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공코 또는 전자코를 연구해 왔다. 사람의 코 안에는 솜털과 같은 섬모가 있다. 그 표면에 냄새 수용기가 있어 공기 속에 있는 냄새에 의해 자극되면 이를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해 냄새를 판별한다. 인공코에는 탄소나노튜브 유전자(DNA) 등을 이용한 초정밀 바이오센서가 있다. 이 센서는 냄새 분자와 반응해 전기신호로 바뀌는데 컴퓨터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 이 신호를 해석해 냄새를 판별한다. 사람 코는 비슷한 냄새를 계속 맡게 되면 피곤해 냄새를 판별할 수 없지만 인공코는 휴식 없이 지속적으로 냄새를 판별할 수 있다. 음주운전 탐지기도 어찌 보면 원시적인 인공코다.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운전자의 알코올 농도를 검사하지 않는가. 인공코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오염물을 감지하는데 쓰이기 시작해 썩은 음식물뿐 아니라 가짜 음식물을 감지하는 데도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코를 이용하면 식품의 수명 기간을 예측할 수 있어 유통 기한이 지난 식품을 속여 파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원산지를 속인 음식물도 감지할 수 있다. 인삼을 전자코에 대면 학습을 통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냄새와 비교해 국내산인지 중국산인지 판명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짜 향수도 잡아낼 수 있다고 한다. 인공코가 일반화되면 이제 '짝퉁'음식은 '꼼짝 마'신세가 될 것이다. 농업이나 군사용에도 이용할 수 있다. 무당벌레는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농사에 이롭지만 포도와 같이 묻어 들어가면 와인 맛을 망치기도 한다. 그런데 무당벌레가 위급한 상황에서 뿜어내는 가스 냄새를 인공코로 판별, 질 좋은 포도주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육군에서는 독가스에서 폭발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위험 물질을 인공코로 탐지할 수 있는 국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공항에서 개가 마약 등을 찾기 위해 코를 킁킁거리는 대신 탑승객이 공항 수색대를 지날 때 인공코가 킁킁거리며 검사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또한 영국의 스트래스클라이드대 연구팀은 사람이 숨을 내쉴 때 인공코가 공기의 냄새를 맡아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즉 숨을 내쉴 때 썩은 사과나 배의 시큼한 냄새 또는 아세톤 냄새가 나면 당뇨를 의심해야 하며, 퀴퀴한 생선 냄새가 나면 간 질환, 코를 찌르는 고약한 냄새가 나면 폐종양, 김빠진 맥주 냄새가 나면 결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이 가정용으로 상용화된다면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하품을 하면 화장실에 달려 있는 전자코가 주인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 알려 줄 것이다. 인간을 모방하기 위해 인간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다. 미각과 촉각을 가진 컴퓨터도 나오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컴퓨터과학뿐 아니라 화학공학 및 전자공학 등의 통합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

‘한국과학예술통섭원’ 같은 지식 대통합을 기대한다 : 중앙일보, 이규연 탐사담당 기자, 2008/03/16 : 미국에서 ‘작지만 강한’ 대학을 뽑는다면 최상권에 카네기 멜런이 들어갈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위치한 학생(석·박사 포함) 1만 명, 교수 1400명 안팎의 학교다. 캠퍼스만 보면 보잘것없지만 연구 경쟁력은 전 세계 ‘톱’ 수준이다. 컴퓨터과학·인공지능·인터넷비즈니스·산업디자인·로봇 분야 등에서 십 수년째 수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교육계에서는 카네기 멜런의 경쟁력이 학문 간 융합에서 나온다고 진단한다. 공학·사회과학·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이다. 이 학교에서 융합문화가 뿌리 내린 이유를 탐사하는 과정에서 역사와 마주치게 됐다. 카네기 멜런에는 세 개의 DNA가 존재한다. 첫째 DNA는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1900년에 세운 카네기기술대, 둘째는 은행가 앤드루 멜런이 13년에 세운 멜런산업연구소다. 마지막 DNA는 카네기가 모친을 위해 설립한 카네기예술대다. 세 개의 혈통은 67년 카네기 멜런으로 섞이게 된다. 당시 피츠버그는 철강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심각한 경제난을 겪었다. 위기가 세 개의 대학·기관이 융합하는 계기가 된다. 카네기 멜런의 선각자들은 혈통이 다른 점을 최대한 활용해 세상에 없는 학문,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작품을 만들어내려 노력했다. 오늘날의 ‘강소대’는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스페셜 리포트는 ‘지식 2.0’ 시대를 다룬다. 다양한 지식이 웹 2.0의 코드인 ‘개방·공유·소통’을 통해 융합해 가는 국내외의 움직임을 포착한 기사다. 국내의 융합 실험은 곳곳에서 암초에 걸려 있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예술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가 헤게모니의 전장(戰場)으로 흐르기 일쑤다. 지식 대통합이 성공하려면 과감성과 희생이 필요하지만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카네기 멜런을 보며 상상해 봤다. KAIST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같은 대표적인 지식집단이 힘을 합쳐 ‘한국과학예술통섭원’을 설립한다면…’. 이런 수준의 혁신이 가능하다면 과학(머리), 인문(심장), 예술(상상)이 만나는 ‘지식의 신대륙’이 탄생하지 않을까.

‘지식 2.0’으로 달려가는 세계 : 중앙일보, 구희령 기자, 2008/03/16 : .... 학문·기술·예술 ‘칸막이’ 허물고 섞어라 ... 1. 대학·전공이 융합한다 2. 産學의 경계 사라진다 3. 연구엔 국경이 없다 .... 세계의 대학·기업·국가가 ‘지식 2.0’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개방·공유·참여의 구호를 외치며 자기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획일화·표준화된 사고·지식으로는 창의·재미·상상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앙SUNDAY는 창간 1주년을 맞아 해외 4개국의 지식 경쟁 현장을 둘러봤다.

▶일본 ‘게이오 DMC’ : 일본 게이오대의 DMC연구소가 개발한 4K 디지털시네마는 풀(Full) HD 화질보다 네 배 이상 선명하다. 게이오 DMC는 이 디지털시네마를 세계 최초로 미국 UC 샌디에이고대에 전송해 실시간으로 상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디자인·비즈니스·정책 등 4개 분야 전문가로 한 팀을 짜 통합 연구를 했기에 가능했다. 소니 사이버연구소장 출신인 오타 나오히사 교수는 “화질 전문가와 전송기술·디자인 인력이 공동 연구에 나섬으로써 더욱 실용성 있는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일본 ‘수퍼 대학원’ 만들기 : 2010년 일본 도쿄에는 ‘수퍼 제휴 대학원’이 문을 연다. 주오대·신슈대 등 10개 대학이 각각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합쳐 하나의 대학원으로 출범한다.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서 웬만한 시설·규모로는 학생을 모집할 수 없는 현실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대학원 출범을 주도 중인 ‘협동산학관’의 가지타니 마코토 이사장은 “교수가 관심이 있는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산업현장의 수요에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퍼 대학원에선 석·박사 과정 학생이 교수와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실용적인 연구를 하게 된다.

▶홍콩과학기술대 ‘5O’ 전략 : 홍콩과기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장교씨는 “한국에선 실험할 때 고가 현미경이 있는 학과에 찾아가서 굽실거리고 빌려 썼는데 이곳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모든 학과가 통합 실험실에서 기자재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학과 간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홍콩과기대의 시도는 ‘파이브 오(5O)’ 프로젝트로 대표된다. 나노·바이오·정보·환경·CEO과정 등 알파벳 O가 들어간 다섯 학문을 묶어 경영대학원·공대·자연대의 융합을 꾀한 것이다. 폴 추 총장은 “학문을 융합하는 데 생길 수 있는 모든 장벽을 제거하겠다”고 했다.

▶MIT 미디어랩 ‘휴먼 2.0’ : 홀로그램·인공지능·멀티미디어…. 미국의 미디어융합연구소인 MIT 미디어랩이 던지는 화두는 항상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기발한 상상을 눈에 보이거나 만질 수 있게 만들어 세계인을 열광시켰다. 이 ‘상상력 발전소’가 최근에 던진 화두는 ‘휴먼 2.0’이다. 인간과 과학기술이 완전히 소통하는 시대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자폐증 환자의 심중을 읽어내는 시스템, 아기의 감정 상태를 알아채는 곰 인형, 할인점 카트처럼 간편하게 접히는 자동차 등을 구상 중이다. MIT가 보여주는 마술은 과학기술과 예술을 창의적으로 융합한 것이다.

▶BMW연구혁신센터 ‘카페랩’ : 건물 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 유리로 된 사무실들이 어디서나 한눈에 들어온다. 독일 BMW연구혁신센터에는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인력·장비·조직이 모여 있다. 유기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융합’을 노린 것이다. 디자이너가 신차 모델을 그려 보다 기술적인 문제가 궁금해지면 언제든지 걸어서 엔지니어의 방을 찾아갈 수 있다. 거대한 열린 공간인 ‘광장’에서는 기획·기술·디자인·전자·홍보 등 다양한 부서 사람들이 어울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쉼 없이 소통한다. 기업에 부는 ‘지식 2.0’ 바람, 그 한가운데 BMW연구혁신센터가 있다.

알아서 행동하는 '똑똑한 아바타' ... 미국에서 4~5세 아동 수준의 인지능력 테스트 통과 : 조선일보, 이영완 기자, 2008/03/12 : 머지않아 컴퓨터 가상공간의 아바타가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사람의 뜻을 파악해 스스로 행동하는 일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미국 렌슬레어공대의 셀머 브링스요드(Bringsjord) 박사팀은 지난 2일 미국서 열린 인공지능 국제학회에서 "새로 개발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가상공간의 아바타가 4~5세 아동 수준에 해당하는 인지 능력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컴퓨터 캐릭터가 사람 대상의 인지능력 테스트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바타가 통과한 이 테스트는 자폐아를 가려내는 데 종종 사용된다. 예를 들어 컴퓨터 화면에 한 아이가 서랍을 열고 물건을 넣어 두는 장면을 보여 준다. 아이는 곧 방을 나간다. 다음 장면에서는 엄마가 방에 들어와 서랍을 열고 아이가 넣어두었던 물건을 꺼내 다른 곳으로 옮긴다. 화면 속의 아이는 엄마가 방에 들어왔던 사실을 모른다. 그렇다면 다시 방으로 들어온 아이는 물건을 어디서 찾을까. 정상적인 4~5세 아동이라면 '처음 물건을 넣어두었던 서랍을 열어 본다'고 답한다. 이 테스트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일이 가능해야 통과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을 갖지 못한 자폐아동은 '아이는 엄마가 물건을 옮겨놓은 장소에서 물건을 찾는다'고 답한다. 가상공간 '세컨드라이프'의 아바타 에디(Eddie)도 같은 테스트를 받았다. 에디 앞에 다른 두 아바타가 있다. 한 아바타가 총이 든 붉은 가방을 두고 떠난다. 다른 아바타가 붉은 가방에서 총을 꺼내 녹색 가방으로 옮긴다. 나중에 돌아온 아바타는 어느 가방을 열어 총을 찾을까. 예전의 에디는 자폐아동처럼 '녹색 가방에서 찾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연구진이 '사람은 어떤 일을 보면 그것을 안다. 그러나 그 일을 보지 못하면 알지 못한다'는 논리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추가하자 '처음의 붉은색 가방에서 찾는다'고 답할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아바타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 거짓말은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할지 판단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과학칼럼] 컴퓨터로 바이오 퍼즐 맞추기 : 중앙일보, 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2008/03/07 : 퍼즐 맞추기를 취미로 가진 사람이 많다.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서부터 스스로 뭔가 도전해 보고 싶은 사람까지 다양하다. 퍼즐은 조각이 수십 개에서부터 수천 개 또는 수만 개까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퍼즐의 묘미는 조각의 개수와 복잡도가 단순 비례하지 않는 데 있다. 즉 20개짜리가 10개짜리보다 2배 복잡한 것이 아니고 제곱에 비례하여 4배가 된다. 그러니 1만 개짜리에 도전하여 며칠 밤낮을 헤매다 성공하면 환호성을 지르게 된다. 퍼즐 맞추기에 빠졌다가 환호성을 지르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미지의 영역이 많은 생물학 분야를 연구하는 모습을 보면 완전한 퍼즐 게임이다. 다만 이 퍼즐은 신이 만들었고 조각의 개수가 수천만 개에 이른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지놈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인간 염색체의 순서를 알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에는 DNA 순서만 찾아내면 생명현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DNA에 담긴 생명정보가 온전히 단백질 형성에 전달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DNA-RNA-아미노산-단백질로 이어지는 정보 전달과정에 엄청나게 많은 불규칙 상호작용이 존재함을 알게 됐다. 각 단계에 존재하는 상호작용의 원리를 알아내고 규칙을 찾는 일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즉 신이 만들어 놓은 ‘바이오 퍼즐’이라는 미궁에 빠진 것이다. 바이오 퍼즐 맞추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퍼즐 조각을 찾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뇌졸중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찾았다’는 보도가 있다고 치자. 이것은 뇌졸중과 관계되는 많은 단백질 중에서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즉 퍼즐 조각 하나를 찾은 것이다. 전통적인 생물학적 방법으로 실험을 통해 찾은 결과다. 그런데 문제는 뇌졸중에 관련되는 퍼즐 조각이 몇 개나 더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전체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몇 개의 조각이 더 필요한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조각이 찾아지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현재까지의 조각으로 생명현상이라는 그림을 맞춰 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바이오 퍼즐 맞추기 두 번째 방법이다. 수천만 개의 조각으로 된 퍼즐을 맞추는 작업이 나에게 주어졌다 하자. 퍼즐 조각이 모두 있는 것도 아니다. 복잡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당연히 컴퓨터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생물 실험실에서 찾아진 조각 사이의 상호관계를 유추해 가며 수많은 배열의 가능성을 시험해 본다. 빠진 부분을 건너뛰며 상상으로 그림을 그려 나간다. 데이터베이스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의 컴퓨터 기술이 생물학에 초대받는다. 많은 계산량 때문에 수퍼컴퓨터도 초대받는다. ‘바이오 정보학’ 분야가 출현하게 된 사연이다. 바이오 퍼즐이 완성되어 환호성이 울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명현상을 거의 모두 이해하게 되는 셈이다. 자동차의 원리를 이해하고 설계회로를 그릴 수 있게 된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자동차 설계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차가 고장이 나면 실수 없이 정교하게 고칠 수 있다. 생명 회로를 알게 되면 질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치료할 수 있다. 질병에 따라 약도 정확하게 만들 수 있다. 오진도 방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개인 특성을 나타내는 회로도가 있다면 개인별 맞춤형 약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몸이 아프면 현재처럼 경험에 따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부품을 갈아 끼우듯 원리에 따라 정교하게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퍼즐 조각을 찾고, 컴퓨터 학자들은 이 조각들을 짜맞추는 ‘바이오 정보 협업’이 생명의 비밀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자동차가 고장나면 청진기를 대보고 X선 촬영을 하며 수리하지 않는다. 몸이 아프면 생명의 설계도를 보면서 치료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요즘 게임 개발자의 핵심화두: AI(인공지능) : 중앙일보, 2008/03/06 : 몇년 전까지 사람들은 게임을 볼 때 캐릭터들이 얼마나 멋있게 사실적으로 생겼는지, 게임이 얼마나 섬세한지 등에 관심을 많이 두었다. 게임 개발자들도 더욱 섬세한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10년전 게임과 요즘 게임을 비교해 보면 그래픽이 얼마나 섬세해지고 화려해 졌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게임 개발자들의 관심은 그래픽에 있지 않다고 한다. 그래픽은 강력한 그래픽카드와 CPU 등이 강력한 힘을 발휘해 처리해 주기 때문에 게임 개발자들이 별달리 그래픽에 집중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럼 게임 개발자들은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어 개발을 진행할까? 요즘 게임 개발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라고 한다. 기자 주위에 축구 게임을 매우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들은 항상 위닝일레븐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많은 축구게임 중에서 왜 하필 위닝일레븐만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 물어 보았다. 경쟁업체 게임도 화려해 보이고 좋은데, 유독 위닝 일레븐만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이유는 바로 AI(인공지능)였다. 타 게임에 비해 이 게임이 인공지능이 훨씬 잘 되어 있다고 한다. 특정 타이밍에 게이머는 딱 한 사람의 선수만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축구게임이다. 이런 환경에서 11명의 선수가 있는 축구게임에서 게이머가 컨트롤하는 한 선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컴퓨터가 알아서 컨트롤 해줘야한다. 위닝일레븐은 경쟁 게임에 비해 이 "알아서" 해주는 부분이 훨씬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이 게임에 열광하고 이 게임만 한다는 것이다. 한 선수의 움직임을 보면서 다른 선수들이 그 상황에 맞게 잘 판단해 적절한 위치로 이동해 주고 필요한 동작들을 해 줘야 축구게임이 재미있을 것이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3 게임에서는 AI처리가 돋보인다. 적이 주위에 나타나면 게이머가 지시하지 않아도 캐릭터들이 알아서 싸워준다. 한사람이 건물을 다 지으면 다른 사람이 짓고 있는 건물로 가서 도와준다. 군대가 단체로 이동할 때 알아서 줄을 잘 서서 이동해 준다. 게임 곳곳에서 AI를 느낄 수 있다. 앞으로 AI가 발전하면 게임 내에 존재하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감정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똑같은 상황이 게임과 현실에서 동시에 벌어진다면 현실이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현실에서의 사람들은 감정이 있고, 모든 것을 느끼고 그에 제대로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의 감정을 게임 안의 캐릭터들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게임은 훨씬 재미있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날 아내가 영화 촬영을 위한 오디션을 보러 갔다고 하자. 이 자리에서 감독은 다른 사람과의 정사 장면을 연기해 보라고 시켰다고하자. 이것을 우연히 남편이 지나가다가 보게 되었다면? 현실에서는 이 남편은 엄청나게 화가 날 것이고, 영화 오디션 관계자들에게 항의를 할 것이다.  분노가 폭발하면 주먹다짐까지 할 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각각의 캐릭터들이 감정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환경에 맞게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는 아직 이런 AI(인공지능)부분이 약하다. 남자와 여자가 만났을 때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지도 못한다. 여자에게 끌리는 감정이 쏟구쳐야 작업 들어가기도 할텐데, 아직 게임에서는 이런 감정이 제대로 표현이 잘 안된다.  그렇다 보니 아직 게임이 덜 재미있는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앞으로의 게임에서는 이런 인공지능 부분이 매우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게이머들이 시키지 않아도 게임 자체에서 알아서 해주는 부분이 매우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에서도 이 AI를 얼마나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 내느냐가 게임 성공의 관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세계적 철학자 7명 릴레이 인터뷰 ⑧·끝 김재권 미 브라운대 석좌교수 : 중앙일보, 배영대 기자, 2008/03/04 : ... “인간의 마음이 동물보다 낫다고 단정 못해” ..... 대담 = 김기현 서울대교수 ..... 철학자 김재권 (74·미 브라운대 석좌교수) 씨는 현대 심리철학계의 거장이다. 서울대 불문과에 재학 중이던 1950년대 중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그는 전공을 철학으로 바꾼 이래 심리철학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이론을 계속 제시해 왔다. 심리철학은 영국과 미국을 주 무대로 발전해온 분석철학의 한 분야다. 주로 마음과 신체의 관계를 천착한다. 자연의 인과관계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마음의 위치는 어디인가, 마음은 신체와 독립하여 존재할 수 있는가 등을 연구한다. 서양 근대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도 이 같은 심신 문제를 탐구, 마음과 신체는 다르다는 심신이원론을 제기한 바 있다. 현대 심리철학은 20세기 후반 인지과학과 뇌과학의 성과를 반영하며 마음의 본성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제기했다. 과학의 손이 닿지 않는 최후의 신비 영역으로 간주되던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분해해 보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재권 교수가 있다. 김 교수는 정신현상을 물리현상에 귀속시키는, 이른바 ‘물리주의’(physicalism) 를 강력히 옹호한다. 데카르트와 달리 심신일원론을 내세운다. 인간의 마음에 특별히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마음 또한 자연현상의 일부로 파악하면서, 정신적 사건의 대부분을 뇌의 사건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고 본다. 서울대 김기현 교수가 그를 만났다.

김기현=인간의 마음은 동서양을 떠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상가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철학자뿐 아니라 종교인의 화두이기도 하다. 마음을 물질에 귀속시키는 당신의 물리주의는 서양의 전통사상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전통사유에서 볼 때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김재권=마음처럼 신비스럽게 여겨지는 것도 없다. 우주는 물질이 격렬히 부딪치고 움직이는 어둡고 황량한 공간이고, 그 드넓은 공간의 아주 미세한 일부인 이 지구에 마음이 거주하고 있다. 이 드넓은 공간의 일부에 어떻게 이런 정신현상이 발생하게 됐는지는 수수께끼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초자연적 존재나 초월적 힘에 의존하여 이를 설명하려 하지만, 이것은 한 수수께끼의 자리에 다른 수수께끼를 들여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음은 자연현상이며 자연현상은 시공간계의 법칙과 사건, 그리고 인과관계 같은 것을 통해 자연계 내에서 설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명현상 또한 신비로운 것이지만, 다윈의 진화론과 최근 분자유전학의 폭발적 발전을 통해 과학적으로 해명되고 있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심리학·신경과학·인공지능·언어학 등으로 이뤄진 인지과학을 통해 마음의 여러 측면이 연구되고 있고, 이를 통해 인간의 정보처리·언어처리 능력에 대한 이해가 커지면서, 그 기반이 되는 신경생물학적인 기제도 밝혀지고 있다.

김기현=마음현상이 신경생물학적 현상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모든 정신현상이 물리적인 것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보는가.

김재권=내가 최근에 낸 책 『물리주의, 또는 그에 충분히 가까운 것』에서도 주장했듯, 나는 여전히 정신적 사건의 대부분이 뇌의 사건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한가지 예외사항을 인정한다. 그것은 감각, 또는 의식의 영역이다. 우리는 커피 향을 맡을 때 그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하여 인지할 뿐 아니라, 그와 동반하는 감각도 함께 느낀다. 이런 감각 또는 느낌의 영역은 인지 영역과 달리 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신현상의 다른 부분인 인지적 상태는 물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과, 포괄적인 세계관으로서의 물리주의를 대체할 만한 대안적 세계관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김기현=인간은 우월한 정신세계를 갖춘 만물의 영장으로 간주되곤 한다. 인간의 마음과 동물의 마음의 차이에 대한 생각은.

김재권=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합리적·논리적 추론을 할 수 있으며, 예술품을 만들고 윤리적 규범을 구성하는 등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마음과 다른 동물의 마음 사이의 차이는 정도의 문제일 뿐, 이들 사이에 질적으로 구분되는 명확한 선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김기현=인간이 진화의 정도에서 다를 뿐, 정신적 차원에서 다른 동물에 비하여 근본적으로 우월한 존재는 아니라는 뜻인가.

김재권=그렇다. 인간의 마음이 우월하다는 생각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정신적·지성적 능력을 사용해 다리를 짓고 도시를 건설하고, 문명의 이기와 예술품을 만들었지만, 그 ‘우월한 마음’이 전쟁·학살·잔혹 행위를 일삼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인간의 마음과 지능이 세계를 위해 좋은 것인지 아닌지, 축복인지 저주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인간은 자연계의 일부이며, 우리의 능력은 이 세계 다른 동물과의 능력과 연속선 상에 있다고 믿는다.

김기현=인간만이 언어를 구사할 능력이 있으며,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없으므로, 인간만이 사고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김재권=동물의 언어와 의사소통에 대한 많은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인간과 동물의 마음 사이에 언어능력에 있어 뚜렷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단지 정도의 차이일 수 있다. 또 인간 수준으로 언어를 구사하는 동물이 진화하지 못한 것은 단지 역사상의 우연일지 모른다. 이러한 입장은 철학적으로 가능한 입장임에도 아직 명백히 논의된 바가 없다. 이런 가능성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언어를 통해 인간의 마음의 고유성을 주장하는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김기현=영국의 논리학자 튜링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컴퓨터 공학이 발전하고 인간을 모델로 하는 사이보그에 관한 영화가 나오면서 이 질문은 철학자뿐 아니라 일반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생각하는 기계를 우리가 만들 수 있을까.

김재권=기계라는 말은 우리가 현재 또는 미래의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내는 어떤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만약 이런 의미라면, 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기술이 마치 우리처럼 생각하고 대화하는 로봇을 만드는 단계까지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 의하여 만들어진다’는 단서를 빼면, 이 질문은 그 의미가 불분명해진다. 인간은 세포·분자·원자 등으로 만들어진 물질적 존재다. 나라는 존재도 세포 단위로 해체됐다가 재조합될 수 있다. 초인간적 기술자는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초인간적 존재에게 나는 결국 하나의 기계에 불과하다. 물론 나는 생물학적으로 번식된 존재이므로 엄밀한 의미의 기계는 아니다. 그러나 번식되지 않고 공장에서 생산됐을 경우에도 나는 여전히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천재에 의하여 만들어진 생각하고 느끼는 기계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전능한 신에 의하여 지어진 기계일지도 모른다.

◇도움되는 책 =『심리철학』(김재권 지음, 하종호·김선희 옮김, 철학과 현실사), 『물질과 마음』(처칠랜드 지음, 석봉래 옮김, 서광사), 『심리철학과 인지과학』(김영정 지음, 철학과 현실사), 『물리주의』(김재권 지음, 하종호 옮김, 아카넷)

◇김재권 =1934년 대구 출생. 서울대 불문과 2학년 재학 중이던 1955년 한미장학위원회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다트머스대로 유학을 떠나 철학을 전공. 프린스턴대에서 철학박사학위. 미시건대에서 오랫동안 철학교수로 재직했고, 미국철학회 중부지역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심리철학』『수반과 마음』『물리계 내에서의 마음』『물리주의, 또는 그에 충분히 가까운 것』 등이 있다.

◇김기현 =1959년생.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박사학위. 서울대 철학과 교수. 2008 세계철학대회 한국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저서로 『현대인식론』이 있다.

[김문상의 로봇 이야기] ‘영웅 로봇’ 나가신다 : 중앙일보, 김문상 KIST 프런티어 지능로봇단장, 2008/03/02 : 1986년 소련 우크라이나 지방의 체르노빌 원전(原電)에서 발생한 사고는 누출된 방사능이 소련은 물론 유럽 전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정도로 심각했다. 당시 핵발전소의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소방관과 군인들이 목숨을 걸고 진압 활동을 하는 영웅적인 모습을 세계인은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았다. 투입된 진압 요원 중 많은 사람이 방사능 후유증으로 사망하는 등 이 사고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동시에 인간이 근접하기 힘든 물리적 조건에서 작업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의 필요성을 각국 정부가 뼈저리게 인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몇 년 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 항공우주국(NASA) 존슨 스페이스 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NA SA가 가장 정교한 인간형 로봇이라고 자랑하는 ‘로보넛(Robonaut)’이 한창 개발되고 있었다. ‘로봇 우주비행사(robot+astronaut)’를 뜻하는 로보넛은 우주선 탑재를 목표로 개발된 원격 조종 로봇이다. NASA가 이 600만 달러짜리 로보넛을 개발한 것은 위험한 우주 유영(游泳·우주선 밖 우주공간에서 하는 활동)으로부터 우주 비행사를 해방시키기 위해서다. 비상사태가 생겨 우주인이 우주선 밖으로 나가려면 나가기 전에 최소한 2~3시간은 가만히 앉아 100% 산소를 들이마셔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주로 나가는 즉시 체액이 기화되면서 죽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주선 외부에 긴급상황이 발생해도 사람은 즉각 출동할 수 없고, 응급 복구도 2~3시간 늦어지게 된다. NASA가 찾아낸 문제의 해법이 바로 로보넛이었다. 우주비행사가 우주선 안에서 로봇을 원격 조정하는 것이다. 미래에 로보넛이 인공지능을 갖게 되면 로보넛 혼자 우주로 나가게 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우주 개발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우주선 중량의 3분의 1 이상이 우주인의 생존을 위한 물·산소·식량인데 로보넛에겐 이런 것이 필요 없다. 우주인의 훈련과 생존·안전보장을 위해 드는 비용도 불필요해진다.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에 주춤했던 우주 개발이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역시 NASA가 개발한 쌍둥이 로봇 스피릿(사진)과 오퍼튜니티는 2003년 7월 발사되어 7개월간의 우주여행 끝에 4억7000만㎞ 떨어진 화성에 착륙했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화성에 물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원래 3개월간의 운영을 목표로 하였으나 이 두 로봇은 아직도 분화구를 오르내리며 장착된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 중요한 물질을 채집·분석해 지구로 그 결과를 보내고 있다. 인간이 가기에는 너무 먼 별 여행에서 로봇은 자신의 훌륭한 역할을 찾았다. 먹을 것도 필요 없고 돌아올 걱정도 필요 없다. 산소를 짊어지고 갈 걱정도, 지구에 남겨진 가족도 없다.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기만 하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미래에 기대하는 지능형 로봇의 역할은 가정에서의 간단한 청소부터 오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겠지만 가장 필수적인 분야는 인간을 대신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극한(極限)작업일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이 들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이를 위한 로봇들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방사능이 누출된 원자력발전소의 유지·보수 작업, 소방관도 근접할 수 없는 대규모 화재현장에서의 피해자 구조에 영웅 로봇들이 인간을 대신해 활약할 날이 곧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