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News : 2004 년 2 월
[책마을] 본성 타고나나 만들어지나 - 본성은 복잡한 회로…'보편성'지녔지만 환경·자극엔 다른 변화, 빈 서판 / 스티븐 핑커 지음 / 김한영 옮김 : 조선일보, 김태훈기자, 2004.02.27 : 이제 막 태어난 아이를 보고 있자면 말 그대로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라는 표현을 실감하게 된다. 펼쳐진 도화지는 자기 몸에 그림을 그려 보라고 권한다.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도화지는 명화를 품고 영원한 생명을 자랑할 수도, 망쳐버린 스케치를 품고 구겨져 쓰레기통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책 제목으로 쓰인 ‘빈 서판’(원제 The Blank Slate)은, 말하자면 그림이 그려지기 이전의 도화지 상태를 의미하며, ‘깨끗이 닦아낸 서판(書板)’이라는 뜻의 중세 라틴어 ‘타불라 라사(tabula rasa)’를 의역한 말이다. 사람을 이 관점으로 보는 것은 단순한 육아론 수준을 넘어 시대정신을 포함한다.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근대 서구사회도 실은 인간을 하나의 ‘빈 서판’으로 보는 데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나 ‘빈 서판’론이 근대사회 이후 인류에게 가져다 준 온갖 혜택에도 불구하고, 그 이론은 이제 낡았고, 진실이 아님 또한 밝혀졌다고 선언한다. 더 나아가 ‘빈 서판’ 인간관은 위정자들에게 “인간은 지도자의 노력으로 개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고 문화대혁명 같은 사회적 잔학행위를 초래했다며 이 이론의 적극적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책은 먼저 ‘빈 서판’ 인간관이 갖는 긍정적 의미를 설명한다. 모든 인간이 빈 서판이라면, 신분 차별은 존재할 수 없다. 왕과 귀족도 그 씨가 다르지 않다는 평등사상이 여기서 싹텄다. 사람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는 경험과 환경이며, 인간의 됨됨이는 후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남자와 여자는 남성과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고 그렇게 길러지는 것이다. ‘인간은 빈 서판’이란 전제는 우리가 스스로 더 나은 나로 거듭나려 하도록 독려했고, 그런 노력으로 20세기라는 풍요와 번영과 민주주의의 세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했다. 책은 이어 17세기 철학자 존 로크 등에 의해 빈 서판 이론이 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 뒤, 인간 본성의 존재 유무를 둘러싸고 20세기 중반부터 최근까지 벌어진 논란을 중계한다. 합리주의 전통을 계승한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사회학자들은 ‘인간에게 타고난 본성이 있다’는 주장을 극단적으로 혐오했다. 본성론은 운명론을 조장하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그들은 경고했다. 내면의 욕구와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는 행동주의 심리학처럼 ‘빈 서판’의 극단적 변주곡도 등장했다. 반면, 저자는 인간 본성을 인정하는 것을 남녀차별의 정당화나, 인간 사이의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것으로 볼 이유가 없다고 반박한다. 그는 오히려 현실적 필요에 의해 ‘빈 서판’론을 고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과학과 학문, 심지어 우리의 일상까지도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식은 부모하기 나름’이란 견해가 일방적으로 강조되면서 발생하는 가족의 갈등, 잔인한 양육의 사례 같은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인간의 본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태어난 뒤 그려지는 것일까.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 본성을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문제는 시대정신과도 관계된 중차대한 테마임을 알게 된다. 빈 서판 이론의 파기는 전적으로 20세기 중반 이후 거둔 과학적 성과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저자는 인지과학이나 진화생물학 등의 연구 결과들이 “인간의 본성은, 개인적 문화적 환경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생존욕구가 만들어낸 보편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저자 또한 인간을 하나의 서판, 또는 도화지로 본다. 다만 그 판에는 ‘본성’이라는 특별하고도 본질적인 회로가 숨겨져 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환경이나 자극은 그 회로와 조응하며 사람마다 다른 개성으로 천변만화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1975년 빈 서판을 부정하는 취지로 ‘사회 생물학’을 쓴 저자 윌슨에게 쏟아진 ‘빈 서판 옹호론자들’의 비난은, 이 책의 주제와는 별개로, 논란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그를 비판한 수많은 편지와 글들이 실은 그의 책을 전혀 읽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진 일방적 매도였던 것이다. ‘본성이냐 양육이냐’를 둘러싼 담론은 분명 매력적이다. 2002년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까지 오르기도 한 이 책은 미국 인터넷서점 ‘아마존’에 서평만 130여개가 올라있을 만큼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더구나 저자는 하버드대 교수(심리학)이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과학도서상’ 등 다수의 도서상을 받은, 잘 나가는 과학저술가이기도 하다.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하지만 서술 방식이 다소 추상적이어서 몰입이 쉽지 않은 점은 아쉽다. 최종 후보까지 올랐지만 퓰리처상을 받지 못한 한계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책마을] 본성 타고나나 만들어지나 - 빈 서판 / 스티븐 핑커 지음 : 조선일보, 김태훈기자, 2004.02.27 : 이제 막 태어난 아이를 보고 있자면 말 그대로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라는 표현을 실감하게 된다. 펼쳐진 도화지는 자기 몸에 그림을 그려 보라고 권한다.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도화지는 명화를 품고 영원한 생명을 자랑할 수도, 망쳐버린 스케치를 품고 구겨져 쓰레기통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 책 제목으로 쓰인 ‘빈 서판’(원제 The Blank Slate)은, 말하자면 그림이 그려지기 이전의 도화지 상태를 의미하며, ‘깨끗이 닦아낸 서판(書板)’이라는 뜻의 중세 라틴어 ‘타불라 라사(tabula rasa)’를 의역한 말이다. 사람을 이 관점으로 보는 것은 단순한 육아론 수준을 넘어 시대정신을 포함한다.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근대 서구사회도 실은 인간을 하나의 ‘빈 서판’으로 보는 데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 이 책은 그러나 ‘빈 서판’론이 근대사회 이후 인류에게 가져다 준 온갖 혜택에도 불구하고, 그 이론은 이제 낡았고, 진실이 아님 또한 밝혀졌다고 선언한다. 더 나아가 ‘빈 서판’ 인간관은 위정자들에게 “인간은 지도자의 노력으로 개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고 문화대혁명 같은 사회적 잔학행위를 초래했다며 이 이론의 적극적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 인간의 본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태어난 뒤 그려지는 것일까.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 본성을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문제는 시대정신과도 관계된 중차대한 테마임을 알게 된다. 빈 서판 이론의 파기는 전적으로 20세기 중반 이후 거둔 과학적 성과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저자 (Steven Pinker) 는 인지과학이나 진화생물학 등의 연구 결과들이 “인간의 본성은, 개인적 문화적 환경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생존욕구가 만들어낸 보편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 저자 또한 인간을 하나의 서판, 또는 도화지로 본다. 다만 그 판에는 ‘본성’이라는 특별하고도 본질적인 회로가 숨겨져 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환경이나 자극은 그 회로와 조응하며 사람마다 다른 개성으로 천변만화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
빛의 힘으로 움직이는 컴퓨터 나온다 : 한국일보, 정철환 기자, 2004/02/23 : ...빛은 전기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빛은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 수 있지만 전기는 채 한 바퀴도 못 돈다. 80년대에는 외국과의 전화통화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목소리가 전해지는데 1초 이상 지연되는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통신이 보편화된 지금은 이런 현상이 거의 없다. ..... 이러한 광통신의 장점을 물려받은 것이 광컴퓨터 기술이다. 오늘날 컴퓨터의 연산 속도가 3 GHz (초당 3억회 이상) 수준으로 높아지자 데이터의 전달 속도가 문제가 됐다. 1시간에 1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 시간당 50대 분량의 재료만 공급된다면 어떻게 될까. 30분만 일하고 30분은 놀게 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PC 의 마이크로프로세서 (CPU) 가 빨라지면서 비슷한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아무리 빨리 계산을 해도 결과를 제때 전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CPU 의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해결책을 광컴퓨터 기술에서 찾았다
[책마을] 열길 물속보다 깊은 사람의 마음 탐험 - 마음을 과학한다, 카렌 샤노어 등 지음, 변경옥 옮김, 나무심는사람, 1만2000원 : 조선일보, 김태훈기자, 2004.02.20 : 마음은 일반적으로 과학의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전후 관계가 명확하고 일정하게 반복하는 법칙을 공식화할 수 있는 과학과,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말이 거짓이 아닌 세계는 물과 기름처럼 이질적이다. 이 책은 ‘열 길 물 속보다도 깊은 한 길 사람 마음 속’을 과학의 대상으로 삼아 연구해 온 6명의 전문가들이 행한 강의를 묶은 책이다. 대중 강의 형식의 글이 그렇듯 깊이는 미흡하지만, 정신과학의 주요 이슈들이 재미있고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맛깔지게 요리했다. 인지 심리학자인 카렌 샤노어 박사는 뇌과학은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는가를 설명한다. 마음이란 개념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에서 출발한 근대적 개념이라는 것, 뇌에 대한 연구가 엉뚱하게도 골상학이라는 심심풀이 학문으로 발전해 독일 귀족사회의 실내게임으로 자리잡은 이야기, 컴퓨터의 탄생 이후 “인간의 마음은 고깃덩어리로 만든 컴퓨터”라고 오판한 사연 등 뇌과학 연구 이면의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정신병리학자인 프랑크 퍼트넘이 마음의 형성과정을 강의한 이 책의 2장은 가장 흥미로운 부분. 그는 어린이들이 공상에 빠져들거나 창의성을 보여주는 것을 세타파(波)라는 뇌파로 설명한다. 어른들이 잠에 빠져들기 직전의 단계에 집중적으로 나오는 세타파는 어린이에게는 낮에도 풍부하게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어린이들은 낮에도 어른들이 잠에 빠져들 때의 의식과 유사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 멀쩡히 깨어 있을 때보다는 잠결에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는 경험을 한 사람들도 이 세타파 상태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마음의 형성은 뇌세포의 발달이 아니라 신경세포가 형성하는 경로의 발달로 이루어진다는 지적은, 왜 인간이 다양한 성격을 갖게 되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각자 다른 인생 경험이 다른 형태의 신경세포 경로를 형성하기 때문에 비록 쌍둥이라도 사랑받으며 자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다른 마음을 갖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한 사람 안에 최대 20개의 완전히 다른 자아가 충돌하는 다중인격 장애의 사례에서는 한 사람이 A라는 인격 상태에서는 눈이 나빠서 안경을 써야 하지만, B라는 인격이 발현되면 멀쩡하게 책을 보는 낯설고도 신기한 임상례들을 소개한다. 3부에서는 꿈을 분석한다. 어째서 꿈은 해몽이 필요할 정도로 ‘은유의 마법’을 부리는지, 어째서 가끔은 꿈을 꾸면서도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지(이것은 ‘자각몽’이라고 한다)에 대해 설명한다. 안구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렘 수면’에서는 목 아래가 전부 마비되는데, 어떤 이는 이 마비증상이 오지 않아 몸은 깨어 있고 머리는 꿈에 빠진 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른다. 이 밖에 세포분열을 통해 1년이면 ‘물리적’으로 완전히 새 사람이 되는 내가 어째서 계속 ‘나’일 수 있는지, 플라시보(가짜 약)효과의 가공할 위력을 보여주는 마음의 오묘하고도 강력한 힘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음을 과학한다'…"내 마음 나도 몰라" : 동아일보, 2004/02/20, 이유선 : 마음을 과학한다/카렌 N 샤노어 외 지음 변경옥 ..... 인지심리학, 정신병리학, 심신의학, 그리고 꿈과 뇌에 대한 전문가 6인이 쓴 이 책을 읽으면 “그런 너는 널 알아?”라고 되받아칠 수가 있다. 이 전문가들은 마지막 미개척지라고 불리는 인간의 뇌에 대한 최근의 과학적 탐구결과를 토대로 마음에 대한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대체로 인간의 마음이 두뇌와는 별개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두뇌가 곧 마음이라는 유물론적 생각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물질과 정신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양자역학적 차원에서 인간의 두뇌를 바라보면 마음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의 원제가 ‘The Emerging Mind’인 이유는 이들이 미시적 두뇌의 작용 속에서 우리의 마음이 출현한다(emerge)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 마음이 그렇게 심오한 것이기 때문에 우주소년 아톰같이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고 인간을 사랑하는 로봇의 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지심리학자인 샤노어는 시(視)지각이 상실된 상태에서도 눈앞의 형상을 감지하는 맹시(盲視·blindsight)의 예를 들어 마음에 숨은 관찰자의 역할이 있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라 하더라도 그런 능력을 갖게 되지는 못할 것이다. ...... 양자역학과 인도의 고대 경전인 베다를 결합시킴으로써 인간을 새롭게 보려고 하는 심신의학자 초프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정한 당신’은 똑같은 뼈와 살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호흡이라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우리는 엄청난 양의 원자를 들이마시고 내뱉기 때문에 우리의 물리적 몸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간디, 예수, 사담 후세인 등의 몸을 구성했던 원자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초프라는 베다를 인용해 우리의 몸이 우리의 기억과 꿈이 머무는 집일 뿐이라고 말한다. .....
[지방시대-성장엔진의 주역들] (4)디지털콘텐츠:광주·전남북 : 전자신문, 김한식 기자, 2004/02/19 : 광주와 전남·북 등 호남지역의 디지털콘텐츠 산업은 풍부한 전통 문화예술 기반과 첨단기술을 융합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광주의 경우 세계적인 문화산업 도시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디지털 콘텐츠산업 부흥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전라남도는 다도해와 문화유산, 음식, 볼거리를 관광상품화하려는 콘텐츠 제작붐이 일고 있다. 전라북도는 소리와 공예 등 전통문화의 디지털화와 게임, 모바일 산업 육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문사회]'사이버시대의…' 사이보그도 인격으로 볼 수 있나 : 동아일보, 박영욱 고려대 강사·서양철학, 2004.02.13 : ◇사이버시대의 인격과 몸/김선희 지음/321쪽 1만6000원 아카넷. 20세기 이후 회화의 지배적 패러다임이 돼 버린 추상화는 구상화와 달리 재현해야 할 어떤 물질적 세계도 제거함으로써 회화를 탈물질화했다. 가령 러시아 절대주의자 말레비치의 기념비적 회화 ‘검은 사각형’은 흰색 바탕에 약간 비뚤어진 검은 사각형만 그려놓음으로써 아무런 물질적 세계도 표현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회화의 탈물질화에 성공한 듯한 이 그림은 예상치 못한 역설을 담고 있다.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과거의 구상화처럼 그림이 재현하는 물질적 세계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거꾸로 그들의 시선은 1m² 크기의 캔버스에 칠해진 붓질과 물감의 질감 자체, 즉 그림 자체의 물질성에 주목하게 된다. 이런 역설은 바로 사이버시대의 논리에도 적용된다. 복제술, 사이버네틱스, 홀로그램,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 등의 과학기술을 이용한 가상현실이 추구하는 것은 실제로는 탈물질화된 가상적 세계이지만, 물질적 세계와 똑같이 지각될 수 있는 역설적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비록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가상적 공간이 현실 공간을 대체할 수는 없다. 신분 확인이 가능한 몸이 결여된 사이버자아는 독립적 인격의 지위를 갖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이버 논리의 비판을 위해 단순한 문명비관론이나 반과학주의를 채택하는 구태를 답습하지는 않는다. ‘인격’이라는 개념을 엄밀하게 정의하고, 그것을 사이버 논리에 적용하는 치밀한 한편의 철학적 추리물과도 같다. 여기서 저자의 근본적 전제가 되는 것은 ‘인격’의 두 가지 차원에 대한 구별이다. 인격이란 흔히 말하는 이성, 도덕적 자질, 훌륭한 성품 등과 같은 인격(성)만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물리적 동일성을 유지하는 신체 혹은 몸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몸이란 한 개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근거가 된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사이버자아의 형태를 인공지능, 사이보그, 사이버자아의 세 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자아형태에 대해 인격으로서의 가능성을 묻는다. 퍼트남의 ‘통속의 뇌’처럼 몸에서 뇌의 기능만을 분리시켜 새로운 자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몸과 마음이 분리될 수 있다는 데카르트적 망상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인조인간인 사이보그는 비록 인간과 동등한 인격체로 규정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분명 독립적 신체를 가진 존재이자 동시에 사유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인격의 가능성이 배제될 수 없다. 한편 아바타나 아이디(ID)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사이버자아의 경우 현실에서처럼 신체적 구속을 받지 않으므로 인격이 없다. 현실과 달리 20대 남자가 40대 주부 혹은 10대 여자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내세우는 인격의 정의에 대해 동의만 한다면 마치 실타래가 풀리듯 한 호흡에 끝까지 내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막상 이 책의 핵심주제인 몸, 신체 등은 막연한 정의를 통해 논증의 선결조건으로서 주어져 있을 뿐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제목 탓에 사이버시대에 몸의 구체적 변화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이 책에 접근할 독자들이 있다면 그에 대한 답은 저자의 다음 책에서나 기대해야 할 듯하다.
[지방시대-성장엔진의 주역들] (3)디지털콘텐츠:대구·경북 : 전자신문, 정재훈 기자, 2004/02/12 : 대구·경북권 지자체와 벤처지원기관, 기업들이 집중하고 있는 대표적 분야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산업 육성이 꼽힌다. 그동안 문화콘텐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주력해 온 대구·경북은 인프라 조성과 함께 인력양성, 콘텐츠 제품의 마케팅 지원 등 산학연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방시대-성장엔진의 주역들] (2)디지털콘텐츠-부산·경남 : 전자신문, 2004/2/5, 허의원기자 : 이처럼 부산·경남권이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원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에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부산게임영상협회 등이 있고 동서대와 동명정보대 외에도 영산대학교·경성대학교·경남정보대에 게임관련 학과들이 있다. 이밖에 동서대와 동명정보대에는 학과 외에 정보교육원, 게임아카데미가 설립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