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News : 2004 년 11 월
로보트 태권 V, 마징가 Z와 한판? 한·일 인간형 로봇 시장서 대격돌 - 한·일 로봇 전쟁 : 조선일보,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2004.11.11 : 2000년 11월, 키 120㎝ 무게 52㎏의 인간형 로봇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로봇의 이름은 ‘아시모(ASIMO)’. 일본이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2족(二足) 직립보행 로봇이었다. 보행은 물론이고 계단과 경사면을 자유롭게 연속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아시모는 사람의 음성이나 몸동작을 인식하고 개인의 얼굴을 식별해내는 얼굴 인식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음성인식 기술이나 몸동작 인식은 기존의 로봇들에서 많이 채용되던 방식이지만 상대방의 얼굴을 인식하여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된 것은 로봇과 인간과의 친화적인 면과 나아가 방범이나 치안에 로봇이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시모는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여 인사를 하고 기업의 데이터베이스와 접속하여 인간의 질문에 상담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일정한 내용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 있는 회사라면 아시모가 안내인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심리적인 내용에 대한 상담까지는 기대할 수 없겠지만 전화번호 안내나 도로 안내와 같은 단순정보 제공은 물론 노트북이나 디지털카메라를 비롯한 전자제품에 대한 상담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2002년 12월 11일에 일본 아오야마의 혼다 웰컴 플라자에서 있었던 발표회에서는 아시모가 혼다의 최신 뉴스나 내일의 날씨를 인터넷으로 조사해 대답해 주어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일본의 아시모 못지 않은 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이 우리나라에서도 곧 탄생할 예정이어서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팀(기계공학과)이 개발한 ‘KHR-2’가 그 주인공. 오 교수와 김정엽씨를 포함해 실험실에 있는 몇 명의 학생이 한국과학기술원과 두뇌한국(BK)-21 등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수년 동안 개발해 왔다. 아직 개발 중이어서 ‘KHR (KAIST Humanoid Robot의 약자)-2’라는 임시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성능을 보완하여 오는 12월에 완성품(KHR-3)을 공식 발표할 때는 로봇에 어울리는 멋진 이름을 지을 예정이다. 한국 KHR-3, 12월 공식 발표- KHR-2는 사람 모양처럼 가슴과 배, 팔, 다리, 손가락, 머리가 있고, 머리 안에는 로봇의 뇌인 펜티엄4 칩과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도 있다. 키도 일본의 아시모처럼 인간형 로봇의 표준키인 120㎝. 몸무게는 54㎏이다. 이 로봇은 정교한 관절을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전후좌우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관절 수에서 아시모(26개)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모터가 많아 훨씬 부드러운 몸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모는 손가락 다섯 개가 한꺼번에 움직이지만 KHR-2는 손가락을 각각 움직일 수 있다. 또 아시모가 배터리 등을 배낭에 넣어 지고 다니는 데 비해, KHR-2는 부속장치들을 몸 안에 달아 훨씬 날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눈동자를 각각 움직여 길을 찾고 몸통을 돌릴 수 있는 것도 이 로봇의 장점이다. 다른 로봇과는 달리 측면보행도 가능하며 손으로 물건을 쥘 수 있을 정도여서 국내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와 산업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로봇 개발팀은 “앞으로 음성인식 기능과 얼굴인식 기능을 넣을 것”이라면서 “말을 하면 움직이거나 친한 사람의 말은 들을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 사람 걸음을 흉내내는 두 발 가진 로봇을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다. 로봇의 뼈대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두 다리를 차례차례 이동하고 이에 맞춰 무게 중심을 옮겨 두 발로 걷는 동작 하나하나를 미세하게 제어해 넘어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만드는 프로그램 작업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휴머노이드는 ‘로봇의 꽃’으로 불린다. 두 발로 걷는 기술은 로봇 기술 중 가장 어려우므로 당장에는 쓸모가 없더라도 그 나라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인간형 로봇을 만든다는 것이다. 오준호 교수팀은 처음부터 세계 최고의 인간형 로봇인 아시모를 목표로 잡았다. 로봇 기술력에서만큼은 일본을 따라잡아 최고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술력에 대한 자존심 싸움이다. 지금은 ‘KHR-2’가 업그레드되어야 할 점이 많지만 2~3년 안에는 아시모를 능가하는 인간형 로봇이 될 것으로 개발팀은 자신했다. 아시모는 세계적인 일본 기업인 혼다가 10여년 동안 30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것이지만 ‘KHR-2’는 3년 동안 겨우 몇 억원을 투자해 개발하였다는 점에서 그는 더 자부심을 갖는다. 인간형 로봇 분야 선두는 일본 - 로봇 분야는 일본과 미국이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의 개발 양상은 사뭇 다르다. 일본은 인체 역학에 개발의 무게를 두어 2족 보행 인간형 로봇 분야에서 단연 앞선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의 로봇기술 이면에는 일등공신 아톰이 있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 로봇역사에서의 아톰이라는 존재는 크다. 일본의 로봇기술은 전통적으로 ‘어떻게 하면 보다 인간에 가까운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이러한 면에서 아톰을 ‘인간형 로봇의 원조격’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발로 걷는 최초의 인간형 로봇은 일본 와세다대 가토 이치로 교수팀이 1973년 개발한 ‘와봇’(WABOT-1)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이 로봇은 기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인간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인간형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인간형 로봇의 역사에 일대 혁신은 1996년 혼다사의 ‘P2’라는 로봇이 가져다 주었다. ‘와봇’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걸음걸이가 부드러워져 세상이 떠들썩했다. 로봇의 키도 180㎝나 되었고, 걸음을 걷기 위한 배터리도 내장되어 있었다. 그 후 일본의 인간형 로봇은 ‘걸음걸이와 행동을 사람처럼’에 중점을 두었다. 일본 총리와 해외 순방을 함께 나가기도 했던 혼다사의 아시모(2000년 개발), 소니사의 큐리오가 그 대표적 로봇. 키 60㎝에 무게 7㎏의 큐리오는 최초로 달릴 수 있는 로봇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속 2.4㎞로 달릴 수 있으며(달린다는 의미는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시간이 존재함을 의미), 공을 차거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제품이다. 최초의 인간형 로봇을 만든 와세다대도 ‘WF-4’와 ‘WE-4R’ ‘로비수케(ROBISUKE)’와 같은 인간형 로봇을 계속 만들고 있다. 일본은 산업용 로봇의 육성 발전을 위해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세계 1위의 로봇 산업 국가 명성을 지키고 있다. 소니, 혼다, NEC, 마쓰시타, 미쓰비시, Omron 등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들이 거대 시장을 예상하고 개인용 로봇 시장을 입질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사용 로봇의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소니의 장난감 강아지 로봇 아이보가 일본 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음에 따라 개인용 로봇 시장의 가능성이 다시금 확인됐으며, 2000년에 약 1000억원 규모의 개인용 로봇 시장이 형성되었다. 미쓰비시 연구소는 가사용 로봇 시장만 전세계적으로 올해 40억달러 규모에서 2010년 400억달러, 2020년에는 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일본로봇공업협회는 2010년경 개인용 로봇의 수요가 급증해 향후 로봇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인공지능, 센서, 로봇끼리의 통신네트워크 등 로봇의 각 부분을 이루는 핵심 기술 쪽이 발달한 상태. 로봇도 인간의 모습을 갖추기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많다. 즉 로봇에 필요한 부분별 세부 기술은 미국이 앞선 반면 이런 기술을 적용해 사람처럼 걷거나 물건을 집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은 일본이 우위다. 로봇 산업에서 미국은 영화 촬영용 동물 로봇, 가사보조용 로봇에서 우주 탐사용 로봇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대역뿐 아니라 특성화된 영역의 기술 개발에 특화돼 있다. 연구소와 대학을 중심으로 특수 용도의 핵심 기술을 주로 개발하며, 시장의 수요가 있는 기술은 기업체로 이전하여 상품화되고 있다. 미국은 로봇 부분별 핵심기술서 우위 - 기업체는 핵심 기술을 이어받아 노약자 보조용, 간호 보조용, 청소용 혹은 보안용 로봇 등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을 상품화하여 판매하고 있다. 카네기멜론, MIT 등 대학을 중심으로 산업용 로봇뿐만 아니라 노인복지 박물관 안내 로봇, 오락용 로봇이 개발되고 있는 미국은 일본과는 달리 보행 기술 등의 하드웨어적인 부분보다는 지능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윈도95와 같은 미증유의 소프트웨어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로봇은 가장 주목받는 관심분야였다. 로봇산업을 주도했던 일본이 극심한 경기침체로 주춤하는 사이 미국과 유럽은 이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지속해왔다. 이제 미국의 로봇기술은 소프트웨어적인 기술 부분에서 일본을 능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만들어진 미국의 일반용 로봇 중 가장 정교한 것은 i-Cybie라는 사이버 개 로봇이다. 이는 실제 개 모양과 흡사하며 음성인식시스템을 부착해 간단한 말을 알아듣고 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16개 모터들이 관절을 통제해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고 춤을 추거나 꼬리를 흔들고 자신의 귀를 긁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미국의 과학자들은 청소로봇, 배의 파손된 부위를 찾아내는 로봇, 마이크로칩을 조립하는 로봇,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는 비행로봇, 화성에서 암석을 채취하던 패스파인더(Pathfinder) 등 다양한 로봇들을 개발해 냈다. 그러나 미국의 최근 동향을 보면 로봇산업은 민간보다는 군사 부문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군사용 로봇은 이미 이라크전쟁을 통해 성능이 입증됐듯이 실전에 배치돼 사용될 정도로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미국 공군이 개발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사용된 로봇들 중에는 무인비행기인 프레데터와 글로벌호크가 있다. 프레데터는 정찰임무를 수행하면서 미사일요격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글로벌호크는 프레데터보다 한단계 발전한 모델로 정찰임무를 수행한다. 또 헌터,데저트호크, 피닉스, 실버팍스, 섀도우, 포인터 등 다양한 형태의 무인비행로봇들이 있다. 이들 로봇은 비행물체이기 때문에 언뜻 로봇이라는 개념이 떠오르지 않는다. 미국의 군사용 로봇들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단계에 있다. 군사 부문에서 축적된 이러한 기술들이 민간 부문으로 이전될 때 미국은 1990년대 IT혁명을 촉발시켰듯이 다시 한번 세계 산업의 흐름을 소프트웨어에서 로보틱스(Robotics)로 완전히 뒤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사람 빼닮은 휴머노이드가 목표 - 산업용 로봇을 포함한 로봇 관련 특허출원건수(1990~1999)를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미국 1000건, 유럽 1900여건에 비해 일본이 1만4500여건으로 단연 높다. IFR(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의 2000년 ‘세계 로봇 보고서’ 통계에 의하면 전세계에 공급된 산업용 로봇은 1999년 기준 8만 1500대로 추정된다. 이는 1998년보다 약 15% 정도 상승한 수치다. 또 산업용 로봇의 시장 규모는 51억달러(약 6조1000억원), 로봇 보유량은 약 74만 2500대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21세기의 거대 시장이 예상되는 IT 기반의 로봇 개발에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제조업의 퇴조와 함께 취미, 오락, 복지 등 비산업 분야의 기술 수요가 증가하면서 로봇의 수요도 산업 현장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일본 로봇공업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로봇 시장 규모가 2010년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세계미래학회(WFS)는 21세기 인류사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10대 기술 중 하나로 지능형 로봇을 선정했다. 세계가 지난 100년간 산업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자동차 산업 다음으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선도기술로 로봇을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인간·로봇 공존 사회로의 시작에 불과하지만 미래기술로서의 로봇은 인간과 조화를 이루면서 공생의 길을 갈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언젠가는 인간과 쏙 빼닮은 로봇이 나올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언제나 기술보다 앞서가야 하고 꿈꾸지 않으면 실현할 수도 없으니까….
1가정 1로봇 시대 열린다 - 산업용, 애완용, 가사용 이어 캐디, 안내원, 잔디깎이, 청소원, 경비원, 입는 로봇까지 : 조선일보, 이영완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2004.11.11 : 에피소드1 - 2003년 4월 7일. 일본 도쿄의 한 실험실에서 어린아이 모습을 한 로봇이 태어난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 싸우는 영웅이 된 이 로봇의 이름은 ‘아톰’이다. 에피소드2 - 2005년 미국 뉴저지주의 리처드씨 집엔 피를 나누지 않은 가족이 한 명 있다. 영화로도 소개된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바이센테니얼 맨’에 나오는 지능로봇 ‘앤드루’의 이야기다. 에피소드3 - 2035년 로봇은 인구 5명당 1대 꼴로 보급돼 있다. 사람들은 복권을 긁으며 신형 로봇을 살 꿈을 꾼다. 그러나 로봇 개발자가 무참히 살해되고, 경찰은 살인범으로 로봇을 지목한다. ‘생각’을 갖게 된 로봇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과 투쟁을 벌인다. 최근 개봉된 영화 ‘아이 로봇(I, Robot)’의 줄거리다. 아톰은 탄생하지 않았다. 과연 내년엔, 그리고 30년 뒤엔 이런 상상이 실현될 수 있을까. 강아지 로봇 ‘아이보’ 20분 만에 5000대 팔려 - 1920년에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가 쓴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에는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기계인 ‘로보타(Robota)’가 나온다. 이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공상소설에 매료돼 로봇공학 연구를 시작했던 조셉 엥겔버거 박사는 1961년 자동차 공장용 로봇팔 ‘유니메이트’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그 후 산업용 로봇은 1970년대에 급격히 보급되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공장에는 수백 대의 산업용 로봇이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로봇 대수로만 보면 일본, 미국, 독일을 이은 세계 4대 로봇 국가다. 일상생활과 무관해 보이던 로봇이 갑자기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면서다. 1999년 6월 선보인 소니사의 강아지 모양 애완 로봇인 ‘아이보’는 약 250만원이라는 엄청난 고가에도 불구하고 단 20분 만에 5000대가 팔려나갔다. 바로 1년 뒤인 2000년 11월에는 일본 혼다사가 사람처럼 두발로 걷는 로봇 ‘아시모’를 선보였다. 이때부터 일본을 중심으로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로봇’ ‘가정용(개인용) 로봇’이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가정용 로봇 시장이 올해 40억달러 규모에서 2010년 400억달러, 2020년에는 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산업용 로봇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전망 때문이다.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로봇은 현재 크게 3가지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하나는 아시모처럼 사람과 똑같은 모양으로 자질구레한 일을 대신하는 ‘인간형 로봇’이다. 두 번째는 가전제품처럼 한 가지 기능을 갖춘 ‘서비스 로봇’이며, 세 번째는 노인이나 장애인을 돕는 ‘재활 로봇’을 들 수 있다. 인간형 로봇은 먼저 생김새나 행동이 사람과 같아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사람처럼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시모는 이 가운데 처음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아시모는 걷다가 넘어질 것 같으면 발바닥을 지면에 강하게 내딛거나 방향을 바꿔 균형을 유지하는 것과, 방향을 선회할 때 사전에 몸의 중심을 안쪽으로 이동시키는 사람의 보행기능을 본뜬 것이다. 일본에서는 1973년부터 두발 로봇이 개발돼 왔으며 아시모는 혼다사가 1996년부터 공개한 2족(足) 보행 로봇 P2, P3의 완결편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 연구팀의 ‘KHR-2’ 역시 아시모와 마찬가지로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걸을 수 있으며 빛이 나는 쪽으로 몸을 움직일 수도 있다. 인간형 로봇의 두 번째 과제, 즉 지능에 대한 연구는 미국이 앞서 있다. 그중 매사추세츠공과대 인공지능연구소의 로드니 브룩스 박사가 개발 중인 ‘코그(COG)’가 단연 돋보인다. 코그는 몇몇 간단한 감각과 운동 프로그램만을 갖춘 채 ‘아버지는 아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등의 상식을 축적하고 사람의 행동에 반응하면서 지능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코그의 학습은 중앙통제프로그램 대신 벌이나 개미 사회에서처럼 독립된 마이크로프로세서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다. 로봇의 지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곤충에 이어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다. 이제까지 로봇의 지능은 이른바 ‘전문가 시스템’으로, 주로 특정 전문지식을 축적해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 로봇이 하는 것처럼 복잡한 수식이나 논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람의 뇌에서 극히 일부분의 기능에 불과하다. 인간의 뇌기능은 60%가 시각정보 처리에, 20%는 청각정보 처리에 이용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숲에서 하나하나의 나무를 구별해낼 수 있고 거리의 소음 속에서도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구별해낼 수 있다. 로봇의 인공지능이 인간을 닮아가려면 바로 이러한 상식적인 정보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인공위성 GPS신호 받아 골프장 안내 -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로봇이 꼭 인간처럼 생기고 똑같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소니의 아이보는 지금까지 13만대가 팔렸지만 더 이상 시장이 커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최근 점포 판매를 중지했다. 아시모는 연봉 2억원을 받고 미래과학관에서 안내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가정에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므로 굳이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지 않아도 특정한 서비스를 완벽하게 해내는 로봇이 미래 로봇 산업의 형성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란 말이다. 아톰의 영향을 받아 사람을 닮은 로봇에 집중한 일본과 달리, 미국은 특정 기능을 갖춘 서비스 로봇을 주로 개발해왔다. 이미 미국 가정에는 잔디깎이 로봇, 진공청소기 로봇, 골프 캐디 로봇, 경비 로봇 등 다양한 서비스 로봇이 개발돼 있다. 이들 로봇은 박쥐처럼 초음파를 내 물체에 반사돼 오는 것을 탐지함으로써 길을 찾고 장애물을 피한다. 또 넓은 골프장을 돌아다니는 캐디 로봇은 인공위성의 GPS신호를 받는다. 최근에는 미사일이 목표를 찾아 날아갈 때처럼 적외선을 발사해 길을 찾는 로봇 청소기도 개발되고 있다. 서비스 로봇과 관련 한국이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분야도 있다. 바로 발달한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정용 로봇이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그 결과를 무선 인터넷으로 주인에게 알려주며 외출 중인 주인도 자신의 휴대전화를 활용해 언제든지 로봇에 접속해 집안의 상황을 살필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로봇은 화재나 가스누출, 유리창의 파손, 외부인의 침입 등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주인의 휴대전화로 사진과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여성 간호사 로봇 입고 남자 환자를 번쩍 - 일본도 가정용 로봇 개발에서 나름대로 새로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65세 이상의 노년층이 전체 인구의 18.8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갈수록 증가하는 노년층의 신체활동을 돕는 재활 로봇이 일본이 주목한 시장이다. 재활 로봇에는 휠체어 로봇에서부터 식사 보조 로봇, 약 공급 로봇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 중 최근 이른바 ‘입는 로봇(wearable robot)’ 또는 ‘로봇 외골격(robot exoskeleton)’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일본 쓰쿠바대 요시유키 산카이 교수 연구실은 보행 보조기와 같은 형태의 로봇 다리 ‘HAL’을 개발했다. 배낭에 들어있는 컴퓨터의 명령을 받아 무릎과 엉덩이 근처의 모터가 작동하면서 다리가 움직인다. 인체의 움직임은 근육의 전기신호와 관절의 각도 변화를 센서가 감지함으로써 파악된다. 실험결과 17kg의 HAL을 장착한 사람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시속 4㎞로 걸을 수 있었다. 이 속도는 보병의 평균 행군속도다. 산카이 교수는 장애인용 로봇팔의 개발에도 착수했으며 궁극적으로 옷 안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장비를 얇게 만들어 실제 손과 별 차이가 없게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개발된 또 다른 입는 로봇은 일본 가나가와 공대에서 개발한 ‘근력 보조 슈트(wearable power assisting suit)’.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3년의 가장 쿨한(coolest) 발명품’의 하나로 선정한 근력 보조 슈트는 로봇 모양의 팔과 허리, 다리로 구성돼 있다. 이 로봇은 간호사용으로 개발됐는데 실험 결과 20㎏ 무게의 근력 보조 슈트를 입은 45㎏의 여성이 68㎏의 남성을 쉽게 들어올릴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로봇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여준구 박사는 최근 NSF와 미 우주항공연구원(NASA), 미 국립보건원(NIH) 등 3개 기관이 1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한 ‘국제 로봇분야 연구개발현황 조사단’의 일원으로 서울대,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삼성전자 등 10개 기관을 방문해 한국의 로봇기술 연구현황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학회 참가 횟수나 논문편수에서 미국·일본에는 뒤지지만 유럽에는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3위란 말이다. 그러나 여 박사는 “유럽보다 앞서 있다고는 하나 한국의 로봇 논문편수는 미국·일본의 연간 300여편에 크게 못미치는 60여편 수준”이라며 “모터·센서 등 부품 소재 분야에서는 아직 수입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 박사는 “한국은 발달한 IT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 네트워킹 분야와 노인들을 위한 실버 로보틱스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로봇] 시대를 앞서가는 상상력… 로봇 개발 모티브는 만화 지난해 일본은 만화 속 아톰의 생일을 맞아 대대적인 로봇 축제를 벌였다. 아톰은 자신을 만든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지만 끝까지 사람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으며 온몸을 던져 자신을 놀리는 사람들을 구해냈다. 아톰의 이런 모습은 2차대전에서의 패전으로 실의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됐다고 한다. 일본이 로봇강국이 된 것도 아톰의 귀여운 모습이 로봇에 대한 거부감을 없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아톰 이후 일본 만화에서 로봇은 단순한 기계로 전락했다. 1963년 처음 방영된 ‘철인 28호’는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기계였으며, 1972년의 ‘마징가 Z’ 역시 사람이 탄 비행기가 조종하는 기계 덩어리였다. 어떤 이는 이들 로봇이 당시 통신공학과 기계공학이 발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일본에서 발달한 ‘입는 로봇’의 개념이 만화에서 먼저 등장한 것. 1979년 나온 ‘기동전사 건담’은 ‘모빌 슈츠’ 즉 ‘입는 전투복’으로, 최근 재활 로봇에 이용되는 입는 로봇이었다. 로봇 옷은 아예 사람과 하나가 돼버렸다. 1995년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겔리온’은 조종사가 탑승한다는 점에서 마징가 Z의 아류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종사들은 조종간이나 버튼을 누르지 않고 머리로만 로봇을 움직인다. ‘로봇과의 정신 감응’이다. 이로써 아톰 이후 사라진 로봇의 인격이 다시 살아나게 됐다. 최근 장애인을 위해 뇌파만으로 컴퓨터와 로봇팔을 움직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역시 만화의 상상력은 시대를 앞서간다.
농촌 어린이 위한 사이버 영어학원 개설 : 조선일보, 황윤억 기자, 2004.11.10 : “도시 친구들 영어 실력, 금새 따라잡을 거예요.” 농림부가 11일 농업인의 날 맞아 농촌 지역 초등생 대상의 사이버 영어 학원(http://english.affis.net)을 개설한다. 음성 인식 기술을 이용하여 만든 이 대화형 영어 학습 콘텐츠는 어린이들 스스로 학습 성과를 파악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도 갖췄다. 특히 인공 지능 성장 아바타 시스템을 통해 사이버상의 아바타가 학습 성과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으로 성장, 학습에 대한 동기 유발이 가능하게 했다. 회원 가입만하면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인터넷 쇼핑몰 ‘맞춤 서비스’ 인기… 개인에 맞는 상품추천 : 동아일보, 정재윤 기자, 2004.11.04 :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고객의 마음에 들 만한 상품을 추천해 할인해주는 ‘개인형 맞춤 서비스’가 인기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운영하는 디앤샵(www.dnshop.com)은 최근 개인형 맞춤 쇼핑서비스 ‘빨간구두’를 열었다. 빨간구두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상세히 분석해 고객이 찾기 전에 먼저 관심을 가질만한 분야의 제품을 제안하는 서비스. 또 제안한 상품을 하루 동안 그 고객에게만 할인가로 제공해 제품구매를 유도한다. 맞춤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빨간구두’를 맞춰야 한다. 결혼, 자녀, 자동차의 유무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함께 본인이 가장 관심을 갖는 쇼핑 분야와 세부 아이템 및 쇼핑 브랜드에 대한 순위를 설정해 놓으면 인터넷상에서 빨간구두가 맞춰진다. LG이숍(www.lgeshop.com)은 컴퓨터 인공지능과 사이버 캐릭터를 적용한 대화형 쇼핑도우미 ‘샤피’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대화창을 통해 고객이 입력하는 문장을 분석해 마치 매장 직원이 응대하는 것처럼 고객과 대화하며 쇼핑할 수 있다. 옥션(www.auction.co.kr)은 개인별 맞춤메일을 통해 고객 개개인에게 적합한 물품을 추천하고 있다. 2주에 한번씩 발송되는 ‘천원경매’ 메일은 고객이 기존에 입찰했던 물품이나, 비슷한 취향을 가진 다른 고객들이 선호한 제품을 골라 6개를 추천해 준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는 특정한 시간에만 선착순으로 깜짝 할인을 해주는 땡쿠폰을 발행해 고객몰이에 효과를 보고 있다. 땡쿠폰은 자정, 오전 9시, 오후 6시 등 하루 세 번 발행시간 중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편리한 시간에 물건을 구매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맞춤 할인 쿠폰.
1000억원 인공위성 100억원에 제작 “세계 초일류 두뇌” - 작지만 강한대학 - 한국과학기술원 : 조선일보, 이석우 주간조선 기자, 2004.11.04 : 지난 10월 21일 찾아간 대전 유성구에 자리잡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KAIST). ‘일류 두뇌’ 관점에서 치자면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러나 카이스트의 낮시간은 심심하다. 점심, 저녁 식사시간에 잠시 오가던 사람들도 교정에서 금세 사라지기 때문에 널찍한 교정이 썰렁해진다. 이런 상태는 밤 11시쯤까지 지속된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 카이스트 교정은 각 연구실의 불빛으로 환하게 밝혀진다. 이 불빛은 일년 열두 달 좀처럼 꺼지는 법이 없다. “카이스트 사람들이 상당히 독특하죠. 학생들이나 교수님이나 다들 자기가 하는 연구에 대한 자존심이 강합니다. 노는 법도 다른 대학이랑 달라요. 또 다른 것은 몰라도 공부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한테 뒤지는 걸 지독히 싫어하죠. 이러다 보니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자기가 하는 일에 편집증적으로 매달리는 성향도 있어요.”(이윤섭·전자전산학과) 신입생 60%, 2년 만에 과학고 졸업한 영재들 - 이씨의 말처럼 카이스트에서는 여느 대학처럼 교수가 학생들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경우가 드물다. 다들 중고등학교 때부터 공부에 있어서 만큼은 이력이 나 있기 때문에 구태여 잔소리가 필요없는 것이다. 신입생 중 3분의 2는 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영재들이다. 또 졸업하기 위해 몇 학기를 채워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140학점)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학년도 무의미하다. 무학과(無學科) 제도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입학 후 2년 동안은 소속된 학과도 없다. 이러한 제도 때문에 카이스트에서는 21세 된 학부졸업생도 있고 20대 중후반의 박사도 즐비하다. 올해까지 카이스트에서 배출한 박사 5380명 중 44% 정도가 20대 박사다. 카이스트는 여러가지 면에서 일반대학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취업률이나 토익성적을 기준으로 국내 대학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오히려 글로벌한 수준에서 평가하는 것이 정확하다. 카이스트는 아시아 최초(1992)로 미국 고등공학교육평가기관(ABET)의 평가에서 학사과정은 미국 대학의 상위 30% 이내 수준, 석·박사과정은 상위 10% 이내 수준으로 평가를 받았다. 또한 아시아위크지 주관의 이공계 대학평가에서 1999년, 2000년 연속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카이스트의 테크노경영대학원도 미국 경영대학원협회의 평가에서 세계 상위 15% 이내로 평가 받았다. 교수들의 연구 실적도 탁월하다. 최근 국제논문색인(SCI) 게재 실적은 4370건, 교수 1인당 11.23건으로 미국의 MITㆍ스탠퍼드ㆍ버클리 대학을 앞서는 수준이다. 특허등록실적 역시 설립 이후 국내 1167건, 국외 336건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기업체나 각종 기관으로부터 수탁을 받아 실행에 옮긴 연구수행 실적도 1만3325건(8582건)으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하다. 카이스트가 이처럼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데에는 설립과정과 법적인 성격에서부터 특수한 지위가 보장됐기 때문이다. 다른 국립대학과는 달리 교육부가 아닌 과학기술부 소속이기 때문에 1992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할 때 무시험 전형으로 학생을 뽑을 수 있었다. 이 제도 때문에 과학과 수학에 우수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학력고사나 수능시험을 거치지 않고 대학의 특별전형을 통해 확보했다. 학부 학생들은 전원 국비장학생으로 수업료를 내지 않는다. 또한 대학들이 4~5년 전부터 실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사운영제도 역시 카이스트에서는 이미 십수년 전부터 실시해 오던 제도이다. 1986년부터 무학과, 무학년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능력과 재능이 검증된 학생들을 제도의 틀로 구태여 막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제도가 자유로운 만큼 검증은 엄격하다. 박사 논문의 경우 국내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인정하지 않고 반드시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에 수록을 해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영재 위주의 교육 시스템으로 카이스트가 길러낸 이공계 분야의 인재들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 이공계 대학교수(2만여명) 중 10%, 국내 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박사급 연구원(6400명) 중 20%가 카이스트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통신 기술에는 항상 카이스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석·박사 과정, 미국 대학 상위 10% 수준” - 과학입국을 위해 설립한 대학인 만큼 모두가 외면하는 기초과학 분야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별다른 예고 없이 찾아간 생명과학과의 ‘식물발달 생물학 실험실’. 실험실에서는 대학원생 4~5명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나타난 외부인의 침입에 눈길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요즘 이 연구실의 관심거리는 ‘애기장대’라는 식물이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볼품없어 보이는 잡초에 연구원들의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스포이드를 들고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던 이연(생명과학과 석사 후 연구원)씨는 “이 풀(애기장대)이 겉보기에는 보통 풀처럼 보이지만 유전자 구조가 거의 다 밝혀진 식물이기 때문에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한테는 대단한 녀석”이라고 말했다. “이 풀을 연구해 봐야 별로 돈벌이와는 상관이 없을 것 같다”고 평가를 하자 연구실 한 귀퉁이에서 한창 작업 중이던 오은규(석사 과정)씨가 발끈했다. “달나라에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것이나 게놈프로젝트나, 당장에 돈이 되기 때문에 연구하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이런 연구들이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는 결정적입니다. 또 기초과학이 발달하지 않고서는 응용과학이나 정보통신기술의 발전도 없습니다. 또 돈이 되냐, 안되냐에 상관없이 생물의 신비를 밝힌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지 않습니까.” 1971년 한국과학원(KAIS)으로 문을 연 카이스트는 독특한 설립배경이나 제도만큼 대한민국 과학사에 굵직굵직한 흔적을 남겨 놓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이 인공위성. 1992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적위성인 우리별 1호를 개발한 곳이 카이스트다. 실험장비와 연구 지원비는 물론 인공위성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카이스트 스무 살 청년들의 열정과 무모함이 만들어 낸 기적이었다. 인공위성을 개발하기 위해 당시 카이스트에서 내보낸 유학생들은 거의 산업스파이 수준으로 공부를 했다. 낯선 동양의 이방인에게 인공위성 기술을 알려주기 싫어하는 선진국 대학의 배타적인 분위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휴지통에 버린 메모를 뒤져가며 기술을 배워왔다. 인공위성 연구소의 이준호 박사 역시 눈물겨운 유학생활을 보낸 인공위성 1세대이다. “위성기술 개발 초기에 재정적인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선배들과 교수님들은 ‘헝그리정신’으로 위성을 연구했습니다. 이렇게 개발을 하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는 1000억원 들여 만들 위성을 우리는 100억원에 만들었죠. 우리나라 인공위성이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카이스트가 만든 인공위성은 우리별 1, 2, 3호를 비롯 지난해 10월 발사된 과학기술위성 1호까지 총 4기다. 지난 10월 21일에는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과학기술위성 1호 발사 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인공위성연구소 임종태 소장은 과학기술위성 발사 당시 지상국과 위성 간의 교신에 문제가 생겨 적지않게 마음 고생을 했다. 임 소장은 “소형인공위성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을 세계적으로도 5위 수준으로 끌어 올린 데에는 카이스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면서 “적지않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카이스트가 외국 부품에 의존하지 않고 핵심기술을 우리 것으로 차근차근 개발해 온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노벨상 수상 외국인 총장 개혁주도 - 그러나 카이스트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엄청난 과업을 떠안고 있다고 해서 대학의 열정이 없는 곳은 아니다. 오은규(생명과학과)씨는 “카이스트 다닌다고 설마 공부만 하고 살겠냐”면서 “여기는 여기 나름대로의 노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카이스트의 밤 문화. 낮시간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틀어박혀 있던 학생들은 심야가 되면 움직이기 시작한다. 새벽 1시에 동문회가 열리는 것도 그다지 낯선 풍경이 아니다. 기숙사의 사감 이해성씨는 “학부생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숙사가 가장 바빠지는 시간도 밤 12시부터 새벽 2시 사이”라고 말했다. 심야 시간 가장 붐비는 곳은 카이스트 서쪽에 나 있는 쪽문. 연구실을 빠져 나온 학생들은 심야의 문화를 즐기기 위해 이 쪽문으로 몰려든다. 여느 대학과 마찬가지로 술집, 밥집, 노래방이 즐비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밤 12시가 넘어야 사람들이 붐빈다는 점이다. 그러나 카이스트에도 적지 않은 고민이 있다. 국내 이공계 기피 현상이 카이스트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정부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이다. 1991년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예산의 80.7%에 이르던 것이 올해는 전체 예산 2342억원의 35.5%인 831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부족한 재정은 교수들이 외부로부터 수주해 온 프로젝트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학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지난 7월 취임한 로버트 러플린 총장도 이런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10월 13일 열린 카이스트에 대한 국정감사 자리에서 러플린 총장은 “카이스트의 약점은 재정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며 “모든 에너지를 가장 중요한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플린 총장 취임 이후 카이스트는 새로운 변화를 위해 준비 중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외국인 총장을 영입한 카이스트를 바라보는 과학계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총장 취임과 동시에 카이스트 곳곳에서는 총장과 모든 교수의 면담이 몇 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국가 선도모델의 세계 초일류 수준의 연구 중심 이공계 대학’이라는 카이스트의 비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올 연말쯤 윤곽이 잡힐 예정이다. [카이스트는?] 1971년 설립된 연구중심 대학 - 카이스트는 1971년 과학입국이라는 기치아래 한국과학원으로 서울 홍릉에 설립됐다. 1981년 한국과학기술원(KIAST)으로 이름을 바꾸고, 1989년 대덕캠퍼스로 이전했다. 초기에는 석·박사 과정만 있었지만 1984년 학사과정을 신설하면서 대학으로서 모습을 갖추었다. 학생수는 학부생 2800여명, 석·박사과정 4100여명으로 대학원생이 더 많은 연구중심의 대학이다. 지금까지 배출한 석·박사급 인력이 2만여명에 이른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지만, 교육부 소속이 아니라 ‘한국과학기술원법’에 따라 과학기술부 소속이다. 카이스트는 국립대학이지만 사립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계, 과학기술계, 산업계, 과기부 등이 참여하는 이사회가 있기 때문에 주요한 결정은 이사회에서 내린다. 카이스트를 벤치마킹한 대학도 제법 있다. 일본과학기술원(JAIST), 홍콩과학기술원(HKUST) 등도 카이스트를 모델로 설립한 대학이다.
연구기지만 106개 우수 인력·인프라로 ‘첨단’ 주도 - 작지만 강한대학 - 한국과학기술원 : 조선일보, 이석우 주간조선 기자, 2004.11.04 : 카이스트가 지금처럼 명성을 날리게 된 배경에는 벤처기업과 로봇의 역할이 컸다. 1980년대 초부터 카이스트 졸업생을 중심으로 자연적으로 발생한 벤처기업 열풍은 기술발전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문화의 혁신을 가져온 획기적 사건이었다. 로봇 역시 전자, 기계, 제어공학,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지식이 한곳에 모여 있는 카이스트가 최적의 보금자리였다. 벤처와 로봇이 카이스트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카이스트의 수많은 연구소에서 쏟아내는 핵심 인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카이스트 내의 연구기관 현황은 자연과학연구소·나노과학기술연구소 등 연구소가 10개, 인공지능 연구센터·인간친화복지로봇시스템 연구센터(과학재단 지원)·뇌과학 연구센터(과학기술부 지원) 등 이공계 분야 대부분을 망라하는 연구센터가 96개 있다. 이공계 분야 대부분을 아우르는 거대한 연구인력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과 아이디어가 벤처와 로봇을 태어나게 한 모체인 것이다. 세계로봇축구연맹(FIRA) 창설… 3세대 로봇에 관심 - 카이스트의 로봇 제작 기술은 이미 국내에서는 비교할 만한 곳이 없다. 1970년대 후반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온 해외파 교수들이 로봇 기술을 카이스트에 전파한 이래 지금은 자체 제작한 로봇을 세계적인 모델에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카이스트의 로봇 기술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시작된 로봇 축구대회가 계기였다. 당시만 해도 산업용 기계에 머물러 있던 로봇이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한 물건으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일본이나 미국에서 마이크로 로봇의 미로찾기가 인기였는데, 우리가 출전해 우승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창안한 것이라 기분이 별로더군요. 그래서 머리를 굴리다보니 로봇으로 축구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원래 축구광이었거든요.” 로봇 축구의 창시자인 카이스트 김종환(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로봇 축구 얘기만 나오면 지금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벌써 10년째가 된 로봇 축구대회는 전세계 50여개국이 참가할 정도로 성장했다. 1997년 한국이 주도로 세계로봇축구연맹(FIRA)을 창설했기 때문에 로봇 축구만큼은 대학민국이 종주국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로봇 축구도 의미가 있지만, 이제는 3세대 로봇인 유비쿼터스 로봇에 관심을 돌려야 할 시점”이라면서 “누가 로봇으로 돈을 버느냐가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프라를 감안해 보면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로봇은 화려한 외장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졌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사용됐던 1세대 산업용 로봇은 경제성이 있지만, ‘아시모’(일본 혼다)와 같은 로봇은 이벤트적인 성격일 뿐 별로 인간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카이스트의 로봇 전문가들은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 즉 실제 인간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카이스트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로봇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변증남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과·인간친화복지로봇 연구센터 소장)는 국내 지능 로봇 연구계에 산파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제어공학 분야에서 학위를 받고 귀국한 변 교수는 1978년 국내 첫 실험용 산업 로봇인 ‘머니 퓰레이터’를 개발했다.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로봇 전문가들이 변 교수로부터 로봇의 기본을 배웠다. 지난 10월 21일 개소한 ‘인간·로봇 상호작용 핵심연구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는 권동수 교수(기계공학과)는 인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재활로봇과 같은 지능로봇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연구소는 과학기술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10년 동안 ‘실버로봇’을 개발할 예정이다. 연구센터의 기획을 맡고 있는 김경자씨는 “지금까지 퍼포먼스를 시연하는 정도에 불과했던 로봇을 실제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단계까지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이주장 교수, 정명진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과), 오준호 교수(기계공학과) 등이 카이스트의 대표적인 로봇 전문가들이다. 250여개 벤처의 산실… 신기술창업지원단 - 한국 벤처기업의 역사를 이야기 할 때 카이스트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벤처기업이라는 개념조차 없을 때 기술 하나로 창업을 한 이민화(메디슨), 이해진(NHN), 김광태(퓨처시스템)씨 등 벤처 1세대가 모두 카이스트 출신이다. 또한 카이스트의 벤처 보육센터를 통해 성장한 기업 중 네오위즈, 빛과 전자, 아이디스 등의 업체는 코스닥 등록에 성공했다. 신기술창업관, 동문창업관, 정문술빌딩 등 연면적 4200평의 벤처 인큐베이터에 현재 9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단일 보육센터로는 최대 규모다. 카이스트의 벤처센터는 1992년 벤처보육(TIC/TBI)센터로 출발한 이래 그 범위를 넓혀 1997년 신기술창업지원단(High-Tech Venture Center)으로 발족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배출된 기업 수만 250여개에 이른다. 카이스트는 연구인력과 인프라가 강력하다는 점 외에도 여러가지 면에 벤처기업이 성장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창업지원단 남궁지 연구원은 “학과 단위에서 운영되고 있는 실험실에서 함께 공부하던 학생들이 창업을 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좋고, 수십 개의 연구센터에서 끊임없이 창업 아이디어가 쏟아진다”는 것을 카이스트 벤처기업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몰아쳤던 벤처 열풍이 지나간 뒤 카이스트 내부에서도 벤처기업에 대한 자성론과 함께 새로운 모델이 연구되고 있다. 신기술창업지원단장 오준호 교수는 이제는 양보다는 질에 관심을 두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합니다. 노력과 시스템으로 벤처기업을 키울 수 있다는 발상부터 버려야 합니다. 문제는 실력이죠. 실력 없는 기업을 시스템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80점, 70점짜리 기업에 균등하게 지원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90점짜리 기업에 몽땅 몰아주어야 스타기업을 키울 수 있습니다.” 최근 신기술창업지원단에서는 기술 이전과 창업 보육 외에 입주 업체들을 위한 시장 개척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7월 12부터 3일간 베이징국제회의센터에서 열렸던 ‘카이스트·칭화 하이테크 엑스포’에는 국내 기업 55개가 참여해 393만달러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또한 우선 ‘카이스트’ 브랜드를 만들어 선정된 기업에 기술 개발과 부품소재 디자인 개발을 지원하고 홍보와 내수·해외 판매에도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2004 과학기술 창작문예]박성환 ‘레디메이드 보살’ 당선
: 동아일보,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2004.11.02
: 득도한 로봇이 사람들에게 설법까지 한다면 이 로봇을 어떻게 봐야 할까.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 ‘2004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전 단편소설 부문에서 당선된 박성환씨(26)의 ‘레디메이드 보살’이 던지는 화두다.
이 작품은 대거 125편이 참여한 예심을 뚫고 본심에 오른 수준작 5편의 치열한 경합 끝에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중편소설
부문에는 장기이식용으로 배양기 속에서 자라는 복제인간을 다룬 김보영씨(29)의 ‘촉각의 경험’, 아동문학 부문에서는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남미자씨(50)의 ‘풀꽃이 된 사람들’, 만화 부문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물에 잠기는 지구를 탈출하는 ‘21세기 노아의 방주’를
그린 박지홍씨(27)의 ‘HOTEL:SINCE 2079’가 각각 당선작으로 결정됐다.
특히 남씨의 작품은 먼 훗날 지구에 영혼은 사람이되 식물처럼 움직일 수 없는 생명체가 살게 될 것이라는 16세기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고, 박씨의 만화는 인간의 DNA를 담아 우주로 보낸다는 유럽우주기구(ESA)의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실제 연구체험과 과학지식을 소개하는 수기 부문에서는 당선작이 없었다. 대신 장영우씨(52)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가작에,
안성진씨(33)의 ‘가자 가자 우주 그너머로 우주는 영원하다’가 우수작에 뽑혔다.
이번 창작문예에는 대학교수, 정부출연연구소 박사, 과학저술가 등이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만화 부문에는 초등학생이 참신한 작품으로 어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번 공모전은 국내에서 처음 펼쳐진 과학문예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5개 부문에 걸쳐 총 286편의 작품이 참여하는 등 많은 관심을 모았다.
공동심사위원장인 서울대 영문학과 김성곤 교수(언어교육원 원장)는 “과학기술 창작문예는 과학에 대한 이해와 재능을 겸비한 과학문예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한국과학문화재단, 동아사이언스가 주최하고 과학기술부가 후원한 이번 공모전의 시상식은 ‘세계 과학의 날’인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다. 당선작 상금은 중편 1500만원, 단편 700만원, 아동문학과 만화는 500만원. 수상작과 심사평,
그리고 수상소감의 전문은 인터넷(stl.dongaScience.com)에 게재된다.
■ 수상소감
● 단편소설 당선자 박성환 “득도한 로봇이 설법한다면…”
8년 전에 시작했던 습작이 졸업, 취직과 함께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아무런 평가나 조언 없이 홀로 글을 쓰는 것도 한계에 이르러, 마치
나침반 없이 사막을 헤매는 듯한 막막함에 이제 그만 접자,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이번 공모전은 나에게, 철든 이후 줄곧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SF에 대한 스스로의 태도를 정리할 일종의 전환점이었다. 다행히
녹슨 머리에 착상 하나가 새로 떠올라 넉 달 만에 자판을 두드렸다. 본디 욕망을 가지지 않았기에 해탈의 상태로 조립된 로봇과 그 로봇에 대한
세상의 반응-과학은 자신이 불러온, 그러나 자신의 범주를 초월한 결과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동안 엉성한 습작들을 읽어주셨던 네트워크 속의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 중편소설 당선자 김보영 “우린 모두 부모님 복제인간”
나는 늘 글을 쓰고 싶어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놀이에 불과한 것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백지를 보면 구토증이 났다.
그 당시에는 병이 너무 깊어,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글을 한편이라도 쓴다면 그대로 인생을 마감해도 좋다고 생각했었다. 이건 그런 때에 썼던
글이다.
복제인간에 관해 항간에 떠도는 환상에 대해서는 SF가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른다. 결국 이 소설도 그런 편견을 더하는 소설이 돼버렸다(사람을
장기 제공용으로 기를 수야 없지 않겠는가). 복제인간이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부모님의 복제인간이다. 그걸 인공적으로 했다고 해서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펜도 칼과 같은 것이다. 날을 갈지 않으면 쓸 수가 없다. 그러니 칼을 갈려고 한다. 몇 년이든, 평생이든.
● 아동문학 당선자 남미자 “과학동화로 꿈을 전할게요”
지난밤 누군가에게 코트를 입혀 주는 꿈을 꾸었다. 아침에 해몽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빚 독촉을 받을 흉몽’이란다. 그때 당선 전화를 받은
것이다. 얼떨떨했다. 입은 자꾸만 저절로 벌어져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크게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통쾌했다. 다시 해몽을 당선 소식과
연관지어 생각해보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살았던가?
초등학교 때 ‘해저 2만리’를 읽고 크게 감동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나를 감동시킨 것은 소설의 내용보다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잠수함
‘노틸러스호’가 실제 잠수함이 발명되기 전 쥘 베른이라는 소설가의 상상의 산물이었다는 점이었다.
그 후 나는 공상을 즐기는 편이었는데 이 다음에 훌륭한 작가가 되어 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무한한 꿈을 주리라 상상을 하곤 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과학동화 전문작가가 되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 만화 당선자 박지홍 “온난화 재앙 미리 막아야죠”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로 지구가 금성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이론을 접하게 되면서 이번 작품을 그리게
됐다.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움과 동시에 지구의 모든 생명이 사라져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양심을 지키는 과학자를 그려보고 싶었다.
SF라는 장르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어설픈 지식이 생기자 모자란 나로선 감히 손댈 수 없는 영역처럼 생각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건 미래에 대한 꿈과 무한한 상상력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SF 명작과 작가들이 나를 이끌어주고 있었다.
작품을 낼 수 있게 독려해주신 나의 스승님께 감사드린다.
■ 심사평
- 이번 문예전에서 심사위원들이 합의한 것은 우리 사회가 과학소설의 불모지라는 사실과 ‘과학기술 창작문예’가 과학소설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희망이었다. 거기서 두 가지 심사원칙이 나왔다. 응모작품의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부문에서 당선작을 낸다는 것과 모방이나 번안을 너그럽게 대하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예상보다 많은 작품이 들어왔고 수준도 기대보다 높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글을 쓴 응모자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단편소설 부문에서는 본심에 오른 5편 모두 수준이 높았다. 특히 당선작 ‘레디메이드 보살’은 인공지능에 관한 형이상학적 문제를 불교의
맥락에서 다뤄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많이 얻었다. 로봇과 노인 사이의 관계를 그린 ‘노부’는 절제의 미덕을 보여주었지만 뜻밖의 결말을 위한 준비가
부족했다.
중편소설은 단편 응모작보다 다소 수준이 낮아 역시 중편이 쓰기 힘든 장르라는 통설을 일깨워줬다. 당선작 ‘촉각의 경험’은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자란 복제인간을 다룬 것으로 작가가 중편의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작품을 이끌어 나간 점을 높이 샀다.
아동문학 부문은 여러 작품에서 기존 아동문학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풍부한 상상력과 문학적 모험을 읽을 수 있었다. 당선작 ‘풀꽃이 된
사람들’은 통념적인 과학소설에서 나아가 참신한 상상력과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키움 박사의 눈물’은 사건이 긴박하고 짜임이 튼실하지만 결말에서는
주제의 상투성을 극복하지 못했다.
수기(논픽션) 부문에서는 평면적인 보고서 형식의 글이나 픽션 냄새가 진한 글들이 많았다. 당선작을 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가작과
우수작으로 각각 선정한 2편은 과학에 대한 사랑과 작가로서의 가능성이 보이는 글들이다.
만화 부문에서는 ‘HOTEL:SINCE 2079’를 당선작으로 뽑았는데 ‘기후 변화로 인한 인간의 멸망과 DNA의 보존’이라는 소재가
돋보였다. 초등학생이 그린 ‘사이언스 어드벤처’는 연필로 그리고 크레파스로 꼼꼼하게 색칠까지 했으며 3명의 캐릭터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솜씨가
앞으로 큰 기대를 하게 했다.공동심사위원장 김성곤·복거일
● 심사위원 명단
- ▽소설(중·단편) △본심:김성곤(서울대 언어교육원 원장) 복거일(소설가) △예심:고장원(SF 평론가) 박상준(SF 평론가) 이한음(SF
작가)
▽아동문학=김이구(문학평론가) 안미란(아동문학가)
▽수기(논픽션)=최재천(서울대 교수)
▽만화=이두호(세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