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News : 2003 년 3 월
[책마을] 상상가 33인이 쓴 상상력 이야기 : 조선일보, 조성관 주간조선 차장대우, 2003.03.27 : ●상상(휴머니스트, 1만3000원) 상상 혹은 상상력. 영어로는 Imagination.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들어왔던가. 도대체 상상(혹은 상상력)이 뭐기에 우리는 상상력을 오매불망 읊조리고 있는가. 사회학적 상상력, 영화적 상상력, 수학적 상상력 등에서와 같이 우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상상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책 ‘상상’(휴머니스트·1만3000원)은 상상력으로 먹고 사는 사람 33인이 쓴 상상력 이야기다. 만화가 고우영은 ‘상상은 우리의 밥’이라고 규정한다. ‘만화가는 주식을 상상으로 삼고 살며, 간식도 상상만 먹는다. 상상이 아닌 보통 사고는 조미료만큼만 사용할 뿐이다. 그래야 만화라는 단단한 뼈와 아름다운 근육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술이라는 소화제를 마시는 일도 우리는 결코 잊는 법이 없다.’ 소설가 조경란은 ‘상상은 꼭 필요한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시사만화가 박재동은 ‘상상은 우주 존재의 본질’이라고 대담한 주장을 한다. ‘현실이란 상상력이 실행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물질화된 것이다. 돌아보라, 우리 주위에 상상의 결과물이 아닌 것이 있는가를. 집, 차, 도로, 책, 컴퓨터, 옷, 음악, 영화…. 하여 자연마저도 신의 상상의 결과물이 아니라 할 수 있으랴. 따라서 미래 또한 지금 우리의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상상 없이는 성장도 발전도 활동도 없으며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다. 어쩌면 이 우주 존재의 본질은 바로 상상인지도 모른다.’ 만화가 이우일은 ‘상상은 딴 생각’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엔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딴 생각만 한다고 지독히 혼나곤 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혼나고 매맞을수록 난 더더욱 딴 생각만 하는 것이었다. 지독히도 공상과 낙서를 즐기던 나는 결국 만화가가 되었다. 가끔씩 상상밖에 할 수 없는 아이도 있다.’ 인제대 문과대 김열규 교수에 따르면 상상은 개인의 신화(神話)다. ‘상상은 성인의 동희(동화)다. 어른이 즐기는 어린이 놀이다. 어른이 탐착하는 아이들의 유희다. 상상은 그러기에 호모 루덴스(유희 인간)의 원천이다. 호이징가는 인간은 유희하니까 비로소 인간이라고 했다. 놀이를 못하면 인간은 이미 인간이 아니다. 놀이가 없었더라면 인간의 문화는 생겨나지 않았을 거라고 그는 우겨댔다. 해서 인간은 상상으로 겨우 자기 증명을 얻어낸다. 이 상상으로 인간은 무형의 성취를 이룩하고, 잡히지 않는 영원한 피안을 건설한다. 그러기에 상상은 누구에게나 개인의 신화다.’ 방송가에서 아이디어 많기로, 엉뚱한 생각하기로 유명한 개그맨 전유성에 따르면 상상은 괴물이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만나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 머리 속은 뜨거운 용광로가 되고, 그 불길을 뚫고 괴물 하나가 세상으로 나오려 한다. 나는 괴물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괴물의 심장에 ‘인간’을 새겨넣는 작업을 잊지 않는다. 부디 세상과 하나가 되길…. 나는 늘 기도한다. 내 괴물이 ‘미녀와 야수’에 등장하는 인간보다 나은 야수이기를 바란다고.’ 시인 김용택은 상상은 완벽한 과학이라고 말한다. ‘상상은 가장 아름다운 현실이다. 상상은 삶과 죽음을 갈라주는 척도이다. 아니, 상상은 죽음까지도 따라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세상에 공존할 수 없는 공상까지도 우리 눈앞에 똑똑하게 만들어 보여준다. 상상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평화와 자유, 행복과 질서를 받들어주는 쪽이 아닌, 그러한 모든 것들의 반대쪽으로 발달해가고 있다. 나는 미래를 상상하기보다 옛날을 상상하여 현실화, 현재화시키는 꿈을 꾼다.’ 33인이 말하는 상상의 스펙트럼은 현실 비판적 상상력에서부터 서정적 상상력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인간은 단 하루도 상상하지 않고 살 수 없다. ‘상상’을 기획한 출판사의 상상력이 참신하다. 그러나 필자 선정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테마특강]게임엔진 : 전자신문, 2003.3.15,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가상현실연구부장 김현빈 : 컴퓨터 그래픽스 및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과 하드웨어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고가의 전용 장비에서만 가능했던 실시간 고품질 영상 생성이 일반 PC상에서도 가능하게 되면서 3차원 가상쇼핑몰이나 3차원 가상박물관 등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보급에 따라 누구나 네트워크를 통해 이러한 서비스 접근이 용이해졌으며 온라인게임이 네트워크 활용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게임엔진이란 무엇인가=게임 제작을 위한 각종 노하우와 기술 그리고 하드웨어를 제어하기 위한 각종 API의 사용법 등은 게임 하나만을 위해서만 사용되고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게임 개발사의 다른 게임의 제작에도 계속적으로 보완 활용된다. 게임엔진이란 이러한 게임 제작에 자주 활용되는 개발 노하우나 기술, 하드웨어 API 사용법 등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나 모듈의 형태로 구현해 놓은 것을 말한다. ◇게임엔진의 개발 동향=일반적으로 게임엔진은 다수의 게임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의 유지 보수 및 집대성 과정에서 개발되나 최근에는 쿼크(Quake) 게임엔진이나 언리얼(UnReal)엔진과 같이 게임 콘텐츠보다는 게임엔진 그 자체가 유통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게임업체로 하여금 안정되고 검증된 게임기술을 토대로 보다 재미있는 게임의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또 단순히 게임 개발과 관련한 노하우나 기술, 하드웨어 제어 API 기술뿐 아니라 게임 그래픽 데이터의 모델링에서부터 게임의 완성과 패키징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통합 환경으로 관리해주는 개발 지원 도구,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도 게임 환경을 쉽게 구성하고 게임 로직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각종 게임 저작도구가 게임엔진에 포함되어 보다 편리한 게임 개발 환경을 구축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환상적이고 사실적인 영상을 빠르게 생성해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그동안 3차원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박스, 게임큐브 등을 비롯한 게임 전용 그래픽 처리기를 탐재한 콘솔 기기를 중심으로 개발되어 왔으나 PC 환경에서도 CPU보다 속도가 빠른 하드웨어 그래픽 처리 장치가 일반화됨에 따라 환상적인 3차원 PC 게임으로 기술 개발 추세가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고성능 실시간 3차원 CG 기술과 발전된 네트워크 기술을 바탕으로 한 3차원 PC게임, 3차원 PC 온라인게임이 속속 출시되고 있으며 CG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이 결합되어 활용되는 대규모 사용자 3차원 온라인 게임(3D MMOG)의 제작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게임엔진의 기술 종류 △렌더링 엔진 ....우선 PC 기반의 3차원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보통 디렉트X나 오픈GL과 같은 3D 그래픽라이브러리(graphic library)를 이용해 그래픽 가속 하드웨어의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그래픽 라이브러리를 이용할 경우 다각형으로 구성된 게임 환경을 주어진 광원 조건과 카메라 조건, 물체 표면 속성에 따라 화면에 출력할 수 있으므로 3차원 게임 제작에 요구되는 기본적인 3차원 객체 출력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 이를 통한 게임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게임 제작과정에는 그래픽 라이브러리가 제공하는 단순한 기능 이외에 보다 많은 렌더링 기능이 요구된다. 3차원 렌더링 엔진은 그래픽 디자이너에 의해 작성된 각종 게임 그래픽 데이터를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게임 환경 내에서 적절히 변형, 이동시킨 후 빠르게 화면에 출력해주는 엔진을 말한다. △애니메이션 엔진 ... 애니메이션 엔진이란 게임 중에 등장하는 각 게임 캐릭터의 동작을 생성하고 제어하는 엔진을 말한다. 컴퓨터 그래픽스 및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형 캐릭터의 사실적인 동작을 빠르게 생성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게임의 제작, 이러한 기술이 채택된 애니메이션 엔진의 개발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3차원 게임에서 많이 활용되고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엔진에서 제공되는 캐릭터 동작 제어 기법은 모션 캡처 정보를 이용한 캐릭터 애니메이션 방법이다. 이 방법은 숙련된 디자이너의 단순 반복 작업으로 캐릭터의 동작을 생성하던 과거의 방법과는 달리 실제로 인간이나 동물의 각 관절에 마커나 센서를 부착하여 실제로 동작을 취하게 하고 각 관절의 위치와 회전 값을 기록해 그 정보를 그대로 게임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에 활용하는 방법으로 빠르고 쉽게 사실적인 동작을 생성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운드 엔진... 인간은 두 귀를 사용해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그것이 3차원 공간상의 어느 지점과 방향으로부터 들려오는지 감지할 수 있고 그 음이 속한 음향적 환경, 예컨대 실내, 야외, 강당, 동굴 등을 구분할 수 있다. 3D 사운드란 음원이 발생한 공간에 위치하지 않은 청취자가 음향을 들었을 때 방향감, 거리감 및 공간감을 지각할 수 있도록 음향에 공간 정보를 부가한 음향을 말한다. 음향 재생장치를 통해 3D 사운드를 들으면 현장에 있지 않아도 현장에서 듣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3D 사운드 엔진이란 3D의 현장감있는 음향을 구현하는 시스템이나 기술을 뜻한다. 과거의 3D 사운드는 다수의 스피커를 이용하여 스피커마다 고유의 소리를 출력하는 방법으로 입체음을 구현했지만 최근에는 하드웨어적인 디지털 가속 기술로 2개의 스피커에서도 입체음을 낼 수 있다. △서버 엔진.... 일반적으로 온라인게임에서 게임 서버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수천명에서 수만명에 이르는 클라이언트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받은 메시지들을 실시간으로 처리, 그 결과를 관련 클라이언트들에게 되돌려줘 모든 클라이언트들이 일관된 데이터들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 그리고 게임 서버들은 24시간 365일 중단 없이 서비스를 계속해야 하므로 무엇보다도 안정적으로 동작해야 하며 서버의 과부하, 허용치 이상의 네트워크 지연 등으로 인한 게임 성능 저하를 막아 서버의 성능을 최적으로 유지시킴으로써 사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서버엔진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기능으로서 클라이언트와 서버간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네트워킹을 위해서 중간단계에서 필요한 각종 필요한 작업들을 처리해주는 기능을 들 수 있다. △게임 인공지능 ... 게임에서의 인공지능은 등장 캐릭터의 지능적인 행동을 구현함으로써 게이머가 조작하지 않는 NPC(Non-Player Character)들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제어하거나 게이머의 상대 역할 또는 보조자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동작을 제어할 수도 있으며 캐릭터가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최적의 이동경로를 찾아주기도 한다. 게임에서의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한두가지 방법만을 사용하기보다는 게임의 수준이나 장르에 따라 몇가지 방법을 조합하여 구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A사의 심시티 시리즈로 유명한 심즈(The Sims)는 윌라이트(Will Write)가 개발한 것으로 일상적인 실생활을 게임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각 캐릭터의 욕구가 있어서 그것들을 잘 충족시켜줘야 순조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 △기타 ... 맵 에디터는 게임에 사용될 게임환경을 저작하는 도구로서 게임에 무대가 되는 지형을 생성하고 게임에 사용되는 다양한 건물이나 주인공 등의 오브젝트(object)를 배치하고, 게임을 진행하는 스토리를 눈으로 보면서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뿐만 아니라 게임에서 나타나는 오브젝트 혹은 지형의 여러가지 속성을 설정하여 게임에 그 값을 반영토록 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최근의 게임들이 게임 진행적인 측면에서 더욱 복잡해지고 그래픽적으로 2D에서 3D로 넘어가면서 게임 환경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맵 에디터의 도움 없이 디자이너의 직관으로 게임 환경을 구성하기는 불가능해지고 있다. ◇게임엔진의 발전 방향=워크래프트3를 하면서 이런 게임을 과연 어떻게 만들었을까.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2년 동안 국내 온라인 3D게임은 그 수가 급속도로 늘었으며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PS2나 X박스와 같은 콘솔게임의 네트워크 지원에 대한 기대로 인해 몇몇 온라인 게임이 컨버전 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곧 있을 또 한번의 대변혁이 기대된다. 최근에는 CPU보다도 빠르게 동작하는 그래픽 가속 하드웨어의 일반화, 고성능 그래픽 기능을 제공하는 게임 전용 콘솔 기기의 등장과 PC의 계산 능력의 발전으로 인해 각종 비정형체의 제어기법 및 물리 시뮬레이션기법이 게임 개발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현재 가상 캐릭터의 동작제어 분야에서는 캐릭터의 행동 양식 결정, 외부 입력에 대한 캐릭터의 상호작용 제어 등 캐릭터의 단순 동작뿐만 아니라 캐릭터 주변의 환경 변화와 사용자의 입력에 대해 자동적으로 다음 행동을 결정하고 이에 맞는 동작을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향후 애니메이션 엔진에 채택될 경우 게임 개발자는 보다 쉽게 게임 환경을 구성할 수 있고 사실적인 동작을 취하는 게임 캐릭터를 게임에 등장시킬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약력>김현빈 박사-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가상현실연구부장 △85년 중앙대 졸업 △96년 일본 오카야마대학 전산통계학 박사 △84∼98년 시스템공학연구소 재직 △2001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가상현실연구부장, 한국정보처리학회 및 디지털애니메이션연구회 회장, 컴퓨터게임학회 부회장
"조직관리 '곤충의 지혜' 빌려라" : 동아일보, 2003.3.10 홍석민기자 : 먹이를 물어 나르는 개미떼를 바라보고 있으면 놀라울 때가 있다. 그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서로 연락이나 하는 것처럼 질서 정연하게 움직인다. 특히 개미 한 마리가 가장 빠른 길을 찾으면 즉시 정보를 공유한다. 중간에 갑자기 장애물이 나타나면 당황하기는커녕 너무나도 유연하게 방향을 틀고 차선(次善)의 경로를 찾아낸다. 개미의 두뇌 크기는 이 기사의 마침표(.)만큼이나 작다. 인간의 지능을 개미와 비교하는 것은 슈퍼컴퓨터와 주판을 비교하는 것보다 더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개미 조직처럼 효율적이며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인간 조직은 찾아보기 힘들다. 개미 무리가 가장 빠른 길을 찾아내는 비밀은 과학계에선 이미 알려져 있다. 개미가 분비하는 페로몬이라는 화학 물질 덕분이다. 개별 개미는 ‘페로몬이 더 많이 뿌려진 길을 선택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규칙만 따르지만 전체 조직은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를 ‘무리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고 부른다.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과 함께 애초에는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나온 개념이다. 서구의 경영계에선 최근 이 같은 개념을 현장에 접목하려 하고 있다. 특히 슈퍼컴퓨터로도 계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풀 때, 이를테면 수송 분야에서 경유지가 여럿일 때 최적의 경로를 찾는 경우에 ‘개미의 지혜’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은 언제 어느 곳에 트래픽이 몰릴지 알 수 없다. 가장 빠른 경로는 계속 바뀌므로 계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학자들은 일종의 ‘디지털 개미’들이 네트워크를 돌아다니면서 약간의 디지털 신호를 남겨놓고 돌아오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프랑스텔레콤이나 브리티시텔레콤, MCI월드콤 등에서 이를 활용한 라우팅(routing)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의 물류 창고 역시 개미의 한 종류(Seed-harvester ant)에게 아이디어를 빌렸다. 이 종류의 개미는 마치 바통을 주고받듯 먹이를 나른다. 인터넷 서점에 도착하는 고객의 주문서엔 보통 서너권의 책이름이 적혀 있다. 전통적인 방법은 직원이 창고를 몇 개 구역으로 나눠 맡은 후 주문서를 전달해가며 자신의 구역에서 책을 뽑아 다음 구역으로 넘기는 것. 이럴 땐 이어달리기를 하듯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구역을 정해주는 대신 ‘손에 책이 있을 때 사람을 만나면 다 넘겨주고 입구쪽으로 돌아온다’와 ‘책을 넘겨받으면 가는 길에 있는 책을 뽑아가며 출구 쪽으로 진행한다’는 규칙만 따르게 하는 것이다. 출판사인 맥그로 힐이나 음반판매업체인 블록버스터 뮤직 등의 물류창고에서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공장의 도색 라인은 꿀벌이 힌트를 줬다. 즉 평소에는 나이 든 벌들이 먹이를 찾지만 먹이가 떨어질 때쯤 되면 간호벌들까지 먹이를 찾는 대열에 합류하는 유연한 분업 조직을 흉내낸 것. 종전 도색공장에서는 미리 세워놓은 계획에 따라 노즐을 바꿔가며 페인트칠했다. 예를 들어 흰색 3대, 청색 2대, 검은색 1대의 순서로 페인트를 바꾸는 것. 그러나 방법을 바꿔 A색깔 도색작업이 10대 이상 밀리면 페인트 노즐을 A로 교체하는 규칙을 적용했다. 이 결과 노즐 교체 횟수가 훨씬 줄면서 비용을 절감했고 불확실성(고객주문변경이나 라인에서 문제 발생)에 대처하는 것도 훨씬 유연해졌다. 이처럼 무리지능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개인이 단순한 규칙을 따르더라도 전체 조직의 행위는 복잡한 문제를 매우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개미의 무리엔 지시를 내리는 ‘관리자 개미’가 없다. 무리지능 분야의 선구자 가운데 하나인 아이코시스템의 에릭 보나보는 최근 미국 오픈P2P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중앙 집권적이고 통제적이어야 한다는 사고 방식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세기 서구의 경영학계를 지배했던 ‘지시와 통제’의 패러다임에 한낱 개미가 도전장을 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은 연구의 초기. 효율성이 입증된 사례들은 대부분 ‘최적화 계산’을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이승규(李升圭) 교수는 “무리지능처럼 복잡성(Complexity) 개념을 경영 현장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사람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존재여서 숙제가 아직 많다”고 설명했다.
‘세계 뇌 주간’ 腦 집중해부 <1>뇌 질환의 최신 치료법 : 동아일보, 2003.3.9 이진한기자 : 《10일부터 일주일간은 세계 뇌(腦) 주간이다. 한국뇌신경학회, 한국뇌학회, 한국인지과학회는 세계 뇌 주간을 맞아 중고교생 및 일반인들에게 뇌의 중요성을 쉽게 알리기 위해 각종 공개강연과 연구실 탐방행사를 연다. 본보는 뇌 주간을 맞아 3회에 걸쳐 뇌의 질환 최신 치료, 뇌 발달에 따른 학습법, 남녀의 뇌는 어떻게 다른가 등을 소개한다.》 최근 뇌 연구와 관련된 관심사는 제약시장이나 국가의 연구비 지급 루트를 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세계 제약시장의 10대 약 중 뇌 질환과 관련된 약만 해도 자이프렉사 세로자트 졸로푸트 등 3개나 된다. 미국은 매년 70조원을 뇌 관련 연구비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은 21세기를 ‘뇌의 세기’로 부르고 향후 20년 동안 매년 8000억원을 뇌신경과학 연구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은 한해에 100억원 정도를 뇌 연구에 투자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뇌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1980년대. 1980년 이전 연구가 주로 해부학적인 측면이었다면 이후엔 생리학 약리학 분야에서 뇌 기능 연구가 활발하다. 한국 인지과학회 회장인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의 서유헌 교수의 도움말로 뇌의 특징 및 최근 많이 연구되는 뇌질환인 파킨슨병과 치매의 최신 치료법을 알아본다. ▽뇌의 특징은=뇌는 사고 감정 기억 인식 등을 관장한다. 무게는 1.5㎏ 내외로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뇌세포 수는 무려 1조개. 태아 때는 1분에 250만개의 신경세포가 탄생하지만 20세 이후엔 하루 5만∼10만개의 신경세포가 자연사(自然死)한다. 신경세포간 정보전달을 위해 연결된 시냅스 수는 약 1000조개. 신경세포는 시냅스에서 각종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며 기억 판단 행동 등의 복잡한 기능을 수행한다. 뇌 속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은 40∼50가지나 된다. 신경전달물질에 문제가 생기면 우울증 폭력 파킨슨병 치매 등의 뇌질환을 일으킨다. 사고(思考)를 관장하는 앞뇌에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줄면 폭력을 제어하는 기능이 사라져 폭력을 쉽게 휘두르게 된다. 또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하면 파킨슨병이 생기며 ‘아세틸콜린’이 부족하면 치매 증세를 나타낸다. 뇌는 자극을 더 많이 받을수록 신경세포끼리 연결되는 신경회로가 많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신경세포 수는 줄지만 ‘독서’와 같은 지적 자극을 통해 신경세포끼리 연결되는 신경회로는 늘릴 수 있다. 따라서 노인도 젊은 사람 못지 않은 기억력을 과시할 수 있다. 최근엔 뇌 속에서도 뇌신경세포로 성장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파킨슨병=오리처럼 엉덩이를 내밀고 손을 떨면서 아주 천천히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무표정한 얼굴의 노인들을 가끔 본다. 얼굴 팔 다리 근육을 지배하는 뇌 부위가 손상되면 위와 같은 증세가 나타나는데 이를 ‘파킨슨병’이라고 부른다. 권투선수인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캐서린 햅번도 이 병으로 투병 중이다. 이 병의 발생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현재까지 밝혀진 원인을 보면 모르핀 계통의 마약인 ‘메페리딘’ 제조시 생성되는 불순물(MPTP)이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오염 등도 발생에 한 몫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유전이 되는 파킨슨병의 원인 유전자가 발견됐기 때문에 앞으로 이 병의 발병 과정, 발병기전이 구체적으로 밝혀질 전망이다. 치료법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보충시켜주는 것. 즉 도파민을 만드는 원료물질인 ‘도파’를 투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가 오랫동안 치료받으면 약물효과가 떨어지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 혈압이 떨어지는 기립(起立)저혈압이나 구토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최근엔 태아 상태에서 도파민을 생성시키는 신경세포를 배양해서 이식하는 치료법이 개발됐다. 태아신경세포 이식법은 성공률은 높으나 뇌 속에서 오랫동안 태아세포가 정착하기 힘들며 윤리적인 문제도 아직 남아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도파민을 만드는 유전자를 환자의 뇌에 이식시키는 ‘유전자 치료술’이 시도되고 있다. 또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환자 자신의 혈액 속에 있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은 태아줄기세포의 윤리문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기억력 장애, 판단력 상실 등 정신기능의 전반적인 장애가 나타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치매의 50%는 알츠하이머 치매, 20∼30%는 혈관 치매, 나머지가 알코올 치매와 파킨슨병 치매 등이다. 알츠하이머와 혈관 치매, 양쪽 다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치매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노화로 추측하고 있다. 65∼74세 사이엔 10명 중 한명이 치매이지만 85세 이상엔 반 정도가 치매이기 때문.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치료법도 아직 없다. 단지 기억력 감소와 관련이 있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 주는 정도다. 레시틴, RS-86, 니코틴과 같은 약이 나와 있으나 효과는 별로 없다는 평가다. 이외에 뇌염증을 억제해주는 항소염제를 사용하기도 하며 일부 효과가 보고되고 있는 여성 호르몬(에스트로젠)이 이용되기도 한다. 최근엔 뇌혈류와 아세틸콜린을 증가시키며 항산화 효과 등이 있는 ‘DHED’ 약물이 국내에서 개발돼 임상시험을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