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News : 2003 년 11 월
[임호준기자의 名醫들의 名강의-4] 서울대병원 정신과 정도언교수 '잠' : 조선일보, 2003, 11, 26, 임호준 기자 : 인생의 1/3~1/4은 잠이다. 80세까지 산다면 20~25년을 잠자리에서 보낸다. 그 세월 만큼 인생을 허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해(苦海) 속에 표류하는 나약한 인생에게 주어진 달콤한 안식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 피곤하고 지쳐버린 육체와 영혼에 새 기운, 새 희망을 불어 넣는 게 잠이다. 천근만근의 무게로 심신을 짓눌렀던 어제도 잠을 자고 나면 과거가 되고, 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된다. 휴일 아침, 해가 중천에 뜨도록 늦잠 자고 일어났을 때의 그 평안함을 “게으르다”고 말한다면 인생이 얼마나 슬프고 무미건조해 질까? 19세기 초반까지 사람들은 잠을 각성과 죽음의 중간상태로 생각했다. 밤에 뇌가 휴식상태에 들어가면서 잠이 들고, 아침에 뇌가 깨어나면서 잠이 깬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잠을 자며 꾸는 꿈은 불분명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돼지꿈을 꾸거나 똥을 보면 횡재를 한다고 생각했고, 땅 속으로 꺼지거나 안개 속으로 사라지면 누군가가 죽을 것이라고 두려워 했다. 꿈이 애매모호할 때는 그 의미를 밝히는 ‘해몽사(解夢士)’를 불렀다. 이같은 ‘비과학’은 20세기에 접어들어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1950년대 미국의 한 대학원생이 잠을 자는 어린아이의 눈이 어느 순간 마치 무엇을 보는 듯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을 발견했으며, 이것이 꿈과 관계되는 수면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렘(REM·Rapid Eye Movement)수면이라 명명했다. 안구가 급속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또 다른 대학원생은 잠이 마치 건축 구조물과 같이 단계와 구조가 있는 복합적이고 질서있는 현상임을 발견하고, 잠을 깊이에 따라 1~4단계로 구분했다. 현대 수면의학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잠을 설명해 보자. 사람의 잠은 1~4단계로 분류되며, 꿈을 꾸는 렘 수면 단계가 별도로 존재한다. 잠이 들땐 얕은 잠인 1단계를 거쳐 2-3-4단계로 진행되며, 4단계가 끝나면 렘 수면 단계로 올라와 첫번째 꿈을 꾸게 된다. 렘 수면이 끝나면 다시 1~4단계 중 어느 한단계로 돌아갔다 다시 렘 수면으로 돌아오길 하룻밤에 4~6회 반복한다. 수면시간의 첫 1/3에 깊은 잠 즉 3,4단계 수면이 집중돼 있고, 끝 1/3에 렘 수면이 집중돼 있다. 깊은 잠 단계에선 외부 자극 없이 잠을 깨는 일이 거의 없는데, 깊은 잠은 보통 새벽 2시 정도에 끝난다. 그 이후엔 얕은 잠과 렘 수면이 반복되는 게 보통이다. 꿈을 안 꿨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성인의 잠은 20~25%가 꿈이고, 아기의 잠은 절반 정도가 꿈이다. 꿈을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며, 일반적으로 심리적이고 애매한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논리적인 사람보다 꿈을 더 잘 기억한다. 또 꿈꾸는 도중이나 꿈 꾼 직후 잠을 깨면 꿈을 더 잘 기억한다. 렘 수면, 즉 꿈을 꾸는 도중에 깨워 방금 꾼 꿈을 물어보면 약 85%가 꿈을 자세하게 기억하지만, 렘 수면이 아닌 단계에서 깨워 물어보면 약 5%만이 꿈을 기억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잠을 자야 할까. 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피로회복이다. 수면 중엔 신체의 모든 기관이 휴식상태에 돌입하고 낮 시간에 축적된 각종 피로물질이 분해된다. 잠을 못자면 온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피곤하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을 통해 아는 상식이다. 강제로 잠을 못자게 하자 각종 호르몬 체계가 교란되고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져 사망했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잠이 부족하면 피로, 집중력 저하, 짜증, 환각, 망상, 공격성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 수면 중엔 성장호르몬이 집중적으로 분비되므로, 어린이가 잠을 적게 자면 키가 덜 자란다. 잠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정보처리와 갈등해소 기능이다. 이것을 담당하는 게 꿈이다. 사람의 꿈은 과거의 기억을 정리, 분류, 삭제, 저장하는 일을 담당한다. 쓰레기와 같은 과거의 기록을 모두 떠 안고 살아간다면 그러잖아도 복잡한 인생이 얼마나 고달퍼질까. 꿈을 통해 사람의 뇌는 필요하고 유용한 기억을 저장하고, ‘쓰레기 기억’을 삭제하게 된다. 따라서 공부를 잘하려면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 졸리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리며 밤 늦게까지 공부해 봤자 입력된 정보가 저장될 시간이 부족해져 학습능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꿈을 많이 꾸면 “잠을 설쳤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심지어 악몽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대구 지하철 참사 등과 같은 충격 이후 겪는 악몽은 현재의 경험과 과거의 나쁜 경험을 통합해 다소의 치료적 기능을 할 수 있다. 물론 악몽이 지나쳐 생활에 지장을 줄 경우는 예외다. 사람은 몇시간 정도 잠을 자야 할까. 어떤 사람은 4시간만 자면 된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7~8시간은 자야 된다고 한다. 모두 정답이 아니다. 적정 수면 시간은 체질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성격이 긍정적·적극적인 사람은 수면시간이 짧고, 수동적·소극적인 사람은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람의 노력으로 줄일 수 있는 수면시간은 최대 30분 정도며, 그 이상 억지로 줄이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수험생이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폴레옹이 토막잠을 여러번 나누어서 잔 것으로 유명한데, 잠은 한번에 이어 자야 1~4단계와 렘 수면이 적절히 조화돼 피로회복, 신진대사, 성장, 기억력 저장 등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러나 우리 주위엔 잠을 잘 수 없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잠이 모자란 현대인은 엉덩이만 붙이면 어디서든 쉽게 잠에 빠져들지만 불면인들은 잠을 자기 위해 매일 밤 사투(死鬪)를 벌인다. 사실 불면의 고통은 사람이 겪는 가장 혹독한 경험 중 하나다. 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어제도 잠을 못 잤다”는 사람에게 “잠 안 오면 책도 읽고, 비디오도 보고, 정 심심하면 일도 할 수 있고... 얼마나 좋아. 나도 한번 불면증에 걸려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런 사람에겐 주먹이라도 한방 날리고 싶은 게 불면인의 심정이다. 필자도 한 때 그같은 불면을 경험했다. 침대속의 불면인에겐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마치 천둥치는 것 같다. 잠을 청해보려 갖은 애를 쓰다 버럭 화를 내며 침대를 박차고 나와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 뜯는 처절함이 매일 밤 계속 된다. 견디다 못해 때로는 무작정 집을 나와 ‘몽유인(夢遊人)’처럼 길 거리를 배회하기도 하고, 포장마차를 찾아 소주를 마셔보기도 하지만 그럴 수록 정신을 더욱 또렷해 진다. 이렇게 잠과 씨름하다보면 어느새 4시가 지나가 5시도 지나, 창문이 훤하게 밝아온다. 그 고통을 도대체 누가 알아줄까. 이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거나, 실제로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불면증은 그 자체가 하나의 병이라기 보단 열이나 두통 등과 같은 증상이다. 수 없이 많은 원인들 때문에 불면이란 증상이 나타난다. 걱정이나 근심 등 심리적인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때로는 사지운동증, 두통, 그 밖의 통증 등과 같은 신체적 질병이 불면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불면증이 심한 경우엔 수면다원검사 등을 통해 불면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수면다원검사란 8시간 정도 잠을 자게 하며 뇌파와 안구운동, 심전도, 근전도, 호흡, 코골이, 이갈이, 혈중 산소 포화도 등 수면에 영향을 주는 모든 현상을 관찰-측정-판독하는 검사다. 만성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사지운동증, 기면병(嗜眠病), 악몽 등 초수면 장애, 이갈이 등의 병을 진단하는데 유용하다. 대형병원 수면장애센터(곳에 따라 정신과, 호흡기내과 등)에서 받을 수 있으며 비용은 50만~80만원 선이다. 불면증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잠이 들지 못하는 것이며, 둘째는 잠을 자다 중간에 자주 깨는 것, 셋째는 새벽에 잠이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이 중 잠이 들지 못하는 유형이 가장 많고 증상도 가장 심각한데, 이 경우는 스트레스 등 심리적 이유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간에 자주 깨거나 새벽에 깨는 불면증은 신체적인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코를 심하게 골면서 일시적으로 숨을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이나, 무릎 아래 다리를 주기적으로 떠는 사지운동증 등은 숙면을 방해해 잠에서 자주 깨는 원인이 된다. 잠이 들지 못하는 유형의 만성 불면증은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늪과 같아서 잠을 자기 위해 노력하면 노력할 수록 더욱 더 정신이 또렷해지는 게 특징이다. “오늘은 기어코 잠에 들겠다”고 다짐하며 최적의 수면조건을 갖추고 잠자리에 들지만 갑자기 “이러다 또 잠이 들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초조감이 음습하면서 자꾸 시계를 쳐다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제와 같은 고통의 밤이 오늘도 이어지게 된다. 잠을 자겠다는 의지는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최대의 위험 인자다. 따라서 “잠이 안오면 억지로 자지는 않겠다”고 결심하고 침대에 눕지 않는게 불면증 치료의 첫 걸음이다. 사람은 하루 이틀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 전날 잠을 못잤더라도 잠을 보충하려 하지 말고, 평상시처럼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잠이 안 오면 침대에 누워있기 보다는 책을 보거나 일을 하는 게 좋다. 그러다 보면 새벽이 가까와지고 다시 초조해 지는데, 이 때 물러서면 안된다. “그래 이왕 못 잤는데, 오늘도 자지 말자”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마음을 갖는 게 좋다. 그러다 보면 견딜 수 없이 잠이 쏟아지고, 그때 침대에 몸을 누이면 잠들기에 성공할 수 있다. 신체질환 때문에 생긴 불면증이 아니라면 불면증 환자는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퇴직자에게 불면증이 잘 나타나는 것은 취침시간, 기상시간, 식사시간 등 생활리듬이 불규칙하고, 이 때문에 뇌 속의 생체시계가 교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규칙적으로 생활하도록 노력하고, 전날 잠을 설쳤다고 낮잠을 오래 자는 것은 좋지 않다. 적당한 운동도 필요하다. 운동은 육체적 피로를 유발해 수면에 빠져드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나 밤 늦은 시간 운동을 심하게 하면 인체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교감신경계가 자극돼 정신이 또렷해지면서 잠을 청하기 어렵게 된다. 밤에 너무 뜨거운 물로 샤워나 목욕을 해도 교감신경계가 자극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인체를 편안한 휴식상태로 빠져들게 하는 부교감신경계의 세력이 우세해져 잠을 쉽게 청할 수 있다. 술이나 담배, 카페인 음료 역시 교감신경계를 자극하므로 불면증 환자는 조심해야 한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수면제를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면제는 습관성과 내성이 있으므로 전문의 처방을 받아 한달 이내만 복용해야 하며, 매일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한편 불면증 환자는 벽 시계를 치워 버려야 한다. 침대에 누워 시계를 자꾸 쳐다보면 뇌의 기능이 활성화되고, ‘아직도 못 잤다’는 패배감과 불안감에 젖게 돼, 헤어날 수 없는 불면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불면증과 더불어 가장 흔한 수면장애는 수면무호흡증이다. 얼마전까진 코를 심하게 고는 것을 병으로 치지 않았다. 그러나 코를 심하게 골면 수면무호흡증이 유발돼 고혈압, 뇌졸중, 심장병 등이 더 많이 걸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잠의 질이 떨어져 피로회복이 더디고 집중력·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코를 심하게 곤다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되면 코에 산소 마스크 같은 것을 끼고 자는 상기도 양압기를 사용하거나, 마우스피스 처럼 생긴 것을 입 속에 넣고 자는 구강내 보조장치를 사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엔 입이나 코에 무엇을 물고 끼고 자는 게 무척 거추장스럽지만, 익숙해 지면 큰 불편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비강이나 인후두부를 수술해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기도 한다. 사지운동증, 기면병, 몽유병 등도 비교적 흔한 수면장애다. 잠을 못자는 불면증과 달리 기면병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갑자기 잠이 쏟아져 심지어 말을 하거나 식사를 하다 잠에 빠지는 병이다. 이 병이 있는 사람은 웃거나 흥분하면 갑자기 온 몸 근육의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이 나타나 간질 치료를 받는 일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잠들 무렵 환각현상이나 가위눌림 등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흔히 10대에 시작돼 학업에 심각한 지장을 주지만 조기 발견해 약물치료를 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사지운동증은 무릎 아래 근육을 주기적으로 수축시키는 병으로 그 바람에 숙면을 취할 수 없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며 당뇨나 신장질환, 빈혈이 있는 경우에도 비교적 흔하게 나타난다. 술을 오랫동안 좋아했던 경우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 병은 약물로 증상을 호전 시킬 수 있다. 사지운동증과 유사한 병으로 잠자리에 누우면 종아리가 저리거나 가려워서 잠이 들 수 없는 병도 있다. 이 병 역시 약물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렘수면 운동장애는 흔하진 않지만 매우 위험한 수면장애다. 렘수면 단계에 들어가 꿈을 꿀 땐 온 몸의 근육이 풀어지기 때문에 정상인들은 꿈을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 그러나 렘수면 운동장애가 있는 사람은 근육의 힘이 남아 있어 꿈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따라서 강도를 때려 잡는다고 옆에서 자는 아내를 주먹으로 내려치거나, 악당을 피해 도망간다고 뛰어가다 벽에 얼굴을 부딪혀 부상을 당하는 등의 사고를 경험하게 된다. 이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과거엔 렘 수면 운동장애가 있는 사람이 잠들기 전 두꺼운 가죽 혁대나 쇠사슬로 몸을 침대에 묶었으나, 요즘엔 근육을 이완시키는 약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수면장애는 개인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집중력·판단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산업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된다. 교통사고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으며, 때로는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7000만명 이상이 한 종류 이상의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선 이 때문에 수면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1993년 국립수면장애연구소를 세워 수면장애를 연구하고 있다. 또 10년쯤 전부터 수면의학 전문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선 90년대 중반부터 수면의학 전공자를 양성하고 있지만 아직 전문의 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 국가차원의 수면의학 연구도 전무한 실정이다. 산업안전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국가가 수면의학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다. 수면은 인생의 1/3~1/4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도언 교수는.... 정도언 교수를 취재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기자의 ‘입맛’에 맞게 의학지식을 ‘가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다지 틀리지 않다면 대충대충 넘어가줘야 기사 쓰기가 수월하지만, 그는 항상 의학적이고, 원칙적이고, 정확하게 말하기 때문에 약간만 내용이 어긋나거나 비약되면 “노(NO)”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 바람에 애초의 ‘목적’을 달성치 못하고 전화를 끊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레지던트나 병원 직원들에게도 ‘깐깐’하긴 마찬가지다. 조금도 과오나 편법을 인정치 않는다.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에게 가장 정확하고 꼼꼼한 진료를 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참 의사’의 길을 배운다”고 말했다. 1951년생인 정 교수는 1976년 서울의대를 졸업했다. 정신분석학, 스트레스의학 및 수면의학이 전문분야. 국내 프로이드 학파의 ‘거두’인 조두영 서울의대 명예교수의 뒤를 이어받아 지난 5월까지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또 1991년 한국인 의사로는 최초로 미국수면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으며, 1992년 서울대병원에 국제 수준의 수면다원검사실을 최초로 개설하는 등 국내 수면의학을 이끌어 오고 있다. 대한수면의학회 회장도 역임했다. 디지털 수면다원기록기의 개발, 만성 난치성 불면증의 단기 입원치료 프로그램 개발 등이 그의 업적이다. 그러나 수면의학이 너무 생물학적 의학만 강조해선 안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수면장애 환자의 마음속까지 이해하며 진단·치료하는 게 특징이다. 서울대병원 홍보실장으로 일하기도 했던 정 교수는 의학 이외 분야에 대한 시사 및 문화비평적 감각도 뛰어나 영러 일간지와 시사 주간지에 고정 컬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뇌는 알고있다…'기억 연구' 어디까지 왔나 : 동아일보, 2003, 11, 25, 이충환 기자 : 우리는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뇌는 기억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정서적 충격이나 뇌 일부가 손상된 경우에도 뇌에는 기억이 남아 있다. 심지어 어떤 학자들은 모든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우리가 그 기억을 끄집어내지 못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남편을 죽인 범인을 현장에서 목격했으나 당시 충격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던 아내가 며칠 후 최면을 통해 사건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범인을 잡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최면이 과학인가라는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이 얘기는 기억의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가톨릭대의대 신경정신과 채정호 교수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사람이 큰 충격을 받아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다”며 “이는 심리적 충격 때문에 뇌의 기억을 억누르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목격자 자신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목격자의 뇌는 범행현장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정보를 뇌에 기록하는 과정과 이를 다시 끄집어내는 과정을 모두 포함하는 행위다. 고려대 교육학과 김성일 교수(심리학 박사)는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정상인의 대부분은 뇌에 기록된 정보를 끄집어내는 데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적인 사례는 새로운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증 환자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 환자는 몇 분 전에 들었던 이야기도 잊어버리는 것은 물론 자신이 매일 보는 의사도 만날 때마다 새로 악수하며 인사했다. 한번은 의사가 손에 압정을 넣고 이 환자와 악수를 했는데 이 환자는 고통을 느끼며 손을 뺐다. 다음날 의사가 악수를 청하자 이 환자는 거절했고 그 이유를 묻자 왠지 악수하기가 싫다고 대답했다. 자신은 기억을 떠올릴 수 없었지만 뇌에는 그 정보가 기록돼 있었던 것이다. 기억은 어떻게 뇌에 기록될까. 뇌에서는 신경세포들이 시냅스라는 부위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기억은 뇌의 여러 영역에서 시냅스의 연결 강도를 높여주는 방식으로 저장된다. 강한 기억이란 이 연결 강도가 높은 것이다. 기억에는 현재 사용하는 작업기억(단기기억)과 지식으로 굳어진 장기기억이 있다. 작업기억은 잠시 정보를 유지하고 조작하는 체계다. 필요해서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외우는 경우처럼 작업기억은 대부분 금방 잊어버린다. 반면 인지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연결시키면 장기기억으로 저장될 수 있다. 그래서 특정한 것이 기억나지 않을 때 적당한 단서나 자극을 주면 기억나기도 한다. 지난 주말에 친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경우 친구를 농구장에서 만났다는 정보를 받거나 직접 그 장소에 가본다면 그 말이 기억날 수도 있다. 한 정보가 다른 정보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종종 장기기억이 고립돼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때도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김 교수는 밝혔다. 1959년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소개됐던 미국 신경외과의사 와일더 펜필드 박사의 고전적인 실험은 유명하다. 펜필드 박사는 간질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깨어 있는 상태에서 환자의 대뇌를 전기적으로 자극했는데, 특정 부위에 자극을 가하자 이 환자는 초등학교 동창생의 이름처럼 오랫동안 기억해내지 못하던 사실을 술술 말했다. 어떤 신경심리학자들은 모든 기억이 ‘영구기억’에 가깝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모든 기억은 뇌의 어딘가에 기록, 저장되는데 단지 사람이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서울대 의대 핵의학과 강은주 교수(심리학 박사)는 “어떤 기억이든 골고루 퍼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나의 기억이 뇌의 여러 부분에 네트워크로 기록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운동이나 기술과 관련된 기억이다. 뇌의 특정 부위를 다쳐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의 경우 자신이 과거에 골프라는 운동을 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골프장에 가면 곧잘 골프를 친다. 골프와 같은 운동에 대한 기억이 뇌의 여러 부위에 분산돼 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엄마랑 아빠랑] 인터넷으로 수학 재미있게 가르치기 : 조선일보, 심상길 한국창의력교육개발원 연구원·수학교육학 박사, 2003.11.24 : - "게임·놀이 통해 수학적 창의력 키워라" ...... 본질적으로 모든 어린이들은 수학적이며, 수학을 좋아한다. 그들의 공간 인지능력은 천부적이고, 놀이나 게임을 좋아하며, 관찰에 의해 패턴을 발견하고 추측을 해가면서 자연스럽게 수학의 여러 가지 개념이나 원리를 배운다. 어린이들의 자연스러운 호기심은 수학학습에서 강력한 선생님인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수학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정확하고 신속하게 답을 구하라는 외압 때문에 수학을 딱딱하고 재미없는 힘든 과목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수학을 놀이와 활동을 통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면 어린이들이 수학과 더 친해지고 수학적인 원리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들이 수학을 공부할 때 단순히 암기하거나, 계산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기 위한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놀이를 통해 수학적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활동한다면,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수학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요구하는 사고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생활이나 게임을 통해 수학을 재미있고 친근한 과목으로=단순히 계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시장이나 수퍼마켓에 가서 물건의 값을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받는 연습을 통해 계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집에서 과일이나 과자를 먹을 때에도 누가 가진 것이 더 크고, 똑같이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더 많이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계산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도 간단한 카드놀이나 보드게임을 통해 그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정확하고 빠르게 계산하고, 자기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세우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교구를 사용하여 어려운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시키자=다양한 교구를 통해 어린이들이 생각하기 힘든 수학적 사실을 직접 보고, 만지고, 활동하면서 그 원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수학적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막대를 통해 수의 크기 비교, 보수 관계, 확률, 분수 등의 원리를 이해하고, 칠교판이나 펜토미노를 통해 도형의 이동, 회전하기, 뒤집기, 넓이 비교 등을 이해하고, 다양한 큐브를 이용하여 입체도형을 관찰하고 구성함으로써 공간지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교구를 사용하면 어린이들이 직접 수학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학을 공부한다기보다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수학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수학 학습 인터넷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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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프로그램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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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전문 활동 교구재 프로그램 |
조이매스 |
국내 최초로 수학적 창의력 개념을 이용해 개발된 수학전문 교구로, 칠교판, 펜토미노,수막대 등 70개의 토픽으로 구성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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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창의력 수학교실 |
창의력 수학교육을 위한 교재를 개발하여 대학 내에서 학생들을 직접 교육하고, 인터넷 에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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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셈 |
주판을 활용한 수학교육 방법으로, 예전에 성행했던 주산식 암산을 현대식으로 탈바꿈시켜 수학을 익히는 방법을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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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매스 |
초·중·고 수학교재 집필경험이 있는 집필진이 만든 교재로 영재교육과 사고력 증진을 목표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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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신장 활동 교구재 프로그램 |
아이리더스쿨 |
카프라·바우픽스 등의 교구재를 사용하며, 게임을 통해 흥미를 유발시키고 수학적 개념을 교육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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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스쿨 |
요즘 유행하는 가베를 이용해서 학습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를 통해 수학적 창의력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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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 |
와이즈캠프 |
초등학교 인터넷 학습지로 수학캠프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수학의 개념과 문제 해결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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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수학교육 |
서울대 수학교육과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로 거부명령 프로그램 배우기를 통해 컴퓨터로 수학을 공부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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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네이버 유아방 |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게임사이트로 수학게임, 창의력게임, 가베게임 등을 통해유아가 수학을 흥미롭게 인지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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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
대교 사고력수학 학습지 |
수학의 기초기능뿐만 아니라 학생의 활동을 통하여 수학적 사고력을 신장시키는 자습용학습지이다. |
◆한 가지 답이 아닌 여러 가지 답을 찾는 창의적 학습을 하자=주어진 문제에 알맞은 한 가지 풀이와 한 개의 답을 찾는 활동은 어린이에게 수학을 올바르게 이해시키거나 다양한 문제해결 전략을 찾아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자신의 전략에 따라 다양한 풀이를 찾고, 한 가지 답이 아닌 여러 가지 답을 찾는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과 다양한 문제해결 능력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넓이가 1인 도형을 만드는 활동에서 어린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이용하여 넓이가 1인 도형을 만들게 된다. 그들은 여러 가지 도형을 만들면서 사각형이나 삼각형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볼록 다각형뿐만 아니라 오목 다각형도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활동은 넓이에 대한 개념을 더 정확하게 이해시키고, 다양한 도형을 만드는 동안 도형을 나누기도 하고 합치기도 하면서 도형의 이동이나 회전, 뒤집기 등 도형의 성질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한다. 답이 한 가지만 존재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롭고 유용한 생각을 하고 다양한 문제해결 전략을 찾는 활동을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인공생명' 생명체의 진화-자율적행동 인공적으로 구현 : 동아일보, 2003. 11. 9, 이충환 기자 : 《5일 영화 ‘매트릭스3 레볼루션’이 개봉됐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문어처럼 생긴 기계로봇 ‘센티넬’ 수억마리가 인류 최후의 보루인 시온을 공격하는 광경이다. 수많은 센티넬들이 떼로 덤벼드는 모습이 실감난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진짜 생명체들처럼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연세대 컴퓨터산업공학부 조성배 교수는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기계로봇들의 움직임에는 인공생명 기법이라는 특수효과가 적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법은 영화 ‘라이언킹’에서 수천 마리 들소떼가 돌진하거나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진격하는 장면에도 사용됐다.》영화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거대한 무리의 움직임을 구현할 때 보통은 하나하나를 특정한 위치에 그린다. 하지만 인공생명 기법은 생명체의 군집행동을 모방해 움직이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개체들 사이의 거리만 생각해볼 때 하나의 개체가 바로 주위의 다른 개체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아야 한다. 이 조건을 컴퓨터 그래픽에 적용해 각 개체가 복잡 미묘하게 움직이게 하고 전체 무리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인공생명 기법이다. 그렇다면 인공생명이란 무엇일까. 여럿이 모여 하나를 이루고 우수한 성질만 선택해 진화하며 단순 모방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행동하는 생명체의 다양한 특성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다. 영화 매트릭스의 기계로봇 센티넬도 인공생명이다. 영화의 센티넬들은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 큰 덩치를 이루듯이 거대한 용의 모양을 갖춰 위협하고 하나의 센티넬이 어떤 표적을 확인하면 나머지가 무리로 몰려와 공격한다. 또 센티넬들은 기계세계를 지배하는 절대 권력자의 얼굴을 형상화하기도 한다. 영화의 센티넬은 인공생명 분야에서 연구되는 자율분산 로봇과 비슷하다. 자율분산 로봇은 여러 대로 구성되는데 각자가 자율적으로 주위 환경을 인식하고 다른 개체와 협조한다. 결국 정보를 공유해 전체가 최적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한 예로 자율분산 로봇에 특정 목적지를 찾는 임무가 주어진다면 초기에는 무질서하게 움직이지만 곧 한 개체의 훌륭한 행동을 본받아 모두 목적지를 찾아간다. 조 교수는 “최근에는 여러 대가 스스로 합체하거나 나눠지는 형태인 모듈형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가 참여한 스웜봇(Swarm-bots)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2001년 10월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서는 여러 대의 로봇이 정보를 탐색하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하나로 이어져 장애물을 피하거나 건너가는 스웜봇이 연구되고 있다. 또 7월 중순 일본 고베에서 열린 로봇지능 관련 국제학회에서는 뱀, 거미 등으로 변신하는 미국 팰러앨토연구센터의 모듈형 로봇이 주목받기도 했다. 앞으로 이런 로봇들은 서로 협력해 미로처럼 만들어진 도시의 하수도를 청소하거나 태양계의 행성을 탐사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어쩌면 스스로 수리하고 조직하고 진화할 수 있는 인공생명인 부부 로봇을 완성해 미지의 행성에 보낼 경우 부부 로봇이 그 환경에 적응해 수많은 자식 로봇을 낳는 SF영화 같은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매트릭스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가상현실세계다. 영화의 인공지능은 구체적인 모습이 나오지 않지만,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지능을 가진 컴퓨터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인공생명 (Artificial Life) 은 인공지능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국과학기술원 전자전산학과 양현승 교수는 “지능은 생명체의 여러 특징 중 하나”라며 “인공지능이 기억, 추론, 학습 등 지능을 실현하려는 것인 반면, 인공생명은 기존의 생명체를 모방해 새로운 종류의 생명을 창조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