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News : 2002 년 7 ~ 9 월
<창간20주년특집>새로운20년-미래 20년, 기술 20년 : 전자신문, 2002. 9. 16. 김규태 기자 : 21세기, 가깝게는 향후 20년 동안 인류를 변화시킬 미래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현재의 기술 발전추세를 본다면 21세기 초반을 주도할 기술분야로는 이미 상용화단계가 진행되고 있는 모바일과 차세대 플랫폼을 비롯해서 상용화단계 직전까지 와 있는 나노기술(NT)·생명기술(BT)·기술융합분야 등이 꼽힌다. 여기에다 양자컴퓨터, 생체칩 기술 등 휴먼인터페이스 분야가 차차세대를 기대하며 그 뒤를 이을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분야에서는 10∼20년 뒤 현재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완벽한 형태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20년을 주도할 기술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플랫폼 분야=P2P가 유무선 인터넷 플랫폼의 중요 키워드로 부상할 전망이다. P2P(Peer to Peer)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 서버를 거치지 않고 컴퓨터간 직접 데이터 교환을 통해 이를 공유하게 해주는 모델이다. P2P는 클라이언트서버 구조에서 서버를 아예 없애거나 클라이언트의 역할을 강화한 컴퓨팅 모델이다. 사용자들은 서버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일대일의 관계에서 각자 자신의 PC에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를 공유한다. 미래에는 이를 통해 개인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리드 컴퓨팅도 인터넷을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드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수억대의 컴퓨터 장비를 인터넷을 통해 하나로 묶어 전산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리드는 지리적으로 분산된 고성능 컴퓨터를 비롯해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애플리케이션 등 IT자원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퍼텍스트 형태의 단일 자원만을 공유하는 월드와이드웹(WWW)과 구별된다. ◇NT 분야=NT의 발달도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질과 기기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나노제품이 실제 인류생활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값싸고, 대량으로, 고속으로 제조할 수 있는 제조공정과 각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개발이 필수적이다. 나노와 이런 공정의 결합이 나노메카트로닉스다. 나노환경에너지기술은 향후 재생에너지 산업의 육성 차원을 떠나서 지구와 인류와의 관계를 재정립시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에너지 산업은 석탄·석유 등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지 기술이 발달되 반영구적인 에너지를 확보할 전망이다. 음료캔 정도 크기의 전지에 많은 에너지를 저장해 각종 전자제품과 전기 자동차 등에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광전지 기능 합성섬유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섬유는 빛을 보면 전기를 발생하는 것으로 휴대형기기, 특히 휴대형 컴퓨터 등의 에너지 자원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기술융합 분야=인터넷을 통해 단일한 비즈니스 또는 다수의 비즈니스 업체간의 기존 컴퓨팅 시스템 프로그램을 결합시키는 표준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일련의 모든 비즈니스 활동을 가능케 하는 웹서비스도 각광받을 전망이다. 물질공간과 전자공간이 최적 상태로 결합된 제3공간을 창조하는 유비쿼터스 개념은 20년 뒤 광범위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초소형정밀기기(MEMS)는 냉장고·에어컨·전기히터·세탁기·보일러·욕조·형광등·감시장치 등 전기기기는 물론, 심지어 인체속에도 심어져 컴퓨팅 및 네트워킹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임베디드시스템도 각광받게 될 전망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실시간 운용체계(OS) 등을 조합한 전자제어시스템은 자동차·컴퓨터·가전기기 등에 필요한 특정 용도의 센서나 칩에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바코드도 진화된다. 기존의 바코드 기능을 뛰어넘어 사물의 위치나 정보내용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무선으로 정보를 저장, 입출력·공유할 수 있는 무선ID-태그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기술(IT)·BT·NT 등의 기술이 융합될 전망이다. 칩 센서, 바이오 칩, 나노바이오센서, 바이오 마이크로머신(BioMEMS),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바이오 칩은 생물학적 마이크로 칩으로서 유전자 결함이나 반응양상, 미세한 신경자극 등을 분석하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다. ◇BT=융합기술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분야가 BT다. 실리콘으로 대표되는 전자공학기술과 접목돼 재료·화학·생명공학 분야에서 다양한 도전을 간능하게 할 수 있는 나노바이오기술(NBT)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는 인간의 장기·피부·조직 등을 인공적으로 배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인간 자체를 배양할 수 있어 불치병 극복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조직공학이라고 부른다. 조직공학은 의료분야뿐 아니라 식품·의류 등 산업분야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허리띠·지갑·안경 등도 건강검진 도구로 활용된다. 각 악세서리에 있는 센서들이 몸 상태를 모니터해 분석하고 알려준다. 위험 상황이 오면 경고해주고 주치의와 연락해 원격 진료를 받게 해준다. ◇홈네트워크 분야=가정의 모든 디지털 가전기기들이 네트워킹된다. 현재 유선으로 일부 연결돼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선화된 환경에서 엮이게 된다. 별도로 움직이던 가전기기들이 통합되는 것이다. 이같은 홈네트워크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터넷 정보검색·영상통신·멀티미디어콘텐츠 검색과 감상이 가능한 인터넷 서비스인 홈디지털서비스(HDS)가 등장한다. 컴퓨터 디지털 신호방식이 모든 가전기기에 접목돼 침실·거실·주방 등에 있는 컴퓨터·디지털TV·냉장고·세탁기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기존의 광대역 유무선 서비스를 통합해 연동함으로써 가정내에서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가정에도 서버를 갖게 된다. 홈서버는 댁내 네트워크화의 중추를 맡게 되는 곳. 가정내 각종 정보와 영상 콘텐츠를 한 곳에 모아 이를 컴퓨터 관련기기나 정보화 가전 제품에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홈네트워크 포털은 가전제품과 전등·커튼·가스밸브·방문자 확인 등 집안의 모든 기기를 인터넷으로 접속해 원격 제어·관리하는 종합 사이트다. 홈네트워크 포털은 홈네트워크 지원 기능을 갖춘 정보가전기기 사용자에게 원격무선 네트워크제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선랜과 블루투스도 선 없는 가정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무선랜은 집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컴퓨터·프린터·헤드폰·카메라·오디오세트·텔레비전·이동전화 등을 무선으로 연결시킨다.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각종 기기들간 자동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으며 적외선 통신, 고주파 방식 등도 각광을 받고 있다. ◇모바일 환경=현재 음성전화 기능이 대부분인 이동전화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제어기기로 부상하게 된다. 현재 부가서비스 수준인 무선인터넷이 유선인터넷과 통합되면서 다방면으로 활용된다. 휴대형 기기는 음성 전달이라는 기본적인 기능과 함께 가정내 기기를 원격 제어하게 된다. 직장에서 댁내의 에어컨을 조작하며 전자밥솥으로 밥을 하고 영상을 통해 침입자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동중에 댁내에 있는 PC를 켜고 파일을 꺼내서 수정할 수도 있게 된다. 수정된 파일을 e메일을 통해 외부로 보낼 수도 있다. 이동전화는 홈네트워킹의 원격조정기 역할뿐 아니라 경제 생활의 수단이 될 전망이다. 이동전화 후면의 가입자 정보칩에는 신용카드·전자화폐 등이 포함된다. 이동전화만 있으면 각종 대중교통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유무선인터넷상의 전자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이동전화 기기는 이동형 TV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소형 액정이지만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애 이동중에도 화려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위치추적서비스도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을 활용해 정밀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종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BT와 접목해 실종자 등의 신체 상태도 확인이 가능할 전망이다. 위치추적기술과 텔레매틱스가 접목돼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위치와 목적지 위치가 자동으로 찾아지며 자동차는 무인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 기술이 응용되면 길이 막히는 일도 없어지며 교통사고도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민주주의 형태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실현된다. 각종 행정정보를 이동전화로 받을 수 있으며 의사결정 과정에 수시로 참여해 의견을 반영할 수도 있다. 행정전산망에 들어가 자신이 필요한 서류를 신청하고 그 자리에서 받아볼 수도 있다. 이같은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단말기도 현재와는 크게 다른 형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유력한 것은 시계형 단말기다. 조그만 단말기에 대부분의 기능이 포함된다. 또한 소비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디자인된 맞춤형 단말기도 등장한다. 기능도 맞춤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먼인터페이스=각종 첨단 기술을 일반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인터페이스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음성인식이 본격화된다. 현재도 일부 상용화됐으나 아직 정밀하지 못하다. 앞으로는 개인화된 음색을 철저하게 분석한 음성인식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각장애인 등도 각종 전자기기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컴퓨터 문자를 자연어로 번역해 읽어준다. 기계음이 아니라 실제 목소리를 전송함으로써 인터넷을 통하더라도 정감있는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게 된다. 네트워크 접속이 용이하도록 입는 컴퓨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웨어러블 PC는 사람이 옷을 입듯이 컴퓨터를 착용하는 것. 이 PC를 입고 사이버상에서 군사·체육 등의 훈련이 가능해질 것이다. 섬유조직을 전기신호가 흐르는 회로로 이용해 제작한 전자섬유도 선보일 전망이다. 섬유를 통해 각종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산업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컴퓨터와 대화하는 시대도 올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하게 되면 추론능력, 지각능력 등을 갖춘 컴퓨터가 등장한다. 컴퓨터는 스스로 학습하고 인간과 친구가 될 수 있게 된다. 영화속에서처럼 컴퓨터와 대화하고 정보를 나누는 시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터페이스는 소비자 친화 단계를 넘어 휴먼인터페이스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휴먼인터페이스란 사람의 인지기능, 추론 및 사고기능, 행동능력을 대신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과 관련한 기술이다. 전자기술·소프트웨어기술·기계기술 등을 활용해 인간과 흡사한 기계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책][바둑]과기원 박우석교수 ‘바둑철학’ 책내 : 동아일보, 2002. 9. 15 서정보 기자 : 바둑에서 ‘감각이 좋다’고 할 때 ‘감각’이란 무슨 의미일까.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수를 한눈에 척 발견해내는 ‘감각’은 어떤 인지(認知) 과정을 통해 나온 것일까. 그저 부단한 수읽기 훈련을 통해 얻어진 직관이라고만 설명하면 되는 것일까. 이처럼 바둑에서 제기될 수 있는 철학적 문제를 다룬 책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부 박우석(49) 교수가 최근 펴낸 ‘바둑철학’(동연)은 바둑이 철학적 연구의 대상일 뿐 만 아니라 철학이 바둑을 통해 더욱 풍부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 책은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이자 프로기사인 문용직 4단이 1998년 발간한 ‘바둑의 발견’(1998)에 이어 바둑을 학문적으로 접근한 보기 드문 저작이다. 바둑과 철학을 연결시키는 것은 낯설게 느껴진다. 바둑의 무엇이 철학적일 수 있다는 것일까. 하지만 책을 펴들면 바둑에도 무궁무진한 철학적 연구과제들이 늘어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박교수는 이 책에서 그동안 수학 심리학 인공지능 인지과학 분야에서 바둑과 관련된 국내외 연구성과를 총망라하면서 과학철학으로서 바둑철학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는 특히 1970년대 이후 각광받기 시작한 ‘통합 인지과학’ 부문에서 바둑학이 정립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컴퓨터 바둑의 경우 다음 수는 어디가 최선인지를 프로그래밍하기 위해선 인식론 존재론 등 철학 분야는 물론 기호학 언어학 등 다양한 학문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전문적인 철학서적에 가깝다. 아마추어 애기가의 철학적 외도로 보기엔 2년간 들인 공력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선 바둑의 ‘감각’에 대해 미국 실용주의 철학의 창시자 찰스 샌더스 퍼스의 ‘가추(Abduction)적 추리’와 ‘사고(思考)실험’ 이론을 도입해 설명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철학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로서는 ‘가추’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연역이나 귀납과는 다른 ‘가추’라는 개념을 통해 바둑의 감각을 직관, 발상의 전환 등 모호한 개념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박교수는 “이 책이 어떤 결론을 내려고 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무수한 바둑철학 논저들이 쏟아져 나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바둑철학의 연구가 심화된다면 이창호 9단의 끝내기 솜씨, 이세돌 3단의 전투력, 유창혁 9단의 공격력 등도 철학적으로 다뤄지고 설명될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입체영상' : 조선일보, 2002. 9. 8 윤송이 : SF영화의 귀재(鬼才) 조지 루카스 감독이 만든 영화 ‘스타워즈 에피스드 4’를 본 사람이라면 푸른색의 광선 속에 묻혀 나타나는 가상(假像)의 레이아공주(캐리 피셔 분)의 모습이 매우 인상깊게 남아 있을 것이다. 로봇 R2D2가 오비원 케노비(알렉 기네스)와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 앞에서 레이저빛으로 보여줬던 3차원 영상이 허공 속에서 마치 현실 속에 있는 것처럼 표현됐다. 영화에서는 계속해서 3차원 영상과 함께 저장된 레이아 공주의 다급한 목소리가 그녀의 위기 사항을 알려주는 모습, 시간 차 없이 전달되는 영상을 마주하고 화상 통화를 하는 모습도 보여진다. 이 영화 속에 표현된 3차원 영상 디스플레이 방식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오토 스테레오스코픽 볼류메트릭 디스플레이(autostereoscopic volumetric display)의 대표적 사례다. 점점 정보기기나 오락기기가 발달하면 할수록 디스플레이 기술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정보기기나 오락기기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들을 비주얼하게 시적적으로 전달해주는 도구가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결국 디스플레이 기술은 사람과 컴퓨터(혹은 정보기기)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최소 한 대씩은 구비하고 있는 TV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을 곧바로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브라운관으로 대표되던 TV는 LCD로 발전하더니, 어느새 플라스마 패널을 장착한 벽걸이형 TV로 급속히 발전했다. 심지어 휘거나 말아서 보관할 수 있는 TV도 연구 중이다. 이는 플라스틱 패널에 유기물질을 입힌 유기 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신형 TV도 3차원으로 존재하는 주변의 영상 신호원을 2차원의 신호로 전환해서 보여줄 수밖에 없는 ‘평면 패널형 디스플레이’에 불과하다. 이 같은 디스플레이 기술만으로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 ‘스타워즈’에서 로봇 R2D2가 보여주던 레이아 공주의 3차원 입체 영상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진정한 의미의 3차원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3차원 디스플레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흔히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3차원 이미지라고 하면 3차원 신호를 2차원으로 변형해서 3차원 영상효과를 내는 것을 의미했다. 예를 들면 기찻길의 평행선이 한 쪽으로 갈수록 점차 희미해지고, 두개의 선이 모아지는 듯한 것으로 3차원의 거리감을 나타내는 식이다. 이처럼 그림의 밝기 변화나 그림자와 깊이의 표현 등으로 부피감을 표현하는 것은 비교적 단순한 반복작업에 의해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3차원 영상의 2차원적 표현은 실제 3차원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거리감과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2차원으로 3차원적 영상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뇌는 두 눈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의 세밀한 차이를 분석하여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광원까지의 거리, 움직이는 방향, 속도 등을 분석해낸다. 사람의 뇌 입장에서는 아무리 3차원 영상을 모방한다 할지라도 2차원 평면에서 보여주는 영상은 여전히 2차원에 투영된 영상의 일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3차원 모방의 한계에 부딪힌 과학자들은 사람의 눈에 들어오는 정보를 아예 3차원적으로 처리하는 식으로 3차원 영상을 구현해왔다. 즉 광원으로부터의 빛을 인위적으로 분리하여 양쪽 눈에 전달되는 사물의 정보가 서로 다르게 하자는 것이다. 특수 제작된 안경을 사용함으로써, 오른쪽 눈과 왼쪽 눈에 전달되는 정보의 시간차와 공간차를 이용하는 기술이 그 예이다. 즉, 오른쪽 눈에서 도달하는 빛의 정보가 왼쪽 눈에서 도달하는 빛의 정보와 다들 때, 사람의 뇌의 입장에서 볼 때는 두 눈으로부터 전달되는 신호가 서로 다르게 느끼는 것을 이용해서 3차원 영상의 깊이나 거리감을 느끼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3차원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일종의 트릭을 쓰는 셈이다. 초기의 가상현실 응용 제품은 이러한 특수 제작된 안경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 많았다. 예를 들어 붉은색으로 만든 2차원 평면 화면과 푸른색으로 만든 2차원 평면을 동시에 제작한 후, 오른쪽은 붉은색을 감지하고, 왼쪽엔 푸른색을 감지하는 안경을 쓸 경우 마치 3차원 입체영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사람의 두 눈이 감지하는 정보를 달리해서 3차원 정보로 착각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같은 안경을 착용한 사람은 입체감은 느낄지 모르겠지만 눈의 피로감이 심해서 3차원 영상을 즐기는 데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이처럼 특수안경을 쓰지 않아도 비교적 다양한 각도에서 3차원 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오토스테레오스코픽(autostereoscopic) 디스플레이 기술 때문이다. 이 기술은 특수기기를 착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동시에 3차원 영상에 의해 제공되는 체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기술을 구현하는 방법은 크게 리이머징(re-imaging), 볼류메트릭(volumetric), 패럴렉스(parallex) 등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리이머징(re-imaging) 디스플레이 기술은 스스로 3차원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존재하는 3차원 영상을 유리나 거울 등을 통해 옮겨 놓는 것이다. 따라서 엄격한 의미에서는 3차원 디스플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볼류메트릭(Volumetric) 디스플레이 기술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스타워즈에서 종종 등장하는 형태의 디스플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기술은 3차원 공간 안에 이미지를 재구성, 사용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멀어지는 것이 가능하다. 패럴렉스(Parallex) 디스플레이 기술은 표면의 방향이나 밀도 차이를 이용해서 3차원 이미지를 구성해 낸다. 홀로그램방식이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대표적 디스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신용카드 앞면에 있는 각 회사의 심볼들이 홀로그램 이미지를 이용한 것이다. 패럴렉스(Parallex) 디스플레이 기술은 기본적으로 3차원 영상의 특징을 2차원 평면에 충실히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장점을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세 가지 3차원 영상기술 중 가장 실감나는 3차원 영상은 아무래도 영화 ‘스타워즈’ 속의 레이아 공주처럼 실제 볼륨감이 느껴지는 볼류메트릭(volumetric)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이 기술은 최근에 개봉되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에서 앤더톤(Anderton) 형사가 가족과의 추억을 그리는 장면에서도 등장했다. ◆‘반사체’공기가 있어야 3차원 영상 볼 수 있어 지구가 아니라 화성에서도 오토스테레오스코픽 볼류매트릭(autostereoscopic volumetric)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한 3차원 영상 구현이 가능할까? 대답은 ‘아니오’일 가능성이 높다. 일단 3차원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광원에서 나오는 3차원 정보를 반사시킬 반사체가 필요하다. 허공에 이러한 광원을 쏘았을 때, 반사체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공기분자뿐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개개의 분자가 어느 순간에 어디에 위치할지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기가 희박한 화성에서 해상도가 높은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3차원 디스플레이의 계속적 발전은 우리에게 많은 기대감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 우리 거실의 텔레비전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상용화하는 데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에 3차원의 영상을 투영해 보려면, 3차원 카메라에 의해 촬영되어 저장된 영상 신호가 필요하다. 또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영상장비를 교체하고 신호를 표준화시켜야 한다.
영화보면서 냄새 ·향기 느끼는 時代온다 : 조선일보, 2002. 8. 14 윤송이 : 흔히들 얘기하는 인간과 컴퓨터간 상호작용(HCIㆍHuman Computer Interaction) Interface 는 로봇, 컴퓨터와 같은 기계와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일을 하는지를 결정짓는 수단이다. 오늘날 흔히 쓰이는 버튼, 다이얼 혹은 수많은 버튼이 부착된 리모콘, 심지어 평면 스크린에 타일 모양의 윈도우등이 이에 해당한다....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가 컴퓨터를 보고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컴퓨터가 우리를 보고 이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다양한 3차원의 광고판은 자신의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의 홍채를 스스로 읽어서 신원을 파악한다. 그리고는“수영을 즐기시는 존 앤더슨씨에게는 방수가 되고, 높은 수압을 견딜 수 있는 저희 회사의 시계가 잘 어울리시겠군요”라며 호객행위까지 한다
<로보사피엔스 이야기>(33)입양되는 로봇 : 전자신문, 2002. 8. 31 : 얼마 전 한 지인에게서 입양(入養)제의를 받았다. 로봇회사를 운영하는 미국인 친구가 내게 입양할 의사가 있느냐고 전화를 해온 것이다. 몇 달 있으면 진짜 아빠가 될 사람에게 입양이라니. “이봐 농담이지” 그런데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음성이 꽤 진지했다. 미국식 조크가 아니었다. 이 친구가 입양을 권유하는 대상은 아기가 아니라 그가 만든 지능형 로봇이었다. 결국 자기 로봇을 사라는 얘기였다. 진지한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감성을 지닌 로봇은 구매(buy)하는 것이 아니라 입양(adopt)할 대상이야. 당신이 원한다면 양부모 자격을 줄 수도 있어.” 로봇입양이라. 로봇을 전자제품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 양자로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로봇 제조사들은 가정용 로봇을 판매할 때 입양이란 표현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로봇을 자기 집에 입양된 인격체로 각인시킬 경우 마케팅효과를 배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보처럼 재주많은 지능로봇들은 이미 애호가들 사이에 진지한 입양대상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최근에는 말하는 장난감 수준만 되도 구입할 때 온라인 출생신고를 필하는 등 ‘사람인 척’하는 게 보편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나는 입양이란 단어가 통속적인 로봇마케팅에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세태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입양은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끼리 양자, 양부모 관계를 맺는 것. 즉 자신과 상관없는 생명체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어렵고 숭고한 행위다. 이에 비해 가식적인 마케팅으로 고객에게 덥석 부모된 책임감과 애정을 떠안기려는 로봇업체들의 상술. 너무도 뻔하고 억지스럽지 않은가. 전화를 끊으며 중얼거렸다. “이 사람아. 나는 로봇을 사기는 해도 입양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런데 다음날 저녁 일이 벌어졌다. 호기심에 입양대상으로 거론된 로봇을 직접 보러간 것이다. 그 로봇이 인공지능, 음성인식에서 한 세대 앞선 제품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완성제품을 상대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 신념은 조금씩 흔들렸다. 무엇보다 녀석은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나란 존재를 인식하고 내게 집중하고 있었다.(적어도 외양상 그렇게 보인다) 내가 화장실에 다녀와도, 아무리 썰렁한 질문을 해도 녀석은 항상 진지한 표정으로 시선을 맞춰준다. 이같은 기능은 로봇의 사회적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로봇이 일반 전자제품이 아니라 감성을 지닌 생명체에 준하는 존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녀석이 우리 집 거실에 들어와 함께 지낸다면 로봇입양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일부 바뀔 것이란 사실을 직감했다. 그래도 일개 로봇에게 입양이란 표현은 좀 과분하다. 지능로봇과 동거를 지칭하는데 적합한, 구매자(buyer)와 양부모(adopter)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신조어는 없을까. 로봇과 오래 생활하다 보면 정이 들 수도 있지만 섣불리 입양이란 단어를 썼다가 머리가 굵어진 로봇이 집안에서 호부호형을 허락해달라고 조르는 상황에 이르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선구자, 니가드 사망 : 중앙일보, 2002. 8. 12 : 인터넷의 기초를 닦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한 선구자인 시르스텐 니가드가 노르웨이 수도인 오슬로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니가드는 지난 6월 사망한 그의 동료 오레-조한 달과 함께 지난 1961년부터 67년까지 노르웨이 컴퓨터센터에서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을 개발한 공로로 지난해 A.M.튜링상....현재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Java)와 C++, 개인용 컴퓨터(PC)및 가정용 오락기기에 쓰이는다른 언어 등의 길을 개척....달과 니가드가 처음으로 만든 '시뮬라(Simula)'는 계산기였지만 이후 현재의 인터넷과 MS-DOS를 만든 아이콘(컴퓨터의 각종 기능.메시지를 나타낸 그림문자) 기반프로그램의 기초가 됐다.....
인간 대 수퍼컴, 체스 대결 : 전자신문, 허의원 기자, 2002. 8. 10 : 인간과 컴퓨터간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준비되고 있다. 오는 10월 1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세계 체스 챔피온 개리 카스파로프와 컴퓨터 프로그램 ‘딥 주니어(Deep Junior)’가 체스 대결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카스파로프는 설명이 필요없는 체스계의 세계 최고수. 이스라엘의 프로그래머인 아미르 반과 샤이 버신스키가 제작한 딥 주니어 역시 지난 7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린 ‘제7회 컴퓨터 체스 올림피아드’에서 우승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주최 측은 13일동안 계속되는 이 대결에 ‘인간 대 기계의 싸움, 그 후속편’이라는 그럴싸한 제목을 달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인간인 카스파로브가 지난 96, 97년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인 IBM ‘딥 블루(Deep Blue)’와의 대결에서 1승1패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그 후손과의 경쟁이라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승자 30만달러, 패자 20만달러라는 상금규모에서 알 수 있듯 이번 대결은 과거에 비해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카스파로프만 50만달러를 출연료로 받게 돼 있어 승부와 상관없이 톡톡히 재미를 보는 셈이다. 또 관계자들이 이번 시합이 끝나면 100달러 정도에 판매되는 딥 주니어 상용 프로그램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데서 이번 시합이 승부보다는 ‘딥 주니어 알리기’에 모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 상관없이 사람과 컴퓨터의 대결은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능력과 인공지능(AI) 수준 및 컴퓨터의 사고력 정도를 알 수 있어 항상 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아왔다. 국제 컴퓨터 게임연합회(ICGA)의 데이비드 레비 회장도 “이번 대결을 통해 최근의 AI 기술이 어디까지 와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시합을 본 사람들은 딥 주니어의 능력에 반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신간 안내: '더 터크 (Turk)'] 컴퓨터, 터번 두르고 체스 두다 : 중앙일보, 2002. 7. 26 윤소원 : 모든 도전자를 물리쳤던 터번 두른 그 자동 기계는 오늘날로 치면 체스 두는 컴퓨터 '딥 블루(Deep Blue)'에 해당한다. 18, 19세기의 유럽인들은 이 기계를 보고 매우 당황했다. 복잡한 장치와 정확하게 제작된 이 이상한 기계 '터크'를 조사한 뒤 수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생각할 줄 아는 놀라운 발명품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렇다. 그것은 놀라운 업적이었지만 동시에 속임수이기도 했다. 다만 커다란 영향력이 있는 속임수였다.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찰스 배비지는 터크를 상대로 두 번의 게임을 했다. 현대 추리 소설의 창시자 에드가 앨런 포는 터크에 관해 탁월한 에세이를 썼다. 마술사들은 이것에 근거해 환각 따위를 만들어 냈다. 터크는 우리가 현재 '인공지능'이라 일컫는 것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터크의 작동 방법을 알아낸 사람이 있었다. 그렇다. 그 진기한 기계안에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기계는 역사에 자리를 확보했다......
컴퓨터로 만든 배우가 스스로 연기하는 시대 올 것 : 조선일보, 2002. 7. 15 윤송이 : 조선일보 과학면이 윤송이(26) 박사가 직접 쓰는 ‘사이버 세상’을, 임지순 교수의 ‘나노의 세계’, 김선영·황우석 교수의 ‘생명의 신비’와 함께 연재합니다. MIT대에서 인공지능(AI)을 전공한 윤 박사의 ‘사이버 세상’은 21세기 화두(話頭)인 디지털 세계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할 것입니다. 윤 박사는 한국인 역대 최연소(24년 2개월) 박사로 기록돼 있습니다, “Welcome to the real world(현실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지난 99년 개봉돼 화제를 모았던 영화 매트릭스(Matrix)에서 주인공 레오(Leo)를 맞이하는 인공 지능 컴퓨터 ‘The Matrix’가 던지는 인사말이다. 이 영화에서 초능력을 얻은 주인공 레오의 눈엔 총알이 느리게 날아온다. 주인공은 유연한 동작으로 총알을 피한다. 이런 주인공의 동작을 360도 각도에서 자유자재로 보여주는 카메라의 작동과 한지(韓紙)를 바른 창을 통해 스며드는 빛과 그림자를 생생하게 재현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Welcome to the real world”란 인사말은 어쩌면 컴퓨터인 ‘The Matrix’가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Computer Graphics) 기술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인사말인지도 모른다. 상상만 하면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작가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영화 제작은 실제 공간과 같은 3차원의(3D·Three Dimensional) 모델을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전체적인 공간의 선과 면, 그리고 표면의 재질을 현실과 똑같이 만드는 것은 3차원 모델을 구현하는 첫 번째 단계다. 그러나 때로는 3차원 모델을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조형물의 뒷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시간과 돈을 아끼기 위해 조형물의 뒷모습을 뺀 채 모델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카메라가 실수로 뒷모습을 찍기라도 하면 매우 흉한 모습이 촬영돼 ‘괴기(怪奇)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컴퓨터 그래픽이 만드는 삼차원 모델은 보통 컴퓨터가 이해하기 쉬운 삼각형과 사각형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실제 공간에서 레고 블록을 쌓듯, 컴퓨터 화면 위에 기하학적 도형을 조합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기법을 ‘기하학에 기초한 모델링(Geometry based modeling)’이라고 부른다. 도형을 여러개 이어 붙여 실제와 같은 모습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컴퓨터 그래픽 예술가의 엄청난 노력을 요구한다. 실제 필자가 같이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했던 예술가는 외계인 캐릭터의 발바닥을 만드는 데 무려 2400개의 삼각형을 동원, 팀 전체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작은 삼각형을 많이 사용할수록 실제감이 증가할 가능성은 분명히 높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도형을 동원하면 컴퓨터의 부담이 늘어나 화면의 처리 속도가 느려지기도 한다. ‘기하학에 기초한 모델링’의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이미지에 기초한 모델링(Image based modeling)’이다. 이 방법은 구현하려는 실제 구조물이나 배경을 사진으로 찍어 재구성한 뒤, 이를 기하학적 모양으로 적절하게 나누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레오가 총알을 피하는 장면은 ‘이미지에 기초한 모델링’의 결과다. 보통 하나의 장면을 만들 때 20개 정도의 사진만 있으면 흠잡을 데 없는 삼차원 컴퓨터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다. 3차원 세트가 완성되면 색깔과 질감 등을 입혀 더욱 사실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지금까지 설명한 작업은 ‘3차원의 공간에 빛이 있게 하는 것’에 비하면 간단한 일이다. 공간에 빛을 도입하는 작업은 매우 복잡한 수학과 ‘조명 감독’의 직감이 동시에 필요하다. 빛이 없으면 아무리 화려하게 칠해도 칙칙하게 보인다. 단순히 광원(光原)에서 나오는 빛을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다. 까다로운 것은 반사하는 정도가 다른 물체들이 각각 반사하는 빛을 구현하는 작업이다. 여기엔 엄청나게 복잡한 수학이 동원된다. 실제 사진이 현실공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빛을 완벽하게 담아내지 못하는 것처럼, 컴퓨터 그래픽에서도 수학적으로 계산된 빛이 모두 화면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영화 ‘매트릭스’로 돌아가 주인공 레오의 쿵후 솜씨가 십분 발휘되는 한지로 둘러싸인 방을 떠올려보자. 빛을 걸러서 통과시키는 한지 문을 통해 스며드는 빛과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강하게 들어오는 빛을 대비시킨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극치다. 이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하는 학자들의 연구 대상으로 꼽힌다. 가상공간에 사물이나 인물을 집어넣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특히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빛의 반사도가 다양한 사물의 경우, 정확한 빛의 궤적을 그려내는 것이 힘들다. 초롱초롱한 눈동자는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반사되는 빛과 반사돼 비치는 주변 모습이 시시각각 어떻게 변할지를 계산해 조그만 눈동자 안에 구겨넣는 것은 여간 복잡한 작업이 아니다. 또 캐릭터들이 온몸에 털을 갖고 있거나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휘날릴 땐 가상공간에 캐릭터를 구현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애니메이션 ‘슈렉’에 나오는 털북숭이 주인공 슈렉이나 긴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파이널 판타지’의 여주인공 아키(Aki)를 머릿속에 그려보자.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털 혹은 머리카락은 매 장면마다 따로 계산되어 화면에 구현된다. 아키의 경우 머리카락 수가 최대 6만개까지 한 화면에 나왔다. 1초의 영화를 만드는 데 보통 15~20개 화면이 지나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각각의 움직임을 계산해 화면에 그려내는 작업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캐릭터들이 입는 옷이나 피부,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도 머리카락의 움직임을 그리는 것만큼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지난해 미 프로풋볼리그(NFL) 정상을 가리는 수퍼볼 경기를 TV로 지켜본 사람은 매트릭스를 관람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경기장 여러 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동시에 찍은 다양한 각도의 사진이 거의 실시간에 삼차원 모델을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한 대의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각도의 장면까지 동시에 보여준 이 기술은 숨겨진 엄청난 계산량을 고려할 때,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전 정도를 보여주는 쾌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자, 이제 캐릭터에 정신을 불어넣을 차례다. 수십만개의 삼각형을 이용해 만들어진 각각의 캐릭터가 어떤 성격과 취향을 가질 것이며, 매 장면에서 어떻게 움직여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할지 결정하는 단계이다. 지금까지 캐릭터들이 손동작부터 표정까지 작가가 써 준 그대로 움직이는 연기를 해왔다. 그러나 캐릭터에 인공 지능이 부여돼 스스로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다면, 캐릭터들은 자유로운 연기를 자유자재로 펼칠 것이다. 결국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영화감독이나 작가들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윤송이 (26) 박사는 매킨지 컨설팅 매니저, 인공지능(AI) 전공, 서울 과학고 2년 만에 졸업, KAIST(한국과학기술원) 수석 졸업, MIT 미디어랩(디지털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대학원)에서 3년6개월 만에 박사 학위 취득, 역대 한국인 최연소(24년2개월) 박사, 미국 컴퓨터 공학협회(ACM)가 수여하는 세계 최우수 학생 논문상 수상. ■매트릭스 / 카메라 120대 동시촬영… 학자들 연구대상 ■파이널 환타지 / 눈동자 등 사람처럼 생생한 캐릭터 ‘압권’ ...99년 개봉된 ‘매트릭스’는 놀라운 특수 효과로 SF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트릭스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극치를 보여준 특수 효과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주인공들의 열연과 홍콩 스타일의 통쾌한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다. 국내에서만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2000년 아카데미상 4개 부문(편집·음향·음향효과편집·시각효과)을 휩쓸었다.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는 총제작비 8000만달러 가운데 2000만달러를 특수효과 비용으로 투입해 자신들의 꿈을 영상으로 실현시켰다.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2199년. 컴퓨터는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뇌세포에 ‘1999년으로 살아가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입력한다. 현실 속의 인간은 온몸의 자양분을 컴퓨터에 빼앗긴 채 머리 속에서만 1999년을 살아간다. 주인공들은 컴퓨터에 구속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컴퓨터와 사투를 벌인다는 줄거리다. 120대의 카메라가 배우들을 둘러싸고 1초에 100프레임씩 1만2000프레임을 찍는 초고속 촬영 방식과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한 시각 효과가 탁월하다. 남자 주인공인 네오가 날아오는 총알을 잡고 건물 벽면을 질주하는 황당한 장면까지 진짜처럼 만들어냈다. 현재 속편이 제작 중이다. 지난해 개봉된 ‘파이널 환타지’는 전 세계적으로 3300만개가 팔려나간 비디오 게임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실제 사람에 가까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22개국에서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모였으며 10억달러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다. 특히 여주인공 아키의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빛나는 눈동자는 실제 사람처럼 생생하다.
<로보사피엔스 이야기>(26)노동자 로봇 : 전자신문 2002. 7. 12 : 10년 된 낡은 신문더미에서 과거 로봇기사를 뒤지다보면 낯익은 기사제목에 가끔 놀라게 된다. ‘삼성전자 무인청소로봇 개발’ ‘지능을 지닌 로봇 등장’ ‘꿈같은 로봇세상 현실로’. 시간이 있다면 한번 직접 찾아보시라. 첨단로봇의 개념조차 명확지 않던 시절이지만 당시 언론매체가 표현하던 로봇이 지배하는 미래세상의 모습은 주변 기술환경이 크게 달라진 현재의 상상력과 비교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시절에도 로봇관련 과학기사의 기본적인 논조는 한결같이 기술발전에 의한 노동해방, 로봇이 생산활동을 대신하는 ‘노동의 종말’을 예언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21세기가 되면 로봇이 청소와 빨래 등 온갖 허드렛일을 대신하고 직장에서 일자리까지 빼앗아갈 것이다. 로봇기술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적어도 현재까지 생산라인에서 노동자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로봇에 의한 노동해방이 실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0년이 지났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청소로봇을 개발중이고 인공지능을 구현했다는 휴먼로봇들은 아직 대학연구실에서 초보적인 문법체계를 익히느라 헤매고 있다. 그동안 로봇의 기술발전이 정체된 걸까. 아니면 로봇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너무 앞서간 것인가. 사실을 말하자면 지난 10년간 로봇산업은 급성장한 IT를 바탕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분야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도 대중의 기대치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꾸준한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공장생산라인에서 산업용로봇의 역할은 그다지 확대되지 못했고 가정주부들은 디지털화된 첨단 가전기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사노동이 고되다고 불평한다. 자동화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종말’은 그리 쉽게 오지 않을 듯하다. 우선 편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는 한도가 없기 때문에 자동화의 전후를 비교해서 개인이 느끼는 노동의 강도는 별반 차이가 없다. 쓸 만한 청소로봇이 나왔다고 해서 주부들이 스스로 가사일이 편해졌다고 인정할 성 싶은가. 로봇은 사람이 힘들고 귀찮은 일을 부분적으로 대신하는 노예일 뿐 인간이 노동으로 간주하는 업무영역(자동화로 인해 조금씩 줄겠지만)을 본질적으로 침범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노동자계층은 로봇자동화가 가져올 실업문제에 대해 필요 이상의 경계심을 갖고 있다. 자동화기술을 노동시장의 불안과 동일시하는 전망은 산업화 초기부터 있었다. 19세기 초반 기계화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직물공장에 들어가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운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기술적 진보와 이에 따른 리스크를 기꺼이 수용한 영국은 이후 한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했다.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로봇기술을 배척한다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일부 유럽국가에선 불과 반세기전까지 경운기, 트랙터조차도 농촌에서 일꾼들의 몫을 빼앗는 고약한 자동기계로 간주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로봇인간 “세상속으로”, 개발한 美과학자는 “사회밖으로” : 동아일보, 2002. 7. 12 박혜윤 기자 :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로봇을 만드는 것보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려운가. 뉴욕타임스 주말 매거진은 7일 지구상에서 가장 인간다운 인공지능(AI) 로봇 앨리스와 그 개발자 리처드 월리스(41·사진)를 소개하면서 “앨리스가 인터넷상에서 인간과 다름없는 대접을 받는 동안 월리스씨는 ‘추락’을 거듭했다”고 보도했다. 앨리스는 인터넷상에서 대화하는 프로그램으로 상대 네티즌이 사람으로 착각할 만큼 발달했다. 그러나 월리스씨는 정신병 진단을 받아 정부의 장애연금으로 연명하고 있다. 월리스씨는 90년대 초 뉴욕대 교수 시절 인간의 모든 일상대화는 제한된 문장으로 이뤄지며 따라서 미리 입력된 문장들로 반응하는 로봇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것은 인간의 대화가 창조적이고 복잡하다는 학계의 일반 전제를 뒤집는 것이었다. 그가 반발한 것은 학문에서만이 아니었다. 그는 학자들이 돈벌이가 된 연구활동, 연구비 유치를 위한 서류절차 등을 공공연히 비난하고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지 않거나 전부 A학점을 주는 등 돌출 행동을 일삼았다. 뉴욕대는 95년 그와의 재계약을 거부했다. 그는 6개월 만인 11월 앨리스를 만들어냈다. 이후 그는 몇 차례 대학과 로봇개발회사에 일자리를 얻었으나 매번 적응에 실패, 몇 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결국 두 차례의 자살기도와 대형교통사고 등을 겪으면서 마약과 술, 신경안정제에 빠져들었다. 월리스씨는 방에 틀어박혀 빌려온 컴퓨터로 앨리스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데 매달렸다. 앨리스는 4만여가지의 답변을 통해 일상대화의 95%까지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그는 2000년 앨리스로 AI 개발자들에게는 가장 권위 있는 뢰브너상에 도전해 1등을 차지했다. 2001년에도 우승은 그의 몫이었다. 드디어 그는 세상과 화해할 기회를 잡은 듯했다. 뉴욕대에서 그에게 찬사의 e메일을 보냈고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학(UCB) 켄 골드버그 교수도 학계 복귀를 종용했다. 그러나 월리스씨는 과거의 상처를 잊지 못하고 “썩어빠진 학계와 관료주의”라며 냉소와 조롱으로 일관했고 마침내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UCB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월리스씨는 이에 대해 세상과 학계가 나를 어떻게 따돌려 왔는지 증명된 셈이라며 이상하게도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그는 다량의 신경안정제로 견디면서 앨리스가 사람들과 인생이나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놓고 대화하는 것을 지켜볼 뿐”이라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인문사회]뇌-컴퓨터 결합 세계 정보망 좌우 ´뇌´ : 동아일보, 2002. 7. 12 유윤종 기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이것은 흔히 당신의 주인이라고 일컬어진다. 아니, 이것은 당신 그 자체일수도 있다. 당신의 매력적인 눈과 귀, 우아한 손과 다리는 이것의 명령을 따르는 ‘인터페이스(입출력장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비슷하게나마 그것을 보고 싶다면 두 주먹을 쥐고 마주 대보라. 거의 같은 크기에 모양마저 닮은 ‘주인’이 당신 머리 속에 들어있다. 그 이름은 번역된 책의 제목과 같다. 과학적 지식과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하며 대중적 인기를 누려온 ‘개미’ ‘타나토노트’의 작가 베르베르가 새로운 장편 소설을 내놓았다. 한국어판 번역자와의 대담에서 그는 밝히고 있다. 이전 장편인 ‘아버지들의 아버지’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우리는 누구인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우리의 ‘누구임’을 규명하기 위해 작가는 인간의 연산회로인 이 대칭형 분홍색 우주를 손에 들고 나온다. 소설은 긴밀한 인과 관계로 연결돼 있으면서 시간차를 지닌 세 가지 사건을 축으로 진행된다. 먼저 저명한 신경정신 의학자 사뮈엘 핀처. 수퍼컴퓨터 딥 블루 IV를 꺾고 세계 체스 챔피언이 되지만 그날밤 약혼자인 모델 나타샤와 잠자리를 함께하던 중 급사한다. 이어 장면은 교통사고로 신체 기능을 잃은 전직 은행가 마르탱에게로 옮겨간다. 차에 들이받힌 뒤 대부분의 감각과 운동능력을 상실하고 사고력과 시력, 청력의 일부만을 소유하게 된 그는 핀처 박사의 도움으로 컴퓨터와 연결되고, 급기야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의 정보망을 넘나들게 된다. 전작 ‘아버지들의 아버지’에 등장했던 미모의 주간지 과학부 기자 뤼크레스와 탐정 이지도르가 핀처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고 나서면서 독자의 추리력을 시험하는 갖가지 복선과 상징이 동원된다. 두뇌에 대한 최신 과학 지식이 말랑말랑,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되는 것은 물론, 자연지능과 인공지능을 가르는 차이는 무엇인가? 컴퓨터도 욕망을 가질 수 있는가? 웃음과 유머의 정체는 무엇인가? 등등 인지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숙고(熟考)의 메뉴도 제법 풍성하다. 꼬투리를 잡자면, 아이디어에 비해 ‘디테일’이 약한 베르베르의 결점이 이번 책에서도 자주 발견된다는 것. 문학적 완성도를 높이 사는 독자의 눈에만 띄는 약점이 아니다. 손바닥에 숨겼다가 한 장씩 꺼내놓을 수 있는 정보들을 한꺼번에 쏟아놓아 숨을 가쁘게 하거나, 이후 수십 페이지에 걸쳐 중요한 단서가 될 복선들을 성급히 내밀어 줄거리의 스텝이 엉키기도 한다. “나는 문체보다는 새로운 발상과 정보를 우위에 둔다. 약점을 보완하기보다는 장점을 강화하고 싶다”는 저자의 말로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삼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 베르베르는 최근 단편영화 ‘나전 여왕’을 감독, 영화계에 데뷔했다. “할 수만 있다면 ‘뇌’도 영화화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내가 직접 감독을 맡으면 더욱 좋겠다”고 그는 밝혔다. 아닌 게 아니라 세 개의 축으로 얽혀드는 긴박한 줄거리와 극적인 장면묘사는 영화화된 이 소설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주고 있다. 한국에 유독 고정팬이 많은 저자는 17일 내한, 1주일간 팬사인회와 인터뷰 등 새 책 홍보활동을 펼칠 예정. 원제는 ‘L’Ultime Secret(마지막 비밀)’로, 책속에서 이 용어는 인간의 쾌감을 관장하는 두뇌영역을 뜻한다.
검색엔진 '마술램프' : 전자신문, 2002. 7. 8 정소영 : 97년 네이버와 엠파스가 자연어 검색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새 바람을 몰고 왔던 때와도 다르다. 2000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열어본 페이지를 먼저 보여주는 인공지능형 서비스를 선보였던 구글도 옛말이다....NHN (대표 이해진 김범수 http://www.naver.com)이 제공하는 웹검색엔진 넥서치 시그마는 질문의 의도를 다시 되물어 정확한 정보를 찾아주는 이색기능을 갖고 있다. 또 검색 결과에 웹페이지 링크 인기도를 반영해 인기가 높은 순위에 따라 검색결과를 보여줘 정확도가 뛰어나다. 엠파스(대표 박석봉 http://www.empas.com)의 엠파스XP는 부정어 검색, 특정어 제외, 선택 검색 등 매우 세분화된 맞춤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개인별 환경설정 기능을 통해 페이지를 어떤 창에서 보여줄지와 검색목록 저장여부 및 한글입력 설정까지 가능하게 한다. 소프트와이즈(대표 김완혁 http://www.softwise.co.kr)는 검색범위를 좁혀 쓸데없는 검색 결과를 대폭 줄여주는 검색분야 추천서비스 ‘이지쿼리’를 지난 봄에 선보였다. 사용자가 지나치게 넓게 설정한 검색 범위를 특정 분야로 한정할 수 있도록 이끌어줌으로써 검색의 비효율성을 대폭 줄였다는 평가다. 앤써러(대표 이남 http://www.answerer.co.kr)는 검색어를 질문형태로 입력하면 사람이 말하듯 답변해주는 인공지능형 검색으로 눈길을 모은다. ‘스탈린의 사망일은?’이라는 질문을 입력하면 ‘스탈린의 사망일은 1953년 3월 5입니다’란 답을 보여주고 관련 사이트도 함께 보여준다. 아르고스21(대표 정우성 http://www.argos21.co.kr)은 한글 자판을 영어로 잘못 입력해도 한글로 인식해 검색해준다. 이 회사는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구문분석(Syntax Analysis)에 의거해 자연어 검색엔진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음운 및 파형 법칙을 응용해 음성으로 검색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CCR(대표 윤석호 http://www.x2search.com)가 선보인 비주얼 검색엔진 ‘X2서치’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텍스트는 물론 해당사이트의 초기화면까지 한꺼번에 보여준다. 텍스트 검색에 비주얼적 요소까지 결합해 검색작업을 더욱 다이내믹하게 해주고 있다...
"로봇이 혼자서 말을 배운다고?" : 전자신문, 2002. 7. 1 박공식 기자 : 파리에 있는 소니컴퓨터과학연구소의 룩 스틸스 인공지능 전문가는 “로봇 인간과의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이런 로봇에게 말을 가르치는 일은 매우 힘들고 진척속도도 더디다. 매릴랜드 볼티모어 대학의 팀 오이츠 로봇 공학자도 “그것은 말과 언어를 모르는 외국에서 말의 뜻은커녕 단어의 처음과 끝자리도 분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빗댔다.....과학자들은 로봇에게 언어를 가르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로봇이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대신 스스로 말과 문법 구조를 만들어 내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로봇에 말을 가르치는 한가지 방법은 부모가 아이에게 말을 가르칠 때 하는 것처럼 단어와 물체를 연관시키는 방법이다. 장난감이나 봉제완구를 로봇에게 보여주며 그 이름을 말해 로봇이 이를 기억하도록 만드는 기법이다. 룩 스틸스는 이 방법을 이용해 소니의 로봇 애완견 ‘아이보 (AIBO)’에게 말을 가르치고 있다. 이 작은 로봇은 눈(비디오 카메라)과 귀(마이크로폰), 음성박스, 인간의 말을 인식하고 발음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 아이보는 ‘보라, 들어라, 이것이 무엇이냐?, 좋다, 예, 아니오’ 등 몇가지 단어를 인식하도록 사전에 프로그램화돼 있다. 스틸스가 인터넷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형적인 아이보 학습 과정은 간단하다. 우선 아이보 앞에 놓인 테이블 위에 붉은 공, 스마일리라는 노란 인형, 푸치라는 장난감 개가 놓여 있다. 아이보는 스마일리와 푸치 이름을 알고 있으나 ‘공’이라는 단어는 모른다. 교사가 볼을 가르키면서 말한다. 로봇이 대답하기 위해 두개의 상이한 전자적 패턴을 연결시켜야만 했다. 하나는 로봇 귀로 들어온 음파이고 다른 하나는 눈으로 들어온 광파로 둘이 연결돼 ‘공’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게 된다. 볼티모어대학의 팀 오이츠는 이처럼 사람이 로봇에 직접 말을 가르치는 대신 로봇이 사람이 하는 행동과 말을 보고 스스로 말을 배우게 만드는 기법을 시험중이다. 예를 들어 오이츠 교수가 여러가지 모양의 컬러 블록 조합을 만들면 조수가 간단한 문장으로 그가 하는 행동을 표현한다. 로봇은 이를 눈으로 보고 듣는다. 로봇이 같은 장면을 표현하는 말을 반복해서 50차례 정도 듣게 되면 특정 물체와 특정 음향 패턴을 연관시킬 수 있게 돼 이를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했다가 반복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 관여하지 않고 두 로봇끼리 서로 말을 가르치는 길도 있는데 스틸스 전문가는 이 방법을 ‘무감독 학습’이라고 명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