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borg

 

다음은 매일경제신문 2002.03.14 기사이다.

30년 후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겨우 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진화’를 논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 하지만 기계·전자공학의 발달은 우리 직계 후손의 몸을 새로운 형태로 ‘진화’ 하게 할지 모른다. SF영화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사이보그 (cyborg) 다.

사실 사이보그는 1950년대 의학자들이 창안한 개념으로,‘사이버네틱 오거니즘’(cybernetic organism) 의 약자다. 인간의 신체를 인공장기로 대체해 외계와 같이 가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만든다는 공상과학적 상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신체 일부를 인공장기로 대체하는 개념까지 포함한다. 인공심장, 인공뼈, 의안, 의수를 장착한 환자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이 ‘기계와의 적극적인 대화’ 를 위해 스스로 사이보그가 된 경우가 있다.

2001년 12월 19일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 뉴저지의 한 외과의사가 개인정보를 담을 수 있는 초소형 컴퓨터칩 을 자신의 팔과 엉덩이에 부착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 칩은 최근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에게 이식하고 있는 인식칩과 유사하게 작동한다. 칩을 휴대형 리더기로 스캔하면 두 문단 정도의 데이터를 포함하는 신호가 발산된다. 이름이나 전화번호와 같은 개인 정보를 담고 있는 신호다.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생체인식칩이 새롭게 등장 한 셈이다.

응용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자신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나 노인에게 생체인식 칩을 이식하면 미아 방지와 신원 확인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공항이나 교도소와 같이 보안 유지가 필요한 기관에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생체인식칩을 개발한 미국 플로리다의 어플라이드 디지털 솔루션 (ADS) 사의 말처럼 이 제품은 시장과 수요자의 판단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과학자가 자신의 몸에 칩을 이식해 스스로 사이보그가 된 사례("Implant Experiments")는 1998년 영국 레딩대 사이버네틱스 학과 의 케빈 워윅 (Kevin Warwick) 교수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자신의 신체에 전파교신기가 내장된 컴퓨터칩을 이식했다. 워윅 교수가 연구실 건물로 들어서면 팔에 있는 칩의 신호를 건물 관리 컴퓨터가 인식해 문을 열고 연구실의 모든 전원을 알아서 켠다. 워윅 교수는 이 칩을 아내의 팔에도 이식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상대방이 느끼는 감촉과 더불어 감정까지 알 수 있게 한다는 ‘야심찬’ 계획 도 세우고 있다. 그는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높은 곳에 가면 손이 떨린다고 한다. 이 때 손가락의 떨림은 신경을 통해 칩에 전달되고, 이 신호가 인터넷을 통해 멀리 있는 아내에게 전해진다. 그 결과 아내는 텔레파시를 하는 것처럼 남편이 처한 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윅 교수의 이 실험은 운동 장애를 가진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만일 칩과 신경계가 완벽하게 연결되면 손발이 없는 사람이 로봇 손발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워윅 교수가 이런 실험을 감행하는 이유는 다소 황당한 면이 있다. 그는 머지않아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가 출현해 인간을 지배할지 모른다고 내다본다. 바로 이 경우를 대비해 인간이 기계를 능가하는 방향으로 진보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즉 인간이 새로운 감각기관과 운동능력으로 무장해야 앞으로도 기계에 대해 지배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원 확인의 차원이든 기계 지배의 목적이든 사이보그화한 인간이 늘어 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인 듯하다. 그렇다면 두뇌를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위가 컴퓨터칩으로 치장된 ‘신인류’가 언젠가는 등장하지 않을까...................

 

지난 5월 10일, 세계 최초의 사이보그 가족이 탄생하였다. 개인 신상 정보를 담은 컴퓨터 칩을 체내에 삽입한 첫 ‘사이보그’가족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탄생하였다. 플로리다주의 제이콥스 가족 3명은 이날 각자의 신원과 병력을 기록한 쌀알 크기의 베리칩을 팔의 피부 밑에 집어넣었다. 베리칩은 특별히 고안된 판독기로 스캔하면 칩을 가진 사람의 신상 정보와 의학적 상태를 알려 주는 관련 정보를 담고 있다. 따라서 베리칩이 이식되어 있으면 응급 상황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신원과 집 전화번호, 병력 등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

사이보그 가족의 가장인 48세의 제프는 암 병력이 있으며, 교통 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다. 또 퇴행성 척추 질환, 만성 안질환 등의 후유증으로 10가지 종류의 약에 의존해 살고 있는 중환자이다. 이러한 제프의 위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가족 모두가 칩 삽입을 자청하였다.

베리칩 (VeriChip)은 하이테크 업체인 Applied Digital 가 개발하였다. 판독기가 베리칩을 스캔하면 코드를 전송하는 무선 신호를 내보내고, 이 코드는 환자의 신상 정보와 의학 기록을 담은 데이터베이스에도 연결될 수 있다. 칩의 삽입 비용은 200달러선이고, 칩을 판독할 스캐너의 가격은 1000~3000달러 정도다.

개발 업체인 ADS는 아직은 이 칩이 대중화되지 않아 환자 스스로가 응급실 의료진에게 칩이 이식돼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지만, 앞으로 칩이 대중화되면 의료진이 알아서 칩을 판독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또 베리칩을 지구 위치 추적 위성과 접목시키면 미아를 찾는 등 개인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전하였다.

그러나 사생활 보호 단체들은 베리칩이 앞으로 의무화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였다. 일부 기독교 단체들은 이 칩이 성서에 나오는 ‘악마의 표지’를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