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논리학 : 머리말
기호논리학 : 소광희 지음, 경문사, 1985, 머리말
논리학 (logic) 은 예로부터 사고규칙의 학이라 일컬어져 오고 있다. 그리하여 논리학은 대상에 관계없이 사고의 필연적 규칙, 즉 그 규칙없이는 사고가 불가능한 그런 규칙을 연구하는 학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 규칙을 Kanon (규준) 이라 한다. 이것은 논리학의 원리론을 이룬다.
다른 한편으로 또 논리학은 대상일반에 관해 올바로 사고하는 규칙으로 간주되어 오고 있다. 논리학의 이 측면을 가리켜서 Aristoteles는 Organon (도구, 기관) 이라 하고, Kant 는 학의 예비학 (Prodädeutik) 이라 한다. 논리학은 예비학으로서는 諸學에 앞서서 연구되어야 하나, 실지에 있어서는 이미 알고 있는 대상에 관한 지식을 학적 지식으로 정화할 때 요구되는 것이므로, 즉 학의 체계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므로 인간의 사고의 진행으로 보면 마지막에 오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논리학이 방법론 (methodology) 임을 의미한다.
이리하여 논리학은 사고의 규준으로서 그리고 학의 도구로서 아득한 옛날부터 연구되어 왔거니와, 현실적으로는 논리학은 일상적 사고의 합리화와 명석화의 훈련을 위해서도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Kant 는 논리학의 이 역할을 상식의 정화제 (cin Kathartikon des gemeinen Verstandes) 라 한다. 특히 현대의 기호논리학 (symbolic logic) 은 여기에 기여하는 바 크다.
기호논리학은 Aristoteles 로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전통적 논리학을 대폭 수정보완하고 기호적 표현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대의 논리학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기호논리학은 Aristoteles 가 세운 뒤 2천 수백년 동안 부분적 보수와 증축·감축에 그쳐 거의 그 이상 개선될 전망이 없는 낡은 건물을 허물고, Leibniz 에 뒤따라 속출한 여러 철학자, 수학자들이 협력해서 옛 기초 위에 새로 현대적 시설을 갖춰 세운 학문의 도장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리학은 본질적으로 사고규칙에 관한 형식적 연구이기 때문에 사고의 내용에 관해서는 발언하지 못한다. 그것에 관한 연구는 다름아닌 인식론(epistemology)의 소관사다. 예컨대
물체가 열을 받으면 더워진다.
모든 변화는 원인을 갖는다.
등의 명제가 도대체 어떤 종류의 명제이며, 이 명제는 무엇을 근거로 해서 성립되고(인식의 근원) 어떻게 타당성을 갖는가, 인식주관과 대상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감성과 오성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관계하는가 등등 요컨대 인식의 근원과 한계와 타당성 등 내용의 문제는 이미 형식논리의 영역을 벗어난 인식론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형식논리의 한계를 본다.
사고를 언어로 표현한 것을 언표라 하고, 그 언표가 일정한 진리값을 가질 때 이것을 명제라 한다. 사고의 연결은 명제의 연결이기도 하다. 명제의 연결을 추론이라 하는데, 추론에는 연역추론과 귀납추론이 있다. 연역추론이 논리적 필연성을 보증하는데 반하여 귀납추론은 개연성을 보여줄 뿐이요, 현대에 있어서는 귀납추론은 거의 확률론에 수렴되고 있다. 그리하여 형식논리 특히 기호논리는 논리적 필연성을 찾아 연역추론을 주된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책에서도 연역추론만 취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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