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생성문법의 이론 : 서론
(Syntactic Structures : Introduction)
변형-생성문법의 이론 : Noam Chomsky, 이승환.이혜숙 공역, 범한서적주식회사, 1966 (원서 : Syntactic Structures, Mouton & co, 1956), Page 6~16
역자 서문
관찰된 언어 자료가 언어학 이론의 유일한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구조주의 (structuralism) 가 주류를 이루었던 1920-50 년대의 미국내의 언어학은 Chomsky 교수의 Syntactic Structures (1957) 가 나옴으로써 비판과 도전을 받게 되었다. 18-19 세기의 경험주의 (empiricism) 에 근거를 둔 언어학적 방법론에 대한 17 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Decartes 적인 (Cartesian) 이성주의 (rationalism) 에 입각한 언어학 이론의 도전이라고 하겠다. 언어의 본질은 전적으로 행동주의적인 "학습" 을 통하여 얻는 것이냐 또는 인간은 "선천내재적" 인 언어능력 (linguistic competence) 을 지니고 있는 것이냐 하는 양극의 대립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제 아무리 심대한 언어자료를 수집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으로 언어현상을 나열해 놓는 것에 불과한 결과만을 얻는 것이라면 창조적 특성 (creative aspect) 을 지닌 언어의 무한성 (infiniteness) 을 설명할 수 없으며, 이러한 방법으로는 문법 또는 언어학이론 자체가 무한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조작상의 모순에 빠지고 만다. 더 나아가서는 언어의 표면구조 (surface structure) 와 내면구조 (deep structure) 를 언어학이론에 구현시키지 않고는 의미구조 (semantic structure) 의 이해가 무모한 순환론을 피할 길이 없다고 변형-생성론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또한 표면구조에만 집착하는 구조주의는 "flying planes can be dangerous" 라는 문장이 "flying planes are dangerous" 와 "flying planes is dangerous" 의 두가지로 이해된다는 사실을 설명할 길이 없으며, 표면구조가 동일한 "She is easy to please" 와 "She is eager to please" 또한 "I persuaded John to leave" 와 "I expected John to leave" 가 영어를 쓰는 사람에게 별개의 문장으로 이해된다는 언어현상을 해명할 길도 없다. 궁극적으로는 언어학이론이 개별언어의 개별문법 (particular grammar) 에 머무는 한 언어의 본질을 적절히 기술하고 설명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며 언어학적 전칭명제 (linguistic universals) 에 기초를 둔 언어학일반이론 (linguistic general theory) 을 추구해야 한다는 과제를 변형-생성이론이 제시하고 있다.
1957 년에 출판된 Syntactic Structures 를 10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번역을 한다는 것이 시대착오같은 느낌을 갖게 하지만, Syntactic Structures 가 변형-생성이론의 초석이 된다는 재인식과 지난 10 년 동안의 이론과 구체적인 방법론의 발달이 언제나 Syntactic Structures 에서 논의된 논지를 이어 나간 것이라는 사실과 Syntactic Structures 이외의 변형-생성이론에 대한 문헌을 이해하려면 부득이 Syntactic Structures 를 이해해야 한다는 불가결한 문헌이기에 이것을 번역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과거 10 년동안 변형-생성이론의 발전 내용을 보일 수 있을까 하는 의도에서 뒤에 보충문헌을 실었다.
전통적 문법 (traditional grammar) 과 구조주의 언어학의 방법론에 익숙한 독자들이 <변형-생성문법의 이론 (Syntactic Structures)> 을 읽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뒤에 「역자주해」를 마련하였다. 역자주해 에서 그때마다 참고가 되리라는 문헌들을 소개하려고 노력하였다. 영어원문에 나오는 각주 번호는 그대로 1, 2, 3 ... 을 사용하였고 역자주해는 a, b, c 로 표시하였다.
번역을 하는 동안 우리나라 말의 용어를 선택하고 만들어 내는데 퍽 곤란을 겪었다. "transformation" 을 변형-생성이라고 결정하기까지 에는 수차의 수정을 거쳐야 했다. 결국, "transformational-generative (grammar)" 에 충실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이를 "변형-생성(문법)" 으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서문의 역자주해 c 를 참조하라). 이 밖에도 번역에 사용된 용어 가운데는 적지 않은 수의 새롭고 생소한 우리나라 말의 용어가 있다. 이러한 용어를 위하여 독자들이 때때로 추고 할 만한 참고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역자의 도리인 것 같이 생각되어 보충문헌 뒤에 번역용어를 한-영 과 영-한 의 두 형식으로 수록하였다. 어기에 모은 용어는 변형-생성이론에 필요한 것을 총 망라한 것은 아니다. 번역문과 역자주해 에서 사용된 용어에서 기본적인 것을 수록했을 뿐이다.
번역의 원문은 Syntactic Structures 의 1964 년에 출판된 제 4 판을 사용하였다. 번역문 뒤에 첨가한 원문은 1964 년도의 원문에서 철자상의 오자 몇 곳을 수정한 것 이외에는 원문과 페이지 (pagination) 에 이르기까지 동일하다.
끝으로 Syntactic Structures 의 번역을 허락하여 주신 Chomsky 교수와 출판사 Mouton & Co. 에 사의를 표한다. 특히 여러 차례에 걸쳐서 서신으로 지도와 격려를 하여 주신 Chomsky 교수에게 충심의 사의를 전하고 싶다.
지난해부터 그동안 1 년여를 열심히 Seminar Group 을 이끌어 오면서 번역에 조언하여준 김남길, 조철현, 임상순, 손한, 서원임, 정경숙 의 여러 대학원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더욱이 지난 여름 더위를 무릅쓰고 초고를 정리하느라고 애를 쓴 서원임에게 금년 한 여름 도서관의 더위가 어떠했느냐고 새삼 물어보고 싶다.
이 역서의 출판을 가능하게 하여 주신 범한서적주식회사의 김윤선님과 김태선님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1966 년 9 월 역자
서 문
본 연구는 (의미론과 대립되는) 광의의 통사론구조와 (음운론이나 형태론과 대립되는) 협의의 통사론구조를 다루었다. 이것은 언어구조에 대한 형식화된 일반논리 (formalized general theory) 을 수립하고 또한 이러한 이론의 기반을 확립하려는 시도의 일부를 이룬다. 언어의 형식화를 탐구하려는 것은 논리적 치밀성에 관심을 갖는다던가 잘 수립된 언어분석의 기성방법을 세련시키려는 욕망보다 훨씬 더 중요한 동기에 기인한다. 언어구조에 대하여 정밀한 모형을 구성하는 일은 소극적인 면에서나 적극적인 면에서 발견과정 (process of discovery or discovery procedure) 을 위하여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부적당할 지라고 정밀하게 형식화된 방법이라면, 이것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에까지 밀고 나가면 그 부적당성의 정확한 원인을 밝힐 수 있다. 나아가서는, 형식화된 이론은 명백히 대상이 되었던 문제보다 더 많은 문제들을 자동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애매하고 직관 (intuition) 에 매인 관념은 불합리한 결론을 이끌어 내지도 못하거니와 새롭고 정확한 결론도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것은 두가지 중요한 면에서 사용가치가 없다. 언어학 이론을 정밀.전문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의 가치를 의심하는 언어학자 중에는 제안된 이론을 준엄하게 기술하고, 특수한 조정이나 허술한 형식화로 인하여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조차 피하려고 하지 않고 이것을 언어자료에 엄격하게 적용하는데서 얻는 생산적 잠재력 (productive potential) 을 인식하지 못하는 학자가 있는 것 같다. 이하 이 책자에 보고 된 결과는 이러한 이론수립 과정을 조직적으로 따르려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다. 비공식적인 (informality) 내용전개로 인하여 이러한 사실이 흐려질까 우려되어 이 점을 강조하여 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언어구조에 대한 세가지 모형 (model) 을 연구하고 그 한계 (limitation) 을 규정해 보겠다. 언어에 대한 매우 간단한 특종의 통신이론 모형 (communication theoretic model) 과 일반적으로 직접 성분분석 (immediate constituent analysis) 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것을 통합하는 더 강력한 모형마저 문법기술의 목적을 적절하게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보겠다. 이 두가지 모형을 연구하고 응용해 보면 언어구조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명확하게 되고 언어학이론의 몇 가지 결함을 밝힐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능동문과 피동문 간의 관계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 등이다. 세 번째 모형으로써 직접성분 모형보다 몇 가지 중요한 점에서 더 강력하고 위에 말한 관계를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언어구조에 대한 변형-생성 모형 (transformational model) 을 전개하겠다. 변형-생성이론을 세밀하게 형식화하고 이것을 자유롭게 영어에 적용하여 보면, 명백히 대상이 되었던 영역을 넘어서 광범위한 현상에 대해서도 많은 통찰력을 얻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약하면, 형식화된 이론 (또는 방법) 은 사실상 전술한 바와 같은 소극적이고 적극적인 공헌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본 연구기간중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차례에 걸친 Zellig S. Harris 와의 긴 시간의 토의가 도움이 되었다. 본 책자의 내용과 이와 관련된 연구에 그분의 의견과 제의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일일이 이것을 명시하지 않았다. 변형-생성구조에 대한 Harris 의 이론은 본 책자에서 다룬 것과는 다소 그 관점을 달리하고 있으며, 참고문헌 (p.115) 의 항목 15, 16, 19 의 논문에서 취급되고 있다. 본 연구과정은 Harris 의 경우만큼 뚜렷하지는 않으나 Nelson Goodman 과 W. V. Quine 의 업적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본 연구의 대부분의 자료를 Morris Halle 와 충분히 토의하였고 그 분의 비판과 제의가 크게 도움이 되었다. Eric Lenneberg, Israel Scheffer, 그리고 Yehoshua Bar-Hillel 제씨가 초고를 교정하여 주었고 내용과 체제에 대하여 가치있는 많은 비판과 조언을 해 주었다.
변형-생성이론에 관한 연구와 본 책자에서는 간단히 약술하는데 그쳤지만 본 연구에서 대부분의 토의의 기초가 되고 있는 영어의 변형-생성구조에 관한 연구는 필자가 Harvard 대학교의 학술원 회원으로 있었던 1951 년부터 55 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다. 필자에게 자유로이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Harvard 학술원에 대하여 사의를 표한다.
본 연구는 부분적으로 미육군 (통신대), 미공군 (항공연구발전사령부의 과학연구소), 미해군 (해군연구소) 의 도움을 받았으며, 한편으로는 미국과학재단과 Eastman Kodak 회사의 도움을 받았다.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노암ㆍ챰스키
Department of Modern Language and Noam Chomsky
Research Laboratory of Electronics,
Cambridge, Mass
1956 년 8 월 1 일
1. 서론
개별언어의 문장형성과정과 그 원리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것이 통사론 (syntax) 이다. 언어가 주어졌을 때 그 언어의 문장을 생성하는 특종의 방안이 되는 문법을 만드는 것이 통사론 연구의 목적이 된다. 좀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언어학자들은 모름지기 성공적인 문법들의 근본적인 기조를 이루는 속성을 결정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연구의 궁극적인 결과는 언어구조에 대한 이론이 되고, 그 이론은 개별언어에 언급됨이 없이 개별문법에 사용되는 기술방안을 제시하고 그 기술방안을 추상적 개념으로 연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이루어진 이론의 한가지 기능은 각 언어의 문장자료가 주어졌을 때 그 언어에 해당하는 문법을 선택하는 일반성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된다.
언어학이론의 중심개념은 언어학적 계층 (linguistic level) 의 개념이다. 음운론, 형태론, 구절구성 등으로 불리 우는 언어학적 계층은 본질적으로 문법구성에 필요한 기술방안의 한 집합 (set) 이며, 언어표현 (utterance) 의 기술방법을 이루고 있다. 이 이론에 포함된 언어학적 계층에 대응하는 문법형을 준엄하고 정밀하게 전개하였을 때 그 형식으로 자연언어 (natural language) 를 위한 간결하고 계시적인 문법을 만들 수 있는가의 가능성을 연구해 봄으로써 언어학이론의 적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이론전개과정을 따라서 언어구조에 대한 몇 가지 양상이 다른 개념을 살펴보고 또한 복잡성이 증가하는 일련의 언어학적 계층은 문법기술에 나타나는 강력도와 상응한다는 것을 살펴보겠다. 특히 영어에 있어서 그러함을 알 수 있듯이 언어학이론은 반드시 최소한 세가지의 계층을 가져야만 만족스러운 문법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사실도 살펴보겠다. 끝으로 언어구조에 대한 이렇게 순수한 형식적 연구가 의미론 연구에 대한 흥미있는 함축성을 갖는다는 것을 제시하겠다. (주석 : 본 책자에 보고된 연구의 특수방향에 대한 동기는 후에 §6 에서 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