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계에서 데넷의 위치

 

 Andrew Brook and Don Ross

다니엘 데넷 : Andrew Brook. Don Ross 지음, 석봉래 옮김, 몸과 마음, 2002 (원서 : Daniel Dennett,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1), page 11~23

1. 데넷의 인생과 저술

지난 30 년 동안 다니엘 클레먼트 데넷은 인간지향성, 행위, 의식 (그리고 그 현상과 구조 및 의식의 신경과학), 발달심리학, 인지동물행동학, 인공지능, 그리고 진화론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글에서 우리는 먼저 데넷의 영향을 연대순으로 개관한 후 20 세기 후반 지성사에서 데넷이 차지하는 위치에서 그의 철학의 전체적 구도를 구성해보고자 한다. 데넷은 과거 50 년을 돌이켜볼 때 가장 중요했던 인지혁명이라는 이론적 혁명에 중심적 역할을 했다. 이 혁명은 단순한 경험론을 무너뜨리고 풍부한 인지적 자원들과 진화의 역사를 통해 인간 행위를 해석하는 견해를 정립했다. 데넷은 이 혁명에 지금까지 35년 동안 가담했다.

최근 데넷의 작업을 다루는 다수의 논문집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것들과는 다르다. 우리는 학문적 철학 외의 분야에 끼친 데넷의 영향에 관심이 많다. 이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우리는 데넷이 영향을 미친 각 분야의 전문가 (발달심리학의 사이먼 배런-코헨 (Simon Baron-Cohen), 인지동물행동학의 로버트 세이파스 (Robert Seyfarth) 와 도로시 치니 (Dorothy L. Cheney), 인공지능의 요릭 윌크스 (Yorick Wilks), 혹은 철학적 훈련을 받았지만 철학 이외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이들 (알파벳 순서로, 신경과학의 캐슬린 에이킨스 (Kathleen Akins), 인지과학의 앤드루 브룩 (Andrew Brook), 인지과학의 앤디 클라크 (Andy Clark), 신경과학의 폴 처치랜드 (Paul Churchland), 경제학과 진화론의 돈 로스 (Don Ross)) 을 한 팀으로 모았다. 우리는 독자들뿐만 아니라 이 책의 기고가들을 위해서 이 서론을 썼다. 각 기고가들은 자신의 분야에 가장 관련 있는 데넷의 작업을 요약하기보다는, 모든 이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하나의 공동적 조망을 제시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기고가들은 자신의 원고를 준비할 때 이 조망을 참고했다. 따라서 각 원고는 이 서론과 함께 읽혀야 한다.

데넷은 미국 실용주의에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레바논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그의 부친은 그곳에서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일을 했다) 태어났고 옥스퍼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경험 많은 세계 여행가였으며 (그가 자랑스럽게 말했듯이 대학원 과정이 있는 캐나다의 모든 대학교들을 포함하여) 서구 세계의 주요 대학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쳤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스승이자 20 세기 미국 철학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끼친 윌라드 반 오만 콰인 (Willard van Orman Quine) 에 격렬하게 반발했다 (나중에 콰인의 입장에 대해 동정적인 견해를 가졌다. Dennett, 1998, p. 357). 옥스퍼드에서의 박사 연구는 당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옥스퍼드 철학자인 길버트 라일 (Gilbert Ryle) 의 지도하에 이루어졌다. 데넷은 1965년 매우 짧은 기간인 2 년만에 박사학위를 받는다.

데넷의 인생은 그의 저술이 화려하고 영향력 있는 것과는 반대로 안정적이고 차분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분교에 잠시 머문 후, 보스턴 근교 메드포드에 있는 터프츠 대학교에 줄곧 머물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결혼한 이래 계속 한 사람과 결혼 생활을 하고 있으며 장성한 두 자식을 두고 있다. 그는 메인주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데넷은 흙에서 일할 때 최고의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Douglas Hofstadter) 는 이것을 '틸로소피 (tillosophy)' 라고 한다). 그는 항해 전문가이며 완성된 드럼 연주가이자 합창단 성악가이다. 베스트셀러 수준의 선인세를 받는 몇 안되는 철학자 중 한 사람이다. 데넷은 한때 자신을 미국시민자유연맹의 자유주의자라고 했다.

데넷은 학생들에게 잘해주기로 유명하다. 점차 유명세를 더해가는 소장 철학자, 심리학자 그리고 심지어는 의학박사들의 작은 그룹들이 박사 연구원이나 방문자로서 터프츠 대학교에서 그가 운영하는 인지과학연구소를 거쳐갔다. 데넷은 많은 연구자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지만 정작 '데넷주의자' 는 거의 없다. 많은 세계적 수준의 지성인과는 달리 데넷은 제자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이전에 그의 학생이었던 사람들은 완전히 독립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다.

데넷은 뛰어난 철학적 농담가이다. 그는 각 철학자들의 저술에 따라 (또는 적어도 저술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철학자 이름을 '정의' 하는 『철학자 사전 (The Philosopher's Lexicon)』 (1987d) 의 주요 발제자이다. '데넷' 이라는 수록어는 (데넷이 등재한 것이 아님)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Dennett, 동사. 성을 정의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다 ; Dennettation, 명사. 성의 의미. '모든 성은 마이농 (meinong) 과 데넷테이션 양자를 가지고 있다'."

데넷의 기여는 수없이 많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검토되지 않은 정통 견해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런 도전의 한 가지 특징적 방식은 그가 직관 펌프라고 부르는 편안한 가정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여기 한 예가 있다. 무심결에 대부분 사람은 어떤 맛과, 그 맛에 우리가 반응 (즐겁게, 무관심하게, 역겹게 등) 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체이스 씨와 샌본 씨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체이스와 샌본은 모두 어떤 종류의 커피를 좋아했다. 최근 그 커피는 매력이 없어졌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이유는 매우 다르다. 체이스 : "커피 맛은 바뀌지 않았다. 단지 내가 그 맛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 샌본 : "아니야, 당신이 틀렸어. 나는 그 맛을 여전히 좋아해. 문제는 커피가 더 이상 그런 맛을 내지 않는다는 데 있어." (Dennett, 1988a 에서 인용)

우리는 "어떤 맛이 나는가와 내가 얼마나 그 맛을 좋아하는가 사이의 구분은 진정한 차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고 스스로에게 말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심을 일반화하려 한다. "여기서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다른 심리상태들은 어떠한가?" 이리하여 우리는 분명히 구분되는 심리상태들이 존재하는 장소로서, 마음을 이해하는 전통적 철학 개념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데넷은 단순히 철학적인 잔소리꾼이 아니다. 해결되지 않은 직관 펌프, 거북한 수사적 질문 등은 단지 우상 파괴의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우상 파괴를 위해 사용되지만). 데넷은 그의 첫 저술에서 분명하게 제시된 열정적, 독창적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심오한 철학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저술은 라일과 함께 한 작업에서 발전한 『내용과 의식 (Content and Consciousness)』(1969) 이다. '내용' 과 '의식' 이라는 두 단어는 데넷의 사명을 대부분 축약한다. '내용' 은 마음의 내용을 말한다. 즉 인지적으로 정상적인 인간 존재의 정신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믿음, 욕구, 가치, 감정, 희망, 예상, 기억 등을 말한다. '의식' 은 물론 우리 세계, 우리 심리 내용,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한 의식을 말한다.

데넷의 견해에 따르면 이 주제를 다룰 올바른 순서는 내용이 먼저이고 다음이 의식이다 (이 책의 논문들은 역순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왜 그런지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극히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는 1970 년대와 1980 년대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의식 문제의 논의를 제외하고는) 내용 문제에 전념했으며, 1990 년대에는 (몇 가지 내용에 관한 중요한 추가 작업을 제외하고는) 의식 문제에 전념했다. 오직 이 두 가지 주제만을 언급하는 것은 데넷의 기여를 협소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의식에 대한 그의 연구는 그가 의식의 진화 방식, (다중인격장애라고도 불리는) 분열성 자아장애와 같은 의식의 병, 심리상태의 기능과 그것이 느껴지는 방식 ('감각질 (qualia)' 또는 느낌이라고 철학자들이 다소 이상하게 부르는 것) 사이에 진정한 차이가 존재하는지의 여부, '자아' 라는 것의 정체, 의식연구 방법, 의식을 인지체계로 모델화하는 방법, 내성의 본성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심리상태에 대해 갖는 의식), 의식의 신경적 실체화 등 우리가 관련해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연구하도록 인도했다. 또한 그의 영향은 이 모든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이에게 전해졌다.

내용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심리 내용에 관한 그의 작업은 인공내용 (artificial content), 내용의 진화, 내용이 환경과 두뇌 (신경과학) 에 대해 갖는 관계,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갖는 내용 (인지동물행동학), 심리학과 과학 일반에서의 설명의 본성, 내용의 표상 방식과 정신 표상의 여러 다른 스타일, 표상이 두뇌에 대해 갖는 관계, 우리가 정신 내용을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부여하는 방식 등 마음과 마음의 진화 방식 그리고 세계 내에서 마음이 차지하는 위치에 관한 연구에서 현재 활발히 논의되는 모든 문제들에 관해 질문하게 한다.

우리가 논의했듯이 그의 첫 주요 저서는 『내용과 의식』이며, 이 글의 두 번째 부분에서 주로 논의될 것이다. 다음 저서는 1970 년대에 저술된 논문 모음집인 『두뇌회전 (Brainstorms)』이다. 이 책은 심리 내용에 관한 매우 흥미 있는 논문을 (그리고 의식의 특징에 관한 네 편의 논문을) 모아놓았을 뿐 아니라 아주 특별한 출판 기업, 즉 브래퍼드 북스 (Bradford Books) 가 설립되도록 했다. 해리 스탠턴 (Harry Stanton) 과 베티 (Betty) 스탠턴에 의해 창간되어 메사추세츠 출판사에 흡수된 브래퍼드 북스는 영어권의 심리철학과 인지과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출판사가 되었다. 1990 년대의 대중적 저서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두뇌회전』이후 데넷의 모든 저술은 브래퍼드의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두뇌회전』은 최근 펭귄 문고판으로 재출간되엇다).

『두뇌회전』은 심리 내용에 관한 데넷의 고유한 접근을 최초로 완전하게 정리한 책이다. 이 접근법을 지향적 입장이라고 하며, 이 입장을 다룬 논문이 「지향체계들 (Intentional Systems)」이다. 데넷에 의하면 우리는 어떤 대상을 설명하기 위해 세 가지 입장으로 접근하는데, 그것은 물리적 입장, 디자인적 입장, 그리고 지향적 입장이다. 이 입장들의 세부적 특징은 2.2 에서 드러나겠지만, 각각의 입장은 고유한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방식의 설명은 사람들이 말하고 행동하고 그리고 다른 일을 하는 이유들을 우리가 이해하려고 할 때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최근 자폐증에 관한 이론 중 가장 뛰어난 것은 자폐증에 걸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지향적 체계를 지닌다는 암묵적 개념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지향적 입장을 채택하는 능력은 손상을 입었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Griffin and Baron-Cohen). 이 접근법은 또한 인지동물행동학에서 놀라운 결과를 낳는다 (Seyfarth and Cheney). 소수의 경제학자만이 그 연관성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향적 입장을 뒷받침하는 게임이론적 논리는 경제학의 주된 접근법 중 하나가 되었다 (Ross 1).

『두뇌회전』에는 내용에 대한 이러한 지향체계 중심적 반성뿐 아니라 행태주의와 행태주의의 초기 인지적 대체에 관한 몇 가지 논문, 실재 규범 [우리는 우리 생각을 인공지능으로 실제화해야 한다 (Wilks)] 아래 놓인 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놀라운 논문, 15 년 이후의 저술을 예비하는 의식의 특징에 관한 네 편이나 되는 논문, 그리고 의사 결정과 책임성에 관한 소수의 논문도 포함되어 있다.

데넷이 다음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작은 공간 : 구할 가치가 있는 여러 종류의 자유의지 (The Elbow Room : The Varieties of Free Will Worth Wanting)』(1984) 라는 아주 특이한 소책자에서 논의한 의사 결정과 책임성의 분야이다. 옥스퍼드에서 행해진 존 로크 (John Locke) 강의에서 시작된 이 책은 인과적으로 결정된 의사 결정과 '구할 가치가 있는' 자유스런 의사결정 사이의 분명한 양립 가능성을 주장한다. 좋든 싫든 간에 이 책은 데넷의 다른 저술보다 영향력이 적다. 흥미롭게도 그는 우리가 이 글을 쓰는 동안 (2001년 중반), 자유의지에 관한 새로운 책을 준비 중이다. 사람들은 이 문제에 관한 그의 새로운 생각에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 『좁은 공간』은 『두뇌 회전』다음에 출간된 저서가 아니다. 더글러스 홉스태터 (Douglas Hofstadter) 와 함께 편집한 『마음의 자아 (The Mind's I)』가 그 중간 (1981) 에 출간되었다. 기본적으로 다른 학자들이 쓴 논문의 모음집이므로 재미있고 묘한 데가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논하지 않겠다).

1987 년에는 내용에 관한 그의 두 번째 주요 논문집 『지향적 입장 (The Intentional Stance)』이 발간되었다. 데넷은 이 논문집의 첫 논문인 「진정한 믿음자 (True Believers)」가 대표 논문의 자리를 놓고 「지향적 체계들」을 대체한다고 말한다. 두 논문의 주된 차이는 체계에 어떤 믿음, 욕구 등이 부여되는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즉 체계가 어떤 믿음, 욕구 등을 가져야 하는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나중 논문이 이전 논문에 비해 진화에 대한 고려가 더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Ross 1). 심리상태들의 '존재론적 위치' 를 분명히 하려는 그의 계획이 「참된 패턴 (Real Patterns)」에서 결국 달성되었다는 점은 이 논문집의 처음 부분에 나타난 데넷의 사고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이 논문집 후반부의 두 논문은 진화론에 관한 것인데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 즉「진화, 실수, 그리고 지향성 (Evolution, Error and Intentionality)」이 포함되어 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심리 내용이 두뇌 상태의 고유한 특징이 될 수 없다는 모든 형태의 사고에 대해 분명하고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 이 책은 「믿음 너머 (Beyond Belief)」라는 (불가사의한) 제목의 논문에서, 4년 후 출간될 의식에 관한 커다란 저술의 중심 사고가 될 의식연구 방법을 완전하게 표명하고 있다. 이 책에는 의식에 관한 논문은 없으며, 완전히 내용에 관한 책이다.

이 시점에서 데넷은 내용 연구를 잠시 접어두고 의식연구로 넘어간다. 그의 다음 책은 규모가 방대하고 양 사방으로 발전해가는 『설명된 의식 (Consciousness Explained)』(1991a) 이다 (데넷에 따르면 겸양이라는 것은 특별한 경우에는 잠시 보류될 수 있는 미덕이다). 『설명된 의식』은 넓은 독자층을 겨냥한 책이다. 데넷은 (『마음의 자아』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일반 출판사를 선택했다. 이런 선택이 이것으로 마지막은 아니었다.

『설명된 의식』에서 데넷은 두 가지 중심 논제를 갖는다. 하나는 데카르트에서 시작된 의식상태를 이해하는 전통적 시각이다. 심리상태의 다른 모든 속성과 분명히 구분되면서 명확히 파악되는 것, 즉 느껴진 질적 속성 같은 것이 의식상태에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Brook). 다른 하나는 데카르트에서 시작된 의식체계에 대한 전통적 시각이다. 객석 한가운데 앉아 있는 작은 난쟁이 앞에서 의식상태가 연기를 하는 무대와 같은 것이 (데넷은 이것을 데카르트적 극장이라고 한다) 바로 의식체계라는 생각이다. 여기서 의식상태 자체는 확연히 구분되며 독립적으로 파악되는 상태, 예를 들어 분명한 시작점과 종착점을 갖는 상태로 이해된다. 데넷은 이러한 데카르트적 구도를 의식의 복수 초안 모델 (Multiple Drafts Model) 이라는 것으로 대체하고 싶어한다. 복수 초안 모델은 의식을 심적 내용의 일종으로 간주한다. 또한 의식을 거의 프로그래밍의 문제로 간주하며, 따라서 매우 논쟁적인 시각이다 (Churchland). 이 책은 마지막 장에서 자아의 모습을 구성한 다음 토머스 네이글 (Thomas Nagel) 과 존 설 (John Searle) 의 의식 신비주의의 심원한 시도에 일격을 가하는 마지막 노력으로 막을 내린다.

데넷의 내용이론과 의식이론은 모두 두뇌가 일정한 능력과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두뇌는 행위를 통해 표현되는 심리 내용을 산출할 능력을 가져야 한다. 또한 두뇌는 복수 초안 형태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데넷은 이것을 팬디모니움 (Pandemonium, 혼돈) 구조를 지닌 것이라고 주장한다 (Akins).

데넷은 의식의 문제를 정리한 다음 많은 이들이 그가 다룰 것이라고 오랫동안 기대했던 주제, 즉 진화론으로 과제를 바꾼다. 『다윈의 위험한 생각 (Darwin's Dangerous Idea)』(1995) 도 역시 일반 출판사에 의해 출간되었으며, 『설명된 의식』과 같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심리철학과 생물철학 분야의 추상적 문제들을 놓고 두 권의 베스트셀러를 연속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데넷은 『다윈의 위험한 생각』에서 다음의 두 가지 논점을 주장한다.

데넷은 진화에 대한 시각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현대 진화론의 핵심 논쟁에 참여한다. 핵심 논쟁이란 적응론 대 진화는 한 기능이 다른 기능들로 차용되기 위해 개발된 많은 묘술로 구성된다는 생각의 대립, 연속적 진화 대 굴드의 단속적 평형이론, 유전적 부유, 기후 변화, 그리고 진화적 변화의 우연한 요소들의 대립에 관한 논쟁이다. 『뉴욕 서평 (New York Review of Books)』 의 독자들은 잘 알겠지만, 이런 문제들에 대한 데넷의 주장 몇 가지는 폭풍과 같은 논쟁을 일으켰다.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데넷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초극단 다윈주의자' 그리고 도킨스 (Dawkins) 의 애완견으로 지목되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도 같은 정도로 강력하게 응수했으며 불꽃튀는 논쟁이 이어졌다 (Ross 2).

『다윈의 위험한 생각』에서 소개된 중요한 주장 중에는 우리가 인간의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언어 때문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인간의 마음이란 다른 마음과 협동하는 능력, 다른 이들도 협동하도록 협동의 결과를 기록하는 능력, 세계의 물리적 특징을 깨달을 수 있는 능력, 허블 망원경과 해협을 연결하는 지하 터널을 만드는 능력, 인공 발화 해석기 (speech-interpreter) 와 문제 해결기 (problem solver) 를 만드는 능력 등을 가진 마음을 말한다. 우리에게 언어를 부여함으로써 진화는 언어를 가지지 않은 존재들로부터 우리를 완전히 분리시켰다. 여기서 '언어' 라는 것은 구문론적으로 분절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그의 다음 저서 『마음 종류 (Kinds of Minds)』(1966) 의 기반이 된다. 이 책에서 데넷은 일반적으로 마음이라고 하는 것, 그리고 특수하게는 인간 마음에 관한 그의 가장 중요한 생각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인간이 가진 지향성의 진화에 관해서 『설명된 의식』에서 (또는 다른 곳에서) 이미 발표된 것 이상의 생각을 정리하려고 시도한다. 이 책에서 데넷이 얼마나 그의 생각을 발전시키려 하는지, 예를 들어 데넷이 우리 언어를 지닌 존재에만 의식의 존재를 국한시키려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Clark).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를 기준으로 해서) 데넷의 가장 최근 저서는『두뇌자녀 (Brainchildren)』(1998) 이다. 이 책은 과거 10 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여러 곳에서 쓰여진 또 몇몇은 출처가 불분명한 매우 다양한 종류의 논문들을 한자리에 모은 논문집이다. 논문의 주제는 광범위하다. 논문 중에는 「참된 패턴」과 같은 매우 철학적인 것도 있고, 비판에 대한 응수, 특히 『설명된 의식』에 대한 비판의 응수도 있고, 인공지능과 인공생명에 관한 매우 폭넓은 일군의 논문도 있으며 동물 인지와 의식에 관한 몇몇 새 논문도 있다. 이 논문집은 특별한 두 논문으로 막을 내린다. 자화상과 도덕 문제에 개입하는 데넷의 몇 가지 주장, 그리고 정보기술이 지닌 위험에 관한 논문이 그것들이다. 이 논문집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대부분의 논문이 데넷의 평소 문체보다 더욱 편안하고 논쟁적으로 쓰여졌다. 동물 인식에 관한 한 논문은 동물들의 통증에 관한 것이다. 정신생활에 대한 해석론자인 데넷에 의하면 통증은 특별한 도전이 되는데 그것은 인간의 마음 속에 독립적 존재를 생각한다면, 즉 우리의 해석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마음속에서 꼽는다면 그것은 바로 통증일 것이기 때문이다. 데넷은 동물이 적절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통증의 영역을 '축소' 하는 놀라운 일을 한다.

우리가 논의한 책들 외에도 데넷은 수백 편의 논문, 논평, 서평, 제안 등의 글을 저술했다. 그는 한 해에 평균 열 편의 글을 30 년 동안 써왔다!

데넷에게 어떤 미래가 존재할 것인가? 글쎄, 그는 아직 정년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아직 생산적 삶의 끝에 도달하지 않았다. 이미 말했듯이 자유의지에 관한 새로운 책이 우리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준비되고 있다. 그 다음은 누가 알겠는가? 데넷은 30 년 이상 그가 선택한 모든 주제들에 관해 심오하며 창시적인 글을 써왔으며 그 결과 일생에 걸쳐 주장과 비판의 바다에서 살아왔다 (설과 제리 포더, 그리고 특별히 굴드와의 공개적 논전은 거의 전설에 가깝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관심을 갖는 문제에 관해 항상 새로운 것을 주장하려는 노력을 늘 보여주었다.

이것으로 데넷 저술의 연대기적 요약을 마치겠다. 이제 우리는 이 조각들을 모아 정합적인 전체로 만드는 흥미 있는 일로 돌아가겠다. 그가 그의 시대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논의하기로 하자. 데넷이 그토록 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뛰어난 논객이면서 동시에 인지연구의 핵심 시기, 즉 인지혁명의 시기에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그의 작업은 그 혁명에 중요한 부분이었다.